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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0 12:50:05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 개요2. 등장인물3. 줄거리4. 명대사5. 관련 문서

1. 개요

작가는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되어 있는 네 번째 단편이자 표제작.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다가 결국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연구원 안나와 그녀를 설득하러 온 직원이 대화하는 이야기.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가작으로 뽑혔다.

2. 등장인물

3.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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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척 시대의 2차 혁명은 바로 고차원 웜홀 통로의 존재 발견이었다.

워프 항법은 비록 광속, 최소한 준광속 비행을 가능하게 했으나 결국 광년 단위로 떨어진 타 행성들로의 이주에는 몇 년씩 걸렸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며칠만에 이동할 수 있는 웜홀의 존재는 혁신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발견에 더 이상 년 단위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져 우주 연방이 딥프리징 기술에 대한 예산을 줄였으며[2] 그 때문에 연구가 지연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안나는 프로젝트를 마쳤고, 다음 날 있을 발표 때문에 하루 종일을 쉬고 있었다. 그 때 행정 비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용은 단순했다. 우주 연방은 더이상 워프 항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슬렌포니아 행성계행 우주선은 다음날이 마지막 운항이라는 것이다.[3]

안나의 아들과 남편이 모두 슬렌포니아 행성계에 있었기 때문에 안나는 다음 날 연구 결과를 조금씩 줄여 말하면서까지도 발표를 앞당겨 끝냈다. 그러나 기자들의 방해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마지막 우주선에 타지 못했다.[4]

남자는 안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100여 년을 딥프리징 기술로 살아 온 것이냐고. 남자는 사실 해당 역을 철거하러 온 담당자였으며, 안나는 몇십년 전부터 그곳에서 움직이질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연행하려 온 것이었다.

안나는 이후 독단적으로 자신만의 작은 우주선[5]을 타고 떠나버린다. 안나는 비록 중간에 연료가 다 닳아 도착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은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향한다고 말한다.

남자는 빔을 안나가 맞지 않게 일부러 빗겨나가게 쏘고[6] 안나의 웃음을 본 채로[7] 망연자실하게 작은 우주선이 비틀거리며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8][9]

4. 명대사

"그때는, 이렇게까지 지연될 줄 몰랐던 것이지."
이야기를 이어가던 안나의 어조가 순간 차분해졌다.
"나처럼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이 제법 있었네. 사정상 제때 떠나지 못한 사람들,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사람들이지. 우주 연방은 우리를 외면했네.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로 개척 행성에서 '먼 우주'로 급격하게 밀려난 행성들은 수십 개가 넘는데, 그 수십 개의 행성에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내기에는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거야. 우스운 일이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방식만을 사용했던 것이 연방 아닌가."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가는 우주선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이곳은 오래전에 폐쇄되었어요. 슬렌포니아 근처의 웜홀 통로가 있었다면 진작에 발견되었겠죠. 게다가 안나 씨, 설령 그런 게 지금 발견되어도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100년도 넘게 동결과 해동을 반복하는 동안 거기 있는 당신 가족들은 이미 생을 다 누리고 떠났어요. 150년을 넘게 산다는 사람들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제발, 그냥 저희와 함께 가시죠.
(중략)
"물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겠지. 그래도 가보고 싶을 거야. 한때 내 고향이 될 수 있었을 행성을. 운이 좋다면, 남편 옆에 묻힐 수도 있겠지."[10]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 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안나 씨."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11]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5. 관련 문서


[1] 제3행성은 자원이 풍부하고 거주 환경이 좋아서 개척 이주를 한 사람들이 많은 '핫플레이스'였다.[2] 사실 우주 연방의 입장에서 딥프리징 기술은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예산을 급격히 줄인 것이다. 다만 남자가 하는 말에 따르면 딥프리징 기술은 이제 우주의 기술이 아닌 의학적 기술로 사용되고 있는 듯 하다.[3] 워프 항법으로는 슬렌포니아 행성계가 가까운 장소였지만 슬렌포니아 행성계의 주변에는 웜홀이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먼 장소가 되어버린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연방의 행동이 너무나 급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당장 슬렌포니아 행성계의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의문. 다만 책 속의 언급을 보았을땐 슬렌포니아 행성계 자체가 독립적으로 돌아가기 충분한 상태라는 묘사가 있다.[4] 안나의 말에 따르면 영화로 만들 만한 극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하면서, 그로 인해 지체된 시간은 치명적이었다고 회상한다.[5] 남자의 서술에 따르면 우주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셔틀'이라고 한다.[6] CCTV가 작동 중이었기에 남자가 쏘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7] 안나는 이전에 찾아온 3명의 관계자들에게는 문 조차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의 행동이 거칠지 않고 상대방에게 이입을 하는 스타일인 것을 보고 문을 열어준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너무 지났기에 지금이라도 출발하려 한 것인지는 불명.[8] 여기서 남자는 안나가 했던 말인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어' 라는 말을 떠올린다.[9] 그러면서 남자는 안나가 비록 빛의 속도로도 수만 년이 걸리는 슬렌포니아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10] 이후에 남자는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말한다. 노인과 젊은이의 사고방식이 부딪히는 장면.[11] 사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위로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