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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5 17:11:08

외국인 요리 금지법

1. 개요2. 배경3. 전개4. 각계의 반응5.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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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라우피낭의 푸드코트

1. 개요

말레이시아풀라우피낭주가 2014년 10월에 통과시켜 2016년 1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법으로, 주 정부가 소유한 시장이나 쇼핑센터 내 포장마차, 푸드코트 등지에서 외국인의 음식 조리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주류 민족인 말레이인과 손잡고 자기들 이외의 문화를 몰아내려 하는 제노포비아 정책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박정희 정부 시절 중국집에서 밥(쌀)을 팔지 못하게 한 적은 있다. 다만 이것이 순수하게 화교 자본을 견제한다는 의도만 있던 것은 아니고 쌀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혼분식 장려 운동의 일환으로서 분식을 장려하고자 하는 목적도 컸다.[1]

2. 배경

풀라우피낭은 말레이시아에서 프를리스 다음으로 작은 주[2]이지만 믈라카 못지않은 특유의 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다. 믈라카와 싱가포르와 더불어 풀라우피낭은 영국해협식민지 출신으로, 말레이 문화를 근본으로 하되 영국의 문화가 뒤섞인 특색을 자랑한다. 특히 화교가 압도적인 피낭은 중국 문화와 인도 문화까지 잘 어우러져 바바와 뇨냐와 같은 특유의 이국적인 문화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풀라우피낭은 그 중에서도 특유의 음식으로 유명하며 웬만한 말레이시아 음식의 고장이라 '음식의 수도'로 불린다. 대표적인 예로 볶음국수나 커리락사 등. 말레이 음식과 중국 음식, 인접한 태국 음식의 혼합체이며 영국 음식의 영향까지 받아 그 독특함을 자랑한다. 말레이시아에서 먹은 현지 음식들은 웬만해서는 '피낭 음식'이라고 보면 땡일 정도다. 이런 현지음식들을 판매하는 길거리의 야간 포장마차, 일명 '푸드코드(Food Court)'는 매우 유명하다.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도 이곳에서 현지음식들을 요리하곤 했다. 특히 이곳은 슬랑오르와 더불어 말레이시아 내에서 외국인들이 현지음식을 하는 대표적인 지역이었으나 말레이시아인들은 이를 환영하지 않았으며 배타성이 강했던 화교들도 외국인에게 비우호적이어서 피낭에서는 이로 인해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이 파괴되고 있다'는 인식이 대두된다. 이전부터 줄곧 '외국인들의 요리를 금지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았던 가운데 2014년 피낭의 주지사 림관엥이 외국인 요리 금지법을 주민투표로 발의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3. 전개

피낭소비자보호협회 의장인 코리스 아탄은 림관엥의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으며 "지속적으로 늦추지 말고 당장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낭노점협회 의장 람통잉됴 지지를 선언했고 "관광객들에게 고유의 맛을 선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쿠알라룸푸르는 외국놈들이 만드는 음식물 쓰레기의 온상이 되었지만, 풀라우피낭만큼은 고유의 맛을 지켜야 한다"고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림관엥은 "우리 고유의 풍토를 지키고자 해당 법안을 제정한다"고 밝혔으며 7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국민투표를 붙였다. 총 14,810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55.85%가 피낭인이었고 나머지는 외지인 및 외국인이었다.

섬 지역에서는 무려 87.45%(!)가 찬성했으며 본토지역(스브랑프라이)에서도 85.3%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섬 지역에서는 86.02%가, 본토지역에서는 85%가 '만약에 이를 어기면 강경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찬성을 표시했다. 이어 유명 언론사 더 스타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루어진 여론조사에 따르면 80%가 찬성했다. 반대는 겨우 9%였고, 나머지는 관심없다는 입장.

4. 각계의 반응

국제화시대에 역행하는 이 법안은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외국인들은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했다.

말레이시아의 국빈 요리사로 셰프 완(Chef Wan)으로 알려진 레주아완 이스마일은 "말레이시아를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드는 악법이자 외국인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한 악의적 수단"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그냥 올바른 조리법만 가르쳐주면 끝날 일을 갖고 무슨 황당한 악법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3]

당시 보수 성향의 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조차도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UMNO 지지자들의 모임인 "MyKMU"는 "이러한 악법은 림관엥과 그가 소속된 민주행동당(DAP)이 얼마나 추악한 파쇼들인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비난했다.[4]

국빈 요리사와 집권당에게조차 비난을 받은 림관엥은 논란이 심해지자 결국 "당신들의 말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민들이 원치 않는데 어쩌겠는가."라는 답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본인은 '나는 원래 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한 듯 하지만 막상 이 인간은 바로 얼마 전 싱가포르에 가서도 '싱가포르도 유사 법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림관엥은 '포장 마차만 안 되지, 호텔이나 타 식당은 외국인들의 요리가 허용된다.'며 슬쩍 발뺌을 했다.

5. 이후

2015년 말 해당 악법을 추진한 DAP가 신 야권연합인 희망동맹(PH)의 일원이 되었는데 이들은 2018년 5월에 있던 총선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두었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였고, 결국 예상대로 2019년부터는 말레이시아 전국에 해당 법안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에 외국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었다.

[1] 당시는 도시락에 담긴 밥에 보리가 안 섞여 있으면 크게 혼나기까지 했던 시기다.[2] 싱가포르주가 있었을 때는 세 번째로 작은 주였다.[3] 참고로 레주아완 이스마일은 말레이인 아버지와 화교-일본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음식 문화의 발전에 있어서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끼며 자랐을 사람인 만큼 이 법안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 뼈저리게 알았을 것이다.[4] 아예 대놓고 'chauvinist'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