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오시이 마모루가 만들려고 했던 루팡 3세의 극장판.1978년의 루팡 3세 최초의 극장판 "루팡 vs 복제인간"과 그 이듬해인 1979년에 개봉된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에 뒤이어 기획되던 세번째 극장판 기획으로 당초 도쿄 무비신사측은 칼리오스트로의 성의 감독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의뢰했으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내켜하지 않았고 그 대신 오시이 마모루를 추천한다. 당시 오시이는 스튜디오 피에로를 그만두고 백수[1] 상태로 미야자키 사무실에서 빈둥거리는 시절이었다.
자신이 만든 루팡 3세 시리즈 1기와 칼리오스트로성으로 루팡 3세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건든 루팡이 나오는 걸 싫어하던 미야자키는 오시이에게 ""あんたがやってとどめ刺してよ(의역 : 자네가 맡아서 (이번에야말로) 숨통을 끊어버려!)"라고 말했다. [2] 미야자키도 오시이도 루팡 3세는 칼리오스트로의 성에서 끝(결론)이 났다고 여겼던바(대사에도 나오듯이 젊은 시절을 철없는 애송이라고 회상하고 이미 훔칠 것이 없어서 마음도 비우고 성격도 대쉬해오는 클라리스를 껴안지도 못하고 키스를 원하는 그녀에게 그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대는, 기존의 만화 원작과 2기 시리즈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진, 마음씨 상냥해진 중년이 된 루팡), 이번 작품으로 좀비처럼 지겹게 부활하는 루팡 3세 시리즈를 끝장내버리려고 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도쿄 무비신사의 사장이었던 후지오카 유카타에게 '천재 소년[3]'이 있다고 오시이를 소개했고, 후지오카 사장 역시 시끌별 녀석들 등의 평판을 알고 있어서 그를 감독으로 결정하여 구체적인 개봉 계획까지 세웠다. 토호계의 극장 개봉을 목표로 토호의 영화 소개 팜플렛에서 소개될 정도였다.
당시 예정된 스탭진은 감독 오시이 마모루, 각본 이토 카즈노리, 미술감독 아마노 요시타카, 화면구성 카나다 요시노리. 원화로 키타쿠보 히로유키, 안노 히데아키, 모리야마 유지, 야마시타 마사히토, 모리모토 코지, 연출 보조에 카타야마 카즈요시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그러나 오시이와 함께 작업을 하려한 젊은 스탭들은 "왜 이제와서 루팡이람?"이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랬던 것을 오시이가 "지금이야 말로 루팡을 만들 필요가 있다(루팡 시리즈를 끝장내야 하니까)"라는 강력한 어필로 스탭들을 모아 제작에 들어갔고, 오시이 자신의 구상을 아니메쥬 등의 인터뷰에서 밝히는 등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어 갔다. 그러나 오시이의 구상이 루팡 3세의 본래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진데다가 루팡 3세를 완결시키고 싶지 않았던 스폰서들의 압박으로 결국 오시이는 감독에서 강판되고 말았다.
2. 스토리
예정된 스토리는 모든걸 훔쳐서 더이상 훔칠게 없어져 괴도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루팡에게 어떤 젊은 여자가 "천사의 화석"이라는 것을 훔쳐달라고 의뢰해온다. 그 "천사의 화석"이라는 것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에 있는 것이라고 전해지던 것으로 나치와 이스라엘을 거쳐 어찌된 영문인지 일본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루팡은 그것을 훔치지만, 알고보니 그것은 플루토늄에 불과했다. 결국 플루토늄으로 도쿄는 대폭발을 일으켜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도쿄 대폭발도 허구였고 애당초 루팡도 그 일당도 모두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었다.
아마 실제로 나왔더라도 제작비를 시궁창에 버리는 듯한 스토리라서 좋은 소리는 못들었을 작품인듯 싶다.
3. 후일담
오시이가 감독에서 강판된뒤 남은 스탭들이 짧은 시간에 부랴부랴 만든것이 바로 루팡 3세 바빌론의 황금전설이다.그리고 오시이가 이 작품에서 쓰려고 했던 천사와 허상의 테마를 실제로 영상화 한 작품이 천사의 알이다. 천사의 알은 그 난해한 내용으로 상업적으로 대실패. 오시이는 한 동안 실업자 신세를 면치못했다. 오시이 마모루는 시끌별 녀석들 극장판 2기로 자신감을 얻어서 우쭐해있었던 시기라고 나중에 회상했다. 천사의 알 이외에도 이 작품의 연출이나 테마는 오시이의 다른 감독 작품에서 조금씩 차용해서 썼다고 한다.
후에 2000년에 오시이에게 다시 루팡 3세 극장판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고, 이번에는 맘대로 만들어도 좋다는 조건까지 걸렸지만 오시이 자신은 "루팡의 팔에 털이 난게 맘에 안든다"라는 황당한 이유로 거절했다. 2008년에 와서야 오시이는 "지금 시대에 그런 캐릭터가 성립되기 어렵다"라는 솔직한 이유를 밝혔다고.
플루토늄 설정은 이후 루팡 3세 GREEN VS RED에서 사용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2021년 방영작인 루팡 3세 PART 6에 오시이가 객원 각본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프로듀서가 오시이와 같은 공수도 도장에 다니면서 운동을 하는데 농담 삼아서 "루팡 각본 해볼래요?" 라고 했더니 "좋아요." 라고 바로 수락해서 놀랐다고 한다. [4] 프로듀서는 오시이가 1개만 써줄 거라 생각했는데 2개를 써서 놀랐다고 한다. 오시이는 2개 중 1개만 영상화 해주겠지 했는데 2개를 다 해줘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한다.
방영 된 내용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의 오마주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자신의 만화 작품 견랑전설에서 비슷한 연출을 한 적이 있으며 일부 대사는 아예 똑같다. 루팡을 이용해 견랑전설을 애니화한 것에 가깝다. 명작을 기반으로 해서 꽤 괜찮다는 평도 있고, 오시이를 잘 아는 팬들은 과거 작품을 재탕했다고 실망스러워 하기도 했다.
이대로 끝날줄 알았지만, 10화에서 한 번 더 각본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더 직접적으로 본 문서의 내용이 반영된 천사의 화석을 다루는지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중. 10화는 과거의 원안과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1] 불과 몇달 전 만 해도 그가 총괄한 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 (1981)로 잘먹고 잘살았지만 지나친 과로와 의욕 저하를 이유로 사표를 던졌다.[2] 미야자키는 자신이 만든 루팡 3세가 최고라는 자신이 있어서, TV판 2기도 불만이었고 그래서 자신이 연출한 2기 마지막화 안녕, 사랑스런 루팡이여에서는 2기의 나오는 루팡과 그 일당은 가짜였다는 의도의 각본과 연출을 한 적도 있다.[3] 이미 이 때 오시이는 30대였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시이 마모루가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4] 이 작품의 이야기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그래서 프로듀서도 오시이가 진짜로 할 거라곤 기대도하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