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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5 22:56:10

심심한 사과

파일:심심한 사과.jpg
무한도전 방송분에서

1. 단어의 뜻2. 모펀카페 변덕 작가 사인회 사건
2.1. 영향
3.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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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어의 뜻

'심심하다3(甚深하다)'와 '사과하다2(謝過하다)'가 합쳐진 단어로 '매우 깊게 사과 드린다'는 뜻이다.
심심하다3(甚深하다)
[형용사]
((주로 심심한 꼴로 쓰여))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 그동안의 노고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여기서 '심심하다'는 순우리말인 '심심하다1'[1], '심심하다2'[2]와 발음이 똑같다. 엄밀히는 '심심하다3'는 첫 음절에 장음이 있지만 21세기 한국어에서 장음은 사실상은 없으므로 그냥 똑같다고 보면 된다.[3]

그래서 예능 등에서 동음이의어를 활용하는 말장난으로 주로 사용했다. 위의 무한도전 유재석의 예시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사과'도 과일 이름과 같기 때문에 이것까지 활용해서 말장난을 할 수도 있다. 맛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심심한 사과'라고 한다고 하든가이다. 신서유기에서도 비슷하게 규현이 드라마 퀴즈에서 한 드라마 제목을 맞추지 못하자 죄송하다며 심심한 사과를 드리겠다고 하자 이수근은 심심하면 안 된다고 반박하자 규현은 진지하고 재밌는 사과를 하겠다고 했는데, 송민호는 사과는 재밌으면 안 되고 진지하게 해야 한다고 재반박하였다. 결국 규현은 진지한 사과를 하게 되었고, 사과를 하자, 은지원은 본인이 이런 일이 생기면 사과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22년 8월 한 사건으로 인해 트위터리안들의 문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게 되었다.

2. 모펀카페 변덕 작가 사인회 사건

2022년 7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모펀카페 AK& 홍대점에서 레진코믹스 금요 웹툰 야화첩과 콜라보 이벤트를 개최했다. 그러던 중 8월 20일 변덕 작가와 사인회 이벤트를 계획하게 된다. 저녁 8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 150명을 예약하기로 했다. 문제는 시스템 오류로 8시 30분에 열기로 했는데 설정 시간이 저녁 11시로 되어있었다. 확인한 유저들이 공식 트위터로 가는 사이에 회사에서 오류를 수정해서 8시 31분에 프로그램이 열리게 되고, 처음 확인한 유저들이 공지 기다리던 와중에 다 선착순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에 모펀카페에서 사과문을 작성하는데 여기서 문제의 단어가 나온다.
[<야화첩>×모펀 변덕 작가 사인회 예약 관련 안내]

사인회 예약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예약 과정 중 불편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사인회 예약이 확정되신 분들께는 다음 주 초 중에 사인회 순번 및 도착 시간 관련 안내 문자를 발송해 드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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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과문에 반응한 일부 독자들이 '이 상황이 심심하냐?(= 재미없고 지루하냐?)'고 비판했고, 이로 인해 8월 2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가게 됐다.

실시간 트렌드에 '심심한 사과'가 올라오며 영향력이 퍼져나갔고, 반발층이 가진 낮은 문해력으로 이들이 이 단어를 성의 없는 사과라 오해하며 비난했다 하는 것이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일부러 쓸데없는 한자를 쓴다는 식으로 다시 작가에게 화살을 돌리려는 반발층의 태도를 보며 대부분 어이없어하며 문해력에 대해 여기저기 조명받게 되었다.

해당 반발층은 오히려 일부러 어려운 말로 사과하면 그게 무슨 진정성이 있느냐[4][5]면서 더 가열차게 비난을 거듭했고# 결국 모펀카페에서 다음날은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2차 사과문을 게재하였다.

2.1. 영향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도록 지시했다지만 반지성주의, 지성만능주의, 적반하장, 뻔뻔함이 같이 어우러진 문제라 문해력만 높아진다고 될 일은 아니며, 통신문/사과글 같은 목적의 글은 문해력이 평균 이하인 사람도 올바르게 내용을 전달 받을 수 있도록 쉽고 오해의 소지가 적은 단어를 사용하여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식제공(중식), 점심제공(중식), 점심제공(중국음식) 중 어느 것이 가장 오해의 소지가 적을까?
이런 발언을 하며 물타기를 하던 것이 당시 비난론자들의 상태였다. 허나, 중고등학교만 해도 이미 식단표에 점심을 중식으로 표기하는 학교가 상당하기 때문에 평균 이하의 학생이라도 이런 예시는 그닥 적절하지 않다. 더군다나 "심심"이란 단어 자체는 국어시간에 다루고 가는 단어중 하나다. 물론 학교나 교과서마다 배우는 예시문이 다를 수 있고 그로 인해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오해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오히려 왜 오해하게 만드냐고 더 욕을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 더 큰 문제다. 모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 것이고, 당장 어르신들이 쓰지만 청년층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모르는 단어들도 많고, 반대의 케이스도 없지 않다. 단어의 사멸과 오래됨으로 인해 퇴색되거나 잊혀질 수도 있고, 새로운 단어의 탄생과 그 기류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으니까.

최근 뉴스에서 회자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선을 넘어가는 소비자 의식, 반지성주의적 태도 때문에 이 사건을 계기로 성인 소비자층의 무지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뉴스에서 통계되는 코로나 관련 저학력 문제가 필두로 대두되고 있었지만 인터넷에 나오는 부정적인 반응은 대부분 '저 연령의 문맹 문제로 게임중독 사안을 연결 지으려 한다'는 예민한 반응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틀어진 논지 때문에 제대로 이슈화된 적이 없었다. 하나 이 사건으로 성인 소비자층이 주축으로 문화활동에 영향을 끼쳐버린 사례가 된 덕에 관련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쉽게 쏠렸다고 볼 수 있다.

평소 트위터 쪽에 적대적이던 일부 커뮤니티에서 이 사건의 주축을 트위터 유저 전반으로 돌리려는 식의 혐오 논리를 퍼뜨리려는 글이 만연하다. 하나 트위터 사이에서의 반응도 공격적인 조롱이나 박제 행위가 덜했을 뿐 해당 반발층에 대해선 어이없어하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발견됐다는 '심심한 사과'의 트렌드부터 해당 반발층뿐 아니라 이를 지적하는 글[6]에서의 반응 숫자가 함께 올라가 트렌드에 올라온 것을 타 커뮤니티가 포착했다는 과정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후일 트위터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퍼진 여러 커뮤니티 등지에서 관련 계층이 읽을만한 문해력 쪽의 성인 사회문제 관련 영상과 뉴스들이 꾸준히 주목받게 되었다.

상대방이 모르는 단어를 쓰면 "몰랐으니 이번에 알아야지."라는 태도가 나오지 않고, "왜 그런 단어를 쓰느냐." 하는 식으로 불쾌하게 여기는 일이나, 상대방의 이해도를 촉진하기 위해 직관적이고 쉬운 단어를 쓰지 않고, 사용빈도가 드물거나 특정 직업군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를 써놓고 상대방의 듣거나 읽는 태도를 탓하는 일은 이미 예전부터 종종 있어왔다. 당장 심심한 사과뿐만 아니라 '금일/명일', '사흘/나흘', '자지러지다', '봇물 터지다', '명징하다, 직조', '톺아보다'[7], '불콰하다'[8] 등 이미 2010년대부터 여러 사례가 있다. 결국 제도권 언론에서도 주목하게 되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8월 22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결국 너덜트 "0명" 모집 논란으로 이 사건이 그대로 재현이 되며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는게 보여지고 말았다.

3. 관련 기사


[1]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2]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3] 한글이 아닌 문자로 쓸 때도 반영치 않는다.[4] 정작 단어만 다르고 같은 의미인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의 '진심'도 한자어이긴 매한가지이다. 애초에 한국어에는 '도로', '건물', '전화', '복사', '신경', '불만', '비만', '생각', '행동', '암기' 등등 말고도 나열하자 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좋든 싫든 한자의 영향이 매우 많다. 무려(無慮), 심지어(甚至於), 어차피(於此彼)조차도 한자어인 판에 당장 대다수의 한국인들의 이름부터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를 쓴다고 하는 건 비난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 게다가 일본어에서는 고유어도 한자로 적기도 한다.[5] '진심' 어린 사과를 평소에 얼마나 자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심심한 사과'의 '심심'은 '진심'보다 일상생활이나 드라마/노래 등에서 단어 사용빈도가 훨씬 적다. 한자, 순우리말, 사투리에 관계없이 사용빈도가 매우 낮은 단어는 그만큼 이해하는 사람이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심심'이 '진심'보다 대중적 이해도가 떨어지는 어려운 한자가 되었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사실인데, 단어의 사멸과 문해력 저하는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 거기다 이 단어는 다른 사멸되는 단어에 비해 사용빈도가 높은 편이라, 고등학교 국어시간만 돼도 다루는 단어다.[6] 대부분 공개 허용된 인용 리트윗이나 관련 검색어로 찾아볼 수밖에 없어 어떤 것이 전반적인 트위터의 반응인 건 지 타 커뮤니티가 조작하거나 공격하기 쉬운 입지에 있다. 트위터 유저 전체의 타 커뮤니티에 대한 무관심성, 리트윗과 좋아요 정도의 간접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저화력 성도 이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7]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8]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