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의 기물 | ||||||
궁 | 차 | 포 | 마 | 상 | 졸·병 | 사 |
1. 개요
象. 장기의 기물로, 유래는 중국/인도의 코끼리병.[1] 하지만 한국에선 코끼리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중세 병종 중 실질적으론 궁기병에 해당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2] 행마법도 샹치의 상과는 달리 마의 행마법에서 대각선으로 한 칸 더 이동하는 개념에 가깝다 보니 마는 근접 무기를 든 중기병, 상은 활을 든 궁기병에 해당된다는 얘기.[3][4] 실제로 장기판에서 상이 기습적으로 치고 빠지기를 하며 상대의 중요 기물들을 깎아먹는 식의 운용 방식은 실제 역사에서의 궁기병의 역할과 비슷하다.[5]체스에서 대응되는 기물은 비숍이고, 쇼기에서는 각행(角行)과 은장(銀將)이 상의 역할을 한다. 비록 행마법은 서로 다르나, 졸·병의 대열을 뚫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원래 쇼기의 각행이나 체스의 비숍 등 여기에 해당되는 포지션의 기물은 대각선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게 원칙이지만, 상은 그들보다 많이 퇴화된 행마법으로 움직인다.[6]
2. 상세
사(士)와 같이 3점으로, 마와 같지만 쓸 용(用)자 형태로 같은 대각선 방향으로 한 칸 더 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상은 멱이 두 개가 있는데, 마와 마찬가지로 멱이 막히면 못 간다. 이름이 '상'이라 그런지 엄청난 거리를 가는 데다, 도중에 멈출 수도 없는 만큼 운용하기 까다로운 편이다. 이동가능한 곳은 8개인데 멱은 12곳이고, 이동거리도 너무 넓어서 장기판 가장자리에 막히기 십상이기 때문에 기물이 정리되어 길이 트이기 전에는 운신의 폭이 정말정말 좁다. 때문에 이동하기가 어려운 말이라서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엄청난 대각선 이동 범위를 잘 활용하면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중후반부에 상이 모두 살아 있으면 상대하기 곤란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7] 고수들은 궁 앞에 포 대신 상을 두는 작전을 구상하기도 한다. 면상이라고 하며 포가 수동적으로 궁을 수비하는 게 아니라 역동적으로상당수의 사람들이 상을 졸·병을 잡고 없애는 용도[9]로 사용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사용법이기는 하지만[10] '뜬금없이 달려오는 용도'로 사용할 경우에는 마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초보들은 특히 상을 잘 쓰는 상대를 조심해야 한다. 공격 거리가 상당히 넓어서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세좋게 공격 나오다가 상에 의해 차를 털리거나, 사를 갑자기 따인다거나, 상에 앞뒤로 차/포 혹은 양차가 동시에 걸려버린다거나[11], 심하게는 상이 멀리서 자신의 궁성 한쪽을 겨냥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해 외통에 걸려버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먼 곳에 있는 기물을 보호하는 식으로 적을 견제할 수도 있으며, 적이 쉽게 예상하지 못할 위치에서 뜬금없이 달려오는 게 가능하기 때문. 더욱이 장기판이 좁다보니 상 하나 잘 박아놓으면 상대방의 공격 루트를 매우 효과적으로 틀어막아버릴 수 있다. 상을 빨리 투입시켜서 사를 잡는 전술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상으로 사를 일부러 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12] 후반전에 상으로 상대 궁성 한 쪽을 겨눠 외통수를 보거나, (원앙마라면) 상대 면포를 차로 묶은 뒤 중앙상이 뜨면서 면포를 걸어버리는 수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 원앙은 사 하나를 상에 내줘도 수비가 탄탄하니 괜찮다. 안궁한 상황에서 상대 상장이나 마장이 신경쓰인다면 곁마나 곁상으로 막는 게 가능하기 때문.
이른바 면상이라 하여 포 대신 상으로 궁을 보호하는 전술도 존재한다. 이 경우 양포를 공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포로 방어해야 할 자리에 상을 놓고 궁은 아래로 내린 뒤 그 사이에 사를 박아넣는 전술이다.
대체로 초반에는 상대방의 주요 공격로
그래도 장기의 직계 선조인 샹치에서는 대각선으로 두 칸만 움직일 수 있고, 장기판 중앙에 강이 나 있어 이 구간은 반드시 직선으로만 이동해야 하는 샹치에서는 궁에서 나갈 수 있는 말 중에 유일하게 강을 넘어갈 수 없어서[19] 방어용으로만 쓸 수 있으니 이거보단 나은 셈.[20]
[1] 사실 다소 고증오류에 가까운데 초한전쟁에는 전투 코끼리가 동원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남부에 코끼리가 살았기 때문에 주나라 시대의 제기였던 상준(코끼리 모양의 술병)과 같은 기물이 초한시대를 거쳐 당나라, 심지어 한국의 조선시대에도 남아 있었기에, 장기에도 상이 있다고 한다.[2] 사실 중국/인도에서도 코끼리 위엔 궁수를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한국사에서 저 '코끼리 궁수'에 대응하는 병종은 궁기병이었다.[3] 사실 기마궁수 문서를 봐도 알겠지만 실제 역사에서의 기마궁술은 실질적으로는 사거리가 조금 더 긴 기마창술에 가까웠다.[4] 실제로 중기병은 마처럼 기동성은 비교적 느려도 운용법이 직관적이고, 궁기병은 상처럼 기동성이 비교적 빠르지만 운용법이 까다롭다는 점도 비슷하다.[5] 한국사의 기병 운용 사례들을 보면 수성전을 하다가 교착상태가 되면 상대의 경비가 허술할 때 성문 밖으로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상대의 공성병기들을 파괴하고 재빠르게 성으로 복귀해 숨는 식이었다. 상 또한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상대가 차나 포를 잃게 만드는 데 최적화된 기물이다.[6] 하지만 비숍이 컬러바운드라는 약점 때문에 포처럼 대국이 진행될수록 급격히 유통기한이 오는 데 반해, 상은 극초반부터 극후반까지 꾸준히 맹활약하는 전천후 기물이다. 다만 좀 하자가 많은 전천후 기물일 뿐[7] 찻길이 상 때문에 봉쇄당한다던지, 혹은 상에게 포가 시달린다던지. 심하게는 상밭 때문에 궁의 움직임에 제약이 걸리기도 한다.[8] 이 고등마도 상대 졸병이 쫓아내버리면 면이 휑해진다.[9] 특히, 초보들끼리 하다보면 서로 상 먼저 갖다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10] 중반전에서 승부를 보려면 졸병을 앞으로 밀어 전투(졸병대)를 벌이면서 상대의 졸·병 라인을 뚫어내야 하는데, 상으로 상대의 졸·병을 쳐서 이 졸·병 라인을 약화시켜 놓으면 나중에 여기를 뚫어내기가 수월해진다.[11] 동시에 걸린 두 기물 중 하나가 도망가면서 장군을 부를 수 있는 자리, 멱을 막을 수 있는 자리, 또는 외통수를 겨냥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보자. 이런 자리가 있다면 걸려 있는 두 기물을 모두 살릴 수 있다.[12] 대표적으로 임대빈 프로.[13] 상으로 상대의 졸 방벽을 허물기 위해 졸을 하나 정도는 쳐도 괜찮다. 다만, 상대의 졸을 쳐서 진영 한 쪽을 허물 때는 (상졸타 이후) 확실히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쪽의 졸을 칠 것. ex) 상대 좌진에 졸이 2개, 아군 좌진에 졸이 3개라면 상대의 좌진졸을 쳐서 1:3의 구도를 만들라는 것. (이렇게 되면 상대 독졸은 아군의 삼졸 전진에 속절없이 무너져, 결과적으로 졸 방벽이 쉬이 허물어지게 된다.) 팁으로 만약 상으로 졸을 먹으려면 차를 하나 올려서 같이 잡는 방법도 좋다. 상으로 졸 하나 먹고 상을 먹는 졸은 차로 먹는 식으로 운용하면 괜찮다. 전문용어로 둘잡이, 혹은 양득이라고 부르는 전술로, 상당히 좋은 수다. 하지만 마가 면포 앞에 나와 있을 경우 이렇게 했다가 마에 의해 차, 포가 동시에 걸리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차로 장군을 부를 수 있다면 차장을 쳐서 차를 대피시킨 뒤, 다음 수에 포를 피신시키거나 마멱을 막아서 포를 지키면 큰 문제는 없다.[14] 장기판 위에 놓았을 경우 마의 멱자리는 4곳, 상의 멱자리는 12곳이다.[15] 用 행마가 차지하는 면적은 장기판 전체의 1/12에 해당하며, 마의 日 행마가 차지하는 면적의 3배이다.[16] 가장 위험한 자리라 봐도 무방하다. 이 자리에 상대의 상이 들어오면, 특히 외사일 경우 이 상 때문에 묶인 마나 포, 심하게는 차를 날리기도 하며, 궁의 퇴로를 제한시키는 역할까지도 하는 고로 외통수를 만들어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궁을 1선 귀퉁이로 피신시킨 상태에서 차장을 맞을 경우 도망갈 수 있는 윗자리를 이 상이 겨누기 때문이다.[17] 중포가 위로 넘을 수 있는 경우, 중포를 넘겨서 상대 상이 면포를 치는 길의 멱을 막아버리면 해결된다. 혹은, 한쪽 포가 도망가면서 차를 걸거나 장군을 친 뒤 그 다음에 상멱을 막거나 다른 포를 피신시키는 방법으로 양포를 살려도 된다.[18] 물론 이것은 같은 기력에 서로 이렇다한 실수가 없었을 경우의 가정이므로 실제로는 여러 가지의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 맞상에 대한 이해도, 방심이나 수읽기상 실수, 기력 차이 등이 있다.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는 맞상이 초 입장에서 별로라는 것이다. 때문에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지금도 맞상을 두고 있다.[19] 심지어 마와 상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장기와 다르게 샹치에서는 안상차림이 강제되기 때문에, 두 개의 상을 합쳐서 장기판의 단 7곳만 도달할 수 있다. 멱자리가 있는 것은 덤이다.[20] 사실 세계 어디를 가나 체스 계열의 보드게임에서 비숍/상에 해당하는 기물은 퀸/사에 해당하는 기물과 행마법이 거의 비슷하게 설계된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이트/마처럼 변한 장기가 특이한 사례이다. 장기에서 상의 행마는 차투랑가에서의 비숍/상에 해당하는 두 가지 행마를 적절히 혼합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