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Otto Moritz Walter Model[1]명원(命元) 작가의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와 그 프리퀄인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의 등장인물. 원 역사의 발터 모델을 모티브로 했다.
두 평행세계간의 행적 차이가 크지만, 공통적으로 非융커 출신으로 고위 장성에 올랐으며 융커들과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프로이센 군인의 장단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이는 에르빈 롬멜도 공유하는 점이지만, 모델의 전술지휘는 2차대전 당시 독일군에서도 정점에 달했다고 21세기에 재평가받는 인물인 만큼 그 강력함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단 이 사람도 전술 능력이 워낙 사기적이라 그렇지 전략안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집단군을 대대 단위까지 쪼개서 직접 지휘하는 특이한 지휘를 구사한다. 임무형 지휘체계를 중시하는 프로이센군뿐만 아니라 연합군도 집단군 단위까지 가면 직접 지휘가 아니라 휘하 장성들에게 명령하는 구조라는 걸 고려하면 이 사람의 지휘는 유독 특이한 편.[2] 기질 이전에 모델 외에는 누구도 구사 못한다고 분명히 명시되는 능력으로, 기동방어뿐만 아니라 공세까지 이게 가능해서 모델의 지휘는 '고기분쇄기'라고까지 불린다.[3][4]
2. 작중 행적
2.1.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
원 역사와 마찬가지로 동부 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르제프 전투가 지나가듯이 언급된 걸 보면 독소전쟁에서의 행적은 시기 차를 제외하면 원 역사와 동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켓 가든 작전을 반대하던 유진 킴이 쓰러지고 암살미수 당시 치명상을 입어서 의식불명이었던 히틀러가 깨어나자 동부전선에서 불려나와 몽고메리의 마켓 가든 작전에 맞수로 서부전선에 B집단군을 이끌고 투입된다. 유진 vs 모델의 2차 아미앵 전역(엄밀히는 마켓 가든 전역의 연장선이다)은 본작에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모든 전투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치밀한 수싸움이 오간 전투이며, 유진의 군사적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난 전투로 평가된다. 한 독자의 분석 결과 12345[5]2.1.1. 대붕괴(336~341화)
337화 : 첫 등장. 암살미수로 의식불명이었던 히틀러가 정신 차리고 대숙청이 끝난 뒤, 동부전선의 소련군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서부전선부터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6호 전차 티거의 구동계 개선이 진행 중이며, 5호 전차 판터의 초도생산분이 나왔다는 보고에 이들을 서부전선에 우선 배치하라 지시한다. 어차피 연합군은 항구를 확보하려 들 게 뻔하기 때문에 벨기에에서 적을 격멸하고 연합군이 수복한지 얼마 안 된 파리를 다시 함락시키자는 것이었다.히틀러가 모델에게 연합군을 격멸할 수 있냐 묻자 모델은 어렵다며, 지금 독일군이 공세를 편다면 연합군은 이를 방어한 뒤 벨기에로 오겠지만 그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일 테니 앉아서 적을 기다린 뒤 반격하면 된다고 대답한다. 히틀러가 공세 가능성을 묻자 모델은 입을 다물었지만 히틀러는 오이겐 킴(유진 킴의 독일어 인명)이 쓰러져 이탈한 상황에서[6] 복귀 전에 전공을 세우고 싶어할 놈들이 공세를 할 게 확실하며 벨기에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모델에게 방어와 역습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밀어주기로 약속한다. 모델은 오이겐 킴의 와병이 거짓말이면 어쩔 거냐 우려했지만 히틀러는 그게 정말 모략이라면 오이겐 킴은 쳐들어오는 게 아니라 앉아서 공세에 맞설 놈이라고 일축했고 사실이었다.[7]
338화 : 1941년 5월 11일 대군주 작전(노르망디 상륙 작전) 개시, 1941년 6월 25일 파리 해방. 그사이 무수히 많은 피가 흘렀으며, 루즈벨트가 병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8] 7월 13일, 영국 제21집단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공세는 그렇게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영국군 약 50만, 캐나다를 비롯한 타국군 약 20만, 미군 10만, 1만 대에 육박하는 전차, 수천 문의 야포와 수천 대의 항공기, 바다를 차지한 대영제국 왕립해군도 포함되었으며 물론 이는 비전투병력을 모두 따졌을 때의 숫자였고 실제로 전장에 투입되는 전투병력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그러나 제21집단군은 분명 과장 섞어 백만 대군이었다. 끌어모을 수 있는 보급을 영혼까지 모조리 끌어올리고, 벨기에와 네덜란드 일대를 단숨에 해방시키기 위한 대공세로, 볼로뉴, 칼레, 됭케르크, 그리고 앤트워프까지 확보하면 브리튼 섬에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막대한 물자가 곧장 쏟아지고, 네덜란드를 해방시킨 뒤 독일의 핵심 산업지대인 루르로 밀고 나가자는 구상이었다.
연합군의 공세가 시작되며 브뤼셀에서 향후 방침을 묻자 모델은 히틀러의 허락 하에 일시적으로 전부 내어주라 명령한다. 모델은 그럴 수밖에 없는 전역이긴 했지만 기대 이하의 뻔한 움직임이라 평하며 항구의 기능을 파괴하라고 지시한다. 항구를 내주면 안 된다는 건 히틀러뿐만 아니라 모델도 동의한 점이었다고. 참모 하나가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을 내줘도 되냐고 걱정하자 D학점이라 속으로 까고는 민간인에게 피해 입히지 말고 병력을 온존해 브뤼셀을 내주며 최대한 끌어들이라 명령한다.
사자의 아가리로 힘껏 달려오고 있는 연합군.
내륙의 도시는 얼마든지 내줘도 좋다. 연합군이 해방자를 자칭하는 이상, 도시를 해방하면 해방할수록 놈들은 거대한 난민들을 부양할 의무를 떠안게 된다.
놈들의 보급 역량에 과부하를 걸면서도, 끝없이 패퇴하는 모습을 보여 연합군의 진격을 더더욱 부채질한다.
(중략)
1870년, 보불전쟁.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독일은 언제나 프랑스를 상대로 싸웠다.
프랑스가 강할 때, 독일은 수백 조각으로 토막 나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프랑스를 꺾자 마침내 독일은 유럽의 패왕이 되었고, 그 프랑스에게 발목이 잡히자 결국 패전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니 독일제국의 군대가 프랑스를 제1적국으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독일의 장교는 일개 소위부터 저 꼭대기의 원수에 이르기까지, 그 뇌에다가 프랑스 ― 베네룩스 ― 독일 지도와 교통로에 대해선 인두로 지질 듯 뚜렷하게 박아놔야만 했다.
지형적 요소는 너무나 아군에 유리하며.
적은 시간제한과 보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략)
“우리는 앤트워프까지 적을 끌어들인다.”
놈들의 공세가 한계에 다다를 시점.
앤트워프는 연합군의 스탈린그라드가 될 것이고.
적들에겐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이번엔 도망칠 됭케르크가 없으리라.
모델의 머릿속에서 연합군은 이미 거대한 포위망에 갇혀 소멸하고 있었다.
내륙의 도시는 얼마든지 내줘도 좋다. 연합군이 해방자를 자칭하는 이상, 도시를 해방하면 해방할수록 놈들은 거대한 난민들을 부양할 의무를 떠안게 된다.
놈들의 보급 역량에 과부하를 걸면서도, 끝없이 패퇴하는 모습을 보여 연합군의 진격을 더더욱 부채질한다.
(중략)
1870년, 보불전쟁.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독일은 언제나 프랑스를 상대로 싸웠다.
프랑스가 강할 때, 독일은 수백 조각으로 토막 나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프랑스를 꺾자 마침내 독일은 유럽의 패왕이 되었고, 그 프랑스에게 발목이 잡히자 결국 패전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니 독일제국의 군대가 프랑스를 제1적국으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독일의 장교는 일개 소위부터 저 꼭대기의 원수에 이르기까지, 그 뇌에다가 프랑스 ― 베네룩스 ― 독일 지도와 교통로에 대해선 인두로 지질 듯 뚜렷하게 박아놔야만 했다.
지형적 요소는 너무나 아군에 유리하며.
적은 시간제한과 보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략)
“우리는 앤트워프까지 적을 끌어들인다.”
놈들의 공세가 한계에 다다를 시점.
앤트워프는 연합군의 스탈린그라드가 될 것이고.
적들에겐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이번엔 도망칠 됭케르크가 없으리라.
모델의 머릿속에서 연합군은 이미 거대한 포위망에 갇혀 소멸하고 있었다.
이때 서술을 보면 알겠지만 이 일대의 지리는 영국군보다 틈만 나면 프랑스를 들쑤셔대던 독일군이 더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1941년 7월 14일 영국 제21집단군이 프랑스 북부를 수복하기 시작해 영국군이 벨기에 국경을 넘었고, 이프르, 파스샹달을 장악한다. 1차대전 당시 독일제국의 침략에서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고생했던 영국군에게는 경사였다. 7월 16일 영국군은 됭케르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7월 17일 영국군이 브뤼셀에 입성하였다. 하지만 이즈음 브래들리는 몽고메리에게 원래 계획과 달리 브뤼셀에 추가된 것에 너무 돌출되어 미국이 측면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몽고메리는 앤트워프가 목전에 다다랐다며 무시했다. 이에 브래들리는 이번 마켓 가든 공세를 위해 영국군 제21집단군에 물자가 집중되어 현재 대다수 미군 야전부대는 3일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항변하며, 브뤼셀은 독일군의 함정이니 항구 확보에만 전념하고 전선을 가다듬어야 한다 주장했다. 연합군 부사령관직이지만 실권을 행사하지 못하던 영국군의 알렉산더 장군은 일리가 있다고 동의하지만 몽고메리는 앤트워프까지 진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여태까지 독일군이 쉽게 밀린 걸 보니 독일군이 약한 게 분명하다며 무시했다.
몇 주 뒤, 독일군의 미미한 저항을 짓밟으며 진격한 영국군은 마침내 앤트워프 근교에 다다랐고 거기서부터 비로소 방어라 부를 만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일군은 앤트워프 방어에 몰두하고 있으며 앤트워프의 항만 항만 시설을 사용하려면 스켈트(Scheldt)강과 그 하구도 모두 점령해야 하지만 독일군이 요새화를 완료하고 완강히 저항하고 있었다. 몽고메리는 캐나다군은 뭘 하냐며 지체되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벨기에의 도로 사정은 최악이라 수십만 대군이 사실상 도로의 끝에서 끝까지 늘어져 있었고, 독일군은 군데군데 벌레가 과일을 파먹듯 교량을 끊어버리며 안 그래도 숨 막히는 교통을 더더욱 옥죄었다. 추석의 대한민국 고속도로를 아득히 상회하는 끔찍한 교통 정체가 일상적으로 일어났고, 헌병들은 악을 쓰며 트럭과 전차를 전방으로 보내려 했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맺는 일은 없었다. 앤트워프 인근에 다다른 부대들은 어디 하나 가릴 것 없이 하나같이 탄약이 부족하다며 아기새처럼 입을 쩍쩍 벌려댔고, 후방의 부대는 나아갈 수가 없어 손가락만 빠는 형국이라 앤트워프를 함락시켜야 했다. 이때 모델은 독일군에게 0600을 기해 전 전선에서 반격을 개시해 벨기에 전역에 있는 연합군을 궤멸시키라고 명령한다. 이 때문에 연합군은 원 역사보다 훨씬 처참하게 마켓 가든 작전을 말아먹고 만다.
이 패튼도, 마셜도, 맥아더도, 월레스도, 처칠도, 몬티도 독일군을 무슨 동네 양아치 수준으로 만만하게 여기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독일군에게 나라가 짓밟혀 본 드골은 그래도 제정신이라는 점.
하지만 그는 눈이 훼까닥 돌아버린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독일군이 세다는 걸 알아도 들이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원 역사를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역사를 뒤틀었는지도 대강 알고 있다.
지금 독일군은 원 역사 1944년에 비해 훨씬 막강하며, 그동안 전면적인 대규모 전투 대신 기동전과 기만전, 거기에 내부 혼란까지 겹치며 사실상 날로 먹었던 미군의 전투력은 당나라 군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북아프리카 전역부터 종군했던 숙련병들은 기대해봄직도 하겠다만, 바로 그 숙련병들을 일선에 내세웠기 때문에 그나마 파리 해방이라도 가능했던 거다. 이젠 정말 무리다.
그런데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나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대규모 공세 명령을 내려야 할 판이고, 도대체 얼마나 우리 애들이 죽어나갈진 감도 잡히지 않는다
과연 내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다고 해서, 대전제부터 글러먹은 이 작전의 사상자 수를 줄일 수 있는가?
아닌 것 같은데.
(중략)
“상식적으로, 총사령관이 이렇게 애걸복걸하면서 반대하는 작전을 강행하려면 보통은 그놈을 해임하고 작전에 찬성하는 새 인물을 임명하지 않습니까.”
(중략)
이게 당연한 거다. 이게 문민통제고.
원 역사의 한국전쟁에서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를 해임한 것과 똑같다. 직업군인에겐 자신의 의지가 있고, 이걸 도저히 꺾을 수 없다면 새 사람 꽂아야지.
그런데 이 개자식들은 끝까지 날 이 망할 의자에 못 박고 안 풀어준다.
왜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날 너무 신뢰해서, 라는 결론이 나오겠지만 이미 피에 굶주린 쥐불놀이맨 유진 킴의 대가리에선 절대 긍정적인 답이 출력되지 않는다.
이 씨벌롬들, 나 견제하는 거냐 지금.
백전불패의 장군이라는 명성에 기어이 장병들의 피를 칠하고 싶은 거냐.
이건 절대 전략적으로 합당한 선택지가 아니다.
굳이 따지면, 워싱턴 D.C. 특유의 퀘퀘하고도 음침한 정치꾼들이 고를 법한 선택지지.
총사령관 유진 킴을 상대로 이런 짓거리를 해봤자 어떠한 이득도 없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후보, 국민적 영웅에 흠집을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달콤한 방법이다. 대관절 어느 당의 누가 할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지지를 얻기 글렀다고 판단한 D.C.의 정치인이라면 참을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정치적으로 생각해 보십쇼, 정치적으로. 절 자른 놈은 시민들에게 옴팡지게 욕을 처먹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지휘봉을 잡아 공세를 개시하고 그 결과 패했다면, 패전 뒤에 암만 나는 이 작전 반대했다고 떠들어 봤자 가족을 잃은 대중들에겐 좆까는 소리로밖에 안 들릴 겁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총사령관직을 유지한다면, 그건 높으신 분들이 제게 한 번 더 기대하고 ‘봐주는’ 겁니다. 더 이상 언터처블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를 수 있는 존재로 격하되는 셈이지요. 저는 여태까지 최대한 많은 장병들을 살려서 귀국시키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정치인들은 전쟁 다 끝난 것처럼 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미치광이 같은 발상은 나오지 않지요. (이기면 되지 않냐는 패튼의 말에) 그래도 큰 상관 없습니다. 그땐 인명 피해가 막심하다고 물고 늘어지면 되니까요. (피해를 줄이고 이기면 되지 않냐는 패튼의 말에) 그럼 베를린 가자고 하겠죠.”
이래저래 가불기.
그래서 고민했었다.
몇 날 며칠을 술만 줄창 마시면서,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심했다.
어차피 나는 정치할 생각도 없었지 않았나.
내가 언터처블이라는 게 정치인들에게 목 막힌 것 같은 불편함을 준다면, 그게 전쟁 수행에 문제가 된다면 신적강하 못할 게 뭐가 있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아이크에게 미안한 느낌이었다. 그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서.
나는 항상 몬티에게 일말의 찝찝함을 품고 있었다. 그의 화려한 전과는 이 세상에 없으니.
그래서,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대신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자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결과 도로 더 많은 사람이 죽게 생겼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를 앞당기려면, 내가 등 뒤에서 칼을 맞을 순 없다.
사분오열돼서 뭐 하나 꼼지락거리려 하면 온갖 나라들 다 신경 써줘야 하는 연합군 꼬라지도.
우리 정치인 나으리들 심기 거스를까 고민하며 대가리 돌려야 하는 이 상황도.
전부 단칼에 해치워버린다.
이게 내 결론이다.
(중략)
“이미 사임하겠단 의사도 밝혀 놨습니다. 몬티가 좆같은 소릴 했으니 몽고메리나 저, 둘 중 한 놈을 자르란 소릴 했다고도 증언해 주시고요. 아무튼 그런 와중에 총사령관이 쓰러지기까지 했으니 제가 잠시 요양하는 건 큰 문제가 안 될 겁니다. 그쵸? 이기면 문제없습니다. 그럼 제가 독일군을 너무 과대평가한 병신인 거고, 제 무능이 뽀록났으니 후방 보직으로 빠져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지면?”
지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지.
모든 힘을 총동원해 내가 이 악물고 이 작전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사방천지에 다 떠든다.
다가오는 재앙을 막으려 했던 전쟁영웅.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위대한 전쟁영웅의 조언을 무시한 채 급발진해버린 정치가들.
이 시점에서 나는 천상계를 뛰어넘어 신계로 접어든다.
원균이 조선 수군을 말아 처먹은 이후의 충무공처럼, 나는 절대적인 권한을 잡을 수 있다. 잡을 수 있게 모든 뒷공작을 다할 테니까.
“몽고메리는 최소 좌천. 이번 기회에 그 싸가지 없는 놈의 모가지를 딸 겁니다. 처칠도 같이 묻어버릴 수 있을지는 봐야 알겠고. 여기까지 계획이 착착 맞아떨어지면 저는 연합군을 완벽하게 장악해 히틀러와 최후의 일전에 나설 수 있습니다.”
(중략)
(유진을 미쳤다고 욕하는 패튼의 말에)“크헤헤헤! 그럼 꼰지르시면 됩니다. 미치광이가 지휘권을 공고히 하려고 헛짓거리한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꼰지르면 돼요! 그럼 전 끝장이겠지만, 적어도 미친놈이 지휘봉 잡는 것보단 낫잖습니까.”
335화 균열(8) 中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독일군에게 나라가 짓밟혀 본 드골은 그래도 제정신이라는 점.
하지만 그는 눈이 훼까닥 돌아버린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독일군이 세다는 걸 알아도 들이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원 역사를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역사를 뒤틀었는지도 대강 알고 있다.
지금 독일군은 원 역사 1944년에 비해 훨씬 막강하며, 그동안 전면적인 대규모 전투 대신 기동전과 기만전, 거기에 내부 혼란까지 겹치며 사실상 날로 먹었던 미군의 전투력은 당나라 군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북아프리카 전역부터 종군했던 숙련병들은 기대해봄직도 하겠다만, 바로 그 숙련병들을 일선에 내세웠기 때문에 그나마 파리 해방이라도 가능했던 거다. 이젠 정말 무리다.
그런데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나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대규모 공세 명령을 내려야 할 판이고, 도대체 얼마나 우리 애들이 죽어나갈진 감도 잡히지 않는다
과연 내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다고 해서, 대전제부터 글러먹은 이 작전의 사상자 수를 줄일 수 있는가?
아닌 것 같은데.
(중략)
“상식적으로, 총사령관이 이렇게 애걸복걸하면서 반대하는 작전을 강행하려면 보통은 그놈을 해임하고 작전에 찬성하는 새 인물을 임명하지 않습니까.”
(중략)
이게 당연한 거다. 이게 문민통제고.
원 역사의 한국전쟁에서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를 해임한 것과 똑같다. 직업군인에겐 자신의 의지가 있고, 이걸 도저히 꺾을 수 없다면 새 사람 꽂아야지.
그런데 이 개자식들은 끝까지 날 이 망할 의자에 못 박고 안 풀어준다.
왜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날 너무 신뢰해서, 라는 결론이 나오겠지만 이미 피에 굶주린 쥐불놀이맨 유진 킴의 대가리에선 절대 긍정적인 답이 출력되지 않는다.
이 씨벌롬들, 나 견제하는 거냐 지금.
백전불패의 장군이라는 명성에 기어이 장병들의 피를 칠하고 싶은 거냐.
이건 절대 전략적으로 합당한 선택지가 아니다.
굳이 따지면, 워싱턴 D.C. 특유의 퀘퀘하고도 음침한 정치꾼들이 고를 법한 선택지지.
총사령관 유진 킴을 상대로 이런 짓거리를 해봤자 어떠한 이득도 없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후보, 국민적 영웅에 흠집을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달콤한 방법이다. 대관절 어느 당의 누가 할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지지를 얻기 글렀다고 판단한 D.C.의 정치인이라면 참을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정치적으로 생각해 보십쇼, 정치적으로. 절 자른 놈은 시민들에게 옴팡지게 욕을 처먹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지휘봉을 잡아 공세를 개시하고 그 결과 패했다면, 패전 뒤에 암만 나는 이 작전 반대했다고 떠들어 봤자 가족을 잃은 대중들에겐 좆까는 소리로밖에 안 들릴 겁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총사령관직을 유지한다면, 그건 높으신 분들이 제게 한 번 더 기대하고 ‘봐주는’ 겁니다. 더 이상 언터처블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를 수 있는 존재로 격하되는 셈이지요. 저는 여태까지 최대한 많은 장병들을 살려서 귀국시키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정치인들은 전쟁 다 끝난 것처럼 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미치광이 같은 발상은 나오지 않지요. (이기면 되지 않냐는 패튼의 말에) 그래도 큰 상관 없습니다. 그땐 인명 피해가 막심하다고 물고 늘어지면 되니까요. (피해를 줄이고 이기면 되지 않냐는 패튼의 말에) 그럼 베를린 가자고 하겠죠.”
이래저래 가불기.
그래서 고민했었다.
몇 날 며칠을 술만 줄창 마시면서,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심했다.
어차피 나는 정치할 생각도 없었지 않았나.
내가 언터처블이라는 게 정치인들에게 목 막힌 것 같은 불편함을 준다면, 그게 전쟁 수행에 문제가 된다면 신적강하 못할 게 뭐가 있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아이크에게 미안한 느낌이었다. 그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서.
나는 항상 몬티에게 일말의 찝찝함을 품고 있었다. 그의 화려한 전과는 이 세상에 없으니.
그래서,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대신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자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결과 도로 더 많은 사람이 죽게 생겼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를 앞당기려면, 내가 등 뒤에서 칼을 맞을 순 없다.
사분오열돼서 뭐 하나 꼼지락거리려 하면 온갖 나라들 다 신경 써줘야 하는 연합군 꼬라지도.
우리 정치인 나으리들 심기 거스를까 고민하며 대가리 돌려야 하는 이 상황도.
전부 단칼에 해치워버린다.
이게 내 결론이다.
(중략)
“이미 사임하겠단 의사도 밝혀 놨습니다. 몬티가 좆같은 소릴 했으니 몽고메리나 저, 둘 중 한 놈을 자르란 소릴 했다고도 증언해 주시고요. 아무튼 그런 와중에 총사령관이 쓰러지기까지 했으니 제가 잠시 요양하는 건 큰 문제가 안 될 겁니다. 그쵸? 이기면 문제없습니다. 그럼 제가 독일군을 너무 과대평가한 병신인 거고, 제 무능이 뽀록났으니 후방 보직으로 빠져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지면?”
지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지.
모든 힘을 총동원해 내가 이 악물고 이 작전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사방천지에 다 떠든다.
다가오는 재앙을 막으려 했던 전쟁영웅.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위대한 전쟁영웅의 조언을 무시한 채 급발진해버린 정치가들.
이 시점에서 나는 천상계를 뛰어넘어 신계로 접어든다.
원균이 조선 수군을 말아 처먹은 이후의 충무공처럼, 나는 절대적인 권한을 잡을 수 있다. 잡을 수 있게 모든 뒷공작을 다할 테니까.
“몽고메리는 최소 좌천. 이번 기회에 그 싸가지 없는 놈의 모가지를 딸 겁니다. 처칠도 같이 묻어버릴 수 있을지는 봐야 알겠고. 여기까지 계획이 착착 맞아떨어지면 저는 연합군을 완벽하게 장악해 히틀러와 최후의 일전에 나설 수 있습니다.”
(중략)
(유진을 미쳤다고 욕하는 패튼의 말에)“크헤헤헤! 그럼 꼰지르시면 됩니다. 미치광이가 지휘권을 공고히 하려고 헛짓거리한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꼰지르면 돼요! 그럼 전 끝장이겠지만, 적어도 미친놈이 지휘봉 잡는 것보단 낫잖습니까.”
335화 균열(8) 中
난 결국 작전의 강행을 막지 못했다.
더 많은 희생을 막겠다는 명목 하에, 눈앞의 작은 희생을 보면서도 눈을 감았다. 결국 나 또한 숫자로 전쟁을 바라보는 부류가 되었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이제 나도 아들 잃은 애비가 되었다. 양심의 가책이고 나발이고 그딴 게 남아 있을 것 같나?
대체 어디 사는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참 축하한다.
이제 나도 당신들과 동급으로 굴러떨어졌으니.
(중략)
도대체 몽고메리는 무슨 근거로 몇십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벨기에에 처박았을까?
내게 아주 약간의 동정심이나 다른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면, 당장 자리 털고 일어나서 총사령관 자리를 되찾은 뒤 후퇴를 명령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간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영웅 몽고메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실드를 칠 게 뻔하다.
(중략)
뻔하지. 눈 감고 봐도 아주 훤하다 훤해.
솔직히 몽고메리가 저 병력을 진짜로 싹 다 날려먹으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신이 아득해지긴 하는데, 저딴 소릴 평생… 아니, 역사가 남아 있는 동안 대대손손 음모론 비스무리하게 저딴 소릴 들을 걸 생각하면 정이 싹 달아난다.
절대 내가 먼저 일어나면 안 된다.
완벽하게 작전이 실패할 때까지.
파멸이 명백해져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내가 여기 드러누워 있을 만한 가치가 생긴다.
환자의 암을 제거하겠다고 배를 쨌는데, 아직 암을 꺼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출혈이 너무 심하니 그냥 닫읍시다’ 하고 봉합해버리는 짓 따위.
이젠 못 한다. 너무 늦었다.
그래.
마지막 순간까지, 난 이 병실에서 팔짱 끼고 앉아만 있겠다.
더 많은 희생을 막겠다는 명목 하에, 눈앞의 작은 희생을 보면서도 눈을 감았다. 결국 나 또한 숫자로 전쟁을 바라보는 부류가 되었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이제 나도 아들 잃은 애비가 되었다. 양심의 가책이고 나발이고 그딴 게 남아 있을 것 같나?
대체 어디 사는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참 축하한다.
이제 나도 당신들과 동급으로 굴러떨어졌으니.
(중략)
도대체 몽고메리는 무슨 근거로 몇십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벨기에에 처박았을까?
내게 아주 약간의 동정심이나 다른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면, 당장 자리 털고 일어나서 총사령관 자리를 되찾은 뒤 후퇴를 명령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간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영웅 몽고메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실드를 칠 게 뻔하다.
(중략)
뻔하지. 눈 감고 봐도 아주 훤하다 훤해.
솔직히 몽고메리가 저 병력을 진짜로 싹 다 날려먹으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신이 아득해지긴 하는데, 저딴 소릴 평생… 아니, 역사가 남아 있는 동안 대대손손 음모론 비스무리하게 저딴 소릴 들을 걸 생각하면 정이 싹 달아난다.
절대 내가 먼저 일어나면 안 된다.
완벽하게 작전이 실패할 때까지.
파멸이 명백해져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내가 여기 드러누워 있을 만한 가치가 생긴다.
환자의 암을 제거하겠다고 배를 쨌는데, 아직 암을 꺼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출혈이 너무 심하니 그냥 닫읍시다’ 하고 봉합해버리는 짓 따위.
이젠 못 한다. 너무 늦었다.
그래.
마지막 순간까지, 난 이 병실에서 팔짱 끼고 앉아만 있겠다.
한편 원 역사의 지식과 본인의 전략안으로 마켓 가든 작전의 실패를 일찍부터 예측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압박을 받다 장남 실종 소식까지 듣고 쓰러졌던 유진은 런던에서 실시간으로 군사 작전에 대한 보고서를 받고 있었고, 이를 통해 전황을 정확하게 예측하지만 장남 헨리가 죽은 줄 알고 있던 유진은 흑화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의 명량 충무공 계획을 이루기 위해 방관한다. 애초에 여러 정치적 문제로 말해봐야 들어줄 상황도 아니긴 했지만. 참고로 이때 유진은 나름의 경로로 몽고메리가 자기 기절하자마자 패드립을 친 것도 알고 있었다.[9]
340화 : 연합군의 마켓 가든 공세가 개시된 지 정확히 2주 뒤, 1941년 7월 27일. 노르망디에 연합군이 첫발을 내디딘 이후 최초로, 동쪽에서부터 한 무리의 항공기가 떼를 지어 나타났다. 프랑스가 프랑스가 무너지고 됭케르크로 내몰리던 시절 이후로, 제공권은 늘 연합군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독일군이 제공권을 잡았다. 독일의 제2인자, 헤르만 괴링이 자식처럼 보살피며 키우던 루프트바페는 동생 알베르트 괴링이 찰스 폰지를 통해 홀로코스트와 T-4를 폭로한 여파로 입지가 약해져 전쟁 초기처럼 육해군에 갈 자원마저 싸그리 빨아먹지는 못했지만, 원 역사의 영국 본토 항공전 대신 영국 공군의 독일 항공전이 전쟁 초기부터 시작되면서 갈고닦은 공대공 전투 역량을 벨기에와 북프랑스 일대에서 쏟아부은 것이다. 3년 전, 불타는 벨기에와 프랑스를 뒤로한 채 됭케르크를 향해 도망쳤던 영국군 최고의 숙련병들은 슈투카를 보고 또 같은 상황이냐며 이프르에서 죽은 1차대전의 망령들이 동지를 찾고 있다는 괴담까지 떠들며 혼란에 빠졌다. 경력직 대공포병이 극소수인 상태에서 야전교범을 긁어모아 반격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독일 육군은 루프트바페의 조력에 만족을 표하며 교량을 부수면 부교를 설치하려 들 테니 교량을 일부러 남겨 병목현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공포를 죄다 하늘로 치켜세운 틈을 타 SS까지 포함해 판터와 티거를 대거 포함한 기갑부대를 밀어넣었다. 그렇게 모델이 지휘하는 대규모 기갑부대가 연합군의 부드러운 오른쪽 옆구리를 강타했고, 브뤼셀 남쪽에 반쯤 방치되어 있던 미합중국 육군 제12군단은 모델의 첫 일격을 정면에서 얻어맞고 말았다.
미 12군단은 영국군이 기갑사단도, 전차대대도, 대전차자주포, 트럭을 포함한 군단의 모든 역량을 빼앗아갔다며 사령부에게 쌍욕을 퍼부은 뒤 독일 집단군이 다시 한 번 대규모 포위망을 구성하고 벨기에에 진입한 연합군을 통째로 싸먹으려는 계획을 파악해 후퇴를 포기하고 모두 죽기로 결심한다. 미 12군단장은 죽일 놈은 몽고메리지 앤트워프로 달려간 병사들이 아니라며 양 21집단군이 아닌 브래들리와 총사령부에 통신을 시도하고 재주껏 싸우다가 여력이 없으면 항복하라고 명령한다. 그때까지 본대가 후퇴하기를 원했지만 3일 후, 미 12군단이 소멸할 때까지 베르사유의 연합군 총사령부는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총사령부가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포위망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제12군단의 처절한 사투를 뛰어넘은 독일군은 단숨에 벨기에 남부를 돌파했고, 샤를루아 ― 몽스를 지나 릴(Lille)을 타격하고 이프르를 향해 나아갔다. 벨기에로 진입한 제21집단군의 탈출로는 시시각각 좁아지고 있었고, 교통 상태를 고려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살아서 저 포위망을 빠져나올 수 있을진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미군과 캐나다군에게 책임전가를 하고는 칼레와 됭케르크를 공략하던 부대를 빼내 이프르 방면 독일군을 저지하고, 랑스(Lens)에 있던 병력이 곧장 돌파를 시도하는 독일군을 격파하면 된다 헛소리를 하고는 미군이 약하다고 계속 욕하자 결국 브래들리가 폭발해[10] 몽고메리에게 기둥뿌리를 뽑아가 12군단의 파멸에 일조하고는 상급부대 지휘관의 책임까지 떠넘기려 하면 살아서 이곳을 못 나갈 거라며 멱살 잡고 화냈다.
그렇게 벤치 클리어링을 방불케 하는 소란 끝에 이프르 일대에서 연합군이 크게 패해 퇴각하고 있다는 추가 보고가 들어온다. 그 말을 들은 몽고메리는 포위망 완성 아니냐며 영국군은 웨스트포인트와 다르게 가르치냐고 씹었다. 영 제21집단군의 허리가 잘린 것이다. 이에 알렉산더는 브래들리에게 미국이 즉각 북상해서 포위망의 완성을 저지할 수 없냐 묻자 탄약도 기름도 없는 현재의 미군은 불가능하며 그 물자는 지금 전부 벨기에에 가있기 때문에 탄약 그득한 영국군이 가야 한다고 냉담하게 대답했다. 미군 장성들이 먼저 회의장을 나가자 기자들은 벨기에 탈환전 상황에 대해 물었고, 브래들리는 몽고메리 씨는 전사통지서 50만 장을 써야 해서 좀 바쁘다는 대답을 하고 떠났다. 그제서야 연합군이 패배한 것을 알게 된 기자들은 크게 당황하며 헬게이트가 열렸다.
341화 : 처칠은 그제서야 나폴레옹 때와 됭케르크 철수도 능가한 영국 육군 사상 최악의 대패를 당했다는 보고를 듣고 영 제21집단군이 포위당했다는 말을 들은 처칠은 3년 전 됭케르크 철수 때와 별반 다르지도 않은데 왜 당한 거냐 당황하지만[11] 3년 전과 달리 항구가 없고 미 12집단군은 보급 문제로 인해 움직일 수 없다는 대답을 듣자 “그러니까… 수십만 장병들이 포위되었다고? 벨기에에? 또?!”라고 절규한다.[12] 군부에서는 처칠에게 사임할까 자살할까를 선택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고,[13] 자살충동까지 느끼며 좌절한 채 차에 타고 도로로 나가자마자 영국군의 처참한 상황이 신문으로 알려지며 영국인들이 "처칠이 또 '갈리폴리 했다!"며 분노를 토해내는 말을 들자 이 정도로 터지면 여론을 연착륙시킬 수도 없다고 절망한다.
벨기에에 포위당한 영국 집단군은 단순한 50만 군대가 아니었다. 영국군 최고 정예였고, 정예 50만 대군이 소멸하면 영국에는 더 이상 육군으로 전쟁을 지속할 만한 여력이 남지 않는다. 거기다 캐나다군을 비롯한 영연방군 20만으로 인한 정치적 문제와 미군이 영국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음에도 미국 사상 최초의 군단 소멸이라는 대참사가 나서 미국도 빡친 상태라 정치적 문제도 심각했다. 그 상태에서 더 쥐어짜내기 위해서는 모든 식민지를 포기할 각오를 해야 했고, 영국의 위신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져 전쟁이 끝나자마자 식민지가 모두 떨어질 정도의 대참사였다. 심지어 2차대전 내내 영국군은 전투력과 별개로 전공은 형편없었고,###[14] 결국 이후 얄타 회담에서 소련과 미국에게 쌍으로 치여 외교적 위신이 완전히 몰락하는 원인이 되었다.[15][16]
대영제국엔 전쟁영웅이 필요하다며 몽고메리를 크게 부각시킨 이도 처칠.
몇 번이고 현장에서 마찰이 일어났지만 몽고메리를 전적으로 지지한 이도 처칠.
지금이야말로 군사적 승리를 쟁취하고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켜야 한다며 마켓 가든 작전을 푸시한 이도 처칠.
의도는 좋았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원래부터 뜯어말리기 어려운 황소 같은 인간이었던 처칠은, 몽고메리라는 지지자를 얻으면서 절대 꺾을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몇 번이고 현장에서 마찰이 일어났지만 몽고메리를 전적으로 지지한 이도 처칠.
지금이야말로 군사적 승리를 쟁취하고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켜야 한다며 마켓 가든 작전을 푸시한 이도 처칠.
의도는 좋았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원래부터 뜯어말리기 어려운 황소 같은 인간이었던 처칠은, 몽고메리라는 지지자를 얻으면서 절대 꺾을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무수히 많은 군중들이 몰려와 총리가 사는 곳을 향해 돌을 던져댔고, 대영제국 총리의 뚝배기가 깨지는 사태만큼은 막기 위해 군인들이 다급히 경호에 나서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단 며칠 사이 처칠은 불이 꺼진 담배꽁초처럼 사그라들었다.
“몬티… 육군을, 육군을 돌려줘… 부탁이네, 제발….”
어째서냐.
정말 이프르의 망령들에게 홀리기라도 한 거냐.
틀림없이 항구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 아니었나?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단 며칠 사이 처칠은 불이 꺼진 담배꽁초처럼 사그라들었다.
“몬티… 육군을, 육군을 돌려줘… 부탁이네, 제발….”
어째서냐.
정말 이프르의 망령들에게 홀리기라도 한 거냐.
틀림없이 항구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 아니었나?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1941년 8월 1일, 처칠은 총리 관저에 틀어박혀 다 끝났다고 폐인처럼 지내다 보좌관 하나가 들어와 아직 대영제국은 총리가 필요하다 위로하고, 처칠은 십자가에 걸 제물 아니냐고 푸념하자 애틀리가 킴을 만나고 있다고 언질을 준다. 그 말을 들은 처칠은 애틀리가 자기 후임이 되는 거냐며 런던의 킴이 누군지 잠깐 고민하다가 유진 킴이라는 보좌관의 말을 듣고 의욕을 되찾는다. 뛰어난 전공으로 유명하며 마켓 가든의 실패를 예견했던 유진이라면 구출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희망사항에 더 가까웠지만 보좌관은 굳이 거기까지 태클을 걸지는 않았고, 처칠은 일부러 시민들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보좌관과 짜고 볼품없이 꾸며 유진을 찾아간다. 처칠은 사고를 많이 치는 인간이지만, 그 사고를 어떻게든 뒷처리하는 것도 처칠이라고.
한편 유진은 유진대로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끌기 위해 일부러 볼품없이 꾸몄고,[17] 애틀리와 같은 시간대에 찾아온 맥아더가 애틀리를 돌려보냈다. 유진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찾아온 것이지만, 영국인들의 특성상 유진이 지면 죄다 유진 탓을 할 게 뻔해 맥아더가 욕 한 바가지 퍼붓고 쫓아냈다고.[18] 유진은 내가 미리 경고했는데 왜 안 들었냐며 힐난하고, 맥아더는 평소의 자존심과 에고이즘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사과한다.
모두가.
정치인들도, 외국인들도, 심지어 나와 몇십 년을 같이 일했던 사람들조차 독일이 곧 무너지고 올해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전 결판이 나리라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극약처방까지 동원해야 했던 것이고.
정치인들도, 외국인들도, 심지어 나와 몇십 년을 같이 일했던 사람들조차 독일이 곧 무너지고 올해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전 결판이 나리라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극약처방까지 동원해야 했던 것이고.
맥아더가 전쟁부 장관으로서 최대한 엠바고를 해놓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도 12군단 소멸이 알려졌다며 유진에게 다시 나서줄 것을 부탁하고, 유진이 그동안 부재중이었던 나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인간이 나타나지 않겠냐고 고사하자 맥아더는 무릎까지 꿇으려 하면서 유진에게 부탁한다. 직후 처칠이 나타나 몽고메리에게 책임전가를 하며 제발 영국군을 구해달라 싹싹 빌었고, 이에 유진은 받아들인다.[19][20]
“지금 사람들에겐 영웅이 필요해. 가장 부족한 게 뭐일 것 같나. 총알? 빵? 아냐. 희망이야!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 그 상징인 자네가 필요하다고!”
그 처절한 외침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원하던 판이 거의 완성되었다.
몬티는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어 어마어마하게 꼬라박았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다. 이 전쟁은 독일군이 초대박 로또 한 번 터뜨렸다고 뒤집힐 정도로 만만한 판이 아니니까.
하지만 죽은 이들.
그리고 앞으로 죽을 이들.
그 어마어마한 무게를 생각하니 절로 현기증이 난다.
다음 수를 어디서 어떻게 둬야 할지, 가장 명확한 승리의 공식은 무엇일지… 이제 내 역량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무겁다.
무섭다.
하지만 맥아더의 말마따나,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 처절한 외침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원하던 판이 거의 완성되었다.
몬티는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어 어마어마하게 꼬라박았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다. 이 전쟁은 독일군이 초대박 로또 한 번 터뜨렸다고 뒤집힐 정도로 만만한 판이 아니니까.
하지만 죽은 이들.
그리고 앞으로 죽을 이들.
그 어마어마한 무게를 생각하니 절로 현기증이 난다.
다음 수를 어디서 어떻게 둬야 할지, 가장 명확한 승리의 공식은 무엇일지… 이제 내 역량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무겁다.
무섭다.
하지만 맥아더의 말마따나,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2.1.2. 연합국의 검(342~347화)
342화 : 처칠은 노동당 애틀리의 뜻에 따라 당장은 짤리지 않았다. 우유 원정대 당시 후버처럼 처칠이 사고친 뒷수습을 본인들이 떠맡기 싫어서였다.[21] 유진은 애틀리가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처칠 뒷처리를 하고 몽고메리와 싸울 바에 원조 잉글리쉬 불독 처칠에게 맡기는 게 나았을 거라 평하며, 유진은 유진대로 현실을 받아들여 고개를 숙인 처칠의 처신과 몽고메리의 발악 때문에 처칠을 내버려두기로 한다.유진은 처칠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일단 지금은 입 다물어야 한다는 걸 모를 정도로 빡대가리 정치인은 아니라는 건 신뢰하고 있었고, 단지 나중에 헛소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포위된 제21집단군의 구출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못박는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는 약점을 늘려주는 것뿐이기 때문에 '노력'하겠다는 말만 했고[22] 결국 처칠은 ‘유진 킴이 우리 애들 구출해 준다고 했습니다!’ 같은 기적의 탈룰라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희망고문만 당하고 돌아간다. 이를 본 맥아더는 미국에 12군단 소식이 전해지면 미국의 여론이 요동칠 텐데 처칠을 남겨놔도 괜찮겠냐 묻고, 유진은 그래서 그 자리에 남겨놓은 거라고 대꾸한다.
원래 불꽃놀이는 축제 마지막에 하는 법이다.
애초에 축제 주제가 불꽃 축제면 또 몰라, 이것저것 행사 다 한 다음 마지막에 삐슝빠슝 하면서 쏴 올리는 거 구경한 뒤 귀가하는 게 정석이라고.
처칠은 제 자리에 싸지른 똥 본인 손으로 다 치운 뒤, 아직 실상을 정확히 모르는 영국과 미국 국민들이 피에 굶주린 콜로세움 관람객으로 변신해 KILL! KILL! KILL! 을 외칠 때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슬쩍 내려주면 된다.
상식적으로 자기가 끝장 확정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누가 성실히 일하겠나. 그냥 놔버리지. 조금의 희망은 남겨 줘야 우리 1등급 옹고집 홀슈타인 소가 일을 하지 않을까?
처칠의 실각은 사실상 확정됐으니.
이젠 몽고메리다.
애초에 축제 주제가 불꽃 축제면 또 몰라, 이것저것 행사 다 한 다음 마지막에 삐슝빠슝 하면서 쏴 올리는 거 구경한 뒤 귀가하는 게 정석이라고.
처칠은 제 자리에 싸지른 똥 본인 손으로 다 치운 뒤, 아직 실상을 정확히 모르는 영국과 미국 국민들이 피에 굶주린 콜로세움 관람객으로 변신해 KILL! KILL! KILL! 을 외칠 때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슬쩍 내려주면 된다.
상식적으로 자기가 끝장 확정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누가 성실히 일하겠나. 그냥 놔버리지. 조금의 희망은 남겨 줘야 우리 1등급 옹고집 홀슈타인 소가 일을 하지 않을까?
처칠의 실각은 사실상 확정됐으니.
이젠 몽고메리다.
한편 프랑스 베르사유에 있는 제21집단군 사령부의 분위기는 가면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었다. 몽고메리는 포위된 제21집단군에게 앤트워프에서 이탈해 자력으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라고 발악했지만, 초췌해진 상태로 울부짖어봤자 베르사유에서는 교신이 제대로 닿지 않았고 런던에서 명령을 내리라고 난리를 쳐도 몽고메리가 끝났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태라 명령은 닿지 않았고, 군부에서는 그저 새로 부임될 불운한 인간이 누가 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예스맨만 모아둔 결과는 참혹했다. 결국 런던에서 몽고메리를 제21집단군 사령관에서 해임하고 24시간 이내 인수인계한 뒤 런던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서를 보내고, 몽고메리는 처칠이 또 애먼 군사 전문가를 벌이려 한다 책임전가하고 바깥으로 뛰쳐나가 기자들에게 나는 잘못이 없고 전부 처칠과 해럴드 알렉산더 부사령관 탓이라고 책임전가를 퍼붓자 여론은 또 한 번 폭발했다.
처칠에게 책임전가를 했다는 말을 들은 유진은 자신은 몽고메리 하나 날리겠다고 수십만 명을 사지에 몰아넣지는 않지만, 코르크 마개같던 몽고메리가 처칠이라는 와인을 틀어막을 때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처칠의 풍미까지 해쳤다고 평했다. 몽고메리가 처칠에게 같이 죽자를 시전했다는 말을 들은 처칠은 분노해 당장 몽고메리를 군법재판에 보내려 했지만, 군사 기밀을 모르는 일반 대중은 이미 군사적 실패가 잦었던 처칠보다 영국 최고의 명장이라 띄워준 몽고메리를 더 신뢰했다.
하지만 몽고메리도 착각한 게 있다면, 본인의 인망도 영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몽고메리는 평소 언행 때문에 적이 많았는데, 마켓 가든 작전에서 고의로 정보를 누락한 것부터 집단군 사령부를 아첨꾼과 예스맨으로만 채워놓고 작전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적의 반격에 대해 염려할 경우 즉각 보복이 들어왔다는 등 각종 문제적 언행을 보이자 이에 질린 하급자들이 잇따라 고발을 한 것이다. 문제는 군의 내밀한 속사정을 민간인에게 까발리는 건 그렇기 때문에 처칠은 사태 수습을 위해 다시 한 번 유진에게 양보를 해야 했고, 유진은 남겨놓길 잘했다며 만족하고 파리에 돌아왔다. 연합군에서는 ‘연합군 중대발표’라고만 말하고 유진이 복귀한다는 말을 일절 안 했기 때문에 기자들도 대중들도 모두 유진의 복귀에 놀랐고, 유진에게 관심이 쏠렸다.[23]
“존경하는 파리 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통해 제가 말을 걸고 싶은 전 세계 자유 시민 여러분. 유진 킴입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인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고, 끝끝내 실행된 이번 작전이 파멸로 이어질 걸 알면서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총사령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아이에게 먹일 마지막 빵 한 조각까지 벨기에인의 손아귀에서 빼앗아가는 독일군.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물러설 수 없었던 영국군.
결코 독일군이 강대했기 때문에 이번 전투에서 패한 것이 아닙니다.
저들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성마저 내팽개쳤고, 영국군은 사람으로서의 숭고한 의무를 다했습니다.
저들은 영국군을 포위했으나, 영국인들의 인간성과 숭고함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들에게 약속하겠습니다.
연합군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독일군은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이곳 프랑스에서 끝없이 패배하였습니다.
이번 작전 또한 독일군의 마지막 몸부림일 뿐 결코 전세를 뒤흔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2백만 대군은 여전히 건재하며, 자유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은 두 번 다시 침략자의 공포에 굴하지 않으리란 사실 또한 저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저 머나먼 동쪽에서는 러시아인들이 수만 대의 전차를 끌고 서진하고 있으며,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독일인과 친구가 되고 싶은 나라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독일의 멸망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그 누구도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들의 행각은 그 기나긴 죄목에 한 줄을 더 보탤 뿐입니다.
적들은 이곳, 파리로 올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을 시기하고 자유를 멸시하는 히틀러는, 결코 이 파리에 연합국의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약속하겠습니다!
연합군은, 우리는, 최후의 한 명이 남는 그 순간까지 파리를 지키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연합국의 모든 수장들은 사소한 이익 다툼을 내려놓고, 대의를 위해 협력하기로 결의를 다졌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으며, 이제 이 단결된 연합국의 힘으로 적들을 모두 분쇄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부디 저희를 믿고, 여러분의 아들들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인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고, 끝끝내 실행된 이번 작전이 파멸로 이어질 걸 알면서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총사령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아이에게 먹일 마지막 빵 한 조각까지 벨기에인의 손아귀에서 빼앗아가는 독일군.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물러설 수 없었던 영국군.
결코 독일군이 강대했기 때문에 이번 전투에서 패한 것이 아닙니다.
저들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성마저 내팽개쳤고, 영국군은 사람으로서의 숭고한 의무를 다했습니다.
저들은 영국군을 포위했으나, 영국인들의 인간성과 숭고함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들에게 약속하겠습니다.
연합군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독일군은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이곳 프랑스에서 끝없이 패배하였습니다.
이번 작전 또한 독일군의 마지막 몸부림일 뿐 결코 전세를 뒤흔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2백만 대군은 여전히 건재하며, 자유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은 두 번 다시 침략자의 공포에 굴하지 않으리란 사실 또한 저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저 머나먼 동쪽에서는 러시아인들이 수만 대의 전차를 끌고 서진하고 있으며,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독일인과 친구가 되고 싶은 나라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독일의 멸망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그 누구도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들의 행각은 그 기나긴 죄목에 한 줄을 더 보탤 뿐입니다.
적들은 이곳, 파리로 올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을 시기하고 자유를 멸시하는 히틀러는, 결코 이 파리에 연합국의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약속하겠습니다!
연합군은, 우리는, 최후의 한 명이 남는 그 순간까지 파리를 지키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연합국의 모든 수장들은 사소한 이익 다툼을 내려놓고, 대의를 위해 협력하기로 결의를 다졌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으며, 이제 이 단결된 연합국의 힘으로 적들을 모두 분쇄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부디 저희를 믿고, 여러분의 아들들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유진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기자를 뿌리치고 차를 탔으며, 옆좌석에서 기다리던 알렉산더는 독일군을 어떻게 분쇄할 건지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지만 유진은 없다고 대답했다. 뻥카지만 히틀러는 있다고 믿을 거라고.
343화 : 모델은 이번 공적으로 상급대장에서 원수로 진급했지만 포위한 제21집단군에 대한 공세를 전념하는 게 아니라 파리로 가라는 명령을 듣고 어이를 날려버렸다. 모델은 지금 공세를 중단했다가 오히려 발목 잡힐지도 모르며, 파리는 단순 거리로만 300km가 넘는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적의 섬멸이 아니라 파리 탈환을 위해 이 작전을 계획했고 적이 훨씬 많이 달려와준 덕분에 파리를 노릴 기회가 생겼는데 왜 토미(영국 육군) 따위에 집착하냐며 화내며 지금도 연합국의 무수한 상선대가 마르세유를 향하고 있는 이상 당연히 연합군의 보급난은 얼마 안 가 해소될 것이고 자신이 결단을 내려서 연합군에게 일격을 가한 거라 주장하고, 아첨꾼들이 들러붙어 모델을 압박하자 모델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24]
히틀러는 오이겐 킴(유진 킴)이 복귀해서 파리에 연설을 했으며, 영국군 구출이 아닌 파리 사수를 주장한 이유가 파리의 사수로 전쟁이 판가름난다는 걸 깨달은 거라고 주장한다. 모델은 그걸 온 세상에 사방팔방 떠드는 게 더 이상하고, 아무리 연합군의 보급이 어렵다지만 방어가 부족할 수준은 아닐 것이며 아직도 미군이 수백만 대군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공격자가 방어자보다 더 병력이 적은 상태로 수백km에 걸친 공세를 하는 건 자살행위라 반대했다.[25] 하지만 히틀러는 미군은 소부대의 충돌에서 늘 열세였고 오이겐 킴이 병사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진 덕장 이미지를 만든 이유가 단지 정면대결에 약한 미군의 현실을 알기 때문이라 일축한다.
정면 힘대결로 들어가면 미군은 독일군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병력, 더 많은 장비가 보충될 때까지 시간을 끌기를 원해 파리 사수를 주장하며 파리 공세를 머뭇거리기를 바라는 거라 평했다. 지금 상황에서 승부해볼 만하다 생각했으면 1차대전 아미앵 전투처럼 약자 행세를 했을 것이고, 정말 당장 나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복귀 연설이 아니라 갑자기 최전방에 나타나 군을 이끌고 포위망 돌파를 했을 텐데 파리 복귀 연설을 한 걸 보니 지금 당장 가진 손패는 없을 거라는 게 히틀러의 판단이었다. 한편 히틀러는 에리히 폰 만슈타인에게 동부전선에서 더 이상 한 치의 땅도 내주지 말라고 못박으며 만슈타인의 기동방어를 방해하는 명령을 내리고, 한편 정말로 이길 수 있을지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한편 유진은 마켓 가든의 대참사로 본인의 목적인 명량 당시 충무공처럼 절대적인 지휘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미국에는 맥아더를 통해 정중하게(?) 정치인들을 압박했고, 영국은 처칠과 몽고메리가 단두대 매치를 벌이고 있어 유진을 방해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진은 군사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명목상 부사령관이었던 해럴드 알렉산더가 해임을 요청하자 유진은 알렉산더에게 부사령관에 물러나 몽고메리의 후임으로 남은 제21집단군 사령관을 맡을 것을 명령한다. 당시 포위망 바깥에 있는 영국군으로 릴(Lille) 탈환 및 포위망 돌파를 위해 몽고메리가 칼레, 랑스, 아라스에 모아둔 병력이 있다 설명하자 유진은 히틀러가 파리로 올 테니 포위망 밖의 영국군을 쉽사리 낭비할 수 없다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모두 빼라고 명령한다.
“히틀러는 그냥 일개 병사 출신입니다. 그런 놈의 대가리에 세계정복의 마스터플랜이 있다는 둥, 원대하고 웅장한 비전이 있다는 둥 하는 개소리는 집어치웁시다. 그놈은 그냥 사기, 공갈, 협박과 나라를 통째로 판돈에 얹는 정신 나간 베팅으로 승승장구한 도박중독자 새낍니다. 히틀러라는 놈은 주도권을 내주는 걸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항상 저가 판을 휘두르고, 먼저 행동하고, 상대에게 강요하는 게 히틀러의 주특기지요. 그렇다면 전지적 히틀러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제21집단군을 모조리 섬멸하면 독일에 주도권이 돌아옵니까?”
“일시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일시적으로. 어차피 프랑스군이 재건되고 항구 수리가 끝나 보급이 더욱 활성화되면 독일의 처지는 예전보다 나아질 게 없습니다. 영국의 척추는 꺾을 수 있을지언정, 연합군을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독일군이 이 전쟁에서 이기고 싶으면 죽으나 사나 파리를 함락시킨 후, 연합군을 다시 대서양으로 처넣고 서부 전선을 완전 종결지어야 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오. 아무리 포위당했다지만 등 뒤에 수십만 대군을 남겨둔 채로 파리로 남하한다니!”
“아까 말했잖습니까, 도박중독자라고. 그 새끼의 사고방식을 아직도 이해 못하셨군요. 그놈은 그 정신나간 발상을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다’로 포장질해서 강요할 놈입니다.”
3년 전 낫질 작전이 딱 그 꼴 아닌가.
당시 서방 연합군이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약간의 대비만 했더라면 독일군을 저지할 여지는 충분했다.
애초에 그 작전을 감행한 것 자체가 히틀러라는 인간이 성공 확률보다는 성공했을 때 딸 판돈에 주목한다는 확고부동한 증거인데, 더 생각할 게 뭐가 있나.
“히틀러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전 재산에 사채까지 끌어들여서 슬롯머신 앞으로 달려가던 새끼입니다. 근데 참 희한하게도, 그놈이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기만 하면 잭팟이 터졌어요. 그러다 야금야금 재산을 꼴았고, 이제 파산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도박중독자 새끼는 과연 남은 자산을 견실하게 운용하려 할까요, 아니면―”
“또 레버를 당기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따라서, 놈은 파리로 옵니다.”
“일시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일시적으로. 어차피 프랑스군이 재건되고 항구 수리가 끝나 보급이 더욱 활성화되면 독일의 처지는 예전보다 나아질 게 없습니다. 영국의 척추는 꺾을 수 있을지언정, 연합군을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독일군이 이 전쟁에서 이기고 싶으면 죽으나 사나 파리를 함락시킨 후, 연합군을 다시 대서양으로 처넣고 서부 전선을 완전 종결지어야 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오. 아무리 포위당했다지만 등 뒤에 수십만 대군을 남겨둔 채로 파리로 남하한다니!”
“아까 말했잖습니까, 도박중독자라고. 그 새끼의 사고방식을 아직도 이해 못하셨군요. 그놈은 그 정신나간 발상을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다’로 포장질해서 강요할 놈입니다.”
3년 전 낫질 작전이 딱 그 꼴 아닌가.
당시 서방 연합군이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약간의 대비만 했더라면 독일군을 저지할 여지는 충분했다.
애초에 그 작전을 감행한 것 자체가 히틀러라는 인간이 성공 확률보다는 성공했을 때 딸 판돈에 주목한다는 확고부동한 증거인데, 더 생각할 게 뭐가 있나.
“히틀러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전 재산에 사채까지 끌어들여서 슬롯머신 앞으로 달려가던 새끼입니다. 근데 참 희한하게도, 그놈이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기만 하면 잭팟이 터졌어요. 그러다 야금야금 재산을 꼴았고, 이제 파산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도박중독자 새끼는 과연 남은 자산을 견실하게 운용하려 할까요, 아니면―”
“또 레버를 당기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따라서, 놈은 파리로 옵니다.”
하지만 히틀러가 예상 못한 게 있다면, 유진의 파리 연설은 히틀러가 파리로 오도록 유도한 함정이었다. 한편 신임 연합군 부사령관은 영국 아서 테더(Arthur William Tedder) 공군 대장으로, 몽고메리와 사이가 매우 나빴다. 유진은 우선 제공권을 되찾을 것을 명령하고, 테더 대장은 영국 공군은 육군(정확히는 몽고메리)처럼 무능하지 않다 단언한다. 독일군이 장거리 남하를 선택한다면 보급로는 연합군에게 유리해지고, 프랑스군을 써먹기도 더 편해지기 때문에 유진은 1차대전 유진에게 명성을 안겨준 아미앵으로 유인할 것을 명령하며 2차 아미앵 전투를 예고했다.
343화 : 유진은 독일군이 아라스로 오고 있으며 규모 미상의 독일군 병력이 발랑시엔(Valenciennes)을 거쳐 캉브레 북동쪽에 전개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유진은 그 말을 듣고 다 아는 지명이라며 1차대전 당시 독일제국군이 프랑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했던 슐리펜 계획의 그 경로라 평하며 1절, 2절을 넘어 뇌절의 경지지만 지리적 조건이라는 특성상 전술적으로 합리적이라 평한다.
문제는 유진의 손패가 당시 넉넉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 거대한 한판을 따내기 위해서는 우선 프랑스 땅을 밟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도 온갖 적폐와 부패가 판을 치는 개노답 연합군을 손봐야 했다. 그걸 위해 유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안해 퍼마셨고, 부하들도 당장 카페인 보충제가 필요했기 때문에 카페인을 퍼마셨다. 한편 군수를 담당하는 존 리를 찾아가 각종 부정행위와 가혹행위를 거론하며 당장 계급장 뜯어내 D.C로 쫓겨나기 싫으면 잘하라고 협박하고,[26] 200만 미국인 중 탈영해 도적이 되거나 보급을 빼돌리던 미군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압박해 프랑스 정부가 체포하는 걸 허락하고, 드골에게 아미앵 방어전 계획을 설명하며 프랑스 제1군 완편을 위해 넘긴 보급물자 중 일부를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으로) 드골을 몇 시간 동안 달래며 프랑스군의 요청보다 더 많이 무상으로 맡긴 물자가 있을 테니 갖고 가겠다며 가져간다.[27][28]
345화 :
[1941년 8월 4일
제목 : 연합군 총사령관 지시서한 제6호
수신자 : 집단군, 군, 군단 및 기타 독립부대 지휘관 및 연합군 해, 공군 지휘관
1. 연합군 총사령부는 창설 이후 연합국 각 군의 자유로운 지휘권을 지향하였으며 다국적 군대의 충돌 방지 및 원활한 작전 지도에 주안점을 두었으나, 작전 환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급격한 전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였음.
2. 이에 따라 미합중국 대통령, 대영제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부 수반의 동의 및 권한 위임을 전제하여, 연합군 총사령부는 현 시간부로 모든 연합군 소속 군대의 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독일 침략군의 저지 및 격퇴에 주안점을 두겠음.
3. 국적 또는 군종에 따라 차별을 두는 행위, 상급자의 지휘 및 인접부대의 협조 요청에 타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는 행위, 충분한 토의와 검토 없이 지휘관의 통상적 임기응변을 벗어난 돌출행동, 기타 군법에 저촉되는 모든 요소는 엄격하게 제한될 것이며 응분의 처벌을 받을 것임.
유진 킴.
미합중국 원수.]
제목 : 연합군 총사령관 지시서한 제6호
수신자 : 집단군, 군, 군단 및 기타 독립부대 지휘관 및 연합군 해, 공군 지휘관
1. 연합군 총사령부는 창설 이후 연합국 각 군의 자유로운 지휘권을 지향하였으며 다국적 군대의 충돌 방지 및 원활한 작전 지도에 주안점을 두었으나, 작전 환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급격한 전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였음.
2. 이에 따라 미합중국 대통령, 대영제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부 수반의 동의 및 권한 위임을 전제하여, 연합군 총사령부는 현 시간부로 모든 연합군 소속 군대의 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독일 침략군의 저지 및 격퇴에 주안점을 두겠음.
3. 국적 또는 군종에 따라 차별을 두는 행위, 상급자의 지휘 및 인접부대의 협조 요청에 타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는 행위, 충분한 토의와 검토 없이 지휘관의 통상적 임기응변을 벗어난 돌출행동, 기타 군법에 저촉되는 모든 요소는 엄격하게 제한될 것이며 응분의 처벌을 받을 것임.
유진 킴.
미합중국 원수.]
처칠은 그동안 각종 사고를 쳐서 미스터 갈리폴리, 미스터 나르비크, 미스터 디에프 등 무수한 별명이 있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저 처칠이 정계에서 쫓겨나기는커녕 총리 자리에 본드라도 바른 듯 찰싹 붙어 있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몽고메리가 덤빈 듯하지만, 몽고메리와 처칠 중 이런 데 더 능숙한 건 당연히 처칠이었고 결국 처칠과 몽고메리의 싸움은 처칠의 판정승으로 끝났으며 몽고메리는 대중에 그동안의 망언이 대중에 공개되어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졌다.[29] 유진은 파리, 베르사유, 런던을 싸돌아다니며 독일군을 상대할 대전략 마련에 집중했다. 간단히 말하면 독일에게 4면전선의 악몽을 재현시키는 것이었다.
1. 소련에게 소원대로 서부전선 열어젖혔으니 동부전선에 압박을 넣으라 강하게 요청하는데, 스탈린은 이를 거부했지만 소련이 미국과 독일이 피 흘리며 싸우기를 바라는데 왜 우리가 더 죽어야 하냐며 미국의 고립주의자들이 떠들고 있고 포위망 안의 영국군이 전부 비누가 되면(홀로코스트행) 그 여론이 더 강해질 거라 압박을 넣어 동의를 받아내고, 대신 랜드리스를 강화하기로 한다.
2. 서부전선의 압력을 줄이기 위해 발칸 전선을 연다. 이 말을 들은 영국과 소련은 모두 격하게 반응했는데[30] 그 말을 들은 처칠은 발칸 점령을 주장하고 그 말에 소련은 반대했지만, 유진이 티토의 유고 파르티잔을 밀어주자고 제안하자 모두 받아들인다. 연합군의 물자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셰르부르와 마르세유에서 최전방으로 전달하는데 애로사항이 심해 먼지만 쌓이는 상황이니 그냥 잘 싸우는 놈에게 주자는 발상이었다.
3.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흔든다. 본작의 노르웨이는 중립국인 상태에서 처칠에게 선빵 맞고 독일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는데, 본작에서는 홀로코스트와 T-4가 일찍부터 공표되어 이미지가 시궁창이었고 이기면 모를까 망조가 보이자 편 갈아타기를 고려하고 있었다. 이에 영국과 소련의 외교관들이 나서 노르웨이의 이적을 물밑에서 합의하고, 노르웨이의 협조하에 연합군이 입성한 뒤 덴마크 상륙을 준비하겠다는 뻐꾸기를 날렸다. 동부 전선에 끌고 간 노르웨이군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고 노르웨이 본국의 독일군을 빼기 어렵게 만드는 작전이었다.
이렇게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10만에서 20만, 발칸에 10만쯤 붙잡을 수 있다 치면 최소 20에서 최대 30만이다. 이 병력 중 일부만 서부 전선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1개 군단을 날려버린 셈. 독일군은 여전히 파리로 몰려오고 있었고, 남은 건 아미앵을 철저히 요새화시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아라스와 캉브레의 영국군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듣자 생각보다는 오래 버텼다 평하며 패튼의 제7군에게 연락하고, 패튼이 대규모로 물자를 슈킹한 걸 알아채고 베르됭과 메츠에 즉시 공세할 것을 지시한다. 미 집단군 사령관인 오마 브래들리에게는 나중에 설명하겠다나. 하지만 유진은 이 정도의 불은 모자라다며 더 화끈한 곳으로 불을 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1. 현 시간부로 벨기에 포위망 내의 모든 군대를 제21집단군에서 분리하여 <저지대 집단군>으로 편성함.
2. 제21집단군 예하 영국 제2군 사령관이 저지대 집단군 사령관을 겸임하며, 해당 사령관에게 포위망 내 민사, 군사 작전에 필요한 일체의 권한을 부여함.
3. 연합군 총사령부는 저지대 집단군의 보급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앤트워프와 스켈트강 일대에서 독일군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 바람.]
2. 제21집단군 예하 영국 제2군 사령관이 저지대 집단군 사령관을 겸임하며, 해당 사령관에게 포위망 내 민사, 군사 작전에 필요한 일체의 권한을 부여함.
3. 연합군 총사령부는 저지대 집단군의 보급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앤트워프와 스켈트강 일대에서 독일군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 바람.]
한편, 벨기에에 포위된 영국군은 어느 순간 자신들을 향한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저지대 집단군 편성 보고를 듣고 여기서 죽으라는 거냐며 푸념한다. 저지대 집단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클로드 오킨렉(Claude John Eyre Auchinleck)은[31] 평범하게 칼레와 됭케르크를 확보한다는 소규모 공세이기만 했어도 이런 대참사는 안 났다고 푸념하며, 영국 육군의 장성은 죄다 고집불통인 걸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몽고메리의 고집이 가장 세서 일어난 일이라고. 유진은 저지대 집단군에게 스켈트강 장악이 가능하냐 물었고, 저지대 집단군은 공군 지원이 충분하다면 캐나다군은 작전 수행이 가능하며 미 제4기갑사단은 연료가 얼마 안 남은 게 불안하지만 아직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대답한다.[32] 저지대 집단군은 퇴로가 끊기자 벨기에 온 사방의 도시와 마을에 틀어박혀 결사의 방어태세를 구축해 시간벌이를 했고 어차피 앉아서 죽는다면 뭐라도 해보는 게 낫겠다며 움직이기로 결심한다. 자신들을 포위해 놓고 방치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감정도 담아.
346화 :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여전히 유니언 잭이 휘날리고 있었다. 영국 제30군단 군단장, 윌리엄 슬림(William Joseph Slim) 중장은 시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보고를 듣고 캐나다군이나 해군을 믿으라며, 보급만 재개되면 독일군에게 본때를 보일 수 있다고 설득할 것을 지시한 뒤, 비행장이 독일군의 폭격과 점령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아직 건재하다는 보고를 받는다.
유진의 파리 해방 연설 직후, 포위당한 영국군 장병들은 총사령부가 자신들을 버린 건가 반쯤 체념했지만 유진은 대신 벨기에 망명정부 인사를 런던에서 비행기에 태워 포위망 안으로 귀국시켰다. 최전방 전쟁터인 브뤼셀로 오지는 못해 약간 후방인 겐트(Gent)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긴 했지만, 연합군이 벨기에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확고부동한 결의의 표명이었다. 좌익 레지스탕스가 판치고, 국왕 레오폴드 3세는 망명도 거절하고 얌전히 제 궁전에 있다가 독일 놈들에게 끌려가 버린 벨기에에 정부 인사들이 복귀했다는 건 어쨌든 호재였지만, 대신 항복할 수 없게 되었다.
벨기에 전역은 유진의 조치로 소강상태가 되어 독일군의 주력은 파리 함락을 위해 남하했고, 영국군은 하루하루 초조하게 싸들고 온 밥이나 까먹는 신세였지만 포위당한 장병들은 대영제국 정예이자 최후의 군대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모든 판을 싸그리 엎을 수 있다며 브뤼셀에서 방어전을 치르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유진은 뒤늦게 패튼 건을 듣고 분노해 총까지 내민 브래들리에게 싹싹 빌었고, 브래들리는 패튼이 심하게 슈킹한 걸 듣자마자 좋다고 브래들리에게 말없이 공세 명령을 내린 것에 분노했지만 수십 년간 유진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렸던 브래들리는 해탈해버려(...) 결국 웃어넘겼다. 유진은 브래들리에게 독일군에게 보급의 고통을 안겨주겠다며 최대한 끌어들일 거라 밝히고, 브래들리가 이길 수 있냐 묻자 유진은 이길 수는 있지만 얼마나 죽을지 감이 안 잡히는 게 문제라 대답한다.[33] 유진은 독일군의 다음 목표로 아미앵과 생캉탱(Saint―Quentin)을 거론하고, 브래들리는 1차대전 당시 유진에게 93사단에 부임했다가 아미앵 전투를 치렀던 걸 떠올린다.
브래들리가 제공권 장악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유진은 그건 해결될 것 같다고 대답한다. 루프트바페와 연합군 공군의 대결은 다시 백중세에 돌입했는데, 전역이 벨기에에서 프랑스 북부까지 확대되면서 독일군이 커버해야 할 영역은 훨씬 늘어났고, 연합군은 이제 프랑스 곳곳에 깔린 비행장에서 훨씬 더 짧은 거리만 비행하면 된다. 머스탱을 조금 뜯기긴 했지만 그 대신 다른 기종이 보급되었고, 어차피 빼앗긴 건 미 육군 항공대 소속 머스탱이지 영국 공군이 가진 머스탱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 거기까지 털렸으면 벨기에는 손도 못 썼을 거라고 한다.
브래들리가 독일군이 아미앵을 무시하고 생캉탱에만 전력을 집중한 뒤, 곧장 콩피에뉴(Compiegne)나 수아송(Soissons)을 거쳐 파리로 남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자 유진은 아미앵에 갈 수밖에 없는 떡밥을 뿌리겠다 말하고, 그 말을 들은 브래들리는 아미앵에 직접 가는 건 안 된다고 저지한다. 유진은 자신이 아미앵에 가서 재편 중인 93사단도 불러 시가행진 한 번 돌린 뒤 기자들을 모아다 히틀러의 속을 박박 긁으면 되지 않냐고 말했지만 브래들리가 그러면 진짜로 총 쏴버린다고 협박해서 그만둔다.
유진은 자신이 독일군 지휘관이면 당연히 아미앵에 들이박지 않으며, 그 이전에 이딴 승산 없는 전쟁을 시작할 바에 히틀러 대가리에 납탄을 박아주는 진짜 <구국의 결단>을 해줬을 거라고 속으로 깠지만, 독일의 영광과 1차대전의 재림을 막겠다고 그리 부르짖은 히틀러는 '아미앵'을 외면하지 못하며 암살 미수 이후 의심병이 심해진 히틀러의 명령을 외면하기 힘들 거라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브래들리에게 1달만 버틸 것을 주문하고, 브래들리는 그 1달도 힘들다고 푸념한다.
한편 독일이란 나라의 사방에 불을 놓는다는 내 계획은 각국 정치인들이 개입하며 훨씬 스케일이 커졌다. 독일의 머리 위를 뜨끈뜨끈하게 해준다는 플랜은 영국과 소련의 협조하에 스웨덴과 핀란드에 대한 화려한 공갈로 진보했고, 핀란드의 지도자 만네르하임은 독일로 날아가 히틀러를 접견했지만 또 뒷구멍으로는 소련과 열심히 뜨거운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역시 슬슬 동요하고 있고 터키 역시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었으며 티토는 조만간 항구를 확보하기 위한 최대 규모의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다.[34]
347화 : 유진 킴이 프랑스와 벨기에 일대에서 한바탕 푸닥거리를 치르는 사이 미국 본토에는 헬게이트가 열렸다. 전쟁터로 아들을 보낸 채 집에 앉아 하루하루 초조하게 신문만 들여다보고 있던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최근 몇 달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미국 시민들이 보았을 때, 전쟁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었으니까. 진주만의 참사 이후 들리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흉흉했었다. 유럽에서 외로이 버티는 섬 영국, 모스크바 함락을 눈앞에 둔 소련에 홍콩과 싱가포르가 불타오르고, 필리핀이 무너졌으며, 일본제국은 그 깃발처럼 욱일승천하며 온 아시아를 몇 달 만에 정복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진이 너무 성공했고 아이젠하워도 일본군의 태생적인 문제를 이용해 하나둘씩 몰아붙이면서 승리가 끝없이 이어지자 기쁨은 오만으로 변질되었다. 병사들과 그 가족들이 파병을 거부하거나 필리핀 탈환 여론이 거세지는 등 워싱턴 D.C.의 정치인들은 이제 유권자들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표를 쥐고 있는 유권자들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 오만이 바벨탑을 세워서인지 어느 순간, 풍향이 바뀌었다. 루즈벨트가 죽고, 유진이 중태에 빠졌으며, 12군단이 전멸하고 4기갑사단이 고립당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리고 기대가 배신당하고 바벨탑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이 자기반성 대신 원망할 상대를 찾아 헤매는 것 또한 당연한 인간사의 법칙. 하지만 FDR의 급사 이후 혼란에 빠져 있던 미국 정계는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서 진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고, 이 대홍수를 버틸 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 대혼란 속에서 더글라스 맥아더는 월레스 행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루즈벨트가 미국 사상 최초의 3선에 취임하고 얼마 안 되어 병사하고 서부전선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월레스가 야당의 거국내각으로 전쟁부 장관을 맡고 있던 맥아더를 상대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맥아더는 자신에게 쏠릴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월레스 행정부를 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난데없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 제대로 뭐 하나 해본 적 없는 월레스로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 같은 소리였지만 대중의 반응은 달랐다. 월레스는 부통령이 되기 전까지 농사만 아는 샌님이었으며 군사 기밀, 그리고 외교상 기밀을 접하지 못하고 신문과 라디오와 같은 검열된 언론 매체만 접하는 시민들의 시야는 어쩔 수 없이 좁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시야로 봤을 때, 1차 대전의 전우이자 우유 원정대의 주역들은 당연히 한편이었고 월레스는 너무나 전형적인, 소설에 나올 법한 질투에 가득 찬 군알못 정치가였다. 그 자리를 채운 건 황색언론이 나발을 불어대며 뿌리는 온갖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소문이었고, 확증편향이 자리 잡기엔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 FDR 사후 혼란에 빠진 민주당은 단결하지 못했고,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월레스 정권은 시작가 동시에 최대 위기에 몰리며 정치적 동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미국 내부가 책임 문제라는 초거대 토네이도 앞에 기둥뿌리까지 뽑혀나가는 순간, 대서양 건너 파리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독일군이 내려오면서 다시금 혼란에 빠지나 싶던 파리는 프랑스 당국과 연합군이 발맞추어 민심을 수습하면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동요가 사라졌을 뿐, 사람들 가슴속 깊숙이 자리 잡은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파리에서는 3년 전의 파리 함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인플레이션과 긴빠이 문제가 있었고, 최전방의 미군은 총도 한 번 쏴본 적 없이 내몰린 신병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길 수 있나? 이래서야?
설리번은 애써 차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킴 장군이 어떻게든 해주실 거야.”
옆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하는 말에 그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그가 아미앵의 기적을 선보여주리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해주리라.
설리번은 애써 차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킴 장군이 어떻게든 해주실 거야.”
옆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하는 말에 그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그가 아미앵의 기적을 선보여주리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해주리라.
결국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모티브가 된 설리번은 자신이 신병이었던 시절보다 답이 없다고 혀를 차면서도 킴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 이는 모든 연합국 사람들과 연합군 장병들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2.1.3. 아미앵그라드(348~355화)
마켓 가든-2차 아미앵 전역 당시 유진이 지휘한 전체 병력은 약 200만이라 명시되며, 미 12집단군은 약 120만으로 원 역사의 12집단군 규모다. 모델의 B집단군은 대체로 70~100만 단위로 추정하는데, 모델이 집단군 사령관이었던 시절 르제프 전투 등에서 지휘한 규모가 대체로 60~70만이었고 파리가 해방된 이후에도 주 전력이 건재하다고 여러 번 명시되는 데다 히틀러가 파리 해방에 판돈을 몰아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지휘한 것으로 본다.2차 아미앵 전역은 미군의 수송력 때문에 전반부와 후반부의 병력 차이가 꽤 나지만, 초반을 기준으로 하면 유진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았다. 교통정체 문제로 200만을 투입할 수 없었고[35] 거기에 아미앵 및 벨기에 일대 지리를 잘 아는 독일군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거점은 요새화하고 불리한 교통로나 거점은 파괴하는 식으로 전역을 제한하고 있었다. 또 서부전선에 파견된 미군의 훈련 수준은 답이 없는 수준이었고,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상 소련처럼 무식하게 갈아넣어 정예병으로 육성하는 방법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단을 프랑스 후방에 배치해서 신병 교육부터 제대로 시키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유진이 2차 아미앵 전역에서 투입한 병력은 포위망에 갇히지 않은 제21집단군 부스러기 약간과 신병투성이인 제12집단군(사령관 브래들리)에서 패튼의 제7군이 빠진 군대였다. 패튼이 베르됭과 메츠를 공격한 이유는 서부전선에 모델 장군의 B집단군만 있는 게 아니라서 요새화된 도시인 '메츠'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병력들이 서부전선에 존재했고, 유진 킴은 그런 '상정 외의 전력' 이 판에 끼는 것을 막기 위해 메츠로 조공을 명령했다. 당시 서부전선에 있던 미군들은 대부분의 물자를 몽고메리한테 털렸었는데, 패튼의 7군은 슈킹을 많이 해서 물자와 기름이 좀 남아있는 상태라 유진이 메츠를 공격하라 지시해 서부전선의 나머지 병력들을 잡아둔 것이다. 따라서 2차 아미앵 전역에서 실제 전개한 병력은 약 100만 정도로, 독일군과의 훈련도 차이와 늘 불리했던 교환비를 고려하면 결코 유리한 병력차로 싸운 게 아니었다.
유진은 3배의 병력과 10배의 물자로 밀어붙이면 나폴레옹도 이긴다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 유진이 실제로 본인이 말한 것처럼 유리하게 싸운 적은 거의 없었다. 박살난 영국군을 구출해서 탈출하기 바빴던 캉브레 전투, 1차 아미앵 전투는 병력수는 일부 우세했지만 훈련도 차이가 커서 오히려 93사단이 불리하다는 평을 들었고 적의 방어선을 어떻게든 뚫어야 했던 뫼즈-아르곤 전역과 아프리카 전역은 오히려 유진 킴이 조금 밀렸고[36] 프랑스 해방전도 유진은 압도적 우세를 쥐지 못한 상태에서 히틀러 암살미수와 패튼과 르클레르의 파리 질주가 잭팟을 터뜨려서 가능한 것이었다. 유진은 기동과 기만으로 상대를 흔들고 전략적 선택지를 강제하여 '약점을 숨기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병법의 기본을 지킨 거지, 압도적이고 잘 훈련된 병력의 우세로 이기진 않았다.[37] 2차 아미앵 전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348화 : 패튼이 제7군을 이끌고 공격하던 프랑스 동부의 베르됭과 메츠는 1차대전의 <뫼즈―아르곤 전역>의 중심지로 베르됭 인근의 생미이엘과 아르곤 숲에서 다시 같은 적을 상대로 싸우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스당으로 진격하라고 했으면 정말 백일 전투의 재탕이 되었겠지만, 총사령관은 스당을 통해 벨기에로 건너가는 루트를 개척하는 대신 메츠 공격을 명령했다. 메츠 또한 철도 교통의 핵심이자 프랑스 동부의 요충지로 메츠에서 위로 70km 정도만 북상하면 독일군의 우악스런 손길에 짓눌린 룩셈부르크가 있고, 동쪽으로는 야들야들한 독일 본토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패튼은 이를 유진이 최초의 독일 본토 침공을 맡기려는 걸로 착각했지만, 유진이 베르됭과 메츠를 공격하라 명령한 건 독일군의 신경을 분산시켜 아미앵 방면에 투입할 여력을 빨아들이기 위한 조공(助攻)에 지나지 않았다. 메츠 공방전은 미군 기준으로는 숙련병이 많은 제7군이라도 상대가 몇 년이나 총력전을 치른 독일군이라서 교환비는 처참한 상태였지만, 연합군이 제공권 탈환에 성공하고 전차 전력도 신형을 받았음에도 모델이 상대라 탄식하던 브래들리와 달리 서로 2선급이라 셔먼과 잭슨(본작 오리지널 전차 M10이다)으로 독일 구형 전차를 쥐어팼으며 어쨌든 물량은 제7군이 우세해서 메츠 함락은 시간문제였다.
한편 유진은 답도 없는 신병들 상태 때문에 프랑스 후방 훈련소로 집어던져 훈련시킬 것을 명하고, 이것도 안 되었던 1차대전 당시 퍼싱은 대체 어떤 싸움을 치른 거냐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349화 : 암살 음모에 휘말려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였던 아돌프 히틀러가 정신을 차리고 직무에 복귀한 후, 그의 관심사는 이제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으로 서서히 옮겨 가고 있었다. 동부전선에서 소련이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부전선부터 정리해야 했던 것이다. 히틀러는 유진이 사방에서 독일을 압박하는 대전략을 자신과 정면대결해 잃을 게 많아 보이니 북아프리카 전역처럼 수작질을 부리는 것이라 단언한다. 북아프리카에서 추축군의 선택지를 하나씩 소거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이끌었듯이, 스칸디나비아가 연합국의 압력 때문에 철 공급도 제대로 받기 힘들어졌고, 발칸에서는 티토가 세를 떨치며 석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발칸에 다시 병력을 투자하라고 압박하는 것임을 간파하고 대노하다 모델이 진정시키고[38] 모델의 보고를 듣는다.
모델은 지금의 공세가 곧 공세종말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며 목적은 어디까지나 파리 점령이기 때문에 아미앵에 병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우회해서 당장 파리로 쳐들어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안 그래도 연합군이 유리하고 파리도 이번에는 3년 전처럼 쉽게 항복할 생각이 없는데 직접 최전방을 시찰한 모델의 눈으로 보기에 아미앵은 프랑스에서 가장 요새화가 완료된 곳이었기 때문. 벨기에에 포위시킨 영국군을 섬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파리로 가야 하는 것도 불만인 모델에게 있어[39] 파리로 가기 위해서는 측면 노출을 다소 감수하면서 최대한 빨리 파리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모델은 측면 돌파를 막고 해당 병력이 파리 방위에 동원되는 걸 막기 위해 양동 작전을 제안하는데, 메츠는 블러핑에 지나지 않고 메츠 점령 이후에는 힘이 빠질 게 확실하기 때문에 생캉탱을 거쳐 콩피에뉴로 가면 파리를 크게 우회해 포위하거나 직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작전을 설명하다가[40] SS 참모 하나가 들어와 아미앵에 오이겐 킴이 와서 아미앵을 반드시 수비하겠다고 연설했으며 93사단이 시가행진을 하며 독일군 포로들을 전리품처럼 다루며 사열을 했다는 보고를 올린다.
이에 히틀러는 극도로 흥분했지만, 모델은 히틀러에게 저열한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진정시키고 모델의 작전안을 받아들인다. 히틀러는 미국 국내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파리를 함락시키고 큰 손해를 강요하면 미국은 전쟁할 의지를 상실할 것이며 50만 대군을 잃은 영국은 더 이상 대륙에 간섭할 수 없게 되기에 서부전선이 종결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 뒤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소련을 멸망시킨다는 히틀러의 말은 망상이 맞았지만,[41] 전자는 당시 정세상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모델은 별 말 없이 지휘소에 복귀했고 이걸로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얼마 뒤 히틀러가 아미앵을 함락시키고 폐허로 만들라는 명령이 떨어져 당황한다. 프랑스 법원이 SS가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죄목으로 포로들의 재판을 연 후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했기 때문이다. 아미앵을 절멸시키라는 명령을 들은 모델은 힘러나 간신배들이 옆에서 바람 넣은 것 같다며 힘러를 속으로 욕하지만[42] 절대 번복이 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는 말에 非 융커라는 점을 높이 사서 출세한 모델이 히틀러의 명을 거슬렀다가는 B집단군이 나가리된다는 걸 깨닫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오이겐의 의도대로였다.[43]
저 저주받을 도시로 가야만 했다.
어차피 방치하고 지나갈 수는 없는 곳이었다.
이기면 될 것 아닌가.
이기면.
어차피 방치하고 지나갈 수는 없는 곳이었다.
이기면 될 것 아닌가.
이기면.
사실 모렐의 생캉탱 방안이 아미앵 경로보다 위험한 건 사실이다. 아라스-아미앵 경로가 아닌 생캉탱-콩피에뉴 경로로 파리에 가면 파리 점령은 가능해도 유진이 아미앵에서 측면을 치거나 독일군이 파리로 진격하는 틈을 타서 생캉탱을 점령하면 오히려 독일군이 마켓 가든을 찍을 수 있기 때문. 자칫하다가 1차대전의 1차, 2차 마른 전투 재림이 될 수도 있었다.# 오히려 '후퇴'를 기준으로 하면 아미앵보다 생캉탱이 더 위험하며 링크의 4번 경로도 포위 위험이 있는 건 매한가지. 사실 다 리스크가 있는 건 똑같기 때문에 모델의 제안대로 생캉탱-콩피에뉴 방면으로 가면 후미 방어대를 남길 여력이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유진도 도로와 철도 문제 때문에 군사적으로도 아미앵을 피하기 힘들 거라고 봤으며, 모델도 아미앵이 요새화가 심해서 피하려던 거지 결국 수긍할 정도로 쉽게 넘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건 사실이다.
사실 원 역사든 본작이든 낫질 작전에서 주력이 궤멸되어 어어 하다가 나치 독일이 나치 강점기를 펼칠 줄 모르고 알자스-로렌 같은 일부만 내주고 끝나는 걸로 착각해서 6주 항복이 일어난 거지,[44][45] 식민지 취급하고 홀로코스트 벌이는 악마들인 줄 알았으면 파리가 위험해지는 걸로 항복했을 가능성이 낮았다. 아무리 당시 프랑스가 현대 한국보다 파리 공화국 현상이 심하다지만 보르도로 천도해서 항전하는 계획도 있었고, 본작에서 홀로코스트가 낫질 작전 이전이나 도중에 폭로당했으면 독일과 오랜 악연이 있던 프랑스인들도 가스실에 보낼지 모른다고 두려워해서 파리그라드를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본작에서는 파리를 노르망디 상륙 작전으로부터 6주만에 해방시켜 6주 리버스를 찍은지 1달만에 슐리펜 계획 시즌 2로 6주 시즌 2를 찍어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태지만, 파리가 혼란에 처한 것과 별개로 프랑스인들도 이번에는 항복할 생각이 없었고[46] 아미앵 같은 북프랑스 공업지대의 주요 도시들은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의 스탈린그라드보다 규모가 훨씬 크며[47] 브뤼셀의 영국군이 1달간 버티고 있는 것도 아 때문이고 파리 인구는 300만 단위에 달하기 때문에 히틀러의 기대와 달리 6주 재현은 여러모로 불가능했다. 연합군 병력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벨기에에 포위당한 병력이 전부 소멸하더라도 외교적 문제가 심한 거지 병력의 수로만 보면 충분히 상쇄 가능한 수준이기도 했고.
한편 유진은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면서 어그로를 끌었는데 아미앵을 스루패스하고 달리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는 아미앵 방면군을 움직여 독일군을 포위하면 되지만, 해방시킨 지 2달밖에 안 된 파리가 직접 위협받으면 간신히 안정시키고 있는 프랑스와 연합국의 혼란이 심해지기 때문에 아미앵에서 한 판 붙는 게 나았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효과가 나길 바래서 목욕재계하고 각지에 기도까지 올려 장병들이 병신 보듯 봤다고.(...) 젊을 때 훈련교관 경력이 있어서인지 훈련부대를 참관하며 장병들의 성과를 올리는 각종 팁을 준 뒤 4주 훈련을 6주로 늘릴 플랜도 짜라 조언하며 새로운 병력을 양성하고 있었다.[48] 미국의 국력+마셜의 행정력+유진의 훈련이 합쳐진 끊임없는 보병 증식 작전인 셈. 참고로 이 병력, 200만이다.[49]
350화 : 발터 모델이 지휘하는 독일 육군의 거침없는 남하는 서서히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아미앵 근교 곳곳에 알알이 흩어져 있던 작은 마을은 독일군의 피를 한 모금이라도 더 빨아 먹기 위한 미군의 작은 진지로 변모했고, 곳곳에 파인 참호선과 철조망은 미군이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전령은 아미앵과 생캉탱을 잇는 직선 도로 상당수가 아군의 통제하에 놓여 있고 일선 병력이 성공리에 도하 작전을 수행하였으며, 적의 반격은 산발적이기 때문에 연합군의 솜강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고한다. 모델은 이게 무너지는 걸로 보이냐며 부정적으로 보았지만, 전령은 연합군이 제법 많은 손실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대답한다.
솜(Somme).
적과 아군 가리지 않고 수십, 수백만 명을 파묻은 악몽 속 이름.
1차 대전의 악몽은 연합군에게만 흉터가 되어 남아 있지는 않았다.
여전히 후방에는 수십만 영국군이 항복은커녕 기세등등하게 저항하고 있었고, 제발 여기로 병력을 보내 달라는 듯 오히려 국지적인 역습마저 벌이고 있었다.
파리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제압해야 할 두 곳.
아미앵과 생캉탱.
이 두 도시의 정가운데로 독일군은 힘껏 침투했고, 미군은 산발적인 반격을 하며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이대로 전투가 계속되면 전선은 U자 모양을 취하게 될 테고, 여기서 한쪽으로 파고들어 두 도시 중 하나를 포위하거나 혹은… 연합군의 파도에 포위당하거나.
적과 아군 가리지 않고 수십, 수백만 명을 파묻은 악몽 속 이름.
1차 대전의 악몽은 연합군에게만 흉터가 되어 남아 있지는 않았다.
여전히 후방에는 수십만 영국군이 항복은커녕 기세등등하게 저항하고 있었고, 제발 여기로 병력을 보내 달라는 듯 오히려 국지적인 역습마저 벌이고 있었다.
파리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제압해야 할 두 곳.
아미앵과 생캉탱.
이 두 도시의 정가운데로 독일군은 힘껏 침투했고, 미군은 산발적인 반격을 하며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이대로 전투가 계속되면 전선은 U자 모양을 취하게 될 테고, 여기서 한쪽으로 파고들어 두 도시 중 하나를 포위하거나 혹은… 연합군의 파도에 포위당하거나.
모델은 생캉탱에 주공을 두어 포위되기 전 단숨에 격멸할 것을 지시하려다, 그 순간 총통의 명령서를 받았다. 대관절 무슨 생각인지 특정 대대마저 노골적으로 콕콕 지목하며 병력 배치를 ‘지시’하고 있었다. 이 명령에 따르면 아군은 아미앵 공세에 사활을 걸고 덤비게 되기 때문에, 모델은 잠깐 고민하다 곧장 명령서를 태워버리고 통신 불량이나 암호 정비 이상으로 위장했다. 독일군은 프로이센군 시절부터 일관적으로 [아무튼 결과만 좋으면 다 된다.]는 마인드가 강했고, 소소한 부대 배치까지 총통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였다간 죽었다 깨나도 오이겐 킴을 꺾지 못하기 때문에 병력 배치는 모델 마음대로 한 것이다.[50] 모델은 48시간만 시간을 끌어보라며 아미앵 상공의 제공권을 놓고 루프트바페와 연합군 전투기가 목숨 걸고 공중전을 벌이고 있음을 예감하고 직접 최전방 시찰에 나섰다. 루프트바페는 제공권 탈환에 실패했지만, 완전히 빼앗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한편 원 역사와 마찬가지로 모델이 동행한 SS의 각종 전쟁범죄를 방관하는 것이 암시된다.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면서, 독일군과 연합군 모두 분주히 하나씩 수를 두기 시작했다. 브래들리는 독일군의 도하를 유도하고 거기서 재미를 보려 했다. 연합군은 도하를 시도하는 독일군 뚝배기 위에 연신 포격과 폭격을 때려 솜강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싶었지만 독일군은 악전고투 끝에 모든 방해 작업을 뿌리치고 미군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하에 성공했다. 모델은 적의 주력 전차인 M4 셔먼에 비해 우월한 기갑전력을 활용해 단숨에 기동전을 실현하고자 했지만 독일군 기갑부대는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 연합군 항공기의 맹폭에 시달려야 했으며, 기갑부대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M4 셔먼과 M10 잭슨은 동일한 차체를 공유하고 있었고 크게 봤을 때 다른 것은 포탑과 포신 정도였다. 따라서 독일군 전차병에게는 대가리만 보고 셔먼과 잭슨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고, 모두가 그 구분을 할 줄 알았다. 못 하면 다 죽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의 미군은 동부전선에 먼저 보냈던 M26 퍼싱을 투입했고, 퍼싱은 6호 전차 티거도 사냥할 수 있었다.[51] 티거에 맞설 수 있는 미국의 저승사자. 기갑의 선구자가 이끌고 무수한 자동차를 컨베이어 벨트에서 뽑아내던 거대한 산업단지에서 무한히 쏟아져나오는 최강의 전차. 퍼싱 전차가 열을 맞추어 느릿느릿 전진해 오자, 이미 동부전선에서 퍼싱에게 시달렸던 동부전선에서 잔뼈가 굵은 독일군 전차병들조차 압박감을 느꼈고 쇼미더머니의 미국답게 퍼싱을 어마어마하게 투입했다.
퍼싱 중전차가 아미앵의 땅바닥을 깊게 패며 연신 용트림을 해댔다.
이곳은 아미앵.
미군 기갑부대의 전설이 시작된 곳.
이곳은 아미앵.
미군 기갑부대의 전설이 시작된 곳.
351화 : 이 전쟁을 보는 모든 이들은 슬슬 제1차 세계대전의 환각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을 느끼고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진은 오마 브래들리의 지휘에는 터치하지 않았는데, 연합군 총사령관과 집단군 사령관이 따로 있는 이유가 유진이 대전략을 짜고 브래들리가 눈앞에 쏟아진 독일군을 때려잡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패튼의 제7군은 기세등등하게 메츠 공략전을 개시했지만, 며칠 만에 태세를 전환해 ‘폭격 좀 더해주세요’와 ‘더 많은 야포용 포탄이 필요함’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제7군을 지금 쳐들어온 독일군의 측면 때리는 용도로 쓰면 더 좋았겠지만, 도로 사정이 시망인 상태에서 교통체증을 악화시킬 수는 없어서 포기했다.
브래들리는 독일군이 이만큼 파고들었으니 아미앵이나 생캉탱 중 한 곳의 측후방으로 기동해 더 강력한 공세를 시도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유진은 그물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바짝 끌어들인 뒤 삼면에서 포위해 다구리를 쳐버리면 참으로 행복한 모양새가 연출되겠지만 동부전선에서 그리 악명을 떨친 모델이 그리 쉽게 넘어올까 찜찜해하면서도 당장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브래들리에게 판돈을 더 주고 런던으로 날아가 육해공 통합 회의를 진행했다. 영국 해군은 대영제국 해군의 명예를 걸고 포위당한 영국군의 구출을 위해 저지대 집단군이 장악한 항구에 대대적인 소해 작전을 진행 중이며, 벨기에 방면 루프트바페 상당수가 프랑스로 빠진 덕분에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보고한다.[52]
저지대 집단군에 보급을 재개하기 위해 제2의 말버러 항구를 벨기에에 밀어넣고 단숨에 무한한 스팸과 C레이션을 퍼붓는 방안, 캐나다군이 스켈트강에서 독일군을 축출하는 대로 앤트워프에 일단 보급품을 집어 던지고 생각해보는 방안, 공세를 펴고 있는 영국군 1개 군단에 대해 제한적인 공중 보급을 시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었고 일단 전부 다 추진하기로 했다. 영국군과 캐나다군이 현재의 미군보다 훨씬 정예라서 잃기 아깝기 때문.[53]
한편 M26 퍼싱의 실전 데이터는 이미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틀림없이 떠나고 없는 사람인데 뻔질나게 이름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우리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마셜을 포함한 군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랜드리스 품목에 퍼싱 전차를 포함시켰다. 대신 소련은 퍼싱 전차의 운용 관련 자료를 넘기기로 약속했고, 일부 장교들이 선발되어 옵저버로 동부 전선에 직접 나가기도 했다. 현존하는 모든 독일군 전차와 교전할 수 있는 강력한 전차지만 러시아 평원의 끔찍한 자연환경상 이 강력한 병기를 만전의 상태로 운용하기엔 많은 난점이 보였고, 높은 정비 소요, 잦은 고장과 같은 치명적 문제가 있으나 강력한 전투력은 이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였다. 이렇게 착실히 데이터를 확보했으니 연합군이 운용 교리를 세우는 것도 나름 편하긴 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독일군 또한 퍼싱의 맛을 알고 대비책을 세울 수 있었단 것이다.
모델은 적이 중전차를 대규모로 운용해 아군 기갑부대에 맞서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아미앵에서 며칠간 벌어진 격렬한 전투에서 독일군 참모와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미군을 얕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끗하게 인정해야만 했다. 그들은 분명 숙련도가 부족한 신병 위주의 군대였지만 그 미숙함을 근성과 투지로 메꾸고 있었으며 붉은 군대의 이반들과는 또 다른, 바다 건너 남의 전쟁에 끼어든 이들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악과 깡 그리고 강력한 병기의 힘으로 전쟁기계 독일군의 공세에 맞서고 있었다. 물론 숙련도의 차이는 명확해 독일군은 미군을 점차 밀어내고 전장 곳곳에서 승기를 잡고 있었지만, 이 승리를 언제까지 더 유지할 수 있냐고 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다. 육군이 루프트바페에게 왜 제공권을 잡지 못하느냐고 성화를 부리려다가도 한껏 얼굴에 그늘이 진 루프트바페 측 인사들의 그 축축한 면상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안 물어봐도 상황을 빤히 알 수 있었다. 얇고 긴 실선처럼 구축된 보급망은 위태롭기 그지없었고, 그 보급의 양 또한 절대 만족스럽지 못해 일선 간부들은 약탈 광경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군.”
“결심을 알려주시면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적은 집요한 방어선 형성과 중전차 집중 운용으로 아군의 돌파를 저지하려 한다. 적어도 저 짜증 나는 중전차 부대는 완전히 날려버려야 아미앵이건 파리건 갈 수 있어.”
모델은 판단했다.
지금 여기서 한번 크게 따야, 파리로 갈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보이리라고.
무작정 아미앵이나 파리로 자살 돌격을 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결국 프로이센의 전통적인 전략이란 ‘상대의 전투병을 믹서기로 삭삭 갈아버리면 우리가 이김’ 아닌가.
그리고 딱 닷새.
독일제 고기분쇄기가 말 그대로 미군의 방어선을 갈아버렸다.
“결심을 알려주시면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적은 집요한 방어선 형성과 중전차 집중 운용으로 아군의 돌파를 저지하려 한다. 적어도 저 짜증 나는 중전차 부대는 완전히 날려버려야 아미앵이건 파리건 갈 수 있어.”
모델은 판단했다.
지금 여기서 한번 크게 따야, 파리로 갈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보이리라고.
무작정 아미앵이나 파리로 자살 돌격을 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결국 프로이센의 전통적인 전략이란 ‘상대의 전투병을 믹서기로 삭삭 갈아버리면 우리가 이김’ 아닌가.
그리고 딱 닷새.
독일제 고기분쇄기가 말 그대로 미군의 방어선을 갈아버렸다.
유진은 모델이 집단군을 대대 단위로 무슨 스타크래프트 마린 메딕 컨트롤 마냥 수십만 대군을 거느린 총사령부가 저 밑바닥에서 흙 퍼먹고 있는 수백, 수천 명을 직접 지휘해서 기어이 돌파구를 열고, 확대하고, 뚫고, 포위하는 것을 반복해 '고기분쇄기'로 연합군을 갈아버렸다는 보고를 받고 아연실색한다. ‘르제프 고기분쇄기’는 들어봤지만 그건 벙어전이기라도 했지 이건 공세에서 한 짓이다. 브래들리의 참모들은 멘탈이 완전히 나가있었고, 이에 화가 난 유진은 상황을 확인하겠다며 최전방으로 시찰 나가 버린다.
유진은 대규모의 퍼싱 잔해들을 보고 퍼싱 털어먹겠다고 이 난리를 쳤냐며 모델에게 이를 갈았는데, 직후 다른 차 한 대가 튀어나와 피하다가 상대 차가 나무에 들이박는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미군 차라서 아군이 사고 난 줄 알고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접근했더니, 어처구니없게도 그 미군차 뒷자석에는 모델이 타있었다. 지나가던 차에 부딪히면서 유진과 마주치는 장면은 독자들을 빵 터뜨린 본작 최고의 개그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54][55]
352화 : 모델의 운전수는 교통사고 충격으로 기절했지만 부관은 그리스건을 꺼내들었고, 유진의 부관은 권총 한 자루에 유진의 운전병은 아군이 사고 난 줄 알고 문 따겠다고 빠루를 들고 와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유진과 모델 모두 당장 쏴버리라고 닦달했지만 부관의 입장에서 모시던 분이 사고 나면 동서고금 막론하고 매장 확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치만 반복되고 있었다. 유진은 속으로는 불안해하면서도 특유의 사기꾼 기질을 한껏 발휘해 모델에게 허세를 부리며 먼저 회담을 청한다.[56]
“하하하하하하!! 명성 드높은 모델 원수를 이렇게 뵙게 되니 기쁘군요. 유진 킴입니다.”
나는 양손을 번쩍 들어 아무 무기가 없다는 걸 보여준 후 모델에게 슬며시 오른손을 내밀었고, 그는 기가 찬다는 듯 그 오른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결국 자신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발터 모델. 대독일 국방군 육군 원수.”
“그 차, 망가졌는데 일단 나오시죠. 해치지 않겠습니다. 귀하의 운전병, 수습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참 놀라운 우연이지만, 우연도 이 정도면 운명 아니겠습니까. 후세의 호사가들은 몇백, 몇천 년이 지나도 두 원수의 숙명적인 만남에 대해 떠들겠지요. 역사에 기록될 이 만남을 이토록 추하게 흘려보낼 순 없지 않겠습니까? 우린 쏘지 않을 테니, 일단 정리부터 합시다. 머리에서 피 흐르시는데 그것부터 먼저.”
“…독어나 불어 할 줄 아시오?”
“…예. 조금은.”
나는 양손을 번쩍 들어 아무 무기가 없다는 걸 보여준 후 모델에게 슬며시 오른손을 내밀었고, 그는 기가 찬다는 듯 그 오른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결국 자신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발터 모델. 대독일 국방군 육군 원수.”
“그 차, 망가졌는데 일단 나오시죠. 해치지 않겠습니다. 귀하의 운전병, 수습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참 놀라운 우연이지만, 우연도 이 정도면 운명 아니겠습니까. 후세의 호사가들은 몇백, 몇천 년이 지나도 두 원수의 숙명적인 만남에 대해 떠들겠지요. 역사에 기록될 이 만남을 이토록 추하게 흘려보낼 순 없지 않겠습니까? 우린 쏘지 않을 테니, 일단 정리부터 합시다. 머리에서 피 흐르시는데 그것부터 먼저.”
“…독어나 불어 할 줄 아시오?”
“…예. 조금은.”
모델의 운전병은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사고 후유증 때문에 따로 누워있었고, 부관들끼리는 무장을 해제했으며 유진은 프랑스어는 할 줄 알아도 독일어는 할 줄 몰라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부관이 통역을 도왔다. 유진은 근처의 퍼싱 잔해들을 볼 때 독일군이 이 일대를 장악했을 확률이 높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오를 잡아야 오히려 안전하다는 걸 알기에 차에 꿍쳐놓은 위스키까지 꺼내와서 대화를 시작했다.
“도대체 이 마술은 어떻게 부린 겁니까?”
“마술이라니.”
“어디 듣는 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이야기니까 그냥 툭 터놓고 말합시다. 우리쯤 되는 레벨의 사람들이면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도박성 전략전술 대신 알아도 못 막는 술책을 부려야 아, 저 새끼 전쟁 조까치 하는구나 하고 극찬을 듣잖습니까.”
“풉.”
“여기로 오게 만든 시점에서 내가 이겼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전리품을 딸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굉장히 한 대 맞은 느낌입니다. 뭐 어떻게 한 겁니까?”
“당신네 미군은 급속도로 확충한 군대라면 피할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지. 초급 간부의 부재 말이오. 군문에 종사하며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부족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어쩔 수 없다, 라.”
“군사전통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솟아날 순 없잖소. 미군 병사들 개개인의 투지는 나 또한 인상적이었지만, 그들을 이끌어줄 부사관과 장교가 얼치기라면 그 투지가 성과로 이어지긴 힘들지.”
(중략)
“그 결과가 이 눈에 보이는 전경이다, 이겁니까.”
“유리한 점을 극대화하고 불리한 점을 은닉하는 것. 전쟁의 기본이잖소.”
“그렇지요. 그래서 나 또한 이제 우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거하게 한탕하셨으니, 이제 물자가 쪼들리실 테지요? 이렇게 단위 제대 싸움으로 가면 귀하의 말씀대로 별 뾰족한 도리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2백만 미군은 이 싸움으로 약간 생채기가 났을 뿐이고, 프랑스군은 빠른 속도로 재건 중인 데다가, 귀하께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파리로 달려오셔야지요. 하나 물어봅시다. 파리로 올 물자, 남아 있습니까?”
“물론이오. 없긴 왜 없소.”[57]
“그렇군요. 물자가 충분하다니 다행입니다. 실은 여기서 내빼면 그게 더 아쉽거든요. 절대 돌아가지 못할 만큼 깊숙이 들어와주길 오매불망 바라고 있습니다.”
“즐거운 대화였소, 킴 총사령관. 이제 후세 사람들도 만족할 테니, 이쯤에서―”
“조금만 더 이야기합시다. 뭐가 그리 급합니까? 요즘 들어 독일 본토에 대한 전략폭격이 뜸해졌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그렇소. 아마 그 폭격기를 호위할 전투기가 전부 이 전역에 묶여 있기 때문이겠지.”
“반은 맞는 말입니다. 실은, 우리 멍청한 물개 놈들이 서류상 착오가 있었는지 전투식량을 글쎄 1억인 분을 주문해 놓고 쩔쩔매고 있지 뭡니까?[58] 벨기에 포켓에 그 남는 물자를 죄다 투하할 계획입니다. 독일군이 줍든, 지나가던 쥐나 새가 줍든 아무튼 그냥 쫙쫙 뿌릴 겁니다. 10퍼센트라도 벨기에인들의 손에 떨어지면 대충 포위망 안의 식량난은 해소되리라 기대하고 있거든요.”
“군사 기밀 아니오?”
“곧 당신네들도 알게 될 텐데 뭘 숨깁니까. 거기다 노르망디에 세웠던 조립식 항구 역시 몇 개 더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그 포위망은 망치가 되어 파리로 달려온 여러분의 퇴로를 끊을 건데.”
“이거 참, 친절한 안내 고맙소. 빨리 포위망 내 영국군을 섬멸해버려야겠군.”
“나야 손 안 대고 경쟁자인 영국인들을 죽일 수 있으니 그건 그거대로 좋습니다. 사실 내가 기대하던 바가 바로 그거거든요. 이미 견적 다 내셨으면서 왜 그러십니까, 크헤헤헤! 영국군이 섬멸된다면 나는 빗장 닫아걸고 한 2년에서 3년쯤 끝없이 전략폭격만 할 겁니다. 붉은 군대가 한 발짝씩 다가오는 걸 느긋하게 구경하며 독일의 모든 건물이란 건물은 죄다 폭격만 해버리면 전쟁 승리는 확정인데, 내가 왜 귀중한 우리 아들들을 전쟁터로 내밀겠습니까.”
“이런 말을 굳이 내게 지껄이는 의도를 말해주시겠소, 킴 원수?”
“항복하시죠. 슬라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 수천만을 학살하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명을 가스실에 처넣고. 언제까지 군인은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그 얄팍한 이유 하나만으로 진실에서 눈을 돌리시렵니까?”
“군인의 가장 막중한 임무를 그렇게 매도하다니, 당신도 군인 아니오.”
“옳고 그름 같은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든다면 그건 집어치웁시다. 어차피 서로 온몸에 피 가득 묻힌 놈들이니. 그래서, 남의 집 귀한 아들들을 전선으로 밀어넣어서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할 가능성이 보입니까?”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구려. 지금 당신을 붙잡거나 아니면 쏴버리기만 해도, 당신이 말한 ‘더 나은 미래’가 눈앞으로 다가오지 않겠소.”
“하하하. 큰 착각을 하시는군요. 내가 죽으면 연합군이 흔들린다? 그럴 리가. 예수가 어디 살아서 온 유럽에 기독교를 퍼뜨렸습니까. 살아 있는 김유진보다 더 무서운 게 죽어서 신이 된 김유진일 텐데.”
“연합군은 신앙을 얻는 대신 머리를 잃겠지.”
“이제 우리의 대전략이 바뀔 일은 없소. 북유럽은 이반할 테고, 발칸의 당신들 따까리들도 매일같이 나와 새 친구를 먹고 싶어서 초인종을 눌러대고 있지. 나 하나를 죽인다고 해서 내가 깔아놓은 레일이 사라지진 않거든. 반면 원수 나리께서 여기서 죽으면 어떨까요? 그토록 세밀하게 5성 장군께서 지휘하던 병력들이 갑자기 머리를 잃으면?”
“…손 떼시오.”
“아무리 봐도 우리 둘이 서로 머리통을 날려버리면 내가 조금 더 이득인 것 같군요. 얘들아, 뭐 하냐. 이제 가자! 재밌게 잘 놀다 갑니다, 원수. 명심하시오. 지금 독일엔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봅시다!”
“마술이라니.”
“어디 듣는 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이야기니까 그냥 툭 터놓고 말합시다. 우리쯤 되는 레벨의 사람들이면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도박성 전략전술 대신 알아도 못 막는 술책을 부려야 아, 저 새끼 전쟁 조까치 하는구나 하고 극찬을 듣잖습니까.”
“풉.”
“여기로 오게 만든 시점에서 내가 이겼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전리품을 딸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굉장히 한 대 맞은 느낌입니다. 뭐 어떻게 한 겁니까?”
“당신네 미군은 급속도로 확충한 군대라면 피할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지. 초급 간부의 부재 말이오. 군문에 종사하며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부족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어쩔 수 없다, 라.”
“군사전통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솟아날 순 없잖소. 미군 병사들 개개인의 투지는 나 또한 인상적이었지만, 그들을 이끌어줄 부사관과 장교가 얼치기라면 그 투지가 성과로 이어지긴 힘들지.”
(중략)
“그 결과가 이 눈에 보이는 전경이다, 이겁니까.”
“유리한 점을 극대화하고 불리한 점을 은닉하는 것. 전쟁의 기본이잖소.”
“그렇지요. 그래서 나 또한 이제 우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거하게 한탕하셨으니, 이제 물자가 쪼들리실 테지요? 이렇게 단위 제대 싸움으로 가면 귀하의 말씀대로 별 뾰족한 도리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2백만 미군은 이 싸움으로 약간 생채기가 났을 뿐이고, 프랑스군은 빠른 속도로 재건 중인 데다가, 귀하께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파리로 달려오셔야지요. 하나 물어봅시다. 파리로 올 물자, 남아 있습니까?”
“물론이오. 없긴 왜 없소.”[57]
“그렇군요. 물자가 충분하다니 다행입니다. 실은 여기서 내빼면 그게 더 아쉽거든요. 절대 돌아가지 못할 만큼 깊숙이 들어와주길 오매불망 바라고 있습니다.”
“즐거운 대화였소, 킴 총사령관. 이제 후세 사람들도 만족할 테니, 이쯤에서―”
“조금만 더 이야기합시다. 뭐가 그리 급합니까? 요즘 들어 독일 본토에 대한 전략폭격이 뜸해졌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그렇소. 아마 그 폭격기를 호위할 전투기가 전부 이 전역에 묶여 있기 때문이겠지.”
“반은 맞는 말입니다. 실은, 우리 멍청한 물개 놈들이 서류상 착오가 있었는지 전투식량을 글쎄 1억인 분을 주문해 놓고 쩔쩔매고 있지 뭡니까?[58] 벨기에 포켓에 그 남는 물자를 죄다 투하할 계획입니다. 독일군이 줍든, 지나가던 쥐나 새가 줍든 아무튼 그냥 쫙쫙 뿌릴 겁니다. 10퍼센트라도 벨기에인들의 손에 떨어지면 대충 포위망 안의 식량난은 해소되리라 기대하고 있거든요.”
“군사 기밀 아니오?”
“곧 당신네들도 알게 될 텐데 뭘 숨깁니까. 거기다 노르망디에 세웠던 조립식 항구 역시 몇 개 더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그 포위망은 망치가 되어 파리로 달려온 여러분의 퇴로를 끊을 건데.”
“이거 참, 친절한 안내 고맙소. 빨리 포위망 내 영국군을 섬멸해버려야겠군.”
“나야 손 안 대고 경쟁자인 영국인들을 죽일 수 있으니 그건 그거대로 좋습니다. 사실 내가 기대하던 바가 바로 그거거든요. 이미 견적 다 내셨으면서 왜 그러십니까, 크헤헤헤! 영국군이 섬멸된다면 나는 빗장 닫아걸고 한 2년에서 3년쯤 끝없이 전략폭격만 할 겁니다. 붉은 군대가 한 발짝씩 다가오는 걸 느긋하게 구경하며 독일의 모든 건물이란 건물은 죄다 폭격만 해버리면 전쟁 승리는 확정인데, 내가 왜 귀중한 우리 아들들을 전쟁터로 내밀겠습니까.”
“이런 말을 굳이 내게 지껄이는 의도를 말해주시겠소, 킴 원수?”
“항복하시죠. 슬라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 수천만을 학살하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명을 가스실에 처넣고. 언제까지 군인은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그 얄팍한 이유 하나만으로 진실에서 눈을 돌리시렵니까?”
“군인의 가장 막중한 임무를 그렇게 매도하다니, 당신도 군인 아니오.”
“옳고 그름 같은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든다면 그건 집어치웁시다. 어차피 서로 온몸에 피 가득 묻힌 놈들이니. 그래서, 남의 집 귀한 아들들을 전선으로 밀어넣어서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할 가능성이 보입니까?”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구려. 지금 당신을 붙잡거나 아니면 쏴버리기만 해도, 당신이 말한 ‘더 나은 미래’가 눈앞으로 다가오지 않겠소.”
“하하하. 큰 착각을 하시는군요. 내가 죽으면 연합군이 흔들린다? 그럴 리가. 예수가 어디 살아서 온 유럽에 기독교를 퍼뜨렸습니까. 살아 있는 김유진보다 더 무서운 게 죽어서 신이 된 김유진일 텐데.”
“연합군은 신앙을 얻는 대신 머리를 잃겠지.”
“이제 우리의 대전략이 바뀔 일은 없소. 북유럽은 이반할 테고, 발칸의 당신들 따까리들도 매일같이 나와 새 친구를 먹고 싶어서 초인종을 눌러대고 있지. 나 하나를 죽인다고 해서 내가 깔아놓은 레일이 사라지진 않거든. 반면 원수 나리께서 여기서 죽으면 어떨까요? 그토록 세밀하게 5성 장군께서 지휘하던 병력들이 갑자기 머리를 잃으면?”
“…손 떼시오.”
“아무리 봐도 우리 둘이 서로 머리통을 날려버리면 내가 조금 더 이득인 것 같군요. 얘들아, 뭐 하냐. 이제 가자! 재밌게 잘 놀다 갑니다, 원수. 명심하시오. 지금 독일엔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봅시다!”
그렇게 유진은 유유히 차를 타서 자리를 떠났고, 모델은 좆까라고 욕했다. 얼마 뒤 독일군 차량이 모델을 찾아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부관은 기밀을 전부 불어도 되냐며 유진을 닦달했지만 유진은 모델이 히틀러에게 쫄래쫄래 가서 ‘제가 유진 킴과 일대일 면담을 해서 놈에게 군사 기밀을 전부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또라이가 아하! 그렇구나! 할 것 같냐며 코웃음치고, 모델이 이를 다 믿을 리는 없겠지만 사실임을 깨달은 모델이 파리 진공 대신 빠른 퇴각을 시도하겠지만 그 순간 자신과 모델이 만난 걸 베를린에 뿌려주면 모델은 정치적으로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자결하거나, 처형당하거나, 항복하거나. 어지간하면 항복해 주면 좋겠는데.”[59]
353화 : 기묘한 회담을 마친 후 아군과 합류한 모델은 곧장 새 차로 갈아타 후방으로 떠나야 했다. 적 총사령관이 그의 위치를 알게 된 이상 머뭇거릴 틈이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인근에 포격이든 아니면 포격 요청이든 뭔가 저지를 테니까. 오이겐 킴쯤 되는 인간이 모델의 모가지에 얼마나 큰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모를 리가 없으니 그는 반드시 이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새 운전병이 자신이 육군 원수를 태웠다는 사실에 바싹 얼어붙어 목에 깁스라도 한 듯 빳빳하게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는 사이, 모델은 옷의 목 부분을 붙잡고 팔랑이며 숨을 연신 들이쉬었다. 부관은 오이겐과 만날 걸 들켰다가는 의심을 사 숙청당할 수 있으니 숨기면 안 되냐고 제안했지만, 모델은 오이겐이 군사 기밀을 분 게 단순히 블러핑이라서 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상황에서 블러핑이라고? 거짓말도 하나의 재주일세. 갑작스레 적과 마주했는데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거짓말을 술술 할 수 있으면 그게 사기꾼이지 군인인가?”
숨기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이실직고해서 별로 좋은 꼴을 볼 것 같진 않았다.
천하의 모델이라 해도 이 사실을 모를 만큼 아둔하지는 않았다.
숨기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이실직고해서 별로 좋은 꼴을 볼 것 같진 않았다.
천하의 모델이라 해도 이 사실을 모를 만큼 아둔하지는 않았다.
모델은 오이겐이라면 결정적인 상황에서 베를린에 이 만남을 흘려 자기 목을 치려 할 것이며, 자기 입으로 말한 게 아니라 오이겐이 말하면 더 걷잡을 수 없을 거라 판단하며, 오이겐이 한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생각한다.
킴의 말이 전부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모델의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최고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연합군은 온갖 방안을 동원해 벨기에의 영국군에게 보급 루트를 확보한다.
막을 방법.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해군으로는 저지할 수 없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루프트바페 또한 연합군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시기와 효율의 문제일 뿐 보급은 재개된다.
― 연합군은 프랑스로 진입한 독일군의 섬멸을 원한다.
영국군에 보급이 재개된다는 가정이 참이라면, 그 토미들이 얇디얇은 벨기에 방면의 독일 점령지를 다시 차단하는 것만으로 모델이 이끌고 온 군대는 퇴로가 막힌다.
― 포위망 안의 영국군이 섬멸당했다면, 방어에 전념하며 다른 전선에서의 공세 및 전략폭격으로 독일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갉아먹는다.
독일에 장기전 역량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이미 독일은 막대한 병력을 동부 전선에서 빼 서부로 돌렸다. 지금 와서 다시 서부의 병력을 돌려 동부로 보낸다? 미영 연합군이 과연 그 꼴을 보고서도 가만히 구경만 할까?
― 연합군은 온갖 방안을 동원해 벨기에의 영국군에게 보급 루트를 확보한다.
막을 방법.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해군으로는 저지할 수 없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루프트바페 또한 연합군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시기와 효율의 문제일 뿐 보급은 재개된다.
― 연합군은 프랑스로 진입한 독일군의 섬멸을 원한다.
영국군에 보급이 재개된다는 가정이 참이라면, 그 토미들이 얇디얇은 벨기에 방면의 독일 점령지를 다시 차단하는 것만으로 모델이 이끌고 온 군대는 퇴로가 막힌다.
― 포위망 안의 영국군이 섬멸당했다면, 방어에 전념하며 다른 전선에서의 공세 및 전략폭격으로 독일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갉아먹는다.
독일에 장기전 역량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이미 독일은 막대한 병력을 동부 전선에서 빼 서부로 돌렸다. 지금 와서 다시 서부의 병력을 돌려 동부로 보낸다? 미영 연합군이 과연 그 꼴을 보고서도 가만히 구경만 할까?
모델이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참모들은 그의 폭탄 발언에 그만 넋을 놔버리고 말았다. 오이겐을 만났다는 모델의 첫 말에 참모들은 꿈에서 오이겐 잡고 파리에 당도했다는 둥, 요즘 훈련소 표적지에 전부 오이겐 얼굴 붙여놓고 쏜다는 둥의 말로 대답하며 농담이라 받아들였지만 진짜 만났다는 것을 알고 단체로 경악한다. 처음에는 위스키에 독을 탄 게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모델은 지금은 독이 문제가 아니라 오이겐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라 혼내고, 참모들은 겨우겨우 진정한 뒤 유진의 말을 분석했다. 여느 때처럼 오이겐은 독일군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힌 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강요하고 있는데 킴이 모델을 만난 게 우연이라면 완벽한 음모는 아닐 거라고 추측한다.
참모들은 포위망 안의 병력에게 아직 보급이 시작되지 않았다 결론을 짓고[60] 당장 포위망 안의 적을 무력화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공세를 취해 적이 한가로이 보급을 받을 여력을 앗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서는 오이겐이 B집단군의 공세 역량을 모두 벨기에에 소모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고 이론을 제기했다. 그래도 퇴로가 차단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며 한참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있던 중, 참모장이 잠시 모델을 따로 부른 뒤 입을 열었다. 당장 아미앵에 공세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참모장은 오이겐이 사령관의 실각을 노리고 일부러 정보를 떠든 것 같은데 히틀러가 아미앵을 잿더미로 만들라 명령한 것까지 이행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위험하다고 언질을 준 뒤 다른 참모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파리로 가기 위해서는 보급로가 지금보다 더 안정되어야 하기에 슬슬 퇴로를 확보해야 할 것 같고 그를 위해서는 결국 아미앵 방면 미군의 힘을 쫙 빼놓자고 상황을 정리한다.[61] 모델은 아미앵 공격을 지시한 뒤 히틀러를 만나러 갔다.
발터 모델의 믹서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미군은 일시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안 그래도 하역이 까다로워 보급이 쉽지 않은 퍼싱 중전차들의 떼몰살당했고 곳곳에 준비해 놓았던 방어 진지는 적의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규모 공격 앞에 하나둘 제압당했고, 막심한 피해가 누적되며 최전방 부대가 허겁지겁 후퇴한 지금, 핏빛 카펫으로 아미앵 시가지로 가는 길을 활짝 연 독일군은 이제 얼룩이 진 그 군홧발로 아미앵을 향해 행군하고 있었다. 캉 공방전에서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고 뒤로 물러났던 미합중국 육군 제93보병사단은 본래대로라면 시가행진을 진행한 뒤 곧바로 다시 후방으로 빠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93사단은 궤멸당할 걸 알면서도 퇴각을 거부해 아미앵 방어의 한 축을 떠맡게 되었고 끝없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미 독일군 또한 눈이 뒤집혀 있기로는 매한가지였다. 벨기에에서 아미앵까지 수백km를 걷고 또 걸었고 승리에 승리를 거듭했지만 파리는 멀고도 멀었다. 가면 갈수록 보급은 부족해지고 있었고, 입에 들어가는 밥의 질은 점점 보잘것없어지매 군자도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벼락을 넘는데 하물며 손에 무기를 든 군인이 참을 리가 없었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지만, 이들이 출발하면서 보급받은 것들 대부분은 진작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치 자신들이 얼마나 잘 싸웠는지 그 공훈을 증명하려는 듯, 미제 겉옷과 군화를 신고 손에는 시가전의 친구 그리스건을 삼삼오오 꼬나쥔 이들은 그야말로 전쟁기계였으며 특히나 개개인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이 시가전에서, 미군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교환비를 안고 싸워야 했다.
아미앵이 불타는 동안, 인근의 다른 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은폐해 놓은 대전차포가 불을 뿜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직격당한 독일 전차 한 대에서 연기가 치솟는다. 바깥의 온갖 총탄으로부터 승무원들을 지켜주던 강철의 성채는 포탄이 직격당한 순간 강철의 관으로 변모해 안에 있는 독일 병사들을 지글지글 구워버렸다. 살아남은 이들이 포탄에 찢겨져 고기토막으로 바뀐 전우를 부러워하며 제 몸이 불타는 고통에 시달리며 지옥으로 떨어지고,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본 독일군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하물며 그들은 SS 친위대. 분노를 정제하긴커녕 더욱 표출하는 이들. 모허이에 남은 주민들은 이를 악물고 미군을 도와 거의 모든 비전투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수십 년 전, 독일제국군 제208사단 185연대는 모허이를 점령하고 무자비한 약탈을 자행했다. 하지만 208사단은 아미앵의 수호신 앞에서 철저하게 괴멸되었고, 그 놀라운 전과는 오늘날까지 길이길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저 미치광이 친위대가 그 ‘참사’의 현장에 도달했을 때 신사적으로 굴 거라는 망상은 모허이 주민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이미 민간인 상당수를 소개(疏開)하긴 했지만, 독일군이 갑작스레 방어선을 돌파하고 진격해 오면서 이곳에 고립된 주민들 또한 제법 있었다. 그렇게 고립된 민간인 대부분이 노약자인 이곳에서, 자칫하면 대학살이 자행될지도 몰랐다. 저놈들이 저토록 맹렬한 공세를 펴는 건 정말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 때문일까. 아니면….[62]
“들키진 않았겠지?”
“언론 보도는 일체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시국에 총사령부 지시를 정면에서 거역할 만큼 미친놈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저 미치광이들 손에 행여나….
지휘부의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어떤 소스를 통해 새어나갈지 모르는데, 괜히 주둥이를 열어 화를 자초하고 싶진 않았다.
“며칠만 더 버텨라. 적은 이미 한계다!”
그렇게 자신의 희망을 섞어, 지휘관은 그 어느 때보다 대범한 척 굴 수밖에 없었다.
유진 킴 총사령관은 절대 이곳을 버리지 않으리라.
“언론 보도는 일체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시국에 총사령부 지시를 정면에서 거역할 만큼 미친놈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저 미치광이들 손에 행여나….
지휘부의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어떤 소스를 통해 새어나갈지 모르는데, 괜히 주둥이를 열어 화를 자초하고 싶진 않았다.
“며칠만 더 버텨라. 적은 이미 한계다!”
그렇게 자신의 희망을 섞어, 지휘관은 그 어느 때보다 대범한 척 굴 수밖에 없었다.
유진 킴 총사령관은 절대 이곳을 버리지 않으리라.
독자들은 모델이 아미앵에서 역포위당하고 아미앵 후퇴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설을 제기했으며,### 유진이 '적을 아미앵으로 끌어들이고 거대한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한 것의 정체가 아미앵에 있는 척하고 벨기에로 몰래 가서 반격을 주도해 역포위하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내놓았다.###[63][64]
354화 : 발터 모델이 분주히 움직일 무렵, 유진 또한 벼락처럼 베르사유에 들이닥쳤다. 유진은 모델과 만난 걸 태평하게 말했다가 분노한 브래들리에게 두들겨 맞았고(...) 유진의 부관은 자칫하다가 사이좋게 베를린 특급 편도열차 끊을 뻔했으니 맞아도 된다 무시했다. 브래들리는 모델 건을 듣고 지금이 무슨 중세시대냐고 속으로 깠지만, 유진은 태평한 태도를 유지하며 본작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시전한다.
“아미앵, 그냥 줘버려.”
브래들리는 처음에는 황당해했지만, 유진은 차분히 설명했다. 나치는 아미앵에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부여하는 가치가 크지만, 만나보니 모델은 아미앵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65] 자기 부하는 아끼는 천성 군인이라 병사들이 무의미하게 소모된다 판단하면 주저 없이 공세 때려치우고 철수할 양반이라는 것이다.[66]
유진이 볼 때 모델은 파리를 함락시켜 전황을 뒤엎는다는 망상에 집착하는 인물이 아니었지만,[67] 아미앵으로 독일군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렇게 도발을 했음에도[68] 모델은 거기에 대해서도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아미앵 점령을 주도하는 건 소거법상으로 히틀러가 된다.
킬딸에만 집착하는 프로이센 전쟁기계들에게 있어 아미앵은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수준이다. 하지만 '1차대전 독일의 굴욕을 되갚겠다'는 표어로 집권한 히틀러와 나치당은 유진의 정치적 도발을 넘길 수 없기 때문에 아미앵 함락을 요구한 것이다. 애초에 유진이 그렇게 유도한 것이지만, 원래 예상보다 프로이센군이 아미앵에 관심이 없던 건 의외였던 모양.[69] 따라서 유진은 암살미수 때문에 의심병이 깊어진 히틀러의 의심병을 최대한 부추길 것인데, 이때 모델이 작전 때려치우고 퇴각하겠다고 하면 히틀러의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으며 갑자기 연합군이 아미앵 방어를 포기하고 냅다 던져준다면 정치 논리에 따라 <최후의 한 명까지 아미앵을 지켜라>가 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자고, 상식적으로. 적이 공짜로 그 엄청난 의미를 품고 있는 땅을 넘겨줬는데 유지 못 하고 토해내면 얼마나 모양새가 우스워지겠어? 히틀러는 절대 쉽게 아미앵 포기 못 해. 하지만 모델은 그랬다간 B집단군 장병들에게 파멸만이 기다린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
모델이 히틀러의 분노를 뒤집어쓴다.
아니면 B집단군이 아미앵을 껴안고 익사한다.
혹은… 둘 다거나.
모델이 히틀러의 분노를 뒤집어쓴다.
아니면 B집단군이 아미앵을 껴안고 익사한다.
혹은… 둘 다거나.
이는 욕심을 버린다면 해결될 일이지만, 애초에 파리 정복이라는 거대한 욕심을 가지고 들이민 주먹이니 아미앵조차 챙길 수 없다면 히틀러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유진의 설명에 납득한 브래들리는 아미앵 사수 연설한 건 어쩔 거냐 묻지만 유진은 “나는 정치인도 아닌데? 거, 군인이 한 입으로 두말 좀 할 수도 있지.”라 코웃음쳤다.[70]
“거짓말이 제일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가 언제일 것 같아. 평생 진실만을 말하던 놈이 구라를 칠 때야.”라고 말한다.
유진 킴은 장병들의 목숨을 그 누구보다 아낀다.
연합군 모든 시민들은 물론 적들까지 알고 있는 명제.
“앞으로도 쭉 지켜나갈 수 있다면 너무너무 좋은 그림이겠는데… 별수 없지. 지금이야말로 그 신념이 가장 비싼 값에 팔릴 타이밍이니까. 아니면 더 큰 일로 덮어버릴 수도 있고.”
유진 킴은 장병들의 목숨을 그 누구보다 아낀다.
연합군 모든 시민들은 물론 적들까지 알고 있는 명제.
“앞으로도 쭉 지켜나갈 수 있다면 너무너무 좋은 그림이겠는데… 별수 없지. 지금이야말로 그 신념이 가장 비싼 값에 팔릴 타이밍이니까. 아니면 더 큰 일로 덮어버릴 수도 있고.”
오마 브래들리는 유진의 대전략에 따라 참모들과 함께 아미앵 전투를 주도하고 있었다. 참모들은 독일군의 아미앵 공세가 참모부의 예상보다 빠르다 보고하고, 브래들리는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평한다. 열강급 국가들이 총력을 투사한 시가전이라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전장환경은,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에게 끔찍한 콘크리트 정글이라는 사실이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밝혀졌다. 그러나 상대는 썩어도 준치인 독일군이다. 이미 스탈린그라드에서 뜨거운 맛을 보고 대국을 그르칠 뻔한 그놈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뜨거운 맛을 보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유진의 추측대로라면, 적의 이 공세는 진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언제든 다시 벨기에 방면으로 물러나기 위해, 시간을 벌 요량으로 일단 크게 한 방 휘두르는 주먹에 가깝다. 정말일까? 정말 독일군이 파리 진군이라는 목적을 포기했을까? 그렇게 쉽게? 고작 ‘강행정찰 중 길가에서 교통사고’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적장과 마주쳤다고 해서? 하지만 총사령관은 ‘맞다’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예하 부대의 사령관들은 그 전제조건에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아미앵 시내 민간인은 공무원, 경찰, 정치인 등의 특수한 인물들을 제외한 95% 이상을 대피시켰으며 계획대로 미군은 아미앵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모조리 내준다. 전열이 붕괴되는 척.
독일군의 맹공에 마침내 무너지는 척.
전장에서 한참 떨어진 베를린에서, 서류만으로 보았을 때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대대적으로 물러난다.
독일군의 맹공에 마침내 무너지는 척.
전장에서 한참 떨어진 베를린에서, 서류만으로 보았을 때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대대적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브래들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영국인들을 믿어야겠군.”
유진은 발터 모델을 사로잡아 파리를 행진하고 싶었지만 실패한 것에 유감을 느꼈지만, 이건 이것대로 좋다며 변경된 계획을 밀어붙인다. 원래는 자신이 아미앵에 딱 박혀서 적들을 아미앵에 붙들려고 했지만, 모델과 이야기해 보니 견적이 나왔기 때문에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 부관은 독일 놈들이 상식적인 판단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드냐고 태클을 걸었지만 유진은 깔끔하게 씹었다. 유진은 프로이센군이 ‘적 총사령관을 잡거나 사살하면 이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황당함을 느끼며 프로이센 놈들은 전쟁도 그딴 식으로 하더니 중세 기사도 문학을 너무 많이 읽어서 머리가 단체로 돌았냐고 속으로 씹고는,[71] 독일 놈들이 자신의 모가지에 아미앵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듯하니 이를 이용하기로 한다.
브래들리의 제12집단군이 아미앵 방어선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퇴각을 선택할 때, 알렉산더 원수가 지휘하는 영국 제21집단군이 브래들리의 좌측 방향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개시했다. 이 공세의 목표는 바로 칼레와 됭케르크로, 모델의 측면을 위협하는 동시에, 다시 한번 항구를 장악하고 저지대 집단군과 연계하기 위한 작전이다. 알렉산더의 21집단군과 오킨렉의 저지대 집단군이 이어진다면, 지도상으로 봤을 때 아미앵을 휘감는 거대한 C 자 모양 포위망이 생성되고 독일 놈들은 그 아가리 한가운데 놓인 모양새가 되는데 바둑에선 이런 형국을 호랑이 아가리, 호구(虎口)라고 부른다.
이 공세로 인해 저지대 집단군에 대한 보급이 가능하단 유진의 호언장담은 순 허세였다는 게 들킬 수밖에 없었다. 공중수송의 한계는 아직 명확하고, 오랫동안 포위되어 접전을 치러오던 저지대 집단군의 전투력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기란 힘들다. 말버러 항구를 다시 배송해 보급을 재개하네 마네 해도, 그게 말이 쉽지 노르망디 상륙작전만 해도 폭풍 한 방에 와르르 맨션 되었으니까. 고로 정답은 육로 연결로, 트럭이란 트럭은 박박 긁어모아 저지대 집단군에게 절실할 물자를 단숨에 그 입에 쑤셔넣기 위한 공세였다. 따라서 독일군은 즉각 포위망에서 탈출하며 12집단군과 저지대 집단군의 조우를 차단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지지만, 독일군은 그동안 아미앵을 지키기 위해 발이 붙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진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여전히 독일군에게 포위된 벨기에였다.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햇빛이 들어온다.
바깥에 운집한 사람들의 모습.
온통 꼬질꼬질하고, 피로가 켜켜이 누적되어 그 모습은 엉망이지만.
결코 눈빛만큼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벨기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총사령관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킨렉 사령관.”
나는 그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고,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플래시가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잘 버텨주셨습니다. 이제 복수의 시간만이 남았습니다.”
흑의 대마를 따낼 시간이다.
바깥에 운집한 사람들의 모습.
온통 꼬질꼬질하고, 피로가 켜켜이 누적되어 그 모습은 엉망이지만.
결코 눈빛만큼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벨기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총사령관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킨렉 사령관.”
나는 그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고,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플래시가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잘 버텨주셨습니다. 이제 복수의 시간만이 남았습니다.”
흑의 대마를 따낼 시간이다.
355화 : 더 이상 모허이에서는 총성이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마을을 사수하고자 했던 이들은 이제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독일 제국의 스톰트루퍼들이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했던 모허이 숲은 새로이 친위대 병사들과 미군의 무수한 시체를 끌어안았다.
미합중국의 선배들은 승리했지만 후배들은 버티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숲까지 기어코 끌고 들어온 저 육중한 강철의 맹수들로 대전차포와 바주카, 대전차소총과 총류탄까지 모조리 긁어모아 최후까지 분전하던 미군은 피눈물을 흘리며 전우의 시체를 포기한 채 후퇴해야만 했다. 하지만 불과 연기, 매캐한 화약 내음과 함께 나타난 독일군은 여전히 그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였다. 이때 독일군과 SS가 모허이에 남아있던 마을 주민의 대표인 80대 노인에게 협력하라고 협박하자 그 노인이 천벌 받을 거라고 욕하다 죽는 사건이 벌어지고,[72] 독일군은 히틀러 유겐트를 세뇌하면서 각지에서 만행을 벌였다.
지옥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한편, 같은 시각 벨기에.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챙겨 놨는지, 군악대가 엄숙하게 북과 나팔을 불고 예포를 쏘아대며 연합군 총사령관을 환영한다.
그 누구보다 총검을 반질반질 손질해 놓은 정예 병력들이 지휘관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해 있고, 각지에서 목숨을 걸고 날아온 언론인들은 이 모습을 담기 위해 악을 썼다.
여전히 포위망은 풀리지 않았다.
당장 보급이 쏟아져 이들의 팔자가 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악대도.
도열한 병사들도.
영국과 캐나다군, 그리고 그 외 다국적 부대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치솟는 입꼬리를 억누르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들의 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가.
그들이 표하는 경의에 답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여러분은 버림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이곳으로 떠민 이 대신.
“여러분은 이 전장의 패배자가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온 이를 보라.
“여러분은 이 전장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너덜너덜해진 그들의 자존심을 위로하는 저 사람을 보라!
“이프르의 진흙탕도, 브뤼셀의 폐허도, 됭케르크의 황량한 해변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가장 어두웠던 시간은 지금 끝났습니다. 악이 승리하고 자유가 위협받던 거꾸로 되어 먹은 세상도 끝났습니다. 여러분의 인내가 결실을 맞이할 때가 왔습니다! 이제 나와 함께 갑시다! 내가 여러분의 손에 승리를 쥐여드리겠습니다! 저 동쪽으로,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베를린을 태양보다 환하게 밝혀주러 갑시다!”
그 누구보다 총검을 반질반질 손질해 놓은 정예 병력들이 지휘관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해 있고, 각지에서 목숨을 걸고 날아온 언론인들은 이 모습을 담기 위해 악을 썼다.
여전히 포위망은 풀리지 않았다.
당장 보급이 쏟아져 이들의 팔자가 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악대도.
도열한 병사들도.
영국과 캐나다군, 그리고 그 외 다국적 부대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치솟는 입꼬리를 억누르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들의 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가.
그들이 표하는 경의에 답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여러분은 버림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이곳으로 떠민 이 대신.
“여러분은 이 전장의 패배자가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온 이를 보라.
“여러분은 이 전장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너덜너덜해진 그들의 자존심을 위로하는 저 사람을 보라!
“이프르의 진흙탕도, 브뤼셀의 폐허도, 됭케르크의 황량한 해변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가장 어두웠던 시간은 지금 끝났습니다. 악이 승리하고 자유가 위협받던 거꾸로 되어 먹은 세상도 끝났습니다. 여러분의 인내가 결실을 맞이할 때가 왔습니다! 이제 나와 함께 갑시다! 내가 여러분의 손에 승리를 쥐여드리겠습니다! 저 동쪽으로,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베를린을 태양보다 환하게 밝혀주러 갑시다!”
유진은 연합국에 엠바고를 건 채 벨기에에 도착한 유진은 우선 저지대 집단군에게 포위는 풀리지 않았지만 저지대 집단군은 버려진 게 아니라 이 전장의 주인공이 될 거라 연설했다. 그 다음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정해진 식순이 착착 진행되었고, 주요 인사와 면담해 벨기에가 연합군에게 협조하겠다는 형식적인 선언을 받아낸 뒤, 벨기에의 좌익 레지스탕스와도 협상했다.[73][74] 유진은 벨기에 현지 민심 위무를 위해 시장에서 먹방을 찍거나, 어린이들 싸인을 해주거나, 병원에서 사진 몇 장 찍는 등의 행동을 하고 각종 절차를 거친 뒤에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저지대 집단군 사령관 오킨렉은 현 시점에서 저지대 집단군의 공세 역량이 거의 소진되었음을 밝힌 뒤 브뤼셀 방어에 실패한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의 사임을 청하자 유진은 아직까지 소멸되지 않고 버틴 것만으로도 저지대 집단군의 의지와 능력을 알 만하다며 육군 원수 계급장을 주었다.[75]
상황은 충분히 처참했다.
항복을 고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
벨기에 시민들은 극도로 지쳐 한계까지 몰려 있었고, 이 참사를 부른 영국군을 해방자로 보긴커녕 웬수덩어리로 여기는 이들도 심심찮게 있었다.
독일군이 결코 공격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다.
야금야금, 한 칸 한 칸 서서히 옥죄어 들어오며 저지대 집단군의 재편을 저지하려 노력했고, 그 탓에 영국군은 남쪽 탈출구를 만드는 방안을 포기하고 오히려 북상해 앤트워프 항구 장악을 노려야만 했다.
항복을 고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
벨기에 시민들은 극도로 지쳐 한계까지 몰려 있었고, 이 참사를 부른 영국군을 해방자로 보긴커녕 웬수덩어리로 여기는 이들도 심심찮게 있었다.
독일군이 결코 공격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다.
야금야금, 한 칸 한 칸 서서히 옥죄어 들어오며 저지대 집단군의 재편을 저지하려 노력했고, 그 탓에 영국군은 남쪽 탈출구를 만드는 방안을 포기하고 오히려 북상해 앤트워프 항구 장악을 노려야만 했다.
군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유진이 벨기에에서 각종 잡스러운 행사를 진행하기보단 곧장 모델의 멱을 따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연합군 총사령관인 유진은 어디까지나 대전략을 짤 뿐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움직임을 더 우선시했다. 유진이 현지를 다독이고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강력한 시그널을 보낼 동안 유진과동행한 참모들은 저지대 집단군 사령부와 미팅을 가지며 작전안을 공유하고 있었다.
해롤드 알렉산더가 이끄는 영국군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북진하기 시작했고, 독일군은 당장 눈앞에 닥친 포위망 붕괴 위기를 막기에도 급급한 상황.
지금이라도 파리 공세라는 헛된 꿈에서 깨 아미앵이고 나발이고 빤스런하는 게 최선의 판단이겠지.
그러니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적이 아미앵 일대 점령지를 붙들고 있게끔 유도해야만 했다.
지금이라도 파리 공세라는 헛된 꿈에서 깨 아미앵이고 나발이고 빤스런하는 게 최선의 판단이겠지.
그러니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적이 아미앵 일대 점령지를 붙들고 있게끔 유도해야만 했다.
오킨렉이 아미앵 함락 건에 대해 묻자 유진은 자기 의도대로라며 독일군은 아미앵을 버리는 선택을 쉽게 고르지 못할 거라 단언하고, 오킨렉은 알렉산더가 얼마나 빨리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평한다.
보급 재개를 전제로 새로이 전략을 구성한다.
빼앗긴 브뤼셀의 탈환.
앤트워프에 밀집된 주력부대를 어디로 투사할 것인가.
보급을 재개할 항구의 확보.
항구에 하역될 물자를 어떻게 예하부대로 전달할 것인가.
뭐 하나 쉽게 돌아가는 일이 없다.
여태까지 포위되어 있었던 부대가 작전행동이 가능한 것부터가 이들의 정예함을 증명한다. 직접적인 망치 역할을 맡기기보단 아무래도 그냥 이들의 존재 자체로 적에게 억지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할 듯했다.
하지만 그물은 착실히 조여지고 있다.
이제 시간은 우리의 편이지, 크라우트 놈들의 편이 아니니까.
펄떡이는 모델을 회로 뜰 그날이 오고 있다.
빼앗긴 브뤼셀의 탈환.
앤트워프에 밀집된 주력부대를 어디로 투사할 것인가.
보급을 재개할 항구의 확보.
항구에 하역될 물자를 어떻게 예하부대로 전달할 것인가.
뭐 하나 쉽게 돌아가는 일이 없다.
여태까지 포위되어 있었던 부대가 작전행동이 가능한 것부터가 이들의 정예함을 증명한다. 직접적인 망치 역할을 맡기기보단 아무래도 그냥 이들의 존재 자체로 적에게 억지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할 듯했다.
하지만 그물은 착실히 조여지고 있다.
이제 시간은 우리의 편이지, 크라우트 놈들의 편이 아니니까.
펄떡이는 모델을 회로 뜰 그날이 오고 있다.
2.1.4. 백일 천하(356~365화)
몇몇 독자들은 모델이 워털루 엔딩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의 소제목을 보면 1차대전 합중국의 검과 2차대전 연합군의 검을 대치시켜 놓은 걸 확인 가능한데, 다음 에피소드는 1차대전 백일전투->합중국의 검으로 1차대전이 끝나는 파트를 다루며 모델의 B집단군이 2차대전 워털루 전투를 찍으면 연합군의 검->'백일천하' 찍으면서 미 서부전선이 끝장나고 수미상관 서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유진의 벨기에-북프랑스 전역의 3중 포위 작전은(고유 작전명이 없다) 유진이 모델과의 회담으로 급히 수정한 작전임에도 불구하고 원 역사의 서부전선에서 볼 수 없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며, 독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독소전쟁 최대의 포위섬멸로 회자되는 1941년 키예프 전투와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천왕성 작전과도 비견될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된다.[76] 본작에서 독소전쟁의 양상은 천왕성 작전 일부 묘사를 제외하면[77] 전부 언급만 되기 때문에 작중에서 직접 묘사한 전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78]
356화 : 모델은 히틀러를 찾아가 오이겐 킴을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치의 고위 관계자들과 군부 인사는 오이겐 킴과 만나 술담배 하다가 그냥 헤어졌다는 사실에 어이를 날려버렸고, 모델은 국방군 원수라서 머리채 잡히고 끌려가는 대신 무슨 소리냐는 채근만 듣고 끝날 수 있었다. 모델은 다른 장군들에 비해 히틀러의 호의를 얻은 입장이었기에 자신이 겪었던 일을 끝까지 쭉 읊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처음에는 보고로 시작된 모델의 이야기는, 끝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고해성사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모델은 보고를 끝낸 뒤 B집단군 참모부는 아미앵에 밀집한 적을 한 차례 꺾은 뒤 곧장 퇴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위의 의심을 샀고, 모델은 “그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고, 죽일 수 있었다면 죽였을 겁니다. 킴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상황에서는 최선이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히틀러는 소란 속에서도 침묵을 지켰고, 모델은 미리 작성해 두었던 오이겐 킴과의 대화록과 자신의 권총을 내려놓은 채 헌병들을 따라나가게 되었다.
며칠간 강도 높은 취조를 당한 모델은 총통의 명으로 풀려나 다시 그의 앞에 섰다. 그러나 함께했던 그의 부관은 SS에 끌려가 풀려나지 못했고, 모델이 이를 항의했지만 힘러가 모델의 부관의 충성심은 의심스럽다고 씹었다.[79] 이후 회의실에서는 아미앵에서의 철수와 포위망 안 영국군과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었지만 모델은 공허함을 느꼈고, 히틀러는 모델이 제출한 오이겐 사건의 보고서를 한참 읽다가 몇 시간에 걸쳐 그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를 모두 캐물었다. 이러한 심문을 통해 히틀러는 오이겐의 거짓말을 대부분 알아맞췄고, 주위가 아첨을 하든 말든 당시의 분위기와 보고서를 맞춰 읽으며 당시 오이겐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만 힘썼다. 히틀러는 모델에게 더 조사해야겠다며 저녁식사까지 불러 심문했고, 모델은 히틀러의 악명 높은 저녁식사 때문에 멘탈붕괴할 뻔했지만 부하들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꾸역꾸역 버텼다.
하지만 모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회의가 시작되려는 찰나 들어온 보고가 모든 것을 뒤바꾸었기 때문이다. 아미앵이 함락당했다는 보고였다. 그 말을 들은 모델은 지금이야말로 적이 아군의 후미를 잡을 역량을 상실했으니 후퇴해야 할 시기라 주장했지만 히틀러에게 씹혔다. 유진의 예상대로 정치 논리가 이긴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망상 때문도 컸지만. 모델은 자신이 확인한 아미앵은 절대 그 며칠 사이에 무너질 곳이 아니었다며 이는 함정이라 주장했지만 히틀러는 "절대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깊숙이 들어오길 바란다"가 유진의 진심이었음에도 이를 거짓말로 오판한 탓에 아미앵을 사수하고 파리로 가라고 주장하는 치명적인 오판을 범하고 말았다.[80] 모델은 B집단군 사령관으로서 현장을 직접 시찰하며 파악한 정보를 통해 지금은 숨을 골라야 할 시점이라고 계속 설득했지만 히틀러는 파리로 가든 이곳에서 숙청되든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고, 결국 모델은 부하들을 내버려둘 수 없어 다시는 독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직감하고 전장으로 돌아간다.
357화 :
여기서 제일 불쌍한 연합군 장병은 캐나다군이다. 몽고메리 뒤치다거리 다 했지, 싸움은 또 잘해서 앤트워프 봉쇄를 위해 에스코 강에 처박힌 독일군에게 들이박는 게 일상, 캐나다 추수감사절은 미국보다 7주 빨라서 추수감사절 못 챙기고 한참 벨기에에서 포위된 상태이기까지 했다.#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원 역사에서도 캐나다군은 전투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근본적인 물량 차이와 히틀러의 트롤링으로 인해 대포위 상황에 놓이게 되자 히틀러에게 퇴각 요청을 하지만, 상황 파악을 못한 히틀러의 트롤링에 다 죽을 판이 되자 결국 숙청을 각오하고 명령을 어기고 B집단군을 본국으로 퇴각시키다가 분노한 히틀러가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퇴각을 결심한 타이밍이 늦었기에 유진은 우월한 병력과 보급의 격차를 최대한 활용하여 B집단군을 완전히 포위해 두들겨패는데 성공하고,[81] 결국 모델은 필사적으로 병사들을 일부나마 후퇴시키다가 워털루 인근에서 완전히 막히자 결국 부하들에게 항복할 것을 명령하고 자신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82][83]
1940년대 아미앵에서 벨기에를 거쳐 독일 본토로 도망치는 경로는 3가지가 있었다. 1. 아미앵-릴-투르네-워털루(브뤼셀 남부)-리에주-독일 / 2. 아미앵-캉브레-발랑시엔-몽-나뮈르-리에주-독일 / 3. 아미앵-캉브레-필리프빌 또는 스당-바스토뉴-독일 3가지다. 1번은 브뤼셀에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라는 단점이 있고, 2번은 뫼즈 강을 따라서 가는 길인데(독일인의 노래에 나오는 마스 강이다) 마지막까지 열려있을 가능성이 높고 평탄하지만 연합군의 폭격에 취약하며 마지막 종점인 리에주가 브뤼셀에서 멀지 않고 셸트 강, 뫼즈 강 등 건너야 할 강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으며, 3번은 남부 우회로를 사용해서 아르덴 고원으로 빠져나가는 루트로 낫질 작전과 벌지 전투에서 우려먹은 코스지만 셋 중에서 가장 지형이 험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중 모델은 기갑부대도 버림패로 써서 330~350km를 도보로 보병을 최대한 빨리 탈출시켜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 1번이 그나마 탈출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고 그쪽으로 간 걸로 보인다.[84]
이후 383화에서는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이 유진이 모델을 죽였다며 매우 기뻐하는 것으로 언급된다. 소련이 유진을 두려워한 계기도 이걸로 보이는데, 이전에는 "겨우 몇십만 단위에서 우세를 점한 거 가지고 거품 아니냐"고 낮게 평한 데 반해 소련군보다 더 적은 수적 우세로 화성 작전에서도 실패한 모델 포위를 성공시켜 죽인 유진은 충분히 두려울 만하다.
2.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명원 작가의 프리퀄이자 평행세계인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에서도 등장한다.촉망받는 장교이자 브라우히치의 피후견인으로, 아르민이 스페인 내전에 파견할 지휘관으로 선발하고 브라우히치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갖는다. 쿠데타 전 히틀러와 식사를 한번 하면서 친나치 혐의로 수사받은 적도 있어서 입지가 애매했는데, 아첨을 잘 못하는 성격에 아르민 앞에서 현장 지휘관의 자율성 얘기를 했다가 호통을 듣고 쫓겨나서 시베리아로 보내졌는데, 그러면서도 아르민은 그냥 경고나 할 생각이었는지 소장이라고 칭하면서 스페인어와 국제법을 공부해두라고 하면서 파견이 확정되었고, 스페인 내전 발발 후 파견부대 지휘관으로 참전하게 되었다.
2차 대전 발발 때는 중장 계급으로 제 15군단 군단장이 되었고, 명령형 지휘체계를 선호하는 그와 상극인 롬멜을 부하 사단장으로 배정받아서 고통받으면서도[85] 바뀐 역사로 인해 포위망을 뚫으려는 영미연합군에 맞서 악전고투 끝에 사수에 성공한다. 실제 인물처럼 최악의 전선에 직접 나와서 지휘하는지라 일선 병사들에겐 '포격을 부르는 재앙신'으로 취급되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는 넌씨눈 기믹이 생겼다. 그도 그럴 게 원 역사와 작가의 전작 모두 최전선에서 지휘하다가 죽을 뻔한 적이 많아서 부하들 입장에서는 자중하라고 말하는 게 정상이다.
이후 민족혁명당 원로로서 롬멜과 함께 프란츠 바이젠바움의 쿠데타를 지지해주는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모델과 롬멜의 발언은 마리아 로젠바움을 제외하고 아무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원로 중의 원로로 대우받고 있다.
원 역사 및 작가의 전작 평행세계인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와 비교하면 굉장히 행복하게 살다 갔다.
팬덤에서는 에리히 폰 만슈타인까지 워게임으로 이겼던 조범석과의 승패가 궁금하다는 반응이 있다.[86]
3. 기타
원 역사와 성격 차이가 가장 적은 인물 중 한 명으로, 발터 모델 특유의 기질이 잘 표현되었다는 평을 듣는다.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에서는 실제 인물처럼 자신에게 더 엄격하면서도 병사들에게는 인자한 천재 전술가이고, 히틀러 앞에서도 자기 의견을 피력할 강단도 있었으며,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내적 갈등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고 범죄 정권에 종사했다는 반성도 안 하고 죽어서 독자들의 평가는 좋지 않은 편이다. 자살 건은 가족이 인질로 잡힌 거라 그럴 만도 했지만,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에서도 간접적으로 각종 전쟁범죄가 암시되고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에서도 프로이센군 특유의 군국주의적인 면모와 전쟁범죄에 대한 문제의식 결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등 이 양반도 결국 막장 프로이센군 그 자체였다.상식을 초월한 전술 지휘 능력과 별개로 이 사람도 프로이센군의 고질적인 단점인 대국적 시야와 정치력 부재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에서는 유진에게 이 점을 공략당해 유진의 함정을 간파했음에도 걸려야 했고,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에서는 아르민 로젠바움의 분노를 사서 잠깐 좌천당하기도 했다. 다만 유진 킴의 함정은 일반적인 군인의 발상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도 있었다. 독자들조차 모델을 어떻게 이기는지 갑론을박하다 "체스판에서 맞수 두기 힘드니까 플레이어에게 체어샷 날려서 승리"라고 평할 정도로 예상 외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다.[87]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에서 히틀러에게 파리 함락을 명령받았을 당시 슐리펜 계획 루트로 공세를 펼쳤다는 것으로 보아 원 역사의 벌지 전투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 역사와 달리 독일 주력군이 건재한 상황에서 백만 전후의 병력을 이끌고 낫질 작전 시즌 2로 영연방군을 묶은 상태에서 히틀러의 명령 때문에 영연방군을 견제만 하고 주력군으로 어택땅을 하는 상황이었으니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기는 하지만, 1차대전의 슐리펜 계획이 얼마나 빡빡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슐리펜 계획 시즌 2를 찍었다는 시점에서 작전 단위에서부터 얼마나 빡빡했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동부전선을 주력군을 온존한 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후퇴해 드네프르 강 방어선을 구축해서 소련군을 막아내고 있었다지만 원 역사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거지 당시 나치 독일의 태생적인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 괜히 모델이 "아 손실 심하면 그냥 독일 본토로 런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게 아니다.
문제는 독일 본토로 후퇴해봤자 잘해봐야 1~2년 더 오래 끄는 게 한계였다는 거지만. 그렇다고 히틀러 계획대로 파리 레이스를 펼쳐봤자 태생적인 국력 문제로 어차피 무다무다였으니,[88] 애초에 2차대전을 해서는 안 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죽했으면 유진은 "내가 프로이센군이었다면 히틀러가 전쟁 시작하려고 했을 때 대가리 날려버리는 진짜 '구국의 결단'을 했을 거다"라고 깠다. 그와 별개로 도주를 선택했을 당시에는 주력군도 지쳐있는 알보병 수십만을 460km나 런시켜야 했기 때문에 아르덴 고원지대가 아니라 워털루 라인으로 도주하는 걸 선택했다. 덕분에 나폴레옹의 백일천하를 찍었지만.[89] 서부전선 주력군이 망가진 상태에서 대공세를 시도했다가 서부전선이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점에서는 루르 전역이 벌지 전투 포지션에 더 가까운데, 독일 본토 최대의 공업지대인 루르 전역이 벌지 전투 포지션이라는 시점에서 답이 없다.[90]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에서는 히틀러와 견해 차이가 크긴 했지만 "유진 킴을 죽이면 서부전선은 우리가 이긴다"는 생각에는 동의했던 걸로 보인다. 유진과 대화할 때의 반응도 그렇고 모델의 참모가 오이겐 킴을 잡는 꿈을 꿨다, 장병들이 오이겐 킴의 사진을 표적으로 삼아 쏘는 연습을 한다는 말을 하는데 모델이 거기에 면박을 주는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독일군 전부가 그렇게 생각한 걸로 보인다.[91]
[1]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 337화 대붕괴(2)에서 첫 등장할 당시 인명 표기.[2] 전방 시찰과 친정을 선호하는 유진 킴도 유럽에 부임했을 당시에는 휘하 장성들에게 명령하는 구조였지 직접 군을 지휘하지는 않았다.[3] 단 이 지휘는 모델의 휘하가 모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적이며, 그만큼 모델의 심신에 큰 부하를 준다는 단점이 있다. 또 2차대전 당시 통신체계의 특성상 직접 최전방에 나갈 일이 많아서 본인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 때문에 원 역사에서는 소련군과 파르티잔에게 여러 번 죽을 뻔했고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에서는 마찬가지로 최전방 시찰을 나왔던 유진 킴과 교통사고가 나거나,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에서 부하들이 그만하라고 닦달하는데도 무시하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4] 참고로 히틀러는 대대 단위의 부대 배치에도 간섭하곤 했는데, 모델은 본인 특기인 기동전에 방해돼서 통신 오류라 뻥치고 명령서를 소각해 버렸다.[5] 단 해당 독자의 창작도 섞였기 때문에 읽는데 다소 유의가 필요하다.[6] 유진은 헨리의 실종을 듣고 실신한 뒤 몸이 악화되어 연합군 총사령관에는 유임되었으나 마켓 가든 작전에는 빠진 상태였다. 애초에 안 할 생각이긴 했지만 당시 유진이 마음의 병으로 몸 상태가 나빴던 건 사실이다.[7] 유진뿐만 아니라 오마 브래들리도 마켓 가든 작전에 대해 단순히 항구를 손에 넣겠답시고 벨기에 방면으로만 북상하면 측면 노출의 위험성이 있다며 프랑스 전역을 동시에 해방시키며 동시에 진격해야 큰 손실 없이 벨기에를 점령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정치인의 논리에 따라 씹혔다.[8] 독자들의 연구 결과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진격도 빨랐고 히틀러의 의식불명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패튼과 르클레르가 리옹에서 파리까지 460km를 현지인의 도움으로 초고속 질주해 파리 해방까지 원 역사의 절반밖에 안 걸렸음에도 전사자 수는 비슷하다고 한다. 괜히 유진이 "우리 애들은 병신이다"라고 단언한 게 아니다.[9] 정작 헨리는 무인도에 버려져 원시인 생활을 하고 있던 일본군에게 구조되어 같이 놀고 있었다.(...) 관동대지진 당시 유진이 구조한 일본인들이 있었기 때문. 심지어 미군에게 회수된 것도 하필이면 어쩌다 구한 술을 잔뜩 퍼먹고 죄다 취한 상태에서 무전기에다가 대고 식인종 놀이한 내용이 미군 구조망에 잡히면서 그 일본군과 함께 회수되었다.[10] 원 역사의 브래들리는 온화한 성격이지만 제대로 화나면 매우 무서운 인물이었고, 본작에서는 또라이 소꿉친구 때문에 성깔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았다. 물론 장병들에게는 온화한 편이었지만.[11] 농담이 아니라 낫질 작전 때의 구도와 완전히 똑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됭케르크 철수작전이 이번에는 불가능하다는 정도. 군사적 식견이 한심하다고 묘사되는 처칠조차 낫질 작전과 똑같다고 반응할 정도면 말 다했다.[12] 이때까지 영국에서는 미 12집단군이 소멸했다는 보고가 안 들어왔던 모양이다.[13] 1차대전 때부터 처칠이 군사작전에 손댈 때마다 말아먹는 일을 연달아 반복되어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였던 영국군이 폭발할 만하다.[14] 트롤링이 매우 많지만 크게 요약하면 북아프리카 전선 트롤링, 디에프 상륙작전 혼자 나섰다 말아먹음, 이탈리아 전선 물귀신,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혼자 질질 끔, 마켓 가든 말아먹기와 트롤링으로 요약 가능하다. 그나마 이탈리아 전선은 이탈리아 왕국군 덕분에 이기기는 했지만 군사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15] 영국군이 본격적으로 전공을 세우기 시작하는 건 2차 아미앵 전역 말기 유진이 연합군의 전권을 잡은 이후이며, 이조차 그동안의 깎인 이미지를 만회하기는 부족했다.[16] 농담 아니라 너무 심각한 외교적 참사라 유진이 아니었으면 진짜로 미국이 서부전선에서 손 떼고 물러나 서부전선 연합군이 통째로 무너질 뻔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제2전선이 필요했던 스탈린과 소련도 가만 안 있었을 것이다.[17] 다만 아내인 도로시가 옆에서 간호하지 않았으면 정말로 앓아누웠을 가능성이 높다. 하루 3갑을 피우는 40대 후반 골초에 2년이나 하루 3시간밖에 못 자고 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 상태에서 헨리의 부고를 듣고 며칠간 폐인이나 다름없이 지냈기 때문.[18] 한편 몽고메리는 자기가 끝장이다 싶으니 미국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미국이 랜드리스로 연합군의 전쟁수행역량을 유지 중인 걸 고려하면 자폭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19] 처칠은 다 끝난 뒤에야 유진이 실신한 우연을 이용해 자기 뜻대로 상황을 이끈 것임을 깨닫지만, 본인이 먼저 헛소리한 잘못이 커서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20] 다만 유진의 독백을 보면 유진도 몽고메리가 원 역사보다 더 심하게 꼴아박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물량 차이 때문에 전세가 완전히 뒤집힐 정도로 말아먹은 것도 아니라고.[21] 다만 후버의 대공황이 천재지변에 가까웠던 데 반해(물론 우유 원정대 천안문행 미수는 본인 삽질이 맞다) 처칠의 마켓 가든 참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렸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22] 유진은 포위망 안의 병력을 팻감으로 쓰든, 그냥 버림패로 삼든 아깝지만 없어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없어져도 상관없었다. 마켓 가든은 영국의 오판으로 이루어진 거라 유진이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도 없었고.[23] 여담으로 유진은 프랑스어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번 연설은 영어로 진행했다. 유진은 연합군 총사령관이지만 근본적으로 미군 소속이며, 다분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24] 원 역사든 본작이든 히틀러에게 할 말 다 하는 모델이지만, 본작에서는 히틀러가 암살미수 때 죽기 직전까지 갔었고 벨기에 포위를 고안한 게 히틀러였던 이상 별 수 없었다.[25] 당연하지만 원거리 원정 공격을 퍼붓기 위해서는 적보다 병력이 우세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적은 병력으로도 크게 이기려면 적이 어지간히 병신이거나 공격자의 질이 방어자보다 터무니없이 높아야 한다.[26] 원 역사든 본작이든 존 리는 그 조지 패튼도 함부로 못할 정도의 성깔의 소유자였지만 존 리가 잘못한 건 사실이고 당시 유진의 권위가 워낙 높았는데다 그 이전에 제대로 화난 유진은 그 패튼도 쩔쩔맬 정도로 살벌한지라 닥치고 숙였다.[27] 유진은 석유 때문에 생난리를 겪으며 괜히 원 역사의 미국이 기름 나오는 땅을 찾아 민주주의를 배달한 게 아니라며 피곤해했다.[28] 한편 몽고메리와 병림픽을 벌이던 처칠은 몽고메리가 유진 실신 직후 유진에게 패드립을 친 건을 공표하는 등 막장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29] 유진은 몽고메리가 물주인 처칠을 물어뜯은 걸 몰락이 확정되었으니 믿어야 본전으로 지른 것 같지만 자신이라면 그냥 집에 가거나 자살했을 거라며 정치적 오판이라 평하며, 유진은 자신의 령도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반동노무쉐리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몬티의 뚝배기를 댕댕 두들기면 되니 편리하기 때문에 쉽게 죽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30] 그레이트 게임을 보면 알겠지만 영국에게 러시아 견제는 본능이고 러시아는 슬라브 수장을 자처하며 남슬라브인이 거주하는 발칸을 자기 앞마당이라 생각한다. 1차대전이 터진 이유도 범슬라브주의가 원인이었다.[31]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몽고메리의 전임으로 비운의 명장으로, 원 역사에서는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해임된 뒤 인도로 갔다 아내가 불륜을 벌이는 비극을 겪었다. 여기서는 인도로 안 갔거나 인도에서 유럽으로 복귀했던 모양이다.[32] 정황상 크레이튼 에이브람스가 지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M1 에이브람스 전차의 어원이 된 인물로 원 역사의 2차대전에서 75mm M4 셔먼으로 5호 전차 판터를 공군 지원 없이 격파한 것으로 명성이 높으며, 본작에서는 유진의 부관을 잠깐 맡는 것으로 등장했다.[33] 제21집단군 부스러기와 신병투성이인 제12집단군에서 패튼의 제7군이 빠진 상태로 독일군을 정면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며, 그 역할을 맡은 게 브래들리였다.[34] 한편 무인도에서 일본군과 놀던 헨리 킴은 술 먹고 만취한 일본군이 미군 무전기에 대고 헨리를 인질로 삼았고 구조 안 하면 잡아먹어 버리겠다는 개소리한 뒤 퍼자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게 어찌어찌 미군에 접수되어 며칠 뒤에 구조되었다.술 취해서 한 헛소리인지 진실인지 헷갈렸을 듯...[35] 르제프 전투의 면적은 10만㎢가 넘는 한반도 절반 면적에 필적하는 거대한 전역이라 소련군도 210만 전체를 밀어넣을 수 있었지만 아미앵 전역은 그럴 수 없었다.[36] 전역 시작 당시 추축국 30만, 미군은 50만이라 뻥쳤지만 실제로는 10만이었다.[37] 보급은 압도적인 게 맞았지만 꼭 마켓 가든을 들먹이지 않아도 보급 역량의 우세를 실제 전력의 우세로 바꾸는 것도 실력이다.[38] 이번에는 마약 칵테일을 쓴 게 아니라 그냥 물이었다.[39] 3년 전과 달리 프랑스군은 쉽게 항복하지 않고 그 혼란 속에서도 아득바득 조직을 유지하고 군의 체계를 가다듬고 있었다.[40] 실제로 이쪽이 승산이 높았다. 연합군은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유진이 어떻게든 해줄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유지되는 거지 마켓 가든에서 처참하게 당한 연합군의 사기나 전의가 멀쩡할 리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파리에 도달해 연합국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 나았다. 이를 막기 위해 유진은 히틀러를 도발해 아미앵에 꼴아박게 만들었다.[41] 본작에서는 홀로코스트와 T-4가 일찍 폭로되어 이미지를 조진 상태였고 나치의 금산 김가 테러와 진주만 공습을 독일과 일본이 짜고 쳤다는 오해 때문에(바르바로사 작전과 진주망 공습이 같은 날에 일어났다. 우연이었지만) 도와줄 일은 없었다.[42] 본작의 마르틴 보어만은 히틀러 암살미수 때 폭사해서 간신배 이미지가 힘러에게 다 간 모양.[43] 아무리 그래도 빛의 도시 파리가 아미앵보다 몸값이 높고 처형 판결을 내린 프랑스 사법기관이 파리에 있는데 왜 파리가 아니라 아미앵에 가냐는 주장이 있는데,# 1차대전의 치욕을 씻겠다는 구호로 집권한 나치의 입장에서 유진이 아미앵에 SS 포로를 끌고 다니며 시가행진을 벌인 뒤 처형했다는 건 정치적으로 넘기기 힘들며 아미앵 우회가 안전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극도로 흥분한 히틀러가 오판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건 유진의 심리전이 더 능했다고 보는 게 맞다.[44] 심지어 본작에서는 2~4주밖에 안 된다.(...) 대신 노르망디 상륙 작전부터 파리 해방까지 1달 반이 걸렸으므로 6주 해방이 되었지만. 그런데 폴란드가 버틴 시간은 본작에서도 원 역사와 별 차이가 없어서 졸지에 프랑스 1=폴란드 0.5가 되어버렸다.(...)[45] 전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본작은 스페인 내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낫질 작전이 일어나 병력의 상당수가 스페인에 가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하며, 프랑스는 전후 식민제국이 몰락하자 (미국의 허락 하에) 스페인을 쥐어패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46] 일제강점기 서울을 해방한지 1달 만에 서울이 다시 일제에게 노려진다고 생각해보자.[47] 당시 스탈린그라드는 인구 30만으로 행정구역 상당수가 초원이었다. 그런데도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며 사상 최악의 시가전 타이틀을 달고 말았다.[48] 그리고 이 새로운 병력은 나중에 독일군에게 '최초의 체스판에 없던 새로운 말'로 등장한다.[49] 사실 나치는 마켓 가든에서 한 번 크게 따고 설령 파리를 다시 함락시킨다고 한들 근본적인 전세를 엎기에는 타고난 체급과 물량의 열세가 너무 현저했다.# 괜히 유진이 마켓 가든이 실패했음에도 여유로워한 게 아니다. 헛짓거리를 해서 피해를 더 내는 게 문제일 뿐.[50] 명백한 항명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규모 부대 지시는 현장 지휘관에게 맡기는 게 더 정확한 것도 사실이다. 히틀러와 프로이센군이 둘 다 막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51] 본작에서는 퍼싱의 개발이 빨라서 스탈린그라드 전투 때 이미 랜드리스로 퍼싱을 투입시킨 상태였다. 엄밀히는 본작의 전체적인 전차 개발이 더 빨랐지만 미국은 유진 때문에 더 빨랐던 편으로, 판터 완성보다 더 빨랐다.[52] 예비용으로 준비하던 조립식 항구 하나가 곧 투입이 가능해지는 것이었는데, 처음 예비용을 하나 확보하자 했을 땐 뭣 하러 그런 걸 굳이 준비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없잖아 보였지만 마켓 가든 작전이 파국으로 향하자마자 영국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법사가 물빵을 뽑아내듯 순식간에 제작을 완료했다고 한다.[53] 이때 어니스트 킹에게 헨리가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54] 이후 365화에서 노획한 미군차라는 것이 밝혀진다. 유진이 장성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자 이를 막기 위해 안전벨트를 비롯한 여러 안전장치를 미군차에 달아놓았는데, 이 때문에 사용한 모양. 나무에 차가 추돌했음에도 운전수 외에 부상자가 없던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유진은 안전벨트 때문에 모델이 무사한 것에 어이없어하면서 기절한 모델을 데려가면 편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55] 사실 이거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다. 모델이 탄 지프차는 검게 도색된 상태였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유진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검게 도색한 지프차를 타는 게 유행이었다. 근처에 퍼싱 중전차들의 잔해가 널려있는 걸 감안하면 독일 기갑부대가 근처에서 알짱거리고 있다는 뜻인데, 즉 5호 전차 판터가 미군 지휘관 차량으로 오인하고 기총 사격을 갈겨 죽는 사고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는 전차병들도 무죄 처리될 수 있을 정도. 원 역사와 레슬리와 맥네어도 아군 전차의 오폭으로 사망했다.[56] 역사적인 명장들끼리 전쟁 중에 총사령관들이 만나 대화하는 장면은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화 이외에는 찾아보기 드문 상황이다. 본작의 역사서에는 두고두고 회자된 사건이었을 듯.[57] 이 말을 들은 유진은 구라 치는 솜씨가 어설프다고 속으로 비웃었다.[58] 이거 원 역사에서도 실제로 일어난 고증이 맞다![59] 여기서 자결을 거론한 이유는 원 역사의 모델이 항복을 거부하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동부전선에서 저지른 전쟁범죄가 심각해서 사형을 피하기는 어려웠지만.[60] 보급이 완료된 뒤라면 당장 B집단군의 퇴로를 끊기 위한 공세를 개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61] 이 참모장이 원 역사에서 모델의 참모장으로 유명한 한스 크렙스라는 가설이 있다. 전략과 외교에 무지했던 프로이센군에서 외교적 식견을 갖춘 얼마 없는 인물로 스탈린과 히틀러의 신임을 받을 정도로 친화성도 좋았다.[62] 이후 전개를 보면 적어도 아미앵의 지휘부는 유진의 변경한 작전을 알고 있던 걸로 보인다.[63] 원 역사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중에 팔레즈 포켓이라고 서부전선 독일군을 일격에 궤멸시킨 역대급 포위전이 있었는데, 본작에서는 아직 독일군 주력이 건재하기 때문에 비슷한 대포위를 펼칠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원 역사의 팔레즈 포켓도 히틀러가 연합군을 다시 대서양으로 쓸어넣어야 한다고 반격 작전한 게 실패로 돌아가서 돈좌된 부대들이 포위망에서 탈출한다고 처절하게 퇴각전한 사건이었다.[64] 자세히 보면 이 시점에서 이미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천왕성 작전 직전의 구도와 유사한 걸 확인 가능하다.# 저지대 집단군까지 포함하면 더더욱 절망적인 수준.[65] 부족한 물자로 아미앵을 점령하고 파리에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격렬한 기동을 끊임없이 동반하는 고기분쇄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애초에 모델은 파리조차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적을 있는 대로 갈다가 여차하면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66] 아무리 전략적으로 필요해도 자신들의 능력이 도저히 안 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있는데 현 시점에서의 독일 여력상 서부전선 종결은커녕 파리 함락부터 무리다.[67] 사실 현 시점에서는 설령 파리 함락에 성공해도 대서양으로 연합군을 밀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설령 밀어내는데 성공하더라도 나치가 외교를 너무 말아먹어서 최종적인 결과는 안 달라진다.[68] 1차대전의 제1차 아미앵 전투(1차대전 당시에는 제2차 아미앵 전투도 있었다. 언급 한 마디만 나오지만)로 인한 독일의 굴욕감을 이용하기 위해 당시 독일군과 싸워 승리했던 93사단이 파리에서 행진을 하거나 SS를 처형하는 쇼를 벌여 아미앵으로 유도했다.[69] 1차대전 당시 제1차 아미앵 전투에서 처절하게 쓴맛을 본 당시 독일제국군은 유진과 93사단을 '아미앵의 악마들'이라 부르며 치를 떨었다. 온갖 유언비어가 나돈 건 덤. 따라서 프로이센군도 아미앵과 93사단에게 악감정이 있지만 그게 전술적 승리와 맞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70] 물론 독자들은 작중 내에서조차 군복 입은 정치인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유진의 이 말을 개소리 취급했다.[71] 처칠이 V2 로켓 맞아 폭사해도 승리 선언을 못할 텐데 그냥 군바리 대표인 자신을 죽인다고 무슨 승리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유진만 없으면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였던 연합군의 특성상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고 평했다. 당시 연합국은 마켓 가든 작전의 대실패로 인해 유진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매우 높기도 했고.[72] 1차대전, 낫질 작전뿐만 아니라 71년 전(1870년. 본작의 현 시점은 1941년이다)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까지 겪었으며 그때마다 독일군의 만행에 시달렸지만 이번 독일군은 역대 최악이었다고 한다.[73] 벨기에의 레지스탕수는 다수가 좌익이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도 70% 이상이 좌익이었음을 고려하면(본작의 하이드리히를 죽인 것도 이들이다) 티토의 유고 파르티잔과 마찬가지로 이런 일에 능숙한 당대 좌익의 특성에서 기인한 걸로 보인다.[74] 좌익 레지스탕스가 자신들의 공로를 인정해달라 요청하자 유진은 무장해제하고 귀가하거나 벨기에군에 편입되면 좋겠지만 어느 쪽도 하지 않는 이들의 행동을 보고 원한다면 아예 별개의 부대를 편성해 독일군의 등짝에 칼을 꽂을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좌익 레지스탕스는 버림패로 쓰려는 거냐 경계했지만 유진은 그랬다가는 스탈린이 자신을 트로츠키처럼 죽이려 할 거라고 경계를 풀어주었다.[75] 원 역사에서도 본작에서도 서부전선 연합군 최고 정예는 영국군과 캐나다군이었다. 아무리 몽고메리의 꼰대질 덕분에 물자가 제법 있었다지만 1달 넘게 독일군에게 포위당한 채 계속 맞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얼마나 정예인지 알 수 있다.[76] 독일 B집단군은 60~100만으로 추정되는데, 연합군은 초반에는 210만(실제 가용 병력 100만 정도)이었고 후반부에는 제12집단군 휘하 15군과 제7군이 빠진 대신 신편된 제6집단군과 프랑스 1군을 추가 투입했기 때문에 100~20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진의 지론인 '3배의 병력'과 달리 3배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고.[77] 천왕성 작전에서 M10 잭슨(본작 오리지널 전차)을 제냐(유진) 전차로 부르며 6호 전차 티거를 격파하고 중국국민당 물자까지 슈킹하며 미국 랜드리스를 대규모로 받아 소련군을 수월하게 몰아붙이는 묘사가 있다. M26 퍼싱도 본작에서는 이때 데뷔해서 비장의 수로 썼다고. 이후 언급을 보면 여기서도 화성 작전은 망한 것 같지만.[78] 추정 병력을 보면 독일군 50만이 소련군 80만을 포위해 70만을 섬멸시킨 1941년 키예프 전투와 소련군 170만과 추축국 85만 이상인 천왕성 작전 이상일 수도 있다. 연합국 언론에서 "사상 최대의 포위"라고 자화자찬한 점과 서부전선 규모가 고작 몇십만이라고 무시하던 스탈린이 해당 전투를 얄타 회담에서 칭찬한 걸 보면 소련이 보기에도 이들 못지않은 규모였던 건 분명하다.[79] 그 말을 들은 모델은 아무리 봐도 게르만족같이 생기지 않은 힘러가 왜 아리아인 제일주의를 주장하는 나치당 고관인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씹었다. 실제로 힘러는 전형적인 일본군같이 생겼다.[80] 참고로 히틀러는 유진의 나머지 거짓말은 다 맞췄다. 단 하나가 결정적인 승패를 가른 것.[81] 후퇴 와중에도 뛰어난 전술적 능력으로 전술적 패배를 강요하고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대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 아미앵에서 독일 국경인 아헨까지 330km라는 장거리 도주를 해야 했는데 기갑부대는 후미에서 먼저 낙오되었고(이건 모델이 의도한 것도 있지만) 고질적인 병참 문제 때문에 보병들은 걸어서(!) 도망쳐야 했다. 비포장도로인 건 덤. 이런 상황에서 히틀러가 구조가 아니라 재돌격(...)하랍시고 보낸 원군은 연합군에게 맥없이 발렸으며(2선급 병력과 국민돌격대(...)를 보냈다) 오히려 병목현상을 일으켜 도주를 방해하는데 일조했다.[82] 새 부관은 가족 건을 밝히고 항복하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생사를 숨겨주지 않겠냐고 반대했지만 모델은 언제 들킬지 모를 불확실함에 가족의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모델의 유언도 히틀러에게 가족을 살려달라 부탁한 것이었다.[83] 사실 병력과 물자의 우위 운운하긴 했지만 본작에서도 실패한 화성 작전처럼 당시 서부 연합군보다 더 큰 병력차로도 동부전선에서 모델이 이긴 전적이 있기 때문에 전술적 패배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기어코 B집단군을 완전히 몰아붙이는데 성공한 유진이 대단한 거다. 그 스탈린이 괜히 유진에게 모델을 죽인 걸 칭찬한 게 아니다.[84] 330km만 되어도 서울특별시에서 경주시 정도의 거리다.(...)# 한국과 달리 탈출 경로에 산이 적긴 하지만 보병 입장에서는 저런 대장정을 할 바에는 그냥 아미앵에서 항복하는 게 더 낫다. 괜히 유진이 아미앵에서 퇴각하는 걸 보고 그냥 바로 항복하는 게 낫지 않냐고 깐 게 아니다. 다만 당시 모든 B집단군이 아미앵에 있던 건 아니고 퇴각 당시 다른 곳에 있던 독일군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각자의 경로대로 탈출했을 것이다.[85] 모델과 롬멜 모두 한 성깔 하는지라 꽤나 고성이 오갔을 것이다.(...)[86] 현대인과 미래인의 대결이라 기울어진 운동장이긴 하지만, 모델의 지휘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이다. 다만 고지식한 면이 있는 모델의 성격상 승패와 상관없이 만슈타인처럼 미래인이라는 발상까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87] 진나라가 장평대전에서 염파가 방해되자 정치 공작으로 조괄로 바꾸거나 이목이 방해되니까 곽개를 이용해 숙청시킨 것과 비슷한 방법인데, 해당 작전을 고안한 사람들이 모두 정치인이었다는 걸 생각해보자. 심지어 당대 내로라하는 정치인도 이런 발상은 못했고, 유진이 장평대전과 이목 숙청을 모른다는 걸 고려하면 유진의 정치 감각이 특출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88] 당장 독일 본토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만 500km가 넘는다.(...) 아무리 본작의 이 시점에서 독일 주력군이 건재하다지만 이번에는 서방 연합군 수백만에 소련 천만대군까지 있고 프랑스도 이번에는 파리가 불타더라도 항복 안 하려고 했으니 애초에 불가능했던 셈.[89] 실제로 마켓 가든 작전부터 워털루 전투까지 백일 정도 걸렸다.[90] 실제로 이 때문에 본작에서는 서방 연합군이 베를린을 함락시켰다. 소련군은 비슷한 거리를 달렸다고 묘사됨에도 막상 베를린 전투 한두 달 동안 베를린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베를린 직전에 공세종말점이 일어나 주저앉았다는 게 정설이다. 베를린 전투 직전 괴링과 되니츠가 노르웨이에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원 역사와 달리 서방 연합군에 의해 남독일이 빠르게 분쇄되자 북유럽으로 도피한 것 같지만.(본작에서는 영국이 노르웨이를 먼저 침공하자 나치 독일이 노르웨이를 그 틈을 노려 멸망시켰다. 서부전선 말기에 노르웨이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언급이 있지만 완전히 손절한 것도 아니었던 모양)[91] 1차대전 때부터 독일군은 유진을 아틸라, 칭기즈칸의 재림이라며 매우 두려워했고 유진의 전술을 인상적으로 여겨 열심히 공부했다는 언급이 있는 데다 2차대전 당시 서부 연합군은 유진이 없으면 독일군에게 내내 지기만 하니 한타 싸움과 킬딸을 중시하는 독일군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론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