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촐킨의 달력.[1] 시간이 순환함을 볼 수 있다. | 마야의 달력 |
마야 문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야의 정교한 달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마야인들은 천문학과 달력 분야에서도 굉장히 발달한 문명을 이룩했다. 마야인들의 천문학을 토대로 만든 달력은 1하압(Haab)이 365일로 이루어지고 1년 = 1508/1507 하압 = 365.242203일이로 계산했고, 이는 실제 1태양년과 불과 1.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대단히 정확한 달력이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그레고리력의 경우 약 27초 씩이나 오차가 난다고 하니, 마야인들은 그레고리력보다도 훨씬 정확하게 1년을 측정했다는 이야기이다. 자세한 내용은 태양력 문서 참고.[2]
마야 문명에서는 통치자의 위엄과 달력의 권위가 운명적으로 결합해 있다고 보아 달력에 조금만 실수가 있으면 백성들이 왕위계승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달력을 제작하는 학자, 천문관은 선발된 특수계층으로, 관측자료 및 수학, 천문학에 의해 두 종류의 달력을 만들었다.
마야인들의 달력은 다른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달력들과 유사하게 거의 대부분이 선고전기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야인들은 이 달력을 철학적인 개념에서 접근했으며, 달과 태양의 공전, 자전 주기를 기록하고 일식과 월식 등을 관찰, 행성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해내어 달력에 집어넣었다. 마야의 달력은 각종 종교 의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고, 마야의 신관들은 달력 공부를 최우선 업무들 중 하나로 여겼다.
2. 역법
마야 달력의 기본 단위는 하루다. 이를 '킨'이라고 불렀고, 20개의 킨이 모여 '위날'이라는 새로운 단위를 이루었다. 다음으로 18개의 위날이 모여 360일을 만들었고, 이 360일을 합쳐 '툰'이라고 불렀다.마야의 달력은 3개의 다른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래 후술된 '촐킨', '하아브'와 '52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달력'이다.이 외에도 다른 달력들도 있었는데, 마야의 우주관에 근거하여 작성된 1년을 819일로 잡는 체계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2.1. 종교력
'촐킨(Tzolk'in)' 또는 '신성한 순환'이라 불리는데 마야 예식, 예언서의 기본이 되는 종교적인 달력이다.1~13의 숫자[3]와 신의 이름을 나타내는 그림문자 20개를 조합하여 260일을 이룬다. 각각의 날은 특별한 명칭을 갖고 있으며 특별한 신들이나 제사에 봉헌되었다.
1에서 13까지의 수는 목, 어깨 등 사람의 중요 신체부위 13군데를 의미하고, 13은 신체에너지와 우주에너지가 통하는 교점을 상징한다.
20개 신의 이름은 '이믹스-이크-아크발-칸-치칸-키미-마니크-라마트-물루크-오크-추웬-에브-벤-익스-멘-킵-카반-에츠납-카와크-아하우' 순이다.
날짜표시는 60갑자처럼 1이믹스, 2이크, ... 13익스, 1멘... 13이히우로 60갑자처럼 결합해서 260일을 표기한다.
2.2. 태양력
'하아브(haab)'. 지구 공전을 토대로 만든 역법이다. 마야인들은 1년의 길이는 365일로 고정하고 윤일을 두지 않았으며, 대신 축제일의 날짜를 정교하게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계절의 변화에 대응했다.20일의 '위날'(달) 18 묶음으로 360일을 이룬다.
18개의 '달'을 '위날'이라 하고, 18 달의 이름은 '포프-우오-시프-소츠-세크-슐-약스킨-몰-캔-약스-사크-케흐-마크-칸킨-무완-팍스-카얍-쿰쿠' 순이다.
마지막 달은 5일짜리 기간을 추가하여 1년 365일로 만들었다.이 5일을 '와예브(wayeb)'라고 칭하는데, 마야인들은 이 5일간을 인간계와 신계의 경계가 흔들리는 매우 불길한 시기로 여겨 단식을 하고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 1년의 마지막은 단식으로 보내는 만큼 새해 시작(하아브 첫날)은 성대하게 축제를 벌였다.
2.3. 박툰
촐킨과 하아브를 잘 조합하면 52년마다 정확히 같은 명칭의 날이 나오게 되는데, 이를 한 주기로 삼아 시간을 측정했다. 참고로 이 52년이 마야인들이 주로 사용했던 가장 큰 시간 단위였다. 주기가 29번 반복되는 기간인 1508하아브는 마야인들의 달력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마야인들은 그들의 달력이 이전 '박툰'의 끝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한다고 믿었는데, 이 시기는 약 기원전 3114년이다. 마야인들은 이 시기를 세상이 현재의 모습으로 창조된 날짜라고 믿었다.[4] 그들은 20개의 박툰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픽툰을 사용하여 현재의 시대를 표기했는데, 때에 따라 이 박툰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팔렝케의 달력에 의하면 기원전 3114년 이전의 픽툰은 오직 13개의 박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지역마다 실정에 맞추어 각각 달력들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마야인들이 1508 하아브 = 1507 태양년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서 계산하면 마야인들의 1태양년은 365.242203... 일이 되므로 실제 태양년과의 오차는 약 1.15초(설명대로 계산해보면 약 1.127729초)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약 7만 5천 년에 하루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그레고리력의 약 27초와 비교해 보더라도 놀라운 수준의 정확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종말론이 나왔던 2012년 12월 21일의 경우, 이는 한 박툰이 끝나는 해였다. 마야인들도 한 박툰이 끝날 때마다 성대한 의식을 통하여 기념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그저 한 박툰이 끝나고 새로운 박툰이 찾아와 시간의 순환을 기념하는 것일 뿐 이를 세상의 종말로 인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중론이었다.
3. 기타
이 밖에도 하아브와 촐킨보다 큰 주기의 달력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달력의 주기를 캘린더 라운드(영어: rueda calendrica)라고 부른다. 더불어 기원전 3114년으로 놓인 기준일로부터 경과된 일 수를 표현하는 장기 달력(영어: Long Count)로 불리는 달력도 썼는데, 이 달력은 비석, 기념비, 왕묘의 벽화에 그려져 있고, 연대 결정의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종교력과 태양력은 아즈텍을 비롯한 멕시코 고원권에서도 받아들여 사용했지만, 장기 달력은 마야권에서만 사용되었다.이들의 달력이 이 정도로 정밀했던 것은 마야의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야는 밀림 문명인 데다 큰 강이 없기 때문에 우기가 안 오고 건기가 지속되면 농사는커녕 그냥 몰살이다. 실제로 마야 문명은 자연재해로 인한 강우량의 하락으로 전 인구가 아사하거나 뿔뿔이 흩어지면서 멸망했다. 따라서 기간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자 최대한 정밀한 역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야 문명이 멸망한 이후 마야 달력은 아즈텍을 비롯한 문명권에 퍼져나가지만 그때와 같은 수준의 정밀도를 재현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천체 움직임을 관측하고 해당 공전 주기로 만든 달력이 발굴되었다. 이 달력 또한 상당한 정밀도를 가지고 있다는 모양.
이러한 마야 달력을 소재로 촐킨: 마야의 달력이라는 보드게임도 출시되었다. 말 그대로 달력 기어를 돌리며 턴이 진행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마아력에 표기된 마지막 날을 서력으로 환산하면 2012년 12월 21일이 되는데, 이것이 세계 종말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며 많은 떡밥이 돌았다. 그러나 후대의 여러 학술 연구에 의하면 달력을 만드는 사람들이 마야 문명이 유지될 가능성이 절대로 없다고 예측한 시점까지만 날짜를 계산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실용적이면서도 허무한 결론이 나고 말았다.[5]
[1] 흔히 '마야 달력'이라고 검색하면 뜨는 원형의 돌은 아즈텍 제국의 달력인 '태양석'이다.[2] 좀 복잡하긴 하지만 대략 4년마다 한 번씩 윤년을 넣는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1508년마다 한 번씩 윤년이 없는 셈이니 십진법에서는 조금 편의성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오차는 적다.[3] 트리세나(trecena)[4] 앞의 역사 문단에서도 나왔지만, 왜 하필이면 이 기원전 3114년인지는 알 수 없다.[5] 이와 관련해서 여러 패러디가 나왔고, 나무위키 기준으로는 2038년 문제 문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