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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6 23:29:44

마야 신화

1. 개요2. 내용3.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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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마야 문명의 신화.

인근의 아즈텍 제국같은 메소아메리카 신화들과도 일부 겹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명백히 마야 문명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어 굉장히 유명한 편에 속한다.

2. 내용

파일:mayancreationmyth.jpg파일:Popul-Vuh-hero-twins.jpg
포폴 부의 창세신화쌍둥이 형제[1]
마야의 창조신화는 마야 시대의 경전이자 마야인들의 성경과 비슷한 책인 포폴 부에 기록되어 있다. 포폴 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태초에는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었고, 오직 텅빈 하늘과 공허한 바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총 4명의 신들이 존재하여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신들은 시간이 흐르자 무료해졌고 텅 빈 세상에 땅과 생명들을 창조하기로 결심했다.

흑빛 어둠 속에서 창조신인 쿠쿨칸[2]과 테페우가 서로 의사를 주고 받으면서 언어가 탄생했고, 그와 테페우, 하늘의 신 우라칸은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가장 먼저 단단한 대지와 산, 안개와 구름과 강이 생겼고, 생명이 살아갈 땅이 만들어지자 움직이는 동물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동물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자신들을 숭배하지 못하는 피조물들에게 싫증이 나버린 신들은 새로 인간을 창조하고 이전에 만들어진 동물들을 그들에게 귀속시켰다.

신들은 최초의 인간을 진흙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진흙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은 얼굴이 흘러내리고 물에 녹아버리는 등 골격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신들은 빠르게 진흙 인간들을 버렸고, 이번에는 나무를 이용해 2세대의 인간들을 창조했다. 나무 인간들은 자손들을 낳고 번성했으나, 신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다. 말은 할 수 있었으나 생각하는 것을 하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신들을 숭배하는 법을 몰랐다.

신들 입장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인간들이 필요가 없었고, 나무인간들을 멸망시키기로 결심한다. 신들은 거대한 홍수와[3] 재규어 형상의 괴물들을 보내 나무인간들을 잡아먹도록 명했고, 신이 내린 재앙에 기겁한 나무인간들은 홍수와 괴물들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자 그들의 엉덩이에서 꼬리가 자라나고 온몸이 털로 덮였으며, 이 자들의 후손이 현재의 원숭이가 되었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인간과 유사하지만 확연히 다르기도 한 원숭이와 기타 유인원들을 이 나무인간들의 자손들이라고 믿었다.

파일:creation-of-man-1200x674.jpg
인간의 형상을 빚어내는 신들의 모습.

2번이나 제대로 된 인간들을 창조하는 데에 실패한 신들은 정말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신들을 섬길 줄 아는 인류를 만들어내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코요테, 까마귀, 앵무새, 여우, 이렇게 4개의 동물들을 파견해 인간을 만들 새로운 재료를 찾아오도록 했다. 이들이 노랗고 하얀 옥수수를 가져오자 신들은 옥수수 가루의 맛을 보고 이 옥수수를 재료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기로 했고, 이들이 옥수수를 가져온 파힐이라는 지역으로 가 총 4명의[4] 옥수수로 만들어진 인간들을 창조해낸다. 이 옥수수 인간들은 이전의 실패작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신들을 경배할 줄 알았고, 보자마자 모든 것을 꿰뚫어보았으며 이미 만물의 진리를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처음에는 옥수수 인간들에 대해 크게 만족했으나, 시간이 흐르자 지나치게 능력이 좋은 인간들이 결국에는 자신들마저 위협하지 않을까 걱정하여 결국 인간들의 눈에 구름을 띄워 그들의 시아를 줄여버리는 등 능력을 고의적으로 반감시켜버렸다. 인간들은 점차 불어나기 시작했으나, 이때에도 아직 세상에는 태양이 뜨지 않은 상태였다. 인간들은 해를 찾아 동쪽으로 떠났으나, 태양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굶주려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난관에 부닥친 인간들은 신에게 기도를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햇빛이 지나치게 강했으나, 시간이 흐르자 점차 부드러운 햇빛이 내려쬐었고 이때부터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것이 바로 마야의 창조신화이다.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된 쌍둥이 형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당시 세계에는 물이 가득한 음침한 지하세계인 '시발바'가 있었고, 시발바에는 여러 사악한 신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통 구기 경기에 굉장히 능한 쌍둥이 형제가 나타났다.[5] 그러나 형제들은 서로 구기 경기를 하면서 지나치게 시끄럽게 떠들면서 신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신들은 두 형제에게 구기 시합을 하자고 도전했다. 악신들은 형제들을 꺾고 그 대가로 형제들을 죽여버렸으며, 그들 중 하나였던 운 우나푸의 시신을 경기장 아래에 묻고, 그 머리만을 베어 열매의 모습이 사람의 얼굴처럼 생긴 나무에 매달아버렸다.

파일:Hero-Twins-underworld.jpg
죽음의 신들과 구기 경기를 하는 쌍둥이 형제들.

그러자 스퀵이라고 하는 한 젊은 여신이 이 나무에 대한 소문을 듣고 나무를 보러 왔다. 여신이 다가오자, 운 우나푸의 머리가 여신의 손에 침을 뱉었고, 이 행위로 쌍둥이 형제라고 알려진 우나푸와 스발란케를 그녀에게 임신시켰다. 세월이 흘러 이 새로운 쌍둥이 형제는 제 아버지와 삼촌보다도 구기 경기에 더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신들은 형제에게 또다시 구기 시합을 제안하여 또다시 형제들을 꺾은 다음 죽여 뼈를 갈아 강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형제들은 죽지 않았고, 형제들은 이 강에서 처음으로는 물고기로, 그 다음에는 순회 공연자로 다시 태어났다. 형제는 복수를 위해 시발바로 돌아오면서 기발한 계략을 꾸몄다. 그들은 놀라운 묘기를 보여주며 신들의 이목을 끈 후, 스발란케가 직접 우나푸의 목을 베고 다시 목을 붙여 온전하게 만들었다. 신들은 이 묘기를 굉장히 신기해했고, 그들의 왕인 Vucub-Came과 Hun-Came는 자신들도 목을 베어 희생시킨 뒤 다시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형제들은 기꺼이 왕들의 청을 들어주는 척하며 왕들의 사지를 베어내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다시 목을 붙여 살려내지 않으면서 신들의 왕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이로써 쌍둥이 형제들은 악한 신들을 모두 쫒아내는 데에 성공했고, 선의 세력이 악의 세력을 정복하면서 이제 정화된 대지는 온전히 인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스발란케와 우나푸는 아버지의 시신과 머리를 수습하고 뱀의 아가리 모양을 한 스발바의 동굴 입구에서 나와 각각 태양과 달이 되었으며,[6] 자신들의 아버지를 옥수수 신으로 부활시켰고 그들이 지상의 인간들과 맺어져 낳은 400여 명의 자손들은 모두 하늘의 별이 되어 영원토록 천공에서 영광을 누렸다는 이야기다.

당시 마야 신화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등장하던 스발란케와 우나푸는 상당히 인기 있는 존재였던지 여러 신화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등장한다. 현재에 들어서야 대부분이 사라져서 내용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현대 고고학자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일부분이 서서히 복원되고는 있다. 특히 스발란케에 관한 신화들이 더 많은 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그가 벌새로 변신하여 베를 짜고 있던 땅신의 딸을 납치해 구애하고 끝끝내 결혼까지 성공한다는 내용의 신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땅의 신의 딸은 옥수수, 뱀, 곤충 등으로 변해가면서 스발란케에게서 도망치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스발란케의 아내가 된다는 신화다. 마야 문명권에서 이 신화는 꽤나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벌새 가면을 쓰고 젊은 처녀를 유혹한다는 내용의 제례의식을 치르기도 할 정도였다.

마야 신화들은 그리스 신화이집트 신화처럼 하나의 짜임새 있는 세계관이나 구조가 확립된 게 아니라서 상당히 파편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대부분이 실전되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몇몇 구절들이 짧은 이야기 수준 정도로만 남아있는 것이 전부. 그래서 세계의 창조신화나 해와 달의 창조신화, 하다못해 영웅신화마저도 도시들마다 모두모두 달라 통일되지 못했다. 도시국가 형태였던 마야 문명이었기 때문에 서로 간의 교류가 부족해서 발생한 고질적인 한계였던 것. 위에선 티칼의 창조신화를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한 차례 세계를 멸망시킨 뒤 하늘을 받치고 5개의 세계수를 세워 세상을 재창조한다는 내용의 창조신화도 전해진다.

3.

파일:God_D_Itzamna.jpg
파일:5ffcb4f209474d8f572426e7fcb93752.jpg
파일:Maya-Goddess-Ix-Chel-web.png


[1] 뺨과 다리 등에 굵은 점이 있는 쪽이 형인 스발란케다.[2] 깃털이 달린 뱀의 모습의 창조신. 아즈텍의 케찰코아틀과 같은 신이다.[3] 구약성경의 대홍수와 유사하다.[4] 남자 2명, 여자 2명이라고 한다.[5] 마야에서는 구기 경기가 대단히 중요한 스포츠 경기였고,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신에게 바치는 예식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중요했다.[6] 참고로 스발란케와 우나푸는 이란성 쌍둥이였다. 보통 형인 우나푸가 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미남으로 묘사되며, 오른뺨과 어깨, 팔에 검은 점이 있다. 상징은 태양과 숫영양이었다. 반대로 동생인 스발란케는 체격이 형보다 작았으며, 왼손잡이에 아름다운 여성적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상징은 달과 토끼였다.[7] 마야 신화 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수없이 많은 신화에서 태양은 남성으로, 달은 여성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는 태양도 달도 전부 여신이 관장하는 일본 신화가 예외적인 케이스로, 아마테라스가 원래는 남신의 이름이었으나 후에 여신으로 바뀌었다는 근거로 삼아지기도 한다. 이 경우는 원래의 아마테라스는 남신인데, 지방의 각종 신화가 중앙 집권화 과정에서 재정립되며 기기신화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태양신의 무녀였던 오히루메가 아마테라스의 다른 이름 취급되면서 여신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존재하니, 자세한 것은 아마테라스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