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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27 23:54:19

레슬러 법정

1. 개요2. 상세3. 구성
3.1. 에피소드
4.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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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Wrestler's Court

과거 WWE 소속의 레슬러들 사이에서 존재했던 자체적인 관리 체계.

2. 상세

1988년 고안된 후 계속 존속되다가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을 지나며 백스테이지 분위기가 바뀌며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레슬러 법정이라는 개념 자체는 더치 만텔(Dutch Mantell)[1]이 젊은 시절 고안해냈는데, 오랫동안 미국 곳곳을 이동하고 수많은 경기를 가지면서 생길 수 있는 프로레슬러 간의 실제 충돌, 갈등 상황을 보다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레슬러들에게 실제 법정처럼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피해자(혹은 고소인)과 피고인 또한 존재한다.

레슬러 법정의 유래가 된 사건이 있는데 더치 만텔이 WWC에서 활동했던 1988년 7월 당시, 푸에르토리코에서 호세 곤잘레스라는 선수가 동료 선수 브루저 브로디[2]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을 접한다. 이 사건은 샤워실에서 일어났는데, 곤잘레스는 푸에르토리코 법정에서 자신이 브루저에게 먼저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목격자는 토니 아틀라스였는데 토니가 결정적인 증언을 하지 않아서 안 그래도 현지인이 외국인을 살해한 사건 특성상 재판에서 어느 정도 유리한 입장이던 곤잘레스의 살인이 정당방위로 인정되었다. 이에 곤잘레스가 토니 아틀라스를 협박해서 증언을 못하게 틀어막았다는 뒷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다만 브로디는 생전에 특유의 거만한 성격 때문에 브로디를 싫어하는 레슬러들도 많았고, 토니 또한 이런 브로디한테 악감정이 있어서 일부러 증언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사실로만 따져보면 브루저 브로디는 생전 키가 2m가 넘는 거인이었던 반면, 곤잘레스는 그렇지 않았기에 체급차가 심한 두 명이 서로 싸웠을 때 곤잘레스한테 대놓고 불리한 싸움인게 사실이고, 이 싸움에서 곤잘레스가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반격을 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아무튼 호세 곤잘레스는 엄연히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정당방위로 풀려났고 이후 당당히 프로레슬링계에 복귀해서 WWC에서 계속 활동했으며, 북미의 프로레슬러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한동안 푸에르토리코 원정을 꺼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프로레슬러 간의 실제 충돌이 유혈사태를 넘어 살인으로까지 번지는 걸 알게 된 더치 만텔은 프로레슬러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레슬러 법정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낸다. 서로 간의 갈등이나 감정의 골도 해소하고 체면도 살리기 위해서 권위있는 "법정"이라는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더치 만텔에 의해 만들어진 레슬러 법정은 WCW에서 처음 열렸으며, 이후 자연스럽게 WWE의 백스테이지에도 도입되었다.

프로레슬링의 백스테이지는 호전적이고 과격한 행위에 익숙한 빅맨들이 수두룩하게 모인 곳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소한 일로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적인 규칙과 규율을 정해놓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야생이나 다름없는 난장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레슬러 법정으로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3. 구성

판사 역할은 WWE 소속 레슬러 중 최고참이자 빈스 맥마흔으로부터 백스테이지 권한 일체를 위임받았으며 후배들에게도 큰 존경을 받는 언더테이커가 주로 맡았다. 그의 부재시에는 마찬가지로 빈스 맥맨의 사위이자 최고 실세 중 한 명인 트리플 H가 대신 판사를 맡았고, 검사 역할은 JBL이었다. 변호사 역할은 보통 피고인이 직접 자신을 변호하는 형태였는데 론 시몬스버버레이 더들리가 변호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에게 직접 본때를 보여주는 집행관(인포서) 역할 또한 존재했다.

WWE의 레슬러 법정은 백스테이지에서 가장 실세인 고참 레슬러들 위주로 굴러갔다. 당장 언더테이커트리플 H만 봐도 WWE 역사상 최장기 근속자 1~2위를 다투는 업계의 거물(Don)들이고,[3][4] JBL이나 론 시몬스, 버버레이 더들리 역시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반부터 활동해온 베테랑이며, 실제로 싸움 실력도 좋고,[5] 다들 한 성깔 하는 편이라[6] 다른 선수들이 감히 기어오르지 못하게끔 바짝 군기를 잡는 백스테이지의 경찰 겸 군기반장을 맡고 있기도 했다. 터프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실제 싸움 실력도 출중했던 하드코어 할리도 인포서로서 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한 업계 대선배이자 카리스마, 실전 실력을 모두 갖춘 하쿠지미 스누카는 어떤 후배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레슬러 법정은 주로 백스테이지의 기강과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가 생겼을 때 열리곤 했다. 주로 WWE에 갓 입사해서 분위기 파악이 안 됐거나, 혈기왕성해서 함부로 까부는 루키들이 주 표적이 됐다. 이는 대외적인 프로레슬러로써의 위치와도 상관이 없었다. 쉽게 말해 아무리 TV 쇼에서 푸쉬를 받는 신성이라고 할지라도 백스테이지 선배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면 집행관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대선배들이 즐비한 레슬러 법정에 서야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레슬러 법정은 옛날 프로레슬링계의 기강을 잡는 체계로써 잘 작동한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있었고 한계도 명확했다. 종종 레슬러 법정이 열린다고 해도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과격하게 작동할 때도 있었고, 불합리한 판결이 나왔는데도 이를 그냥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가혹한 처분을 받은 선수들도 있고, 좀처럼 회사에 적응을 하지 못해 업계를 떠난 선수도 적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레슬러 법정이라는 개념도 시대착오적인 낡은 제도가 되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으며, 이후의 프로레슬링은 레슬러 법정 없이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건전하고 깨끗하게 이어져 나가고 있다.

3.1. 에피소드

4. 현재

2016년, 세스 롤린스의 인터뷰에 의하면 레슬러 법정은 더 이상 WWE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 이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레슬러 법정을 이끌던 주요 고참급 선수들이 현역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이유 중 하나이다. 최고참 언더테이커는 사실상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가 완전히 은퇴를 했으며, 트리플 H는 WWE 경영에 집중을 하는데다가 건강 문제로 현역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백스테이지 일에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 JBL도 현역에서 은퇴한 상태라 더는 백스테이지 문제에 참견할 여건이 아니다.

또, 과거와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도 레슬러 법정이 사라진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온갖 험하고 거친 일들을 겪다가 프로레슬링계에 들어온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 클럽 기도 출신, 갱스터이자 무장강도 전과자 출신, 길거리 싸움꾼, 망나니 깡패, 사회 부적응자 등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체계적인 프로레슬링 도장에서 정식으로 훈련을 받았거나, 아마추어 레슬링, 보디빌딩, 미식축구, 스트롱맨, 파워 리프팅 선수 출신이거나, 어려서부터 프로레슬링을 보고 꿈을 키운 매니아들이 선수가 되는 등 세대 교체가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환경 자체가 변했다 보니, 구시대를 위한 레슬러 법정의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것이다. 현재는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눈치를 봐가며 적당하게 기강을 잡는 문화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신의 음악 관련 사업에만 관심을 보이고 프로레슬링에 별다른 열정을 보이지 않던 엔조 아모레로만 레인즈에게 크게 질책을 받고 락커룸 사용 금지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랜디 오턴존 시나가 얼음 찜질[12]과 관련해서 후배 선수들을 갈군 일화[13]라든가, 새미 제인NXT 로스터 전체를 집합시켜 갈군 일화들을[14] 보면 레슬러 법정 자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아직 프로레슬링 특유의 위계질서와 똥군기는 잔존하는 듯하다.


[1] 2010년대 이후로는 젭 콜터라는 링네임을 사용했다.[2] 2019년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3] 언더테이커 경우 최장기 근속자에 회사에 대한 높은 충성심, 특히 후배들에 대한 잡을 성실하게 수행해주며 WWE를 지탱해주던 선수로 존경하던 부친의 부고에도 쇼를 관리하기 위해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던 빈스 맥마흔이 언더테이커의 부상을 확인하기 위해 앰블런스에 동반 탑승했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물이다.[4] 트리플 H 경우 루 테즈 - 킬러 코왈스키를 잇는 데다가 빈스 맥마흔의 사위기도 해서 미국 북부 프로레슬링의 황태자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5] 언더테이커의 경우 키가 208 cm나 되고, JBL의 경우 키가 198 cm나 되어 둘 다 한 덩치 했다. 이 두 사람보다 덩치가 크다면 업계에서는 빅 맨으로 분류된다. 더군다나 언더테이커는 취미로 종합격투기를 매우 오래 익혔다.[6] 론 시몬스의 경우엔 평소엔 상당히 온화한 성격이지만, 진심으로 분노했을 경우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거기다 메이저 단체(NWA) 최초의 흑인 월드 챔피언 출신이기도 해서 권위 면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7] 다름 아닌 SF물 피규어. 거위츠가 엄청난 덕후였기 때문.[8] 참고로 미즈는 레슬링 도장에서 수련을 거치지 않고 쇼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경력 덕분에 선배들에게 "우리처럼 체계적으로 배우며 고생하지도 않은 애송이" 취급을 받으며 정말 힘든 신참 시절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미즈를 가장 혹독하게 괴롭힌 게 바로 크리스 벤와다. 즉, 이러한 악감정이 쌓이고 쌓이다가 터진 사건인 셈.[9] 선수들이 쓰는 화장실이 아닌, 일반 관중들이 쓰는 화장실이었다고.[10] 다만 이건 고참급이 주도한 불링을 다른 레슬러들이 어쩔 수 없이 따라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레이 미스테리오를 비롯한 다른 레슬러들도 핫산의 잘못이 크지 않다는 걸 다 알고 있어서 술을 그냥 받으려고 했는데, 크리스 제리코 같은 어지간한 메인이벤터보다도 더 윗선의 고참들이 합심해서 술을 바닥에 부어버렸고 분위기에 눌린 다른 레슬러들이 이를 따라하게 됐다는 것이다. 제리코 본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낙심한 표정의 핫산을 위로하려 했으나 그레고리 헴즈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참고로 헴즈는 나중에 이 사건을 인터뷰로 언급한 사람 중 한명으로 핫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 아니라, 이 만행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냈다고 한다. 즉 헴즈는 이 분위기에 동조한 사람이 전혀 아니었으나 술을 부은 주동자가 대외적으로 이미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지는 밝힐 수 없었다고 한다.[11] 이 나이아그라 드립은 WWE도 잊지 않았는지 2015년 미즈가 광고 촬영 프로모를 찍을 때 자체 개그로 쓰기도 했다. #[12] 국내 개그맨 업계에서 심형래가 기증한 안마 의자를 고참들만 이용하는 암묵의 룰처럼, 프로레슬링 업계에서도 예로부터 얼음 찜질은 고참들만의 특권 같은 것이라고 한다.[13] 존 시나는 얼음 찜질을 하고 있던 세스 롤린스를 조용히 불러서 "너 지금까지 몇 경기나 뛰었냐?"라고 눈치를 주며 비교적 유하게 넘어갔지만, 랜디 오턴은 얼음 찜질을 하던 써머 래에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 락커룸에 있던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갈궜다고 한다.[14] 정작 당시 NXT 선수들은 쟤 대체 왜 저러나 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인디 출신도 있지만, 주로 일반인을 뽑아서 수련시키는 NXT 특성상 업계 룰을 몰랐던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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