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는 달리 잘 나가는 래퍼들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을 다루고 있는 앨범. 특히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크루원인, 한국 최고의 래퍼들로 평가받는 비와이와 씨잼의 들러리 취급인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앨범 제목인 '독립음악'이나 수록 트랙인 '주인공', '독립음악' 등은 다분히 비와이의 앨범 The Movie Star와의 대비를 노리는 의도가 엿보인다. 독립음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인디펜던트를 가리키지만, 해당 앨범에서 말하는 앨범은 시스템적인 독립의 의미보다는 부모로부터의 독립, 경제적인 독립, 크루로부터의 독립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앨범의 서사 끝까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적인 무드는 이어지지만, 타인에게는 인정받지 못해도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서만큼은 주인공이라 여기며 자신과 같이 주목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나름 희망적인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2022년 한국힙합어워즈 '올해의 앨범' 후보,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에 선정되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화려한 랩스타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느끼는 서사와 감정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리스너들의 공감을 받으며 크게 호평 받았다. 반면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자기혐오적인 내용으로 인해 오히려 비슷한 처지에 있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끼워넣은 흥미로운 서사와 뚜렷한 주제의식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최엘비의 특유의 단조로운 랩핑은 마이너스로 평가 받는다.
이건 내 친구 중 하나의 얘기 걔랑 또 다른 친구 둘 총 셋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같이 했나 봐 걔 크루 이름이 뭐 섹시스트릿 아무튼 꽤나 잘 나갔지 걔 말고 걔가 속한 크루 말이야 아니 그 크루라고 하기보단 걜 제외한 나머지 둘이 더 맞다
그 둘은 참 반짝거렸어 항상 어디를 가던 주목을 받아 회사도 가고 쇼미도 나가 1, 2 등 자리에 나란히 서있는 거를 그 나머지 한 명은 티브이로 봤었지 걔도 같이 나가 예선 탈락한 그 방송을 방에 처박혀 티브이로
보는 걔 기분이 어땠을까 싶어 근데 걔는 굳이 슬퍼하지 않으려 했어 그늘이 익숙했거든 더 숨어 깊숙이 만화로 치면 원피스의 루피가 고무고무기술 쓸 때 비중이라곤 그저 그걸 보면서 감탄하는 컷이 다인 루피 친구 1 (푸힛!)
근데 걔가 더 븅신 같은 건 그 역할에 만족했다는 점 나도 꼭 저렇게 되고 말 거라는 머릿속 야망의 스위치를 껐지 진짜 한심하지 않냐? 나 같음 안 그랬을 텐데 그래서 걔가 누군지 대답하긴 좀 곤란해 그냥 아는 사람 얘기
이건 또 아까 그 친구의 얘기 걘 이제 음악을 하는 게 재미가 없나 봐 생각이 들어 ‘난 괜히 음악을 시작해가지고 폐 끼치는 게 아닌가 엄마 아빠한테’ 걔네 부모님은 믿고 있었대 ‘내 아들도 언젠간 다른 애들처럼 성공할 거야’ 그 아들이 패배자라는 걸 안다면 걘 술이나 처먹고 다녀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나 작업 곧 나도 잘될 거라고 제발 좀 걔네랑 비교 좀 하지 말라고 제발 좀 끊어 엄마 때문에 분위기 다 망쳤어 나 녹음 안 해’ 현실에선 비중도 없는 새끼가 엄마 앞에서는 돼 악역
이건 그 친구의 마지막 얘기 걷잡을 수 없게 커졌지 괴리감은 학교 다닐 때도 걔 친구 둘은 피프티 센트나 릴 웨인 같은 빡센 걸 좋아했지만 난 브로콜리너마저나 10CM 같은 조용한 음악을 더 좋아했지 아, 방금 나라고 했었나 암튼
걔 얘길 더 해보려 해 항상 조연으로 살았던 애 여기서만큼은 주인공 해보라 하지 뭐 좀만 더 들어줄래? 듣고 싶다면 얘 이름은 알려주고 시작해도 나쁘진 않겠지 내가 여태까지 말했던 아는 사람은 이렇게 불렸어 최엘비.
당신은 누구신가여?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인가여?
여기 아는 사람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최엘비 얘기를 하는 최엘비를 연기하는 최엘비가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숨기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여? 그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의 얘기에 한번 귀 기울여 볼까여?
나는 너를 알아 너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잖아 5학년 때인가 아마 용기를 내서 반장 뽑을 때 손들었잖아 결과는 부반장 두 명이 나가서 거의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였고 반장으로 뽑힌 애가 포부를 말할 때 옆에서 넌 생각했지 이 정도면 잘 한 거라고
그렇게 몇 년이 흘러가고 여태까지 내가 살아온 삶이 몇 편의 영화라면 그때 맡은 부반장이 제일 큰 역할이었단 걸 내가 나왔다는 걸 알아보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는 단역으로 이젠 살아 울 엄마는 영화가 끝나도 엔딩 크레딧 제일 끝에 때쯤에 나올 내 이름은 어째 귀신같이 찾아
물론 하고 싶지 나도 주인공은 하지만 내가 쓴 시나리오는 감독의 맘엔 들지 않았나 봐 내가 봐도 누군 국힙원탑에 누군 빌보드 진출을 꿈꿨지만 나는 여전히 빛나는 조연이라도 되는 걸 원해 그래서인지 영화 같은 걸 볼 때 잘나가는 주인공의 뒤 배경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
가끔은 그 사람 이름을 쳐봐 구글에 누구는 꾸준히 해도 묻혀지고 누구는 꿈 깨듯 현실에 부딪혀 부서져 누구는 만들어 영화를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결과물의 주인공들은 왠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별 볼 일 없어도 각자의 삶이 있듯이 말이야
난 너를 알아 너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잖아 가끔 세상은 널 외면하는 것만 같아 너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데 말이야 그게 너무 화나 ‘왜 넌 나한테만 그래?’ 세상은 대답해 주지를 않아 질문에 ‘씨잼하고 비와이가 쟤 친구래’ 라고 말하는 목소리엔 동정이 몇 그램 섞여 있는 것만 같아서 난 망설여 나를 소개하는 거조차
그렇다면 나를 소개하는 첫마디에 크루 이름을 빼보는 건 어떨까 싶다가도 근데 그럼 아무도 날 몰라 그래, 언젠가는 나도 서고 싶어 혼자 누구누구 친구라는 역할이 싫으면서 그걸 이용하는 모순적인 놈이야 나는
하루 권장량을 넘은 담배를 끄네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져 근데 이걸 내가 살아있음의 증거로 쓰네 살아있어도 죽어 있는 거 같은 기분에 가만 보면 이것도 얼마나 모순인가 살려고 날 죽이는 걸 피우는 모습이란 손에 잡히지 않을 걸 쫓을 시간에 다른 걸 했다면 난 주인공이었을까?
그래, 그냥 내가 내 영활 찍기로 해 내 일그러진 과거들을 여기 기록해 나랑 같은 누군가가 언젠가는 나를 찾고 내가 봤던 영화처럼 내게 뭔갈 느낀다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완성 이게 돈이 될 거라 생각 안 했지 한 번도 죽기 전엔 남겨야지 좋은 영화 한 편은 지켜봐 내가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안녕 20대 초반의 최엘비 아니, 이렇게 부르는 게 맞겠다 LAZYBONES 넌 열등감의 우주를 헤매고 있을 거고 그 과정은 너한테 있어 PAGE ONE
주변 사람들의 성공이 만든 무중력 속을 허우적대다 현실을 깨닫고 떨어져 철푸덕 높게 떠있던 만큼 더 심하지 고통은 넌 나는 게 아니라 떠 있던 거야 I TOLD YOU
네 꼴을 봐 상처투성이 기분이 어때 우리 재성이 좀만 더 빨리 내가 왔다면 달라졌을까 너의 행성이
내 꼴을 봐 뭐 다를 건 없지 너무 실망은 하지 마 나 역시 네가 만든 거고 내가 곧 너니까 쌤쌤이라고 쳐 쥐어박아 머릴
우리 영화는 멋있지 않아 누가 이걸 봐 열심히 살아 근데 할 말이 하나 있어 좀만 더 버티다 보면 아마
들어가 기리보이 형의 크루 그게 네 인생의 페이지 투 걘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해 같이 만나러 가보자 우주비행
안녕 20대 초반의 최엘비 너도 왔구나 지금의 최엘비 난 싸우는 중이야 더 이상 랩이 재미가 없어지려 하거든 우주비행이
날 구해줬지만 난 여전히 조연으로 사는 거 같은 기분 파티가 끝나고 취한 채 집으로 가고 다음 날 받은 숙취는 날 더 한심하게 만들어 내 친구들이 찍는 영화의 규모는 블록버스터지만 내 거는 다큐고 이것마저 기리형 이름을 빼면 아무도 안 봐줄 거 같아 열등감이 날 때리는 건 아파 빌런한테 지고 있는 영상만 찍는데 이걸 누가 좋아할까
얘들아 걱정 마 너희가 남긴 영상으로 만들고 있어 내 독립영화를 너희도 찍고 싶었지 블록버스터나 누아르 간지가 나는 하지만 내가 이 나이를 먹고 나서야 깨달은 거 하나 꼭 대단하고 멋진 사람의 인생이 나오는 건 아니야 영화로
주위를 함 둘러봐봐 네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도 살아온 삶이 있다는 거 어떤 장면들을 담아도 의미가 없는 건 없지 우리 괴롭혔던 그 빌런이 무너지는 순간은 내가 담을 테니까 넌 지금 위기만 잘 버티면 돼
WELCOME TO OUR SPACE
그렇게 현재 이 가사를 적네 너희가 아니었다면 지금 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너희가 끝까지 버텨서 난 지금 여기에 서 있네 우리가 만든 영화는 주변에 친구들보다는 보잘것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는 얘기의 화질은 선명해 너희가 나를 구해준 거처럼 미래의 최엘비한테 가 전해 내가 앞으로 담을 장면들은 분명히 과거의 너희완 다르겠지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것은 난 여전히 내 얘기를 다루겠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