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히야/작중 행적

용병들은 일 년 내내 사막을 유랑한다. 뙤약볕은 그들의 강직한 성격을 빚어냈고, 모래바람은 그들의 강한 의지력을 단련시켰다.
「화염 갈기의 사자」라고 불리는 그녀는 단 한 번도 고용주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손에 든 대검이 이익 앞에 무너져 길을 잃은 적도 없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영웅호걸적인 면모를 알고 있지만, 그녀도 오랜 시간 술잔을 기울이면 참된 벗에게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곤 한다...

이드리시: 처음부터 얘기해줄게, 데히야. 「신왕의 유산」의 두목이 어떻게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지 아니?

데히야: 압도적인 무력과 위엄?

이드리시: 응, 그렇긴 한데,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또 다른 카드가 있지. 바로 「전과」야. 「신왕의 유산」 사람은 자발적인 합류든 강제적인 충성이든, 반드시 전과를 남겨야 해. 더럽고 부도덕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전과는 충성의 상징이자 협박의 카드지.

여행자: 설마… / 쿠사일라가 「벗어날 수 없다」 했죠.

이드리시: 맞아. 함께 자란 나도, 바샤르도, 티크리티도, 나중에 합류한 형제들도… 예외는 아니었지. 데히야, 넌 이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지?

데히야: 난… 이런 요구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

이드리시: 「신왕의 유산」에 속한 사람 중,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너뿐일 거야.

바샤르: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단장님은 널 조직의 가장 어두운 「규칙」으로부터 보호해 왔어.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으셨지. 본부에 정기적으로 상납해야 하는 모라는 직접 구해오셨고… 하지만 평범하신 단장님이 뭘 할 수 있겠어. 상납 액수도 부족하고 전과도 제때 제출하지 않아서, 늘 본부에 사정하고 핑계 대다 맞기 일쑤였지. 단장님은 다 널 위해서 그러신 거야. 어떻게든 널 밖으로 내보내려 했어

페이몬: 상처투성이에 지팡이를 짚고 다닌 이유가 그거였어?

데히야: 아냐, 말도 안 돼.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맞아서 다친 것도 본 적 없다고…

이드리시: 맞아서 다친 건지, 싸우다 다친 건지 어린 네가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있겠어? 네가 단장님이랑 다투고 가출한 그날 밤, 단장님은 하룻밤 사이에 폭삭 늙으셨지…. 흰머리도 생겼다고

데히야: 그럼 「화염 빛의 포식자」도…

바샤르: 응, 단장님이 손쓴 거야. 안 그러면 넌 사막에서 말라 죽었을걸.

이드리시: 몇 년 전, 단장님은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본부에 가겠다고 했어. 우린 또 맞으러 가는 줄 알았지. 내가 대신 맞을 테니 단장 자리를 넘겨달라고 하자, 「아흐마르의 수염」은 곧 해산될 것이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더군.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밤이 되자 본부에 불이 나서 「전과 기록」이 다 타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티크리티: 그날 밤 모두가 자유를 얻은 거야. 우리를 비롯해 그동안 핍박받은 용병들이 도망쳤지. 하지만 내막을 아는 우리가 편하게 떠날 수 있을 리 없잖아?

바샤르: 맞아, 단장님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순 없어. 본부 놈들이 단장님의 목숨을 앗아간 거야!

이드리시: 그 뒤로 「아흐마르의 수염」은 복수를 위한 조직이 됐어. 단장님이 지른 불에 본부는 큰 타격을 입었고, 우리는 그 틈을 타 공격을 가할 수 있었지. 규모 차이가 극명함에도 우린 복수를 반드시 이루고 말 것이야.

쿠사일라: 크흠, 데히야 공주님이 숲속에 살던 드래곤을 무찔렀도다.
드래곤의 머리는 사막의 성에 걸렸고, 그녀의 용맹함은 평화와 번영을 이끌었노라.
자, 어서 가장 중요한 대사를 말해보렴.

데히야: 직접...하세요.

쿠사일라: 드래곤을 쓰러뜨린 건 너잖니, 다들 네 말을 듣고 싶어 한단다.
(어린 데히야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한다)
쿠사일라: 하아, 여전히 긴장하는구나. 하는 수 없지, 내가 말하마!
여기서 승리를 선언하노라! 사악한 드래곤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니라!

---

(과거 회상이 끝나고 티크리티, 바샤르, 이드리시가 데히야를 웃으며 쳐다본다)
데히야: 여기서... 승리를 선언하노라...
드래곤은 이제 없어, 아버지...[34]

데히야에게
요즘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 놀러 가는 건 고사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판이야.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구나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
어릴 때 넌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귀여웠단다. 네가 울 때나 웃을 때나 모두가 즐거워했어
하지만 철이 좀 드니 옛날만큼 귀엽지 않더구나. 이게 다 단원들이 나쁜 것만 가르쳐서 그래...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네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야
왜냐하면... 사실 난, 네 아버지가 아니거든
젊었을 때 난 정말 대단했단다. 「화염 갈기의 사자」보다 백배 천배 강했지. 하하
하늘의 별도 딸 수 있을 것 같았고, 노력만 하면 사막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사막에서 술을 마시다가 갓난아이인 널 본 거야
거기 누워있던 넌 금방이라도 모래바람에 묻혀버릴 듯했지
하지만 울음소리는 또 어치나 우렁찼는지 듣기 괴로울 정도였어. 돌이켜보면 생명력이 넘쳤구나
그 후에 내가 단원들에게 밖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더니, 의심조차 하지 않았지
그렇게 모두를 평생 속여왔어. 정말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난 단장이잖아. 갑자기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니...
방금 마신 술을 뿜어낼 뻔했네, 하하하\

데히야
넌 우리가 바라 마지않던 자유와 선량함을 갖고 있단다. 그러니 앞으로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렴[38]

복잡한 도안을 수놓으려면 바느질 연습을 더 해야겠어.... 음, 근데 내 솜씨면 평균 이상은 되지 않나? (너른 헤아림)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다음엔 더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너른 헤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