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인도 신화의 신족. 천신(天神)으로 번역할 수 있다.구별없이 천신들을 호칭하는 단어로 쓸 수 있지만, '데바'는 남성형이기 때문에 데바라고 하면 기본적으론 남신을 가리킨다. 여신들은 보통 데비라고 부르는데, 기본적으론 같은 신족들이니 호칭 차이 외엔 데바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본 항목에선 편의상 여신들을 포함한 모든 천신에 대해 설명하니 주의.
일부 전통에서는 종종 '데바타(Devatā)'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원은 데바와 같다. 앙코르와트 유적의 여신상들을 데바타로 부르는 것이 유명하지만 데바타는 남성형과 여성형 모두로 사용할 수 있다.
인도쪽의 브라흐미계 문자에 속하는 데바나가리(범어)의 뜻도 여기서 유래한다고 알려져있다. 즉 데바(देव)는 '신(들의)' 라는 뜻이고, 나가리(नागरी)는 '도시의'라는 뜻이다. 즉, '신들의 도시에서 사용하는 문자'로 해석할 수 있다.
2. 단어의 역사
"데바"의 의미는 "빛나는 존재", "신성한"이다. 인도이란어 *daiv-와 인도유럽어 *deiwo-에서 유래했으며, 여성형인 데비는 *deiwo-의 여성형 *deiwih에서 유래되었다. 이 단어들은 "빛나는", "천체" 등의 뜻을 가졌고, 데우스, 제우스의 유래이기도 하다. 영어인 데빌과 divine의 어원으로도 추측된다. 베다 시대의 최고신 중 하나였던 천공신 드야우스 피타의 이름도 이 단어들이 어원.베다 시대 초기부터 있던 단어이며, 베다에서도 데바란 단어는 천신을 가리키고 있다. 인드라, 아그니 등 당시의 주신들을 비롯한 모든 신들이 데바로 칭해진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아수라라는 호칭이 모든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통용되어, 악신뿐 아니라 데바들도 아수라란 호칭을 사용했다. 당시 아수라는 '힘 있는', '유능한' 정도의 뜻으로 사용되었고 인드라 등이 이런 맥락으로 아수라란 호칭을 갖기도 했다. 다만 이때도 데바가 더 선한 이미지였던 건지 선하다면 '데바인 아수라', 악하다면 '데바가 아닌 아수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비슷한 성질이어도 삶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임을 강조했다는 듯.
이후 베다 후기~힌두교에 들어서며 데바는 선신, 아수라는 악신으로 구분된다. 아수라에 베다 신자들의 적이 숭배하는 영적인 존재들을 동일시하며 이러한 구도로 바뀐 것으로 추정되곤 한다. 우파니샤드에선 데바 vs 아수라가 선과 악의 싸움이라 묘사하며, 이들의 싸움은 선악을 동시에 가진 인간 영혼의 갈등을 나타낸다고 설명. 그래서 보통 인도 신화에서 데바라면 선신, 아수라라면 악신(악마)으로 통한다. 힌두교 시대 들어선 데바가 아수라와 대비된다며 수라(sura)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1]
그러나 힌두 신화에서도 자세히 보면 데바와 아수라를 무조건적인 선과 악으로 묘사하지 않고, 마하발리처럼 데바에게 인정받는 아수라도 등장한다. 보편적으로 선은 데바, 악은 아수라가 되었을지언정, 이러한 묘사는 여전히 비슷한 성질이여도 삶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임을 강조. 푸라나에선 똑같은 현자에게 똑같은 지식을 배웠지만 인드라(데바)는 자기 편할 대로 지식을 왜곡하고 비로카나(아수라)는 제대로 받아들여 지식을 자기 것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도권과 아리아인을 기원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란권 종교에선 데바와 비슷한 이름의 다에바(daeva)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역시 초자연적 존재이지만 이곳에선 어둠의 정령으로 묘사되며, 아수라와 비슷한 이름의 아후라(ahura)가 선신으로 나온다. 이는 인도유럽어족 내에서 데바 신앙과 아수라 신앙이 공존하다 모종의 이유로 신앙이 분화해 생긴 결과로 추측되곤 한다. 데바(다에바) 신앙 지지파는 인도 지역에 정착하고 아수라(아후라) 신앙 지지파는 이란 지역에 정착해서 이런 차이가 생겼다는 설.
영어로는 Celestial deities(천계의 신들)"이라고 번역하지만 샨스크리트어 데바(देव)를 음차한 표기인 Deva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산스크리트어 단어지만 현대 인도권에서도 인명에 데바(데비)란 단어가 들어가거나 특정 인명의 기원이 된 단어가 데바(데비)인 경우가 좀 있다.
3. 신화에서의 데바들
데바 신들은 신화 내에서 무시무시하고 변덕스러운 묘사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선신으로 여겨지며, 특히 이들의 우두머리격인 삼주신[2]은 우주의 질서를 관장한다. 삼주신보단 낮지만 나머지 데바들보다 위인 중간관리직은 '인드라'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삼주신을 뺀) 신들의 왕으로 여겨진다. 인드라는 약 85만년 주기로 교체되며, 우리가 아는 전쟁과 번개의 신 인드라는 14번째 인드라.[3]천신이지만 이들은 지상의 일에 간섭할 때가 많으며, 특히 비슈누는 지상에 뭔가 일이 생길 때마다 화신을 보낸다. 비슈누가 아니여도 신화에서 신의 화신인 등장인물을 자주 볼 수 있으며, 가끔은 성선 다타트레야처럼 둘 이상의 신의 화신이 되는 인물도 등장한다. 반대로 나라와 나라야나처럼 두 명이 한 신의 화신인 경우도 존재.
삼주신을 포함한 모든 데바들은 근본적으론 전부 브라흐만[4]의 화신이다. 브라흐만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근본 원리이자 만물의 근원이라 여겨지는 개념으로, 브라흐만은 화신인 신들을 통해 그 위대한 힘을 떨친다.
여신(데비)들의 경우 예외없이 아디 파라샥티(마하데비)의 화신이라 여겨지는데, 아디 파라샥티란 샥티를 의인화한 여신이다. 샥티는 브라흐만에 필적 혹은 동일시되는 우주의 여성적 근원 에너지[5]이며, 즉 데비들은 샥티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신이지만 죽음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사티 이야기를 보면 시신도 남는 듯. 그러나 이는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힌두교에선 윤회사상을 따르는지라 죽어도 다시 환생한다. 사티 -> 파르바티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환생할 때도 있고, 카마데바 -> 프라듐나처럼 인간으로 환생한 후 생을 마침과 동시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아수라족과는 끊임없이 싸우지만 사실 기원을 따져보면 혈연이다. 아수라 중 다이트야들과 다나바들은 카샤파의 자식들, 즉 브라흐마의 증손자가 된다. 그런데 이들은 미트라, 바루나 등이 소속된 데바 그룹인 아디트야들과 이복형제다. 이들의 어머니인 디티, 다누, 아디티 역시 모두 데바인 다크샤 신의 딸. 그리고 아디트야족도 베다 시대 초기엔[6] 아수라였다. 당시엔 영적인 존재들이 모두 아수라라고 칭해졌기에, 선신인 아디트야들을 데바 대신 '선한 아수라'란 말로 표현할 때도 많았다.[7] 그래서 아디트야들은 힌두교 시대 들어 데바로 편입된 이후에도 가끔 아수라계 신으로 칭해진다.
4. 동음이의어
[1] 진짜 단어 뜻이 어떻든 아수라의 '아'를 산스크리트어 부정사 '아'로 쳐서 아수라를 '수라가 아니다'라는 말로 해석한 것이 기원이란 설이 있다. 즉 먼저 존재했던 단어의 뜻을 바꾸곤 끼워맞춘 것. 다만 이 외에도 여러 추측이 있다고 한다.[2]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3] 다만 다른 인드라들 묘사가 적어 힌두 신화의 인드라라면 보통 전쟁과 번개의 신을 가리킨다. 그리고 베다에선 그냥 신 하나가 가진 고유의 이름이였다. 자세한 것은 인드라 항목 참조.[4] 브라흐마, 브라만과 다르다.[5] 브라흐만은 중성적 에너지로 여겨진다.[6] 아디트야들은 미트라, 바루나, 사비트르 등 옛 신들로 이루어져 있는 그룹이다.[7] 브리트라가 이끄는 악한 아수라 다나바들과 대조하는 식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