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genic 커버에 참여하기도 했던 닉 나이트가 뮤직비디오를 디렉팅했다. 당시 연인과의 실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여 삽입하였고[2], 알렉산더 맥퀸이 디자인한 상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 등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비주얼로 인해 감상에 주의를 요한다.
일본의 아트 디렉터인 이시오카 에이코[3]가 연출했다. 백색 분장과 밀착 바디슈트를 활용해 전신 누드를 연상시키는 비주얼과 함께 입과 유두 등 신체 부위에서 붉은 실이 흘러나와 온몸을 감싸며 고치를 형성하는 아방가르드한 연출이 특징이다. Pagan Poetry에 이어 알몸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착시로 인해 MTV 방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앨범 커버는 비요크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고 나왔던 Swan dress이다. 시상식 레드카펫에 알을 가지고 나왔는데, 당시 그녀는 그것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생식(fertility)에 관한 것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새 앨범은 겨울에 관한 것이고, 백조는 하얀색 겨울 새이며 하나의 상대하고만 관계를 맺기 때문에 낭만적이라고 밝혔다. 기사
발매 당시 음악 매체 피치포크의 창립자 라이언 슈라이버는 이 앨범에 7.2점이라는 다소 박한 평점을 남겼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본 앨범이 2000년대 대중음악사를 대표하는 최고 명반으로 추앙받자, 피치포크 스스로도 2000년대 베스트 앨범 목록 상위권에 올리는 등 명반으로 공식 인정했다. 오늘날 이 7.2점은 피치포크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평점 오판 사례 중 하나로 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된다.
2000년대 초반 P2P와 저음질 MP3 파일 유통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제작되었다. 비요크는 이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저음질 압축 파일이나 컴퓨터 스피커로 들어도 소리가 뭉개지지 않는 악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울림이 긴 저음 악기 대신 하프, 셀레스타, 오르골, 그리고 고음역대의 섬세한 마이크로비트 위주로 앨범의 사운드가 구성되었다.
작업 초기 앨범 타이틀은 내밀한 가정적 분위기를 뜻하는 《Domestika》였다. 이후 '황혼'이나 '밤에 피는 꽃'을 의미하는 《Vespertine》으로 변경되었으며, 수록에서 제외된 동명의 곡 Domestica는 리드 싱글 Hidden Place의 B-side 트랙으로 정식 발매되었다.
전작 Homogenic의 웅장하고 화산 같은 사운드와 달리, 침실처럼 사적이고 정갈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실험적 듀오 매트모스와 협업했다. 이들은 얼음이 깨지는 소리, 눈밭을 밟는 발소리, 카드를 섞는 소리 등 일상의 미세한 소리들을 샘플링한 뒤 극도로 쪼개어 비트로 가공해 사용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오르골 소리를 구상한 비요크는 오르골 장인에게 의뢰해 특제 커스텀 뮤직박스를 제작했다. 그녀는 직접 종이 테이프에 구멍을 뚫어가며 곡을 썼고, 이 소리는 Pagan Poetry와 Frosti 등 주요 수록곡의 핵심 사운드로 활용되었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 촬영 당시 감독 라스 폰 트리에와의 갈등으로 지쳐 있던 비요크가 현대미술가 매튜 바니를 만나 연인이 되면서 얻은 안식과 성적 환희가 주요 테마이다. 가사 중 Sun in My Mouth는 시인 E. E. 커밍스의 시를, An Echo, a Stain은 극작가 사라 케인의 연극 구절을 인용해 완성했다.
[1] 특히 RYM에서는 비요크의 음반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2026년4월 2일 기준으로 무려 전체 앨범 차트에서 18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2] CG 처리되어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편집되어 있다.[3] 石岡瑛子 (1938-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