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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3 11:50:28

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1. 개요2. 진행 순서3. 방송 분위기4. 이후

1. 개요

[1]
동양방송이 폐국하는 1980년 11월 30일 밤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방송되었던 TBC 동양방송의 마지막 프로그램. 서울 여의도 신사옥 내 공개홀에서[2] 해당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2. 진행 순서

동양방송은 1964년 5월 9일에 개국한 지 16년 6개월 만인 1980년 11월 30일에 전두환 정부언론통폐합에 따른 신문-방송겸영 금지조치로 사실상 이 방송을 마지막으로 송출하면서 마지막을 알렸다. 오프닝은 TBC 무용단이 무대에서 동양방송의 로고송을 부르면서 막을 열었으며 당시 TBC에 몸담았던 국내 배우 및 가수들 대부분이 출연해서 동양방송의 마지막 고별식을 지켜보았다.

동양방송의 대표 아나운서인 박종세 아나운서가 고별사를 낭독했고 TBC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이던 쇼쇼쇼의 MC 허참정소녀가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두 진행자 모두 언행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방송국 하나가 없어지는 비극적인 분위기인데도 정부의 압력 등으로 인해서 하는 수 없이 평소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1980년 당시 인기 여가수들(이은하, 박경애[3], 혜은이)의 노래가 이어졌는데 가수들 역시 노래를 부르는 중에도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을 훔치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듯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보여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이 방송에서 신군부는 가수 이은하가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을 부르면서 울먹인 것을 문제삼아[4] 3개월간 TV 출연을 금지시키는 일이 발생했고, 가수 혜은이의 <당신만을 사랑해> 노래가 나왔을 때는 TBC가 영원한 존재임을 알리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다음은 드라마 부문과 전속 탤런트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먼저 TBC 최고의 히트작 <아씨> 마지막회 중 일부가 나왔고 이순재, 이낙훈, 강부자 등 중견 탤런트들의 마지막 인사가 이어졌고 정윤희-유지인-장미희 트로이카와 그들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노주현한진희도 작별을 고했다. 탤런트들의 인사가 끝나고 TBC를 통해 소개된 외화들이 영상으로 소개되었다. 아울러 어린이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작별 인사를 고했는데 당시 아역배우이자 TBC의 어린이 프로그램이던 '호돌이와 토순이'의 보조 진행자였던 12세 소녀 윤유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때 강부자 역시 통곡하는 바람에 한 동안 출연 정지 당하고, 사과할 것을 종용받았다고 했다. 정작 강부자는 "국민학교를 졸업해도 눈물이 나는데, 내 오랜 직장을 그만두는 마당에 눈물을 흘리지 말란 법이 어디있느냐?"며 자신은 사과하느니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서영춘, 송해가 대표로 나선 코미디언들은 노래 황성옛터로 작별을 아쉬워했다. 이때 최용순, 배연정 등 일부 여자 코미디언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장면은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사용되었다. 참고로 TBC 폐국 후 TBC 전속 코미디언들 중 절반은[5] KBS에 남았고, 절반은[6] MBC로 이적하게 된다. 또한 일부 성우들도 같이 나왔다.

그리고 악단 연주가 끝난 마지막에는 이순재와 강부자가 TBC의 마지막 약력 보고를 했고[7] 동양방송 로고송을 부른 뒤 당시 악단을 지휘했던 이봉조가 색소폰으로 연주한 석별의 정이 흐르면서 오프닝에 출연했던 박종세 아나운서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8] 그렇게 다시 한번 로고송이 연주되면서 막이 내려지고, 동양방송은 이 방송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3. 방송 분위기

당시 이 방송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가수들은 대부분 표정이 굳어있거나 허탈한 모습을 보여왔다.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이는 정부에서 방송국에 "비극적인 행동을 하지 마라."는 지침을 내려서 배우들이 감정을 자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이런 특별한 지침이 없었지만, 1980년 11월 25일 기독교방송 낮 종합뉴스를 전달하던 여자 아나운서가 언론통폐합 조치로 인한 기독교방송의 보도 기능 중단 소식을 전하던 중 눈물을 터뜨리면서 고별방송 관련 지침이 생겼고 동양방송동아방송에 하달됐다. 심지어 돌발적인 감정 표현으로 인한 방송사고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사전 녹화 또는 사전 녹음을 하도록 했고, 이것마저도 신군부의 검열을 받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으로 제작됐다.

일부 배우들과 가수들이 울먹이는 모습을 노출하자, 이 방송이 끝난 후에 정부가 따로 관계자를 불러 문책했다는 설도 있었다. 'KBS로 통합되어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인데, 옛 방송국이 폐국되었다고 배우들이 비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이 내용은 후에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99년 12월 12일자에서 방송인 황인용(당시 TBC 라디오 고별방송 진행)의 증언에서도 나왔다. 당시 라디오에서 고별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황인용의 부인이 보안사령부, 또는 공안기관으로부터 반협박 느낌의 전화를 받았었다고 한다. "지금 방송을 왜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뭐가 종말이고 뭐가 끝이고, 왜 울면서 방송하는 겁니까?! 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왜 그렇게 방송을 합니까?!" 그 후 집사람은 완전 공포에 사로잡힌채 떨고 있었다고.

4. 이후


다음 날인 12월 1일, 채널 7은 TBC-TV에서 KBS 2TV로 바뀌었고 그날 저녁 7시 40분부터 10시까지 통폐합을 축하하는 버라이어티쇼 KBS 새가족이 방송되었는데, 전날 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출연자 중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에 동원되었다. 첫 무대에 선 한진희김성원은 정말 뚱한 표정으로 박수만 치고 있었고, TBC 고별방송 MC였던 허참은 활짝 웃으면서 TBC 전속 악단이었던 이봉조 악단의 반주에 맞춰 '참 반가워요'[9]라는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10] 또 당시 MC는 김동건 아나운서와 TBC 출신의 이영혜 아나운서였는데[11]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동건 아나운서도 TBC에서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TBC 출신 방송인들에겐 다시 한 번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 2019년 6월 24일 KBS 아카이브 유튜브 계정에 해당 프로그램의 풀 영상이 공개되었다. 컬러로 제작되었지만 당시 KBS 2TV는 아직 컬러방송이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흑백으로 방영되었다.[12]

TBC 고별방송에 대해 각 방송사에 문의해본 결과, KBS와 JTBC는 흑백 버전을 보관하고 있고, MBC는 과거 방송자료 화면에 컬러 버전 자료화면을 사용한 것이 확인되었으나, 현재 해당 방송자료는 아카이브 내에 존재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흑백 버전만 보관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TBC 폐국 이후 일부 프로그램들은 한동안 KBS로 이관되어 계속 방송되었다. 달동네 등 대부분의 드라마는 KBS 1TV로 이관되면서 전국방송으로 확대되었고, 쇼쇼쇼, 일요일이다 전원출발 같은 오락 프로그램은 KBS 2TV에서 방송되었다. TBC 출신 프로그램들은 1981년에 대부분 종영했고, 1990년 4월, 형사 시리즈형사 25시가 종영되면서 TBC발 프로그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13]
그 이후 29년 후인 2009년에 미디어법 개정으로 신문사의 방송사 소유가 허용되면서 2011년 JTBC가 개국하면서 이 프로그램은 31년만에 <부활 TBC, 탄생 JTBC TBC 추억여행 1부>[14]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나오게 되었다. 그 이전인 2006~2007년 TBCi 홈페이지와 2010년 조인스닷컴 'TBC 추억여행'에서도 일부 영상을 공개해왔다.


[1] 컬러로 제작하였으나 송출은 흑백으로 하였으며 TBC를 합병한 KBS에서는 흑백 송출본을 보관하고 있다.[2] 현재 KBS 별관 공개홀로 운영되는 공간이다.[3] 곡예사의 첫사랑을 부른 가수. 2004년 5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4]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가장 첫 대목에서 대성통곡을 했으니 신군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언짢을 수밖에 없었다.[5] 송해, 최용순, 손철, 이용근, 김형곤, 장두석, 이성미[6] 서영춘, 배일집, 배연정, 김영하 등. 김병조서세원 등 일부 코미디언은 통폐합 전에 MBC로 옮겨갔다.[7] 이들은 1979년 12월 7일 TBC 개국 15주년 기념쇼에서 1980년대 여의도 시대를 맞는 TBC의 각오를 낭독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소속 방송국의 고별인사를 맡게 된 것이다.[8] 이때 전 출연진이 무대로 나왔는데 일부는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결국 이들 중 다수는 보안사령부에 의해 한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9] 원곡은 George Baker Selection의 Paloma Blanca. 1976년 가수 이승연이 비에 젖은 비둘기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불렀고, 요즘 세대에는 코빅 깽스맨의 속초건달(이진호) 등장곡으로 알려져있다.[10] 무릎팍도사에서 허참 본인이 밝힌 비하인드에 따르면, TBC 고별방송을 진행하던 중 KBS 축하쇼에서 부를 노래 가사를 외우고 있었다고 한다. 전날까지 잘 있던 자신의 직장이 한순간에 사라져 너무 허탈하고 마음이 아픈데, 그 다음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축가를 불렀다고 회상했다. 당시 허참의 옷도 TBC 고별방송과 똑같다.[11] 이영혜 아나운서는 바로 전날인 11월 30일 동양방송의 마지막 보도 프로그램이었던 TBC 석간의 고별편 진행자였다.[12] KBS 2TV의 컬러방송은 같은 해 12월 22일에 시작되었다.[13] 라디오에서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FM대행진이 남아 2024년 현재도 방송되고 있다.[14] 이 프로그램은 몇 년전까지 JTBC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제공했었으나, 현재는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TBC 추억여행은 계속 제공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