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장편소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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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All That Falls Has Wings[1] |
작가 | 이문열 |
장르 | 장편 소설 |
출간 | 자유 문학사, 1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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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문열의 장편 소설로 미국에서 대학 시절의 첫사랑과 재회했지만 결국 그녀의 자유로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살해하고 만 한 남자의 이야기. 《레테의 연가》와 함께 이문열의 몇 안되는 장편 연애 소설이다. 여주인공인 서윤주는 지극히 미국화된 인물로서,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이탈하고 있는 현대 여성에 대한 보수적 남성의 불안 의식을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녀 주인공 간의 갈등에서 미국에 대한 이문열 세대의 양면적 인식, 즉 서양 문화에 대한 민족주의적 거부감과 경제적 풍요에 대한 동경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은 과대망상적 인물이고 오히려 이성적인 인물은 주인공을 수사하는 대사관 직원 정도라는 평이 많다.소재는 자신의 체험에서 많이 따온 듯한데, 왜냐하면 초반 설정의 많은 부분이 자전적인 「젊은 날의 초상」과 겹치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긴 하지만 카르멘과도 내용이 비슷하다.
이문열의 소설 중 가장 대중 소설적인 작품으로 당시 베스트셀러였지만, 작가 본인은 이 소설의 문학적 성취를 매우 불만족스럽게 여겨 이러한 성공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긴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 일설에 의하면 한 달도 안돼서 졸속으로 썼다고. 사실 평론가들도 "통속 소설"이라고 평했다.
군데군데 마초적인 시각이 많다. 그리고 주인공은 살인 후의 심경이 복잡해서 그런지, 독백이나 현학적인 수식어들이 난무한다. 사실 고급진 어휘는 이문열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문열 특유의 심리묘사를 통해 연인 간의 감정선 변화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애증의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또한 사랑과 현실의 삶 사이를 저울질하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한 남자의 내적갈등을 묘사하는 부분은 읽는이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1990년 장길수 연출, 손창민, 강수연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원작에 대한 평이 어쨌든 대종상 영화제 상도 휩쓸고 흥행 성공도 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임형빈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한국 남성에 비해서 변해버린 세대의 상징인 서윤주의 대비를 통해 변화되는 사회상을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순결과 가족에 대한 이문열의 보수적인 가치관이 묻어나는 영화다. 남자 주인공은 본인은 창녀촌에서 동정을 떼놓고 정작 여주인공이 자기는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자 큰 충격을 받는(...)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시(1970년대 초반)에도 꽤 퍼져있던 부유한 중년과 여대생간의 스폰서 문화가 임형빈/서윤주 관계를 뒤흔들어 놓는다.
이문열의 소설 중에서는 가장 대중소설적인데, 현대의 미성년자들의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세대의 차이도 있거니와 소설내용도 보수적인 만큼 당연하겠지만. 제목이 많이 패러디된다.[2]
2. 줄거리
오스트리아의 한국 대사관에 소속되어 있는 '나'는 군쯔 경위로부터 어느 한국인 여성이 총에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를 쏜 용의자는 그 자리에서 붙잡혔는데,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하는 바람에 군쯔 경위는 어쩔 수 없이 '나'를 호출한 것이었다. 한국인인 '나'가 오자 '그'는 닫았던 입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의 이름은 '임형빈'이며, 총에 맞은 여자는 '서윤주'였다. 심문을 받던 중 임형빈은 '나'가 자신의 대학 선배인 걸 알게되자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사건 경위를 모두 털어놓게 된다. 처음에는 임형빈이 자백하는 식으로, 나중에는 임형빈 시점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명문대에 합격한 뒤, 청운의 꿈을 품고 고시에 매진하던 임형빈은 우연한 계기로 윤주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같은 대학에 재학중이던 윤주에게 흠뻑빠진 형빈은 갖은 노력 끝에 윤주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입신양명의 꿈은 뒤로 한 채 윤주와의 연애에 취해버린 형빈은 부모님이 보내주는 돈을 거덜낼 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형빈과 윤주는 여러가지 이유로 끝내 결별하게 된다. 결별 후 윤주는 모두와 연락을 끊은 채 종적을 감추게 되는데, 그런 윤주가 걱정된 형빈은 그녀를 찾아 나선다.
이태원동의 한 술집에서 재회하게 된 형빈과 윤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끝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재확인하게 되고 끝내 검열삭제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날로 형빈과 윤주는 소꿉놀이와도 같이 어설픈 살림집을 차리게 된다.
하지만 낌새를 눈치 챈 아버지에게 윤주와의 관계를 들켜버리게 되고, 윤주와 형빈의 아버지가 대면한 끝에 윤주는 말 없이 형빈을 떠나게 된다. 형빈은 윤주를 미친듯이 찾아다녔지만 끝내 재회하지 못 한다. 한편 형빈을 떠난 윤주는 이태원을 전전하다가 알게된 흑인 미군과 결혼한 뒤 예전부터 꿈꾸던 미국행을 하게 된다. 윤주와의 이별 뒤 폐인같은 삶을 이어가던 형빈은 때마침 날아온 영장을 받고 결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도망치듯 군입대를 하게 된다. 전역한 뒤 서른이 되기 전 결혼해야 한다는 주위 등쌀에 밀려 형빈은 흔히 말하는 참한 여성과 중매 결혼을 하게 된다. 서윤주와의 연애를 통해 자유분방한 신여성에 대한 혐오감까지 갖고 있던 형빈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 여성관에 부합하는 검소하고 헌신적인 부인에게 답답함을 느꼈고, 부인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 채 불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다 소속된 회사의 미국 진출 선발요원으로 발탁된 임형빈은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는데, 형빈은 가족 동반이 가능함에도 부인을 데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공허함을 현지의 여자들과 불륜관계를 맺으며 채우게 된다. 현지의 늙은 유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중 문득 서윤주를 떠올리게 된 윤형빈은 그 날로 한인타운에 신문광고까지 내가며 서윤주의 행방을 수소문하게 된다. 이러던 와중 임형빈이 가족동반이 가능함에도 자신을 데려가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은 형빈에게 이혼통보를 하게 된다. 형빈은 이혼 통보를 받은 날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산타모니아의 바닷가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극적으로 서윤주와 재회하게 된다. 형빈과 윤주는 서로의 지난 날을 추억하며 밤을 지샛고, 형빈은 다시 한번 서윤주에게 빠지게 된다. 그 후 결심이 선 형빈은 끝내 부인과 이혼절차를 밟고 윤주와 새살림을 차리게 된다.
'인생은 누림과 즐김' 이라 말하는 윤주의 은근한 부추김에 넘어간 형빈은 끝내 방탕한 생활에 빠지게 된다. 방탕한 생활을 지속한 끝에 형빈과 윤주는 형빈이 모아둔 돈과 윤주가 사별한 전남편에게 상속받은 재산 모두를 탕진하게 된다. 형빈은 결국 거래처 직원들과 모의해서 거래 차익을 가로채는 식으로 회사돈을 횡령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데, 얼마 못가 꼬리를 잡히는 바람에 형빈은 울산지사의 한직으로 징계성 인사조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형빈은 윤주가 한국에 대한 적의감 때문에 한국행을 거부했기에 한국행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 후 형빈은 주차장에서 일하는 일개 노동자로 신분이 추락하게 된다.
동부의 한 작은 마을에서 변변찮은 생활을 이어가던 와중, 윤주는 백인인 직장 상사와 바람을 피게 된다. 그리고 윤주는 어느 날 갑자기 쪽지 한장 남긴 채 불륜남과 프랑스로 떠나버린다. 형빈은 추적 끝에 둘의 행방을 찾아내지만, 그 곳엔 백인 불륜남만 남아있을 뿐, 윤주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곳엔 그저 예전에 같이 여행했던 오스트리아 그라츠로 떠난다는 쪽지 한장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형빈은 윤주를 찾아 그라츠로 떠나게되고, 어렵지 않게 윤주와 재회하게 된다. 불륜에 대한 죄책감도 없이 반갑게 자신을 맞아들이는 윤주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윤주의 당당함에 압도되어 제대로 추궁조차 하지 못한 채 형빈은 그대로 윤주와 함께 그라츠에 눌러앉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윤주의 변하지 않는 태도에 실망한 형빈은 결국 윤주와 크게 다투게 된다. 그 다툼에서 윤주는 형빈을 땅개라고 칭하며 동양인에 대한 혐오감을 여과 없이 표출함과 동시에 서양인의 육체적 우월함을 찬양하며 형빈을 볼품없는 사람이라고 힐난한다. 게다가 형빈과의 결혼 생활은 사랑에 의한 것이 아닌 그저 편의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참지 못한 형빈은 윤주를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긴다. 총에 맞은 윤주는 형빈에게 '왜 일찌감치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았냐', '함께 추락하는 것이 두렵다'는 등의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3. 등장인물
- 임형빈
명문대를 나왔지만 속내는 평범한 시골 청년.
임형빈은 평범하고 순박한 남자로 나오지만 작중에 서술되는 성격 면면을 보면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 매우 남성우월주의적인 인물로, 양공주를 비하하는 대목도 있다. 그런데 자신은 정작 서윤주의 사치스러운 면을 눈감아주고라도 얽매려 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서윤주의 편지를 추적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서윤주를 찾을 정도로 극성스러운 얀데레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쾌락만을 쫓는 서윤주를 따르기만 하다가 결국은 파국에 이른다.
- 서윤주
좋게 말하자면 자유로운 것이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장관리 하는 된장녀.그리고 다르게 말해 역하렘.주위에 구애받기 싫어하는 쿨한 성격의 미인.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한데다 남성 의존이 강하다. 남자가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 '한국에 있으면 얽매여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국을 싫어하고, 자유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을 열렬히 동경한다. (말이 좋아 아메리칸 드림이지 작 중의 묘사를 보면 그냥 미국병.) 게다가 능력도 없는데 엄청나게 사치스러워서,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했던 임형빈조차 서윤주의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했을 정도.
고아로서 친척집을 전전했는데, 언니는 미국에 가서 흑인 병사와 결혼했다가 이혼해서 병으로 죽지만 미국으로 간다. 임형빈과 만난 시점에서는 나이 많은 남자와 원조교제를 해서 대학 다닐 학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임형빈과 짧은 동거를 하다가 헤어지고 나서는 미군 남자에게 좋아하는 척 매달려서 미국으로 아득바득 넘어가고, 임형빈과 미국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 갈아치운 남자가 이미 3명. 임형빈과 동거하면서도 케빈과 같이 오스트리아로 여행 가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NTR을 보여준다.
작 중에 서윤주가 발악하며 외치는 대사를 보면, 서윤주가 계속 외국 남자만 사귀는 이유는 "크고 지칠 줄 모르는 서양 자지에 중독됐기 때문"이다.[3] 그런 서윤주가 한심한 정력의 한국인인 임형빈을 사랑했던 이유는 서양 남자를 탐하는 육체적인 이유가 아니라 진짜로 정신적으로 임형빈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연인이 자기 이상형인 사람이 몇 없는 것과 비슷한 원리. 서윤주의 강한 성욕과 본심을 막장스런 대사로 쏟아내는 클라이막스에서, 혐오감과 애잔함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특이한 캐릭터.
- 군쯔 경위
배경 설명용 인물. 주로 포도주와 치즈를 준다.
- '나'
이 작품의 화자. 임형빈과는 같은 대학 동문이다. 처음에는 임형빈의 행동에 경계하며 의구심을 품다가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동정적인 시선으로 임형빈을 보게 된다.
4. 결말
서윤주를 찾아 오스트리아까지 쫓아간 임형빈은 서윤주의 독설에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겨버렸고, 서윤주는 임형빈을 구속하던 자신이 사라졌음을 홀가분하게 여기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여담으로, 서양 남자의 큰 자지와 정력에 대한 서윤주의 '예찬'이 정말 캐릭터의 본심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작 중에서 욕망과 충동의 화신으로 표현되는 서윤주가 오로지 임형빈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맞지 않는 속궁합을 견뎠다는 것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서윤주의 성향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서윤주가 임형빈에게 성적으로 불만족했다는 대사나 암시를 그 대목 말고는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작 중에서 이러한 언급이 나오는 것은 단 한 번으로, 최후반부 서윤주와 임형빈이 말싸움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다. 게다가, 그녀는 임형빈의 손에 들린 총 때문에 임형빈보다도 더 흥분해 있었다. 즉, 해당 발언이 진짜 서윤주의 본심이라기보다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남성 우월주의적 성향이 강한 임형빈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어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만들 만한 폭언으로써 나온 것일 수도 있다.
5. 미디어 믹스
5.1. 영화화
역대 | ||||
최우수작품상 | ||||
제27회 (1989년) | → | 제28회 (1990년) | → | 제29회 (1991년) |
아제 아제 바라아제 | →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 | 젊은 날의 초상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90) All That Falls Has Wings | |
<colbgcolor=#444><colcolor=#fff> 감독 | 장길수 |
원작 | 이문열 |
각본 | 윤대성, 장길수, 이종학 |
제작/기획 | 이지룡 |
제작사 | 다남흥업 |
촬영 | 이석기 |
조명 | 손영철 |
편집 | 김희수 |
음악 | 신병하 |
출연 | 강수연, 손창민, 최민식, 이효정, 이낙훈 |
개봉일 | 1990년 1월 26일 |
개봉관 | 국도극장 |
관람인원 | 312,684명 |
1990년 강수연, 손창민 주연, 장길수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되었다. 1990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 기획상, 녹음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외에도 제11회 청룡영화상 시나리오상, 제1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2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인기상(강수연/손창민)을 수상했다.
[1] 북미에서 주로 이렇게 번역된다. 영화판도 이 명칭으로 번역되었다.[2] 제목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의 시 <Das Spiel ist aus>의 한 구절을 인용한 듯하다. 참고로 패러디의 예 중 하나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업적 중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가 있다.[3] 이 대사만 보면 뭐 이런 정신 나간 여자가 있나 싶은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런 막장일지라도 가장 중요한 요소, 즉 큰 자지와 정력이 결여된 임형빈이지만 정말로 사랑했기 때문에 임형빈에게 결여된 부분을 참았던 것이다. 그리고 결말 단락에서 후술되겠지만, 그녀의 이 발언이 진실임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