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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3-30 17:52:21

주식시의


1. 개요2. 내용3. 구성4. 특징

1. 개요

주식시의(酒食是儀)는 조선 후기에 종가 며느리 연안 이씨가 처음 편찬하여 여러대에 걸쳐 기록되어 오며 완성된 한글 요리책이다. 현재 대전광역시 대덕구 송촌동에 위치한 은진 송씨(恩津宋氏) 종택에 소장되어 있다.

2. 내용

지돈령부사(知敦寧府事) 송영로(宋永老, 1803년 ~ 1881년)의 부인인 연안 이씨(1804년 ~ 1860년)가 처음 기록하기 시작하여 여러 대에 걸쳐 기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에 남겨진 필체로 보아 최소 세 사람 이상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연안 이씨가 소대헌 종가에 시집와서 시가의 음식을 하나씩 익혀가며 이 책을 기록한 후, 그 뒤로 그녀의 대를 이은 여성들이 손끝으로 전수받은 음식 솜씨를 이 책에 하나둘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주식류, 찬물류, 병과류 및 음청류, 주류 등 음식을 만들고 재료를 다루는 법 96항이 기록되어 있고, 그 중에서 낙지 볶기에는 낙지찜을 하는 법이, 동김치에는 이를 활용한 생치 김치나 냉면을 만드는 법이, 약과 만드는 법에는 만두과와 다식과가, 앵두편에는 복분자편이 추가로 기록되어 있어 총 100여 가지의 식품을 다루는 법과 음식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음식 조리 방법 외에도 산모에게 필요한 민간요법, 염색법과 탈색법 등 생활사에 관련된 자료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은진 송씨 가문에는 주식시의 외에도 술 만드는 비법을 따로 모아 정리한 술 제조 비법서인 우음제방이 있어 두 책을 함께 번갈아 가며 기록한 것으로 여겨진다.

3. 구성

4. 특징

현재 전해지고 있는 고조리서들은 주로 경상북도 안동시, 영양군, 상주시 일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16세기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수운잡방, 여성(장계향)이 쓴 최초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 사대부가의 높은 가양주 제조 기술을 볼 수 있는 온주법, 19세기 말 한식 상차림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는 시의전서 등의 한국의 대표 고조리서들이 모두 저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주식시의와 우음제방은 대전(大田)을 기반으로 한 은진 송씨 가문의 책으로 이례적으로 충청도 지역의 음식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간 영남 지방에 집중되었던 조선 시대 식생활 자료가 충청 지역으로 연구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주식시의는 왕비를 배출한 사대부가와 궁중 음식과의 교류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은 조선 후기의 왕비들이 대부분 그의 외손이라 할 정도로 왕실과 관련이 깊은데, 숙종의 비(妃)인 인현왕후가 동춘당의 외손녀이고, 고종의 비인 명성황후순종의 첫 번째 비인 순명효황후도 이 집안 후손이다. 또한 동춘당의 증손녀가 장원급제한 김제겸(金濟謙, 1680년 ~ 1722년)에게 시집갔는데, 그의 후손 가운데 순조의 비인 순원왕후, 헌종의 비인 효현왕후, 철종의 비인 철인왕후가 나왔다. 그러므로 송준길 가와 조선 궁중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으며, 궁중음식 가운데 몇 가지가 종가 음식으로 계속 전수되고 있었다. 1800년대 궁중의 의궤에 기록된 음식과 비교해볼 때 열구자탕, 완자탕, 금중탕, 숭어찜, 붕어찜, 연계찜, 어채 등과 약식, 두텁떡, 승검초단자, 약과 등의 조리 방법이 궁중 음식과 완전히 똑같은 것으로 추정 중이다.

마지막으로 주식시의에 기록된 음식 중 전골 채소, 도라지찜, 낙지 볶기, 외상문채 등은 다른 조선 시대 조리서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리법으로 대전 지방 특유의 음식 문화를 연구해 볼 수 있다.
[1] 동김치(동치미)를 담그는 기록에 함께 쓰여 있다.[2] 만두과와 다식과가 추가되어 있다.[3] 복분자편 만드는 법이 추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