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5-21 08:07:58

주식시의


1. 개요2. 내용3. 구성4. 특징

1. 개요

酒食是儀. 조선 후기, 1800년대에 연안 이씨가 처음 편찬하여 여러대에 걸쳐 기록되어 온 한글 요리책. 현재 대전광역시 대덕구 송촌동에 위치한 은진 송씨(恩津宋氏) 종택에 소장되어 있다.

2. 내용

지돈령부사(知敦寧府事) 송영로(宋永老, 1803년 ~ 1881년)의 부인인 연안 이씨(1804년 ~ 1860년)가 처음 기록하기 시작하여 여러 대에 걸쳐 기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에 남겨진 필체로 보아 최소 세 사람 이상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연안 이씨가 소대헌 종가에 시집와서 시가의 음식을 하나씩 익혀가며 이 책을 기록한 후, 그 뒤로 그녀의 대를 이은 여성들이 손끝으로 전수받은 음식 솜씨를 이 책에 하나둘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주식류, 찬물류, 병과류 및 음청류, 주류 등 음식을 만들고 재료를 다루는 법 96항이 기록되어 있고, 그 중에서 낙지 볶기에는 낙지찜을 하는 법이, 동김치에는 이를 활용한 생치 김치나 냉면을 만드는 법이, 약과 만드는 법에는 만두과와 다식과가, 앵두편에는 복분자편이 추가로 기록되어 있어 총 100여 가지의 식품을 다루는 법과 음식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음식 조리 방법 외에도 산모에게 필요한 민간요법, 염색법과 탈색법 등 생활사에 관련된 자료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은진 송씨 가문에는 주식시의 외에도 술 만드는 비법을 따로 모아 정리한 술 제조 비법서인 우음제방이 있어 두 책을 함께 번갈아 가며 기록한 것으로 여겨진다.

3. 구성

4. 특징

현재 전해지고 있는 고조리서들은 주로 경상북도 안동시, 영양군, 상주시 일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16세기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수운잡방, 여성(장계향)이 쓴 최초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 사대부가의 높은 가양주 제조 기술을 볼 수 있는 온주법, 19세기 말 한식 상차림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는 시의전서 등의 한국의 대표 고조리서들이 모두 저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주식시의와 우음제방은 대전(大田)을 기반으로 한 은진 송씨 가문의 책으로 이례적으로 충청도 지역의 음식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간 영남 지방에 집중되었던 조선 시대 식생활 자료가 충청 지역으로 연구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주식시의는 왕비를 배출한 사대부가와 궁중 음식과의 교류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은 조선 후기의 왕비들이 대부분 그의 외손이라 할 정도로 왕실과 관련이 깊은데, 숙종의 비(妃)인 인현왕후가 동춘당의 외손녀이고, 고종의 비인 명성황후순종의 첫 번째 비인 순명효황후도 이 집안 후손이다. 또한 동춘당의 증손녀가 장원급제한 김제겸(金濟謙, 1680년 ~ 1722년)에게 시집갔는데, 그의 후손 가운데 순조의 비인 순원왕후, 헌종의 비인 효현왕후, 철종의 비인 철인왕후가 나왔다. 그러므로 송준길 가와 조선 궁중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으며, 궁중음식 가운데 몇 가지가 종가 음식으로 계속 전수되고 있었다. 1800년대 궁중의 의궤에 기록된 음식과 비교해볼 때 열구자탕, 완자탕, 금중탕, 숭어찜, 붕어찜, 연계찜, 어채 등과 약식, 두텁떡, 승검초단자, 약과 등의 조리 방법이 궁중 음식과 완전히 똑같은 것으로 추정 중이다.

마지막으로 주식시의에 기록된 음식 중 전골 채소, 도라지찜, 낙지 볶기, 외상문채 등은 다른 조선 시대 조리서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리법으로 대전 지방 특유의 음식 문화를 연구해 볼 수 있다.
[1] 동김치(동치미)를 담그는 기록에 함께 쓰여 있다.[2] 만두과와 다식과가 추가되어 있다.[3] 복분자편 만드는 법이 추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