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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8:51:19

주사(광물)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555px-Cinnabarit_01.jpg
여기서 빨간 부분이 주사.

1. 개요2. 용도3. 추출4. 기타

1. 개요

주사( 또는 )는 광물의 일종으로, 수은으로 이루어진 붉은 색의 황화 광물이다. 영어로는 Cinnabar라고 하며, 단주(丹朱), 경면주사(鏡面朱砂), 단사(丹砂), 진사(辰砂) 라고도 지칭한다.

수은(HgS)의 결정으로 천연에서는 수은을 일부 포함한 상태로 발견된다.

2. 용도

한약재로 쓰인다. 중진안신제(重鎭安神劑)[1]로 각종 정신질환에 사용되었는데, 특히 방방 뜨는 계열(조증) 치료에 사용되었다.[2] 주사의 약효가 발현하는 기전은 현대 과학으로는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광증에 걸린 사람에게 주사로 그린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게 하니 광증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그 약효를 발견했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효과는 발군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약재로 쓰기에 매우 위험한 소재이므로, 전문가와 상담 없이 자의로 함부로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 만에 하나 한의사의 판단 및 엄격한 처방 아래 주사가 함유된 약을 사용할 경우, 최소한의 용량으로 최단기간 동안만 사용해야 하고, 효과를 보자마자 딱 끊어야 한다.

중국 위나라, 진나라, 남북조시대에는 마약의 일종이었던 오석산의 5가지 재료에도 들어갔다. 사실 오석산(五石散)은 그 이름에 돌 석()이 들어가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정체 자체가 보기 드문 광물성 마약, 즉 중금속과 같은 유독성 광물을 여러 종류 섞어 섭취함으로써 나타나는 즉효성 중독증상에 의해 마약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니 뇌신경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유독성 중금속의 대표주자인 수은 화합물인 주사가 들어가면 그 약빨이 죽여주게[3] 세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그 약빨이 센 만큼 유독성 역시 (오석산을 좋다고 쳐먹던 이들조차 눈치챌만큼) 강해지기 때문에 사실 여러 종류의 오석산 레시피[4] 중에서 주사나 단사(丹沙)가 들어가는 처방은 주로 고대에 사용되었고 후대에 정립된 레시피에서는 웅황이나 자황, 즉 황화비소가 핵심 재료로 자리잡게 된다. (사실 초기 레시피에서는 수은과 비소가 둘 다 들어갔다.) 이런 유독한 중금속들을 가루로 만들어 주로 뜨거운 술에 타서 섭취하는 것이 바로 오석산의 섭취법이었다.

또한 도장 찍을 때 사용하는 인주의 주 재료이다. 전통적인 인주는 잎 뒷면의 솜털과 피마자유, 주사를 섞어 만든다. 물론 만들기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현대에는 작품 낙관용 인주를 제외하곤 적당히 종이 펄프 같은 것에 빨간색 안료를 섞거나 스펀지에 염료를 적시는 것으로 대체한다.[5]

주사를 이용해 붉은색으로 글씨나 그림을 그리면 악귀를 쫓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 예부터 벽사(辟邪)용 부적이나 장신구 등을 만드는 데 많이 썼고, 현대에도 어느 정도 사용된다. 냄새에 민감한 동물이나 곤충이 주사의 냄새를 기피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에 그런 믿음이 생겼으리라고 추측한다. 이 경우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황화수은인 영사(靈砂)[6]나 은주(銀朱)[7]라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둘 다 인공 황화수은이지만 재료의 순도가 높아 질이 좋은 게 영사, 반대로 재료의 순도가 낮아 질이 나쁜 게 은주이다.

안료로도 쓰였다. 이때의 이름은 버밀리온(vermilion)으로, 진한 다홍색을 낼 때에 동서양 가리지 않고 널리 썼다. 물론 지금 시중에 팔리는 버밀리온 물감들은 주사 대신 다른 재료로 만든다. 이나 카드뮴이 함유된 물감들은 현재도 흔하게 팔지만, 수은은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서인지 비소를 함유한 '파리스 그린'과 마찬가지로 다른 재료를 써서 비슷하게 색을 낸 안료로만 유통된다. 이를 휴(Hue)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안료로서 주사가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에, 천연 채취에만 의존하지 않고 옛날부터 인공적으로 합성해 쓰기도 했다.

주사로 그린 그림은 오랜 세월에 거쳐 검게 변하는 성질이 있는데, 주사의 성분인 알파-황화수은이 다소 불안정해 더 안정한 검은색 베타-황화수은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 년 된 그림들을 보면 붉은색 안료로 칠한 부분이 적갈색으로 변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램브란트의 <야경(夜警: 야간 순찰대)>이라는 작품이 이 안료의 영향 때문에 본래는 낮의 장면을 그렸지만 점차 어두워지면서 야간의 장면으로 오해받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색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그림을 그린 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바른 바니시(니스)가 산화되었기 때문이지 주사와는 무관하다. 그래서 그림이 전반적으로 어두컴컴한 상태였다가, 바니시를 벗겨내고 새로 바른 현재는 다시 밝아졌다.

3. 추출

주사의 성분인 황화수은은 물에 대한 불용성 화합물이지만, 수은 화합물 자체가 맹독물이라서 반드시 수비(水飛)해서 사용한다. '수비'란 물을 이용해서 특정물질을 거르는 방법으로, 곱게 갈아서 체에 받쳐 내리고, 그걸 물에 녹인 뒤 수면에 둥둥 뜬 것을 종이로 빨아내서 건져내고, 남은 물을 증발시키는 등의 공정을 거치는 고된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섞여 있던 수은이 분리되는데, 주사에 유리() 수은이 남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 지겨운 과정을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

여기서 주사를 수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링크.

문제는 위 링크 글에 나오듯이 정성 들여 수비를 하더라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는 점. 이 때문에 과거의 한의학 서적들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약재로 설명했고, 오늘날에는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수비를 철저하게 해서 소량 사용하는 정도이다. 절대로 마음대로 사용하지 말 것. 그만큼 위험한 약재이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절대로 불을 써서 수비해서는 안 된다. 고온에서는 황화수은이 분해되어 유리()된 수은이 녹아 나오기 때문이다.[8]

4. 기타

사자성어 근주자적의 '주'도 이 광물을 말한다.

보석의 나라에서 의인화된 캐릭터로 등장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에서, 먹으면 주마등을 보는 물질로 등장한다. 그야 중금속 덩어리니까 보기는 볼 것이다

쌍갑포차에서 인간으로 환생한다고 일종의 걸어다니는 부적인 동시에 양기의 결정체라고 알려질 정도로 그 경면주사의 환생체는… 해당 문서 참고.

영국의 소형차 미니는 주사를 뜻하는 라틴어 minium에서 유래했다. 미니어처, 미니스커트 역시 같은 어원이다.

근육조선에서도 1부의 수양대군이 전쟁 PTSD로 입은 정신적 내상을 위한 탕약재료중에 주사가 재료중 하나로서 사용되어있다고 과거일을 회상하는 식으로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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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진안신은 질량이 무거운 진정제로 정신을 안정시킴을 의미한다.[2] 우연히도 현대의 조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리튬으로 이 역시 광물이다. 서양의학에서 쓰이지만 리튬이 왜 조증을 완화하는지는 기전이 아직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3] 비유적 표현 아님.[4] 오석산의 재료는 딱 정해진 처방전(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시대, 그것을 만든 사람마다 어떤 광물을 사용했는지가 다 다르다. 오(5)석산이란 개념 자체가 그냥 여러 광물을 섞어 만든 가루약이란 뜻이지 딱 정해진 다섯 종류의 광물을 사용했다는 뜻은 아닌 셈. 다만 황화비소나 황화수은은 반드시 들어간다. 유독물질인 이 둘이 들어가지 않으면 마약 효과를 낼 수 없고, 그렇다고 쌩으로 수은이나 비소를 먹으면 골로가는게 당연하니 그나마 독성이 약해지는 황 화합물을 사용한 것.[5] 일본의 샤치하타가 이걸로 유명하다.[6] 일명 이기사(二氣砂) 또는 금정영사(金鼎靈砂)[7] 일명 수화주(水花硃)[8] 그래서 수은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 주사를 불에 태워서 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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