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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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病者聖事
라틴어: Unctio infirmorum
그리스어: Ευχέλαιο / Το Mυστήριο του Eυχελαίου
영어: Anointing of the sick / extreme unction / last rites
1. 개요
병자성사(病者聖事)는 그리스도교의 성사 중 하나이다. 중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베풂으로써, 온 교회는 병자들을 수난하시고 현양되신 주님께 맡겨 드림으로써, 그들의 병고를 덜어 주어 구원하시도록 청하고 병자들도 스스로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자유로이 결합시켜 하느님 백성의 선익(善益)에 기여하도록 권하는 성사다.2. 병자성사의 근거
병자성사의 성경적 근거는 아래 구절이다.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새번역 성경(야고 5, 14-15)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새번역 성경(야고 5, 14-15)
또한 어느 여인이 예수한테 비싼 향유를 부은 사건을 복음서에서 드러난 병자성사의 간접적 근거라 말하는 해석도 있다.
3. 설명
예전에는 신자가 죽기 전에 한 번 주는 종부성사(Unctio extrema, extreme unction)란 명칭으로 불렸다.[1]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죽음을 예고하는 행위'처럼 느껴져서 신자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생겼다. 나무위키식으로 얘기하자면 신부가 종부성사 주러 왔다고 하면 너는 이미 죽어 있다처럼 받아들이는 부작용이 생긴 것.[2] 또한 가톨릭 교리에서 죄를 용서하는 효력이 있는 성사는 세례성사와 고해성사뿐임에도 불구하고, 종부성사가 마치 고해성사로도 용서받지 못한 죄를 죽음을 앞두고 다 씻어주는 의례인 양 통하였다.유럽의 가톨릭 국가에서는 아무리 냉담자라도 평생에 3번은 사제를 만난다는 말이 있는데, 첫째는 태어나서 세례성사를 받을 때, 둘째는 혼인성사 받을 때, 마지막으로 죽음 문턱에서 종부성사를 받을 때라고 한다. 그만큼 죽음 직전의 종부성사는 당연히 받아야 하고, 못 받았다면 불행한 죽음으로 간주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이 성사의 본래 의미와 비교하면 옳지 않다고 판단하여 가톨릭교회는 다시 초기 교회 시절처럼 병자성사란 이름으로 바꾸고, 꼭 죽을 위기가 아니더라도 아파서 특별히 은총을 구하고 싶은 신자들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성사로 복구했다. 그래서 와병이 오래된 사람들은 몇 번씩이나 병자성사를 받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원래 초기 교회 시절에는 병자성사였지만, 10세기 무렵에 종부성사로 바뀌었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부터 다시 병자성사로 돌아왔다.
8세기까지는 주교가 병자성사용으로 축성한 기름을 평신도들이 집에 가지고 있다가, 가족이나 친지들이 아프면 상비약처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사제만이 베푸는 성사로 유보되었다. 또한 악마에 씌었다고 생각할 때에도 사용했는데, 이는 악마 들림마저도 넒은 의미에서 '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신자 중에 앓는 이가 생기거나 갑자기 입원하는 이가 생기면, 먼저 사제에게 전화하여 병자성사를 요청한다. 사제는 미리 감실에서 축성된 성체를 꺼내둔다. 사제가 오는 동안 작은 상 하나를 준비해, 흰 보자기나 천이 있으면 상을 덮는다. 그리고 십자고상을 놓고 촛불을 켜놓는다. 또한, 신자가 성체를 영할 때 목구멍에 잘 못 넘길 경우에 대비해서 물과 숟가락을 준비하도록 하자. 사제가 도착하면 먼저 병자의 고해성사를 듣는다. 고백을 들은 후 병자성사가 시작되는데, 병자성사는 환자의 이마와 두 손바닥에 병자성유[3]를 발라주는 예식이 핵심이다. 병자성유는 그리스도의 은총이 환자에게 내리도록 기원하는 표시다. 기름을 바르고 나면 환자에게 성체를 영해 준다. 특히 임종하는 이가 행하는 영성체를 '노자성체'라고 부르는데 황천길로 떠나는 영혼의 노자돈에 비유한 표현이다. 병자성사는 오직 신자들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세례받지 못한 이가 위독하다면 약식으로 서둘러 세례를 주어야 한다. 이를 '대세'라고 한다. 혹시 대세를 주는 요령을 잘 모르겠으면 빨리 본당 사무실로 연락해 대세를 청하여야 한다.
가톨릭 계열 병원에서는 병원 원목실에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예약하면, 사제가 병실을 방문해 병자성사와 봉성체를 해준다. 보통 요청에 따라 해주는 경우도 있고, 봉성체라면 매주 금요일에 해주는 곳이 많으니 그 때를 노려볼 것.
오래 병을 앓는 신자가 있는 가정은 매월 첫 금요일에 있는 정기적 환자 방문을 본당에 신청하면 좋다. 이를 봉성체라고 하는데, 본당 사제는 1달에 1번씩 아픈 신자들을 방문하여 성체를 영하도록 해준다. 또한, 레지오 마리애 단원 등 신실한 신자들이 환우를 방문하여 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정교회에서는 병자성사를 성유성사라고 부른다.[4] 이 성사를 줄 때엔 원칙적으로 사제 7명이 모여서 거행하도록 규정한다. 촛대 7개에 불을 밝히고 복음서를 7번 읽는 것이 정교회 성유성사의 특징인데, 사제 7명이 모이도록 함은 성유성사의 공동체성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웬만큼 큰 교구가 아닌 이상 7명이 다 모이기 힘드므로 1명이 집전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가급적 복음서 7번을 전부 읽으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이조차 힘들다면 3번만 읽고 성유축성을 할 수 있다. 정교회의 성유성사는 가톨릭 병자성사와 비교하면 크고 장엄하지만 그만큼 번거롭다.
한편 이 성유성사는 단순히 병자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이 정교회에선 '성유성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이다. 이는, 정교회는 '병자'의 범주를 육신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고 정신과 영혼의 질병, 죄를 안고 있는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부활절 전 성 대 수요일에는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성유성사를 행하고, 모든 신자들에게 죄의 용서와 육신과 영혼의 치유를 기원하는 성유성사에 참석하라고 권장하며, 일반적으로 이 성유성사를 받기 전에 고백성사를 보는것이 매우 강력히 권장되고 있다.
성유성사에 대한 해설과 진행, 병원에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성유성사를 보여준다.
전쟁 때 군종 신부들의 주 업무이다. 많은 신부들은 군인 신자들에게 병자성사가 필요하다면 총포탄의 헬게이트라도 달려가야 했다. 사진은 퓰리처 상 수상작품으로 1962년 베네수엘라 내전 (El Porteñazo) 당시 사진기자 핵터 론돈 로베라(Hector Rondón Lovera, 1933 ~ 1984)이 촬영했다. 사진에 부상당한 병사를 껴안고 있는 사람은 루이스 마리아 파디요(Luis María Padilla) 신부로, 그는 내전을 무사히 넘겼다고 한다. 사진 기자에 따르면 당시 여러 신부들이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가전 현장을 누볐다고 한다.
병자성사는 신자가 받을 권리이자 신부가 베풀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어떤 신부는 '자신이 꼭 병자성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면 신부님 눈치 보지 말고 꼭 병자성사를 요청하라. 병자성사는 성직자의 의무사항이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신부들 사이에는 병자성사에 관한 징크스가 있다. 사제서품을 받고 첫 번째로 집전한 성사에서 환자가 죽고 사는 여부가 향후 병자성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이 유명하다. 살리는 쪽이 되면 다행이지만, 죽이는 쪽 징크스가 있는 신부라면 병자성사의 집전을 보좌신부에게 맡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신자 중에서는 중병으로 너무 괴로운 나머지 일부러 죽이는 징크스가 있는 신부를 찾아서 병자성사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부들 중에 미사 집전 등 상황이 아니라면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설정하지 않는데, 갑작스레 병자성사 요청이 오기도 하기 때문.
성사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한 성사가 병자성사이다. 다른 성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신학적 문제, 혹은 교회 정체성 문제가 걸렸지만 병자성사만은 별로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남은 옛 기록이 적고, 따라서 성사 중 역사적 변천과정을 확인하기가 가장 어렵다.
성사를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병자성사가 없지만, 가톨릭 전통을 공유하는 성공회와 북유럽의 루터교회에서는 병자성사(예식)를 실시한다.[5] 나머지 장로회, 감리회 등에서는 '병상 성찬식'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기름을 바르는 과정을 생략하고 성찬례의 특수한 형태로서 현재까지 시행한다.
물론 개신교에서도 중병을 앓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거나 목사가 방문해 안수기도를 하는 사례는 분명히 있지만, 이를 병자성사라고는 할 수 없으며 교계에서 그렇게 명명하지도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에서도 비슷한 병자 축복이 있는데, 여기서는 기름을 한 방울 이마에 떨어뜨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병자를 축복한다.
4. 기타
프랑스 혁명 시대의 외교관이었던 탈레랑은 죽기 직전에 병자성사를 받았는데, 정작 성사를 진행하는 신부에게 탈레랑이 성사 똑바로 하라며 충고해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본래 탈레랑은 주교 출신으로, 프랑스 혁명을 지지했다가 파문당해서 세속 정치가로 활동하다가 죽기 전날에야 파문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성사를 진행하던 신부는 서품을 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 사제여서 성사 집전에 서툴렀다. 그러니 주교 출신인 탈레랑 눈에는 갑갑해 보였을 수밖에.이탈리아 통일에 공헌한 초대 이탈리아 왕국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는 교황령 합병 문제로 교황 비오 9세에게 파문을 당했으나, 죽기 전 비오 9세가 파문을 해제해주었고 병자성사를 받고 사망했다. 덕분에 그의 유해는 판테온에 매장될 수 있었다.
[1] 여전히 전통 가톨릭 신자들은 종부성사라고 부른다.[2] 서양 영화에서 의사가 "신부님을 불러오십시오."라고 하면 사망선고나 받은 것처럼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밑에도 있듯 가능하면 죽기 전에 종부성사 받음을 당연시했기에, 살 가망이 희박하니 종부성사를 받으라고 돌려 말하는 것.[3] 매년 성주간 목요일의 성유 축성 미사에서 축성한 기름.[4] 성삼일 성 대 목요일에 총대주교청에서 축성하는 견진성사용 성유축성과는 다르다.[5] 대한성공회에서는 병자성사를 조병성사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