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무의탁 시범을 보이는 육군 소위(소대장) |
1. 개요
前進無依託대한민국 국군 사격술 예비훈련 자세 중 하나. 비효율적이고 구식인 방법이라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후술.
앞무릎은 약 90도를 이루고 뒷무릎은 펴질 정도로 다리를 크게 내딛어 벌린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총기를 지면과 평행하게 들어준다. 이 때 총열덮개를 왼손 손등에 얹어, 엎드려 사격하기 직전인 자세를 뜻한다.
앞으로 크게 치고 나가는 자세(전진)이면서 땅이나 입사호에 기대지 않은(무의탁) 자세라는 뜻인데, 달려가다가 엎드리기 직전의 어정쩡한 자세를 도대체 왜 사격 자세로 쳐 주는지 이상할 것이다.
2. 사용
저 이상한 자세를 취한 뒤, 표적의 거리 또는 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엎드려쏴 자세와 무릎쏴 자세를 왔다갔다하며 사격한다. 즉 다른 사격자세를 취하기 위한 준비자세 취급이다. 왼손이 미리 땅을 받치기 좋게 되어있기는 하지만, 중립자세로 취하기엔 불편하고 무릎쏴로 가기에도 척 봐도 비효율적이다.2008년 이후 원칙적으로 훈련소에서 사라진 자세다.
보통 교육적인 목적보다는 얼차려를 주고자 무의탁 대기 자세를 시키는 똥군기 목적이 다수. 자대에서 사격 훈련이 있을 때 취한 경우가 있다. 이제는 PRI 및 그에 따르는 전투사격 훈련이 있어서 굴린다고 해도 미국에서 직수입된 로우 레디에 가까운 자세를 시키거나[1] 그냥 사로 입장 순번이 될 때까지 얌전히 앉아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발전된 교리를 배우는 부대는 당연히 이런 어중간한 것도 없이 바로 하이레디, 로우레디를 취한다. 아직도 총열을 손등에 얹는 구닥다리 전진무의탁을 시키는 자대에 배정받는다면, 정말 오지게 재수가 없는 것이다.[2]
3. 명칭
명칭이 전진무의탁, 무의탁, 돌격자세 등 여러 명칭이 있다. 원래 돌격자세의 목적은 총을 쏘면서 돌격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때 취하는 자세이다. 그래서 M16A1 교범에서 돌격자세는 그냥 옆구리 지향사격 자세이다. K-2 교범에는 아예 전진무의탁 자세가 따로 적혀있다. 이럴 때 돌격자세라는 명칭은 의미상 사격준비자세에 가깝다.이 전진무의탁 '자세'는 말하자면 복사, 슬사 변경을 위한 대기자세, 말하자면 이 대기자세를 취해야 하는 사격 훈련의 약칭처럼 쓰이는 말이었다(...).
전진무의탁이 자주 쓰이던 시절에도 어느샌가 총열덮개를 파지하고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하는 형태로 바뀌어, 그냥 앞굽이로 돌격하면서 사격하는 돌격자세가 되었다. 엄연히 따지면 '무의탁'(땅에 엎드리지 않았으므로)이라고 불러도 된다.
훈련의 목적을 생각하면 이게 차라리 야지 기동 중 사격자세로서 원본에 가깝다. 사실 '돌격자세'로 준비하는것이 FM인데, 막상 그리 자세 취하면 반응속도가 느려져서 빠르게 엎드리기 위한 특이한 전진무의탁 자세들이 부활하기도 했다. 속도를 내려다보니 누구는 총을 옆으로 뉘이고, 누구는 거의 엎드리기 직전이고, 누구는 견착하는 등 각기 다른 습관이 나온 것이다.
돌격자세사격(58초부터) |
일반 돌격 내지는 사격준비자세에서는 서서쏴, 무릎쏴, 엎드려쏴를 모두 오갈 수 있다.
4. 비판
미군 교범 삽화만을 대충 베낀, 아무런 근본도 없는 자세이다. 그래서 기존 전진무의탁 훈련에서 자랑한 사격 준비 자세로서 가치가 쥐뿔만큼도 없다.엎드려, 무릎, 앉아, 쪼그려, 서서 쏴를 모두 관통하는 중립 자세에서 각 자세로 넘어가는 개념이야 지금도 전술사격에서 중요하게 다루지만, 그러고 싶으면 그냥 MMA나 복싱 가드와 같은 자연스러운 레디 포지션에서 넘어가면 된다. 물론 이렇게 슈터 레디 포지션에서 조준 격발까지 넘어가는 PRI도 전진무의탁보다 조금 더 합리적일 뿐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군더더기는 없이 훈련의 본질에 충실하다. 제대로 된 사격술 예비훈련을 하고 싶다면 굳이 앞굽이에 총을 손등에 얹는 헛짓거리를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그 어중간한 자세와 K2 돌격소총의 끝내주게 나쁜 조정간 조작감 때문에 넘어져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너무나 잦다.[3]
6.25 전쟁 때 쓰던 M1 개런드에나 어울리는 파지법이고, 실제로 그 소총을 든 장면을 베낀 자세이다. 구식 반자동 소총이 거의[4] 도태되고, 더 가벼운 돌격소총이 보편화된 현대전장에서 기동간 급작사격이나 기타 대응상황에서는 폭로면적을 줄이고 기동능력을 희생하기보다는, 차라리 견착자세를 유지하고 기동을 편하게 한 상태에서 정지, 혹은 안정적 이동을 하면서 대응사격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당연한(...) 미군의 전투훈련교범을 받아들여 그 중요성이 상당히 퇴색되었다. 정말로 중요한 자세훈련이라면 사고 몇 건 때문에 폐기할 이유는 없다.
그야말로 뻘짓 중의 뻘짓이 아닐 수가 없다. 수십년간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폐지되어버린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5. 실체
국군에서도 2020년에 가까워지면서 전술사격이 필요한 부대는 미국에서 직수입된 로우 레디, 하이 레디 등의 전술사격 준비 자세를 배우며, 다소 간략화된 PRI 및 기초 사격훈련에서도 그냥 전통적인 앞에 총 제식 또는 로우 레디를 중립 자세로 삼기 때문에 도태되고 있다. 멀쩡한 사격준비자세가 있으니 굳이 전진무의탁 자세로 자세 전환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이 우스꽝스러운 사격자세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히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진무의탁은 사실 미군이 M1 개런드를 사용하던 시절, 그러니까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육군 보병 교범에 수록된 포복 ➝ 돌격과정의 예시로 수록된 연속동작 삽화들 중 한 컷을, 국군 창설 초기 군에 대한 이해도도 없는 책상물림 똥별들이 맥락 없이 베껴와 사격자세랍시고 국군의 훈련과정에 적용시켜버린 것이다. 즉, 막 엎드렸다가 일어나면서 땅을 짚었던 왼손을 총에 가져다 대고 다리는 일어나느라 앞굽이 중이던, 그 장면 딱 하나만 캡쳐해서 사격 준비자세라고 지정해버린 것.
옆구리 총 지향사격자세. 1987년에 훈련중인 미군 네이비 씰 특수부대원. |
그나마 전진무의탁의 취지와 비슷한 전술은 당시 미군의 일선 부대에서 유행한 '스냅 슈팅(snap shooting)'이 있는데, 이는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칠 위험이 있는 상황[5]에서 권장되는 사격술 중 하나였다. 요즘도 기관총 구부려 쏴, 소총 사격준비를 위해 거쳐가는 옆구리 지향사격 자세에서, 전진무의탁 손동작마냥 왼팔을 좀 펴고 몸을 웅크리고 총을 지면과 평행하게 든다. 이건 쉽게 말해 2차대전 시절의 CQB용 사격자세였다. 이건 당시의 총기가 너무 길고 무거워서 이래 들고 지향사격하는 게 신속조준하기보다 편했기 때문이며, 현대에는 소총의 크기와 길이, 무게, 장탄수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저 시절처럼 사격할 필요가 없다.
요약하자면, 전진무의탁은 실전성을 따지기 이전에 교범상으로도 제대로 된 '전진'과 '무의탁'에 반영되지 않는다. 옛날 기준으로도 엉터리라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조차 성립이 안 되는 괴이한 결과물일 따름이다.
어떤 면에서는 중국 무술, 일본 고류 무술이나 태권도의 품새가 제대로 된 사범과 수련자들의 이해 없이 틀에 박힌 끝에 도달한 것과 비슷하다. 훈련법에는 그 훈련으로 얻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전문가들의 검수 없이 동작의 외견만 까라면 까는 식으로 전수되다 보니 의미 없이 얼차려용으로나 쓰이는 몸짓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쓰임새가 있다면 사격준비자세가 아닌, 포복해서 뭔가 작업하는 자세로서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M18A1 클레이모어를 매설하거나 도폭선 깔면서 빠지는 자세로서는 생 포복보단 조금 그럴듯하기에 아직도 교범에 남아있다.
26초부터 | 40초부터 |
[1] 돌격사격자세라고 가르치며 교육한다.[2] 당연히 이런 구시대의 유물을 손에 쥐고 안놓아주고 있는 중대장 이상급 지휘관이 부대에 있다면, 그 부대 기간병들의 군생활은 안봐도 비디오이다.[3] 원래 교범상 사격하지 않으면 조정간을 안전에 둬야 한다. 단발로 발사하는 중간에도 계속 안전에 둬야 한다[4] 후방 향토예비군에는 아직 M1 카빈이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M16A1으로 교체 중이다. M1 개런드는 일부 의장대에서 사용하는 의장용 총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부 도태되었다.[5] 시가전, 정글, 삼림, 야간 기습과 정찰 등의 전투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