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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웹소설은 연재되는 창작물로서 향유층[1]의 참여와 소비를 통해 연재를 유지한다. 때문에 향유층의 특성과 성격은 웹소설의 연재 뿐만이 아닌 서사, 장르, 클리셰에도 영향을 끼친다.2.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수용창작자
웹소설은 아날로그 출판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별점, 조회수, 연독률, 유료 판매 금액, 댓글수 등 다양한 수치를 통해 연재 즉시 독자와 작가가 피드백을 주고받게 되며, 특히 댓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실시간으로 의견과 반응을 나누게 된다. 즉 독자는 수용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도 수행한다.[2] 이러한 수용창작자인 독자 특성은 인터넷에서 연재하던 과거 장르 판타지씬에서부터 관찰되는 특성이다.문피아, 네이버 시리즈, 리디, 카카오페이지, 노벨피아 등 다양한 웹소설 플랫폼들이 이러한 실시간 피드백을 지원하며, 카카오 페이지에선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들을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태그로 나누어 피드백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와 독자는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데, 이 때 독자는 비평가로서 장르 내 취향 공동체를 형성하고, 작가는 독자의 요구에 봉사하면서도 작품의 기획에 맞춰 작가 고유의 권한을 유지한다.[ㅅ]
한편 웹소설은 독자와 작품이 능동적이고 실시간으로 재구성된다. 웹소설은 상업적 목적으로 연재되기 때문이다.
이는 독자가 읽지 않으면 웹소설의 작품 서사가 전개 될 수 없다는 뜻이며, 따라서 웹소설은 독자가 읽는 순간 그 사실 자체가 작품 내부에 기입되고 독자의 구체적인 반응과 수요에 따라 작품 서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수동적 독자를 탈피하고, 작품은 계속해서 서사가 재구성 될 여지에 놓여 있는 실재적 텍스트로 거듭난다.[4] 즉 웹소설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완성된 작품의 감상과 창작이 아닌, 독자와 작가, 작품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3. 작가 성향의 배제
웹소설은 일반 장르문학이나 순수문학과 달리 작품을 통해 작가의 개인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 독자에게 작품을 통해서 어떠한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거나 풍자를 시도하는 것을 금기시하곤 한다.이는 웹소설의 독자들은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자의 니즈와 그에 맞춘 업계의 관행 덕택에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웹소설은 의외로 창작에 있어 생각보다 제약이 많은 매체가 되고 있기도 하다.[5]한편 작가 성향의 배제는 웹소설의 연재 특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웹소설은 독자에 의해 소비되어야만 연재 즉 생존할 수 있는 경향이 강한 매체다. 따라서 독자는 소비하면서도 (존재 자체만으로)창작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수용 창작자가 되며, 작가는 수용 창작자인 독자의 요구에 봉사하면서도 작가 고유의 작품 기획을 이어나가야 한다.[ㅅ] 즉 일종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인데, 이 때 (작품 내적으로) 신뢰있는 전개와 대리만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웹소설 독자들에게 작가의 개인적 의사, 철학, 주제의식이 개입되는 것은 보통 작품과 상관없는 외적인 요소로 인식되며 거부감을 일으킨다.이런 거부감은 독자와 작가의 신뢰있는 상호작용을 파탄내며, 독자의 이탈과 그에 따른 웹소설 전개의 축소를 유발한다. 때문에 웹소설 독자들은 신뢰를 파탄내거나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을 주기 쉬운 (작품 외적인)작가의 성향을 웹소설 내부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나, 보통 마이너한 편이다.- 처음부터 작가의 성향을 확실히 드러내어 작품 내적인 요소로 여겨지게 한다면, 작가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다.
- 대다수 독자들의 성향과 맞는다면 작품 외적인 요소를 잠시 내비치더라도 어느정도 타협될 수 있다.
- 한편으론 그 자체가 클리셰가 될 수도 있다. 현실의 이혼 담론을 도입한 문피아 남성향 이혼물이라던지, 여성 서사에 부응하였던 일련의 로맨스 판타지 유행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은 비교적 마이너하거나, 그 자체를 다루기 보단 스토리 진입을 위한 흥미로운 도구로 쓰는 편이다.
4. 4세대 장르 판타지
앞의 서술 특성 문단에서 볼 수 있듯, 적지않은 대중들은 상술된 웹소설의 서술 형식(장르, 클리셰, 문체, 작법 등)을 드라마, 만화, 영화, 웹툰 등의 대중 매체에 비해 소모적이거나 체험이 통용되지 않는 매체라고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연재 환경을 꼽는다. 이러한 특성과 원인은 웹소설 비판에 줄곧 언급되곤 하며, 독자와 작가들도 이에 동조한다.[7]헌데 짧고 빠른 전개와 사이다, 대리만족, 압축된 기승전결은 많은 매체에서도 중시되며 일일연재 환경, 클리셰 전유 또한 웹소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일 연재하는 신문 만화, 드라마, 막장 드라마가 있었으며 기승전결을 1화에 담는건 어느 매체에서나 기본기이다. 웹소설의 소재와 장르도 현실을 반영하거나 타 매체의 것을 도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소설은 다른 매체보다 더 소모적이며 그 작법을 도입하기 힘든, 장르적으로 매몰, 고립된 갈라파고스적 특성을 지녔다고 여겨진다. 즉 타 매체 경험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하는 웹소설의 특성은 연재 환경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이 지적에서 간과되는 건 웹소설의 전신인 한국 장르 판타지 씬[8]이다.
PC 통신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에서 시작된 한국의 장르 판타지 씬은 대중 대상이 아닌 마이너 문화로 발전했다. 웹소설은 이 중 4세대 장르 판타지로 분류된다.[9] 이러한 웹소설의 특성(대리만족, 클리셰 전유, 간결함, 속도감, 사이다)은 연재 환경이 다른 이전 세대에서도 쉽게 관찰된다.[10]
- PC 통신 판타지
PC 통신 판타지는 90년대 환경 하에서 해외 매체를 접하고 번역, 향유할 수 있으며 IT에 비교적 능숙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특정 향유층(판타지 동호회)에 의해 형성되었다. 즉 당시의 장르 판타지는 마이너한 향유층에 의해 창작, 소비되는 매체였으며, 이러한 향유층의 헤게모니가 장르와 직결되는 등 폐쇄적 성향이 강했다. 드래곤 라자, 퇴마록등 적지 않은 소설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주목받았으나, 이러한 마이너적, 폐쇄적 특성은 이후 장르 판타지 씬의 특성 중 하나로 자리잡으며, 상업화를 겪은 도서대여점 시기, 대중화를 겪는 10년대 후반 웹소설에도 영향을 남긴다.
- 인터넷 소설
인터넷 소설은 비교적 PC 통신보다 향유층이 늘어났으나, 당시의 폐쇄적 특성을 이어받아 특정 사이트 위주로 결집하며 타 집단(사이트)과 퀄리티, 작품 수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인터넷 소설은 이고깽, 퓨전 판타지 등의 흥미, 대리만족 서사를 강조하기 시작한다. 1세대 PC 통신 창작 판타지 소설은 1차 세계(현실)와 완벽히 분리된, 해외 매체의 클리셰 모방, 도입을 통해 형성된 탄탄한 2차 세계(판타지 세계관) 체험을 통해 대리만족하였으나, 2세대 인터넷 소설은 그와 달리 1차 세계에 존재하는 현대의 고등학생, 한국인이 2차 세계로 넘어가 모험과 체험을 겪으며 대리만족하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또한 해외 매체를 모범으로 제시하며 클리셰 전유를 사용하던 1세대 PC 통신 소설에 비해, 인터넷 소설은 세계관을 흥미 본위로 조합하고 복제하며, 2차 세계를 체험하더라도 흥미, 대리만족에 기반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 양판소
인터넷 소설을 통해 증가한 대리만족, 흥미 위주 소비양상은 상업성을 추구하는 도서대여점 환경과 맞물리며 더욱 강화 된다. 흥미, 대리만족 위주의 창작에 상업적 목적이 합쳐진 결과, 상업성을 위해 다수 독자층이 선호하는 요소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 시기 판타지 소설의 대명사인 '양산형 판타지 소설'은 이 시점의 장르 판타지 매체들이 상업성과 대리만족을 위해 양산 수준으로 타 작품의 클리셰를 전유하고 소모했음을 시사하며, 이로 인해 PC통신 시절의 장르, 작품성 헤게모니를 유지하던 독자들이 적지않게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이 이탈은 양판소 선호 독자층의 영향력 강화, 다수화로 이어지며, 출판사와 작가는 다시 상업성을 위해 다수 독자층이 선호하는 클리셰를 복제하고 독자층은 다시 이를 소비하는 순환 구조 즉 경로의존성이 고착화된다.
이 때 양판소들이 주로 쓰던 요소는 다수 독자들이 선호하는 (당시 기준에서)빠른 전개와 주인공의 사이다스러운 서사, 대리만족과 관련있었다. 즉 웹소설이 추구하는 대리만족, 사이다, 간결함, 클리셰 전유, 상업성 중시, 그로 인한 소모적 매체라는 기조가 이 시기에 자리잡은 셈이다. 그 외에도 축소되는 판형과 반대로 커져가는 글자 크기, 단축되는 발매주기 등의 환경 변화도 두드러진다. 이 같은 변화를 겪은 결과, 내부 향유층의 기호 공유가 중요한 마니아적, 경로의존적 문법은 한국 장르 판타지 씬의 핵심 코드로 자리잡는다.
- 겜판소, 현대 갑질물
양판소 시장을 이어받은 게임 판타지 소설은 양판소의 서술 양상을 적극적으로 현실과 혼합하였다. 독자들은 게임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 2차 세계(판타지)가 아닌 1차 세계(현실)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작가들은 이에 부응하여 더욱 1차 세계에서의 대리만족을 추구했다. 주류 클리셰인 상태창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정보는 더욱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변하며, 히든 클래스, 히든 피스 등 버그, 치트 클리셰의 주류화는 기연, 우연에서 나아가 주인공을 위해 환경, (가상)현실까지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양상으로 변한다.[11] 나아가 도서대여점 말기 현대 갑질물은 1차 세계에 2차 세계를 결합하고, 더욱 현실을 재구축한다. 이러한 3세대 장르 소설의 영향은 1차 세계와 2차 세계가 완전히 융합되고 디지털 사이보그 서사를 통한 대리만족, 직관적인 정보 전달과 문체를 추구하는 웹소설 형식의 근간이 된다.
정리하면, 한국 장르 판타지 씬은 마이너 문법과 상업화가 맞물리며 내부 향유층의 기호 공유가 중요한 마니아적, 경로의존적 문법을 발달시켰다. 이는 웹소설 연재 환경에서 더욱 강화된다. 한편 웹소설은 대기업의 상업적 주목 하에 10년대 후반 대중 노출도가 높아지는데, (마니아적, 경로의존적) 웹소설은 (특성을 강화시킨 요소인 연재 환경 때문에)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타 대중 매체의 체험을 적용하기 곤란한 매체, 나아가 이질적, 소모적인 매체가 되었다고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웹소설의 특성은 기존 장르 판타지의 연장선이며, 연재 환경은 그 이후에 영향을 주었을 뿐 핵심적인 키워드라 할 수 없다.
물론 이런 비판이나 평가를 받는건 다른 매체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며, 기존의 유행 클리셰, 서사 중심으로 향유되는 양상은 여러 매체에서도 손쉽게 관찰된다. 웹소설의 경우는 이런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정도.
5. 향유층의 젠더적 구분
자세한 내용은 웹소설/장르/젠더 문서 참고하십시오.[1] 작가와 독자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자 웹소설 연재의 필수적 요소로 존재하는 작가, 독자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용어로서의 향유층.[2] 조선후기 영웅소설과 현대 판타지소설 비교 연구. 2011. 김숙영.[ㅅ] 인터넷 소설의 독자 댓글 연구. 2015. 서인숙.[4] 전지적 독자 시점에 드러난 웹소설 독자 연구. 2022. 염선호.[5] 독자들이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닌 관계로 자연히 작가의 입장에서도 작품을 통해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같은 이유로 작품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힘들며, 그렇다고 다른 작품을 풍자한다거나 하기도 껄끄럽다. 작가의 입장에선 여러모로 고려해야 할 제약사항이 많은 것이다.[ㅅ] [7] 이하 문피아 추천게시판-독창적인 설정과 탄탄한 필력. 진눈깨비. 2022. 웹소설 갈라파고스 문단 참고하여 서술[8] 흔히 장르소설로 일컬는 분야로, 전체 한국 장르 소설, 환상 문학이 아닌 PC통신과 인터넷 소설, 도서대여점 하 양판소 시장 등으로 이뤄진 한국 장르 판타지 소설 씬.[9] 나무위키 웹소설 분야에선 장르 판타지 씬(장르 소설)의 1세대를 PC 통신, 2세대를 인터넷 소설-양판소, 3세대를 게임 판타지-현대 갑질물, 4세대를 웹소설로 간주하고 있다.[10] 다만 여성향 웹소설은 인소, 로맨스 소설등 별도의 발달 과정, 선호를 가진다.[11] 이 과정에서 달빛조각사의 메가 히트와 도서 대여점 황혼기를 겪으며 인지도를 얻기도 하나, 도서 대여점, 판타지 소설의 축소로 이어지며 큰 의미는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