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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0 04:17:31

용이 사는 마을

1. 개요2. 줄거리
2.1. 서울: 항상 가지던 의문2.2. 동해: 사촌을 만나다2.3. 감포: 칠순잔치2.4. 귀경길: 상갓집이 된 잔칫집2.5. 다시 서울: 어머니와의 화해2.6. 용이 사는 마을: 새로운 시작
3. 평가
3.1. 친숙한 등장인물과 극적인 전개3.2. 훌륭한 고증
4. 여담

1. 개요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장 상처도 많이 주는 사람들. 바로 가족들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자신이 부모 형제로부터 차별을 받고있다고 생각하거나,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작가가 머리글에 직접 표명한 집필 의도.

대한민국의 작가 선안나가 1997년에 발표한 소설. 교학사의 21세기 어린이문고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되었으며 가족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는 숨은 명작이다.

2. 줄거리

2.1. 서울: 항상 가지던 의문

이야기는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인 한송죽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한송죽은 갓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니고, 어머니는 옷가게를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인지라 마음 한켠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듯하지만, 항상 자신이 어머니의 친딸이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을 품고 산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두 살 터울의 남동생 한재하만 편애하며, 자신에게는 항상 화만 내기 때문. 하교를 한 지 얼마 안되어 어머니가 왔는데,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는 왜 집 청소를 하지 않느냐며 자신에게 윽박을 질렀고 송죽은 어떤 대꾸도 못 한 채 울분을 삭인다.

2.2. 동해: 사촌을 만나다

항상 마음 속에 묵혀둔 의문을 곱씹으며 고민하던 중, 송죽의 가족은 친할아버지의 칠순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에 있는 큰집에 내려가기로 한다. 그런데 송죽의 아버지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바로 가는 대신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고모의 집에 먼저 들르자고 한다. 고모가 발을 다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니 동해에서 고모와 사촌동생을 픽업해서 가자는 것.

어머니와 남동생 재하는 갑자기 길어진 여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태워주는 사람과 같이 타는 사람 모두가 고생하는데 차라리 차비를 부쳐주는 것이 어떻느냐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피를 나눈 남매 아니냐며 단순히 돈을 부쳐주기만 하면 정을 주고받을 수 없다고 말하며 그대로 동해시로 차를 몬다.

영동고속도로에 낀 안개를 뚫고 강릉을 지나 동해시에 도착한 송죽의 가족. 송죽은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바닷가 달동네의 풍경을 신기해하는데, 갑자기 피부색이 짙은 한 남자아이가 송죽이 타고 있던 차에 치이는 광경을 목격한다. 다행스럽게 남자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으며, 넘어져서 무릎만 까졌다. 당황한 송죽의 어머니가 차에서 내려 도와주려하는데 그 아이는 원래 상처가 있던 자리라며 괜찮다고만 말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또래아이 답지 않게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는 모습에 송죽은 무언가 촉을 느끼고, 혹시 저 아이가 고모의 아들인 동해[1]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침내 마당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고모의 집에 도착하고, 송죽은 아까 봤던 남자아이가 동해임을 확인하고 반가워하지만 동해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무뚝뚝하게 반응한다. 한편 고모는 송죽의 아버지를 보고 인사를 하자마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데, 송죽은 고모의 말을 듣고 고모가 왜 굳이 강원도까지 자신을 데리고 오라고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마침내 듣게 된다.

고모의 남편, 즉 동해의 아버지이자 송죽의 고모부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정폭력을 워낙 심하게 저질렀고, 더 이상 참지 못한 고모가 신고를 하여 고모부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던 것. 동해가 보여준 어두운 모습 역시 가정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만들어졌던 것이다. 고모는 자신의 오빠인 송죽의 아버지에게 칠순잔치인데 이렇게 못 사는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며, 너무 괴로워서 오빠에게만이라도 털어놓고싶었다고 말한다.

착잡한 마음을 뒤로 하고 동해와 단둘이 산책을 하던 송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한켠에 조그마한 무덤이 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동해는 사실 자신에게 여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그 여동생은 너무 약하게 태어난 나머지 태어난지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등졌다고 말한다. 출생 신고도 안 한지라 이름은 동해가 별이라고 지어줬고, 동해에게 또다른 상처가 있음을 알게된 송죽은 고모부 얘기를 꺼내며 동해를 위로하려 하지만 동해는 돈 내놓으라고 주먹질하던 아빠를 다시 보고싶지 않다며 적개심을 드러낸다. 한편 자신의 상처에 대해 처음으로 털어놓은 동해는 곧 응어리가 풀리는지 송죽에게 웃음을 지어보이고, 송죽은 동해의 상처에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도 풀려감을 느낀다.

2.3. 감포: 칠순잔치

다시 동해의 가족을 태운 차는 감포읍의 친가에 도착하고[2], 친가에 오자마자 먼저 와있던 친척들이 송죽과 동해를 반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촌들은 오래 전에 만난 사이처럼 금방 친해지고, 89세가 되시는 증조할머니[3]와의 인사까지 끝낸 후 곧 바닷가로 놀러나간다.

그런데 여기서 또 사건이 터지는데, 동해도 이 때만큼은 마음의 짐을 덜고 물장구를 치며 노는데 하필이면 같이 갔던 재하가 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이 놀자는 사촌들의 말에 재하는 괜찮다고 거절하지만, 송죽은 남동생이 물 공포증이 있다고 말하면 분위기가 흐트러질까봐 말을 못한다. 결국 사촌들이 강제로 재하를 물속으로 끌어들이고, 재하는 순간 엄청난 공포에 휩싸여 발버둥조차 못 치고 누나를 붙잡으며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결국 어떻게든 물 밖에 나왔지만,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송죽의 어머니가 사촌들이 보는 앞에서 송죽을 야단친다.

송죽은 창피함에 겨워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결국 사촌들끼리 방에 모인 상태에서 나는 집을 나가겠다는 푸념을 하게 되고, 하필이면 사촌언니 한다영이 그것을 듣고 화가 나서 송죽에게 딱밤(...)을 먹인 뒤 나가버린다.[4] 한다영의 여동생인 한소영은 왜 다영 언니의 역린을 건드리냐며, 송죽에게 다영 언니가 실제 가출 경험이 있음을 알려준다.[5] 결국 송죽은 소영에게도 딱밤을 맞고 보라, 시라에게 원망을 들으며 밤을 보낸다.

다음날은 할아버지의 칠순잔치 당일로, 마을 방송을 통한 이장의 행사 발표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찾아온다. 그리고 칠순잔치는 성대하게 진행되며, 송죽의 아버지네 6남매는 선물을[6][7], 13명이나 되는 송죽의 사촌들은 각자 준비해 온 퍼포먼스를 선보였다.[8] 한편 할아버지가 직접 증조할머니를 업으시는 등 가족들 전부가 모든 것을 잊고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모든 잔치가 끝나고 송죽의 아버지는 송죽이의 집[9] 에 데려다주겠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10]를 송죽에게 보여준다.

2.4. 귀경길: 상갓집이 된 잔칫집

모든 잔치가 끝나고 친척들은 뿔뿔히 흩어져서 귀가한다. 동해네 가족은 따로 올라가기로 하고, 송죽네 가족 역시 서울에 돌아가기 위해 차를 몬다. 한편 저녁 시간대에 출발했고, 경주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이 너무 힘든지라 송죽네 가족은 주변 여인숙을 들러 잠을 청한다.

그런데 송죽은 꿈 속에서 바다에 연꽃이 피어있고, 연꽃의 뒤로 증조할머니가 바다를 건너는 광경을 목격한다. 다음날 아침 송죽의 가족은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하고, 송죽은 증조할머니 꿈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송죽의 부모는 그렇게 크게 상관하지 않으며, 급기야 송죽의 어머니는 증조할머니가 많이 불안해 보이신다며 치매가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돌아가셔야 한다는 푸념까지 늘어놓는다. 송죽의 아버지는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며 넘기려고 하고 갑자기 휴대폰이 울려서 전화를 받았는데...

증조할머니께서 조금 전 운명하셨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송죽의 어머니는 자신이 했던 말이 곧바로 현실이 되자 충격을 받게 되고, 가족들 모두 말을 잃은 상태에서 차를 돌려 다시 감포로 돌아가게 된다.[11]

감포의 큰집에 다시 도착했으나 분위기는 아직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얼마 전까지 잔칫집이었던 곳이기도 하고, 증조할머니가 90세가 다 되도록 사셨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오래 사셨던 것 자체를 호상이라며 굉장히 큰 복으로 생각한다고. 재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저렇게 웃고 떠들어도 되는거냐며 의아해했고, 곧 송죽의 설명을 듣고 상황을 이해한다.

한편 다시 모인 사촌들 덕분에 증조할머니가 운명한 경위가 밝혀지게 된다. 모든 자식들이 집을 나서고, 증조할머니께서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넘어지셨는데, 할아버지께서 직접 증조할머니를 부축해드리고 이미 노쇠한 몸이라 홀로 못 일어서실 것 같다며 방으로 모셔다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몇 시간 뒤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

처음에는 슬픔을 묻어버리려는 듯 활기찬 분위기이지만, 곧 준비를 마치고 영결식이 진행되자마자 감포 큰집은 더이상 잔칫집이 아닌 눈물바다의 상갓집이 되어버렸다. 할아버지의 친누나, 즉 송죽의 고모할머니가 조금만 더 기다리지 왜 이렇게 무정하게 가냐고 오열하면서 친척들 모두가 증조할머니의 부재를 체감한 것이다. 송죽, 재하, 동해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특히 송죽은 왜 사람은 태어나면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잠시나마 갖는다.

2.5. 다시 서울: 어머니와의 화해

영결식과 발인을 모두 마친 후, 가족들은 진짜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올라가는 차 안에서 송죽의 어머니는 송죽의 수학 성적[12]을 트집잡으며 핀잔을 주고, 송죽의 아버지는 왜 벌써부터 애를 잡으려고 하냐며 화를 낸다. 그러나 송죽이 참지 못해 그만하라고 소리치면서[13] 부부싸움은 일단락된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온 후, 송죽은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문득 어머니가 입원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교를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 신발장 위에 재하가 남겨놓은 쪽지가 있었던 것. 곧바로 재하가 알려준 희망병원 712호로 달려가자 어머니는 초췌한 얼굴로 환자복을 입은 채 수액을 맞고 있었다. 신장이 나빠져서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원래는 어머니의 드센 모습을 싫어했던 송죽이지만, 지금처럼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 또한 받아들일 수 없어 송죽은 마침내 어머니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송죽의 어머니는 가게 일 때문에 성격이 거칠어져서 화풀이를 많이 했다며 송죽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송죽은 여기에 용기를 얻어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재하와 나를 너무 차별하는 것 같아서 싫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한다. 잠시 생각을 하던 어머니는 송죽에게 재하의 뒷이야기를 해준다.

사실 재하는 아기였을 때 욕조에 빠져 익사할 뻔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어린 재하와 목욕을 하려고 했는데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한눈을 팔다가 재하를 깜빡했다는 것. 당시 재하는 숨조차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머니가 병원에 데려가서 겨우 살려놓았다. 그러나 그 이후 어머니는 재하가 조금만 예민한 반응을 보여도 놀라서 재하를 집중적으로 신경쓰게 되었고, 당시에는 송죽조차도 어렸으니 그 때의 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송죽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재하가 물 공포증이 있는 이유를 알게 되고, 그래도 송죽이는 뭐든 스스로 잘 했기 때문에 걱정을 덜 할 수 있어서 든든했다는 말을 듣자 마음 속의 응어리를 완전히 씻어낸다.

송죽의 아버지 역시 아내에게 너무 무관심했었다며, 아내가 수술을 마치고 퇴원하는 날 집에 꽃다발과 편지를 갖다놓아 힘을 다시 낼 수 있도록 했다.

2.6. 용이 사는 마을: 새로운 시작

다시 화목을 되찾은 송죽이네 가족. 그러나 송죽의 아버지는 어느 날 이렇게 단조롭게만 살고 있으면 안된다며 갑자기 사표를 내고 1개월 동안 여행을 떠난다.[14]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에 송죽과 재하는 잠시 당황하지만, 어머니가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기에[15] 생계는 걱정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여행하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서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다른 목표가 있는 것이라 확신하고 기다린다.

송죽이 중학교에 진학한 후, 송죽의 아버지는 예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가족들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가족들 몰래 차린 힐링 리조트인 용이 사는 마을을 소개한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아버지의 꿈이었던 것. 송죽은 아버지가 만든 리조트를 보며 신기해하고, 독자들에게 리조트에 한번 찾아오라는 말을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3. 평가

2020년대가 아닌 1997년에, 전 연령층용 소설이 아닌 어린이동화로 분류되는 바람에 묻혀버리고 만 비운의 작품. 이 작품은 1997년을 살아가던 초등학생의 시점에 맞춰서 내용이 전개되는지라 언뜻 보면 유치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주인공인 송죽은 가족관계에 대한 고민,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문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 등 동 연령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송죽은 그 고민을 이겨내고 처음으로 부모님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내는 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아이의 시점에서 본 부모의 모습을 묘사하며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부모와 자식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편 작중 최후반부에 송죽의 아버지가 자비로 세우게 되는 용이 사는 마을2010 ~ 20년대를 관통하는 힐링이라는 키워드와 부합하는 공간이라 IMF 사태 이후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만일 2020년대에 본 소설이 재출간된다면 전 연령층에게 공감받으면서 역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명작 중 하나이다.

3.1. 친숙한 등장인물과 극적인 전개

사실 가족애와 관련된 주제를 제외하더라도 읽다 보면 몰입이 굉장히 잘 됨을 확인할 수 있는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인 한송죽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독자가 송죽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작중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결정적으로 할아버지의 칠순잔치증조할머니의 장례식이라는 두 극단적인 경조사를 오가면서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상황 전개를 담아낸다.

복선 회수도 굉장히 깔끔하다. 증조할머니를 향한 어머니의 푸념을 사망 플래그로 세우는 것, 그리고 재하가 물을 무서워하는 것을 떡밥으로 제시한 후 나중에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음을 송죽이 알게 되는 식으로 회수하는 등.

3.2. 훌륭한 고증

작중 배경은 출간 연도와 같은 1997년. 그리고 큰집 행사는 6월에 있었다. 따라서 당시의 사회상이 가감없이 녹아 있다. 서울에서 동해를 거쳐 감포로 가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공간적인 배경은 말할 필요도 없고, 2020년에는 보기 어려워진 칠순잔치를 위해 온 동네 어르신들이 한데 모이는 모습까지 보여줌으로 인해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까지 고증해냈다.

좀 더 자세히 따져보면 송죽의 사촌언니인 다영이 가출을 했을 때 지심도에 있는 분교에 갔다고 말하는 장면도 90년대 당시 도서 지역에 학생들이 많이 남아있었음을 반영한 부분이다. 굳이 고증이 안 맞는 부분을 따지자면 거제도에서 본 모르는 아이가 가출 청소년이 된 다영을 도와줬다는 정도. 현실적으로 보면 생판 모르는 아이가 가출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최우선적으로 경찰에 인계를 하지, 절대 자신들의 거처로 데려가지 않는다. 거제도 아이의 부모님이 대인배여서 다행이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흑심을 품었다면 다영은 그대로 지심도에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편 송죽의 아버지가 '용이 사는 마을'을 세우기 전 갑자기 사표를 내는데, 사실 시기를 생각해보면 송죽의 아버지가 외환 위기로 인해 권고사직을 당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16] 작중 묘사를 보면 송죽의 아버지는 사기업을 다니는데[17], 가족들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 말을 한 후 하루 만에 사표를 내는 것이 뭔가 급작스럽다. 따라서 회사의 구조조정을 통한 권고사직을 당했는데, 송죽의 아버지가 이를 숨기고 자기가 바로 사표를 낸 척 말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4. 여담



[1] 성은 밝혀지지 않지만 이름이 동해다.[2] 이 과정에서 동해네가 챙겨온 젓갈이 트렁크에서 새자, 송죽의 어머니가 왜 이렇게 냄새나는 것을 가져오냐며 혼잣말로 푸념했다. 동해네가 뒷좌석에 앉아서 듣고 있는데도. 이미 앞서 동해가 차에 치였을 때도 왜 뛰어나와서 우리를 고생시키냐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이 정도면 동해가 진짜 대인배인 수준.[3] 치매가 있는지 예전에 봤던 동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집안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항상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4] 이 때 송죽 뿐만 아니라 송죽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동갑내기 보라, 시라 자매도 딱밤을 맞았다.[5] 한다영은 동급생들에게 모범생으로 각인되어있어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이에 소외감을 느끼던 다영은 자신도 다른 친구들과 똑같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문방구를 터는 일탈 행위에 참여한다. 곧 절도 행각은 발각되었고, 다영의 아버지(송죽에게는 큰아버지)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다영에게 불량한 친구들을 만나 그렇게 된 거 아니냐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러자 다영은 자신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일탈하는 모습도 보여준 것 뿐이라는 항변을 하고, 나가라는 말을 듣자 진짜로 집을 나가버렸다. 그렇게 호주머니에 있던 용돈으로 집에서 무작정 거제시까지 간 다영은 막상 낯선 곳에 가자 당황하게 되고, 주변에 지나다니는 또래에게 사정을 해서 지심도에 있는 또래의 집에 잠깐 신세를 졌다고 한다. 그렇게 3박 4일 동안 가출해있다가 집에 들어갔는데, 얼마나 가족들이 슬퍼했었는지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도 잊고 있다가 다영이 들어오는 즉시 아무 말도 없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6] 이 때 형편이 나은 영이 고모가 순이 고모를 위해 순이 고모의 손에 몰래 봉투를 들려줬다. 송죽이 뒤란에서 강아지를 보고 있을 때 그 현장을 목격했다고. 송죽은 이 장면을 보고 쌀쌀한 인상의 영이 고모에게 따뜻한 면모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7] 그리고 순이 고모의 앞에서 할머니가 "진 서방이 못 와서 섭섭타만..."이라고 말을 하면서, 동해의 풀네임이 진동해인 것으로 밝혀졌다.[8] 이 때 송죽은 아버지가 어린시절에 썼던 시를 낭송했다. 송죽의 할머니는 모종의 이유로 오른손 손가락 3개를 잃었는데, 그럼에도 부모의 손길이라 따뜻하다는 내용의 시였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감동했다.[9] 이게 독자들이 읽기에도 좀 난해한 비유인게, 이 말을 들었던 당사자인 송죽조차도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는 줄 알고 의아해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큰 딸인 송죽에게 투영했고, 그렇게 자신의 추억이 서린 장소를 송죽의 또다른 집에 비유하여 언급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편애를 받는 재하를 데려가지 않고 그나마 철이 빨리 든 큰 딸만 데려갔다는 것. 송죽의 아버지가 딸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작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10] 이 때 어린 시절의 자신을 소년이라고 3인칭화하여 송죽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닷가에서 즐거운 상상을 하던 추억을 용을 만난 이야기로 송죽에게 들려주는데, 이 장면은 송죽의 아버지가 사표를 내고 가족 쉼터를 차린다는 복선이기도 하다.[11] 이 때 가까운 친척들이 다 모였다는 언급이 있다. 즉, 칠순잔치때 참여했던 친척들 전원이 다 모인 것.[12] 반 아이들이 90점, 100점을 맞는 동안 66점을 받았다고 한다.[13] 부모님의 기세에 눌리고 살던 송죽이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부분이다.[14]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는데, 이대로 돈만 벌며 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한다.[15] 정확하게 말하면 가게 일 전반을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어머니는 쉬는 것.[16] 만일 1997년이 아닌 2021년 현 시점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렇게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17] 자비로 시골의 땅을 구매해서 리조트를 세운 것을 보면 급여도 많이 주는 꽤나 잘 나가는 기업이었던 듯.[18] 할아버지에게 절을 올릴 때 셋 다 교복을 입었다는 것으로 보아 1979~1984년생 사이이다. 금주가 고3이라고 쳐도 똑같이 감포에 살기 때문에 집안 행사에는 참여할 수 있다.[19] 그런데 좀 의아한 것이, 금주와 은주는 사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아예 끼지 않는다. 그나마 진주가 강아지를 볼 때 같이 어울려주는 정도.[20] 작중 언급에 의하면 1982년생.[21] 다영과 한 살 터울이므로 1983년생이다.[22] 소영과 7년 터울인 늦둥이 아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1990년생.[23] 참고로 얘는 큰집에 있는 강아지 달순이의 새끼중 가장 큰 놈을 데려갔다. 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다나(...).[24] 다영이 가출을 할 때 차를 타고 거제도로 갔다는 언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거제도와 인접한 통영으로 추정.[25] 김치나 치즈를 말하면 입 모양이 부자연스러워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