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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2 21:46:06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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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편과 다른 설정2. 아라엘전 이후의 전개3. 평가


신세기 에반게리온(만화)판에선 가장 기본적인 설정 외에 TV판과 면모가 상당히 다르다. 본편과 거의 같은 미사토, 리츠코, 후유츠키나 "이랬을 수도 있겠다" 싶은 가능성의 차이 정도만 있는 레이, 신지, 토우지, 겐도 등과는 달리 아스카와 카오루는 많은 차이가 있는 편이다. 카오루는 캐릭터 자체가 아예 새로 만든 수준이고, 아스카는 설정변경과 사다모토의 캐릭터 해석 차이로 인해 비중과 상징성이 확 깎여나갔다.

1. 본편과 다른 설정

2. 아라엘전 이후의 전개

자존심이 덫이 되어 스스로 무너져가는 과정은 애니와 같지만 신지와의 갈등이 그렇게 깊지 않다보니 신지에 대한 감정이 멘탈붕괴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다. 만화판에서 페인이 된 이유는 아라엘의 정신공격에 오염이 TV판보다 심각해서이며, 가출이나 자살시도도 하지 않는다. 모든 사도들이 퇴치된 뒤 EOE의 전개를 따라서 신지가 병상에 누은 아스카에게 매달리는데, 신지가 아스카의 가슴을 보고 자위 행위를 한 EOE와는 달리 "평소처럼 화도 내고, 심한 말도 하고, 쓸데없는 참견도 해 봐... 이러고 있는 건 너답지 않아!"라며 애원하자 발작적으로 달려들어 신지의 목을 졸랐다. 그래서 EOE와는 달리 신지는 아스카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아스카에게 목을 졸린 게 신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버렸다.

그 뒤 EOE와 같은 수순을 거쳐 부활하는데, 다소 모호했던 원작과는 달리 해바리기 밭에서 엄마를 찾는 꿈을 통해서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연출로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4] 이후 에바 양산형들과 대치한다. 에바 양산형을 전멸시켰던 구 극장판과 달리, 일 대 다수의 격렬한 전투로 쌓인 긴장감과 피로도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 결국 3대 정도 남은 상태에서 뒤에서 역공을 당해 쓰러지고 전력이 바닥나자 팔을 물어뜯기고 여기저기 꿰뚫려 처참한 몰골이 된다. 까마귀밥처럼 잡아먹히는 구 극장판보다는 덜 참혹하지만, 고통 때문에 괴성을 지르며 일그러지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 일격으로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에 신지와 초호기가 공중에서 뛰어올라서 양산형 에바의 팔을 무기를 든 채로 베어버리며 극적으로 등장해 구출되었다. 이 때 그간 기세등등하며 신지를 업신여기던 아스카가 처음으로 눈물까지 흘리면서 감격하는 모습은 후반부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5] 신지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기량으로 남은 양산기들을 순식간에 다 물리치고 괜찮냐고 물어보자 "괜찮을 리 없잖아. 구할 거면 빨리 왔어야지, 바보 신지."라고 귀엽게 애교까지 부린다. 극중 아스카가 가장 기쁜 표정을 지은 장면이었다.

그러나 양산형들이 재기동하면서 위기에 처하는데 애처롭게 신지의 이름을 부르며 양산형들에게 철저하게 보복당한다. 신지는 아스카를 구하려고 발악하지만, 숫적 열세에 속수무책으로 궁지에 몰려버린다.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신지의 분노와 슬픔이 극에 달하자 다시 싱크로율이 200퍼센트를 뛰어넘으며 폭주상태에 들어간다. 그 뒤 초호기가 롱기누스의 창에 의해 가동정지되자 보완계획을 발동하기 위해 양산형들이 2호기에 대한 관심을 잃고 원작과 같이 초호기를 끌고 상공으로 올라가면서 밀려오는 안티 AT필드 충격파로 내동댕이쳐진다. 이후 조종석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신지를 걱정한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다음에 벌어진 상황은 그야말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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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L로 환원된다. 원작을 180도 돌려버린 완전한 다른 전개가 되었다. '하나가 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연 사람'으로 카지가 나온 바람에 지금까지 코믹스판 아스카를 지지하던 많은 독자들이 격분했다. 이미 코믹스에서 카지 앞에서 아스카가 서슴없이 옷 벗은 걸보니 예전부터 카지에게 마음에 있었던 모양이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모두가 AT필드를 벗고 LCL로 하나되는 "보완"을 거부하고 개인으로서의 존재(신지와 함께하는)를 끝까지 고집한 아스카가, 카지의 환영을 보고 LCL화해 버렸다는 것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아스카의 정신적 성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전개다.

신지가 인류 보완을 거부한 뒤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 세계에서 만원 지하철 속에 신지에게 도움을 받으며 다시 재회한다. 리셋된 세상이기 때문에 서로를 전혀 못알아보지만, 그 특유의 말광량이 성격은 어디 가지 않았는지 신지를 번호 따려는 수작남으로 오해한다. 그러면서도 왠지 묘하게 낯이 익는다 느낌을 받으며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마워(Danke schön)" 라는 말을 남기고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등장을 마친다.

3. 평가

코믹스가 사다모토가 공언했듯 다른 주변인물보다도 주인공 신지에 대한 포커스를 좀 더 강화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스카만이 보완거부를 하는 구극장판의 전개보다 아스카가 보완을 받아들이는 게 극의 통일성 측면에서는 보다 부합하고, 오히려 신지의 선택에 의해 전 인류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아스카만이 보완을 거부하는 원작의 전개는 캐릭터의 성향과는 별개로 특별 대우에 가깝다. 만화판 카오루와 마찬가지로 사다모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캐릭터가 붕괴되고 메인 플롯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조연으로 전락했다고도 볼 수 있다.

원작에서 아스카의 강한 자아는 제레와 겐도가 주장하고 레이로 상징되는 개인이 말살된 인류관에 대항하는 개인의 상징이었다. 아스카 자신은 사건의 진상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 자아의 기저에는 정신병적인 강박관념과 트라우마가 깔려 있기는 했지만 양산형 에반게리온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끔찍하게 살해됐을지언정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산형 에바를 통한 제레의 물리적 폭력에 사망한 이후에도 그 자아만은 남아 홀로 통합을 거부했기에 결말에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화판에서는 그 강한 자아를 포기하고 인류와 통합되는 길을 걸음으로써 개인의 상징이라는 원작에서의 상징성을 상실한 것이다. 개인의 상징은 오히려 이카리 겐도에게 돌아갔다.

코믹스 완결 이후 사다모토 본인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최종화의 리셋된 세계에서 등장한 아스카는 본편의 아스카와는 상관없는 인물로, 새로운 세계에서 만나게 될 매력적인 여성을 상징하는 역할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의 아스카는 극의 끝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연이었지만, 만화판 결말의 아스카는 사다모토의 해설에 따르면 결국 새로운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소도구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켄스케와 미사토의 목걸이 또한 소도구 역할을 했다.

예전부터 사다모토가 레이를 편애하고 아스카를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농담처럼 돌곤 했다(예시). 하지만 이런 호사가들의 농담 정도가 아니고, 사다모토가 진지하게 창작자로서 아스카를 불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정황들이 있다.

1999년 인터뷰를 보면 사다모토는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밸런스”를 가장 중시한다고 이야기하며, 만화판은 의도적으로 신지만의 시점에서 진행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2009년 신극장판 파 개봉 즈음에 사다모토가 했던 인터뷰(#)를 보면, 사다모토는 아스카는 “토우지보다도 필요가 없는 캐릭터”라면서, 뚜렷하게 맡고 있는 역할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두 인터뷰를 조합해서 읽어 보면 사다모토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견인하기 위해 쓰여지고 버려지는 존재일 뿐이며, 각자 주어진 역할과 기능을 다하는 것이 “밸런스”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생각을 1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지가 주인공인 세계에서 레이는 히로인을 담당하고, 토우지는 치고받으며 친해지는 남자의 우정을 담당하고[6], 아스카는 신지를 사이에 두고 레이와 경쟁하는 서브히로인을 담당하고, 카지와 미사토는 어른스러운 조력자를 담당해서[7] 그 역할을 각자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밸런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작 애니메이션은 사다모토의 작가론과는 정반대로, 모든 캐릭터가 각자 풍부한 배경과 맥락을 가진 군상극으로 전개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스카가 기능적인 서브히로인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만의 강렬한 서사를 가지고 미친 듯이 살아 날뛰는 것을 사다모토는 안노의 편애로 인해 필요 이상의 비중을 부여받아 “밸런스 붕괴”를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전권을 가진 만화판에서는 연출 미스나 분량조절 실패가 아니라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아스카의 비중과 상징성을 다 잘라내서 다른 캐릭터들에게 나눠주고 소도구로 격하시킨 것이다. 사다모토의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작의 군상극을 군더더기 취급해서 쳐내고 신지라는 주인공의 서사에만 집중해서 진행된다.[8] 하지만 그래서 사다모토의 만화가 원작 애니에 비해서 참신하거나 유의미한 이야기를 제시하는 데 성공했느냐, 사다모토의 아스카 해석이 타당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크다.



[1] 남편이 바람 핀 상대[2] 안경, 머리스타일과 색상, 턱선이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빼박이다.[3] 갑판 위에서만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걸로 보아 TV판과 마찬가지로 수중장비의 도움 없이 한 것으로 보인다.[4] 이 부분은 원작 이상으로 그녀의 기쁨을 잘 표현한 훌륭한 연출로 평가받는다.[5] 울면서 "이제와서 혼자 멋있는 척하는거야?"라고 화를 내지만, 분명히 감동에 찬 모습이었다.[6] 이런 측면에서 사다모토가 토우지를 아예 죽여 버린 것은 그의 죽음을 신지라는 히어로의 성장을 위한 기능적 땔감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냉장고 속의 여자의 남사친 버전인 것.[7]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혀 그런 인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캐릭터들은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시청자의 예상을 끊임없이 배반한다.[8] 그래서 신지가 하는 일이 없고 리츠코가 활약하는 이로울전은 아예 통으로 컷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