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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23:28:55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1. 개요2. 수록작
2.1. 일곱 시계의 모험2.2. 골드 헌터의 모험2.3. 도박하는 밀랍 인형의 모험2.4.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2.5. 검은 준남작의 모험2.6. 밀실의 모험2.7.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2.8. 애버스 루비의 모험2.9. 검은 천사의 모험2.10. 두 여인의 모험2.11.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2.12. 붉은 과부의 모험
3. 여담

1. 개요

The Exploits of Sherlock Holmes[1]

아서 코난 도일의 막내아들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Adrian Conan Doyle, 1910-1970)이 아버지가 생전에 미처 다 투고하지 못한 미완성 원고들을 모아서 추리 소설가 존 딕슨 카와 함께 완성한 뒤 1954년 출판한 작품집.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지나가듯이 언급된 사건들 중 일부를 골라 살을 붙여서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었다. 즉 정규 출판된 작품들 속에서 '이런 사건을 해결한 적 있었다' 라고 언급만 되었던 사건들을 실제로 뼈대를 붙여 작품으로 만든 것.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나는 때때로 그의 활약상을 어렴풋이 전해들을 수 있었다. 트레포프 살인 사건 때문에 오데사에 다녀온 일 같은.
-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중에서

보헤미아 스캔들 사건 초반부에서 홈즈가 트레포프 사건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현재는 우크라이나, 당시엔 러시아 제국 땅이던 오데사에까지 다녀왔다던 지나가는 얘기를, 이를 모티브로 삼아 트레포프라는 범인이 연루된 암살 사건으로 써내려가는 방식이다. 이 책은 셜로키언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으며 국내에도 2008년에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2. 수록작

총 12편인데 전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존 딕슨 카가 공동으로 집필, 후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이 단독으로 집필했다.

2.1. 일곱 시계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Seven Clocks

왓슨 박사메리 모스턴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발생한 사건. 왓슨은 당시 '대강의 이야기만 들었으며 결혼 후 홈즈를 처음 방문한 건 이듬해 3월'이라 기록했으나, 이는 사실 문제의 사건이 복잡 미묘하고 정치적인 건이었기에 의도적으로 발표를 보류하느라 그렇게 써 놓았던 것이다.

1887년 11월 16일, 왓슨 부인새디어스 숄토와 관련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며칠간 런던을 떠나 있었고 왓슨은 신혼집에 혼자 있고 싶지 않아 그 동안 베이커 가 221B번지로 돌아와 있었다. 이 날 실리어 포사이스라는 아주 앳된 아가씨가 홈즈를 찾아온다. 포사이스 양은 메이오 부인이란 사람의 말동무로 고용되어 있는데, 메이오 부인과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가 찰스 헨던이란 신사와 그의 하인 트리플레이를 만났다. 부인은 찰스를 몹시 마음에 들어하여 알렉이란 별칭까지 붙여 주었고 포사이스 양 자신도 그에게 연심을 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계라면 기겁을 해서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괴벽을 가졌다는 것이다. 포사이스 본인이 본 것만 2번이고, 트리플레이에 의하면 시계를 벽장에 처넣은 적도 다섯 번이나 더 있다고. 게다가 나흘 전 호텔에서 찰스 헨던은 셜록 홈즈의 이름으로 온 편지를 받고는 몹시 창백해지더니 그대로 짐을 싸서 하인을 데리고 떠나 버렸으며, 그 날 이후 다시 그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포사이스 양은 대체 홈즈가 편지에 무슨 말을 적었길래 찰스가 이상하게 행동했는지 알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홈즈는 그런 편지를 쓴 적이 없었다. 즉 다른 사람이 홈즈의 이름을 사칭해 편지를 보낸 것. 홈즈는 이 사건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포사이스에게 1주일 후 밤 9시에 다시 찾아올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해야겠다며 그 날 밤 당장 유럽으로 건너간다.

1주일 뒤 약속한 시각에 홈즈도 돌아오고, 포사이스 양도 트리플레이를 대동하고 다시 찾아온다. 포사이스는 찰스 헨던이 영국에, 메이오 부인의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런데 홈즈는 지도를 보고 그 저택이 매우 외진 곳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갑자기 흥분하면서 포사이스 양을 비난하고, 놀란 포사이스는 찰스고 메이오 부인이고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았는데 뭐가 자기 책임이냐고 항변한다. 찰스는 트리플레이에게 어떤 서신을 주며 런던에 있는 누군가에게 직접 전달하라 명했지만, 포사이스에게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서신은 런던 경찰청장 찰스 워렌 경[2]에게 보내는 것이었고, 홈즈는 트리플레이를 얼른 보낸 뒤 메이오 부인의 저택으로 가기 위해 무기를 챙긴다. 포사이스 양은 메이오 부인이 말하길 자신이 마중을 나올 테니 막차를 타라고 명령했다면서 그 시간에 맞출 것을 주장하고, 과연 막차를 타고 갔더니 메이오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의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 홈즈는 자신이 조사해 온 사항들을 설명한다. 찰스 헨던은 영국인이 아니라 러시아인, 그것도 1881년폭탄 테러로 암살당한 전 황제의 아들인 '알렉세이 대공'이었다.[3]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들이 오데사에서 그의 암살을 기도하고 있어 그들을 피해 도피해 온 것이다. 그가 시계를 부수거나 벽장에 넣은 것은 시계 소리를 견딜 수 없어서였다. 그의 부황이 폭탄 테러로 죽었기에, 째깍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시계 장치를 이용해 기폭시키는 시한폭탄이 연상되어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 그가 받았던, 홈즈의 이름을 사칭한 편지는, 암살자들이 그를 오데사로 유인하기 위해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도중에 대공은 그 편지가 가짜임을 눈치채고, 메이오 부인에게 의탁하러 영국으로 향했던 것. 메이오 부인의 남편이 과거에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그 때 부인과 알렉세이가 친분을 쌓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홈즈는 알렉세이의 목숨을 노리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수장이 오랫동안 알렉세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말한다.

메이오 부인은 알렉세이가 이미 찰스 워렌 경에게 보낸 편지도 있고, 저택과 정원에는 경비들이 순찰 중이고, 알렉세이는 벽이 두터운 방에 들어가 안쪽에서 이중으로 문을 잠근 채 은신 중이라고 말한다. 창문에도 쇠창살이 촘촘하게 박혀 있고 난로 굴뚝도 좁고 덮개까지 달린 구식이라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고. 심지어 충직한 트리플레이가 편지를 전달한 직후 돌아와서는 지붕 위까지 올라가 제 주인을 지키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것. 그런데 홈즈는 지붕 위란 말을 듣고 기겁을 하더니, 갑자기 마부를 닦아세워 속도를 높이게 한다. 그가 말하길 트리플레이의 본명은 트레포프, 그가 바로 알렉세이 대공을 노리는 자들의 수장이라는 것이다. 알렉세이가 시계를 벽장에 숨긴 적이 다섯 번이나 있다던 트레포프의 말은 단지 포사이스 양이 그를 미치광이로 여기게 만들려는 의도로 한 거짓말이었다. 시계에 숨겨진 폭탄에 노이로제가 있는 사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벽장에 넣는다니 말이 되는가. 지금까지 대공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도 진작에 조용히 죽이지 않은 것은, 애초에 대공을 죽이려는 목적이 정치적인 것인 만큼 기회를 기다렸다가 요란한 방식으로 암살을 행하여 주목을 받기 위해서였다.

메이오 부인의 저택에 도착한 뒤, 부인은 하인들에게 긴급히 지시를 내리고 홈즈, 왓슨, 포사이스는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홈즈와 왓슨은 포사이스 양을 계단에 남긴 뒤 둘이서 지붕 위로 올라가고, 폭탄에 불을 붙여 굴뚝 속으로 떨어뜨리고 도주하는 트레포프를 발견한다. 그들이 총을 쏘자 트레포프는 순간 놀라서 멈칫했다가, 그대로 폭발에 휩쓸려 끔찍하게 죽는다. 알렉세이가 머물던 방으로 내려갔더니 대공은 부상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다. 구식 벽난로에 달린 튼튼한 덮개 덕분이었다. 왓슨은 위독한 상태의 대공을 밤새 치료하여 살려낸다. 새벽녘, 정원을 거닐던 홈즈는 조상들의 우수한 건축 기술이 알렉세이 대공의 목숨과 자신의 명예를 구했다는 농담을 던진다.
나는 때때로 그의 활약상을 어렴풋이 전해들을 수 있었다. 트레포프 살인 사건 때문에 오데사에 다녀온 일 같은.
-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중에서

2.2. 골드 헌터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Gold Hunter

1887년 여름, 제임스 어플리라는 시골 목사가 홈즈를 찾아온다. 그의 동네 지주인 존 트릴로니가 자다가 죽었는데, 일흔 살이 채 안 됐고 아직도 매우 정정하여 10년쯤은 너끈히 더 살 양반이었기에 자연사라 보기에는 의문스러워서 지역 경찰은 물론 런던 경찰청에서까지 담당관을 파견했으며 법의학 권위자가 검시까지 했었다. 그러나 막상 검시를 해 보니 살해당했다고 말할 만한 근거도 찾을 수가 없었다.

현재는 어플리 목사의 조카인 동네 의사 폴 그리핀이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었다. 트릴로니가 전 재산을 그리핀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써 놓았기 때문이었다. 원래 트릴로니에겐 돌로레스 데일이라는 조카가 있었으나, 성격이 불 같고 고집스러운 조카의 행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매질하거나 감금하는 등 학대를 가하더니 급기야 돌로레스의 상속권마저 박탈하고 그리핀을 상속자로 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그리핀을 범인으로 확신하지만, 범행 방식은 밝혀내지 못해서 홈즈의 조언을 들으러 찾아왔다. 홈즈는 왓슨과 레스트레이드와 함께 내려간다.

홈즈는 마을의 여관에 자리를 잡고는 돌로레스 데일 양과, 그 약혼자 제프리 에인즈워스 씨를 부른다. 그들이 오는 동안 어플리 목사에게 돌로레스와 그리핀 의사의 관계를 물어보니, 목사가 말하길 돌로레스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리핀을 함부로 대하고 남들 앞에서 공공연히 그를 싫어하는 티를 냈다고 했다. 그리고 에인즈워스는 돌로레스의 그런 태도를 몹시 유감스러워했다고. 잠시 후 돌로레스와 에인즈워스가 도착하자 홈즈는 가장 먼저 트릴로니가 사망한 날의 정황을 묻는다. 돌로레스가 말하길 트릴로니는 화요일 밤에 그리핀을 식사에 초대했는데, 폭풍우가 부는 날이라 몹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고 한다. 악몽 때문에 혼자 잘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호소해서 에인즈워스가 밤 동안 몇 차례 살펴 주었다고. 에인즈워스는 10시 반, 자정, 새벽 1시, 총 3차례 살펴봤는데 그 때는 잠든 트릴로니의 숨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어플리 목사는 새벽 5시가 좀 넘서어, 해가 막 뜰 무렵 트릴로니의 저택에서 온 사람의 전갈을 받고 급히 달려갔으며, 그리핀이 먼저 도착해 검진을 한 뒤였고 그는 트릴로니가 죽은 지 두 시간 됐고 사인을 알 수 없다 말했다고 했다. 방 안에는 여러 종류의 약이 놓여 있어 독한 냄새가 풍겼고, 트릴로니의 시계가 있길래 태엽을 감아 보았더니 두 바퀴 정도 돌고는 더 돌아가지 않더라고 했다.

증언을 들은 뒤 홈즈는 트릴로니의 저택으로 가서 조사를 이어간다. 그는 10시 정각에 맞춰 트릴로니의 시계의 태엽을 감고, 약병 중에 바셀린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레스트레이드에게 트릴로니를 검시한 법의학 권위자가 근방에 사는지를 묻는다. 레스트레이드가 답하길, 그렇지는 않고 근처의 친구 집에 머무는 중인데 지역 경찰의 부탁을 받고 검시를 하러 왔던 것이라 했다. 경찰이 갔을 때는 코감기에 걸려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이 말을 듣자 홈즈는 사건이 해결됐다고 외쳐 왓슨과 레스트레이드를 놀라게 한다. 홈즈는 오늘 밤에 누구도 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레스트레이드에게 요구하고, 왓슨과 함께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트릴로니가 죽은 방에서 밤을 보낸다.[4]

5시 10분, 홈즈는 왓슨을 깨우고 사건의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그는 트릴로니가 클로로포름으로 살해되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아마도 범인은 트릴로니의 얼굴에 바셀린을 바른 뒤 클로로포름을 적신 솜을 덮음으로써, 희생자의 피부에 클로로포름으로 인한 화상이나 물집이 남지 않도록 치밀히 준비를 했으리라는 것. 그리고 클로로포름은 휘발성 물질이므로 해부를 며칠만 늦출 수 있으면 체내에서도 증발해 사라질 뿐 아니라, 방 안에는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약품이 가득했고 이번 사건을 검시한 사람이 하필이면 코감기에 걸려서 클로로포름 냄새를 맡지 못했기 때문에 범행의 흔적을 숨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홈즈는 어젯밤 10시에 맞춰 감아 놓았던 트릴로니의 시계를 꺼내 놓는다. 그가 태엽을 감기 시작하자 태엽은 일고여덟 바퀴를 돌고도 계속 돌아간다. 사건 직후 어플리 목사가 감았을 때 두 바퀴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리핀이 이 점을 지적하자 홈즈는, 어떤 시계도 밤 10시에 감았는데 다음 날 새벽 5시에 두 바퀴밖에 안 돌아가는 법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즉 그 날 밤 트릴로니는 10시에 잠들지 않았고 더욱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한참 뒤, 아마도 새벽 3시쯤이 되어서야 시계를 감아 놓고 잠들었다는 의미. 즉 트릴로니가 10시 반, 자정, 새벽 1시에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 에인즈워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인즈워스는 즉시 달아나려 했으나 레스트레이드가 그를 덮쳐 체포하고, 돌로레스는 뜻밖에도 자신의 약혼자가 아닌 폴 그리핀에게 달려가 안긴다.

베이커 가로 돌아와서, 홈즈는 왓슨에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트릴로니는 돌로레스의 상속권을 박탈한다는 유언장을 썼으나 아직 서명은 해 두지 않았고, 문제의 유언장의 공증인이 바로 에인즈워스였다. 에인즈워스는 돈 때문에 돌로레스와 결혼하려 하고 있었으므로 범행 동기도 돈이었다.[5] 돌로레스가 그리핀을 괜히 못되게 대했던 것은 사실 그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에인즈워스와 파혼을 하지 못한 건 삼촌인 트릴로니에게 또 행실이 변덕스럽다는 트집을 잡히고 야단을 맞을 것이 뻔한데다 돌로레스 자신의 위신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1887년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난 해였다. 나는 그 사건들에 관한 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그 열두 달의 사건들 목록을 쭉 훑어보면 (...) 캠버웰 독살 사건이 눈에 들어온다.
-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중에서

2.3. 도박하는 밀랍 인형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Wax Gamblers

1890년 3월 첫째 주, 왓슨은 홈즈가 사고로 발목을 다쳤다[6]는 소식을 듣고 며칠간 돌봐 주기 위해 베이커 가로 돌아와 있었다. 홈즈는 어딜 나가지도 못하고 흥미로운 사건도 들어오지 않아 짜증을 내고 있었다. 경마 도박꾼인 저베이스 달링턴 경이 보낸, 만남을 요구하는 편지가 하나 있었지만, 홈즈의 흥미를 크게 끌지는 못했다. 그들은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었는데, 그 깊은 밤중에 갑작스럽게 의뢰인이 찾아온다. 야간 경비 일을 하는 새뮤얼 백스터라는 노인과 타자수로 일하는 그의 손녀 엘리너 백스터였는데, 노인은 자신이 일하는 밀랍 인형 전시관에서 인형들이 카드 놀이를 한다고 주장했고 백스터 양은 할아버지가 헛것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스터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 전시관에는 '공포의 방'이라는 전시실이 있고 사기 도박을 하는 남자와 그의 꾐에 넘어가는 신사를 묘사한 작품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두 인형이 들고 있는 카드의 수가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혹시나 잘못 본 건가 싶어 넘어갔지만 오늘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니, 누군가 모종의 의도로 카드를 바꾸어 놓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홈즈를 찾아온 것. 백스터 양은 여전히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홈즈는 왓슨에게 부탁해 바로 문제의 전시실로 가서 인형들이 갖고 있는 카드를 그대로 가져다 줄 것을 부탁한다. 왓슨은 백스터 노인과 백스터 양과 함께 전시관으로 향해 두 인형이 각각 들고 있는 카드들과, 그들의 앞에 놓인 카드들을 잘 분류해 순서대로 봉투에 챙기고, 백스터 노인과 손녀를 마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준 뒤 돌아온다. 홈즈는 알루미늄 목발[7]을 짚고 서서 지도를 뒤지고 있다가 왓슨의 도착을 반기며, 관객을 등진 사기 도박꾼 인형이 들고 있던 카드는 총 9장이었을 테니 순서대로 말해 보라고 한다. 카드는 순서대로 다이아몬드 잭, 하트 7, 클로버 에이스, 클로버 에이스, 스페이드 2, 하트 10, 클로버 에이스, 다이아몬드 잭, 다이아몬드 잭이었다. 정상적인 카드 게임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조합이었다. 뿐만 아니라 손에 있던 카드와 바닥에 있던 카드를 모두 합치면 총 56장, 일반적인 카드 게임에선 52장을 사용하므로 이 역시 정상적인 수효가 아니었다. 홈즈는 여기에서 더 자세한 설명은 해 주지 않고 왓슨을 침실로 돌려보내고, 다음 날 아침 11시쯤 왓슨이 내려오니 엘리너 백스터 양이 와서 홈즈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거칠고 무례하게 쳐들어온다. 홈즈에게 편지를 보낸 바 있던 저베이스 달링턴 경이었다. 그는 홈즈에게 돈주머니를 던지면서 자신을 위해 도박 시합에 나서는 프로 권투 선수가 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고, 홈즈가 거부하자 주먹질과 폭언으로 위협한다. 그러나 홈즈는 저베이스 경이 사흘 전 밀랍 인형 전시관에 다녀갔다는 사실, 그 목적은 전시관의 인형들이 손에 든 카드를 알파벳 치환 암호로 써서 자신의 조력자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그 메시지는 경마 대회에 출전할 특정한 말의 이름이며 저베이스 경의 조력자는 바로 엘리너 백스터 양이었다는 사실을 모조리 폭로한다. 백스터 양은 저베이스 경을 사랑하고 있어서 그의 지시에 따라 귀족들이 타자수를 신경쓰지 않고 무심히 하는 말들을 새겨들어 뒀다가, 경마 도박에 써먹을 수 있는 정보를 주워듣게 되자 할아버지를 마중 간다는 핑계로 전시관에 들어가 카드에 손을 댔던 것이다. 진상이 모조리 탄로나자 저베이스 경은 홈즈가 들고 있는, 이 사건의 증거가 될 카드를 재빨리 빼앗고, 홈즈가 급히 일어섰다가 발목의 부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타서 그를 후려쳐 쓰러뜨린다. 그리고는 공포에 질린 백스터 양을 향해서도 자기를 배신한 형편없는 계집이라며 모욕을 퍼붓는다. 이에 왓슨이 저베이스 경에게 죽빵 두 대를 날려 기절시킨다.

백스터 양을 동정한 왓슨은 홈즈에게, 이 사건은 저베이스 달링턴 경에 대해서만 공개하고 백스터 양에 대해서는 눈감아 줄 수 없겠느냐고 청한다. 홈즈는 그를 허락하고, 다만 문제의 카드는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만 증거 삼아 보관하겠다고 말한다. 백스터 양은 자신이 저베이스 경을 사랑했다, 최소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며 애절하게 말하고, 홈즈는 세월이 흐르면 사랑이 식을 테니 백스터 양도 저베이스 경을 잊게 될 것이라 말하며 웃는다.

2.4.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Highgate Miracle

1896년 12월 말, 홈즈가 기묘한 전보를 받는다. '우산을 숭배하는 사람이라니, 들어 보셨습니까? 남편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이아몬드 사기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차 드실 시간에 방문하겠습니다. - 글로리아 캡플레이저 부인' 이 의뢰인은 대단히 거만한 사람이었는데, 일방적으로 약속을 잡았을 뿐 아니라 홈즈를 만나러 와서도 내내 자신이 명문가의 후손임을 내세우며 그를 깔보는 태도를 유지한다. 캡플레이저 부인에 의하면 남편인 제임스 캡플레이저는 1년 전부터 어떤 싸구려 우산을 목숨처럼 떠받드는데, 그러면서도 그 우산이 자기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르지만 떼놓을 수가 없다며 질색하는 태도 또한 동시에 보인다고 했다. 또한 남편 회사의 공동 경영자가 남편에게 '회사의 재산인 다이아몬드 26개를 가져갔느냐'고 묻는 전보를 보냈는데 이는 남편이 다이아몬드를 훔쳤다는 의미가 틀림없으며, 어젯밤에는 모종의 범죄를 계획하는 것처럼 밤중에 누군가를 만나 '목요일 오전 8시 반에 문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고도 했다. 홈즈와 왓슨은 캡플레이저 부인의 무례한 태도에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어쨌든 부인이 요구한 대로 사건 해결을 위해 목요일 오전에 캡플레이저 부부의 저택으로 향한다. 도착했더니 마침 레스트레이드도 캡플레이저 부인의 신고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캡플레이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회사의 공동 경영자가 지나가길래, 홈즈와 레스트레이드는 그를 붙잡고 캡플레이저와 다이아몬드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 마침 그 때 우유 배달 마차가 도착하고, 배달부가 우유를 채워 주기 위해 들어간다. 그리고 제임스 캡플레이저가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는 우산을 깜빡하고 놓고 나왔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허둥지둥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런 기행에 놀란 우유 배달부는 놀란 표정을 한 채 나와서 배달 마차에 올라탔다. 이에 레스트레이드는, 우유 배달부가 캡플레이저의 공범이며 그가 훔친 다이아몬드를 전달받은 게 분명하다고 주장하면서 마차를 멈춰 세우고는 배달부를 강제로 끌어내려 몸수색을 하려고 했다. 이에 홈즈는 이 배달부가 그새 26개나 되는 다이아몬드를 삼켰을 리도 없을 뿐더러, 만약 제임스 캡플레이저가 다이아몬드를 공범에게 맡길 생각이었으면 이전에 밤중에 사람을 만났을 때 진작 맡기지 않았겠느냐며 레스트레이드를 말린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우산을 가지러 들어간 캡플레이저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홈즈는 지금 집 안에 들어가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거라 단언하고, 곧바로 뛰어들어가 수색을 벌인 레스트레이드와 경찰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나와서는 홈즈의 말이 맞다고 얘기한다. 현관 안쪽에 캡플레이저의 코트와 우산만 남아있고, 집 입구의 복도 구석에는 분장용 가짜 수염이 있었고, 집안에 있는 사람이라곤 부인뿐이며, 부인에 의하면 어젯밤 남편이 갑자기 하인 전원에게 휴가를 주어 쫓아내듯이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부인은 자기 전에 고기 국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젯밤에 누가 국물에 아편을 잔뜩 넣는 바람에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이제야 겨우 눈을 뜬 것이라고. 게다가 이 집은 지은 지 20년도 안 된 현대식 건물이라 비밀 통로 같은 것도 없었다. 머리를 싸매던 레스트레이드는, 캡플레이저 씨와 부인은 동일인물이며 부인이 남장을 하고 수염을 붙인 뒤 집에서 나왔다가 도로 들어간 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집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홈즈는 뭔가를 조사하러 떠나면서, 왓슨에게는 베이커 가로 돌아가 있다가 캡플레이저의 공동 경영자가 전보를 보내면 받아서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전보가 도착했는데, 공동 경영자에 의하면 캡플레이저는 그 다이아몬드에 대한 정당한 소유권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단지 명목상의 공동 경영자이고 회사의 재산은 전적으로 캡플레이저의 소유이며, 자신이 보낸 전보도 다이아몬드를 무사히 집으로 가져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즉 캡플레이저는 다이아몬드 도둑이 아니었다.

홈즈가 귀가했을 때, 왓슨은 캡플레이저가 경찰관으로 변장을 하고 서성거리다가 살며시 자리를 떴으리라는 가설을 내놓는다. 홈즈는 왓슨의 추리가 훌륭하기는 하나, 캡플레이저는 중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어서 건장한 거구의 경찰관을 흉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바로 그 때 손님이 찾아오는데, 아침에 만났던 우유 배달부였다. 홈즈는 그가 바로 캡플레이저와 동일인물임을 밝힌다. 우유 회사를 찾아가서 캡플레이저와 우유 배달부가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그의 행선지와 지난 6개월간의 행적을 확인하고 온 것이었다. 캡플레이저는 아내를 속이거나 할 의도로 일을 꾸몄고, 아침에 우유를 배달하는 척하면서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미리 준비돼 있던 수염을 대충 붙이고 코트를 입고 다시 집을 나섰으며, 두고 나온 우산을 챙기는 척하며 도로 들어가서는 코트와 수염, 우산을 던져놓고 다시 우유 배달부 차림으로 나왔던 것이다. 아마도 아침에 나타났던 공동 경영자는 그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들이 우유 배달부를 자세히 관찰하지 못하게 할 의도로 나타났을 것이고, 우산을 숭배하는 듯한 기행을 벌인 것은 모두 이 연극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진상을 모두 밝힌 뒤, 홈즈는 결혼 생활이 불행했다면 왜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고 이런 일을 꾸몄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캡플레이저는, 아내는 자신과 결혼할 당시 이미 기혼자였는데 원래 남편은 훌륭한 가문 사람이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한 자였다고 말했다. 아내는 자기를 싫어하고 원래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면서도 경제적인 문제로 자신을 놓아주지도 않았다고. 그래서 당장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다이아몬드를 챙겨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원래 성은 필리모어이고, 캡플레이저는 외삼촌이 아버지에게 억지로 떠맡긴 성이라고도 설명했다.[8] 홈즈는 그의 사정을 다 듣고, 이 사건을 묻어 주겠지만 필리모어가 본명을 쓰면 진상을 눈치채는 사람이 나올 테니 떠나서 무엇이든지 마음에 드는 다른 성으로 개명할 것을 권유한다.
이런 해결하지 못한 사건 가운데는 우산을 가지러 자기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된 제임스 필리모어 사건이 있다.
- '소르교 사건' 중에서

2.5. 검은 준남작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Black Baronet

1889년 10월, 홈즈와 왓슨은 서섹스로 휴가를 왔다가 그렉슨 경감의 방문을 받는다. 둘이 휴가를 온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래빙턴 저택에서 손님으로 머물던 조슬린 덜시 대령이 칼에 찔려 죽었다는 것. 흉기가 발견되지 않아 타살로 추정되며, 범행 도구는 벽에 걸려 있다가 사라진 장식 단도로 추정되고, 집주인인 레지널드 래빙턴 경이 용의선상에 올라 있었다. 홈즈가 수사를 위해 저택에 도착하자, 래빙턴 부인이 나타나 남편의 무죄를 주장한다. 홈즈는 래빙턴 부인이 결혼을 위해 은퇴한 과거의 대배우 '마거릿 몬펜셔'임을 알아본다. 부인은 실수로 "당시에 덜시 대령과 친하게 지냈지만 남편이 질투를 할 만한 구석은 없었다"는 말을 하고, 이에 범행의 강력한 동기까지 나오면서 레지널드 경은 더더욱 의심을 받게 된다. 하지만 레지널드 경은 사건 당시 자신이 낚시를 하러 나가 있었으며 사라졌다는 칼은 잡은 생선을 손질하려고 자신이 가져갔다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레지널드 경의 유죄를 확신하지만 홈즈는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인 집사 길링스의 증언을 듣는다. 집사에 의하면 덜시 대령이 연회실에 있다가 자신에게 포도주를 한 병 가지고 오라고, 레지널드 경과 함께 래빙턴 가의 가보로 내려오는 술잔 ‘래빙턴의 행운’으로 건배를 하고 싶다 말했다고 한다. 마침 찬장에 포도주가 있기에 그걸 따라 주고 물러나오면서, 대령이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들었다고. 또한 래빙턴 부인은 덜시 대령이 최근 몇 년간 자주 래빙턴 저택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저택에서는 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홈즈와 왓슨은 물러나와 마을에 숙소를 잡는다. 다음날 홈즈는 메이드스톤이란 곳을 방문하러 떠나고 왓슨은 하루종일 숙소에 있었는데, 오후 4시쯤 되어 홈즈가 돌아오고 래빙턴 부인이 찾아온다. 부인은 홈즈가 자신을 꼬드겨 결백한 남편에게 죄를 씌우려 한다고 비난한다. 홈즈는 자신도 경의 결백을 믿지만 부인에게 몇 가지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덜시 대령이 경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느냐고 묻고, 이에 부인은 대령은 남편에게 한참 못 미친다며 경멸조로 비하한다. 자신은 결혼하기 전부터 대령을 알고 지냈는데, 야심차고 냉혹하며 약삭빠른 사교계의 베테랑이었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조상이 물려준 땅에서만 생활하는 거칠고 명예욕 강한 레지널드 경과 무슨 공통점이 있겠느냐고. 이에 홈즈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라 대답하고, 놀란 래빙턴 부인은 그대로 방을 뛰어나간다.

이어 홈즈는 메이드스톤의 등기소에서 가져온 기록을 왓슨에게 읽어준다. 1485년 래빙턴 가문의 존 래빙턴 경이 적대 가문에서 포로 3명을 잡아와, 세 포로에게 운명을 선택할 기회를 주었는데, 한 명은 생명의 잔을 마셔서 몸값을 내지 않고 떠날 수 있었지만 다른 둘은 죽음의 잔을 들이켰으며, 그 뒤로 ‘래빙턴의 행운’이란 술잔이 소문을 탔다는 이야기였다. 왓슨은 이 역사적 이야기와 눈앞에 당면한 사건이 무슨 관계인지 의아해하지만, 홈즈는 당장 대답해 주지 않고 왓슨을 데리고 곧장 래빙턴 저택으로 향한다.

저택에 도착하니 레지널드 경은 알리바이가 증명되어 혐의를 벗은 상태였다. 홈즈는 그렉슨 경감과 함께 사건을 재연해 본다. 경감은 테이블 맞은편에서 ‘래빙턴의 행운’을 든 홈즈를 찌르는 시늉을 해 보다가, 현재의 위치에선 상대의 목을 아래에서 위로 찌를 수 있는 각도가 절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범인이 누구든 간에 테이블 건너에서 대령을 찌른 것은 아니라는 말. 이에 홈즈는 경감에게 ‘래빙턴의 행운’을 넘겨주고, 잔을 들어올리되 입술 가까이로 가져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경감이 홈즈가 시킨 대로 하면서 잔을 기울이자, 갑자기 잔 아랫부분에서 칼날이 튀어나온다. ‘래빙턴의 행운’은 입술 높이까지 들어올린 뒤 기울이면 칼날이 튀어나와 마시는 사람의 목을 찌르도록 만들어진 교묘한 장치였다. 원래는 안전 장치도 달려 있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망가진 상태. 대령은 이 잔으로 술을 마시려다 튀어나온 칼날에 목을 찔려 사망한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단순 사고사였다. 레지널드 경은 단지 한 발 늦게 현장으로 왔다가 상황을 목격하고, 튀어나온 칼날을 도로 집어넣고 잔을 테이블에 세워둔 뒤 떠났을 뿐, 살인범은 아니었다.

저택을 떠나면서 홈즈는 자신이 추리한 사건의 진상을 왓슨에게 설명한다. 아마도 래빙턴 부인이 결혼하기 전에 모종의 잘못, 남편에게는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있고, 덜시 대령은 그걸 꼬투리 잡아 부인을 협박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레지널드 경은 그런 대령을 싫어했고, 그 협박꾼이 ‘래빙턴의 행운’으로 술을 마시다 죽는 것을 굳이 말리지 않았을 뿐이며,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9] 입을 다물기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우리가 데번 주를 방문한 이후 (...) 홈즈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사건에 관계했다. (...) 하나는 그 유명한 논퍼럴 클럽의 카드 스캔들 사건 (...) 또 하나는 불행한 몬펜셔 부인 사건이다.
- '바스커빌 가의 개' 중에서

2.6. 밀실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Sealed Room

1888년 4월 12일, 아침 8시에 젊은 여성이 찾아와 왓슨 박사를 찾는다. 왓슨이 환자를 진찰실로 데려가면서 '요즘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으니 바깥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방 틈새를 잘 막아 두어야 한다'는 말을 하자, 환자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는 실신한다. 그 소리에 놀라 내려온 메리 왓슨은, 그 여자를 보더니 자신의 옛 친구 코라 머레이라고 말한다. 현재 코라는 또 다른 친구 엘리너 그랜드와, 그 남편 워버튼 대령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그런데 정신을 차린 머레이 양은, 간밤에 대령이 잠긴 방에서 엘리너를 쏘아 중상을 입히고 자살했다면서 왓슨에게 도움을 간청한다. 왓슨은 머레이 양을 데리고 홈즈를 찾아가고, 머레이 양은 홈즈에게 사건에 대해 증언한다. 대령과 부인은 어젯밤 저녁 식사 직후 프랑스식 창문[10]이 달린 골동품 전시실에 있었는데, 잠긴 문이나 창문을 억지로 연 흔적도 없고 대령의 손 옆에 권총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정황상 대령이 엘리너를 쏘고 자살한 게 분명해 보였다. 두 발의 총성을 듣고 놀란 사람들이 달려가 사건 현장에 들어간 순간, 대령이 피우던 담배의 냄새가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그 순간 홈즈는 날카롭게 반응하면서 사건의 경위를 더 자세히 얘기할 것을 요구한다.

머레이 양의 증언에 의하면 현재 워버튼 대령의 집에는 언쇼 소령과, 대령의 하나뿐인 친척인 조카 잭 러셔 대위가 손님으로 머물고 있다. 대령과 부인은 종종 말다툼을 하기는 했고, 어젯밤에도 잠깐 다투었지만, 이런 참극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간밤의 저녁 식사 후 엘리너가 남편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함께 골동품 전시실로 갔고, 머레이 양 자신과 언쇼 소령은 작은 서재에 앉아 있었는데, 러셔 대위가 들어오더니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잇값을 못 하고 다툰다며 불평을 했다. 이에 머레이 양은 엘리너는 대령에게 잘 하고 있으며, 단지 시조카의 생활이 너무 무절제하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라고 나무랐다. 그러자 대위는 기분이 상했는지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겠다며 나가 버렸고, 코라와 언쇼 소령은 카드 게임을 했다. 그런데 소령이 코담배를 가지러 잠시 나갔고, 코라가 잠시 혼자 앉아 있는 동안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코라는 놀라서 뛰쳐나갔다가 소령과 부딪힐 뻔했고, 잠시 뒤 술병을 든 대위가 나타나더니 소령과 함께 골동품실로 달려갔다.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다들 밖으로 나가서 프랑스식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았더니 대령과 부인이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러셔 대위가 돌을 들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보니, 창문 역시 안에서 단단히 잠겨 있었고 도둑맞은 물건은 없었으며 대령의 손 옆에서 권총이 발견됐다. 현재는 맥도널드 경감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저택에 와 있었다.

머레이 양의 증언을 들은 홈즈와 왓슨은 워버튼 대령의 저택으로 향한다. 사건 현장 근처를 살펴보니 정원에서 돌을 뽑아낸 흔적이 있고, 두 창문 가운데 현관에서 먼 쪽이 깨져 있었다. 홈즈는 사건이 발생한 방 안에서 워버튼 대령이 생전에 피우던 담배를 찾아내고는, 대령이 정신 이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살인자에게 희생당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는 깨진 유리창 파편들이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니 내일 아침 다시 와서 맞춰 보겠다고 말하고는, 맥도널드 경감을 향해 “굴을 먹을 때는 제일 가까이 있는 포크를 집어들 것이고, 자기 게 아닌 옆 사람 자리의 포크를 집는다면 분명 뭔가 의미가 있다고 느껴질 것”이라는 기묘한 말을 남기고 왓슨과 함께 떠난다.

오후 내내 왕진을 다닌 왓슨이 저녁때가 되어 베이커 가로 돌아오자, 위층에서 총성이 울린다. 급히 뛰어올라가서 거실 문을 여는 순간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왓슨은 온 집안이 사격장처럼 화약 냄새로 가득하다며 홈즈를 나무란다. 홈즈는 워버튼 대령의 저택에서 하나 슬쩍해 온 대령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저녁 8시경 맥도널드 경감이 방문하여, 순경 하나를 저택 앞마당에 배치했고 집안 사람들을 깨우지 않고도 사건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두었다고 보고한다. 홈즈, 왓슨, 맥도널드는 자정이 될 때까지 수다를 떨다가, 시간이 되자 총을 챙겨서 마차를 타고 대령의 저택으로 향한다. 세 사람은 골동품실로 조용히 들어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곧이어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홈즈와 왓슨은 사납게 저항하는 상대에게 부상을 입어 가며[11] 맥도널드 경감의 도움까지 받고서야 간신히 그를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놀랍게도 범인은 잭 러셔 대위였다.

베이커 가로 돌아온 뒤, 홈즈는 왓슨을 위험하게 한 것을 사과한다. 그는 사실 범인이 자신의 함정에 걸려들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단지 살인자의 두려움이 지성을 눈멀게 한다는 점에 도박을 걸었는데 맞아 떨어진 것뿐이라고. 홈즈가 제일 먼저 사건 정황에 의심을 품은 계기는 머레이 양의 ‘방 안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는 증언이었다. 베이커 가에서 시험했을 때 그랬듯이, 잠긴 방에서 두 발의 총탄이 발사됐다면 담배고 뭐고 간에 온 방 안이 화약 냄새로 가득 차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또 수상했던 것은 깨진 창문이었는데, 돌을 뽑아낸 장소 바로 위의 창문이 아니라 거기서 더 먼 두 번째 창문이 깨졌기 때문이다. 돌을 집어 창문을 깬 사람은 무언가 굳이 더 먼 창문을 깨야만 했던 사연이 있었다는 의미. 그래서 홈즈는 일부러 깨진 창문 조각을 다시 맞추겠다는 가당찮은 말로 범인을 낚은 것이다. 만약 유리 파편을 더 잘게 부수려는 자가 있다면 그 자가 바로 살인범일 테니까. 범행 동기는 아마 돈 때문일 터였다. 러셔 대위의 방탕한 행실을 못마땅해하는 엘리너가 대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장차 대위의 재정 상황에 위협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러셔 대위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놓고는 식당을 지나 마당으로 나와서 대령 부부를 쏜 뒤, 왔던 길로 되돌아가 술병을 챙겨 나와서는 자신이 총을 쏜 흔적이 남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들어가 권총을 대령의 손 옆에 놓아서, 대령이 갑자기 발광하여 아내를 쏘고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을 것이다.
내가 홈즈에게 소개한 사건은 겨우 두 건뿐이다. 헤덜리 씨의 엄지손가락 사건과 워버튼 대령의 정신 이상에 관한 사건이다.
- '기술자의 엄지손가락' 중에서

2.7.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Foulkes Rath

폭스 래스 저택에서 주인인 애들턴 대령이 살해당한다. 자정이 좀 지나 큰 외침을 듣고 집안 사람들이 달려가니, 애들턴 대령은 머리가 깨진 채 쓰러져 있었고 대령의 조카인 퍼시 롱턴이 피투성이 도끼를 쥐고 공포에 질린 채 서 있었으며, 집사가 다가가자 대령은 '롱톰'인지 '롱텀'인지 하는 사람의 짓이라는 말을 남긴 채 절명했다는 것. 퍼시 롱턴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으나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대령과 부동산 문제로 다툰 적이 있다고 자발적으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애들턴 가문의 법률 고문인 빈센트 변호사가 홈즈에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는데, 그에 의하면 롱턴은 부동산을 팔려는 숙부를 만류하려다가 크게 다투고 흥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비명을 듣고 달려가서 죽어가는 숙부를 발견했고, 정신이 아득해진 채로 범행 흉기인 도끼가 벽에 걸려있던 장식품임을 알아보고는 저도 모르게 집어들었는데 하필 그 때 다른 사람들이 들이닥쳤을 뿐이라 했다. 홈즈와 왓슨은 사건 조사를 위해 내려갔다가 레스트레이드 경감을 만난다. 경감은 롱턴의 유죄를 확신하지만 롱턴의 부인은 남편의 결백을 주장하고, 홈즈는 갑자기 롱턴이 애들턴 대령보다 키가 컸는지를 묻는다. 부인은 시숙부가 180cm를 넘는 장신이라 남편이 더 작았다고 대답한다. 이에 홈즈는 빈센트 변호사에게 애들턴이 땅을 팔기 시작한 지가 언제인지를 묻고 첫 번째는 2년 전, 두 번째는 6개월 전이라는 답을 듣는다. 이후 홈즈는 집사를 불러, 애들턴이 어제 받은 우편물이 있다면 그에 관해 얘기해 달라고 요구한다. 집사는 편지의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소인은 이 지방 것이었고, 봉투는 흔해빠진 저렴한 것이었으며, 주인이 편지를 받은 자리에서 열어 보고는 안색이 변하더니 편지를 태워버린 뒤 외출했다고 증언했다. 6개월 전 애들턴이 땅을 팔 때도 같은 편지가 왔었는지를 묻자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증언을 듣고 나서 홈즈는 사건 현장을 면밀히 살피더니 카펫 위에서 소나무 톱밥을 발견하고, 마구간으로 가서 전날 밤 애들턴이 탔던 말을 찾아 발굽을 살핀다. 이후 그는 숙소로 돌아가겠다면서 레스트레이드에게 난로 앞의 의자를 주의 깊게 살피라고 조언하고, 레스트레이드가 난로 앞에 의자 따위는 없었다고 말하자 그게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이유라고 대꾸한다.[12]

다음 날 아침 홈즈와 왓슨은 폭스 래스 저택으로 가서 레스트레이드를 데리고 나와서, 목초지와 황무지를 건너 소나무 숲을 낀 애시다운 목재 공장을 찾아간다. 공장의 지배인을 찾았더니, 어마어마한 거구의 사내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토마스 그리얼리, 덩치가 하도 커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롱 톰’으로 불리는 이였다. 홈즈가 그에게 당신의 죄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자, 갑자기 그리얼리는 홈즈에게 달려들었는데, 레스트레이드가 권총을 들이대자 조용해졌다. 그는 자신이 애들턴을 죽였다고 순순히 인정하면서, 홈즈가 어떻게 진범을 찾았는지 궁금해한다. 홈즈는 롱턴을 범인이라 보기에는 그의 가운 앞가슴에 피살자의 피가 한 방울도 튀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으며, 부인으로부터 롱턴이 애들턴보다 키가 작다는 것을 듣고는 판단이 잘못됐음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난로 근처에 의자가 없었으므로 애들턴은 서 있다가 공격을 받은 건데, 180cm를 넘는 그가 서 있는 상태에서 정수리를 가격당하고 죽었으면 공격자는 그 이상의 장신일 터였다. 집사의 증언으로 미루어 보아, 애들턴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아 부동산을 팔아야만 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하자 그리얼리는 “협박이 아니라 놈의 정당한 소유가 아닌 것을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무서운 기세로 소리친다.

홈즈는 말을 잇는다. 현장의 카펫에 생긴 발자국은 피를 밟은 탓에 생긴 것이며, 거기에서 소나무 톱밥이 나왔다. 즉 살인범은 소나무를 다루는 목재 공장에서 일하는 키 큰 남자일 게 분명했다. 홈즈는 이 사건이 애들턴의 과거와 관련 있을 것이라 여기고, 숙소 주인에게 물어서 2년 전에 어떤 호주인이 애들턴의 추천을 받아 애시다운 목재 공장의 지배인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몰래 숨어서 문제의 호주 출신 지배인이 엄청난 거구임을 확인하고는 그가 진범임을 확신한 것.

그리얼리는 자신과 애들턴의 과거사를 얘기한다. 1870년대 초 호주의 한 지방에서 금광이 발견됐는데, 애들턴이 그 금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그리얼리의 동생에게 산적질 죄를 덮어씌워 교수형을 당하게 만들었다. 그리얼리가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됐을 때 애들턴은 이미 큰 돈을 벌어 영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이에 그리얼리는 20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추적하여 동생의 원수를 찾아냈고, 그를 겁주어 목재 공장에 일자리를 얻고 재산을 뜯어내기 시작했다.[13] 이틀 전에 다시 편지를 썼더니 애들턴이 찾아와서 파산할 지경이라며 화를 내길래, 네가 돈을 내놓든지 내가 사실을 폭로하든지 둘 중 하나니까 자정까지 마음을 정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찾아가니 애들턴은 경찰이 대지주인 자기 대신 호주 출신 나무꾼의 말을 믿겠냐고 지껄이고, 그리얼리의 죽은 동생을 거론해 모욕하기까지 했다. 순간 이성을 잃은 그리얼리는 벽에 걸린 도끼를 들어 애들턴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사정을 털어놓은 그리얼리는 순순히 레스트레이드를 따라가려는데, 홈즈는 그가 애들턴을 죽인 흉기가 사형 집행인의 도끼[14]였다고 알려준다. 그리얼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떠난다.
애들턴의 비극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 '금테 코안경' 중에서

2.8. 애버스 루비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Abbas Ruby

1886년 11월, 눈보라가 치던 밤이었다. 어떤 남자가 몹시 흥분한 채로 홈즈를 찾아왔다가 실신하고, 홈즈는 그가 부유한 집안의 집사인데 황급히 찾아온 것이라 추리한다. 정신을 차린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앤드류 졸리프이고, 원예가 존 도버튼 경의 집에서 일하는데, 도버튼 경의 소유인 애버스 루비라는 보석이 절도당했고 자신이 그 죄를 덮어쓸 판이라고 말했다. 그 사연인즉, 도버튼 경이 저녁 식사를 한 손님들에게 애버스 루비와, 자신이 기르는 붉은 동백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졸리프가 온실에 가 보니 동백꽃이 모조리 잘려나가고 없었다. 이를 알리자 도버튼 부인은 “저녁 식사 전에 한 송이 땄을 때는 그대로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경은 놀라서 보석 상자를 서랍에 넣고 온실로 달려갔고 손님들도 모두 따라갔는데, 온실을 확인하고 돌아오니 보석이 상자째 사라졌다. 그런데 졸리프는 사실 보석을 훔친 적 있는 전과자였고[15],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되자 마구간 하인에게 경찰에 신고하라 지시하고 마부에게는 자신이 셜록 홈즈를 찾아간다고 알린 뒤 황급히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졸리프는 비록 자신이 전과자이긴 하나 3년 전 출소한 뒤로 내내 성실히 살고 있으며, 자신을 믿고 도버튼 경에게 소개해 준 경의 처남 마스터먼 대위에게 감사해서라도 대위의 체면을 구길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 때 그렉슨 경감이 졸리프를 체포하러 온다. 졸리프의 침대 밑에서 보석 상자를 찾았으나 보석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홈즈는 지금은 경감을 막을 수 없지만 졸리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약속을 한 뒤 두 사람을 보낸다.

이후 홈즈는 런던의 비밀 도박 클럽인 논퍼럴 클럽을 거론하고, 인명 사전에서 마스터먼 대위가 논퍼럴 클럽과 연관된 인물임을 확인한 뒤 왓슨을 데리고 나선다. 도버튼 경의 저택을 찾아가자 부인이 ‘체포된 사람이 절도 전과자니까 그가 범인인 게 뻔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홈즈는 ‘부인의 동생이 그의 전과를 알고 있는데도 도둑질을 하고, 심지어 보석 상자를 침대 밑에 숨겨서 자기 범죄를 간단하게 발각당할 짓을 하다니 이상하지 않냐’고 반박하면서 도버튼 경의 온실을 찾아가 조사한다. 온실에서는 별로 알아낸 것이 없었고 홈즈와 왓슨은 저택을 떠난다. 그러나 홈즈는 중간에 갑자기 마차를 되돌리면서, 왓슨더러 혹시 자기가 자만한 태도를 보이면 귓속말로 ‘동백꽃’이라 속삭여 달라는 드립을 친다. 잠시 뒤 두 사람은 도버튼 경의 저택으로 돌아왔고, 홈즈는 집 외벽을 따라가서 경의 온실 가까이 있는 복도 창문 바로 아래에 도착한다. 창문 아래 땅에 쌓인 눈을 치우자, 그 밑에서 시들고 얼어붙은 동백꽃 한 무더기가 나타난다.

홈즈는 곧바로 왓슨을 데리고 논퍼럴 클럽을 찾아가 마스터먼 대위를 만나, 애버스 루비를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마스터먼 대위는 홈즈가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한다는 투로 비웃지만, 홈즈는 아침 아홉 시까지 보석을 베이커 가로 보내라고 말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말한다. 대위는 도박 빚을 잔뜩 진 처지였기 때문에 돈을 마련하려고 계획을 꾸몄다. 손님들을 이용해 매형이 보석을 가져오게 유도하고, 집사를 통해 동백꽃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려 경과 손님들이 식당을 비우게 하고, 대위 자신은 슬쩍 돌아와 보석을 훔친 뒤 집사가 절도 전과자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었다. 애초에 그는 이 범행을 위해 졸리프를 매형의 집에 일하게 한 것이다. 졸리프의 침대 밑에서 발견된 상자는 모조품이었는데, 홈즈는 상자를 살피고 보석이나 부속품에 눌린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을 통해 가짜임을 알아차렸었다. 또한 저택 밖에서 발견된 동백꽃은 눈에 묻혀 있었는데, 꽃은 가벼워서 눈에 파묻히지 않으니 눈이 내리기 시적한 저녁 6시보다 이른 시각에 버린 것이 분명했다. 즉 저녁 식사 직전인 8시경에 꽃을 땄다고 말한 도버튼 부인이 거짓말을 한 것, 즉 대위의 공범이라는 것이었다. 홈즈는 대위에게 보석을 아침 9시까지 보내라고 재차 명령한 뒤 왓슨과 함께 베이커 가로 돌아간다.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도버튼 부인이 마차를 타고 나타난다. 부인을 안으로 들이자, 부인은 곧바로 홈즈가 허풍을 떨고 있다면서 사건 해결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라고 비난한다. 그러자 홈즈는 이미 논퍼럴 클럽에서 부인의 동생을 만났으며, 그가 어떤 식으로 사건을 일으켰고 거기서 부인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다 알고 있다고 말한다. 충격을 받은 부인이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하자, 홈즈는 졸리프의 무죄가 밝혀져 풀려나면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니 도버튼 경에게는 진상을 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다음 날 아침 도버튼 경이 찾아오자, 홈즈는 뜬금없이 경에게 포도주를 한 잔 권한다. 경은 내키지 않는 눈치로 잔을 받아 마시다가 깜짝 놀라는데, 그가 마신 포도주에서 애버스 루비가 나온 것이다. 홈즈는 부인에게 약속한 대로 사건의 진상은 말하지 않고, 도버튼 경이 약속한 사례금은 절반만 받겠으니 나머지 반은 누명을 썼던 집사 졸리프에게 보상금으로 주라고 권유한다.
우리가 데번 주에서 돌아온 뒤로 우리는 두 가지 매우 중대한 사건에 관계했다. (...) 하나는 논퍼럴 클럽의 카드 스캔들 사건 (...) 또 하나는 불행한 마담 몬펜셔 사건이다.
- '바스커빌 가의 개' 중에서

이 작품은 셜록 홈즈의 모험푸른 카벙클과 유사한데, 우선 범행이 벌어지는 계절이 겨울이라 이 계절이 소재로써 범행에 이용된 증거와[16] 관련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과, 도난당하는 물건이 보석이라는 점, 그리고 범인으로 몰리는 사람이 과거에 절도 전과가 있는 전과자였지만 출소 후 성실하게 사는 개과천선한 사람이라 진범이 아니었단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보석이 음식 내지는 동물 속에 들어갔단 점이나, 진범은 도망가고 체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푸른 카벙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2.9. 검은 천사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Dark Angels

1901년 5월의 화창한 아침, 홈즈와 왓슨은 산책을 다녀왔다가 의뢰인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의뢰인은 대프니 페러스라는 젊은 여성으로, 쇼스콤 관의 로버트 노버튼 경의 사촌 남동생의 외동딸이라 했다. 페러스 양의 아버지는 반평생을 시칠리아에서 살다 아내가 죽자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괴이하게도 인근에 사람도 없고 철도역에서 수 마일이나 떨어진 매우 외진 집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다닌 끝에 겨우 현재의 집에 정착했으며 그 뒤로도 절대 이웃과 교류하지 않고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부녀와 함께 사는 사람은 집사 부부와 집사의 처제가 전부였고, 이외에 시칠리아에서 같이 지내다가 영국으로 함께 건너와 별채에서 사는 토지 관리인 제임스 톤스턴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다섯 달 전, 12월 29일에 집에 이상한 그림이 나타났는데, 검은 옷을 입은 9명의 천사가 6명과 3명으로 나뉘어 있는 그림이었다. 이걸 보여주니 페러스 씨는 충격을 받고 공포에 질렸다고 했다. 또 2월 12일에 비슷한 그림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천사가 6명뿐이었다. 거기다 그로부터 2주 뒤에는 밤중에 어떤 남자가 창밖에서 집안을 노려본 일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주하고 3일 전인 3월 26일에는 처음과 거의 같은 6명과 3명의 검은 천사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올 것이 왔다면서, '아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만든 사람의 이름은 총 개머리판에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하라고 딸에게 당부했다고 했다. 이에 너무나 두려웠던 페러스 양은 오촌 백부인 로버트 경에게 편지를 써서 만나 달라 청했고 그의 소개로 홈즈를 찾아왔다는 것.

얘기를 다 들은 홈즈는 "페러스 양은 런던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도록 하고, 나와 왓슨은 불행을 막진 못하겠지만 복수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매우 비관적인 발언을 한다. 안타깝게도 페러스 양이 하루 늦게 찾아왔다고. 그는 허드슨 부인에게 어떤 전보를 맡기고 왓슨과 페러스 양과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갔으며,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페러스 양의 친구에게 아가씨를 부탁하고는 왓슨만을 대동하고 저택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 이미 페러스 씨는 살해당한 뒤였고, 경찰과 의사가 현장에 와 있었다. 시신을 살피니 목을 한쪽 귀에서 반대쪽까지 매우 길고 깊게 베인 상처가 있었고, 현장을 살피자 반으로 접을 수 있게 개조한 라이플이 나왔고, 근처에 청소용 막대를 꽂아 두는 구멍에서는 먼지가 나오지 않았으며, 시체 근처의 삼나무 줄기에 갈색 실이 묻어 있었다. 또 나무 아래에는 사람이 뛰어내리면서 생긴 듯한 자국이 있었는데, 홈즈가 똑같이 나무에서 뛰어내리자 더 깊은 자국이 생겼다. 즉 나무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홈즈보다 체중이 가벼운 이일 터였다.

홈즈는 시칠리아의 ‘말라 비타’라는 비밀 결사가 페러스 씨를 살해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페러스 씨가 생전에 그 비밀 결사의 일원이었는데 뭔가 규율을 위반해서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게 됐으리라는 것. 페러스 부녀가 발견한 검은 천사 그림들은 언제 페러스를 죽이겠다고 기한을 알리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총은 무기로 쓰려고 가져간 게 아니라, 딸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그 개머리판에 든 뭔가를 암살자에게 주려 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마침내 홈즈는 제임스 톤스턴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톤스턴은 자신은 살인범이 아니라 사형 집행인이라고 대꾸한다. 그는 홈즈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평생 명예로울지는 몰라도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 비슷한 말을 남기고 체포되어 떠난다.
나는 페러스 문서 사건에 관계하고 있습니다.
- '수도원 학교' 중에서

2.10. 두 여인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Two Women

왓슨이 헨리 바스커빌 경과 함께 다트무어로 출발하기 직전이었던 1886년 9월 말. 왓슨은 베이커 가 특공대의 일원인 빌리로부터, 홈즈에게 '마부 보이스를 조심하라'고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홈즈는 3년 전에 과부가 된 캐링퍼드 공작부인에게 도움을 요청받고 있었는데, 공작이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비밀 결혼을 한 적이 있으며 그 첫 아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즉 공작부인은 중혼 사유로 혼인 무효화를 당하고 공작부인 신분을 빼앗길 위기에, 부부의 딸은 결혼을 앞둔 지금 사생아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만 것. 이 사실을 공작부인에게 알린 사람은, 부인이 어떤 국가 기밀 서류의 일부를 직접 넘겨주지 않으면 공작의 과거 결혼 증명서를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하고 있었다. 이 협박범의 이름은 이디스 폰 라메라인[17], 유럽 사교계의 여왕이자 야심만만하고 무자비한 스파이였다. 빌리가 경고한 마부 보이스도 바로 이디스 폰 라메라인의 하수인이었다.

홈즈와 왓슨은 마부 보이스의 위협적인 방문을 받았으나 그의 협박을 물리치고 캐링퍼드 공작부인을 만나러 간다. 홈즈는 공작부인에게, 라메라인에게 편지를 써서 오늘 밤 11시에 비밀리에 만나자고 요청하고, 11시 20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가 서재에 가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다. 공작부인은 문제의 서류가 진짜라는 걸 확인해도 파기하지 말라고, 비록 딸을 생각하면 용기가 사라지지만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남편의 끔찍한 실수는 보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 날 저녁 홈즈는 내내 안절부절못하다가, 도저히 다른 방도가 없으니 직접 라메라인의 저택에 침입해서 문제의 서류를 확인하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왓슨은 기꺼이 그와 동행하기로 한다.

서재까지 무사히 잠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오래지 않아 이디스 폰 라메라인이 문제의 서류를 든 채 서재로 들어오고 만다. 침입자가 다름아닌 셜록 홈즈임을 확인한 라메라인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홈즈를 조롱한다. 홈즈는 어차피 들켜서 징역살이를 하게 될 거면 대가는 받아야겠다고 대꾸하며 문서를 보겠다고 요구하고, 라메라인은 문서의 복사본도 있고 증인도 있는데 뭘 어쩔 거냐고 비웃으면서도 선선히 서류를 넘겨준다. 서류를 자세히 살펴본 홈즈는 그것이 위조 문서임을 밝힐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원통해하고, 라메라인은 재차 조소한다. 그러나 홈즈는 서류를 다시 살펴보더니 태도가 싹 변해 득의양양해진다. 서류의 다른 모든 부분이 검은 잉크로 적혔지만 신랑의 이름, 즉 캐링퍼드 공작의 이름만은 남색이 도는 잉크로 적혀 있었는데, 그거야 신랑이 개인적으로 휴대하는 잉크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고 우길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잉크의 발명 연대였다. 이 혼인 증명서는 1848년에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문제의 남색 잉크는 1856년에 발명된 물건이었다. 이 서류는 실제로 1848년에 결혼한 프랑스 여성의 결혼 증명서가 맞지만, 그것을 가져다가 신랑의 이름을 지운 뒤 캐링퍼드 공작의 이름을 적은 것. 계획이 들통나자 분개한 라메라인은 적어도 홈즈에게는 위법 행위의 대가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홈즈는 그렇다면 자기 쪽에선 라메라인에게 문서 위조, 협박 미수, 간첩죄까지 묻겠다고 받아친다. 그는 라메라인에게 1주일의 유예기간을 줄 테니 그 사이에 영국을 떠나라, 그 뒤에 당국에 이 문제를 알리겠다고 경고하고, 라메라인은 말없이 방을 나간다.

이튿날 아침 홈즈는 공작부인을 만나고 온다. 그는 공작의 서명을 위조한 서류에 자신의 진술서를 붙여서 고문 변호사가 보관하도록 조처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는 오전에 편지 두 통을 받았는데, 하나는 캐링퍼드 공작저에서 보낸 감사의 편지로 홈즈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소도 서명도 없이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며 결코 잊지 않겠다고만 쓴 편지였다.
지금도 어떤 협박자가 영국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가문 가운데 한 집안을 더럽히려 하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스캔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 '바스커빌 가의 개' 중에서

이 작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셜록 홈즈의 모험보헤미아 스캔들, 그리고 셜록 홈즈의 귀환두 번째 얼룩 등의 작품들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우선 의뢰인의 신분이 높다는 점 그리고 의뢰인의 결혼을 앞두고 협박하려는 이가 여성이며, 이를 파멸시킬 결혼증명서와 사진이란 증거를 가지고 있단 점에서 이 작품은 보헤미아 스캔들과 유사하다. 또 두 번째 얼룩에서도 연애편지를 수단으로 삼아 외교관의 부인인 여인을 협박한단 점에서, 이 폭로를 무마하는 대가로 외교 서류를 넘겨줄 것을 요구한단 점에서 두 번째 얼룩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결국 범인의 의도는 실패하지만 체포되지 않는 점도 그렇다.

2.11.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Deptford Horror

1895년의 일이다. 왓슨은 이 사건을 '홈즈가 물질적 보상을 초월해 오로지 친절한 마음씨에서 우러난 봉사, 순수하게 이타적인 마음으로 해결한 사건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기록해 두었다.

4월 말, 홈즈와 왓슨은 외식을 하고 카페에 갔다가 순찰을 돌던 레스트레이드 경감을 만난다. 그는 좀 우습기는 해도 홈즈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면서 어떤 사건을 소개해 준다. 데트퍼드는 이스트 엔드의 빈민촌인데, 이 곳에 한때는 잘 나가다가 몰락한 윌슨 가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집안의 가장이던 호레이쇼 윌슨은 템즈 강에 빠져 죽었고, 1년 뒤 심장병을 앓던 그의 부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는데 윌슨 가의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소문이 돌았었고, 5월 17일에는 역시 심장이 약했던 아들 피니어스 윌슨이 또 심장마비로 죽었다. 이제 이 집에 남은 사람은 딸 재닛과, 호레이쇼의 동생이자 재닛의 숙부인 카나리아 조련사 시어볼드 두 사람뿐인데, 재닛은 오빠까지 죽고 나서 패닉에 빠진 나머지 집을 팔고 이사를 가겠다고 우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볼드는 경찰청에 찾아와 히스테릭한 조카를 진정시켜 달라 청했고, 레스트레이드는 그건 경찰의 업무가 아니니 셜록 홈즈를 찾아가 보라고 권해 주었다고 했다.

과연 다음 날 시어볼드 윌슨이 홈즈를 찾아온다. 이에 홈즈와 왓슨은 윌슨 가의 집으로 향해 패닉에 빠진 재닛을 만나고 집 곳곳을 조사한다. 집에는 이상하게도 쥐가 없고 개미가 많았는데, 시어볼드는 하인들이 쓰레기통까지 가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난로에 쓰레기를 버려서 개미가 들끓는다고 해명했다. 그래서인지 난로 뚜껑에는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이후 재닛의 오빠가 죽은 방을 살펴보니, 벽이며 천장에 이상한 소용돌이 무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시어볼드는 바퀴벌레가 먼지를 묻혀 다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어볼드의 방에 갔더니, 훈련이 잘 된 새들이 가득했고 일반적인 난로가 아닌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홈즈와 왓슨은 별다른 소득 없이 베이커 가로 돌아간다. 홈즈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진 못했으나 계속 위험이 느껴진다며 고민에 잠긴다. 그는 벽난로가 있는 시어볼드의 방을 제외한 다른 방들의 난로는 전부 지하실의 파이프와 연결되어 있으며, 시어볼드가 바퀴벌레 때문에 생긴 먼지 자국이라 말한 것은 사실 검댕 자국이라고 지적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걸리는 부분을 찾지는 못한다. 그런데 생각에 빠졌던 홈즈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마차를 돌린다. 그는 중간에 마차에서 내려 전당포에 들어가서 튼튼한 골프 클럽을 사 들고 돌아왔으며, 왓슨과 함께 근처 술집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밤 10시쯤 되어 다시 윌슨 가의 집으로 향한다. 그는 재닛을 살짝 깨워 몰래 내려오게 한 뒤, 자기와 왓슨이 재닛의 방에 들어갈 테니까 재닛은 오빠의 방에 들어가 절대 나오지 말라고 지시한다. 또한 숙부가 재닛의 방에 왔느냐고 물었더니, 재닛은 숙부가 재닛이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니 즐겁게 해 주고 싶다며 밤에 우는 새 소리를 내게 훈련받은 카나리아를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재닛도 어머니나 오빠처럼 심장이 약하냐고 물었더니 역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홈즈와 왓슨은 재닛을 죽은 오빠의 방에 데려다 두고 재닛의 방에서 때를 기다린다. 왓슨이 홈즈가 추리한 사항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홈즈는 쇠로 만든 난로의 뚜껑이 양철로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왓슨은 시어볼드가 지하실의 난로에서 침실 난로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독약이라도 뿜어내서 친척들을 살해한 것이냐고 말하고 홈즈도 그것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한다.

얼마간 기다렸을 때, 갑자기 난로 뚜껑이 열리더니 엄청나게 거대하고 흉측하게 생긴 거미가 나타난다. 강철 멘탈의 소유자인 셜록 홈즈마저 공포에 질리게 할 만큼 끔찍한 생김새였다. 홈즈가 가져온 골프 클럽으로 그 거미를 내리쳐 죽였으나, 다른 거미가 한 마리 더 있었다. 왓슨이 그 거미를 권총으로 쏘아 죽인다. 총성이 울리자 시어볼드 윌슨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깨닫고 도주하는데, 홈즈와 왓슨이 쫓아가지만 밤이고 안개가 자욱한데다 윌슨이 이 지역 지리를 훨씬 잘 알았으므로 두 사람은 끝내 그를 놓치고 만다.

재닛을 안심시키기 위해 윌슨 가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홈즈는 사건의 진상을 얘기한다. 아까의 그 거미는 쿠바의 숲에 서식하는 낙타거미[18]인데, 야행성이며 작은 동물을 잡아먹을 만큼 힘이 세다. 그 거미는 분명히 시어볼드가 가져온 것이며, 쥐가 없어진 것도 거미 때문일 터였다. 시어볼드는 다른 침실의 난로가 거미를 숨긴 지하실 난로와 연결되도록 파이프를 설치하고, 카나리아를 훈련시켜서 쿠바의 밤새 소리를 내게 했고, 난로 위에 카나리아 새장을 놓아서 파이프를 통해 새 소리가 전달되게 했다. 그러면 거미들은 새를 잡아먹기 위해 파이프를 타고 이동해 다른 침실의 난로로 나오고, 벽과 천장의 검댕 자국은 거미의 다리에 묻은 것이었다. 사실 낙타거미는 그리 치명적인 독을 가진 종은 아니었으나, 어차피 치명적인 독거미라도 희생자를 반드시 문다는 보장은 없고, 시어볼드가 노린 것은 희생자가 느낄 공포였다. 재닛의 어머니와 오빠는 둘 다 심장이 약했으므로, 난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대하고 흉측한 거미를 보고 받을 충격만으로도 심장마비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시어볼드는 재닛이 공포에 질려 집을 떠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똑같은 방식으로 죽이기로 마음먹고는, 그 이전에 경찰청과 홈즈를 차례로 찾아감으로써 의심을 피해 가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틀 뒤 템스 강에서 남자의 시체가 이양되는데, 배의 프로펠러에 감기기라도 했는지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훼손돼 있었다. 시체의 신원을 특정할 만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고, 다만 카나리아에 대해 자세히 메모해 둔 수첩이 하나 나왔다고 한다.
잊을 수 없는 1895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 그의 관심을 끌었다. (...) 토스카 추기경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사건을 비롯해 악명 높은 카나리아 조련사 윌슨의 체포[19]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이 체포로 런던의 이스트 엔드의 한 오염 지역이 제거되었다.
- '블랙 피터' 중에서

여러모로 셜록 홈즈의 모험에 나오는 얼룩 띠의 비밀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얼룩 띠의 비밀에서는 의붓아버지가, 이 작품에서는 숙부가 재산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하려 하며, 특히 열대 지방 및 외국에서 들여온 뱀과 거미라는 동물을 이용하여 죽이려 하는 것이 동일하다. 또한 그 수단으로서 환풍구 구멍 내지는 파이프 통로를 이용하려 하는 것도, 그리고 홈즈와 왓슨이 방 주인을 피신시키고 방에 잠복하여 해당 동물을 격퇴하는 점과 범인이 체포되지 않고 죽음을 맞는 것도 유사하다.

2.12. 붉은 과부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Red Widow

1887년 12월 30일, 왓슨은 메리 모스턴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다가 잠시 홈즈를 만나러 베이커 가에 들렀다. 왓슨이 막 돌아가려던 차에 그렉슨 경감이 방문한다. 더비셔 주의 부지사 조슬린 코프 경이 안즈워스 성에서 참혹하게 죽은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왓슨은 아내에게 서신을 남기고 홈즈와 경감과 함께 더비셔로 내려간다. 더비셔 주의 경찰인 돌리시 경감에 의하면 조슬린 코프 경은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던 기요틴으로 목이 잘려 죽었으며, 피해자의 행실 나쁜 사촌 동생 재스퍼 로디언 대위가 범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홈즈 일행은 끔찍한 사건 현장을 면밀히 조사하고 남편의 시체를 지키는 부인을 만났는데, 부인은 남편이 죽은 게 아니라 지옥에 떨어졌다는 말을 내뱉고 방을 나간다.

돌리시 경감은 코프 경과 로디언 대위가 어젯밤에 크게 다투다가, 마침내 로디언 대위가 코프 경을 힘으로 제압해서 기요틴에 밀어넣고 죽인 뒤 잘린 머리를 들고 도망친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방 안의 가구나 유리 진열장이 전혀 손상되지 않은데다, 기요틴에는 새로 기름칠이 됐고, 피해자의 손을 묶은 매듭은 손에 힘을 한 번 주면 바로 풀릴 만큼 허술했다. 홈즈는 이 점들을 근거로 들어, 피해자를 의식불명으로 만들고 계획적으로 살해한 사건임을 추리해 낸다. 사건 현장 근처 안마당에 남은 발자국을 조사한 홈즈는 범인이 키가 크고 말랐으며 쉰 살 정도 됐고 왼발이 안짱다리이며 터키 담배를 좋아하고 홀더를 써서 피우는 남자라고 추리해 낸다.

돌리시 경감은 발이나 담배 홀더는 모르겠지만 다른 점은 모두 로디언 대위와 일치한다고 대답한다. 홈즈는 뜬금없이 코프 일가가 가톨릭 신자였던 적이 있느냐고 묻고, 별 건 아니고 안내서를 읽어 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다. 이후 홈즈와 왓슨은 집사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이번에 비극적인 살인의 도구로 사용된 기요틴의 유래를 묻자 코프 경의 조상인 렌 후작의 영지민들이 후작을 증오하여 만든 물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20] 이어서 홈즈는 서재를 살펴보다가 페르시아산 카펫을 인도산이라고 우기고는 괜히 성냥을 엎어 버린다. 왓슨과 집사가 쏟아진 성냥을 줍고 일어서니 홈즈는 어째선지 흥분한 기색을 보이면서 성을 떠나자고 한다.
그러나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구간으로 들어가 짚단을 한 아름 갖고 나와서는 왓슨과 함께 왔던 길로 돌아간다. 그는 작은 방에 숨어들어 짚단에 불을 붙이고, 고무로 된 비옷까지 함께 태운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기겁한 집사가 불이 났다고 외치면서 서재로 달려가, 주인을 부르면서 미친 듯이 난로를 두드렸다. 홈즈가 모습을 드러내자, 집사는 속은 것을 알고 분노하여 달려들지만 제지당한다. 곧 벽난로 끝부분이 열리고, 쉰 살 정도의 키 크고 야윈 남자가 나타난다. 바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조슬린 코프 경이었다. 그는 이미 독약을 마신 뒤라 왓슨의 의술로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경은 홈즈가 어떻게 진상을 알아냈는지 묻고, 홈즈는 범행 도구가 기요틴이라는 것과 피해자의 머리가 사라졌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대답한다. 이런 희한한 도구를 사용해 살인을 할 사람은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인물임이 분명하고, 피해자의 머리가 사라진 건 살인범이 피해자의 신원을 불분명하게 만들 의도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옷이나 물건 등을 검사하면 어차피 시체의 신원은 코프 경으로 밝혀질 텐데 굳이 머리를 가져가서 신원을 숨긴 이유는, 죽은 이는 다른 사람이지만 코프 경으로 오인되도록 만들 의도가 있었기 때문. 즉 죽은 사람은 같은 시기에 행방불명이 된 로디언 대위이고, 코프 경은 피해자가 아니라 범인이었다.

코프 경은 홈즈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범행 동기를 자백한다. 로디언 대위는 행실이 나쁘고 방탕하여 스캔들 때문에 제대해서 사촌 형에게 의탁했다. 코프 경은 한심한 사촌 동생이라도 친척은 친척이라 그를 받아주고 여러 가지로 원조를 해 주었다. 그런데 로디언 대위가 은혜도 모르고 코프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몹시 분노한 경은 로디언을 죽여 복수하기로 했고, 약을 넣은 포도주를 먹여 그를 취하게 했다. 그가 약에 취해 저항할 수 없게 되자 옷을 바꿔 입고 그의 손을 묶은 뒤, 안마당을 가로질러 유물 전시실로 옮겨서 기요틴으로 참수해 죽였다. 그 뒤에 집사를 불러 사실을 얘기하니, 집사는 범행을 은폐하는 데 적극 협조했다. 이후 경은 집 안의 밀실[21]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와서 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이미 세상에 미련을 버린 뒤라서 어차피 하루나 이틀 안에 신변 정리를 완전히 마친 뒤 자살할 생각이었다고 털어놓고, 이 사건을 조용히 묻겠다는 말에 감사하면서 홈즈와 왓슨을 축복하고 숨을 거둔다.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에 홈즈는, 이 사건을 기록으로 남길 거면 ‘붉은 과부’라는 제목이 어울리겠다고 제안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사람들이 기요틴에 붙였던 별명이라고.

베이커 가로 돌아온 것은 자정 무렵이었고, 왓슨은 홈즈와 덕담을 주고받고는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아내와 함께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거리로 나선 순간 그는 홈즈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올드 랭 사인의 곡조를 듣고,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뗀다.
달링턴 바꿔치기 스캔들 때 내게 매우 쓸모가 있었고, 안즈워스 성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중에서

3. 여담


[1] 원제를 직역하면 '셜록 홈즈의 위업들'. 홈즈 시리즈의 단편집들이 하나 빼고 모두 '셜록 홈즈의 XX(The XX of Sherlock Holmes)' 형태를 취하는데 이를 그대로 살렸다. 수록작들은 모두 'XX의 모험(The Adventure of XX)' 형태를 취했는데, 이것 역시 홈즈 시리즈의 단편작품들 중 과반수가 이런 제목임을 반영한 것이다.[2] 이듬해 일어나는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 행각을 수사할 때 무능하기 짝이 없는 행보의 연속으로 온 런던의 욕을 들어먹은 바로 그 인물(...)[3] 실제로 알렉산드르 2세의 4남이다.[4] 홈즈는 방 안의 하나뿐인 안락의자를 차지하고, 왓슨은 고인의 침대에 눕거나 앉기 싫다고 박박 우겼지만 소용이 없어서 한동안 투덜거렸다고 한다(...)[5] 트릴로니가 유언장에 서명을 하기 전에 그를 죽여버리면, 그 유언장은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므로 돌로레스는 상속권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면 에인즈워스 자신은 큰 유산을 물려받은 돌로레스와 결혼해 이득을 볼 속셈이었던 것.[6] 뭐 대단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 권투 경기에서 이긴 뒤 의기양양하게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뎠단다(...)[7] 아마 머즈그레이브 가의 전례문 사건의 도입부에 지나가듯 언급한, 어떤 기묘한 사건에 얽힌 알루미늄 목발인 듯하다. 이 대목에서 홈즈가 "자네가 내 전기 작가가 되기 전에 겪은 사건의 기념물, 전에도 얘기한 적 있는데 잊어버린 듯하다"고 말한 걸 봐서 분명하다.[8] 이 외삼촌은 그가 하고 있는 일의 창업자라고 한다. 정황상 제임스 필리모어의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처가의 성을 쓰게 됐으며 그래서 제임스도 아버지의 성이 아닌 외가의 성을 물려받아 쓰고 있었던 듯.[9] 덜시가 부인을 협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면 협박의 사유, 즉 부인이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도 함께 알려지게 되니까.[10] 상하 길이가 천장에서 바닥까지로 매우 길어서 출입문으로도 쓸 수 있는 큰 창문. 셜록 홈즈 시리즈는 물론 근대 배경의 서구권 소설에 빈번히 나오는 용어이므로 알아 두면 좋다.[11] 홈즈는 부지깽이에 어깨를 얻어맞고 왓슨은 팔을 물어뜯겼다. 왓슨은 그렇다 치고 홈즈는 정말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것이, 부지깽이는 금속으로 만들어 묵직하기 때문에 사람 하나쯤 충분히 때려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당장 셜록 홈즈 시리즈에도 건장한 성인 남성이 부지깽이에 맞고 머리가 깨져 죽은 사건이 나올 정도.[12] 실버 블레이즈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간밤에 개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
“간밤에 개에겐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그게 흥미롭단 겁니다.”
[13] 물론 그리얼리는 죽은 동생의 것을 되찾는 것뿐이었다고 항변한다.[14] 참수형을 집행할 때 쓰는 도끼.[15] 꽤 유명한 사건이었던 모양이고, 홈즈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졸리프, 앤드류 졸리프. 캐터튼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의 앤드류 졸리프지?”[16] 푸른 카벙클에서는 크리스마스 연말 무렵이므로 거위가 등장해 보석을 숨기는 소재가 되고, 본 작품에서는 겨울에 자라난 붉은 동백꽃이 잘려나가 눈 속에 파묻혔고 그것이 범행 시간과 거짓 알리바이를 밝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17] 아버지는 러시아 군인, 어머니는 오데사의 술집 주인이라 하며, 오데사는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나 당시에는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기에 결과적으로 이 인물은 러시아인으로 보면 된다. 이디스(Edith)라는 이름은 영어식이며 러시아식으로는 에디트(Эдит, Edit)라고 한다. 20살 때 부다페스트로 가서 명성을 얻었다는데, 남자 둘이 이 여자를 두고 결투를 벌이다 둘 다 죽는 사건이 있었다고. 이후 프로이센 귀족과 결혼했는데 3개월 만에 남편이 의문사했다고 한다. 폰 라메라인이라는 독일식 성은 아마도 죽은 남편의 성일 것이며, 그에 맞게 독일식으로 읽은 이름은 '에디트/에디타 폰 라메라인'이다.[18] 낙타거미라는 이름의 거미 종이 실존하기는 한다. 허나 실제 낙타거미는 소설에서의 묘사와 달리 독거미가 아니며, 크기도 커야 15cm 정도, 평균적으로는 1cm 내외에 불과하다. 거기에 무는 힘도 약해 동물의 등뼈는 커녕 자신보다 큰 동물을 공격하지도 않고 작은 곤충 등을 먹을 뿐이다. 다만 소설 상의 묘사처럼 기괴한 모습은 건장한 사람도 크게 놀라게 하기 충분하며, 성격 역시 사납다. 낙타거미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가상의 거미라고 생각해야 할 듯 싶다.[19] 이 부분에 다음과 같은 주석이 달려 있다: ‘윌슨 사건에서 그는 익사했지 홈즈에게 체포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왓슨이 ’블랙 피터‘에서 이 사건에 관해 서둘러 이야기하려다가 빚어진 왓슨다운 실수다.’ (...)[20] 후작이 초야권 타령을 하는 바람에 영지민들의 증오를 샀다고 하는데, 집사는 역사에 밝지 못해서 그런지 주인의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과해서 그런지 되려 영지민들을 두고 ‘후작이 낡은 관습을 지키셨다는 이유만으로 그 분을 증오한 나쁜 놈들’이라고 말한다.[21] 홈즈가 “코프 가문이 가톨릭을 믿은 적 있느냐”고 물은 이유가 바로 밀실의 존재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이 종교 개혁 이후 가톨릭을 박해했기 때문에, 가톨릭을 믿는 가문이 지은 오래되고 큰 저택에는 가톨릭 사제를 몰래 숨기기 위한 밀실이 있는 경우가 흔했다.[22] 다만 보스콤 계곡 사건에선 살인자가 떳떳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서 피살자가 그걸 빌미로 협박하다가 선을 넘는 바람에 분노를 사 살해됐고, 폭스 래스 사건에선 피살자가 죄를 지어서 원한을 품은 살인자에게 협박당하다가 적반하장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바람에 분노를 사 살해됐다는 차이가 있다.[23] 다만 주홍색 연구의 제퍼슨 호프는 애초에 죽일 목적으로 원수들을 추적했고 기회를 잡자마자 곧바로 그들을 죽인 반면, 폭스 래스 사건의 톰 그리얼리는 처음에는 죽일 생각까진 없었고 돈을 뜯는 선에서 만족하다가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죽였다는 차이가 있다.[24] '마자랭의 다이아몬드'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의뢰인 주머니에 소매넣기를 시전하고 "그걸 소지한 사람이 절도범이면 님을 체포해야겠네요" 드립을 쳐서, 의뢰인이 화를 내다가 주머니를 뒤져 보고 기절초풍. 이 때는 의뢰인이 자기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꼬워서 골탕을 좀 먹이느라 그랬고. '해군 조약문' 때와 애버스 루비 때는 그냥 장난이 치고 싶어서(...) 그랬다.[25] 정확히는 법으로 처벌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협박범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을 진흙탕에 처박을 치부를 쥐고 있고, 의뢰인의 요구사항=홈즈의 목표는 협박범이 그것을 공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의뢰인의 위신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거액을 주고 문제의 서신을 사들이든 쇠고랑 찰 위험을 각오하고 협박범 집에 침입해서 훔쳐내든 할 일이지 뒷일 생각 안 하고 감옥에 집어넣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실제로 홈즈는 "의뢰인은 그 놈을 감옥에 넣을 생각을 못 한다, 감옥살이 조금 시켜 봤자 그 뒤에 자기 신세를 망칠 게 뻔한데" 하며 씁쓸하게 한 마디 했다.[26] 거물급 의뢰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기는 하나, 여기서는 범죄의 성질이 다르며 왓슨이 시선을 끄는 동안 홈즈가 잠입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완전히 같지는 않다.[27] 물론 얼룩 띠의 비밀의 범인은 독사가 희생자를 물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고 데트퍼드 사건의 범인은 거미의 흉측한 외양이 심장병 환자인 희생자에게 줄 충격을 이용했다는 등 소소한 차이는 있으나, 모티브 정도는 따 왔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