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바탕으로 한 미국 전쟁 영화이다. 미국 CBS에서 1979년 11월 14일 방영했으며, 제한된 예산의 TV 영화지만, 물량이나 작품성이 웬만한 극장판 전쟁영화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경이나 고증도 상당히 훌륭하다. 그리하여 타국에서는 극장판으로 변환되어 극장개봉하기도 했다. 2차대전의 폭격기 조종사였던 명감독 델버트 만(1920~2007) 감독 작품으로 델 감독은 마티같은 영화로도 알려졌다.
줄거리는 대체로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 인물 캐릭터도 대체로 원작에 근거했으며, 플롯에서도 원작에서 빠지거나 더 배경설명을 추가한 것도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골든 글로브와 에미상을 수상했다.
2. 예고편
3. 등장인물
- 파울 보이머 (Paul Bäumer) (리처드 토마스[1]) - (영어판에서는 "파울 보이머"가 아니라 영어식으로 "폴 바우머"이라고 발음. ) 주인공. 스케치와 시를 좋아하는 감성적인 김나지움(고등학교) 졸업반 [2] 학생. 가족으로는 아버지 암투병중인 어머니, 누나가 있다. 전쟁중인 191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애국분위기에 쉽쓸려 졸업반 급우들과 함께 자원 입대한다. 참호전 와중에서 다리부상을 당해서 잠시 후방에 요양한 것을 제외하면, 전선에서 2년간을 보내고 고참이 되어 (분대장이 된듯) 종전 직전까지 살아남는다. 그러나 휴전을 한달 앞두고, 참호에서 고사한 나무에 앉은 새를 스케치하다가 그만 프랑스군 저격수에게 포착되어 전사. 전사 직전의 시점에 동급생 알베트르 크로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언급하기로는 동반입대한 20명의 졸업반 친구들 중에서, 크로프와 보이머가 단 두 명남은 생존자였다. (13명 전사, 4명 실종, 1명 정신병원행 [3])
- 스타니슬라우스 "캇" 카친스키 (Stanislaus Katczinsky) (어니스트 보그나인) - 약칭 "캇" 으로 불린다. 원작은 폴란드인[4][5] 이지만, 여기서는 폴란드인이라는 언급은 없고, 그저 자기가 구두공이었다고 밝힌다. 영화에서는 40-50대의 상당한 나이로 묘사된다. 보이머의 급우 6명은 같은 부대의 같은 중대에 배치되었는데, 카친스키는 고참병으로 이들의 분대장을 맡은 듯. 이들에게 참호전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훈련소에서 배운것은 모조리 잊어버려라"고 말한다. 상관이라기보다는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신참들을 대하고, 공포때문에 넋이 나간 관심사병도 다그치지 않고 보듬어주기 때문에, 때문에, 주인공을 비롯한 부대원들이 그를 절대적으로 따른다. 여러모로 아래 나오는 힘멜슈토스와 대조되는 캐릭터. 계급은 명시되지 않는데 EBS판에서는 일병으로 번역되었다. [6] 보그나인은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에서는 가혹행위를 시전하는 악질 부사관을 맡아서 주인공 프랭크 시나트라를 괴롭히는 정반대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얼마나 연기가 리얼했는지,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를 알아보고 맞아 죽을뻔 했다고 한다. 그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 힘멜슈토스 (Himmelstoss) (이안 홈) - 상병. 원래는 멋진 콧수염을 기르던 집배원으로, 보이머의 마을에서 일했으나, 예비역 상병이었기 때문에, 훈련소 교관으로 소집된다. 집배원 시절 보이머 급우들에게 희롱을 당하곤 했는데[7], 현역으로 복귀하여 신병훈련소 교관이 되자 이 원한을 잊지않고, 급우들에게 가혹행위에 가까운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선의 소대장으로 좌천되어 신병들과 함께 보이머의 부대로 전입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신병훈련소에서 주지사 아들을 혹독하게 다루었다가 그 아들이 죽을뻔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참호전이 벌어져 진격명령이 떨어지자 참호에서 벌벌떠는 겁쟁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군공을 세웠는지, 빌헬름 2세로부터 직접 철십자 훈장을 수여받았다. 이후 등장하지 않는데, 영화 말미에 보이머의 급우들과 함께 전사했다고 짤막하게 언급된다.
- 프란츠 케머리히 (Franz Kemmerich) (조지 윈터) - 보이머의 급우이자 친구. 원래는 체조선수를 했을 정도로 탄탄한 신체를 가졌고, 삼림관리인 [8]이 되기를 희망. 외모나 성정은 매우 여리다. 케머리히의 어머니는 보이머에게 "우리 아들을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지만, 참호전에서 다리부상을 당해서 야전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했다. 케머리히는 절망에 빠져서 그대로 쇼크사를 한다. 나중에 보이머가 부상후 휴가를 받아 귀가했을 때, 케머리히의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에게 "케머리히는 고통없이 즉사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케머리히의 어머니가 "너 그게 거짓말이면 다시는 집에 못와도 좋아?"라고 맹세할 것을 요구하자, 보이머는 그대로 맹세를 했는데, 이것이 복선이 되어 그만..
- 칸토렉 (Kantorek) (도널드 플레전스) 보이머의 졸업반 담임선생. 자기 제자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여 전선에 나가도록 선동한다. 하지만 본성은 매우 자상한 듯 하며, 감상적인 성격의 보이머를 매우 아끼는 듯. 자신의 애국적인 일장연설을 한귀로 흘리고 스케치에만 몰두하던 보이머를 꾸짖지 않고, 조용히 불러 담배를 권하면서까지 타이른다.
4. 영화의 내용상 특색
- 자원입대 부분이 원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묘사되며, 그렇게까지 부각되지 않는다.
- 힘멜슈토스는 훈련소에서 구타만 없을 뿐 그에 상응하는 가혹행위를 훈련 및 내무생활등에 관련하여 시전한다.
- 켐머리히의 장화를 요구하는 뮐러는 '나도 걔가 군화가 필요하다면 요구하지 않았겠지만, 어차피 곧 죽을 거 애먼 놈이 가져가는 것보다 내가 쓰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한다. 원작에서는 이 대사가 주인공의 독백. 옆에서 다른 친구가 맞는 말이라며 역성을 들어주고, 주인공 역시 괴롭긴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 아무 반론을 하지 못한다.
- 칸토레크와의 재회는 부상을 입고 요양휴가를 얻어 집에 갔을 때 참혹한 전장은 모른 채 평온한 후방에서 학생들에게 자신들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로 낭만적인 애국심을 부추키는 교사에게 죽거나 신체 결손으로 장애인이 된 급우들을 언급하며 냉소적으로 보는 것 정도로 묘사된다.
- 힘멜슈토스에 대한 설정이 추가되었다. 30년판과 같이 동네 아저씨인데, 여기서 이것 때문에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입대 전 주인공 및 급우들이 모자를 벗기고 놀리던
찌질한집배원 아저씨를 훈련소 교관으로 만나게 된 것. 때문에 막 훈련소에 입대한 주인공 일행을 처음 만났을 때 하사 계급장을 가리키며 거드름을 피우고 '악의를 갖고' 일부러 힘든 훈련을 빙자한 가혹행위을 시전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원작이나 30년대 판에 비해 상당한 천하의 개쌍놈으로 나오는 셈. 이런 관계 때문인지 주인공 일행이 전선에 처음 배치되자 곧 카친스키로부터 '훈련소에서 배운 건 잊어라'라며 그의 교육이 쓸모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전선에 나온 힘멜슈토스가 카이저에게 철십자 훈장을 받는다! 영화 막바지 무렵 장면 파울이 알베르트에게 편지를 쓰며 독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힘멜슈토스도 전사 했다고 언급한다.
- 부상을 입고 다리를 자른 크로프가 완전히 멘붕해선 "뭐라도 갖다 줄까?" 하는 파울의 질문에 "총"이라고 대답한다.
- 급우들의 운명이 확실히 기술된다. 영화 막바지 장면 무렵 파울이 알베르트에게 편지를 쓰며 독백으로 이야기하는데 20명의 친구들이 입대해서 13명이 사망 4명 실종, 1명은 정신병원으로 실려가 살아남은 건 파울과 알베르트뿐이라고 한다. 또 4명 실종에서 탈영했다가 잡혀간 친구 하나. "소식은 못 들었지만 붙잡힌 탈영병이 어찌 될 지 너도 알지?"라고 자조한다.
-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파울의 아버지는 '난 군복무 하는 아들을 자랑하고 싶은데 왜 옷을 갈아입었니'라고 하고, 아버지와 동네 아저씨들이 술집에서 맥주잔으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군사전략을 침튀기며 열정적으로 논한다. 아버지는 전쟁 전부터 '난 (참전할 수 있는) 네가 부럽다'라고 말하는 등 뭣도 모르면서 전쟁에 열광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부분은 아버지가 등장하는 부분을 빼면 모두 원작에도 나오는 장면.
5. 기타
- 촬영지는 체코슬로바키아였는데, 당시 서독은 모두 현대화되어 있어서, 1910년대의 독일 풍경을 그리기 힘들었고, 동독은 동유럽 공산국가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이어서 미국 제작진이 들어가서 촬영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또한 체코는 서방국가에 비해서 아무래도 물가도 저렴했기 때문에, 물량을 투입하기도 용이했을 것이다. 2010년대 저 정도로 전투신을 재연하려면 적어도 5천만불 이상의 제작비가 든다. 예를 들어, 비슷한 1차대전 참호전 양상을 그린 워호스 (2011)가 6600만불의 제작비를 들였다. 워호스는 극장판에다가 상대적으로 무명 배우들을 기용해서
주연은 개런티가 전혀 없는 말이다이 정도로 투입해도 딱히 무리는 아니었지만, 본편은 TV영화인데다가 비중있는 조연급은 나름 호화배역 [9]을 캐스팅했기 때문에, 제작비 압박을 많이 받았을 법 한데도 참호전 세팅이나 엑스트라투입, 폭파신 같은 장면은 1970년대 전쟁대작들 (머나먼 다리, 벌지 전투 등등) 못지 않게 잘 만들었다.
- 오리지널 방영 버전은 150분이지만, 너무 길기 때문에, 극장판은 129분짜리로 편집되었다. 한국에서는 1988년 KBS에서 더빙으로 첫 방영되어 알려졌다. 1994년 2월 13일 일요일 오후 12시 10분에 SBS에서 더빙 방영했고 2000년대에서는 EBS에서 자막판으로 방영되었다. 오리지널판은 참호전으로부터 시작되어 주인공이 잠깐씩 과거 (학창시절, 신병훈련소)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진행되지만, 극장판은 학창시절부터 시작하여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 주인공이 신병시절에는 사병용 피켈하우베를 쓰다가 어느 시점에서 신형철모인 슈탈헬름을 쓴 신병들이 배치되고, 한동안 이 두 방탄모가 공존하다가, 나중에는 고참들도 모두 슈탈헬름을 쓰는데, 이렇게 독일군의 방탄모가 바뀐 시점은 1916년이다. 참호전에서 위치를 적에게 드러내는 스파이크가 있는 피켈하우베가 워낙 불편한데다가 방호력도 약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슈탈헬름으로 바꾼 것이다. 다만 피켈하우베에서 슈탈헬름으로 완전히 대체하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독일 제국군의 모든 병력이 슈탈헬름을 방탄모로 착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1918년 춘계 공세 시점에나 가서 이루어졌다.
[1] 주로 미드 와 TV영화에서 활동한 배우인데, 그 이후의 배역은 죄다 조연급이다. 말하자면 이 작품이 그의 배우로서 전성기에 출연한 대표작이 되었다.[2] 독일에서 김나지움을 졸업하면 따로 대학입시를 치르지 않아도 대학을 갈 수 있는데다가, 그 당시의 김나지움은 진학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이 점에서 주인공의 동기들은 평범한 고교 졸업반 학생들이 아니라 예비 대학생에 해당하는 상당한 엘리트 학생이다.[3] 한명은 탈영병으로 처형된 듯. 부대에 처음 온 날부터 포격에 극단적인 공포심을 느끼던 데터링이라는 친구인데 탈영했다가 헌병에 체포되었다고 언급된다. 그리고 탈영자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지 알고 있다고 부연.[4] 당시 독일 제국은 폴란드 분할의 결과로 폴란드의 반을 포함하고 있었다. 폴란드인들도 독일 제국 국민으로 징집된 듯.[5] 실제로 독일 제국의 전신인 프로이센 왕국은 본래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의 영토로 진출하기 위해 동방식민운동을 벌였던 튜튼 기사단의 일원이었다. 따라서 기사단이 점령한 영토에서는 지배 민족인 독일인과 피지배 민족인 슬라브족의 동화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기사단국이 멸망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20세기까지도 지속되었다.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무장친위대의 고위 장성이자 바르샤바 봉기를 진압했던 무장친위대 상급집단지도자인 에리히 폰 뎀 바흐 첼레프스키, 독일 국방군 육군 야전원수들 중 최고의 명성과 실력을 가진 에리히 폰 만슈타인 역시 폴란드인의 피가 섞였다.[6] 영화판에서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데, 아마 상병인 힘멜슈토스가 캇에게 고압적으로 관등성명을 물어보는 장면에서 번역자는 힘멜슈토스보다는 더 낮은 계급이라고 파악한 듯 하다.[7] 아마도 콧수염에서 보듯이 허세가 매우 강해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던 듯.[8] 독일에서 삼림관리인은 의사못지않은 인기직종이다.[9] 어니스트 보그나인, 이안 홈, 도널드 플레전스 등은 당시에도 이름난 명배우였고, 보이머의 부모를 맡은 마이클 세어드나 퍼트리셔 닐도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