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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벼나 밀 따위의 낱알을 떼어내고 남은 줄기. 짚을 모아놓은 것은 짚단, 줄기 한 올은 지푸라기라고 한다. 이것을 꼬아서 줄로 만든 것이 새끼다. 새끼줄이라고도 부른다.한국은 쌀이 주식이라 주로 벼를 이용한 볏짚이 많아 보통 짚 하면 볏짚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국어 사전에 볏짚과 짚은 동의어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밀짚모자나 건초 등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볏짚 외에도 많은 종류의 짚이 존재한다. 식용 곡식의 종류만큼의 짚이 존재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수확이 끝난 시기의 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원기둥 형태의 무언가가 바로 이 짚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기 쉽게 비닐로 포장한 것이다. 곡식을 수확 후 바로 짚을 사용하지는 않고 건조과정을 거친다.
곡식이 존재하는 곳에 반드시 존재하는 만큼 동서양 모두 존재하지만 옛날부터 유난히 동아시아 지역 국가와 인연이 깊었다. 당장 초가집만 봐도 알 수 있으며, 단순 재료를 넘어서 각종 발효식품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이는 후술할 볏짚의 특성에 기인한다.
2. 용도
인류가 곡식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짚의 활용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농사가 문화의 근본이던 근대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현대 문명에서도 여전히 짚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소재다.2.1. 농업
농업사회에서 짚은 단순한 수확의 부산물을 넘어 중요한 자원중 하나였다. 단순 자재로서의 용도 뿐만 아니라 농사일을 돕는 가축인 소나 말의 사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 비료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식물의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는 우제류 특성상 사람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옛날엔 수확한 곡물을 사람이 먹고 가축은 부산물인 짚을 먹으며 상생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특히나 동물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지었던 옛날에는 곡식의 수확 이상으로 짚을 얼마나 거두느냐도 농업의 중요 과제였다.[1] 또한 사람과 가축의 인분이나 음식물 쓰레기 같은 폐기물들은 바로 거름으로 사용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나 오폐물을 배출한 만큼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저 오염물질에 불과하기 때문. 이 발효과정에 짚과 같은 건초가 들어가 거름의 숙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시대에는 화학비료가 도입되면서 거름의 숙성을 촉진하기 위한 용도로는 쓰이지 않는다.
2.2. 공예
먼 옛날부터 짚은 여러 물건의 재료가 되었는데 수렵, 채집을 하던 시기에도 식물이나 나무 껍질의 섬유로 옷이나 도구를 만든 선사시대 인류에게 있어 농사만 하면 자연히 쌓이는 짚들은 끝없이 솟아나는 생활 재료나 다름없었을 것이다.지푸라기 하나하나로 만들기는 힘이 들고 연약하므로 보통 지푸라기 여럿을 꼬아서 만든 새끼를 기본으로 해서 이것을 엮어서 물건을 만든다.
짚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에는 짚신, 삿갓, 광주리, 삼태기, 바구니, 밀짚모자, 도롱이 등등이 있으며 아주 단단한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면 웬만한 도구들은 다 만들어 낼 수 있다.
2.3. 건축 재료
짚은 구하기 쉽고 질기기 때문에 건축 재료로써도 많이 활용되었는데, 최초의 집의 형태중 하나인 움집부터 초가지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다.점토 벽에 짚이 자주 활용되었는데, 나무로 된 틀에 짚끈을 짜서 골격을 만든 후 거기에 진흙을 발라 벽을 만들기도 하였고, 단순히 진흙에 짚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현대에는 소재공학의 발달로 인해 건축자재로 사용되는 예는 많지 않은데[2], 적정기술 중에는 밀짚을 틀에 넣고 고온으로 압축하여 밀짚 내부의 왁스를 추출해내서 블록화하는 건축자재 생산기술이 있다. 가볍고 내열성이 높으며 화재에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자재에 비해 딱히 우월한 점은 없는지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중세 이후 서양 문헌에서 등장하는 황금의 나라 지팡구가 바로 일본인데, 방문한 여러 서양인들이 초가집의 초가를 보고 "헐! 이 동네는 평민들도 황금을 지붕으로 올린 집에서 사네!?"라고 오해해 잘못 기록했고, 그게 입소문을 타며 지팡구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2.4. 도구
가볍고 적당히 튼튼하며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는 특성상 여러 생활도구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짚신. 하지만 같은 식물성 재료인 나무보다 수명이나 강도에서 한계가 분명 한지라 여러 개를 만들어놓고 내구도가 다되면 새 것으로 바꾸는, 사실상 소모품에 가깝게 사용했다.지푸라기와 빨대 모두 영어로는 Straw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빨대의 기원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밀짚이나 볏짚은 너무 작고, 갈대 짚을 빨대로 썼다고 한다. [3]
2.5. 요리
짚 자체는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극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먹을 일이 없겠지만 동아시아의 요리, 특히 발효음식에서 짚은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다.우선 간장과 된장의 원료인 메주를 예로 들자면 시골 풍경에서 메주 여럿을 볏짚에 묶어 바깥에 메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볏짚이 메주를 된장으로 바꾸는 발효의 원천이다. 볏짚에는 바실러스균 혹은 고초균[4]이라고 부르는 세균이 사는데, 이 세균은 발효과정에서 콩의 결합조직을 분해시킨다. 이 과정에서 끈적한 진액이 나오고 콩이 물러지면서 우리가 아는 된장과 간장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청국장이나 낫토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발효 재료 뿐만 아니라 짚을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잘 건조된 짚은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타오르고 그 열기도 굉장하다. 다만 원채 얇은지라 많이 모아놔도 몇분 안가 재가 되어 바스러지지만 이 특성을 살린 요리가 바로 짚불 구이다. 고기와 같은 재료를 석쇠에 넣어 불붙인 짚 무더기로 굽는 요리로 짧은 시간동안 강하게 타오르는 짚불 특성상 재료가 순식간에 익고 조리 중 짚불의 연기가 배여 훈연작용이 일어나 구수한 향을 내게 된다. 이 조리법으로 유명한 음식은 짚불 삼겹살이 있으며 꼼장어 구이의 원류도 꼼장어를 짚불로 구워먹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3. 기타
해삼을 볏짚에 올려놓으면 콩을 발효할 때와 똑같은 반응이 일어나서 90% 이상이 물로 이루어진 해삼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녹아내려 버린다. 짚에 존재하는 고초균의 작용인 듯.가을철에 추수를 끝내고 남은 짚은 사료 등의 목적으로 가공하기 위해 곤포 사일리지에 담아둔다. 하얗고 동그랗게 생겨서 마시멜로라고도 불린다.
[1] 백치 아다다로 유명한 계용묵의 단편 '최서방'에 가을수확 후 쌀뿐 아니라 볏단도 셈을 하는 모습이 나와있다.[2] 일단 흔하디 흔한 철근 콘크리트부터 강도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당해낼 수가 없다.[3] 이는 본래 박으로 만든 용기인 바가지가 그러한 용도를 지닌 도구 자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전용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4] 다른 짚에는 이 균이 살지 않아서 밀짚이나 보리짚으로 청국장을 만들려면 고초균을 따로 사서 콩과 함께 넣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