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 徒弟 | |
영어 | apprentice |
1. 개요
도제(徒弟)는 장인(匠人)이 되길 원해 장인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도제교육, 도제식 교육이란 표현으로 쓴다.보통 스승-제자 관계로 교육이 이루어 지며 정규 교육과정을 강사가 커리큘럼대로 교습하는 방식이 아닌 제자가 스승의 실무를 보조하며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사회에서 직업이 분화된 거의 초창기 부터 등장해서 학교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 등장 한 이후 상당기간 동안 사회 전반의 대부분의 기술 및 학문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전승됐다. 대학원 같은 고등교육이 등장한 지금도 실제 연구 같은 분야에선 선임실무자의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기록으로 체계화 하기 쉬운 학문의 영역 보단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한 기술과 실무의 영역에서 훨씬 오래 지속 되었으며, 특허같이 개인의 기술을 보호해주는 법적 장치가 없어 기술이 폐쇄적이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소수에게만 기술을 알려주는 특성과 합쳐져 특유의 문화와 제도등을 만들게 되었다.
2. 역할
도제식 교육을 원하는 스승-제자 두 사람이 사제관계를 맺고 스승의 집에 머물거나 가까이 지내며 일상의 대부분을 함께 지내며 스승의 업무보조를 하며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일단 역할 자체는 보조이기 때문에 다양한 잡무에 동원 되기도 한다.기술지도를 받지만 일단 업무보조에 가깝기 때문에 교육료를 내는 경우는 드물며 최소 숙식 제공 부터 연차가 올라가거나 기술이 좋은 경우 따로 급료를 받게 된다.
도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장인과 수업계약을 맺고 수업료를 지불하고 장인의 집에서 기거하며 일도 하면서 기술 습득을 한다. 그러므로 장인의 가정의 잡무도 자연 돌보게 된다. 따라서 도제는 장인으로부터 일상의 옷과 음식은 물론 약간의 용돈과 기술지도도 받으면서 생활을 지도 감독받는 역할을 한다.
중세 유럽 길드의 도제는 급료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하며, 보통 7년 정도 도제 생활을 하면 직인(Journeyman)이 되는데 이때는 약간의 급료를 받는다. 수공업자 길드의 경우 작품이 합격되어야 장인이 될 수 있다.
3. 비판
다만 단점도 있는데 체계적인 교육체제가 아니라 인적 교육체계로써 주먹구구로 전수하는 약점이 있으며, 도제해주는 장인의 인성이 좋지 못하면 심한 갑질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아직까지 도제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대학원 등지에선 교수들의 갑질이 문제되기도 한다.(예를 들면 강남대 회화디자인학부 교수 가혹행위 사건)더불어 교육만 전문적으로 이루어 지는것이 아니라 실무 보조를 통한 경험교육의 방식 위주이기 때문에 스승의 교육관에 따라 지식 전수 방법이 달라지며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기간 이상 알려주는 것이 아닌 단순히 자기의 이익을 위해 기술 전수를 꺼리며 제자를 부려먹는 악덕이 흔하며, 이런 방법이 대를 이어 되풀이 되면 이론으로 1달이면 배울 내용을 수년간 찔끔찔끔 알려주는 문화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도제가 활성화된 분야는 내부 질적 관리수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새로운 인원 유입 충원은 영 느리고 고정되므로 이른바 고인물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1] 달리 말하자면, 이는 전반적인 인력풀을 제한함으로서 우수한 인재의 영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어릴 때부터 도제가 되어 오랫동안 장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오던 직종의 경우, 현대에는 아동노동과 결부되어 꺼리거나 비판받기도 한다.
4. 사례
도제식으로 후세대를 양성하는 대표적인 조직으로 대한민국 검찰청이 있다. 사법연수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은 수사기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데 이걸 별도의 교육기관을 설치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배 검사로부터 전수 받는다고 한다.설립부터 지금까지 1인 1엔진 생산을 지속적으로 고수하는 메르세데스-AMG가 이 방식으로 선배사원과의 1:1 매칭으로 신입사원에게 기본적인 기술 외에도 서류상에 아예 없는 기술까지 모두 가르친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교육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조향사도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군대 병과 또한 마찬가지. 육군훈련소나 신병교육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이등병은, 자대배치 이후 자대에서 군사특기를 수업식으로 교육받는 게 아니라 선임 등을 통하여 도제식으로 교육받는다. 후반기 교육기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더라도 자대 상황에 맞게 선임에게 도제식으로 교육받는 경우가 많다.
보건 의료계열의 의치한약수, 간호학과 역시 족보를 통한 도제식 교육이 주를 이루며, 의치한약수 계열은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생들도 교수와 대학원 선배(사실 후자의 영향이 월등히 높다)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두드러지고 일본은 도제식이기는 하나 족보 문화는 약하고, 미국 같은 나라는 이러지 않으며 심지어 족보가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대한민국 영화계 역시 일본의 제작 시스템 영향을 받다보니 도제식으로 점점 경력을 쌓아야 감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만화 역시 웹툰의 등장 이전에는 도제식이었다.
흔히 중장비라 부르는 건설기계 업종도 도제식이 주를 이루는데, 기본적으로 건설기계들은 매우 비싼 물건인데다[2] 아차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사람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에 신입에게 장비를 덜컥 맡길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년 간 부사수 생활을 하면서 각종 운용 노하우를 습득해 사수로 올라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3]
연예계, 그 중에서도 특히 MC도 사실상 도제식이다. 일례로 현재 대한민국 국민MC인 유재석도 김용만 등 선배 MC 옆에서 보조MC로 활약하면서 기초를 다졌으며#, 이경규 역시 초창기에는 주병진과 함께 활동했다. 연예계 라인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리사 업계에서는 스타지(Stage)라고 하는 도제 개념이 있다. 주로 매우 명성이 높은 레스토랑에서 배워나가고 싶어하는 요리사 혹은 견습생이 한다.
4.1. 애니메이션 업계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철저하게 도제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0세기에는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스승과 제자 관계로 엮여 있었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신이 존경하는 애니메이터 또는 연출가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입사하거나 제작진행 직으로 시작해 선배 업계인들과 인연을 트고 애니메이팅 또는 연출을 사사하는 식으로 업계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애니메이터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WEB계 애니메이터가 부각되면서 수직적인 도제 시스템은 약화되었으나 연출계 쪽은 여전히 도제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WEB계 애니메이터도 도제 방식에선 자유롭지 않다. 애니 업계에 들어오면 평소 자신이 존경하던 애니메이터를 찾아가 제대로 작화를 배운다. 예로 최초의 WEB계 쿠츠나 켄이치와 야마시타 신고는 데뷔 후 마츠모토 노리오를 직접 찾아가서 작화를 배우기도 했다. 메신저나 디스코드로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과 연락을 터서 배우기도 한다. 예전엔 오프라인 작화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던 작업물과 기법 공유, 사제 간의 친목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공간의 제약이 없어져 더 광범위해진 것이지 도제 문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스승이 애니메이션 감독일 경우 제자가 콘티 또는 연출로 참여하며 스승의 감수를 받고 연출과 현장 관리 노하우를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토미노 요시유키, 데자키 오사무, 이시구로 노보루,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시 료스케, 카나다 요시노리, 이타노 이치로, 아시다 토요오, 신보 아키유키 등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경우 그만큼 제자들도 많기 때문에 이들의 작풍이 수십 년 이상 이어진다. 코가와 토모노리, 스즈키 슌지, 키타오 마사루 #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관련 기술을 안 배우면 아예 못 그리거나 연출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독학이 힘들고 스승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수직적 프로세스로 이루어지지만, 간혹 제자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느끼거나 자기가 못하는 애니메이팅 및 연출을 잘하는 경우 스승이 역으로 영향을 받기도 하며 제자에게 배워서 쓰는 경우도 있다. 호소다 나오토와 코바야시 토모키는 서로 선후배 관계임에도 서로의 작품에 참여해 연출을 주고받았고, 스시오는 제자 요네야마 마이에게 반대로 작화를 배웠다고 하며, 이시하마 마사시는 제자 오오하시 카즈키와 페르소나 5 the Animation에서 같이 일하며 영향을 받아 연출색을 크게 바꾼 바 있다. 또 WEB계 애니메이터들은 배움에 있어 기성 업계인과 다르게 수평관계에 가까운 환경인 만큼 선후배를 굳이 나누지 않고 서로 배워나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간혹 특정한 스승 없이 야나세 타케유키처럼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독학으로 연출을 터득한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며, 무시 프로덕션처럼 도제를 회사 운영에서 아예 배제하는 제작사도 있다. 다만 이들도 스승이라고 밝히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스승에 해당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다. 야마자키 유타는 야마모토 유타카에게 연출을 배웠는데, 연출 데뷔작인 Wake Up, Girls! 시리즈를 빼면 같이 활동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도 선배 프로듀서나 경력이 많은 감독이 제자 프로듀서를 육성하는 도제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프로듀서가 되는 경위가 제작진행에서 많기 때문에 그 연장선인 것.
예외로 무시 프로덕션은 데즈카 오사무가 창작법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것을 보고 연구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아무에게도 창작법을 안 가르쳐서 스스로 연구하는 분위기였고 도제 방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코바야시 오사무(1964)와 료치모는 도제 교육법은 틀에 박힌 작화만 양산할 뿐이고 독학을 통해서 새로운 게 나온다며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도제 문화는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애니메이션 업계인에 대한 여러 정보를 찾아보면 유명인들은 누구누구의 제자라는 말이 많지만 이건 대부분 능력있는 사람들이 재능있는 후배 1, 2명 붙잡아서 키운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렇게 키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력도 있고 눈에 띄어서 위키 같은 곳에 경력이 기록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런 문화가 점점 사라진다고 한다. 트윈 엔진의 설립자 야마모토 코지,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 등 여러 업계인은 소규모 스튜디오의 붕괴, 개인 프리랜서 증가, 다작으로 인한 바쁜 일정[4]으로 작화감독이나 연출가가 후배를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는 문화가 사라져서 도제 교육 문화가 없어져가고 있으며 우수한 인력의 제자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토미노 요시유키, 오오츠카 야스오, 아시다 토요오, 코가와 토모노리, 타니구치 모리야스 같은 사람들의 제자가 10명 이상 배출되었으나 2010년대 들어선 요시하라 타츠야나 야마시타 신고처럼 후진 양성에 뜻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제자는 1, 2명이 고작이다.
[1] 대표적으로 후술할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있다.[2] 기본적으로 억 단위이며 대형, 특수장비들로 가면 수십, 수백억을 호가하는 장비들도 볼 수 있다.[3] 이는 상당수의 기술직도 마찬가지.[4] 예전엔 작화에 여유를 두고 만드는 작품이 있어 작화감독이나 연출이 리테이크 시키면서 "이건 이런 게 잘못 되었고 이렇게 해야한다." 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일정이 바쁘니 연출과 작화감독은 피곤해서 자기 일만 하고 말아버리게 된다. 이러면 신인들은 자신이 뭐가 문제가 있는지 모른 채로 계속 작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