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0-06 17:12:05

납량

들일 납 서늘할 량

파일:attachment/napnyangmanheung.jpg

19세기 신윤복이 그린 '납량만흥'

1. 개요2. 납량 특집3. 그 외4. 관련 문서

1. 개요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서늘함을 들이다이다. 발음은 [남냥]으로 발음 된다.

즉,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여 "서늘함을 맞다"라는 뜻이다. '-하다'를 붙여서 '납량하다'라는 동사도 만들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쓰는 단어인 피서(避暑)와 비슷한 뜻이다. 한자어 자체로 보면 더운 곳을 피한다는 피서보다는 납량이 더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

계곡에 가서 찬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논다든지, 바람 잘 부는 정자에 올라 시원한 과일을 먹는다든지 하는 여름철에 더위를 잊기 위한 모든 행동은 모두 '납량' 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공포물을 보는 것도 납량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상위에 있는 신윤복의 '납량만흥' 역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의 흥을 그린 화폭이다.

발음 때문에 '남량'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2. 납량 특집

과거에는 여름철이 되면 각 방송사에서 '납량 특집' 단막극이나 드라마 등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공포 또는 호러 장르에 집중되었고 아주 가끔씩 액션, 모험, 스릴러 등이 추가되기도 했다. 전설의 고향, RNA(드라마), M 등이 대표적인 납량 특집 드라마이다. 이 밖에도 여러 예능에서 여름철이 되면 세트장을 귀신의 집 처럼 꾸며서 출연자들을 겁을 준다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납량 특집 기획을 방영했다. 이러한 납량 특집은 2000년대까지 여름철 연례 행사처럼 꾸준히 방송 되었으나, 2010년대 부터 쇠퇴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공포물을 본다고 딱히 시원해지지는 않는데 공포 영화가 저류가 된 이유는 아마도 납량 특집 공포 드라마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전설의 고향의 흥행에서 비롯 된 듯 하다. 참고로 겨울철에 연재 하거나 상영 하는 공포물은 '납량물' 보다는 그냥 '공포물'로 쓴다. 납량 특집이 대부분 공포 장르에 치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부터인지 사람들이 납량을 "일종의 공포나 무서운 것"을 뜻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단어가 되었다.[1]

'공포=여름 납량 특집'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원인은 기후 탓일 수도 있다. 장마 기간에는 강수가 지속 되면서 일조량이 극도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정반대로 (춥지만) 맑은 날씨가 지속 되는 한겨울에는 밝고 즐거운 느낌으로 따뜻함을 주는 미디어가 인기를 끈다. 일례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 원래는 여름에 상영 해야 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맑은 날씨가 흔한 겨울(12월~1월)에 상영 했던 것이다. 해양성 기후나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서구권에서는 정반대라 겨울에 공포물 수요가 늘어나며, 배경도 흡혈귀 관련 미디어에서 알 수 있듯 눈 오거나 안개 낀 겨울인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에는 나무들이 낙엽이 져 앙상한데, 이게 말라 죽은 것 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으스스한 분위기가 난다.

납량 특집 방송이 사라진 이유로 방송가 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의 기호 변화와 낮은 투자 대비 효과를 꼽았다. 대중의 공포물에 대한 선호가 귀신과 괴물이 나오는 장르 보다는 스릴러로 변화 하면서 납량 특집에 대한 수요가 감소 한데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CG특수분장에도 투자 비용이 증가해 납량 특집의 투자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납량 특집 프로그램이나 심령 관련 프로그램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부터 잔혹성이나 미신 조장 등의 이유로 제재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기후 변화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2011년까지만 해도 여름 일조와 연간 일조가 줄어들었으나 2012년 이후 들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국 여름 기후가 장마 기간이 줄어들고 일조량이 평년에 비해 늘어나면서[2] 우중충한 날씨에서 맑은 날씨로 바뀌면서 납량 특집의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 했고, 상대적으로 납량 특집에서 많은 비중이 있었던 공포 장르는 9월의 '가을장마'와 10월의 '할로윈' 등으로 대표되는 가을로 바뀌거나, 사바하, 곤지암 등 계절을 가리지 않는 추세이다. 애초에 공포를 느낀다 해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의 흐름에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시 방영 된 일부 프로그램들은 실제 폐건물에 들어가서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장기간 관리가 되지 않은 건물 특성상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는 문제도 일부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3. 그 외

조선 태종 시절 경복궁 경회루의 이름 후보로 '납량루'가 오른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시원한 기운을 들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태종이 심복으로 삼고 있던 하륜이 '경회루'라는 이름을 추천하면서 납량루 대신 경회루로 확정되었다.

4. 관련 문서


[1] 사실 1990년대생 이후 세대들의 편견과 달리 전설의 고향 오리지널판은 납량과 거리가 멀고 실사판 《옛날 옛적에》에 가까웠다. 첫 화인 《마니산 효녀》는 1977년 가을에 방영 되었고, 《느티고개》처럼 한겨울에 방영 된 에피소드도 많았다.[2] 그러나 2020년에는 2000년대처럼 여름 일조 시간이 적었으며, 5월 일조량도 적었다. 반대로 2021년도는 장마 기간이 17일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아, 장마 기간인 7월에는 맑은 날씨가 지속 되어 밝았던 반면, 장마 기간이 아닌 잦은 비가 내린 5월과 가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남부지방은 9월도 포함)이 장마철 같이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