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00년 미국 초판 당시의 '꼬마 검둥이 삼보' 표지. (출처:wikipedia) |
영국의 동화작가 헬런 배너먼(1863~1946)이 1899년 발표한 동화. 꼬마 검둥이 샘보라고도 한다.
이야기의 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발상이 기발하고 동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여 당시에는 최고의 그림동화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현재는 완전히 잊혀져버렸다.
2. 인종차별 논란
제목에서 상기하듯, 이 동화는 (호랑이를 제외한)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이 전부 흑인이기에 이름 앞에 검둥이(Black)[1]란 단어가 많이 나왔다.무엇보다도 원작자가 당시 인도에 살면서, 인도를 배경으로 썼다는 동화가 이 모양이라 지금은 더 욕먹는다. 사실 이 책은 헬런이 인도에서 성공회 선교 및 의료봉사를 하면서 쓴 것인데, 그것을 염두에 두고 쓴 초판에서는 인도 다수 종족인 드라비다인이 그려졌으나 이후로 나온 책자에서는 어떻게 된 게 흑인들로 바뀌었다. 국문 번역판에는 인도라는 말이 없기도 해서, 흑인과 호랑이가 매치가 안 된다. 원문이 인도니 벵갈호랑이가 말이 되지만.
이 책이 나온 후, 헬런이 인도인들에게 자신이 쓴 동화책을 보여줬더니 다들 무척 불쾌해 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운 아프리카계 이름인 삼보(Sambo), 맘보(Mambo), 짬보(Jambo)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2][3] 이게 인도냐면서 화냈고, 좀 읽어보다가 빡쳐서 책을 내던진 이까지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사실 흑인과 인도인들을 열등인종 취급하면서 푸대접하는것이 일상적이었던 당대의 기준으로 보면 인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잘만 설정했으면 인도에서도 호평을 얻을수있었겠지만 인도와 아프리카의 차이점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은채로 동화를 만들다보니 인종차별적인 작품이라는 평이 나오게 된 것이다. 즉, 해당작품을 영국으로 친다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다루는 작품을 만들때 영국인이라면서 마호메트, 이반, 안토니오, 가르시아, 하산으로 이름을 짓고 옷도 러시아풍이나 중동풍 옷을 입힌 꼴이다(...) 인도인들이 불괘하는것이 당연한것이었다. 차라리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인도인이라 볼법한 이름으로 지었으면 이런평도 안나왔을것이다. 독립 이후 헌책이라도 찾아봐야 할 정도로 무시당했다.
결국 당시에는 인기를 얻긴 했지만 인종차별 논란 속에 묻혔다가[4] 2000년대 와서 재출판(일본에선 2005년에 오랜만에 재출판)되면서 좀 알려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줄곧 아동용 세계문학 서적에 자주 소개됐던 동화다.(원문보기)
3. 내용
아빠 잠보, 엄마 맘보, 아들 삼보가 사는 가정이 있었다. 어느 날 삼보의 부모가 시장에 가서 빨간 셔츠, 파란 바지, 녹색 우산, 보라색 장화를 사가지고 오셨다. 그래서 삼보가 빨간 셔츠와 파란 바지를 입고, 보라색 장화를 신고, 녹색 우산을 쓰고 나들이를 나갔는데 가는 길목마다 호랑이가 '너 가진 거 하나 내놔' 해서 결국 새로 산 물건들을 몽땅 빼앗기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울상이 된 채로 도망갔다.[5]그러다가 네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만나서 싸우다가[6] 야자나무 아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뺑뺑 돌면서 쫓아가다가 자기들이 삼보에게서 빼앗은 물건들이 떨어졌고 이 틈을 타서 삼보는 빼앗긴 물건들을 되찾았다. 이 때 호랑이들은 너무 빠르게 빙빙 돈 탓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버터로 원자 분해가 되었다.[7]
그 뒤 부모님을 불러와서 버터를 담아와 빵에 발라 잔뜩 먹었고[8][9] 몸이 허약했던 삼보는 세월이 흘러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다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현대 시대의 먹방과 유사한 형태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 부분을 위주로 스토리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4. 서브컬쳐에서
일본에서는 유명한 동화라 일본쪽 서브컬쳐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에 관해서 버터가 된다든가 하는 식의 언급이 나오면 이 동화의 내용에서 유래한 것이다.- 단간론파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벌칙이 있다. 버터가 나올 때의 BGM은 유쾌하지만 벌칙을 당한 시체가 형체조차 남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 으랏차차 짠돌이네의 서유기 패러디 에피
손오공이 된 짠돌이와 요괴 뚱녀, 마을통장님이 분신술을 써서 빙글빙글 돌다가 크고 먹음직스러운 버터가 되어 팬케이크로 파티를 했다는 결말을 맺었다.
- 토리코X원피스 콜라보네이션
쵸파의 병을 고칠 식재료 중에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듯한 식재료 토라반장(한국명 '호반장')이라는 호랑이가 나오는데, 특정 나무의 줄기를 축으로 삼아서 마구 돌다 일정 속도를 초과하면 두반장으로 원자분해된다. 작중에서는 우솝이 이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나무 위로 도망친 뒤 두반장으로 원자 분해되는 것을 목격하였고, 코코가 이 호랑이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준다.
- 프린세스 메이커 5
무용 레벨이 어느 정도 높을 때 변경의 삼림에서 호랑이를 만나 춤을 추면 호랑이가 따라서 빙빙 돌다가 버터가 되어버린다. 호랑이 버터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면 큐브가 버터 냄새를 맡고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자고 꼬셔서 핫케이크 60장을 나눠 먹게 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또 바뀌면 어떤게 좋은지 모르니까 그대로가 좋아.""얼마만큼 나를 좋아해?" 하고 미도리는 물었다."온세계 정글 속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돼버릴 만큼 너를 좋아해." 하고 내가 말했다.
- 한국에서도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이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꼬마 삼보 이야기'라는 연극을 내보낸 적이 있다.
[1] 동화책이 집필된 당시에는 Black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색깔(色) 뿐만이 아니라 흑인의 피부색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Black 이라는 말이 흑인에 대한 멸칭이었고, 오히려 현재엔 욕이 되어 버린 Negro라는 말이 흑인을 지칭하는 공적인 단어로 많이 쓰이는 시대였다. 다만 블랙이든 니그로든 뜻은 검은색으로 같다.[2] 게다가 이 이름도 흑인 차별 용어다. 삼보는 말 잘 듣는 흑인 노예 비하어에 가까울 정도.[3] 아들 이름이 삼보라 면 어머니이름은 맘보 그리고 아버지 이름은 짬보라는 설정이 있다.[4] 일본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1950~2006)가 미식견문록이란 책에서(한국에서도 번역되었으며 137페이지에 언급되어 있다.) 이 동화를 인종차별 논란으로 사라졌다고 쓴 바 있다.[5] 다른 판본에선 호랑이가 삼보를 잡아먹으려 하였지만 삼보가 옷을 입으니 멋쟁이네, 왕관을 쓰니(사실은 신발을 귀에다 얹은 것) 과연 밀림의 왕 답네, 라는 아부를 떨고 물건을 내놓는다.[6] 정황상, 자기가 가장 멋진 호랑이라고 말다툼을 벌이다가 말다툼이 점점 커지면서 싸움이 된 거다.[7] 번역된 판본에 따라 꿀이 되는 버전도 있다.[8] 판본에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아빠가 호랑이들이 녹은 버터를 발견해 가져와 팬케이크로 만들어 먹는 경우도 있다.[9] 삼보의 엄마는 27개, 아빠는 55개를 먹었고, 삼보는 무려 196개를 먹었다는 설정도 있다. 그때, 팬케이크를 196개나 먹어서 배가 부풀어 오른 삼보를 본 부모가 "삼보가 아니라 먹보로구나." 라고 말하며 삼보를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