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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16-11-26 09:02:59

한글/오해

1. 명칭 혼란
1.1. 한글이 곧 한국어다?1.2. 훈민정음은 한글과 다른 것이다?
2. 문자의 역사 관련 오해
2.1. 제작자와 제작시기가 명시된 유일한 글자다?
3. 한글우월주의
3.1.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과학적인 문자?3.2. 한글로 이 세상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3.3. 한글은 배우기 쉽다?3.4. 한글 덕분에 문맹률이 낮다?

1. 명칭 혼란

1.1. 한글이 곧 한국어다?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 한국인들은 한글과 한국어를 자주 헷갈린다는 점이다. '영어와 한글'이라든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시기 전에 우리 민족은 중국어로 말했었나요?"[1]라든지, "이 노래 가사를 한글로 번역해 주세요."라든지. 유행어나 줄임말을 듣고 "세종대왕님이 참 좋아하시겠다"[2]라고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착각이 난무한다. 나무위키도 예외가 아니라서 이 문단에서 그러한 착각을 기반으로 한 각주가 생긴 적도 있을 정도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암 걸릴 재미있을 것이다.

이것은 언어의 사용에서 문자가 차지하는 무게가 그 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문자인 한자의 비중이 큰 중국어에서도 중국를 中이라고 한다든가[3], 베트남에서는 반대로 언어 이름(國語; Quốc Ngữ)으로 문자를 부른다든가 하는 예시가 있으며, 독자적 문자로 유명한 아르메니아조지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적어도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하는 자신들만의 문자가 있는 경우에 언어와 문자는 서로 뗄 수 없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게 이해되는 것. 그러니까, 각종 도서, 게임 등등의 매체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은 한글판(한글패치)이 아니라 한국어판(한국어패치)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한글화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긴 하지만, 이 역시 올바른 표현이라고 보긴 어렵다.(한국어화가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화"라는 명칭이 굳어진 이유는 해당 문서 참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로마자(문자)과 영어(언어), 한자(문자)와 중국어(언어), 가나(문자)와 일본어(언어)등의 관계를 보면 된다. 혹은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 'hello'는 영어를 로마자로 쓴 거, '헬로'는 영어를 한글로 쓴 거, '안녕'은 한국어를 한글로 쓴 거, 'annyeong'은 한국어를 로마자로 쓴 것이다.

이 문단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점과 같은 개념으로, 가령 '남대문'을 Namdaemun이라 표기하는 것을 영어식 표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역시 틀린 표현으로, 로마자 표기라고 불러야 맞다. '영어식 표기'란 남대문을 South Big Gate 같은 식으로 표기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면 된다.

흥미롭게도 일본에는 한국어를 '한글 어'로 표기하는 예시가 많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NHK의 한국어 강좌는 '한국어 강좌'도 '조선어 강좌'도 아닌 '한글 강좌'다.[4] '한글어'는 명백하게 잘못 쓴 단어다. 이렇게 쓰면 일본 내에서도 '한글어 같은 건 없다'고 놀림감이 된다. 이는 '한국어'라고 표기할 경우 북한 계열의 단체(대표적으로 조총련)에서 '조선어'로 표기하라는 항의가 들어오고, '조선어'라고 표기할 경우 반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제3의 대안을 찾은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문화어에서는 '한글'이 아니라 '조선글'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한글어'라는 명칭도 엄밀히 봐서는 중립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혹은 '한국어'와 '조선어' 양자를 절충해서 '조선한국어'라고 하거나, 영어에서 따온 '코리아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NHK의 국제 단파 방송 NHK Radio Japan의 한국어 방송은 공식적으로 '코리안 서비스'라고 칭한다. 한편 VOA 미국의 소리나 RFA 자유 아시아방송 등 자유세계의 방송들은 '한국어'라고 부르는 반면, CRI 중국국제방송이나 VOR 러시아의 소리[5] 등 공산권이거나 공산권이었던 지역에서는 '조선어'라고 칭한다. 다만 인민일보에서는 대한민국 표준어판에선 '한국어', 중국조선어판에서는 '조선어'라고 칭한다. 물론 요즘 일본에는 그냥 한국어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1.2. 훈민정음은 한글과 다른 것이다?

문맥에 따라 다르다.
몇몇은 '훈민정음은 세종이 만든 것이고 한글은 주시경 등 한글 학자가 정립한 것이다. 서로 다르다.'라고 주장한다.

먼저 용어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자. '한글'은 현대한글, 즉 한글 맞춤법에서 쓰이는 자모를 말한다. '훈민정음'은 옛 한글을 포함한 모든 한글 자모를 말한다. 한글이라고도 한다. 정립이란 정하여 세운다는 뜻이다. 여기서 정함의 대상은 계획 등 앞으로의 것을 말한다.

주시경 등 한글 학자가 정립한 것은 한글 자체가 아니라 띄어쓰기, 분철법, 아래아 폐지 등 한글 맞춤법이다. 맞춤법이란 어떠한 언어를 문자로 옮기는 것에 대해 규정한 규칙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언어에 맞춰 문자의 사용법을 정립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한글 자체를 정립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디자인적인 면에 있어서도 훈민정음과 현대 한글은 같다 .

어떤 몇몇은 고어(古語) 사진을 들고와 '훈민정음으로 쓴 글은 우리가 해석할 수 없다, 따라서 훈민정음과 한글은 다르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문자로 쓴 '언어'와 문자를 혼동한 결과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현대 국어 시대에 사는 우리가 고어를 해석하기는 힘들다. 또한 이는 언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훈민정음과 한글이 다르다는 근거로 쓸 수 없다. 쉽게 말해 영어를 일절 알지 못 하는 사람에게 한글로 '아이 엠 어 보이'라고 쓴 뒤 해석하라고 시키고, 해석하지 못하니 이건 한글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요약하자면 현대 맞춤법과 맞춤법의 현대 한글은 주시경 등이 정립한 게 맞다. 다만 이는 언어적인 측면이며 문자 자체를 정립한 것이 아니다. 한글은 어디까지나 세종대왕이 정립한 문자체계이다.

하지만 '한글'이라는 이름은 주시경이 지은 것으로 '크다', '바르다', '하나'를 뜻하는 고유어 '한'에서 비롯되었다. 그 뜻은 큰 글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좋은 글, 온 겨레가 한결같이 써온 글, 글 가운데 바른 글(똑바른 가운데를 한가운데라 하듯이), 모난 데 없이 둥근 글(입 크기에 알맞게 찬 것을 한 입이라 하듯이)이란 여러 뜻을 한데 모은 것이라 하기도 한다. 훈민정음과 구별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2. 문자의 역사 관련 오해

2.1. 제작자와 제작시기가 명시된 유일한 글자다?

아니다.
전 세계에서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려진 문자는 한글밖에 없다는 생각이 국내에는 널리 퍼져 있으나, 이는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파스파 문자도 티벳 승려인 파스파(팍파)가 1268년에 티벳 문자를 본따 창제한 것이고, 태국 문자람캄행 대왕이 1283년에 창제하였으며, 인도 동부의 산탈리어올치키 문자는 Pandit Raghunath Murmu가 1925년에 제작하였고, 이눅티투트의 음절 문자는 선교사 제임스 에반스가 1840년에 창작한 문자인 등 찾아보면 적지 않다. 그리고 점자도 있고. 키릴 문자도 창제자와 그 동기가 뚜렷한 문자다. 키릴과 메포지라는 두 형제 선교사가 슬라브 지역에 기독교를 선교하기 위해서 만든 문자다. 이러한 이유로 동방 정교회에선 키릴과 메포지를 위대한 성인으로 모신다. 저 추운 곳의 이눅티투트와 더운 곳의 응코 문자도 있다. 가운데쯤의 체로키 문자도.

이외에는 위키백과 한국어판문자를 발명한 사람 목록이나 영어판List of inventors of writing systems을 참조. 물론 개중에는 라틴 문자의 단순 변용이나 속기를 위한 변용인 경우, 혹은 단순한 시도에만 그치고 널리 퍼지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지만...

물론 이중에서 문자의 창제원리가 문서화되어 남아있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 외에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Pandit Raghunath Murmu 역시 자신이 창제한 문자를 직접 이용해 Ol-chemed나 Parsi-Poha 등의 입문용 저서를 쓰기도 했는데 이 저서들이 창제 원리 역시 소개하고 있는지는 불명. 단, 올치키 문자의 제자원리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사실로 보았을 때[6] 아마 올치키 문자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제자원리가 문자화되어있을 개연성이 크다.

3. 한글우월주의

3.1.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과학적인 문자?

주관적이다. 과학적인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로 판단하는 언어학자들이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글이 창제된 것은 1400년대의 일로, 현대에서 많은 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문자들 중에서 가장 젊은 나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전에 만들어진 문자이며, 짧은 시간 안에 국왕, 왕자, 공주,[7], 젊은 신하들이 조직적으로 연구하여 만들어진 체계적인 문자라는 부분이 여러 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이 밖에도 한글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 알게 모르게 상당히 퍼져 있으니 판별하며 수용하자. 심지어 교과서에도 있다고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과학 잡지 디스커버리 1994년 6월호에서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the world's most rational alphabet)'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8] 다만 다이아몬드가 언어학을 취미로만 공부했다는 사실은 감안해야 할 부분. 시카고 대학교의 지금은 작고한 제임스 맥컬리 교수도 한글을 찬양했다고 한다. 한국인들도 별로 신경 안 쓰는 한글날을 매년 학생들과 기렸다고. 특정한 문자 체계에 대한 일부 언어학자들의 긍정적인 관심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 영국의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자신이 쓴 'Alpha Beta'(번역서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남경태 옮김)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라고 평했다. 교착어고립어 말고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함정. 그리고 영국의 언어학자인 제프리 샘슨도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또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폴리네시아 언어문학연구소(Institute of Polynesian Language and Literature) 소장 스티브 로저 피셔는 자신의 저서인 'A History of Writing'(번역서 <문자의 역사>(박수철 역)에서 "한글은 알파벳보다 우월하다. 한글의 문자 체계는 세계 유일하다. 개량이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의한 의도적인 발명의 산물이다. 한글은 다른 모든 문자로부터 독립적이고, 완전하다"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종대왕상이나 훈민정음 기록 문화유산 등재 등의 사례로 인하여 마치 유네스코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임'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유네스코의 세종대왕상의 정식 명칭은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으로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비용 부담과 전제 왕권의 군주가 직접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창제했다는 점에서 정해진 이름이다. 또한 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지 훈민정음 자체가 아니다. 문자를 만든 뒤 새 문자에 대한 해설서를 만들어 문자의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것은 세계사에 유례가 드문 일이었고 그 이론의 논리 정연함도 세계 언어학자들이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에 기록 자체의 가치가 인정받은 것이다. 만약 알파벳이나 가나도 해례본이 존재했다면 같이 등재되었을 것이고 아니면 그렇게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의 가치가 오직 해례본이 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보는 것 또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니 조심하자. 한글에 해례본이 없었거나 또는 알파벳에 해례본이 있다고 쳐도 우리들의 얘기와 언어학자들의 관심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유네스코는 모든 말과 글이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소중한 인류 유산이라 여기고 특정 문자나 언어 자체를 세계유산, 기록유산, 공용어, 무형유산으로 지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유네스코가 공식적으로 '한글은 이제부터 우리가 인정하는 세계 공용문자다.'라고 공표한 것은 아니니 거기에 집착하지는 말자.

다른 모든 문자가 그렇듯 한글도 장단점이 있고, 과학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비과학적인 부분도 있다. 한글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글자의 모양이 사람의 입 모양에 대응하는 점. ㄱ-ㅋ, ㅈ-ㅊ, ㄷ-ㅌ, 그리고 ㄱ-ㄲ, ㄷ-ㄸ, ㅅ-ㅆ 등의 직관적인 관계, 음절이 글자와 일대일 대응하는 점 등을 그 우수성으로 꼽는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의 관점에서는 다른 모든 언어들처럼 한글도 잘 이해되지 않는 비직관적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초성의 'ㅇ'은 아무 소리도 없다는 뜻이지만, 받침의 'ㅇ'은 분명히 어떤 소리를 지칭한다. 이는 초성의 'ㅇ'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 발음이 가장 기본적인 발음(?) 같은 것이라 생각할 특별한 근거도 없다. 뭐 '종성의 빈자리는 비워도 되지만 초성의 빈자리는 채워둔다.'라는 규칙으로 이해하면 그럭저럭 납득은 되나 왜 굳이 이런 차이가 있는지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9]

또한 한글이 발음과 표기가 일대일 대응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해. 한글도 다른 문자 만큼이나 글자와 발음이 일대일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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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얼마나 되나 살펴보자. 우리야 원어민이니 '저렇게 읽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다른 모든 언어들이 마찬가지이고, 제3자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10] 자음이 쌍자음이 되거나 받침이 탈락하거나 하는 건 약과고, 쓰는 것과 읽는 것이 완전히 따로 노는 사례도 얼마든지 많다. 다만 원어민인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뿐. '~의'라고 쓰고 [~에]라고 읽는다거나, '네'라고 쓰고 [니]라고 읽는다거나 등등. 쌍받침 또한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드는 요소. 분명히 받침은 두 개인데 소리는 둘 중 하나만 발음하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방식으로 다른 글자에 관여한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이 쌍받침이 작용하는 규칙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초성에 쓰일 때는 특정한 나타내던 기호들이 받침에 와서는 전혀 다른 발음으로 바뀌고, 거기에 꽤 여러 받침들이 같은 발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절대 받침의 'ㅋ', 'ㅎ', 'ㄷ' 등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한글은 역사적 관점에서 주목받는 글자이고 여러 독특하고 우수한 면들이 있지만, 다른 글자들과 같이 장점과 단점이 있는 문자이다. 다른 문자보다 '과학적'이라기보다는 '기능주의'나 '간결함' 정도로 표현하는 편이 낫다. 당장 길거리에 있는 외국인들 잡아서 어느 문자가 가장 우수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자국의 문자가 우수하다고 답할 것이다. 애초에 문자엔 우열이 없는데다, 이러한 곳에 우열을 가리다가 이렇게 된 사례도 있으니 확실히 조심해야 할 부분.

3.2. 한글로 이 세상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아니다.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과도한 나머지 국내에서는 간혹 '한글로 이 세상의 모든 발음(혹은 거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형태의 민족주의에 가깝다. 중국어 음역자나 일본어 가나보다 영어 발음을 비교적 더 가깝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장된 것이다.

3.3. 한글은 배우기 쉽다?

주관적이다.
Visible Speech를 보고 판단하자. 한글과 가장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자질문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Visible speech의 난이도 + 모아쓰기로 인한 난이도 상향 =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글의 난이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글은 다른 문자에 비해 배우기가 쉬우며 외국인들도 단시간 안에 간단한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요지의 생각 역시 널리 퍼져 있는데, 실제로 2~3시간만에 마스터하는 외국인이 있으며어디까지나 한글을 마스터했다는 거지 한국어를 마스터한게 아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따로 한글을 가르치지 않고 동화책만 읽어주어도 아이가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동화책에 적힌 형상을 연결시켜 저절로 한글을 깨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걸 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표음문자 자체가 그렇게 배우기가 어려운 경우는 드물다.[11] 키릴 문자그리스 문자, 아랍 문자같은 경우도 집중해서 배우면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깨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모를 풀어쓰는 세계의 대부분의 문자와는 달리 초성/중성/종성으로 글자 하나하나를 이루는 독특한 체계에다가, 종성의 발음이 뒷 글자에 따라 바뀌는 등,[12][13] 한글은 다른 문자에 비해서 누구에게나 마냥 익히기 쉽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마 '한자에 비해서 익히기 쉬운 글자'라는 개념이 잘못 알려지면서 '다른 문자에 비해서 익히기 쉬운 글자'로 여겨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상술하였듯 글자 모양 자체가 간단하고 디자인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노마 히데키 교수가 지적하였듯이 이러한 구성은 한글을 실제로 읽고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각 글자간의 관계가 비교적 규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 음성학적으로 비슷한 소리끼리 비슷한 형상으로 묶여있기에(양순음 ㅁ, ㅂ, ㅍ 등) 학습의 용이성 역시 존재한다. 다만 유사한 소리들이 유사한 형태를 띠는 것이 한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면 ㅁ, ㅂ, ㅍ에 해당되는 태국 문자 자음은 각각 บ ม ป로, 그 형태가 비슷하다. 그러나 음성학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 와 닿지 않는다면 비슷한 글자가 많은 게 오히려 처음에는 더 헷갈릴 수도 있다. 아랍 문자에서 ﺏ ﺕ ﺙ(오른쪽부터 바, 타, 사)는 점 말고는 차이가 없지만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바, 타, 사 발음의 공통점이 와 닿지 않아서 외우기 힘들다.

일반적인 다른 문자들이 상형 문자가 단순화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각각의 발음과 모양에 전혀 연관성이 없어 닥치고 그냥 외워야 하는 것과는 달리 혀와 이, 입술 등의 조음 기관을 본 따서 만든 한글이 분명 외국인이 보아도 납득하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한글의 상형성에 관해서는 앞서 파스파 문자 영향 론에서 소개했듯이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일단 당대 출간된 공식 설명서인 해례본은 조음 기관을 상징화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실제로 언어학자 알렉산더 멜빌 벨이 발음을 직접 들으면서 문자를 배울 수 없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한 Visible Speech(보이는 음성)라는 문자도 한글처럼 조음 기관의 모양을 본 따 만들어진 문자였다.

한편, 묵음이 없고 글자와 발음이 정확하게 1:1 대응이 되기 때문에 배우기 쉽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이것은 한글의 특징이라기보다는 한국어 정서법과 관련된 문제이다. 정서법에 따라 같은 알파벳을 쓰더라도 글자와 발음이 정확하게 대응되는 언어(주로 북 유럽 권)도 있으며, 영어처럼 철자와 발음이 따로 노는 언어도 있다. 한국어는 20세기에 표기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그런 문제가 적으나, ㅐ와 ㅔ의 구분이나 ㅚ/ㅞ/ㅙ/가 거의 발음이 같아졌음에도 표기가 다른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사실, 한국어의 표기법은 '소리대로 적되 형태를 살려서 적는다'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적는 그대로 읽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무튼 발음/글자 문제는 사용 언어의 문제이니 여기서는 깊게 다룰 필요가 없다.

물론 앞서 밝혔듯이 한글을 배우는 것과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별개이므로 혼동하진 말자. 미국 국무부 외국어 서비스 센터(FSI)는 한국어를 초고난도 언어로 분류했다고 했다. 물론 이는 영어 원어민들 입장에서 상정된 난이도이기 때문에 한국어가 절대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란 뜻은 아니다. 애초에 같은 시대에 존재하는 언어 중 절대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란 개념은 허구이다. 비슷하게 분류된 다른 언어들(중국어, 일본어, 아랍어)에 한국인이 배우기 가장 쉬운 언어 1,2위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4. 한글 덕분에 문맹률이 낮다?

근거없다.
현대 한국의 문해율은 99%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문해율과 문자체계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의 문해율이 높다는 것은 한국의 교육 제도가 매우 뛰어남을 의미한다. 여기서 입시위주 교육을 들면서 어딜 봐서 한국의 교육 제도가 뛰어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의미는 교육 자체의 질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에 대한 것이다. 의무 교육 제도로 누구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문해율이 높은 것은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이나 대만을 비롯한 국가들도 마찬가지인데 이것 역시 교육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해율은 국민의 의무교육 접근율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문자 그 자체의 속성에 의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45년 광복 당시 한국의 문맹률은 77.8%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1940년대 후반-50년대의 대대적인 문맹퇴치 작업과 초등교육 의무화를 거쳐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그러한데도 70대의 비문해율은 20.2%에 달한다.#

교육과정을 볼 때 한국은 유치원생때 한글 기본을 깨치고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건 다른 나라에서도 얼추 비슷하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대략 3학년까지만 병음과 한자를 혼용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한자를 직접 읽는다. 일본에서 초등학교 내내 한자를 배워야 하긴 하지만 이건 일본의 다양한 한자 읽기와 비교적 느린 진도[14]가 원인이다.

다만 위의 비교는 정규 교육과정에 따른 것일 뿐, 실제 현실에서 한국 어린이들의 한글 습득연령은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빠른 편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유아단계에서부터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통례다. 엄마들이 이용하는 유아교육 관련 카페나 상담사례 등을 보면 약 24개월 정도면 대부분 부모들이 한글 읽기를 가르치기 시작함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5살이 되면 약 80%가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15] 마찬가지로 이러한 조기 문교육도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3살쯤부터 문자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부모가 많다. 애초에 아이들이 잘만 배우면 그만이고, 갓 문자를 떼기 시작한 아이 시점에선 자질문자든 음절문자든 다 거기서 거기(...)다.

[1] 그런데 이건 조금만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이 무엇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는지 잘 생각해 보면 명확하다. 그리고 훈민정음에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 즉 우리말이 중국어와 다르다고 써있지 않던가?[2] 세종대왕이 현대의 유행어나 줄임말을 보고 기분 상하실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다. 한글이 바로 언중의 말을 표현하기 위해서 만든 문자이기 때문이고, 여기엔 당연히 현대의 유행어나 줄임말도 포함된다. '주시경 선생님이 참 좋아하시겠다'도 마찬가지로,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한글을 정리하신 분이 언어의 변화를 모르고 계셨을 리 없다.[3] 이는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한글은 소리글자이고 중문, 즉 한문은 뜻글자이기 때문이다.애초에 중문(中文)이라는 단어 자체에 중국글자라는 뜻이 아닌 중국어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이며, 글자만을 가리킬 때는 中文이 아니라 漢字이다. 中国語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나온 말이며,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다. 漢語라는 말도 있는데, 중국에서 쓰는 말이지 대만에서는 쓰지 않는다. 華語라는 말도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말이나 영어를 함께 공용어로 하는 싱가포르에서 쓰는 말이니, 대만에서는 '말'의 개념으로 國語라고 하는 편이 좋다.[4] 어느 방송인지 2015년 10월 한국어 강좌 프로그램에 씨앤블루가 나와서 "나도 이제 한글로 말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나라에서 좀 더 신경써서 바로잡아줘야 할 듯.[5] 현재는 없어졌다. 그리고 없어지기 직전에는 북한 쪽 인력이 빠지면서 모조리 '한국'이라고 바뀌었다. 이는 현재 스푸트니크 통신 역시 마찬가지.[6] 글자의 이름에 대응하는 형상들을 추상화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7] 당시 왕세자였던 문종수양대군, 안평대군, 정의공주 등이 아버지 세종대왕을 도왔다.[8] "The king's 28 letters have been described by scholars as "the world's best alphabet" and "the most scientific system of writing." They are an ultrarational system devised from scratch to incorporate three unique features."[9] 사실 현대 한국어의 종성 ㅇ의 음가를 가진 가 초성에서 쓰이지 않게 되면서 빈 소리를 나타내던 ㅇ과 구분할 필요가 없어져서 더 단순한 ㅇ과 합쳐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10] 다만 이건 표의주의냐, 표음주의냐에 따라 정해진 것이긴 하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으니 꼭 표음주의로, 즉 발음나는대로만 적힌다고 해서 한글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복잡한 건 사실.[11] 다만 태국문자, 크메르 문자(캄보디아)처럼 배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12] 이것은 한글의 자체 특성이라기보다 한국어의 특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현재 한글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배우는 문자인데 외국인 입장에서 그런 구분이 유의미할까?.[13] 모음을 자음 주로 아래 공간/왼쪽 공간에 배치하고 모음의 형태도 직선/점 형태를 사용하며(다만 평소에는 모음 글자를 생략하고 사용한다.) 한글의 'ㅇ'과 비슷하게 '알레프aleph, 아윈ayin' 등의 묵음 글자가 존재하는 히브리 문자를 통해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이스라엘인, 이디시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등은 한글의 모음 형태나 'ㅇ'이라는 묵음 글자의 존재 등이 조금 익숙해 보일 수는 있다. 다만 종성개념은 히브리 문자에도 없는 개념이라 새로 익혀야 하는 것은 똑같다.[14] 일본 초등학교 6년간 교육한자 1006자를, 나머지 1130자는 중학교 이후에 배운다. 반면 중국은 초등학교에서 3000여자를 끝낸다. 앞서 말한 다양한 한자 읽기가 있는걸 감안해도 일본 쪽이 널널한건 사실.[15] 한국아동학회가 펴낸 <2001년 아동발달백서>를 보면, 만 1살 때 글 읽기를 가르치는 비율이 27.3%고, 쓰기는 11.4%로 나타났다. 글 읽기는 5살 정도가 되면 84.0%가, 글쓰기는 3살이 되면 52.7%가 각각 가르쳤다. 이렇게 한글 깨치기 조기교육을 하다 보니 3살 아이의 24.3%, 4살은 44.0%, 5살은 76.0%가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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