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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2 23:29:22

한국말로 무조건 말하라니 한심하군


1. 원문2. 설명3. 패러디4. 관련 문서

1. 원문

Gentlemen, Welcome. We are honored to have you among us. We are building a fighting force of extra-ordinary magnitude. We forge our spirits in the tradition of our ancestors. You have our gratitude.
(여러분, 환영하오.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구려. 우리는 비범한 규모의 전투부대를 만드는 중이오. 우리 선조들의 전통 아래 우리의 정신을 단련한단 말이지.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오.)

(갑자기 한국말로 급전환 - 0:06부터)
포도 좀 주게!
(옆의 하녀가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며 포도 그릇을 바친다. 남자가 포도송이를 하나 집어들더니 일장연설을 시작한다)

한국말로 무조건 말하라니 한심하군. 우리 한국 사람이 들으면 정신 나갔다고 말할 게 아니야. 아무튼 하라니 할 수밖에. 결과는 어떻든 간에 말이야. 이런, 미국에서 영화 생활헐레니[1] 한심하군 그래. 한심한, 저... 처지가 한두 번이 아니야. 아무튼 한국 팬들에겐 실례가 되겠습니다. 한국말로 무조건 말하라니 한심하군. 아무튼 하라니 할 수밖에. 결과는 어떻든 간에 말이야.

Now bring me the prisoners.
(이제 죄수를 대령해라.)

풀버전(7분부터)

2. 설명

Kentucky Fried Movie(1977)》라는 패러디 코미디 영화에서 《용쟁호투》를 패러디한 부분의 한 장면. 《Kentucky Fried Movie(1977)》는 몇몇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Fistful of yen(화 한 줌)》이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A Fistful of Dollars》를 패러디한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이 대사를 읊은 배우는 합기도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한봉수인데, 대충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기 위했기 때문인지 감독한국어로 아무거나 말해 보라고 주문하자 정말로 아무거나 말하면서 신세를 한탄한 것이다. 영상에는 없지만 나중에 "홍초, 밍초, 김치, 짜장면, 차오몐, 무슈 포크[2]" 운운하며 외치는 등 한국계 배우와 한국어가 은근히 많이 나오는 영화다. 참고로 여기서 언급된 단어들은 전부 이 작품에서 나오는 단역 이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사람 이름처럼 들리는 말을 늘어놓다가 점점 이상해지더니 마지막에 가서야 미국인에게 익숙한 미국식 중화 요리 이름들이 마구 나오는 게 개그 포인트다. 정작 연설을 시작할 때는 한봉수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만 보여준다.

이 대사가 나오는 중에 주인공(위 영상 섬네일 속 남자)은 영어가 적힌 피켓을 드는데, 이 앞에 잡혀있는 히로인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로, 히로인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피켓에 적은 것. 한국말이 나오는 상황에 구해준다고 영어로 써 놨는데 이 피켓을 대놓고 들고 있는데도 아무도 못 알아차리는 것도 개그 포인트.

한국인들에게는 이 장면이 유명한데,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외국인들에겐 이 다음 장면이 더 유명하다. 우선 포로 한 명을 데려와서는 목을 치고 고문실로 보내라는 뭔가 앞뒤가 뒤바뀐 주문을 하는데, 그 다음에 끌려온 다른 백인 포로가 "Slanted Eyed Yellow Bastard(눈 째진 노랭이 새끼)"라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하며 반항한다. 그러자 바로 분개하며 "Take him to Detroit!(저 놈을 디트로이트로 보내라!)"라는 끔찍한 벌(?)을 내리고, 백인 포로는 방금 전의 당당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그것만은 안 된다고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끌려나간다. 디트로이트가 미국에서 유명한 몰락도시라는 점에서 북미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주제.[3] 이 장면은 Nostalgia Critic배트맨과 로빈 리뷰 영상에도 인용되었다. 여기서는 "저 놈에게 배트맨과 로빈을 보여줘라!".

마지막엔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가 되어 버린다.

3. 패러디

대체역사소설 사도세자는 편하게 살고 싶다에서 존 애덤스박지원과 함께 건륭제를 알현할 때, 박지원이 어차피 북경에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을테니 영어로 아무 말이나 하면 자기가 통역하는 척하며 알아서 말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존 애덤스는 "영어로 아무거나 말하라니 한심하군. 매사추세츠 사람들이 들었다면 정신 나갔다고 할 것 아니야."라며 이 밈처럼 진짜로 아무 말이나 한다. 나중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자 런던 브릿지, 험프티 덤프티 같은 노래 가사까지 중얼거린다.

4. 관련 문서


[1] 한봉수는 1930년대 인천 태생으로 당대에는 수도권 사투리 원어민이 많이 남아있었다.[2] 중화 요리 중 '무쉬러우(木須肉)'를 미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3] 이는 이미 1970년대부터 디트로이트가 막장도시 취급을 받아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영화 개봉 뒤 약 10년 뒤인 1987년에 나온 로보캅의 배경또한 바로 디트로이트다. 2010년대 이후 근래의 디트로이트가 얼마나 폐허도시인지 보고 싶으면 영화 그랜 토리노를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