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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6 05:22:11

필트다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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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트다운 인의 모조 화석

1. 개요2. 전개3. 뒤늦게 사기로 밝혀진 이유4. 결과5. 기타6. 관련 문서

1. 개요

영국 필트다운(Piltdown) 지방에서 1912, 1915년 발견된 현생 인류와 원시 인류의 연결점(미싱링크)이라고 간주되던 턱뼈 1개와 머리뼈 일부의 모조 화석으로, 인류학 역사상 최대의 사기다.

2. 전개

영국 서섹스주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찰스 도슨(Charles Dawson, 1864~1916)이 어느 날 필트다운 지방의 농장을 걷다가 한 돌무더기를 보았다. 얼마 후 다시 그 돌무더기를 파헤쳐 보았더니 일련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인간 머리뼈 화석이었는데 놀랍게도 턱은 유인원과 같고 뇌용적은 현생인류의 두개골과 비슷하여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원래 필트다운 지방은 1908년부터 1912년까지 고대 인류 화석이 자주 발견되던 장소였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화석은 곧 '필트다운 인(Piltdown Man)'이라는 이름을 얻어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한 중간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존재"라고 공표되었다. 필트다운 인 화석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몇몇 있었지만 무시됐고 학계에선 중요한 발견으로 인정했다.

파일:external/cms.kienthuc.net.vn/nhung-tro-lua-kinh-dien-nhat-the-gioi-hinh-8.jpg

당시 상황을 재현한 그림. 뒷쪽의 안경을 쓴 콧수염만 기른 이가 도슨이다.

그러다가 무려 41년이나 지난 1953년에 들어서야 인류학자 윌프리드 르 그로스 클락(Wilfrid Le Gros Clark), 케네스 오클리(Kenneth Oakley), 조셉 와이너(Joseph Weiner)가 "필트다운 인은 사기다"라는 학설을 발표했다. 조사해 보니 두개골/턱뼈/치아의 연도가 맞지 않는 데다 잘 보니까 중세 인류의 두개골에 오랑우탄의 턱뼈, 침팬지치아를 조합한 모조품이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1] 이후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필트다운 인 화석을 누가 만들었는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수많은 용의자 중에는 코난 도일도 있었다. 최초 발견자 찰스 도슨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도슨은 1916년에 사망해서 수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끝내 진범은 밝혀지지 않았다.[2]

2016년 여러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기법을 사용하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연구자들은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해당 논문

3. 뒤늦게 사기로 밝혀진 이유

이렇게 오랫동안 사기임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4. 결과

40년 동안이나 사람들을 속여먹은 필트다운 인은 이렇게 사장되었고 그 탓에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진화론이 의심받게 되었다. 실제로 이 필트다운 인 사건을 예로 들면서 흔적과 화석들이 수백만 점이나 되는 아르카이옵테릭스네안데르탈인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못 믿겠다"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데 정작 필트다운 인이 사기라는 것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가 바로 불소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이었으므로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한편 필트다운 인 사건은 다른 의미에서 과학자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필트다운 인의 머리뼈는 현대인의 것을 사용했으므로 필트다운 인의 두뇌 크기는 당연하게도 현대인과 같았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당연히 진화가 진행될수록, 즉 "후대에 나타난 종일수록 두뇌 크기도 클 것"이란 선입견으로 필트다운 인의 두뇌 크기를 다음과 같이 간주했던 것이다.
침팬지 < 피테칸트로푸스 < 필트다운인 < 네안데르탈인 < 현대인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두뇌 크기는 현대인보다 크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잘못된 도식은 “진화는 선형적으로 일어난다”라는 선입견이 정확한 관찰을 방해한 좋은 사례였다.

5. 기타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에서도 이 사건이 잠시 언급된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다곤(Dagon)과 벽 속의 쥐에도 필트다운 인을 거론하는 장면이 나왔다. 러브크래프트가 살던 시절에는 필트다운 인이 정설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후 미국에서는 네브라스카인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거의 100년이 지난 시점에 일본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데…그리고 2000년에는 중국에서 아르카이오랍토르 위조 사건이 일어났다.

마이크 올드필드의 데뷔 앨범 Tubular Bells의 앨범 커버 뒷면을 보면 사용된 악기 목록 중 'Piltdown Man'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데 아마 본 항목과 관련된 것일지도. 이는 Part 2의 야수적인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애플컴퓨터가 개발한 최초의 파워 매킨토시 기종인 파워맥 6100의 개발 당시 코드네임이 PDM이었는데 이는 필트다운 인을 뜻하는 약어였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에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재조합 화석 포켓몬파치래곤, 파치르돈, 어래곤, 어치르돈이 나왔다.

진화론을 비방하고 창조설을 주장하는 자들이 자주 꺼내는 근거이기도 하다. '필트다운 인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지금의 진화론과 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게 요지.[5] 연구부정행위의 대가로 두고두고 지고 가야 할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6. 관련 문서



[1] 중세 인류의 두개골과 오랑우탄의 턱뼈는 일부러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고자 크로뮴으로 착색했고 현미경으로 확인해보니 침팬지의 치아는 줄칼로 갈아서 평평하게 잘라낸 흔적이 있었다.[2] 조작이 밝혀진 이후 "서섹스주 출신 어느 고생물학자가 도슨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짓"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고생물학자는 조작한 유골임이 빨리 드러나 도슨의 위신에 크게 손상되리라고 기대했지만 도리어 미싱링크를 찾아내었다고 존경받는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이 사실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선 "도슨의 성격상 조작을 했을 리가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해서 이런 소문이 나왔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3] 저들의 입장에선 아이러니하지만 현재 학계에서는 저들이 그렇게 미개하다고 여겼던 아프리카를 현생 인류의 시초로 보고 있다. 근데 나중에는 이게 그만큼 덜 진화한 거라는 인종차별에 쓰였다(...) 당연히 진화에 우열 그런 건 없다.[4] 이 시기 비슷한 추태가 남극 탐험에서도 있었다. 아문센 vs 스콧 항목 참고.[5] 다만 본문에 나왔듯이 이 사건을 파헤치고 수습한 자들도 진화론을 주장한 학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