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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17 00:55:24

피아노 소나타 5번(스크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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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연주.[1]]

1. 개요

피아노 소나타 5번 F#장조 Op.53는 스크랴빈의 번호 붙은 걸로는 다섯 번째 피아노 소나타로[2] 1907년에 작곡됐으며, 단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나타 이후 마지막 소나타인 10번까지 쭉 10분 정도 길이의 단악장 소나타가 작곡되었다. 4번까지는 확실히 드러났던 전통적인 기능화성을 이 곡인 5번부터는 거의 없애버리다시피 했는데, 실제로 중심조성이 F#장조라고 굳이 언급은 하나 일부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조성에 가깝고 앞으로 후기 소나타에서 등장하는 스크랴빈만의 신비주의 음악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하는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이다. 그의 후기 작품을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이고, 스크랴빈의 소나타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녹음되는 곡 중 하나이다.

2. 구조

조성은 무조성에 가깝지만, 형식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다.
저음부의 포르테의 강렬한 트릴로 곡이 시작하며, 트릴은 곧이어 짧은 글리산도 음형들로 쪼개져 순식간에 고음부로 올라가 사라진다. 이후 신비로운 도입부(Languido, 나른하게)가 등장하는데 이 도입부의 주제는 소나타 4번의 주제와도 비슷한 느낌을 주며, 곡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나타나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시부는 크게 두 섹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 섹션(Presto con allegrezza)[3]에선 리드미컬한 화음들로 이루어진 경쾌한 제1주제가 등장하고 잠시 F샤프장조의 조성감을 갖지만,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중간 클라이맥스에 이르며 조성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른손의 하행하는 단6도 음형과 양손의 불협화음 연타가 반복되는 경과구가 등장한다.
이후 경과구가 잦아들면서 곧바로 이어지는 두번째 섹션(Meno vivo)에선 제2주제가 등장하는데,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아 우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붕 뜬 듯한 느낌을 준다. 역시 희미하게 B플랫장조의 조성감을 갖는다. 이 제2주제는 별다른 발전 없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사라질 듯이 작아지다 전개부로 이어진다.
전개부는 특유의 부점 리듬으로 시작되며, 이어 처음의 쪼개진 상행 글리산도 음형이 다시 등장하고부터 도입부의 주제,제1주제,제2주제,경과구의 패시지들을 비롯한 이때까지 나왔던 모든 주제가 곳곳에서 등장하여 서로 대립하고, 때로는 대위적으로 융합되며 계속해서 고조되어 fff의 화음 연타까지 이른다.
재현부는 전개부의 화음 연타 직후 시작되며, B장조로 전조된 제1주제가 pp의 셈여림에도 불구하고 직전의 고조된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경과구까지 질주한다. 경과구 이후 등장하는 제2주제는 E플랫장조로 전조되어 있으며 제시부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반복되며 희미해져가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부점 리듬에 의해 조용한 분위기는 산산조각나고 급박하게 고조되어 마침내 굉장히 웅장하고 벅차오르는 황홀경의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직후 짧은 코다가 시작되며, 클라이맥스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곡을 끝낼 것만 같은 기세로 상행하던 음형이 순식간에 건반 끝까지 내려가 처음의 쪼개진 상행 글리산도를 재현하며 화려하고 강렬하게 곡을 끝맺는다.

3. 기타

이 곡은 스크랴빈이 교항곡 제4번, "법열의 시"를 완성하고, 출판하기 조금 전에 쓰여졌으며, 그 때문인지, 법열의 시의 초연에 사용할 자신의 자작시의 한 문단을 이 소나타에 곁들였다.
러시아어 원문:Я к жизни призываю вас, скрытые стремленья!
Вы, утонувшие в темных глубинах
Духа творящего, вы, боязливые
Жизни зародыши, вам дерзновенье приношу!
영어 번역문:I call you to life, O mysterious forces!
Drowned in the obscure depths
Of the creative spirit, timid
Shadows of life, to you I bring audacity!

거의 무조성에 가까운 곡임에도 불구하고 소나타 형식의 구조가 명확하고 신비화음 자체가 완전한 무조성은 아니기 때문에 듣기에는 좋은 곡이다. 하지만 난이도는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중 7, 8번과 함께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다. 테크닉으로 유명한 호로비츠조차 난이도가 어렵다고 언급했을 만큼 피아노 독주곡 중 아마도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Presto con allegrezza의 주제를 보자. 화음을 pp의 세기로, 그것도 1초에 6번씩 연주하며, 양손에 전부 15도에 가까운 도약들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실수하기 좋은 곡이며, 난이도도 아주 높은 곡이다. 스크랴빈의 후기 소나타를 연주하고 싶으면, 조금 쉬운 6번과 9번을 연습한 뒤 이 곡을 연주하자.

[1] 호로비츠의 연주와 함께 유명하다.[2] 번호가 붙지 않은 것와 미완성작까지 합치면 8번째[3] 빠르고 조금 이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