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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6-06 00:33:51

팔라디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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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ladion

1. 개요

이명은 팔라디움(palladium). 원래 그리스 신화로마 신화에서 종종 나오는, 한 도시의 안전을 지킨다는 낡은 상을 의미한다. 주로 트로이 전쟁에서 오디세우스디오메데스가 훔쳐가서 트로이 몰락에 일조하게 된(...) 아테나 목재 조각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2. 상세

트로이의 팔라디온의 경우 그 기원은 트로이의 시조였던 일로스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로스가 하늘에 기원을 바쳤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렸다고 한다. 다른 전승에 의하면 아테나 상의 모습으로 의인화되기 전까진 얼굴 없는 기둥같이 생겼다는 전승도 있다.[1]

그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뭐니뭐니해도 트로이 전쟁 시점이다. 헥토르파리스 사후에도 트로이는 좀처럼 그리스에게 함락되지 않아 둘 다 사실상 전투의 장기적 고착 상태에 빠져있었는데, 어느 날 그리스 측의 오디세우스가 성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던 트로이의 예언자 왕자 헬레노스[2]를 생포하는 쾌거를 거둔다.

그리스 측은 당연히 헬레노스에게 이때다 하고 트로이 성의 약점을 추궁하기 시작했고, 끝내 헬레노스는 그리스 인들에게 트로이 낙성의 요건들을 불어 버린다. 그 다섯 가지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이 팔라디온 상을 트로이 성 밖으로 빼내는 것.[3] 팔라디온 상이 트로이 성내에 있는 한 성은 함락당하지 않고, 만약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성도 함락당한다는 예언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스 측은 이를 믿고 오디세우스디오메데스를 트로이 성내로 잠입시킨다. 두 사람은 비밀 통로를 따라 팔라디온 상이 보관된 곳까지 가서 상을 훔쳐내 복귀하는 데 성공한다.

일설에 의하면 헬레네가 그들에게 팔라디온의 소재지를 알려줬다고 하고, 다른 설에 의하면 팔라디온을 훔치려다 결국 트로이인 몇 명(병사들과 아테나 신전의 사제)을 마주쳐 그들을 죽인 뒤 피범벅이 된 손으로 여신상을 들고 튀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팔라디온을 훔쳐낸 후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 사이에도 사건이 벌어졌다 한다. 오디세우스가 팔라디온을 훔쳐낸 공훈을 독점하기 위해 디오메데스를 죽이려고 시도했지만, 디오메데스가 이를 먼저 눈치채고 역으로 오디세우스를 제압해 무장 해제시키고 포박한 뒤 검신의 평평한 옆면으로 등을 후려치며 앞장세워 귀환했다고.[4] 여기서 위험을 감지하고 뒤를 돌아보는 디오메데스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 작품도 나왔고, 그리스 속어 중에 강제당해 행동을 하게 되는 걸 뜻하는 'Diomedes' necessity' 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많은 일설들이 있지만 확실한 건 어떤 일설에서든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팔라디온을 훔쳐낸 후 끝내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는 패배, 괴랄한 수준의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트로이 성도 결국 함락당했다는 것이다.[5]

전쟁 이후 팔라디온은 디오메데스가 가져갔다고 하는데, 이탈리아로 반입했다는 말도 있고[6] 도둑질의 인과응보인지 자기도 도둑맞았다는 전승도 있다. 혹은 로마의 시조라 전해지는 트로이의 생존한 왕족 아이네이아스가 진품 팔라디온을 챙겨 이탈리아로 가져갔다는 말도 있고, 이 경우엔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목숨 걸고 훔쳐온 건 결국 가짜라는 소리가 된다.

3. 기타

왜인지는 몰라도 은근 서브컬쳐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중 하나지만, 한국에서 정작 이 단어에 대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구글 검색을 해도 결과가 많이 안 나올 정도. 참고로 일본에선 주로 '파라디온' 이라고 불린다.

훔쳐간 팔라디온이 가짜건 진짜건 간에 이것을 훔쳐간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의 앞날은 영 밝지를 않았다. 오디세우스는 아주 피눈물 나는 온갖 개고생을 하며 10년 동안 구르고 구른 끝에 너덜너덜해져서 간신히 귀국했고, 디오메데스는 전쟁 중에 아프로디테의 원한을 사는 바람에 고국에 남아 있던 왕비가 코메테스라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귀국하자마자 아내와 내연남에게 암살당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긴 뒤 남이탈리아까지 도망쳐 새 나라를 세웠다.[7]

3.1. 대중매체에서 팔라디온



[1] 맨 위 참고 링크로 가면 팔라디온의 기원에 관한 더 여러가지 전승을 볼 수 있다.[2] 파리스가 죽은 뒤 누가 헬레네의 재혼 상대가 될지를 두고 형제인 데이포보스와 경쟁하다 패하고 삐져서 성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3] 나머지 4가지는 1) 펠롭스의 뼈를 트로이로 가져올 것, 2)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를 참전시킬 것, 3)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가져올 것, 4) 트로이 성문의 천장을 파괴할 것. 3번은 파리스를 죽인 것이 필록테테스가 갖고 있던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이라는 전승과 상충되고(혹은 이미 충족되어 있던 조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4번을 달성하기 위해 오디세우스가 고안한 것이 트로이 목마다.[4] 그래도 디오메데스가 대인배였던 건지, 이 일을 복수하려 했다는 언급은 딱히 없다.[5] 물론 상술했듯이 트로이를 함락하기 위해서는 팔라디온 상을 훔치는 것 말고도 몇 가지 조건이 더 필요했고 그 중 가장 어려운 '트로이 성문의 천장 파괴'를 위해 오디세우스가 고안한 방법이 트로이 목마 작전.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병사들을 숨기고, 트로이 성내에는 바람잡이들을 미리 잠입시켜 트로이인들이 목마를 자진해서 성 안으로 들이게 유도했다. 이 목마는 일부러 트로이 성문보다 더 크게 만들어서 트로이인들이 목마를 들여놓기 위해 자기들 손으로 성문 천장을 헐게 만들었다. 트로이인들 가운데 단 두 사람, 카산드라라오콘만이 목마의 실체를 알아챘으나,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저주로 인해 백발백중의 예언을 하면서도 누구도 그 예언을 믿어 주지 않는 처지였고 이번에도 역시 트로이인들은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았다. 라오콘은 목마의 실체를 얘기하며 성내로 들이지 말고 파괴할 것을 주장했으나, 당시 그리스 편을 들던 해신 포세이돈이 거대한 뱀을 보내 그를 죽여버리는 바람에 트로이인들은 겁을 집어먹고 목마를 파괴하니 마니 하는 생각을 싹 집어치워 버렸다.[6] 디오메데스는 일단 무사히 귀향하긴 했으나, 전쟁 중 아프로디테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저주를 받아서 바람이 난 아내에게 배신당해 죽을 뻔하고 이탈리아까지 도망쳤다고 한다.[7] 다만 아프로디테의 복수는 나중에 아테나가 나서서 말려준 덕에 디오메데스가 자기 나라에서 나가게 되는 선에서 끝나게 되었다. 아테나가 디오메데스를 많이 총애했기 때문에 아프로디테가 그를 아주 조져버리려고 하자 "나랑 척 지고 한바탕 할 것 아니면 그쯤 해 둬라" 하고 위협해서 그만두게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