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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1-25 09:24:42

토펫

Tophet 혹은 Topheth

1. 고대 유다 왕국에서 인신공양이 벌어지던 곳2. 고대 가나안계 종교의 성소
2.1. 인신공양이 실제로 벌어졌는가?2.2. 미디어에서

1. 고대 유다 왕국에서 인신공양이 벌어지던 곳

야훼 신앙을 저버리고 우상 숭배에 빠진 남유다 왕국의 왕들이 몰렉바알에게 인신공양으로 어린이들을 바치던 곳.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대체로 '불타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여긴다. 토펫은 예루살렘의 게힌놈(Gehinnom), 즉 '힌놈 골짜기'에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게헨나이다. 게힌놈을 그리스어로 음역한 단어가 게헨나.
임금(요시야)은 '벤 힌놈 골짜기'에 있는 토펫을 부정한 곳으로 만들어, 아무도 제 아들딸을 불 속으로 지나가게 하여 몰록에게 바치지 못하도록 하였다.

2열왕 23,10
그들은 '벤 힌놈 골짜기'에 토펫의 산당을 세우고 저희 아들딸들을 불에 살라 바쳤는데, 이는 내가 명령한 적도 없고 내 마음에 떠오른 적도 없는 일이다.

예레 7,31
전통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는 토펫이란 단어를 지옥의 은유로 사용되기도 했다.

2. 고대 가나안계 종교의 성소

유래는 1. 신전은 아니고, 어린이들을 불에 태운 뼈가 담긴 항아리를 묻은 곳이다. 담장으로 둘러친 공간 안에 몰렉이나 바알, 타니트를 상징하는 기호를 새긴 비석을 세우고 그 주위에 항아리를 묻는 식으로 조성했다.

파일:carthage_tophet.jpg
카르타고 시에 남은 토펫.

가장 유명한 것은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 서부로 이주해 가서 건설한 카르타고의 토펫이다. 카르타고의 세력이 미쳤던 북아프리카, 시칠리아, 사르데냐 등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카르타고 시에 있는 토펫이 가장 유명하다. 아무래도 중심도시다 보니 크기도 크고, 아래에서 설명할 이유로 보존도 잘 되었기 때문이다.

2.1. 인신공양이 실제로 벌어졌는가?

토펫은 오래 전부터 인신공양된 어린이들이 묻힌 곳이라고 알려졌다. 카르타고의 토펫이 잘 보존된 이유도 기원전 146년 제3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군 병사들이 저주를 받을까봐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후 로마 치하에서 재건될 때도 토펫만은 건드리지 않아서 2천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었다.

고대 로마인과 그리스인들이 남긴 기록의 내용이 하도 악랄해서 '카르타고인들은 이렇게 사악한 풍습을 유지하는 놈들이었으니 멸망당해도 싸다'는 로마의 프로파간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토펫을 두고 인신공양된 어린이들이 묻힌 곳이 아니라, 영아사망률이 높던 고대에 어려서 죽은 아이들이 묻힌 묘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설을 주장한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토펫 유적을 발굴하고 연구를 실시한 뒤로는 실제로 인신공양으로 죽은 어린이들을 묻은 장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항아리에서 동물의 뼈가 함께 나왔다는 점: 토펫에서 발견된 항아리에는 생후 반 년이 안 된 아이들의 뼈가 가장 많이 나왔지만, 양과 같은 짐승의 뼈도 함께 나왔다. 전세계의 어떤 무덤도 죽은 사람과 제물로 바치는 동물을 한 납골함에 담지 않는다.[1]

2. 발굴된 어린이의 뼈에서 질병의 흔적이 없다는 점: 고대에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주된 이유는 질병 때문이다. 그런데 발굴된 어린이들의 뼈에는 질병의 흔적이 없다. 만약 병사했다면 질병의 흔적이 어느 정도는 남기 마련인데, 발굴된 인골에는 하나같이 질병의 흔적이 없었다. 이는 토펫에 묻힌 어린이들이 질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죽었음을 암시한다.

만약 인신공양이 이뤄졌다면, 신에게 짐승을 제물로 바칠 때에도 병에 걸리지 않고 사지가 온전하며 살이 잘 오른 것을 고르듯, 같은 이치로 잘 먹고 깨끗하게 양육되었으며 건강한 이를 제물로 바쳤을 터이다. 온전치 않은 것이나 나쁜 것을 제물로 바침은 오히려 신을 우롱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토펫이 인신공양의 증거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온다. 상술하였듯 기록들이 페니키아와 적대하던 로마와 이스라엘인의 기록들은 존재하지만 정작 페니키아인들의 기록은 부재한데다, 고고학적인 발굴도 불에 태워진 유골은 인신공양이 아닌 화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관점이 극단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2010년 시카고 대학의 제프리 슈워츠 교수와 연구진이 유골 540점을 분석한 결과 뼈의 크기, 치아 발달, 치아의 신생아선 유무 등을 고려하면 유골의 38%는 유산되었거나 혹은 2~5개월 내에 사망한아이의 것으로 보인다며 인신공양의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인신공양이 아니라 요절한 아이들의 공동묘지일 수도 있다. 슈워츠 교수와 연구진은 또한 묘비와 토펫 등에 새겨진 문양이 몰렉이나 바알이 아니라 카르타고의 여신 타나트의 상징이란 점을 지적하고, 이는 대지모신 타나트의 은총으로 죽은 아이들이 저승에서 평안하기를 비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연구진은 이 연구가 연소로 인한 뼈의 수축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라는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파올로 셀라는 토펫의 유골수가 당시 유아 사망율에 비교하면 적고, 이들은 원래 제물이 되기로 결정되었으나 유산되었지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그럼에도 제물이 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2.2. 미디어에서

토탈 워: 로마 2에서 카르타고의 최종 테크 신전으로 등장한다. 아이콘에 묘사된 것은 타니트. # 실제로도 카르타고의 토펫에 가장 많이 새겨진 것이 바알과 타니트의 문양이니 적절한 고증. 페니키아인의 특성에 맞춰 전 지역의 해운 수입을 증가시켜 준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도 '토페'라는 이름을 달고 고고학 발견물로 등장한다. 아무래도 옛날 게임이다보니 당시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상황인데다가, 아무래도 게임 심의상 아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내용이 좀 그래서인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구체적인 조사 퀘스트는 이러하다. 토페가 인신공양의 산물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를 주장한 플루르타르코스가 제정로마 시절 사람이니 아무래도 기록이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실제 조사 결과 아이의 뼈가 다수 출토되긴 했지만, 동물의 뼈가 있으니 제물로 바쳐진 건 아이가 아니라 동물 쪽이지 아닐까 하면서 이견의 여지를 남긴 채로 종료한다. 흥미롭게도 아이의 뼈와 동물 뼈가 함께 출토되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을 보고 인게임 퀘스트와 실제 역사가들의 연구들은 서로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개발 당시 토펫에 대한 해석과 오늘날의 해석의 차이를 알 수 있다.


[1]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먹으라고 음식이나 동물을 같이 묻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묻힌 사람과 그 사람이 먹을 음식은 엄격하게 구분해서 묻는다. 즉 이 항아리에서 나온 어린이들과 동물 모두 제물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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