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대 명주 | ||
감홍로 | 이강고 | 죽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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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竹瀝膏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술 만드는 것을 배우고자 한다면 저는 숨기지 않고 가르쳐 주려고 해요.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문화이기 때문에, 문화는 내 자식 내 식솔만 알고 있으면 그건 기술이에요. 전 기술자가 아니거든요.
- 송명섭 명인, 2012. 10. 01. OBS '막걸리뎐'에서.
- 송명섭 명인, 2012. 10. 01. OBS '막걸리뎐'에서.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이강고, 감홍로와 함께 꼽은 조선 3대 명주로, 대나무 진액이 첨가되는 약소주의 하나. 주세법상 분류는 일반 증류주. 본래는 지역 전반에서 만들어지던 지역의 술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전후로 명맥이 끊겼다. 다행히 송명섭 명인이 외조부가 추려둔 비전을 가지고 있다가 이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48호,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읍시에서 소량 생산되는 술로, 중요 재료인 죽력[1]의 추출이 매우 어려워서 귀한 술이다. 죽력의 추출법은 바로 아래에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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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력의 추출법
죽력고를 들고 있는 송명섭 명인[2] |
죽력은 대나무의 진액으로, 대나무에서 나오는 3가지의 한약재(죽엽, 죽력, 죽여)[3]중 하나다. 대나무에 불을 쬐어서 추출하는데, 한약재로서의 추출법과는 꽤 다르지만 며칠에 걸쳐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만들어지는 재료이므로 대량생산이 매우 곤란하다. 다른 명주들에 비해 생산량이 적었는데도 조선 3대 명주에 당당히 꼽힐만큼 명불허전이라는 평가.
여기서 죽력고 전체의 공정을 볼 수 있다.
저기서 나오는 죽력만의 제조공정을 정리한다면
- 손질한 대나무를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 대나무 토막을 항아리에 가득 담는다.
- 구덩이를 파고 죽력을 담을 그릇을 살짝 묻은 다음 대나무가 담긴 항아리를 엎어서 올려놓고 한지로 봉한다.
- 항아리를 황토 덩이로 두껍게 잘 덮는다.
- 항아리 주위로 말린 콩대를 빙 둘러놓고 불을 지른다.
- 콩대가 다 타고 약간의 불씨를 남겨둔 상태에서 쌀겨를 들이붓는다. 이 쌀겨가 전부 탈 때까지 기다린다. 이 과정은 보통 1주일 정도 걸린다.
- 쌀겨가 다 타면 봉한걸 풀고 죽력을 확인한다.
상당히 지루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으로, 중간에 비라도 오면 지금까지 과정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어 난감해진다. 거기다가 저 과정을 모두 거쳐도 죽력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더더욱 진귀한 재료이다.
한약재로 쓰이는 죽력은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치는데, 대나무 줄기를 마디가 막히지 않게 자르고[4] 끄트머리를 가열하여 터진 쪽으로 흘러나오는 진액을 모은다. 한약재로서 모으는 방법은 대나무 줄기를 하나하나 굽다보니 가장 번거롭고[5], 죽력고에서 만드는 방법은 항아리에 넣어 만들기 때문에 그나마 쉬운 편이다.
이걸 꿀, 생강, 솔잎, 대나무 잎, 창포, 계피랑 섞어서 소주고리에 넣고 증류해서 죽력고가 탄생된다.
전통주는 원료 공급가액에 25%까지만 이윤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값을 받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정작 주세법에는 그런 거 없다.# 통상이윤이라 하여 10%를 산정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세금 계산을 위한 것으로 실제 이윤과는 무관하다. 아무튼 그래서 죽력고를 팔아도 크게 남는 것은 없다고 한다. 생산량과 제작 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인데 위의 사진 한 병에 약 10만원 정도로 판매된다. 하지만, 죽력을 만드는 과정의 고된 노력과 그렇게 얻은 향을 생각하면 10만원이 아깝지가 않을 정도로 매우 좋은 퀄리티의 술이다.
3. 특징
죽력이 들어가서인지 꽤나 걸쭉한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술 색은 샤르트뢰즈와 비슷하다.
주류 갤러리# 와 유튜브 여러 채널에 리뷰가 올라와 있다. # #
4. 여담
- 일제에 저항해 동학 농민 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 장군이 "전북 순창 쌍치에서 일본군에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서울로 압송될 때 죽력고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 라는 기록이 매천 황현이 쓴 오하기문에 남아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들것에 실려서 호송되는 사진의 모습도 죽력고의 위력이라고 한다. 한양까지 호송되는 과정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면서 죽력고를 마시고 정신을 차려 꼿꼿이 앉아서 갔다고 한다.
- 백화점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으며,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인터넷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예전에 비해 접근성과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인터넷에서는 8~9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운이 좋거나 연줄이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선 3대 명주로 부르는 높은 가치와 어려운 제조과정을 생각하면 10만원도 비싸지 않은 가격의 퀄리티라는 것이 중론이다.
- 양조장에 직접 방문하는 경우 인터넷 판매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 죽력고를 활용한 칵테일이 나오는 등 젊은 층에서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 하다.
5. 관련 문서
[1] 본래 한약재로 쓰인다.[2] 사실 송명섭 명인은 증류주 외에도 막걸리 장인으로도 유명하다.[3] 죽염은 죽력과 죽여 성분을 이용해서 만들지만 한약재가 아니다.[4] 쉽게 말해 대나무 죽통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5] 다만 최근 한약재로 쓰이는 죽력은 이런 식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거니와, 대나무는 다른 용도로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냥 잡부위를 모아 목초액 만들듯이 만든다. 심한 경우에는 목초액에 대나무 추출물이나 향 등을 넣어 죽력이라고 파는 것도 있는 모양. 재료가 드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죽력 대신 대나무 속껍질인 죽여를 쓰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죽력 자체는 담가(痰家)의 성약(聖藥)이라 하여 가래 같은 인체 노폐물을 제거하는데에 효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