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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4 07:21:20

주체사상/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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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목적3. 차용해온 것들4. 이론
4.1. 세계관
4.1.1. 인간중심철학
4.2. 인간관
4.2.1. 자주성
4.2.1.1. 혁명적 수령관4.2.1.2.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4.2.2. 창조성4.2.3. 의식성4.2.4. 결론
4.3. 사회,역사관
4.3.1. 주체4.3.2. 본질4.3.3. 성격4.3.4. 추진력
4.4. 지도적 원칙
4.4.1. 자주적 입장
4.4.1.1. 사상에서의 주체4.4.1.2. 정치에서의 자주4.4.1.3. 경제에서의 자립4.4.1.4. 국방에서의 자위
4.4.2. 창조적 입장
4.4.2.1. 군중노선4.4.2.2. 실정성
4.4.3. 사상적 입장
4.4.3.1. 사상개조선행(품성론)4.4.3.2. 정치사업선행
5. 실천
5.1. 사상론5.2. 혁명론
5.2.1.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론5.2.2. 사회주의생산이론5.2.3. 식민지민족해방론
5.3. 영도 방법
5.3.1. 청산리 방법5.3.2. 대안사업체계5.3.3. 3대혁명소조운동
5.3.3.1. 사상혁명5.3.3.2. 문화혁명5.3.3.3. 기술혁명
5.4. 주체문예론
5.4.1. 무용5.4.2. 음악5.4.3. 문학5.4.4. 영화
5.4.4.1. 종자론(심화)
5.5. 주체건축론
6.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의 비판
6.1. 인간중심철학 비판6.2. 자주성에 대한 비판6.3. 혁명적 수령관 비판
7. 참고문헌8. 관련문서

1. 개요

제7조(찬양·고무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⑥제1항 또는 제3항 내지 제5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북한에서 1960~1970년대에 확립된 통치 이념.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自衛)를 지도 지침으로 하고 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정의
우선 학술적 주체사상과 북한에서 말하는 주체사상의 차이가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연구하는 주체사상은 1980년대 이후로 정리된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적 원리, 지도적 원칙 내용을 다룬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을 김일성의 사상, 이론, 방법 전체를 지칭하는 넓은 범위로 사용한다.

북한학 교수 브라이언 마이어스는 주체사상이 마르크스주의인문학에서 당연시 되는 것들의 잡탕으로, 오로지 찬양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는 공허한 사상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그는 철학자가 아니기에 철학으로서의 주체사상에 관한 그의 평가는 유의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브라이언 마이어스의 주체사상에 관한 평가 중 전문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권력자 찬양이라는 주체사상의 탄생 맥락이다. 철학과 전공이 아닌 북한학 학자들 중에서도 마이어스의 주장은 상당히 극단론에 해당해서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지금 북한은 김일성 시대의 주체사상을 그리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

일단은 주체사상은 사상, 이론,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상은 각각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 원리, 지도적 원칙으로 구성된다. 이론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 사회주의혁명이론,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이론, 인간개조이론, 사회주의경제건설이론, 사회주의문화건설이론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방법은 영도체계와 영도예술로 구성된다.

내용 자체는 안토니오 그람시 등이 주장한 서구 마르크스주의(헤겔적 마르크스주의) 색채가 강한 편이다. 결국에는 마르크스주의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도 동일하다.

전문은 위키문헌 자료 참조.

2. 목적

주체사상은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노동계급의 역사적 사명에 대해서 조명하여 계급투쟁,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시원을 연 공이 있음을 인정하고, 레닌이 제국주의에 맞서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키고 현실 사회주의를 실현함으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이행의 시초를 마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북한은 마르크스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고 어디까지나 그 시대를 위한 이념이고 바야흐로 북한이 건국되었던 20세기에 접어들면 당연히 시대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사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상을 연구하던 북한은 1950년대 이후 세계를 식민지, 반식민지의 민족해방운동 시대로 규정하고 이 새로운 조건에서 혁명을 하기 위해 식민지, 반식민지 국가들의 노동계급과 인민이 주인다운 자각을 가져 혁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 주인다운 자각을 위해 탄생시킨 것이 주체사상이다.

즉 주체사상의 목적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식민지, 반식민지 국가들의 노동계급과 인민들이 주인다운 자각을 가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재 체제를 옹호하고 통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체사상의 본 목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같은 사회주의적 입장에서 봐도 그런데, 맨 아래 비판 문단을 보면 알겠지만 혁명적 수령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논리를 억지로 꼬아놓은 것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3. 차용해온 것들

일단 기본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창조적 적용을 이유로 만들기 시작했으니 역사발전 단계론, 종말론, 공산주의 사회가 최종 단계라는 기본적 요소들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계급투쟁, 반사회민주주의 성향 등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레닌주의에서 민주집중제, 당-국가체제, 국가의 강력한 역할, 제국주의 이론 등을 가져왔으며 스탈린주의에서는 1국 사회주의, 민족 공산주의, 중공업 중심 공업화, 강력한 농업 집단화, 국가 주도 경제계획, 수령독재, 우상화 등을 빌려왔다. 하지만 주체사상의 기본적 문제의식은 민족주의에서 나온 것인데 흥미롭게도 박은식, 신채호 등의 주장과 주체사상은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 박은식의 자강사상, 자주지심, 자강지기를 위한 인심과 민기 강조, 신채호의 국수보전론, 아와 비아의 투쟁 등의 주장은 훗날 주체사상이 직접적으로 참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비슷한 형태로 주체사상에서 재현된다.

마오쩌둥주의로부터도 군중노선, 인민민주주의 노선, 통일전선전술 등을 빌려왔고, 특히 인민민주주의 노선의 경우에는 지금은 말로만 남아 있지만 건국 초기, 그러니까 좁게 잡으면 박헌영 처형 이전까지에 멀리 잡으면 8월 종파사건 이전까지의 기간에는 상당히 성실하게 이행되었다. 당에 있어서도 직업혁명가 중심의 엘리트 정당을 주장한 레닌과 달리, 마오쩌둥이 주장한 광범위한 대중정당을 지향했다. 이 문제로 인하여 김일성은 6.25 전쟁 중 엘리트 정당으로의 회귀를 주장한 허가이와 강력한 충돌을 빚고 그를 책벌주의자로 몰아 숙청하기도 했다. 제국주의가 가장 심각한 모순이니 우선 민족주의자들과 힘을 합쳐서 제국주의를 먼저 타도해야 한다는 모순론 역시 북한의 혁명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4. 이론

4.1. 세계관

주체사상에서 세계는 인간과 환경으로 2분되며 환경은 자연과 사회로 다시 구분된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일반적으로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경제적 토대가 나오는 물질적 원천이며, 사회는 말 그대로 사회다. 마르크스주의라면 혁명의 여건, 역사적 진보 등이 물질적 배경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철저한 유물론적 입장을 취하겠지만, 자주성 투쟁과 의식성, 창발성, 자주성에 환장하는 주체사상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점을 핵심으로 꼽는다. 가장 힘있는 존재이며 세계의 주인인 인간이 자신의 요구에 맞게 사회와 자연을 끊임없이 개조하며, 마치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연의 정당한 정복자, 개조자로 그럴 권리와 의무가 모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가령 물질적 조건이 좋을 수도 있고 사회경제제도가 진보적일 수도, 반동적일 수도 있으니 거기에 영향을 받긴 한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물질세계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미 마르크스가 밝힌 거라고 격하하고 김일성이 새롭게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인간의 주체에 방점을 찍는다.

즉 요약해서 인간의 이익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활동을 기본으로 세계가 변한다는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다.

4.1.1. 인간중심철학

주체사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위에 서술한대로 인간중심철학이라는데 있는데, 이는 종래의 마르크스주의적 성격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인간중심철학의 목적은 기존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이 갖고 있던 기계주의성을 비판하고 인간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규명하여 혁명활동에서의 능동성을 보장하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이론 작업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이 밝힌 인간 의식의 일반성에 기반하여 이루어졌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물질의 양적 상승은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된다. 이 원리로부터 의식성이 생겨난다.
(2) 의식 일반은 물질의 반영이다.
(3) 인간은 물질발전의 결과로 나타난 파생물 중 가장 우월한 물질이므로, 주변 물질과 저발전된 의식은 개조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4) 모든 물질 사이에서 최고 지위를 갖고 있는 인간은 세계에 대하여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질 수 있다.

(4)를 통하여 인간에 대한 소박실재론[1]적인 해석을 차단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유의지론’이라고 해석하는 의견도 있으나, 주체사상은 원칙적으로 변증법적 유물론에 기반한 인간관을 따른다. 주체사상은 인간의 인지와 인식을 구분하고 있으며, 전자는 기계적인 원리를 따르며, 후자는 변증 투쟁에 들어설 경우 이에 한하여 자유의지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갖는 세계에 대한 3대 본성은 물질 또는 저차원의 의식을 변증법적으로 개조하고 재구현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변증 투쟁과도 같기에 변증법적 유물론의 의식 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례로, 이오시프 스탈린은 자신의 저서 『변증법적 유물론』 제4장에서 의식과 모순성을 규명하였는데, 주체사상은 이 도식에 어긋나지 않으며, 오히려 이에 대한 충실한 반영에 기초한 능동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기반하여 (1)과 (2)를 해석한다면, 인간 의식의 객관성을 규정한 것이 되므로 주관주의도 또한 예방한다. 앞으로 전개될 인간중심과 관련된 모든 논의는 이 네 가지 전제에 따라 진행된다. 북한은 이러한 ‘주체사상 인간관’이 바로 이러한 기본 원칙에 근거한 인간관이며, 결과적으로, 인민대중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강조하는 것은 공산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혁명의 퇴보를 불러오는 소극주의를 타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2. 인간관

그렇다면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주체사상/역사 문서에서 나와있듯이 주체사상은 80년대부터 뜬금포로 생물학적 진화론에게도 시비를 걸면서 인간의 속성을 생명물질 일반의 자연적 속성으로 이해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왜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인간의 속성은 생물학적이 아니라 사회역사적으로 발전한 것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주체사상 인간관은 윗문단의 4번에서 어떻게 세 가지 주된 본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김정일은 사람이 이러한 성질을 구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람이 가장 발전된 물질적 존재로서 발전된 뇌수구조, 서서 걸을 수 있는 자세, 정교한 손 등 오랜 진화과정에서 형성되고 발전된 육체적, 생물학적 기초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특징은 모두 근원적으로 물질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근본은 물질이며, 주체사상은 기본적으로 유물론 철학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인간의 세 가지 본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생체 기관을 이루는 물질의 양적 전환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하였다. 이는 카를 마르크스의 논문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자연철학의 차이』의 질적 전화 개념을 견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주체사상이 인간관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인 인간의 세 가지 본성을 ‘노동’과 결부하여 보고 있다. 이는 인간의 추상성이 오로지 현상 세계와 독립하여 존재하는 형이상학적 법칙을 사유할 때에만 생성되며, 인식할 수 있다는 헤겔의 교의를 비판한 마르크스의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인간은 그 자체로 자주성·창조성·의식성을 가지나, 이 세 가지 본성은 오로지 ‘자연 세계를 이성적 인식을 통해 재배열하는 활동’, 다시 말하여, ‘노동의 발현성’이 인간에 내재된 상태일 때에만 성립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 가지 본성은 노동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발현되며, 노동이라는 개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본래 자연 세계를 재배열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면 세 가지 본성 또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은 그 자체로 ‘고도로 발달된 추상성’이며, 세 가지 본성을 규정하고, 유지시키는 핵심이 된다. 김정일은 부단한 생물학적 진화와 진화 과정에서 추동되는 뇌의 발달 등이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노동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노동 없이는 세 가지 본성이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은 참된 노동이 마음껏 발현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하며, 특히, 인간의 노동 능력을 열화하여 ‘예속적 소생산’에 고착하려는 봉건지주나 ‘노동력 산출’에 한정하려는 자본가 및 제국주의자에 대항하여야 한다. 김정일은 이것을 ‘인간의 세 가지 본성을 참되게 구현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본성을 참되게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을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인간’이라고 한다.

4.2.1. 자주성

자주성(自主性)은 예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동물을 비롯한 다른 생명물질은 자연에 전적으로 예속되어 있으며 자연을 자신을 위하여 복무하도록 만들어 나가지 못하는데, 사람만은 자연을 정복하여 파괴적으로 작용하는 자연의 맹목적인 힘의 작용을 조절통제하며 사회관계도 자신에게 유리한 생활조건을 보장하는 사회관계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의 특성은 또한 모든 착취계급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투쟁의 동력원이 된다. 이러한 자주성 개념은 바뤼흐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 개념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물질의 집적체이자 욕구에 쉽게 지배당하는 인간이 세계에 대해 변증 활동(이성적 사유 활동)을 하는 본질적 원인을 제공하는 의미에서의 자주성은 코나투스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체사상의 자주성 개념은 단순히 어떠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예속 상태를 벗어나 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로서의 자주성이라기보단, 인간 사유 활동의 근원을 가능케 하는 본질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제국주의가 자주성을 파괴한다는 것도 더욱 근본적인 이해가 가해져야 한다. 제국주의는 단순히 약소민족의 보편적인 인권을 짓밟아서 자주성을 파괴하는 것과 더불어,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자주성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유 활동을 파괴하는, 더더욱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주성은 그 자체로 무조건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지도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개인주의적 자주성은 각자에 대한 무분별한 투쟁 상태만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은 인간의 자주성을 완전히 이뤄내기 위해, 이에 기반한 ‘고도의 추상적 활동’(노동)을 전문으로 하는 주체인 노동계급을 필두로 해서 인간의 해방을 도모하려고 한 사상인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하였고, 혁명적 당이 가져야 할 기본적 방침을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얻었다. 그리고 더욱 세분화하여 혁명지도 방법을 ‘수령’이라는 개념에 기반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는데, 이를 ‘혁명적 수령관’이라고 한다.
4.2.1.1. 혁명적 수령관
이 부분은 주체사상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혁명적 수령관에 관한 내용이다. 레닌이 “프롤레타리아 전위당만이 프롤레타리아와 전체 근로자대중의 전위를 통일하고 육성하며, 또 조직할 수 있고, 그들을 혁명대열에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했던 것처럼, 김정일도 또한 “인민대중이 실제로 사회역사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당과 지도자의 지도와 결합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혁명적 당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수령의 지도를 배제하고 당의 지도만을 강조하는 혁명적 당은, 그 당에 대한 인민의 이반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라고 규정하여 수령의 지도를 강조하고 있다. 즉, 동유럽에서의 수정주의와 관료주의화가 인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이끌어 나가는 수령의 존재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 이는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차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체사상에서는 이를 '혁명적 수령관'이라고 한다.

혁명적 수령관은 김정일의 논문인 『조선로동당은 영광스러운 타도제국주의동맹의 전통을 계승한 주체형의 혁명적 당이다』에서 등장하는 ‘조선로동당의 김일성당화’라는 표어를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하여 혁명적 수령관의 커다란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혁명투쟁에서 수령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대한 노동계급의 올바른 관점’이라는 주제인데, 여기서 김정일은 항일투쟁시기 조선공산주의운동의 종파성을 언급한 후 당의 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에 대해 고찰한다. 레닌이 밝혔듯이, 당내 종파주의는 혁명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그것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민주집중제를 채택해야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당만을 강조함으로써 얻는 것은 당내 종파주의에 대한 방조이다. 실제 민주집중제 원칙에 따라 당이 결정한 것을 하부조직이 기본적으로 따라야 하지만, 만약 당의 테제를 결정하는 상위집단 내부에도 종파주의가 침투한 상태라면, 민주집중제는 작동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그 결과로 당 일꾼들은 어떠한 것이 ‘결정된 사안’인가를 알 수 없으며, 혁명활동은 퇴조기를 맞을 수 있다.

김정일은 당내 종파주의가 과거 공산주의운동에서 어떠한 해악을 끼쳤고, 현재 그것이 어떻게 수정주의를 불러오고 있는지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그 해결책을 혁명적 수령관에 기반하여 설명한다. 그 골자는, 혁명 활동에서 당의 포괄적 결정보다는 당중앙의 뜻을 체현하는 수령의 결정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혁명을 이끌 수령이 갖춰야 할 세 가지 품성으로 ‘혁명사상의 위대성’, ‘혁명적 영도의 위대성’, ‘혁명적 풍모의 위대성’을 들고 있다.

두 번째는 ‘수령을 모시는 입장과 자세’인데, 이는 혁명활동에서 수령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인지도화를 실현하기 위해 조선로동당은 수령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여러 선전물 제작을 지도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국가》에서 “철인(수령)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역사 조작도 해야 하며, 이것을 생산자에게 지속적으로 세뇌해야 한다.”고 주장했듯이, 여러 학자들은 혁명적 수령론이 플라톤적 철인 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분석한다. 혁명적 수령론은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지도자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평가도 또한 존재한다. 혁명적 수령관 개념은 오늘날 한반도 내 공산주의운동에서 커다란 논란을 낳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이 개념을 사회주의 대가정론으로 설명하며, 아버지 수령/어머니 당/자식인 인민의 관계를 강조한다. 그래서 로동당 산하인 녀맹을 제외한 여성단체는 북한에서 결성되거나 활동하지 못하며, 남한과 달리 남존여비가부장제가 주체사상을 근거로 공고해졌다.

이 혁명적 수령관이 떠오른 후부터 혁명주체는 인민대중에서 당-수령-인민대중 삼위일체[2]로 변화했고, 주체사상답게 수령이 가장 중요하다.
4.2.1.1.1. 사회주의 대가정론
해당 문서 참조.
4.2.1.2.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혁명적 수령관 확립과 수령중심의 독재체제 확립을 위한 밑바탕으로 김정일이 1986년 체계화한 이론으로, 사회정치적 존재 개인이 당의 영도 하에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사상적으로 결속하면 영생하는 생명력을 지닌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수 있다는 해괴한 이론이다. 내용을 딱보면 알겠지만 사회유기체설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마개조한 것이다.

이 사상의 원조는 김일성으로, 김일성은 일찍이 주체사상에 대해 밀한 것 중 “사회적 존재인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은 생명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이 생명이라고 할 때 그것은 사회정치적 생명을 말하는 것입니다.사람은 육체적 생명과 함께 사회 정치적 생명을 가집니다. 육체적 생명이 생물유기체로서의 사람의 생명이라면 사회 정치적 생명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의 생명입니다.”라고 한 바 있다. 요컨대 사람은 두 가지 생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하나는 육체적 생명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정치적 생명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회 정치적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사람이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고 김일성은 강조하였다. 비록 목숨은 붙어 있어도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정치적 자주성을 잃어버린다면 사회적 인간으로서는 죽은 몸이나 다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활과 같다는 것이다.[3] 따라서 사회정치적 생명은 모든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갖는 생명이 아니라 사회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집단의 운명을 개척하는데서 일정한 구실을 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생명인 것이다.

김일성은 육체적 생명은 유한한 것인데 반하여 사회정치적 생명은 영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은 이와 같이 사람에게 있어서 사회정치적 생명이 고귀함을 강조하고 이 생명이 영생하기 위해서는 혁명과 건설에 육체적 생명을 내던질 것을 유도했던 것이다.

이러한 김일성의 사회정치적 생명론을 김정일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으로 끌어 올렸다. 김정일은 “인민대중은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 사상적으로 결속함으로써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때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1986년 7월 15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 앞에서 행한 “주체사상교양에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담화에서 처음 이 사상을 공식 제시했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혁명의 주체는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삼위일체)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수령’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최고뇌수로 생명의 중심이다. ‘당’은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합된 인민대중의 핵심부대로서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추이다. ‘인민대중’(노동자, 농민, 인텔리)은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담당자이다. 또한 수령은 인민대중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혁명투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혁명과 건설에서 수령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수령이 인민대중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사회정치적생명체의 모든 활동에서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에서 결정적작용을 한다는 것. 따라서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가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로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김일성이 사람의 생명을 두개로 나누고 사회정치적 생명관이 육체적 생명관보다 더 중요하다 말한 집단주의적 생명관에서 시작한다. 집단주의 생명관에 기초하여 개개인의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나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를 이룰 경우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통해 영생하는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덕의무와 관련해서는 “혁명하는 사람들이 수령에게 충성과 효성을 다하여 수령을 높이 받들어 모시고 끝까지 따르는 것은 그들 자신의 사회정치적 생명의 근본요구이고 마땅한 도리이고 더없는 기쁨이고 영광”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러한 사회정치적 생명관과 더불어 북한이 사상적으로 얼마나 혼종인지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의하면, 사회정치적 집단으로 결합된 인민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이 집단의 최고뇌수인 수령이다. 일반적으로 생명유기체의 뇌수는 각 기관들과 구조의 내적·생물학적 요구를 분석·종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며, 생명유기체를 이루는 각 기관들과 구조의 모든 활동을 통일적으로 조절하고 지휘함으로써 하나의 방향으로 활동을 하도록 한다. 북한은 이와 마찬가지로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활동을 하나로 종합하고 통일시켜 하나의 목적 실현에로 조직 동원하고 지휘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수령으로서, 이것이 사회정치적 생명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생명활동이 원만히 이루어지려면 생명유기체의 매개 요소들의 기능과 활동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일치시켜 나가는 뇌수가 있어야 하고, 뇌수의 지휘와 조절을 실현하는 중추가 있어야 한다. 생명유기체에서 중추는 뇌수의 지휘와 조절을 실현하고 외부의 자극을 뇌수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뇌수의 지휘와 조절이 중추를 통하여 실현되고 전달되어야 유기체의 기관과 계통이 움직이고 조직과 세포들이 작용하여 생명활동이 이루어지게 된다. 북한은 이와 마찬가지로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로서의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생명활동이 원만히 진행되려면 이 생명체의 최고뇌수인 수령의 지휘를 실현하는 중추로서의 당이 있어야 하며, 인민대중은 당을 통하여 수령의 지휘를 받고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사상적으로 결속되어야만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으며 혁명의 주체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이론 자체는 김일성에게서 유래했지만 김정일이 이걸 구체화시킴으로써 주체사상이 평범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분파를 넘어 수령절대주의적 독재를 정당화하고 후계자 김정일의 승계를 합법화하는 과정의 시작이 되었으며, 또 개인의 생명보다 사회정치적 생명을 위에 놓고 이것의 수뇌를 수령으로 정의함으로써 인민을 조직적으로 통제, 단결시키고 외부 사회주의 국가들의 수정주의 광풍에 맞서 반수정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는 기초가 되었다. 어쩌면 고난의 행군은 이때부터 예견된 일인 셈.

4.2.2. 창조성

창조성(創造性)은 본능에 따라 맹목적으로 활동하는 인간 외 동물과는 달리 사람은 자기의 지향과 요구로부터 출발하여 목적을 세우고 그 실현방도를 찾아낸 다음 실천활동을 의도적으로 벌여나간다는 것이다. 창조성은 다음으로 낡은 것을 개조하여 새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의 활동의 성질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은 다른 생명물질과는 달리 기성의 사물을 가공하여 그 형태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어, 생활환경을 자기에게 이로운 것으로 개변시키지 못 하는 다른 생명물질들과는 달리, 사람은 자연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개조한다.

4.2.3. 의식성

인간 외 동물들은 자체 지능의 한계로 인해 말초적 본능에 기초하여 행동하는 경우가 압도적인 것에 비해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식적으로 행동한다. 이것을 인간이 가진 의식성(意識性)이라고 한다. 또한 의식성은 다음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개조하는 사람의 성질로 특징지어지며, 이는 의식, 특히 사상의식에 의해 조절, 통제되지 않고서는 진행될 수 없다. 이러한 세계를 인식하고 개조하는 사람의 활동을 의식적으로 보장하는 성질이 바로 의식성이다.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에서 의식 활동은 필연적으로 변증 과정으로 되기에 정(正)에 대해 투쟁하는 반(反)으로서의 의식 성격을 항상 갖는다고 성찰하고 있으며, 의식을 통한 운동의 일반성은 하부 구조의 모순성으로부터 반영된 것이다. 반영으로부터 파생한 의식에도 역시 모순있다는 입장과 “모든 것은 본래 그것의 존재 양식을 유지하기 위한 본래의 힘이 있다. 의식은 그것의 모체(母體)인 물질의 본래적 성격을 되찾으려고 한다. 따라서 의식의 발로가 투쟁의 시작을 의미한다.”라는 마르크스의 철학적 견지를 종합하여 주체사상은 의식성이 적극적으로 발현될 경우 능동적인 투쟁(모순을 인식하고 모순을 좁혀나가는 방향으로)을 불러온다고 말하고 있다. 의식의 능동성은 의식이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을 투쟁을 통해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변증 단계에서 표적으로 하는 매 주제에 한해 인간은 자유의지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주체사상의 의식에 대한 입장은 카를 마르크스와 그 철학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반뒤링론』에서 크게 벗어난 상태의 관점은 아니다. 의식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의 종합화는 본래 이오시프 스탈린이 자신의 저서 『변증법적 유물론』 제4장에서 시도한 바가 있다. 여기서 스탈린은 기계적인 반응일 뿐인, 비의식적 변증(물질의 기계적 운동)과 의식 활동을 구분하였고, 노동과 구체적 혁명 활동은 모두 후자에 속한다고 하였다. 주체사상은 여기에 인간 의식의 능동성 강조하여, 이것을 최상의 형태로 발현할 수 있는 특수한 방법론을 규명한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지점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 모두 의식을 물질의 반영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유물론이라는 점이다.

의식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인식 이론에 기초하여 주체사상은 의식성 개념을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에 비해 훨씬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응용적 성격이 강하다. 주체사상이 의식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엥겔스의 『반뒤링론』의 더 이전 주제인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대상의식까지 그 논의 주제를 확대하여 의식성의 능동성을 규명하려고 했다는 점은 주체사상이 의식성을 더욱 응용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석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주체사상이 헤겔의 철학을 재해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마르크스주의를 기계론적 유물론으로 해석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실제, 마르크스주의가 성립되기 이전 생물학주의 기조에서 그 근거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대항은, 칼 마르크스가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되는 헤겔의 철학에서부터 그 대를 끊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두 번째는, 마르크스주의는 의식성의 능동성을 강조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나, 그것은 이미 청년헤겔학파의 의식 이론의 종합으로 표현이 되어있기에, 마르크스가 참조한 원전인 헤겔의 원전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더욱 근원적인 접근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주체사상은 헤겔의 『대논리학』을 상당 부분 참고하고 있다.

인간 의식성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에 있어서의 문제도 주체사상의 의식성 문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거론된다. 주체사상은 진화론의 기본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인식과 감각인지는 완전히 같다는 기계론적 결정주의와 인간 심리에 대한 행동주의적 해석은 일체 부정한다. 즉, 인간은 분자구조 물질의 복잡성 증대와, 자연선택에 따라 등장한 생물체가 맞으나, 인간이 갖고 있는 의식성까지 이러한 물질성에 기반한 기계주의로 해석하게 되면, 오히려 의식성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과학적이지 못 하게 되며, 반동철학에 이용당하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가령, 행동주의 관점은 인간이 가진 본성에 대해 “자기 이익 추구이며, 몇 가지 기초적인 생리 욕구에 불과하다.”라고 보기에 자본주의사회에서 각 개인의 파편화를 불러오고 결국 사회발전을 위한 인간의 행동을 막는 것으로 작용한다.

4.2.4. 결론

요약해서 다음과 같다.

또한 인간의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사상정신생활, 물질생활로 구분해서 설명하는데 뒤에서도 나오겠지만 그중에서 사상에 대해서 환장할 정도로 집착한다. 주체사상/역사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80년대 후반에 물질이 딸리면서 물질 결핍을 숨기기 위해서 주접 떠는걸로 추정되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심해져서 그렇지 천리마 시절부터 이 모양이던 애들이다.(...) 여튼 이를 바탕으로 인간은 자연개조사업, 인간개조사업, 사회개조사업을 해야 하는데 혁명기에는 사회개조사업을 해서 반동사회를 사회주의 사회로 바꾸고, 혁명 후에는 자연개조와 인간개조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4.3. 사회,역사관

역사의 주체로서 주체사상은 근로인민대중을 지목한다. 단순한 노동계급이 아니라 광범위한 인민대중을 찾는 것은 마오쩌둥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근로인민대중 속에서도 노동계급이 영도계급임은 인정하고, 전 인민을 노동계급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말한 세계의 주인, 자연과 사회의 개조자로의 역할은 이 근로인민대중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운동과 사회운동은 물질적 운동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사회운동에는 이 주체를 맞는 근로인민대중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투쟁 덕분에 역사는 발전하며,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은 인민대중의 지위와 역할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주체사상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이거야 뭐 척 보면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의 역사발전론을 지들 입맛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여기서 주체사상과 마르크스주의의 차이가 드러난다. 마르크스는 계급투쟁에 대해서 말했지만 주체사상은 자주성투쟁을 말한다. 인민대중이 사회정치적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사가 인류사라는 것이다. 이 사회운동은 가장 높은 형태의 창조적 운동인 노동계급의 공산주의 운동으로 최종발전한다. 앞서 말한 3대 개조사업 역시 투쟁의 형태로 전개되는데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기존 자본주의, 제국주의 예속을 타파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개조투쟁, 자연의 예속을 타파하기 위해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창출하기 위한 자연개조투쟁, 낡은 사상과 문화의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개조투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주체사상/역사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80년대 이후 혁명적 수령관이 발전하면서 주체가 알아서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수령의 지도와 대중이 결합해어야 자주성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이빨을 까기 시작하는데, 공산주의 운동은 고도의 의식적, 조직적 운동이니 옳은 지도 없이 승리를 못하며 그러기 때문에 수령의 영도에 복종해야 한다라는 것이 주체사상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이는 레닌주의의 전위당 이론을 북한 입맛에 맞게 심화, 왜곡해버린 결과이다.

4.3.1. 주체

주체사상의 이름이 주체사상인 이유. 주체사상에서는 “인민대중이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며 자연을 개조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이라고 하면서, “자연과 사회의 개조를 통해 인민대중의 지위는 강화된다.”고 말한다. 과거엔 인민대중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 탓으로 역사를 자주적으로 개척할 수 없었으나, 노동계급의 혁명적 영도와 투쟁의 결과로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고 사회와 자기 운명의 참다운 주인으로서 역사를 의식적으로 창조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체사상은 옳은 지도 없이는 노동계급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노동계급을 비롯한 인민대중은 당과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만 한다고 하며, 레닌이 말했던 혁명적 정당의 필요성을 고수하는 기반 위에서 수령의 지도성을 수호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는 통하여 역사 발전의 주체는 인민대중이며, 그들의 자주적, 창조적, 의식적 활동에 따라 역사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주체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4.3.2. 본질

주체사상은 인류 역사 진보의 본질을 ‘인류사회의 발전역사는 자주성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투쟁의 역사’라고 정의한다. 더불어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람들은 사회적 예속과 자연의 구속에서 자신을 해방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왔는데, 여기서 사회 개조 투쟁은 인민대중이 계급과 민족의 예속을 벗어나기 위함이고, 자연 개조 투쟁은 자주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으며 동시에 “제국주의세력이 국제적으로 연합되어 있는 것만큼 제국주의의 지배와 억압을 반대하고 자주성을 옹호하기 위한 투쟁 역시 국제적인 것이다.”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는 결국 엥겔스의 반뒤링론에서의 경제적 결정론에 기초한 역사적 분석이라는 이론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엥겔스는 반뒤링론에서, 뒤링이 본원적인 것은 직접적인 정치적 폭력에서 찾아야 하며, 간접적인 경제력에서 찾아서는 안된다는 폭력이론에 대해서, 엥겔스 자체가 켈트 인이나 게르만 인들의 경우처럼, 그리고 인도의 펀잡 지방의 예를 들면서, 토지의 공동소유에 기초한 자연 성장적 귀족 정치의 형성 자체 역시 폭력에 기초하지 않고 자의와 관습에 기초하였다고 지적한다. 결국, 노예제 자체는 폭력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원인들인 생산관계들과 교환관계들, 그리고 생산을 제고하고 교류를 촉진하는 사적소유의 탄생 원인에서 찾고 있다. 즉, 엥겔스는 경제적인 원인에 기초하여 역사적, 사회적 전개를 한 것이지, 정치적으로 폭력에 기초하지 않았다.
또한 엥겔스는 뒤링의 말처럼 정치적 원인으로 가정하여, 뒤링의 주장처럼 그렇게 하여, 뒤링의 논리대로면 봉건주의의 내부에서 부르주아지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하여, 봉건주의에서 부르주아가 탄생하여, 이렇게 탄생한 부르주아지가 폭력으로 봉건제를 전복한 것이 된다.

그렇지만, 엥겔스는 전술한 바와 같이 가정을 한 것처럼 하면, 현대 부르주아지는 봉건주의와의 폭력적 투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현대 부르주아지는 봉건주의가 자발적으로 산출한 총화여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영국의 경우 16세기 이후 자본주의적 생산이 발전하여 지주의 소유권, 점유권에 기해 도시로 간 농민들로 구성된 집단이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으로 대체되어, 자본주의가 발생한 것으로부터 시작해야지, 정치적 폭력에 기초하면 단순히 우연적으로 봉건제 내부에서 나온 부르주아지들의 우연한 폭력적 투쟁으로만 역사를 단순화하고 경제적 맥락을 보지 못해서, 제대로 된 역사적 분석을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주체사상 역시 동일하다. 인간의 역사를 경제적으로 서술하여야지 ,주체사상은 자주성을 통해 예속에서 벗어난다는 논지로 역사를 전개함으로써, 뒤링의 정치적 폭력과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거기에, 주체를 인민대중으로 광범위하게 설정하여, 엥겔스의 역사적 논지에 있어서, 각 계급의 발생과 계급투쟁을 설명할 것을 인민대중이라는 집합으로 환원함으로써, 계급투쟁까지 부정할 여지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4.3.3. 성격

주체사상은 역사 성격에 대하여 “사회역사적 운동은 인민대중의 창조적인 운동이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창조적 운동’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김정일이 이에 관해 설명하면서 말한 ‘노동’(독일어: Arbeit)은 마르크스가 『1844년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언급한 ‘의식의 일반성으로부터 도출된, 인간이 가진 제반자연 창조성’의 정의로 대표할 수 있다. 이후에 나오는 ‘창조적 노동을 통한 자연 정복 및 생존 번영 문제’도 이러한 의식성에 기초하고 있다. 주체사상은 이러한 인간노동의 성격이 가진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인간의 능동적 성격이 역사를 발전으로 이끄는 성격의 본질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주체사상은 다시 한 번 기계주의와 소극주의의 가능성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인민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일은 ‘현 단계의 창조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창조적 활동의 주도집단은 인민대중이다.
2.자연과 사회를 개조하는 투쟁은 시대발전을 고려한다. 시대에 뒤쳐진 과학이론과 사회과학적 방법을 과감히 버리고 모든 방면에서의 최신화를 추구한다.
3.사상활동에서의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적극적으로 퇴치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혁명이론체계를 세운다.

이에 따라 ‘역사 성격으로서 창조성’은 시대의 요구에 맞게 혁명의 전략과 투쟁방침을 과학적으로 규정하고 인민대중의 창조력을 끊임없이 높이 발양시킴으로써 혁명의 승리를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3.4. 추진력

주체사상은 역사 추진력에 대하여 “혁명투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의식이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자주적인 사상의식'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다. 인민대중이 가져야 할 자주적인 사상의식은 온갖 난관을 이겨내는 강인한 의식과, 간결하고 명료한 의식으로부터 나오며, 이것은 인민대중의 자주성과 직결되는 것이다.

4.4. 지도적 원칙

그렇다면 지금까지 떠든 것들을 하기 위해서 어떤 원칙을 세워야 하나? 주체사상은 우선 3대 지침이 있다고 한다. 자주적 입장, 창조적 입장의 견지와 사상을 틀어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4.4.1. 자주적 입장

자주적 입장의 견지는 주체사상 중에서도 매우 초기에 발전한 사상으로 65년, 김일성이 인도네시아에서 선포했던 4대 노선이 그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4.4.1.1. 사상에서의 주체
주체사상은 사상에서 주체를 세워야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주체를 세울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사상에서 주체를 세운다는 것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라는 자각을 가지며 자기 나라 혁명을 중심에 놓고 모든 것을 사고하고 실천하며 모든 문제를 자기 힘으로 풀어나가는 관점과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계급의 혁명사상과 자기 당의 노선과 정책으로 무장하여야 한다고 하여 조선로동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당원의 교양 및 인민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상사업에서 소련의 영향을 줄이고 『볼셰비키당사』 대신 조선로동당의 당사인 『조선로동당략사』를 교재로 교양사업을 하기로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소 분쟁 사이에서 북한이 갖고 있던 현실적인 외교 문제와도 연결되어있다.
4.4.1.2. 정치에서의 자주
민족적 독립, 자주권 고수. 경제적 자립, 국방적 자위를 담보하는 것으로,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정치에서 자주는 노동계급과 인민대중이 국가와 사회의 주권을 쥐고 주인이 되는 것을 말하며, 동시에 대외관계에서 완전한 자주권과 평등권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기초로 자주성과 국제주의를 결합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입장은 당시 소련의 수정주의화와 중화인민공화국의 개혁개방 노선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한 면이 존재한다. 가령, 소련의 경우는 위성국인 중앙유럽 공산권의 정치를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소련이 수정주의 노선으로 정치를 지도하자, 이들 국가도 사실상 마찬가지로 수정주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이러한 수정주의 노선을 세계 공산주의 운동에서의 제일 해악한 질병으로 간주하였고, 이를 막기 위한 독자적인 정치, 즉, 정치에서의 자주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4.4.1.3. 경제에서의 자립
자국 자원과 자국 인민의 힘으로 경제 건설. 나머지 3대 원칙을 물질적으로 보장하는것, 즉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곧 자기 나라의 자원과 자기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발전하는 경제를 말한다. 그리고 중공업과 함께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기술적 자립’이 요구된다. 또한 ‘민족기술인재문제’와 ‘자력갱생의 원칙’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더불어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전략적 노선으로 삼는다. 하지만 결과는...
4.4.1.4. 국방에서의 자위
자기 힘으로 자국을 보위.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자립을 군사적으로 담보한다는 것. 주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특히, 제국주의는 전쟁의 항시적 근원이며 오늘 침략과 전쟁의 주되는 세력은 미제국주의라고 하여 미국에 적대감을 드러낸다. 국방에서 자위를 실현하기 위해선 ‘자위적 무장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인민적, 전국가적 방위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한다. 동시에 ‘전민의 무장화와 전국의 요새화’를 요구한다. 덕분에 북한의 국가 예산은 대부분 군에 쏠려있으며, 명목상 최고 행정기구인 내각은 항상 어려움에 처해있다.

4.4.2. 창조적 입장

창조적 방법은 관료주의적 오류를 피하기 위해 인민대중에 의거하는 것(군중노선)과, 실정에 맞게 하는 방법(실정성)을 말한다. 말로는 모든 시대, 모든 나라에 맞는 처방이 없으므로 구체적으로 실정에 맞게 지도하여 교조주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 창조적 방법의 요지이다. 뭐 입맛대로 자기 사상도 이리저리 만지는 걸 봐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실천하고 있는 듯.
4.4.2.1. 군중노선
주체사상은 인민대중에 대해 혁명과 건설을 밀고 나가는 결정적 역량으로 규정한다. 그렇기에, 인민대중에 의거하여 혁명과 건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

(1)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반영하여, 올바른 노선과 정책을 세우며, 그것을 대중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2)당면 군중의 요구와 계급노선을 옳게 결합하여 대중을 하나의 정치적 역량으로 묶어 세워야 한다.
(3)인민대중으로 하여금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서 입장을 지키고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하는 혁명적 사업방법을 확립해야 한다.

(1)은 혁명사업에서의 대중의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가령, 당간부가 인민의 요구를 외면하거나 신경 쓰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지역혁명사업을 처리했을 때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다. 아무리 그 사업방식이 마르크스-레닌주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인민대중의 요구와 지향점에 어긋난다면, 이를 서로 결합하여, 공산주의 원칙이 곧 인민대중의 지향과 일치하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입장은 곧 (2)와 연결된다.

이에 따라, (3)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혁명사업이 급하다는 이유로 농민계급에 속한 군중에게 노동집약적 산업 역할을 부여한다면, 군중은 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혁명사업에 대한 주인의식 또한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전문성의 문제가 생기며 이는 곧 당 정책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이러한 그릇된 지도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인민대중의 요구, 그들의 지향점을 형식적 층위에서의 혁명사업과 결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4.4.2.2. 실정성
군중노선에 기초하여 실정성(實情性)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정성은 혁명사업면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 또는 어떤 나라의 혁명 원칙이 오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실에는 반드시 들어맞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의 실정을 감안하여 창조적 처방,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는 개념이다. 가령, 경제건설 측면에서는 경제난, 특히, 자원부족과 기술낙후 등의 현실을 감안하여 자기실정에 맞는 방법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오시프 스탈린이 자신의 저서인 『변증법적 유물론』 제7장의 「보편과 개별」에서 강조한 것이다. ‘실정성’에 대한 입장은 ‘내용과 형식’, ‘가능과 현실’에서 드러난 스탈린의 입장을 표절한 것.

4.4.3. 사상적 입장

사상 부분은 위에 있는 사상론에서 했던 말의 반복이다. 사상기본적 입장은 크게 ‘사상개조선행’(思想改造先行), ‘정치사업선행’(政治事業先行)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체사상은 공산주의로의 이행에서 이념에 선차성을 부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실정성도 또한 이념과 현실을 결합하는 투쟁인 것이다. 김정일은 소련공산당 수정주의와 중국공산당의 시장 노선이 바로 이러한 것을 놓쳤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하였다. 만약에 실정성 즉, 현실성이 이념보다 우위에 서게 되면 현존하는 사회주의국가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세계사적 퇴행을 불러오는 정치사업만을 하고 결국 혁명을 망칠 것이다. 김정일은 이러한 것을 지적하고, 이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사상기본적 입장’을 강조하였다.
4.4.3.1. 사상개조선행(품성론)
김일성과 김정일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혁명화, 노동계급화하여 그들을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개조하는 것을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 하기 위한 중요한 혁명과업이라고 제시하면서 사상개조를 통한 공산주의적 인간개조를 강조하고 있다.

사상개조는 사람들의 사상의식영역에서 낡은 사회의 유물을 종국적으로 없애고 모든 근로자들을 선진적인 노동계급의 사상,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투쟁이며, 착취계급이 청산된 사회주의사회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의 기본형식을 이룬다. 이러한 사상개조는 혁명적 세계관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총체적으로 ‘주체혁명관’(主體革命觀) 또는 ‘품성론’(品性論)이라고 불린다. 그것은 사회전반에서의 공산주의도덕 배양과, 당과 국가, 그리고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상개조선행작업의 대표적인 예로 중화인민공화국의 문화대혁명을 든다. 즉 사상개조선행은 인민대중이 혁명적 당으로부터 이탈하지 않고 당의 일은 곧 자신의 일이라는 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작업인것. 쉽게 말해서 당에 무조건 충성하란 뜻이다.
4.4.3.2. 정치사업선행
정치사업을 선행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사업에 앞서 인민대중을 당의 노선과 정책으로 무장시키고 그들의 혁명적 열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대중 자신이 높은 자각성과 적극성을 가지고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은 이러한 정치사업선행작업은 절대 관료주의로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당원의 정예화를 주장하고 있다. 즉, 당은 앞서 논의된 실정성을 바탕으로 인민대중을 꾸준히 설득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내어 그들과 함께 정치사업을 완수해야 한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반관료주의라고 할 수 있다.

5. 실천

5.1. 사상론

80년대 이후부터 주체사상에서 특히나 집착하기 시작한 부분. 혁명을 위해서 물질적 요새와 사상적 요새가 모두 필요하지만, 이중에서 놓치면 죽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상적 요새라는 것이다. 앞서 북한에서 인간의 3대 요소 중 의식성이 있어서 자주성, 창조성이 담보된다고 한 바가 있는데, 여기서 주체사상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사상의 원천인 의식은 인간의 가장 발전된 기관인 뇌수의 기능이고, 사상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니 사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주체사상에서 사상의식은 인간의 요구,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자주성을 부여하고, 계급적 성격을 규제하며, 의지와 투쟁력도 규제하는 등 거의 만물에 가깝다. 그리고 혁명이 발전할 수록 사상의식의 역할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면서 이쯤되면 마르크스도 레닌도 스탈린도 아 이건 좀.... 하고 고개를 갸웃할 정신론으로 접어든다. 이 때문에 주체사상을 주의주의(Voluntarism)로 보는 견해도 있다.

여튼 사상이 이렇게 중요하니 혁명과 건설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사상을 틀어쥐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물질적 요인에 대해서 여전히 중요성을 부인하진 않지만 물질적 여건이 마련되도 사상이 없으면 혁명을 못하니 사상적 요인에 선차적 의의를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 자유, 인권같은 달콤한 명분을 내걸은 서구 제국주의 반동사상이 퍼지지 않기 위해 온 사회를 철저히 사상무장해야 하며, 소련, 동유럽이 망한 것은 사상을 버린 배신자들이 지도해서 그렇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사상론은 '주체의 혁명관'에서 좀 더 자세해지는데, 혁명적 수령관, 조직관, 혁명적 군중관, 혁명적 도덕관으로 구성된다. 혁명적 수령관이야 위의 수령관 단락에서 말했듯이 수령에게 복종해야 사회정치적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조직관은 집단주의 신념+당은 국가의 중추신경이니 당의 영도를 수령의 영도로 알고 잘 복종하라는 소리다. 군중관은 인민대중이 혁명의 주인이니 모든 것을 인민대중 위주로 그들의 힘을 믿고 혁명하자는 허울 좋은 소리다. 마지막으로 도덕관은 개인주의를 깔아뭉개고 집단주의를 신봉해야 하니 고로 집단의 뇌수 수령, 중추신경인 당, 인민대중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히 수령이 제일 중요하다.

5.2. 혁명론

주체사상의 혁명관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론, 사회주의생산이론, 식민지민족해방론, 혁명적 수령론 네 가지로 구성되며,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이 주체시대에 걸맞은 사상이라고 자뻑한 만큼 반제반봉건인민주주의 혁명에 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봉건적 사회경제관계에 예속되어 착취 당하고 민족적 말살을 당하고 있는 식민지와 반식민지에서 우선 민족해방혁명을 한 후, 제국주의와 그 앞잡이들을 축출하면 사회주의 혁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급 뿐만 아니라 민족자본가, 종교인, 인텔리, 농민 등 광범위한 인민대중의 연합을 이루어 제국주의와 매판자본가, 반동관료를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 냄새도 나지만 마오쩌둥의 모순론과 신민주주의론, 통일전선의 영향도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민족해방이 성공하면 토지개혁, 생산수단 사회화를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청산한다.

그 다음 사회주의 혁명의 단계에 접어들면 착취 근절, 근로인민대중의 사회정치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정치적으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기반으로 한 인민정권을 수립하고 경제적으로 과도기에 남아 있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없애 부르주아 사상을 근절하고, 모든 구성원들을 사회주의 근로자로 개조하여 주체적 혁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 과업까지 마무리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 건설 단계로 접어든다.

공산주의로 가기 이전 과도기인 사회주의 사회는 착취와 예속, 계급대립이 사라진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시대다. 생사수단은 전인민적 소유와 협동적 소유로 이분되며, 능력에 따라 일하고 결과에 따라 분배받는다. 하지만 노동자, 농민의 차이,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존재하며 과도기적 협동적 소유도 존재한다. 이것들까지 모두 없어지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 단계로, 모든 구성원이 같은 의무와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민정권을 기반으로 사상, 기술, 문화 3대 혁명을 해야 한다. 3대 혁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적 소유를 보장하고 생산, 분배를 실시할 수 있고 높은 과학기술을 갖춘 물질적 요새, 모든 성원을 혁명화, 노동계급화, 인텔리화한 사상적 요새를 틀어쥐어야 한다. 물질적 요새는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통해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 이룩할 수 있고, 사상적 요새는 모든 노동자를 교육하여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차이를 없애고 공산주의적으로 개조하는 것에 있다. 놀랍지 않게도 당연히 사상적 요새가 더 중요하다.

5.2.1.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론

19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조선공산주의운동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하에서 진행되었다. 초기 계파는 화요파, ML파, 서상파 등으로 분류가 되었는데, 이 중 화요파는 가장 좌경적인 계파로, 중국 혁명가인 리리싼(이립삼)의 소비에트노선을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과 만주 지역의 혁명단계엔 차이가 없으며, 일제가 이미 조선에 대해 독점자본주의 정체를 성립시켰기에 곧바로 사회주의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화요파 뿐만이 아닌 ML파 및 서상파도 일정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공산당 만주성위원회 내 교조주의자들과 연계하여 1930년 5월 30일에 간도 5·30 봉기를 일으켰으나, 이 운동은 별다른 변화를 이끌지 못 하고 오히려 수많은 혁명가들과 학생운동가들이 사망한, 전술적으론 실패한 봉기였다.

당시 우경노선과 좌경노선을 모두 반대했던 김일성은 1930년 7월 2일 지린성 장춘에서 주최된 카륜 회의에서 『조선혁명의 진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노선에서 주장된 것이 바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론(反帝反封建民主主義革命論)이다.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론은 당시 조선 현실을 식민지반봉건사회(植民地半封建社會)로 규정하였다. 이는 식민지조선에 대해 “완전한 봉건사회이다.”라는 해석과 “완전한 자본주의사회이다.”라는 두 가지 입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김일성은 당시 식민지조선이 계급적 지반 문제로 인해 봉건제와 부르주아성이 혼재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이해하였다. 이는 일본제국주의의 영향력으로 인해 조선사회의 자본주의 발전 정도가 극도로 억제되고 있다고 한 것과 같다. 즉, 일본제국주의는 수탈과 기본적 정치적 권리 박탈 등 억압 수단을 통하여 조선의 내재적 발전 가능성을 완전히 억제하고 있고, 그 결과 조선이라는 봉건성과, 일본제국주의 주도의 이식적 자본주의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반봉건(半封建)사회라는 것이다. 그 실증적 근거는 일본인 및 일본의 후원을 받는 국내 지주에 의한 조선인민의 자주적 토지 소유권 침해, 일제 지배로 인한 조선 말 자본주의적 농업 생산관계로의 전환 정체 그리고 그 동시에 제국주의침략을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부분·협소적인 공업화 등이 있다. 이는 마오쩌둥 사상의 신민주주의혁명론(新民主主義革命論)과 유사한 지점이다.

이 이론의 결과로 김일성은 해방 후 노농지도에 기반한 인민민주주의정부를 세웠다. 이 시기 정권은 인민대중계층에 이로운 민주주의 시책을 시행하며, 사회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경제적 토대를 쌓는다. 그 후 1972년에는 헌법 개정을 통하여 현재의 사회주의정부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선언하였다. 주체사상은 남조선혁명의 성격에 대해서도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 대한민국은 미제국주의의 영향력 아래에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이로운 점이 온전히 실행되지 않는, 종속된 식민지반봉건사회이며, 이로 인해 남조선혁명의 과제는 당대 현실에 맞게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언급되는 "남조선인민이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는 ‘인민민주독재정부’이므로, 이것은 노동계급과 농촌노동대중에 의해 주도되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객관적 조건을 마련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1970년대 말부터 등장한 대한민국 학생운동권에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식민지성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과 당대 혁명의 단계를 인민민주주의단계로 설정한 계파를 NLPDR(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 民族解放人民民主主義革命論)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마오쩌둥 사상과 주체사상이라는 당대 특수성을 고려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사회 변혁의 중심 개념으로 잡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은 다시 식민지반봉건론(植民地半封建論)에 특화된 ‘자민통-NL노선’과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新植民地國家獨占資本主義論)에 특화된 ‘제독-PD노선’으로 나눠졌다. 자민통-NL노선의 경우는 주체사상과 일정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주체사상은 반봉건(半封建) 상태에서는 부르주아민주주의 고수만으로는 부르주아민주주의가 목표로 하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이행을 달성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민족 해방 투쟁에서 최종적으로 얻으려고 했던 구성체의 형태는 형식적인 의미에서의 ‘자주적인 부르주아민주주의정부’가 아닌, 노동자와 농민의 지도노선에 기초한 인민민주주의정부인 것이다. 반면, 자민통NL노선은 투쟁 당면에서 ‘자주적인 부르주아민주주의정부’라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하였다.

2.주체사상은 어디까지나 반제운동의 주도권을 광범한 노동계급과 농촌의 반(半)프롤레타리아계급이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민통-NL노선은 민주주의혁명에서 노동계급의 주도권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민주주의혁명에서 대한민국 내 민족적 부르주아에게 그 주도권을 넘겨버리는 상황까지 만드는 경우도 있다.

3.저발전의 논리 또는 발전의 논리는 주체사상에서 주된 논점이 아니다. 반면, 자민통-NL노선은 남미의 종속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았기에 저발전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관찰할 때, 주체사상의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론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자민통-NL노선에 가깝다기보다는, 해당 노선과 제독-PD노선 사이에 위치한 것에 가깝다. 1990년대 말 이후 북한은 남조선혁명의 단계에 대해 이렇다 할 특별한 관점을 내보이지 않고 있었으나, 2016년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당규에는 조선 전체의 혁명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民族解放民主主義革命)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북한이 국내로 들어온 일본의 공산주의자들에게 주체사상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창조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과 대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2.2. 사회주의생산이론

주체사상의 생상력 이론은 기본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영향을 받았으나, 인민대중의 사상개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서술은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도덕적 자극을 경시하고 물질적 자극을 위주로 하는 것은 사회주의제도의 근본성격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것은 근로자들 속에서 이기주의를 조정하고 그들을 돈이나 물질에만 매어 달리게 하며, 결국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부식시키는 매우 위험하고 유해로운 편향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하에서는 어디까지나 정치도덕적 자극을 위주로 해야 한다. 정치도덕적 자극을 위주로 하여야 인민대중이 나라와 혁명의 주인으로서의 입장과 태도를 올바로 가지고 자각적 열성을 내어 일하도록 할 수 있다.
김정일, 『주체사상에 대하여』

이는 의식성을 강조하는 주체사상의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의식은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라 물질의 반영이며, 인간은 이 원리에 따라 세계를 해석하는 변증 과정을 거치며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나, 어디까지나 그 동력의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은 물질 자체가 아닌, 의식이다. 물론, 의식은 물질 밖에서 따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반영된 의식, 그리고 그 후 고양된 의식은 세계를 해석하고 역사 투쟁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재료이다. 의식은 물질로부터 나오지만, 발전된 의식은 다시 물질을 개조하여, 사회 변혁을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물적토대의 지나친 강조는 의식의 능동성, 즉, 발전된 의식성이 발생하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진정 사회주의의 발전을 촉진하고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세계를 혁명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교육과 사상개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5.2.3. 식민지민족해방론

김정일은 "마르크스에 의하여 개척된 노동계급의 혁명위업을 완성하는 데서 현시기에 중요하게 나서는 과업은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세계의 자주화를 다그쳐 나가는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그의 제국주의론을 다음과 같이 전개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오랫동안 전개되어 온 자본주의,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더욱더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제국주의는 인류역사에서 자주성에 대한 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를 짓밟는 최후의 착취제도이며, 계급적 지배와 민족적 압박을 결합시킨 가장 횡포한 억압제도이다. …(중략)… 미제를 우두머리로 하는 현대제국주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나 멸망하여 가는 지들의 처지를 구원해 보려고 필사적으로 날뛰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가 실혐됨에 따라 제국주의자들은 자기나라 노동계급과 근로인민대중을 가혹하게 탄압할 뿐만이 아니라, 국제공산주의운동을 반대하는 침략과 파괴행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김정일,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자』

이후 김정일은 입장을 간략화하여 “제국주의를 종국적으로 멸망시키고 세계혁명의 승리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반제반미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으며, “반제반미투쟁을 강화하는 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국가들과 공산당, 노동당들이 반제적 입장을 견지하고 국제제국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사회주의국가가 반수정주의 외교에 동참해야 함을 설파했다.

이와 더불어 김정일은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아랍, 아프리카 등지의 혁명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도 주장했는데, 이는 반제국주의와 국제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로 보인다.[4] 실제로 이 시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아프리카 빈국에 수많은 기반 시설 및 의료 시설 건설을 위한 자금 지원을 해주기도 하였으며,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국제혁명사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영향으로 주체사상 문헌은 반미의식이 강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지의 민족해방운동가들에 의해 폭넓게 읽히고 있다.

5.3. 영도 방법

지금까지 주체사상의 이론적 내용을 싸그리 서술하였고 하나가 남았다. 바로 영도 방법, 즉 실천에 관한 문제인데, 이는 스탈린주의와 마오주의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인만큼 구체적이고 실전적이다. 주체의 영도 방법은 모든 것을 인민대중의 힘에 의거하고 인민대중의 창조적 힘을 발동하여 해결해 나갈 데 대한 요구를 제시함으로써 세계와 역사의 주체로 자각된 사람들의 창조력을 배가하고 그 힘을 자주의 새 세계를 창조하는 데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도이다. 이 영도 방법은 기본적으로 혁명 이론의 군중노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또한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식 혁명사업 방법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다. 이것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청산리방법’, ‘대안사업체계’, ‘3대혁명소조운동’이다. 김정일에 의하면 주체사상의 혁명사업방법은 ‘돈과 채찍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이나 행정식, 명령식 사업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대립되는 것’으로 늘 군중 속에 들어가 실정을 깊이 요해하여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도를 세우며, 위가 아래를 실속있게 도와주며, 모든 사업에 정치사업을 앞세워군중이 혁명과업 수행에 자각적으로 동원되게 하며, 격식과 틀이 없이 모든 문제를 구체적 특성과 환경에 맞게 창조적으로 풀어나가는 혁명적이고 공산주의적인 사업방법이라고 한다.

5.3.1. 청산리 방법

김정일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자』에서 “일군들의 사업방법과 작풍을 개선하는 데서 우리 당이 견지하고 있는 기본방침은 김일성수령이 창조한 청산리 정신, 청산리 방법을 관철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이 방법이 주체의 영도 방법의 핵심이 되는 것임을 표명하고 있다. 주체사상 학자들에 따르면, 소위 청산리 정신에는 ‘혁명적 군중노선’이나 ‘대중 지도의 기본 원칙’들이 집대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청산리 정신이라는 것은 1960년 2월 김일성이 직접 평안남도 강서군 청산리에 나가서 농촌지도의 본보기를 보인 것으로 선전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근로인민 속에 들어가 그들의 실상과 요구에 맞게 지도하며, 대중을 동원한다.
2.먼저 적대분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회성원들을 교양·개조한다.
3.근로대중의 열성과 창조적 적극성을 동원한다.
4.청산리 방법의 기본은 웃기관이 아랫기관을 도와주고 현지에 내려가 실정을 깊이 알아보고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도를 세우는 것이다.
5.모든 사업에 정치사업을 앞세운다.

(1)에서 (4)까지는 전반적으로 실정성에 기반한 혁명지도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러한 '청산리 방법'을 헌법전문에 명기할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5.3.2. 대안사업체계

김정일은 사회주의경제란 국가의 중앙집권적 지도에 의해서만 성과적으로 관리, 운영될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대안사업체계를 기본적으로 하는 주체적인 사회주의 경제관리체계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시켜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정일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자』에서 대안사업체계에 대해 “사회주의제도의 본성에 가장 알맞는 가장 우월한 경제관리체계이다. 대안사업체계는 당 위원회의 집체적 지도 밑에 군중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며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주체의 경제관리형태이다.”라고 하였다.

대안사업체계는 1961년 12월 9일 김일성이 남포시에 있는 대안 전기공장을 현지지도하여 확립했다는 것으로서, 사회주의체제의 고유한 난점을 미봉적으로 해결하고자 하여 마련한 것이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1.이전의 지배인 단독책임제에서 공장 당 위원회에 의한 소위 집체적 지도제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것은 당 우위원칙에서 관리간부, 당간부, 기술간부 사이의 대립을 해결하려는 것이며, 공장 당비서가 단독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공장 당 위원회가 기업관리의 최고결정기관이 된다.
2.자재를 중앙집중적으로 공급하여 각 직장은 생산에만 전념토록 하고, 종합적·집중적으로 생산지도를 행한다.
3.주변 협동농장과 연계하여 공장경영위원회가 용역, 일용품 부문에서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후방공급체계를 갖춘다.

결과적으로 대안사업체계는 공장에 있어서 당의 주도성을 확립한 위에 공장과 노동자의 일체감, 노동자의 전 생활과정을 긴밀히 결합한 형태로 체계화하려고 시도한 점에서 특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5.3.3. 3대혁명소조운동

김정일은 ‘사회주의사회의 과도기적 성격’을 극복하고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자면, 사상, 문화, 기술의 낙후성을 청산하기 위한 혁명을 계속하여야 한다는 논리로부터 3대혁명소조운동을 내세웠으며, 이 방침이 바로 그 유명한 속도전이다. 속도전은 “자력갱생의 기치 밑에 인민대중의 정치적 자각과 창조적 적극성에 의거하여 사회주의 건설에서 끊임없는 비약과 기적을 이룩해 나가기 위한” 사업방식이다. 속도전을 추진해 나가는 데에는 사상혁명, 기술혁명, 조직지도가 중요하며 이 세 가지 조건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사항은 사상문제이다. 속도전은 문학예술창작 방법론으로도 발전되었는데 문예창작론으로서의 속도전은 빠른 창작속도와 함께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문학예술에서의 속도전의 기념비적 사례로 강조되는 것이 40일 만에 완성하였다는 영화 ‘한 자위단의 운명’ 제작과정으로 속도전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9년 5월 북한당국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150일 전투’를 구호로 새로운 속도전을 선전하며 주민총동원령을 내린바 있다. 이는 2005년 7월에 진행된 ‘100일 전투’이후 4년 만에 등장한 대대적인 속도전으로써 시장경제 확산의 여파로 해이해진 주민들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5.3.3.1. 사상혁명
사상혁명은 조선 현실에 맞는 독자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을 구축하고, 이 혁명노선에 따라 광범위한 인민대중을 지도하고, 지속적으로 사상교육을 실시하여 전인민을 혁명화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기조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련공산당과 중국공산당의 수정주의화와 양대 분쟁이라는 당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특수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사상혁명에 따라 노동계급과 농촌의 농민계급에 대한 지속적인 사상교육사업을 진행했으며, 학교 교육에도 별도의 사상교육시간을 새로이 구성하여 학생들을 혁명화하였다.
5.3.3.2. 문화혁명
김정일은 공산주의 인간에 맞는 품성을 개발하기 위해 단순 경제주의 투쟁이 아닌 문화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감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사회주의제도에 걸맞은 인성 배양과 공산주의 인간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예술(문학·영화·음악 등등) 확립에 있다. 실제 1980년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문화예술계에서는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에 관련된 수많은 영상물이 제작되었으며, 당대의 투쟁과 1980년대 주체사상의 혁명정신을 예술적으로 서로 연결시키려는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동시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검열은 한층 더 강화되었다. 김정일은, 인간을 비천하게 만들고 욕구중심적인 사고를 하게 하여 결국 전인민의 반동화를 이루려는 것이 자본주의 문화예술의 본질이라고 하였는데, 그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그 추종 나라의 문화예술계를 관찰했을 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인간이 가진 제일 저열한 감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행위는 그 나라의 노동계급에게 심대한 의식적 타격을 주며, 종국에는 계급의식이 존재할 수 없게 되는 역사의 불구자로 만드는 철저한 반동 행위이다. 이것은 공산주의로의 이행기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동지애, 애국심, 혁명관과는 정반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은 문화예술계에서 온갖 퇴폐향락주의를 물리치고, 그 결과로 건강한 공산주의문화예술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김정일, 『영화예술론』

따라서 문화혁명의 노선에 따라 자본주의 유입물은 더욱더 엄격히 통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5.3.3.3. 기술혁명
기술혁명도 또한 사상혁명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시 소련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기 곤란한 특수한 환경에서 나온 산물이다. 주체사상 영도 방법에서 기술혁명이란, 모든 기술에 대해 대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인민대중의 창조력과 지적 활동에 기반하여 기술발전을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5.4. 주체문예론

북한에서는 문화예술을 문학예술이라고 부른다. 문학예술 작품 창작시 당연하지만 반드시 노동당의 정책에 의거해야 하며, '혁명 발전의 매 시기에 당의 정책을 높은 예술성을 가지고 진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방침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이로써 북한에서 문학예술은 인민들을 당의 유일 사상과 김일성의 혁명 사상으로 무장시키고 혁명과 노동계급화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당의 정책을 관철시키는데 이용된다. 그 내용들은 결국 북한의 문학예술이 예술의 본질인 미의 추구보다 혁명의 전파, 사상 전달이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국어사전인 조선말 대사전에서는 문화를 사발전의 행정에서 인류가 창조한 물질적 및 정신적 부의 총체라고 정의한다. 이들에 따르면 문화는 ‘사회발전의 매 단계’에서 이룩된 과학과 기술, 문학과 예술, 도덕과 풍습 등의 발전수준을 반영하며, 문화는 사회생활의 어떤 영역을 반영하는가에 따라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로 구분된다. 또 이들은 매개 나라의 문화는 자기의 ‘고유한 민족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계급사회에서 문화는 계급적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북한에서 참다운 예술은 '시대의 요구와 인민대중의 지향을 옳게 반영하여 사람들에게 생활의 본질과 아름다움, 사회발전의 합법칙성을 밝혀주는 데 이바지'하는 예술이다. 북한에서는 인간의 사회적 계급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한다. 북한식 미학에 의하면 아름다움은 사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주적인 요구와 지향에 맞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주성에 기초한 요구와 지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이익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으며 사물은 인간이 필요로 할 때, 그리고 그 필요에 맞을 때 아름다운 것이 되기 때문에 인민대중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인민대중의 요구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운 것인지, 아닌지를 나눈다.

북한의 문학예술관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근거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가능한 한 가장 충실하게 현실을 재현하라는 사상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에서 사실적인 것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주체사실주의가 이 시대의 유일한 창작방법이라고 말한다. 북한에 의하면 지금 이 시대는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인인 주체시대이기에 주체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보는 주체사실주의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주체사상이 예술에 수용되었다는 것은 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을 중심에 두고 이를 예술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시대가 주체의 시대가 된 이상 모든문제를 주체에 의해 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인민대중이 사회적 주체로 나서기 위한 절대조건으로서 '노동계급의 혁명 영수'인 수령을 예술적으로 어떻게 형상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핵심이라고도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이 노동계급을 대표하듯이 북한에서는 문학예술 역시 당이 지향하는 이념을 가져야 한다. 이는 예술이 노동자를 위한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예술이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목적을 가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예술은 계급성을 우선으로 한다.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이 계급성을 갖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이 여러 계급 가운데서 노동자, 농민의 계급을 대변하는 이유는 역사발전의 합법칙성 때문이다. 역사는 자본주의를 거쳐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발전하는데, 가장 앞선 계급이 바로 노동자. 농민계급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인민성을 가진다는 것은 예술이 인민들을 위하여 복무하며, 인민들이 예술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예술이 인민대중의 혁명활동에 도움을 주고,새로운 사상은 인민들의 생활을 이끌기 위해서는 인민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예술가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노동을 하는 것은 직접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술에서의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민성이란 창작의 소재를 인민의 삶 속에서 찾고, 이들의 삶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민들이 생활에서 즐길 수 있어야 인민성의 의미가 완성된다. 인민성은 예술의 내용과 형식이 인민 모두가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5.4.1. 무용

70년대 이전 북한의 무용은 일제시대부터 이어온 신무용으로, 조선의 민족무용과 서양의 신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이는 60년대에 민속무용으로 발전하였고 70년대부터는 여타 예술장르와 마찬가지로 주체문예이론에 입각한 「주체무용」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무용양식으로 정착되어 왔다. 주체무용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창작방법에 의해 당성·노동계급성·인민성·현대성의 원칙을 고수하며, 사회주의적 내용과 민족적 형식을 조화롭게 배합한 무용을 총칭한다. 따라서 북한의 무용들은 하나같이 인민의 사상생활과 경제, 문화적 정서생활에 도움이 되는 목적과 김일성이 교시한 문예이론에 입각해 노동자들의 생활을 돕는 목적, 주체사상을 찬양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된다. 즉 북한에서 무용예술은 선전선동을 위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평양을 비롯해 지방 각 도시에는 극장과 함께 여러 공연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별도의 공연단체들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식 무용의 가장 큰 특징은 동작이 대체로 기계적이며 크고 빠르다는 것이다. 또 손목 동작의 각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기교적이다. 또 표정은 항상 웃는 표정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거나 충동시켜 혁명사상 진취라는 선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북한의 주체무용은 북한의 문예이론을 창작 실천화 해낸 ‘조선식 민족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주체의 창작이론을 강령적 지침으로 하여 창작한 모든 무용을 포함하는 용어로, 북한에서 1970년대 이후로 추어지는 모든 무용이 이에 포함된다.

북한의 주체무용은 직능상으로는 전문예술가에 의한 예술무용과 대중예술로서의 군중무용, 체육무용으로 대별된다.

(1) 예술무용

예술무용은 예술적 현상과 감상을 목적으로 창작, 보급된 무용으로 민족무용이 그 중심을 이룬다. 사상성과 예술성을 담보하고 있어 주로 인민의 미학 정서적 요구를 채워주고 사상 정서적으로 교육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주체사상 및 당의 노선을 반영하는 선전선동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에 의해 창작되고 표현되는 예술무용은 민족무용을 발전시킴으로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예술무용을 기능상으로 분류하면 현대(물)무용, 민속무용, 아동무용으로 나누어지며, 형상기법에 따라서는 다양한 형식의 무용작품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용소품으로, 무용형식의 최소 단위이다. 무용소품을 소재상으로 분류하면 현대무용, 민속무용, 전설무용, 동화무용 등으로 분류된다. 현대(물)무용은 70년대까지는 혁명무용이라 불렸으며 북한 인민의 현대 생활과 사상, 감정 등을 창조적으로 형상하는 무용을 말하며, 형상기법에 따라 혁명무용극·혁명가극·음악무용서사시·무용조곡·무용소품 등으로 나뉜다. 「눈이 내린다」, 「조국의 진달래」, 「사과풍년」, 「키춤」과 같은 4대 명작무용이 이에 속하며, 이들 작품은 사상성과 예술성이 높은 대표작으로 꼽힌다. 현대(물)무용은 수령과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역사의 주체인 인민의 자주성 실현을 위한 투쟁과 지향, 인민의 건강한 생활상 등을 표현하는 선전선동성이 강한 무용들이다.

다음으로 민속무용을 살펴보면, 북한의 민속무용은 통상적으로 인민의 전통적 생활과 노동에서 발생한 무용을 원형 그대로 계승하지 않고 현대화하여 재창조해 나간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화된 창작 민속무용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현대(물)무용과 마찬가지로 형상기법에 따라 무용조곡, 무용소품으로 대별된다. 그리고 아동무용은 아동의 다양한 심리를 묘사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진취적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밝게 표현한 무용을 말한다. 주로 혁명, 전설, 동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으며, 「소년호 탱크」, 「통일연」, 「거울춤」 등이 대표작이다.

(2) 군중무용

군중무용은 대중이 노동과 일상생활, 축제나 집회 등 언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도록 통속적으로 창조한 무용이다. 군중무용은 창작자나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춤추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대중 내지는 노동자이다. 예술무용이 교양적 기능을 지니는데 반해 군중무용은 노동하는 대중의 사상과 정서적 문화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지닌다. 즉 노동으로 축적된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를 풀어주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상호 이해를 도우며, 더불어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기능한다. 이러한 군중무용은 계층별 특성에 맞춰 형식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동작과 구성은 즐겁고 단순하게 박자에 맞춰 창작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되고 있다. 작품으로는 「노들강변」, 「옹헤야」 등이 대표적으로 추어진다.

(3) 체육무용

체육무용은 체육동작을 예술적인 율동에 실어 표현하는 무용으로, 무용예술에 대한 인민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발전해 왔다. 체육무용에는 체조무용, 빙상무용, 수중무용이 포함된다. 체조무용은 유치원 아동과 소년을 대상으로 보급되는 무용으로, 아이들을 ‘지, 덕, 체’를 갖춘 혁명인재로 키워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체조의 회전동작과 도약하는 움직임을 예술적으로 리드미컬하게 만들어낸 무용이며, 리듬체조에 해당한다. 빙상무용은 빙상에서 예술적인 움직임과 기교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무용으로 피겨 스케이팅(figure skating)을 말한다. 빠른 속도의 회전과 속도감을 통해 다양한 조형미를 그려내는 독특한 장르로 취급된다. 수중무용은 수영동작을 예술적으로 창조하여 아름다운 조형적 구도로써 펼쳐내는 무용으로, 싱크로 나이즈(synchronized swimming)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장르에 포함되고 있는 리드믹 스포츠가 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주목된다.

5.4.2. 음악

북한에서의 모든 음악활동은 김정일과 당에서 제시한 범위 즉,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의 본성적 요구와 음악의 혁명화, 주체사상화의 요구라는 범위 안에서 인민들에게 공산주의에로의 투쟁을 고무시키는 계급 교양 및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온 사회를 혁명화·노동계급화를 위하여 존재한다. 북한은 음악에서 사상성과 예술성을 결합시키며, 사회주의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인민적인 우리 식의 음악을 발전시킨다"는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 음악에서 강조하는 것은 '통속적인 노래'이다. 여기서 통속적인 노래는 상업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성에 기초한 노래, 광범위한 인민들이 부를 수 있는 혁명적이며 통속적인 노래를 의미한다. 혁명적인 노래가 필요한 것은 이 노래가 인민들에 대한 사상 교양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하여 좋은 노래를 많이 지어 널리 보급할 때, 인민을 혁명적으로 교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군을 와해시키는 사업에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음악은 주체음악으로 정리되는데, 북한은 주체음악이 주체시대의 인민들의 감성에 맞는 음악, 음악에서 제기된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명한 음악이라고 주장한다.

주체음악 창작의 기본 방침은 김일성이 처음 언급하고 김정일에 의해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 김일성은 1946년 8월 8일 "음악예술인들은 새 민주조선 건설에 적극 이바지 이바지하여야 한다"를 통해서 "음악은 민족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혁명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의 음악은 우리 인민의 감정과 정서에 맞고 새 조국 건설에 일떠선 우리 인민들의 환희와 기쁨, 긍지와 자부심, 혁명적 열정을 반영한 참말로 인민적이며 혁명적인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음악의 방향을 규정하였다.

김일성이 제시한 기본 방침을 수용한 김정일이 창작원칙과 세부 지침을 구체화하면서 주체음악 이론을 정립하였다. 음악분야의 지도 역시 교시 대신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밝혀주신 주체적 음악예술발전을 위한 강령적 지침',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가르치심을 주신 노래',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진행하신 주요 음악예술 차작사업 지도일지' 등으로 김정일의 지원과 배려, 보살핌을 강조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김정일은 이를 총망라한 「음악예술론」에서 북한의 음악은 체제의 특성상 노동자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내용과 표현, 형태가 쉬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정일은 "음악이 우리 인민의 사상감정과 우리 나라의 구체적 실정에 맞게 되자면 음악을 주체적 입장에서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김정일의 음악관을 집약한 「음악예술론」은 "인류역사발전의 장구한 시대를 거쳐 논의되어 온 음악의 참된 사명과 역할, 그 성격에 관한 근본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주체사상을 철학적 배경으로 하는 "주체시대에 상응한 음악, 주체시대의 요구와 사명에 이바지하는 음악"으로서 주체음악만이 "우리 시대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체현하고 주체시대의 위업에 충실히 복무할수 있"게 한 음악이론이라고 말한다.

김정일은 주체의 음악만이 음악에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현재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이 가장 높은 단계에 올라서고 인민대중이 세계를 지배하는 주인으로 등장하여 혁명과 건설을 힘차게 추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창조적인 생활을 철저히 실현해 나가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역사적인 새 시대를 김정일은 주체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주체시대에 음악은 예술의 사회적 본성에 맞게 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를 반영하고 인민대중을 위해 복무함으로써 주체시대의 요구와 사명에 이바지해야 하는데, 이 음악이 바로 주체음악이라는 것이다.

김정일은 주체음악은 '내용이 혁명적'이며, '형식이 인민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용이 혁명적이라는 것은 역사발전의 주체인 인민대중이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내용을 다양한 감정과 정서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음악에서 내용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은 "예술지상주의, 형식주의의 표현으로서 음악의 건전하고 혁명적인 사상과 내용을 거세하기 위한 반동적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형식이 인민적이라는 것은 "인민대중의 감정정세 맞고 그들이 알아듣고 즐길수 있"는 음악이다. 김정일은 지난날의 음악은 지배계급에 복무하는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하면서 어느 정도 진보적인 역할을 한 음악도 상류사회의 테두리에 머물렀으며, 인민음악의 요소를 받아들여 특권계급과 전문가의 취미에 맞게 이용한 데 불과하며,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도 인민대중을 타락시키고 투쟁의식을 마비시키는 '대중음악'을 퍼뜨림으로써 대중을 억압착취하고 노예화하는 도구로 활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지난날 인민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고, 인민에게 복무하지 못한 음악, 인민대중이 알아듣고 즐길 수 없는 음악은 철저히 극복되어야 하고 광범위한 대중의 이해를 고려하여야만 혁명과 건설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주체음악이 바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에 따라 혁명가극과 민족가극을 발전시켰고, 발성법을 바꾸었고, 전통악기를 대대적으로 개조하였으며, ‘주체적 관현악법’, ‘주체적 발성법’, ‘주체적 편곡법’ 등과 같은 독창적인 연주법을 계발하였다. 그리고 민요를 중심으로한 여러 음악 장르를 개척하였고 또 민족 음악을 발전시켰다.

그런 한편, 김정일의 『음악예술론』에는 창작론과 연주론 등 음악활동에 관한 제반 사항들이 제시되어 있다. 창작 분야에 있어서는 “음악은 선율의 예술이다”, “절가는 인민음악의 기본형식이다”, “악기편성에서 기본은 민족악기와 서양악기를 배합하는 것이다”, “편곡은 창작이다”, “다양한 종류와 형식의 음악을 창작하여야 한다”는 기본 방침과 함께, 연주 분야에 있어서는, “연주는 창조의 예술이다”, “연주에서 민족적 정서와 현대적 미감을 옳게 구현하여야 한다”, “연주에서 개성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 “연주는 정열적으로 하여야 한다”, “연주가는 창조의 능수가 되어야 한다”, “지휘자는 악단의 사령관이다” 는 기본 방침을 제시하였다.

이는 ‘주체음악과 사회주의 공산주의 음악예술의 구현’이라는 목적성과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오늘날의 북한의 음악가들은 이 방침에 따라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북한의 음악 역시 이 범위 안에서 그 성격이 규정되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5.4.3. 문학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주체사실주의를 가르는 기준은 ‘수령’이다. 주체시대란 곧 인민대중이 주인인 시대인데, 인민대중이 시대적 소명을 알고 주인공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수령’의 사상과 지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령 없이는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인으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시대를 올바르게 형상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적인 문제가 바로 ‘수령 형상’이다. 수령은 주체사상의 핵심이기에 수령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곧 북한 체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1960년대 유일사상체계 정립과정에서 김정일이 주장한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은 곧 북한문학에서 수령인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문학예술의 건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주체시대에는 수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혁명문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에 없는 수령의 존재를 올바르게 규정하기 위해서 당적 지도와 당적 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철저히 당 정책에 의거하여 창작할 때 사상 이론적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며, ‘편향을 극복하고 유일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올바른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을 명분으로 문학가들에게 당의 유일한 지시와 결론에 따르는 엄격한 규율을 통한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작가들에게 당의 엄격한 규율 아래 조직화된 체계 속에서 항일 혁명 투쟁 역사를 깊이 연구하여, 수령을 모델로 한 혁명전통을 살린 ‘새로운 혁명문학’ 창작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은 자연스럽게 당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작가들은 당의 방침을 실천하기 위해 당 정책을 학습하고, 당 정책에 의거하여 창작 소재와 주제를 선택해야 했다.

‘어떤 주제를 잡아 어떻게 쓸 것인가’와 관련한 이론으로 속도전과 종자이론이 있다. 속도전이란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최단기간에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속도전은 단지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수준도 높은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빠르면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평소 당 정책에 대한 교양을 열심히 하여 당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작가들은 당에서 요구하는 주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문학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종자’라고 한다. 종자는 단지 주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동시에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소재이다. 종자는 곧 창작의 출발이자 결과물을 의미한다. 종자로 표현하는 것은 작품의 소재를 찾아 작품으로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해지면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잡아 창작하는데, 마치 식물의 종자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과정과 같이 완성된 작품, 즉 열매 속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종자가 올바르게 잡으려면 평소 종자가 무엇인지를 올바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종자를 올바로 잡아야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맞추어 신속하게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자이론과 속도전이론은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는다.

또한 북한문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민성의 원칙이다. 인민성의 원칙이란 인민의 입장에서 인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인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민들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주제가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북한문학이 인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에 목적이 있는 만큼 인민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주제가 분명하지 않은 작품은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작품의 주제가 분명해야 하고, 긍정적 인문과 부정적 인물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인민들이 긍정적인 인물을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성은 다른 측면에서 민족적 형식을 의미한다. 민족적 형식이란 오랜 세월동안 인민들의 삶 속에서 형성된 형식으로 인민대중에 의해 오랫동안 향유되면서 특유의 정서적 체험을 반영한 그 민족의 체질에 가장 알맞은 형식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문학적 전통은 주인공의 성품이 아름답고 고상하고, 사건의 전개가 순조롭게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전개되는 순차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 구조를 통하여 극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엽기적인 사건이나 복잡한 갈등 관계, 삼각관계, 비극적 인간관계를 설정하거나 비순차적인 구조는 민족적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문학에서는 민족적 정서와 맞지 않은 형식이나 내용의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5.4.4. 영화

적을 형상(표현)하려면, 내 자신이 그만큼 우리인민을 더 열렬히 사랑하고, 자신이 애국심에 불타야 자기의 적을 훌륭히 형상(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건 우리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일찍이 우리 영화예술론에서 저희들에게 가르쳐주신 그런 말씀입니다.
윤찬[5]

북한 영화 창작의 규범이 되는 것은 『영화예술론』이다. 『영화예술론』은 1973년 4월 김정일이 북한의 통치 이념이자 유일한 사상인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쓴 영화이론서이다. 『영화예술론』은 영화창작의 세부적인 지침을 제시한 지침서로 ‘영화문학’부터‘창작지도’까지 영화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지침이 제시되어 있다.

『영화예술론』은 ① 생활과 문학(영화문학론), ② 영화와 연출(연출론), ③ 성격과 배우(배우론), ④ 영상과 촬영(촬영 론), ⑤ 화면과 미술(영화미술론), ⑥ 장면과 음악(영화음악론), ⑦ 예술과 창작(창작방법론), ⑧ 창작과 지도(창작지도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예술론』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배우의 연기 동작으로부터 영화 보급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금도 영화 제작의 절대 교범으로 삼고 있다.

김정일은 영화창작의 기본이 되는 글, 즉 시나리오를 ‘영화문학’이라 칭한다. 김정일은 모든 문학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영화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줄거리)라고 말하며 인간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밝힌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정치적 의의가 있게 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문학의 기본은 주체사실주의에 입각하여 인민 생활 속에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사상적 알맹이(종자)를 찾아내는 종자론이다. 영화는 종자를 바탕으로 인민대중을 혁명적으로 교양하고, 자주성 실현을 위한 투쟁에로 조직, 동원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여기서 종자, 즉 사상적 알맹이란 수령의 영도나 수령에 대한 사상적 충성을 의미한다.

또 김정일은 연출가를 사령관에 비유한다. 이에 따르면 영화의 생명인 연출은 영화의 종자를 깊이 파악하여 감정의 흐름에 맞도록 구성할 때 의미가 높아진다. 북한 영화의 연출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선’이다. 사건의 논리적 연결이나 치밀한 구성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중시한다. 연출가를 창작의 사령관에 비유하지만 연출가의 독창성은 경계하는 모순적인 구조인 셈이다. 김정일은 연출가의 연출을 강조하는 것을 "연출 제일주의"라고 하여 배격한다. 북한 영화연출의 목적은 ‘자본주의적 요소’들과 ‘교조주의적 잔재’들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김정일은 새로운 주체적인 연출 체계와 방법을 세울 것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북한에서 배우는 사람들을 공산주의 혁명가로 키우고, 사람들을 혁명적으로 교양·개조하는 예술가로 평가한다. 배우에 강조되는 것은 사상이며, 김정일은 배우는 인물을 표현하고 체험하는데 있어 기본을 사상 체험에 두고 창조적으로 개성을 형상해야 하는데, 인물을 진실하게 형상하기 위해 생활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활을 잘 이해하고, 인물 성격의 핵을 이루는 사상과 그 변화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체험을 통해 인물과 유기적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노동계급적 의식을 갖고 그 성격과 생활의 본질을 파악하여 자기자신의 사상과 감정으로 받아들여 연기해야 한다.

또 김정일은 촬영기술에 대해 주체사실주의에 입각해 촬영가는 사람들이 생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대상을 촬영해야하고 화면의 움직임은 작품의 사상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촬영가는 화면의 조형성을 살리면서도 인민 대중의 사상감정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미술이란 분장, 무대의상, 장치물, 소도구 등 영화와 관련된 표현 형식 일체를 의미한다. 영화에서 미술은 등장인물의 생활과 성격, 시대를 그려내는 것이다. 영화화면을 구성하는데 있어 특히 중요하다. 김정일은 건축예술과 마찬가지로 영화미술 또한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발전할 것을 강조한다. 여기서 형식의 민족적인 것이란 영화의 형식이 제국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이미지를 배격하고 전통적이고 민족적인 형식을 활용해 인민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며, 내용이 사회주의적이란 것은 영화문학의 종자론에 기반해 사회주의적 선전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은 영화음악 인민들이 즐겨 부를 수 있으며 영화의 사상성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좋은 노래는 영화의 사상예술성을 높여 줄 뿐 아니라 대중 속에 보급되어 교양적 역할을 하는 음악인데, 영화에서 음악은 사상이 깊고 감정이 깊고,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며 영상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북한 영화는 이에 따라 한편의 영화에 반드시 3~4곡의 주제가를 넣음으로써 신파조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음악에서는 원곡의 곡상을 따르면서 곡을 더욱 풍성하고 효과적으로 만든다고하여 편곡도 강조한다.

북한 영화의 편집 원칙은 인간관계와 사건이 순차적으로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의식이 성장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영화의 기법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주체사상의 요구에 맞추어 감정이 고조되도록 함으로써 사회주의적 낙관적 전망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5.4.4.1. 종자론(심화)
종자론은 영화 제작자들로 하여금 자기 생각에 따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당의 노선과 입장에 따라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김정일은 여기서 종자, 즉 씨앗이 생물체의 알맹인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그 생명체와 동일하다고 한다, 즉, 만약 모든 예술적인 해석이 하나의 이념적 토대 즉, ‘종자’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 영화가 그 생명체처럼 된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또 감독의 임무가 씨앗과 맞지 않는, 반당적이며 반이념적인 어떤 것도 영화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정리하면, 종자는 예술적 창의성의 기초가 되는 근본적인 의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종자는 ‘(영화의)주제에 대한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사상’이라는 영화 프로파간다의 기반이 된다. 여기서 종자는 작품의 주제와 아이디어를 종합하여 형태와 내용 모두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물질, 주제, 사상에 대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문학 이론 개념들도 융합시켜 사상적 기반을 만드는 역할도 수행한다. 김정일은 영화가 통치 이념에 기여하고 선전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미학과 스토리텔링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5.5. 주체건축론

북한 건축의 특징이라면 건축물들이 매우 크고 초호화하거나, 디자인이 스탈린식 사회주의 양식과 전통 양식이 기묘하게 혼합된 양식을 띄고 있는 등 북한만의 특징적인 건축양식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이 한창 강화되던 시기 건축분야에서는‘주체건축’이란 이름으로 북한 전역의 건설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주체건축’은 인민에게 안전과 편의성을 제공하기 이전에 사회주의 체제의 존속을 위한 최상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었다. 이는 건축이 인민의 사상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형태적 언어의 표현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주체사상의 핵심요소를 건축적 표현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인민에게 사회주의 교양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오늘날 평양의 모습은 김정일이 권력쟁취 과정에서 주체건축을 이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주체사상의 건축론이 드러난 것은 김정일이 1992년 저술한 <건축예술론>에서이다. 김정일은 “주체건축의 내용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며 형식은 민족적인 것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민족적”이라는 것은 주체사상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건물의 외관이 민족 전통성을 갖도록 함으로써 제국주의적 이미지와 차별성을 갖도록 하는 등 주체사상이 인민들의 정신과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인민 대학습당, 평양 대극장, 옥류관과 같이 전통건축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건축물이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남한에서 지향하는 전통건축과 구분되어야 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북한의 전통미는 주체예술론과 스탈린 형식을 동시에 구현한 것에 뿌리를 둔 것이고, 남한의 전통미는 한국 전통건축 그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체건축은 또한 대외적으로 사회주의의 위대함과 성공을 홍보하는 수단으로서 같은 값이면 보다 높고, 크고, 웅장한 모습으로 보이는 스탈린식 사회주의적 건축을 지향해 왔다. 대표적으로 류경호텔, 당 창건 기념탑, 주체사상탑, 평양개선문을 비롯한 고급 고층아파트의 건설을 들 수 있다.

6.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의 비판

6.1. 인간중심철학 비판

상기 논의에서 물질의 양적 상승은 질적 변화가 된다는 전제는, 의식은 고도로 조직된 물질인 뇌수의 속성이고, 물질의 양적 상승 즉 뇌수의 양적인 변화가 질적 변화를 야기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은 추상적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시킨 추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파블로프 학설에서의 생리학으로 해설할 수 있다. 파블로프는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의식은 고도로 조직된 물질(뇌수)의 속성"이라는 것에 대해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그 결과, 인간에게는 제2신호계라는 언어 내지 추상적 사유의 생리적 근본이 대뇌피질에 있어서 세계를 개조하고 창조할 수 있으며 이것이 능동성의 근원이라고 했다.

여기서, 제1신호계제2신호계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제1신호계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신호계로서 본능이다. 가령, 인간과 동물은 번개가 치면, 감정적, 본능적으로 놀라게 된다. 그렇지만, 인간은 제1신호계를 매개로 하는 제2신호계가 존재하여, 번개를 언어로 일반화, 추상화할 수 있다. 가령, 동물은 번개에 놀라기만 하고 도망가지만, 인간은 "번개"라는 것으로 모든 번개를 일반화하고, "번개는 진동이다"라고 하여, 번개에서 진동을 추상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실천적 활동, 즉 노동에 기하여 가령, 인간이 산 봉우리 바위에 번개가 잔류한 것을 보고 "번개는 잔류한다"를 통해, 전류라는 일반화를 하고, "전류는 모인다"를 통해 피뢰침을 개발하여, 전기라는 것을 이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세계에서 전기를 두어 세계에서 번개에 적응하고 개조하는 것이 된다. 이것에 대해 파블로프는 제2신호계 언어를 통해 인간이 세계에 적응하고,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능동성의 기원이라고 언명하여, 생리학적으로 해설한 것이다.

그렇지만 주체사상에서의 능동성은 이와는 차이가 있다. 주체사상에서는 인간이 창조성, 의식성, 주체성을 가진다고 한 바, 이는 볼셰비키가 파블로프 학설에서의 생리학을 통하여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유물론을 정당화 시킨 것과 다르게, 주체사상 자체는 주체성, 창조성, 의식성을 사회유기체설과 결부시킴으로써, 생리학적으로 뇌수가 수령이고, 척추가 당이고, 수족이 인민이라고 언명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 간에는 양자가 별개 사상으로 경합한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파블로프 학설에서의 생리학을 차용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이 동일한 사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엥겔스가 반뒤링론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리카도의 임금법칙이 멜서스의 인구론에서 일부 차용해도, 멜서스의 인구론이 오류임이 증명되어도, 계속해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리카도의 임금법칙이 존속한다고 언명하였으니, 이를 통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 간에는 차용에도 불구하고 경합된 별개 사상으로 볼 수 있다.

6.2. 자주성에 대한 비판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하면, 물론 인간이 환경을 개조하는데 노동과 도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즉, 역사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에도 영향을 주고 자연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삶을 위해 새로운 자연적 조건을 만들어 낸다. 또한 레프 비고츠키에 의하면, 인간이 자연에서 생존하는데 도구의 사용과 문화역사적인 언어의 발달을 통해 진화했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다만, 어디까지 이러한 전제는 기본적으로 역사발전5단계설에서 철학이 아니라 경제력, 생산력인 내용을 봐야 한다는 것인데, 주체사상은 경제력, 생산력에 입각한 것이 아닌, 별도로 창조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인간이 자연을 극복하는 위대한 존재나느니 예속에서 투쟁한다느니 하는 관념론적 내용을 추가하였다.

만약, 주체사상의 논지를 적용하게 된다면, 고대노예제와 중세봉건제, 근대 자본주의에 있어서, 인간에게는 지배자의 예속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지가 단지 자연을 개변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적용되었다고 봐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역사를 경제력, 생산력에 따른 투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투쟁으로 볼 수 밖에 없어 이것이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유물론에 반하게 된다.

만약 주체사상대로 적용해보면, 생산력(내용)과 생산관계(형식), 그리고 생산관계(내용)와 상부구조(형식)라는 내용과 형식 자체가, 생산관계가 내용이 되고(인간에게는 자연정복을 하려는 의지가 있으므로 의지에 따라 산출되는 것이 경제인 생산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생산력이 형식이 되며, 상구부조 즉 수령이라는 주체가 인민을 지배, 결정하는 내용이고 거기에 구조가 되어 내용인 수령에 봉사하는 것이 인민이라는 형식이 되어, 내용과 형식에 반하게 된다. 또, 역사 경로에 있어서, 생산력이 아닌 인간의 주체성이 생산력을 형성했다고 보면, 생산관계가 내용이고 생산력이 형식이 되어, 인간들의 관계 즉 생산관계의 자유의지가 높은 생산력인 형식을 창조하여 경제결정론에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렇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는 생산력이 인간 의식을 결정한다. 즉, 원시공산제에서 모계제가 부계제로의 이행을 통해 생산력이 높아지자 생산관계인 생산자와 계급 들의 변동이 있게 되고, 그 생산관계에서 상부구조가 산출된 것이다. 그것이 추후 정복전쟁과 잉여생산물에 기반하여,고도로 성장된 생산력이 새로운 계급인 생산관계를 산출하여, 그 생산관계의 형식인 봉건제로의 이행을 통했고, 봉건제에서 생산력이라는 내용에서 산출된 형식인 부르주아와 부르주아라는 생산관계의 형식인 낡은 상부구조인 구태의연한 봉건제와의 투쟁과 혁명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실정을 보면 이러한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는 일정한 생산력이 있어야 하지만, 북에서는 자력갱생이나 고난의 행군 등 상부구조 자체가 생산관계에서 의식을 통해 생산력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면서, 생산력은 생산관계의 자유의지에 따라 산출되어 극복되고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6.3. 혁명적 수령관 비판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개인 숭배 즉 역사를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 수 있는 초인간적인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는 위인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개인숭배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공산주의 운동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은 항상 개인 숭배나 개별적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과장, 혹은 그들을 찬양하고 그들에게 아첨하는 따위의 일들에 대해 반대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창시자들은 집단적 지도만이 혁명운동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숭배는 역사적 창조자로서의 인민의 역할과 인민의 집단적 지도자로서의 공산당 및 당 중앙기구의 역할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매우 해롭다. 개인숭배는 당의 이데올로기 생활과 인민의 창조적인 에너지의 발전을 방해하며, 인민에게 상부로부터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잘못된 습관을 길러준다. 개인숭배와 이로 인한 당생활과 국민생활의 레닌주의적 규율의 파괴, 그리고 사회주의 법과 민주주의의 파괴는 사회주의의 민주주의적 본성과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사회주의의 특징은 개인의 전능이 아니라 인민의 통치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소비에트 연방 공산당은 개인 숭배를 비판하고 그 결과들을 단호히 청산했다..... 모든 역사의 발전은 개인이 아무리 위대하다 하더라도 결코 역사의 경로를 수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역사를 만들고 사회혁명을 수행하며 인류의 모든 물질적, 정신적 부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바로 인민이다.
빅토르 아파나셰프, 역사적 유물론[6] [7]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개인숭배에 대해 시종일관, 초지일관 일체 거부하는 입장이다. 스탈린이 1938년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유물론을 출판한 이후, 1950년대 스탈린 사후, 스탈린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유물론에 대대적인 비판과 수정 작업이 가해져서, 기성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유물론이 아닌, 개정된 변증법적 유물론이 출판되었다. 이때부터, 콘스탄티노프와 쿠시닌 등의 학자들에 의해서 사회주의에서 지도자의 개인숭배에 대해 철저한 비판이 가해지게 된다.

여기에, 레닌은 집단지도는 민주집중제 원칙 위에 세워진 소련공산당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것은 당의 모든 일을 동등한 권리를 지닌 모든 당원이 어떤 예외도 없이 직접 혹은 대표를 통해 꾸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서 모든 책임자, 모든 집단, 모든 당 기구는 선출되며 보고의 의무가 있고, 교체 가능하다."[8]

결국,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전지전능한 개인에게 충성, 아첨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물질적 부를 창조하는 대중이 주인공이어야 하며, 그 주인공에게 헌신하고 그 주인공의 결정에 따라 대표하는 직위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권위가 있다고 해도, 그 권위는 대중을 탄압하는 용도가 아니다.

또한 당 역시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대중들의 결정이나 혹은 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지도자의 위임, 해촉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수령을 뇌수라고까지 참칭하고, 그가 인민을 위한다고 하고, 인민이 수령을 위한다고 하며, 인민이 수령에 충성해야 한다는 등의 형이상학적 주장을 통해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개인숭배 배척, 반대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또한 남존여비와 가부장적인 북한의 제도와 그에 파생된 수령론은 콜론타이의 여성해방론에도 위반된다. 콜론타이에 의하면, 부모는 자녀에 대해 영아기에 양육을 담당하고, 부모가 노동하고 자녀는 국가에서 물질적 부담을 통해서 양육하며, 남녀에게 동등한 권리 예를 들어 동일임금과 결혼법 초안 작성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혼인과 이혼 등을 논했다.

그렇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녀맹을 제외한 여성단체는 부재한데다가, 이혼마저 엄격하고,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의해서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적 조치를 권고받을 정도로 처참해진 현실이다.

심지어, 혁명적 수령관에서 수령을 아버지, 당을 어머니로 본 것은 헤겔의 법철학과 별반 차이가 없다. 헤겔은 가족-시민사회-국가 순으로 탄생했다고 보았으나, 마르크스는 시민사회에서 국가로의 이행 자체는 유산자라는 재산을 가진 부르주아들에 의해서 인륜성이 발현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헤겔은 "국가의 인격성은 하나의 인격체, 즉 군주로서만 현실적"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이는 주체사상에서 수령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기에, 마르크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국민이 현실적 국가가 아닌 것처럼 국가는 추상적인 것이다. 국민만이 구체적인 것이다."(헤겔 법철학 비판, 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79페이지)

이는 헤겔이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이 공동체와 조화롭게 살아가게 한다는 이상적 조직이라는 자유의 실현을 위한 공동체로 보았으나, 마르크스는 오히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구체적인 것이 아닌 추상물로서 본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에 의하면, 국민이 구체적인 것이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국가는 국민을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마르크스는 헤겔은 국가에서 출발해 인간을 주체화된 국가로 만든다고 하면서, 종교가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창시한 것처럼 체제가 국민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체제를 창조한다고 언명했다(헤겔 법철학 비판, 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81페이지)

결국, 헤겔은 국가에 의해 국민이 규정된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고유권설이라는 지방자치가 국가에 의해 지방에게 부여된 것이라고까지 하는 학설이 등장하였다. 그렇지만, 마르크스는 국민이라는 구체적인 것에 의해서 국가라는 정치, 경제, 사회를 포괄한 제 분야가 탄생한다고 보았다.

여기에, 주체사상에서는 사상이 인간을 규정하고 있는데다가, 사회정치적 생명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고, 인간 자체를 추상화하며, 사회정치적 생명이 있어야만 국가에서 인정이 된다는 기이한 체계를 형성하여, 헤겔의 국가론에 북한이 가깝지,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에 북한이 부합하다고 볼 수 없다.

엥겔스의 권위에 대한 견해에서 봤을 때도 수령론은 비판 대상이다. 엥겔스는 권위에 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고 있다.

"권위와 자치는 사로 다른 사회의 발전 양상에 따라서 그 범위가 서로 다른 상대적인 것들이다. 만약에 자치주의자들이 미래의 사회 조직은 생산 조건 때문에 불가피한 한도로 권위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에 그친다면, 우리는 서로 의견을 맞출 수가 있을 것이다"(맑스, 엥겔스 선집 제4권, 박종철 출판사, 권위에 대하여 프리드리히 엥겔스 부분에서의 276~278페이지)

여기서, 엥겔스는 권위라는 것 자체가 필요악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철도에서 기차가 움직일때. 그 승객들은 기관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기관사에 의해 철도가 움직이며, 철도에서 사고가 나서 승객들의 생명이 위태로울때, 그 기관사는 승객들의 생명을 살려야 해서, 승객들이 더더욱 기관사의 높아진 권위에 따라 복종하게 돼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된다.

결국, 엥겔스는 권위가 사회주의 혁명 이후, 반동들의 반혁명적 시도를 분쇄하여 인민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데 그리고 생산과 행정의 유지를 위해 필요하며, 그것은 자치로서 권위가 약해지는 것으로 전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지만, 주체사상에서는 수령을 필요악 내지 미래에 자치로의 전화가 된다고 보지 않고, 절대적으로 수령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를 형성하여, 엥겔스의 권위론에서의 권위를 월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체사상에서의 수령관은 맑스레닌주의와 연관도 없고, 결부될 수도 없다. 북한은 주체사상이 맑스레닌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 원칙을 발전시켰다고 주장하나, 이는 현상에서만 그렇지 본질적으로는 헤겔의 국가 원리로 회귀시키고, 맑스주의의 권위를 월권했으며, 국민이 국가를 규정한다는 원리, 즉 인간이 종교든 국가든 상부구조를 만든다가 아니라, 국가 즉 수령과 주체사상이 인간인 사회정치적 생명을 결정한다는 기과한 논리를 형성한 것이다.

7. 참고문헌

8. 관련문서


[1] 외계가 우리의 의식과는 독립하여 존재한다고 하며, 이것은 말하자면 인간의 상식이나 이 상식을 비판적으로 반성함으로써 철학상의 여러 가지 입장이 생겨난다는 유물론의 일종[2]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삼위일체가 맞다!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연관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3] 2024년 4월 30일 로동신문 기사 <당조직관념은 곧 혁명적 수령관이다>에서 "당조직으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곧 수령이 안겨준 사회정치적 생명을 저버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벌써 죽은 목숨이나 같다."는 구절이 존재한다. #[4] 특히나 냉전시기 제3세계와 북한이 하나의 공동의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반제국주의와 국제주의 연대인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반미주의다.[5] 북한의 영화배우로 예술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에서 마틴 역을 맡았던 인물이다.[6] 도서출판사 백두, 1988년, 김성환 역, 268~269페이지[7] 역사적 유물론은 빅토르 아파나셰프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역사적 유물론을 가르치기 위해 저술한 교과서로서, 1987년 소련에서 출판되었다.[8] 개인숭배와 그 결과들에 대하여, 니키타 흐루시초프, 16페이지, 재인용된 레닌 전집 11권 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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