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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9-13 23:04:30

좋은 게 좋은 거다


1. 개요2. 의미3. 형식4. 유사 표현5. 용례6. 여담7. 외부 링크

1. 개요

'좋은 게 좋은 거다'는 한국어의 관용구 중 하나이다.

2. 의미

표면적 의미로만 보면 [좋은 것] = [좋은 것]으로 자명한 항진 명제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쓰이는 의미는 이와 매우 다르다.[1] 이 말은 주로 "지금 딱 보기에는 좋은 일이, 따지고 보면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좋은 것이니 더 이상 파고들지 말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따지고 봤을 때 생기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박완서 소설어 사전"에서는 '좋은 게 좋다'는 말을 '다소 미흡하거나 석연치 않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서로가 좋은 일이라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3. 형식

'게', '거'는 ''의 준말이다. 다만 이 표현은 꽤나 구어적이어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17000건)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다'(33000건)가 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18000건), '좋은 게 좋은 거죠'(6000건), '좋은 게 좋은 거야'(8000건)도 자주 쓰인다. '좋은 게 좋은 거예요'(1000건)는 앞선 것들보다는 그렇게 흔하게 보이지 않는다(2023년 1월 기준).

4. 유사 표현

위의 관용적 용법이 아닌 [좋은 것] = [좋은 것]의 의미로 쓰일 때도 있는데, 이 때는 '질이 좋은 것이 좋은 소금이다'처럼 추가적인 표현이 더 붙어야 한다.#(동아일보, 1959.10.13.) [A가 좋은 것] = [B가 좋은 것]의 구조로, 위의 예도 '좋은 소금이란 (다른 요소 말고) 질이 좋은 소금을 뜻한다'의 구조이다.

A = A 식의 구조를 가진 비슷한 어구로는 "없는 게 없다"가 있다. 이 역시 "X없다 ⊂ A없다 (X는 특정 개체, A는 일반 개체)"[2]로 해석하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자명한 항진 명제가 된다. 이 문장은 실제로는 "[X없다]없다" (=모든 것이 다 있다)의 구조로,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없다'라는 단어의 특징을 이용해 이중부정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도 [A한 것] = [A하다] 식의 구조이다. 이는 그나마 조금 A = A의 의미에 가깝다. '내려가다'를 2번 강조함으로써 운명적인 느낌을 더한 것이다. 즉, '내려갈 팀'이 '내려가다'라는 속성을 지닌 것은 당연하지만 저 말의 핵심은 '(이 팀은) 내려갈 팀이다, 그러니 내려가게 되어있다.'라는 것이다.

"A도 B이긴 B이다/B이긴 하다"와 같은 표현도 있다. 이는 "보통 세간에서 말하는 B는 아니지만 B의 최소한의 요건은 갖추고 있다"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가령 "런천미트고기이긴 고기다"라고 말하는 경우 "보통은 '고기'라고 할 때 런천미트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고기'의 최소한의 요건(동물의 살로 이루어짐)은 갖추고 있다"를 의미한다.

5. 용례

꽤 옛날부터 썼을 표현 같지만 검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기준으로 1968년에도 이런 표현은 쓰이고 있다.
哲學의 貧困이 行態의 過剰을 낳아가는 것일까? 이렇듯「좋은것이 좋은것」이라, 多答이면서도 결국 無答로 흐르는 일이 우리네엔 너무나 많다.
조선일보, 1968.04.21., "옳은 問題・答・管理"

6. 여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 관용어구로 실려 있지 않다. '팍팍하다' 표제어의 예문으로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그리 팍팍하게 구느냐?"가 실려 있을 뿐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는 점에서는 좀 더 근래의 신조어 엄근진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7. 외부 링크


[1] 사실 항진 명제는 언어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기가 어렵다. 그라이스의 대화 격률(Gricean maxims) 중 하나인 양의 격률에서 보듯 언어 참여자는 정보 값이 있는 말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항진 명제처럼 자명한 논리는 화청자가 모두 알고 있으므로 정보 가치가 크지 않으며 말할 일도 별로 없다. 만약 그런 말을 하면 "무슨 당연한 소릴 하고 그래?"와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다.[2] [없다\]라는 속성을 지닌 특정 개체 X는 [없다\]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없다\]라는 속성을 지닌 일반물 A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