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학계에서 명확하게 합의되지 못한 지점이 많으며, 추가적으로 연구해야할 부분이 많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자폐 진단이 잦아지면서 자폐의 원인에 대해 학부모와 사회운동가들 사이의 견해 충돌이 잦아지고 있으며, 자폐의 발생원인과 치료에 관해 여러 과학적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자폐가 실제로 일반적인, '병리학적 장애'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서구권에서는 여러 정치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2. 원인 분석
2.1.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자폐성 장애의 원인은 선천적인 원인을 정설로 보고 있으며, 정확한 역학(mechanism)은 아직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발견 초기에는 후천적 원인이 주요 발병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는데, 가정 내 양육방식 등이 거론되었으나 경험적 지지 부족으로 사멸되었다. 대개 뇌 구조의 이상, 유전적인 원인 그리고 신경전달물질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아이가 음주를 좋아하는 임신 상태의 산모로부터 악영향을 받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 역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외에도 임신부의 영양섭취 부족, 유해물질, 환경오염물질 노출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어떤 외부적 요인 없이 유전적인 요인으로만 발생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자폐성 장애가 선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장애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하지만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는 자폐성 장애의 대부분이 원인불명으로 생겼다는 통계가 있으며, 일부에서는 후천적으로 생겼다는 통계가 있다. 2014년의 장애인 실태조사(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PDF 파일) 통계에서는 자폐성 장애가 원인불명으로 많이 발생한다고 나와있다.[1][2]
후천적 원인으로 자폐성 장애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제 후천적 원인으로 자폐성 장애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한 연구자는 없다.
2.2. 극도의 남성적 뇌 vs 성별 불일치 이론
자폐성 장애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매우 많이 발견되는 현상을 극도의 남성적 뇌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를 극도의 남성적 뇌 이론(Extreme Male Brain theory)이라고 한다. 그와 유사한 가설,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학자들이 레오 카너, 한스 아스퍼거부터 시작해 2000년대 이후의 이 분야 권위자인 사이먼 바론 코헨 등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많고 현재도 많은 학계에서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문제는 이 자폐성 장애가 트랜스젠더들에게서도 시스젠더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의 비율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걸 연구하려면 상당한 양의 표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다. 특히 연구 대상이 될 자폐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젠더 이분법적 성별 분류에 대한 논쟁도 있고[3], 심지어는 성전환 시행 여부에 따라서도 연구 방법과 결과에 논란이 일 수 있어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갈길이 멀다. 어쨌든 자폐 트랜스젠더들이 정신과 심리검사를 받았다가 본인은 둘째치고 내담자를 진단해야 할 의료인/상담사부터 판단에 있어 갈팡질팡하는 경우는 꾸준히 발견되고 있고[4], 선천적인 원인을 가졌음에도 사회에서 냉대받는 처지라는 공통점에 기인해 자폐인, 트랜스젠더들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에 있어 연대가 이뤄지기도 한다. 남성향 뇌 이론을 지지하는 의료계와 학자들 역시도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는 논란의 여지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를 두고 좀 막나가서 소아 트랜스젠더들은 사실 자폐성 장애를 가졌을 뿐이니 잘만 키우면 시스젠더로 키울 수 있다는 막나가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반면에 21세기 이후 학계에서는 자폐를 가진 남성들의 뇌가 오히려 중성적(Androgynous)이라는 견해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이를 성별 비일관성 이론(Gender Incoherence theory)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도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ASD를 가진 많은 개인의 육체는 NT들보다 성별 차이가 크지 않는데다가, ASD가 있는 여성은 ASD가 없는 여성보다 덜 여성적인 것으로 나타나며, ASD를 가진 남성은 ASD가 없는 남성보다 남성적 특성을 덜 보이는 경우가 많다.# 2013년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뇌검사 결과 자폐가 있는 남성에게 극단적인 남성적 뇌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 상반된 이론이 조화되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2018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폐증을 가진 남성은 감각-운동 뇌 네트워크에서는 '여성적 특징'을 보이지만 다른 네트워크에서는 '남성적 특징'이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3. 관점
크게 병리학적 관점과 신경다양적 관점이라는 2개의 관점으로 나뉜다.3.1. 병리학적 관점 (Pathology paradigm)
치료 옹호 관점(pro-cure perspective)이라고도 한다. 자폐를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는 지점과 각종 독특한 행동들을 병리학적 의미에서의 장애로 간주하는 관점이다. 이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자폐아동을 기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난다.이들은 자폐라는 장애를 치료해서 없애기 위한 의학 연구를 지원한다. 또한 자폐 당사자들의 자폐적 행동을 치료하는 것을 지지한다.[5] 자폐에 대한 전통적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병리학적 관점의 경우 자폐 스펙트럼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통일되지 않고 있다.[6]
Autism Speaks, Cure Autism Now 등의 단체들이 이러한 관점을 취한다. 대한민국에선 자폐를 바라보는 관점의 대부분은 병리학적 관점이 주류이다.
3.2. 신경다양적 관점 (Neurodiversity paradigm)
관련 문서: 신경다양성, 자폐 권리 운동
자폐가 '병리학적 장애'[7]가 아닌 유전학적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자폐를 선천적인 신경인지적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비자폐인들과 다른 장단점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취한다. 학부모들보다는 자폐 당사자나 인권운동가가 더 중심이 된다.
신경다양성적 관점 지지자들은 자폐 치료를 위한 의학적 연구는 우생학적이며, 차별적인 시도라고 비판한다. 또한 자폐인의 행동과 문화 양식을 비자폐인과 유사하게 만드는 시도를 동화주의라고 칭하며 반대한다. 이들은 자폐 당사자들에게는 문제가 없으며 사회구조가 비자폐인 편의에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고로 자폐인의 행동과 문화 양식을 비자폐인 사회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공감능력의 부족으로 정의되는 기존의 정의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학계의 연구결과도 있다. 현재의 공감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NT 기준의 인간 상호작용으로 잡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인데, 이러한 문화는 '권력자'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실제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타인에게 불평등한 대우, 차별이나 혐오 등 일반적으로 공감능력 결핍과 연계되는 문제들은 NT들이 자폐인들보다 훨씬 더하다는 것.[8]
Autism Network International, Autistic Self Advocacy Network 등이 이러한 관점을 취한다.
3.3. 그 외
의학계의 경우 초기에는 병리학적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 서구 의학계에서는 주로 양쪽의 의견 사이에서 '절충적 관점'을 옹호하거나, 아예 신경다양성 관점을 지지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국내에서는 estas나 함께웃는재단 등이 둘 사이에서 절충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다.[9]
4. 외부 링크
[1] 해당 장애인 실태조사 통계에서 자폐성 장애의 59.3%(남성 : 58.1%, 여성 : 65.0%)가 원인불명으로 발생, 17.2%(남성 : 19.3%, 여성 : 6.8%)가 선천적으로 발생, 16.5%(남성 : 15.4%, 여성 : 22.1%)가 후천적으로 발생한다고 되어 있다. 자폐성 장애의 후천적 장애원인은 전부 질환 때문으로 나왔으며 후천적 장애원인 내용 중 83.5%(남성 : 78.7%, 여성 : 100%)는 정신질환, 5.9%(남성 : 7.6%, 여성 : 0%)가 감염성 질환, 기타질환 10.6%(남성 : 13.7%, 여성 : 0%) 때문으로 나와있다.[2] 해당 장애인 실태조사 통계에서는 지적장애도 원인불명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통계상의 원인불명으로 발생한 지적장애인은 34.4%(남성 : 32.4%, 여성 : 37.2%), 선천적 원인으로 발생한 지적장애인은 27.9%(남성 : 26.4%, 여성 : 30.1%), 출생시 원인으로 발생한 지적장애인은 8.7%(남성 : 8.9%, 여성 : 8.3%), 질환의 원인으로 발생한 지적장애인은 19.2%(남성 : 18.5%, 여성 : 20.3%), 사고의 원인으로 발생한 지적장애인은 9.8%(남성 : 13.8%, 여성 : 4.1%)로 나와있다.[3] 젠더 불일치를 인지하지만 자폐에 기인한 특성 때문에 소위 말하는 '패싱'에 필요한 행동과 사고 훈련, 그리고 다른 성별로서의 사회생활 등에 있어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여기서의 어려움은 "지정성별로도 사회생활 못하는데 다른 성별로 산다고 그게 되겠냐?" 같은 의문이다) 보통 성 소수자 집단에서도 겉돌게 되는 트랜스젠더 집단에서마저 겉도는 젠더퀴어로 정체화하는 경우도 있다. 즉, NT 트랜스젠더와 달리 ASD 트랜스젠더에게는 자폐성 장애가 자신의 정체화 과정과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4] 호르몬 치료에 필요한 진단서를 받으려는데 상담사가 자폐를 치료하라고 우겨댄다거나 트랜스젠더 자폐인에게 행동치료를 실시하면서 미스젠더링을 한다거나.[5] 대표적으로 응용행동분석이 있다.[6] 가령 병리학적 관점 자체가 전통적인 의학계의 관점이였기에 합리적인 과학적 근거를 대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 극단적인 병리학적 관점 지지자들의 경우 백신이나 의약품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비과학적 주장을 하기도 한다.[7] 단순히 법적,사회적 '장애'가 아니라 '병리학적 장애'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병리학적 장애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기에, 치료나 교정의 대상으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8] Milton, Damian (2012) On the ontological status of autism: the ‘double empathy problem’. Disability & Society, 27 (6). pp. 883-887. ISSN 0968-7599.[9] 이러한 단체들은 신경다양성 개념을 긍정적으로 소개하면서도 자폐 치료에 대해서 딱히 부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