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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2-07-19 23:03:07

이광웅

파일:이광웅 시인.jpg
1940 ~ 1992.12.22
그대는 이 땅의 맑은 풀잎이었다가
허리에 도끼날이 박힌 상처받은 소나무이었다가
그대는 별자리에서 쫓겨난 착한 별이었다가
견결한 향기로 시드는 가을들판 마른 쑥잎으로 앉아 있다가

그대는 진흙도 물벌레도 다 와서 살게 하는 고운 호수였다가
천둥번개도 눈보라도 다 품어주는 저녁하늘이었다가
그대는 지금 갈기갈기 소나기로 내려앉은 슬픔
쏟아지며 쏟아지며 온 세상을 다 적시는 눈물의 빗줄기.

「이광웅」 - 도종환

1. 개요2. 생애3. 시4. 관련 항목

1. 개요

대한민국의 시인, 국어교사

2. 생애

이광웅은 1940년 전북 익산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195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과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한 학기 밖에 다니지 못했다. 이후 그는 집에 머물면서 시를 썼는데[1], 그러다가 시인 신석정과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 신석정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집 주변을 겉도는 그를 위하여 여러 편의를 봐주었고, 이광웅은 전북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다시 사정이 생겨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시를 쓰는 활동을 계속 했고, 원광대학교 국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들어가 1971년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이광웅은 1974년 <현대문학>에서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다. 또 1976년부터는 군산제일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임용되었다. 그는 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집필 활동 또한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는 교사 생활 6년만에 큰 시련을 맞이했다. 바로 오송회 사건이었다. 그는 당시 월북시인 오장환의 시집 <병든 서울> 필사본을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교사들과 함께 조그마한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임의 한 교사에게 그는 필사본을 빌려주었다. 헌데 그 교사가 그 시집을 자신의 제자에게 잠깐 빌려주었는데 그 제자가 시집을 버스에 놓고 내리는 일이 생겼다. 버스안내양이 시집을 보고 신고를 했고, 그를 비롯한 교사 9명이 경찰에 잡혀가 '오송회'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경찰의 심문을 받으면서 이광웅은 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모진 고문을 당했고,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의 누이들은 그가 그 동안 썼던 시들을 보아 <대밭>이라는 시집을 풀빛출판사를 통해 펴냈다. 투옥된지 4년 8개월이 흐른 1987년에야 이광웅은 특별사면을 통해 풀려날 수 있었다.

풀려난 이광웅은 1988년 군산 서흥중학교로 복직되었다. 그는 여기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참여하여 교사 노동운동에도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이것이 빌미가 되어 1년만에 다시 학교에서 쫓겨나고 만다. 다시 해직교사가 된 그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등에서 활동했고, 1989년에는 시집 <목숨을 걸고>를 창비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송회 사건 당시 겪었던 고문과 투옥으로 인해 그의 몸은 많이 약해졌고 끝내 위암판정을 받았다. 2개월 간의 투병 끝에 1992년 12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한편 그를 반국가단체 혐의로 억울하게 처벌했던 오송회 사건은 2008년 관련자들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으며 명예가 회복되었다.

3.

「목숨을 걸고」[2]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의 꽃」

머지않아
이 시궁창 같은 반절 남쪽 땅에서
고대하던
민주주의의 연꽃은
정녕
피어오르리라
잠들었던 영령들도
일어나 나와
환희의 눈물 젖은
산 사람과 하나되어
춤을 추리라.
사과꽃이 아름답게 피고
실개천엔 착한 노래
푸른 봄 햇빛.
님은 가시고
봄은 오시고
하늘끝 뻗어간
슬픈 평행선

옥중에서 불러본다.
무심히 떠오른 바깥의 노래
드높은 담벼락 안에서도
사과꽃은 흐드러지고......

「바깥의 노래」 中

4. 관련 항목




[1] 그 시를 주로 읽어준 사람은 그의 누이들이었다고 한다.[2] 이 시를 바탕으로 한 <바쳐야 한다>라는 민중가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