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위임장 대결(proxy contest) 또는 위임장 쟁탈전(proxy fight)은 적대적 M&A 등의 사유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고 양측 누구도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고자 기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벌어지는 의결권 확보 경쟁을 가리킨다.2. 상세
위임장 대결에서 잠정적인 인수자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후보를 지명하며, 이 과정에서 불만한 후보가 현직 이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대결이 발생한다. 불만주주 측은 특별 주주회의를 소집하여 현직 이사회를 없애고 그의 지명자들로 대체하는 것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공개매수(tender offer)와 같은 위임장 대결이 인수자가 경영진을 우회하도록 허용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은 기업 지배권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 가운데 가장 비싸고 불확실한 수단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진다. 무엇보다도, 기업 재무를 재선임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현직 이사회 측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며, 다수의 주주들이 이 문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른바 합리적 무관심(rational apathy) 현상은 불만주주 측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 어렵게 만든다.
《회사법(Corporate law)》, 스티븐 베인브리지(Stephen M. Bainbridge) 저.
《회사법(Corporate law)》, 스티븐 베인브리지(Stephen M. Bainbridge) 저.
진작에 시장에서 매물을 쓸어담아 지분을 확보하면 굳이 이렇게 귀찮은 표 대결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주식을 매집한다고 해도 거래량에서부터 확연하게 그 움직임이 드러나고, 특정 주주의 주식보유량이 전체 주식의 5%를 넘으면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날 것 같은 기업은 애초에 개미들이든 거물이든 다들 이를 예상하고 물량을 꼭 쥔 채 절대 놓지 않는다.
특히 캐스팅 보트가 되는 중립 군소 대주주들은 더더욱 호락호락하게 안 파는데, 부동산으로 비유할 때 알박기로 이해하면 된다. 아쉬운 쪽은 인수합병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이지, 기존 주주가 아니므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뛸 것이 예상되기 때문. 그리고 어차피 시장에서 쓸어담을 생각을 해봐야 전체 주식 수에 비하면 비중이 미미하기도 해서 별로 유효한 수단이 못 된다.[1] 이런 이유로 표 대결이 벌어지게 되면 경영권 분쟁의 주체가 되는 진영들에서는 전화통에 불이 나도록 주주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경제신문에 광고를 내며 지지를 호소하게 된다.[2]
대표적인 예시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해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으로 보낸 도전장이 있다. 이 때 엘리엇은 제일모직 1:0.35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에 반대하여 2/3 이상의 찬성을 하지 못하게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호소했고, 삼성 측에서는 우호 지분과 국민연금까지 총동원해서 위임장 대결을 벌였다. 결국 삼성측이 승리해서 삼성물산 - 제일모직 간에 합병이 성사됐지만 이 때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과정이 최순실 게이트 때 알려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감옥에 가야 했다.
[1] 자금력이 막강한 개인이나 회사들이 법적으로 특수관계가 없음이 입증되어서 5퍼센트에서 1주에 못 미치는 양까지만 매입해서 기존 최대주주를 이길 만큼의 지분을 보유하고, 그 중 레이드 공대장 격의 한 주체가 주식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동료들의 지분을 모두 장내에서 매입한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긴다면 금융기관에서는 입증할 방법이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자금력이 요구되기 때문.[2] 시마 시리즈 중 부장편에서는 사장의 고향 친구와 투기꾼이 맞붙자 시마가 사장의 부탁을 받고 회사 자금을 고향 친구를 밀어주는 데에 사용한다. 그리고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중립 군소 대주주들과 회사 직원들이 그들의 환심을 사려고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응하는 등 피말리는 심리전이 잘 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