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men Warders of His(Her) Majesty's Royal Palace and Fortress The Tower of London
1. 개요
비피터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요먼 경비대는 영국군의 한 부대로, 런던 탑의 경비대이다. 요먼 근위대(The Queen's Body Guard of the Yeomen of the Guard)와는 다르다.과거에는 정말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육군 부대였지만, 빅토리아 여왕 즉위 후부터 런던 탑의 본래 목적이었던 요새, 정치범수용소 역할이 퇴색되고 본격적인 문화재 취급을 받게 되면서 가이드 역할까지 겸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실상 의장용 조직이 되어서 가이드가 실질적인 역할이 되었으며 현재의 런던 탑 보안은 1차적으로 HRP[1], 2차로 MPS가 담당하고 있다.[2] 관광 차 가게 된다면, 이들의 가이드를 꼭 한번 받아보도록 하자. 영국식 블랙유머가 아주 일품이다.
2011년 기준 총원은 38명. 과거에는 이름처럼 요먼 계층에서 경비대원을 선발했으나 현대에는 영국 육군 및 공군에서 22년 이상 복무한 준사관 중 근속선행훈장(Long Service and Good Conduct Medal)을 수훈받은 자에 한해 선발하고 있다. 경비대원들의 경력도 화려해서 북아일랜드 파견은 우습고 포클랜드 전쟁, 보스니아 내전, 걸프전, 이라크 전쟁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전쟁들에서 살아남은 참전용사들이라고 한다.
2009년까진 영국 해군 출신은 요먼 경비대원이 될 수 없었는데 이는 해군 장병들은 충성 맹세를 할 때 해군에 대해서만 하고 국왕에게는 하지 않기 때문으로 헨리 8세 시절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었다. 그러나 2009년 런던 탑의 총독(Governor of the Tower)이 엘리자베스 2세에 해군 출신도 요먼 경비대로 받아달라는 진정을 올렸고, 여왕이 승낙하면서 해군 출신 차별은 폐지되었다.
요먼 경비대원으로 선발되면 런던 탑 내에 있는 거주구역에서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은퇴할 때를 대비해 별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근세풍의 붉은색과 검은색이 가미된 별도의 군복을 착용하는데, 이는 경비대의 출신 군종과는 관계없이 동일하다.
런던 탑에 억지로 살고 있는 까마귀를 관리하는 것도 요먼 경비대원들로, 아예 까마귀마스터(Ravenmaster)라는 담당 보직까지 만들어놓았다. 까마귀들이 도대체 언제부터 런던 탑 식구가 되었는지는 알 수조차 없는데 최소한 찰스 2세 시절부터라고. 이 까마귀들이 런던 탑을 떠나면 영국은 파멸할 거라는 전설을 의식한 찰스 2세는 까마귀들이 탑 생활에 최대한 정을 붙이게 하기 위해 온갖 조치를 취했는데, 그리니치 천문대도 이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떠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약간의 ‘개조’[3]를 거친 까마귀들은 이미 날지 못하는 장애조가 되었기 때문에타워 내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마스터가 밤마다 우리에 넣었다가 아침이 되면 풀어준다고 한다. 먹이도 잘 먹기 때문에[4] 요먼 경비대원들은 '진정한 비피터는 이놈들이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2007년 육군 145보병여단에서 복무했던 모이라 카메론(Moira Cameron) 예비역 육군 준위가 최초의 여성 요먼 경비대원으로 선발됐다. 그런데 수백 년만에 여성이 경비대원이 되자 내부에서 잡음이 좀 많았는지, 세 명의 남성 경비대원이 그녀를 괴롭힌 혐의로 정직되었으며 한 명은 끝내 파면되었다.
2. 역사
요먼 근위대는 1485년 헨리 7세에 의해 조직되었는데, 1509년 헨리 8세가 런던 탑을 떠나면서 근위대도 따라서 런던 탑을 떠났다. 그러나 왕은 없을지언정 런던 탑은 여전히 왕실 소유 건물이었으니 12명의 경비대원들이 잔류하며 근무는 계속 이어나갔는데 이들이 요먼 경비대의 시초이다. 근위대에서 완전히 분리되면서 요먼 경비대는 요먼 근위대의 상징인 왕실의 문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는데 제발 사용 좀 하게 해달라고 왕에게 지속적으로 떼를 써 에드워드 6세가 다시 쓸 권리를 주었다고 한다. 이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왕을 괴롭혔냐면 런던 탑에 구금되어 있던 정부 고관에게 왕에게 자기네 요구 조건을 건의하는 대가로 최대한 안락한 구금환경을 마련해 줄 정도였다고 한다.3. Ceremony of the Keys
매일 밤 9시 52분 정각에 요먼 경비대는 성문 폐쇄식을 한다. 성문 폐쇄식은 이름처럼 런던 탑의 성문을 잠그는 의식으로, 요먼 경비대장이 랜턴과 성문 열쇠를 든 채 런던 탑 남서쪽의 바이워드 타워(Byward Tower)을 나서서 반역자의 문(Traitor's gate)으로 걸어가면 대기하고 있던 근위대원 4명이 랜턴을 받아들고 그를 호위하며 외성문으로 나가는데, 나머지 근무 중인 근위대와 요먼 경비대원들은 그들이 지나갈 때 열쇠에 경례를 한다.
경비대장이 외성문을 잠그면 일행은 다시 안으로 돌아가 미들 타워(Middle Tower)과 바이워드 탑의 문을 잠근다. 이후 웨이크필드 타워(Wakefield Tower)의 문을 잠그기 위해 가면 블러디 타워의 아치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근위대원이 큰 소리로 정지!하고 수하를 한다. 이후 누구냐?하고 물으면 경비대장은 열쇠다!하고 답변하고, 그러면 근위대원은 다시 무슨 열쇠?라며 주거니 받거니 한다. 대장이 국왕 폐하의 열쇠다!하고 대답하면 수하를 한 근위대원은 열쇠 통과! 이상 무!라고 말하며 일행을 통과시키고, 그러면 경비대장과 호위 대원들은 나머지 근위대원들이 있는 곳까지 이동한다.
근위대가 정렬해 있는 곳에 도착하면 대기하고 있던 근위대 지휘관이 받들어총을 시키고, 그러면 요먼 경비대장이 앞으로 나서 모자를 공중에 들고 하나님, 찰스 왕을 지키소서(God preserve King Charles)!라고 외치면, 나머지 근위대원들이 아멘!하고 대답할 때 나팔수가 나팔을 불고 워털루 막사(Waterloo Barracks)의 시계가 10시를 알리는 종을 치면서 의식은 끝난다. 근위대원들은 해산하고 요먼 경비대장은 킹스 하우스(King's House)로 돌아가 열쇠를 간수한다.
이 의식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7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대가 참여하는 의식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셈. 의식의 내용을 설명하는 문서 중에는 무려 16세기에 제작된 것도 있다고 한다. 현재의 의식 형태는 19세기 웰링턴 공작이 요먼 경비대를 개편시킨 이후로 쭉 내려오고 있는 거라고. 2차대전 중에 단 한 번 지연된 것을 빼고는 한 번도 취소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지연된 사례의 내용도 괴랄한데, 블러디 타워로 이동하던 경비대장과 근위대원들이 소이탄 폭격을 받고 넘어졌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의식을 마무리했고, 근위대장은 성문 폐쇄식을 지연시키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당시 국왕 조지 6세에 사죄문까지 올렸다. 조지 6세의 반응은 '나치가 잘못했네'.
4. 관련 문서
[1] Historic Royal Palaces. 왕실이 지금 거주하지 않는 영국의 왕궁을 관리하는 단체이다.[2] 영국군 근위대도 윈저 왕조 소유 건물이고 왕실 보석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주둔하고 있지만 군이 직접 치안 활동에 끼어들기가 껄끄러운 데다 왕가 구성원이 상주하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역할은 의장대에 가깝다. 병력도 지휘관인 장교 1명에 부사관 6명, 병 15명으로 작전을 하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수이다.[3] 앵무새에게 하는 윙컷 같이 비행 깃털을 자른다.[4] 매일 생고기, 간, 양의 심장, 쇠고기 또는 돼지 부속 등으로 구성되며, 하루 걸러 하루씩 삶은 달걀과 피에 적신 비스킷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