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0-26 23:00:38

아프리카 펜팔 피아노

1. 개요2. 진실
2.1. 피아노2.2. 물가2.3. 화폐

1. 개요

1990년대 말에 PC통신 유머게시판에서 처음 유포되었던 이야기다. 아래는 원문.
저는 가나에 있는 친구와 펜팔을 합니다.
가나에 있는 친구는 저에게 선물을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물건을 보내서는 필요 없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래서 을 한장(!!)보내왔습니다.
그걸로 외환은행[1]에 갔습니다.
은행에서는 그 한장(!!)이 열장이 있어야 10원이 된다고 하는군요...[2]
황당했습니다. ㅡㅡ;;;
어쨋든 선물을 받은 저는 무언가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3,000원을 보냈습니다.

얼마후........
그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뭐라고 오신지 아십니까??
.
.
.
.
.
"고마워. 그 돈으로 피아노 샀어 ㅜ.ㅜ "
이런 가나!!

아프리카가 워낙 물가가 싸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낸 돈 몇 천원으로 피아노를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구전되는 과정에서 나라 이름과 돈 액수가 바뀔 때도 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나라 이름은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로, 돈 액수는 몇 천원으로 한정된다.

파일:attachment/아프리카 펜팔 피아노/africapiano.jpg
(이미지 출처)
와전된 것중 하나며 아예 한술 더 떠서 돈 액수는 2천 원으로 깎인 반면 샀다는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로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물가가 좀 더 오른 나중에는 몇 천원이 아니라 아예 만원 권을 한장 보냈으며, 이 돈으로 아프리카 펜팔 친구는 피아노를 사고도 남아서 온 가족이 모여 잔치를 했다는 버전도 있었다.

2. 진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다.

이 이야기가 돌았던 시절에는 해외직구라는 것이 활성화되기 한참 전인데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도 컸기 때문에 이런 낚시에 비교적 낚이기 쉬웠다. 아프리카 지원 기금 모집운동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아프리카에선 단 n원으로 이러저러한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이기 때문에[3] 모르는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한국 돈 들고 가면 모든 물건을 다 푼돈 주고 살 수 있을거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처음 이 도시전설을 유포했던 사람이 낚시를 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이런 편지를 받았다면 아프리카 펜팔 친구가 낚시개소리를 한 것이다. 식비랑 관련된 이야기가 와전되었거나, 아프리카의 민속 악기를 피아노라고 적었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지만, 펜팔 문서에도 있다시피 아프리카 펜팔에 사기당한 피해 사례가 많기 때문에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2.1. 피아노

당장 국내에서 피아노를 구매할 때 무명 마데전자의 디지털 피아노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몇십 만원은 깨지고[4], 디지털이 아닌 업라이트 피아노라면 국내 회사인 HDC영창이나 삼익악기의 업라이트 피아노라고 해도 최소 수백만원 이상은 깨진다. 또한 중고피아노일지라도 몇 십 만원을 요구한다. 게다가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피아노 회사인 스타인웨이앤드선스베히슈타인 등등의 그랜드 피아노를 사게될 경우 얼마나 돈이 많이 깨지는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5]

이 이야기가 왜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니, 피아노는 교역재(Tradables)라서 국가별로 가격 차이는 약간씩 있을 수 있으나 아주 못 사는 나라나 잘 사는 나라나 가격 차이가 그렇게 극단적일 수 없다. 오늘날 제조업 생산은 완전히 세계화 되어 사실상 아프리카에서 사는 피아노나 한국에서 사는 피아노나 몇몇 개발도상국(대표적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동남아 등)에서 생산되어서 바다 건너 오는 것이다. 물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선진국일 수록 더 비싸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인프라가 잘 깔린 선진국일수록 유통과정이 더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은 더 적어지게 된다. 당장 개발도상국이 죄다 아시아에 있어서 물리적인 거리도 가나보다 한국이 가깝다

아프리카의 인건비는 중국이나 동남아보다 훨씬 낮으니까 거기에서 생산하면 쌀 것 같지만 문제는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건 사람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 가스나 도로, 항만, 공항 등의 인프라가 필수적이며 제도까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즉, 인건비가 저렴하다고 당장 거기 가서 물건을 싸게 뽑아낼 수 없다는 얘기. 애초에 아프리카에 가면 그야말로 선진국 기업 입장에선 푼돈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인력이 넘쳐나는데 대부분의 공장이 그나마 나라 꼴은 어느 정도 갖춘 개도국에 몰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아프리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거다[6].

현지 로컬 업자가 자체적으로 내수시장을 목표로 국산 자재를 이용해 피아노를 생산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목재는 뒷산의 나무를 벌채해서 품질이야 어떻게 되던 충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아노 줄 같은 부품은 맨 땅에 헤딩해서 만들 수 있는게 아니고 상당한 수준의 제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철강 제품의 세계적인 규모의 원산지인 대한민국이 값이 더 싸지는 상황이 발생해버린다. 무엇보다 피아노를 만들어낼 수준의 목공 기술이 있는 노동자는 급여를 더 받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길을 택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각종 기술자들이 해마다 미국으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산업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인력이 국내에 남아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런 기술력이 많은 제품이 아닌 의류라든지 몇몇 제품 공장을 아프리카에 만들려고 하던 여러 나라에서 포기한 것도 인프라 부족에, 돈만 요구하는 해당 정부요인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포기한 바 있다. 명백한 반서방 국가인 중국한테 공장을 내준다는 것만 봐도 타 개도국이 그 어떤 정치적, 외교적 조건을 좋게봐주려고 해도 단가 문제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친미국가인 필리핀이나 다른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싶어도 그만큼 중국이 경제적으로 메리트가 크니까 가능한 것이다. 이제와서는 이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다른 반서방 국가인 베트남으로 갔다

2.2. 물가

가난한 나라는 기본적으로 서민들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은 식품이나 아주 기본적인 생필품 뿐이고, 그 외의 물품은 상류층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가격 폭리도 매우 심해진다. 수요자도 극히 적어 소비자 한 명씩 많은 돈을 뽑아내야 하는데다가, 자신의 교육이나 여가생활에 후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상류층을 상대하는데 굳이 이런 물건을 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튜브만 봐도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등의 개도국에 여행 및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경험이 생생하게 나오는데 소고기나 과일이나 먹을 것은 매우 싸지만 먹을 것도 수입품은 비싸고[7] 생필품이나 전자제품, 차량, 악기 같은 것을 보면 차원이 다르게 무지 비싸다. 즉, 선진국에서는 좀만 돈을 모으면 서민들도 피아노를 구입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배우거나 연주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수 상류계층 사람들밖에 없으므로 이런 사람들한테는 좀 비싸게 팔아도 다 팔린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본 이들이 쓴 책자에서 언급되길, 여긴 아주 싼 것(그나마도 여기서 만들어지거나 재배하는 것)과 아주 비싼 것(해당 제품이 한국에서도 있는데 한국보다 2, 3배는 비싸다고 할 정도)밖에 없다라고 회고하던 걸 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정말로 몇 천원으로 아프리카에서 피아노를 살 수 있다면 해외 배송료+현지 군벌한테 주는 뇌물을 더하게 되더라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해외 직구를 노릴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당장 eBay에서 검색해서 아프리카에 판매중인 초저가 피아노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답이 나온다.

2.3. 화폐

여기서 확실한 허술점으로, 아프리카에 대한민국 원을 보내면 매우 높은 확률로 휴지조각이 된다. 국내 은행의 해외 영업지점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원화를 환전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옛날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아져서,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포가 많은 대도시에선 비교적 수월하게 원화 환전이 가능하지만, 한국인이 별로 없는 곳의 소규모 환전소, 특히 비아시아권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원화는 그냥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현재도 이런 상황인데 90년대 말 아프리카 가나에서 원화를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존재했을 리가 없다. 한국 대사관에 가서 직원한테 바꿨을 수도 더군다나 이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쉽게 환전할 수 있는 외화가 미국 달러, 파운드 스털링, 프랑스 프랑 뿐이었던 시절이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2024년 현재까지도 환전이 가능한 아프리카 화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 이집트 파운드, 케냐 실링 뿐이다.[8] 그럼 그때 가나 환율은 어떻게 확인한거지?


[1] 현재는 하나은행으로 완전히 인수되었으며 서류상으로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에 인수되고 그 외환은행 법인이 하나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 덕분에 하나은행은 현재 한국에서 외환으로 독보적인 은행이 되었다.[2] 당시 환율을 고려해보면 정황상 2세디 지폐로 추정 된다. 참고로 이 당시 가나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 중이어서 2세디 지폐는 휴지 조각이나 다름이 없었다.[3] 이것도 생필품 및 음식이 싸다는 것일 뿐이지, 그 이외 물건은 엄청 비싸다.[4] 무명 듣보잡 마데전자의 경우 30만원을 넘어가지는 않으나, 표준형 88건반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으며 (61건반, 56건반 등등..) 말 그대로 그냥 소리만 나는 싸구려라고 보면 된다. 건반도 피아노형 건반이 아닌 키보드에 가까운지라 제대로 된 연주는 못한다고 보면 된다.[5] 이런 최고급 그랜드 피아노들의 경우 억(億) 단위까지 간다.[6] 말하기 좀 그렇지만 아프리카의 상당수는 기본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예 없다시피 할 정도로 심각하게 결여돼있다. 교육 수준이나 질이 그렇게 높은것도 아닌데다 일부를 제외하면 문명화도 상당히 더뎌서 그 흔한 자동차도 없고 생산조차 할 수 없다. 인프라 역시 아프리카 특유의 지형적, 지리적 특성상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현대화된 도로 포장도 할 수 없다. 특히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은 정상적인 상업활동을 하는데 가장 튼 걸림돌이다.[7] 한 예로 마다가스카르에서 한국인 여행자가 프링글스를 사먹었는데 한국이랑 차이가 없던 값이었다. 현지인 서민들에게 밥 하루 먹는 값 비슷한 편이니 엄청 비싼 값. 아이들이 그거 달라고 하여 몇 개 주니 서로 먹겠다고 싸움이 벌어졌다고.[8] 그마저도 이집트와 케냐는 비고시 및 제한적이라 환전이 쉬운 남아공 랜드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