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ΑΒΡΑΞΑΣ
고대(AD 2세기) 그리스의 비술에 등장하는 주문. 단어 자체의 의미는 없다.일곱 글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비학으로 글자를 모두 합산하면 365가 되기 때문에[1] 영험한 힘이 있는 주문으로 신봉되었다.
각각의 글자는 일, 월, 수, 금, 화, 목, 토. 즉 태양과 달 및 당시 알려진 다섯 행성들[2]을 상징한다고 믿어졌다.
2. 영지주의의 신
ΑΒΡΑΣΑΞ 또는 ΑΒΡΑΞΑΣ(그리스어)
Abrasax 또는 Abraxas(영어)
영지주의의 문헌에서 언급되는 존재로, 수탉의 머리[3]에 사람의 몸[4], 다리가 뱀이고 방패와 채찍을 들고 갑옷을 입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끔 어떤 전차를 끌고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아브라삭스의 뱀의 다리가 달린 수탉의 모습은 안구이페드(Anguipede)[5]라고 하며 페르시아에서 유래된 것이다.
주로 아브라삭스가 가진 능력은 예언을 하거나, 마법적인 힘을 다루는 것이 있다. 특히 영지주의 관련 유물 중에 자주 발견되는 아브라삭스의 문양과 이름이 새겨진 돌, 일명 아브라삭스 보석(Abrasax stone)을 영지주의자들이 일종의 부적처럼 들고 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의 경우엔 신으로 묘사되나 영지주의라는 체계가 거대한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분파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분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그래도 대체로 총 세 가지로 해석되는데 '최고신으로서', '대아르콘으로서', '아이온으로서'의 아브라삭스로 해석이 나뉜다.
- 최고신으로서
영지주의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AD 2~3세기 경의 가장 큰 분파 중 하나인 바실리데스파의 의견에 따르면 아브라삭스는 최고신 또는 주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한다. 혹은 최고신의 이명중 하나가 아브라삭스라는 말도 있다.
- 대아르콘으로서
대아르콘(Great Archon)으로서의 아브라삭스는 365일의 하늘들을 관장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365일의 하늘들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아브라삭스가 아닌)최고신의 최초의 발출물 중 가장 마지막의 존재들이 첫번째 하늘을 창조하고, 마지막 존재들이 창조한 하늘에서 탄생한 존재들이 또 하늘을 창조한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해서 비슷하게 반복되다 마지막으로 365번째 하늘[6]이 창조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365일의 하늘들이 탄생했고 아브라삭스는 그 하늘들을 지배했다. 이때문에 그의 '아브라삭스'라는 이름이 그리스어로 365인 것이다.
- 아이온으로서
아이온(Aeon)으로서의 아브라삭스는 그저 최고신의 수많은 발출물 중 하나로 묘사된다. 이 경우에 아브락사스는 영지주의 문헌에서 등장하는 소피아와 함께 물질 세계에 갇힌 인간들을 구원하고자 그들의 영혼에 어떤 입김을 불어넣거나, 계시를 내리는 등의 그노시스를 깨우쳐 주기 위해 일하는 존재로 나온다. 아브라삭스를 천사로 보는 경우가 이런 이유에서 생긴 듯하다.
여담으로 유대교나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악마로 보는 경우도 있으나[7] 그런 견해는 소수이다.
2.1. 기타
때때로 카발라 사상에서 나오는 아담 카드몬과 동일시 여겨지기도 한다.그 외에도 아브라삭스가 가졌다는 능력의 일부 때문인지 영지주의 집단이 활동한 시기[8]에 아직 각 지역에서 신앙이 유지되던 이집트 신화의 신 토트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 헤르메스와 동일하게 보는 견해도 있다.[9]
국내의 얼마 없는 자료나 일본 등지에서 소수의 얘기로 아브라삭스가 악마(또는 마신)으로 해석될 때의 이명 중 하나가 영겁의 귀공자(永劫の貴公子)라는 썰이 나돈다. 아마도 아브라삭스를 포함해 영지주의 관련 자료를 입수하기 쉬운 영미권 문헌에서 '365일(하늘)의 지배자[10]라는 명칭을 번역할 때 지배자(Princeps)를 해당 단어에 기원을 둔 다른 단어인 '귀공자/왕자(Prince)'로 잘못 보거나 오역을 저지르고, 영겁이라는 표현은 '365일(365개의 하늘)=1년=1년은 순환한다=즉, 영원하다?=영겁!'라는 논리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자세한 건 불명.
오컬트계에서 유명한 주문, 아브라하다브라와 아브라카다브라가 바로 이 아브락사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소설 데미안에서
아브락사스가 알려진 계기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데미안이 말한 위의 구절이다.[11]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소설 데미안에서
또한 헤르만 헤세에게 영향을 준 칼 융이 작성한 저서 중 죽은 자를 위한 7가지 설법[12]에서도 아브라삭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때의 묘사에 따르면 아브라삭스는 선과 악, 빛과 어둠 등의 대립되는 개념들 그 너머에 존재하며, 그 어떤 신보다도 가장 불분명하고 초월적인 존재라고 한다. 또한 칼 융은 아브라삭스를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이 내적으로 성장해 자아를 형성하기 위한 통합, 성숙, 일체화의 과정을 추진하는 힘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러분들이 전혀 알고 있지 못한 신이 하나 있다. 그 이유는 인간들이 그에 대해서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를 아브락사스라고 부르며 이것이 그의 이름이다. 아브락사스는 헬리오스나 사탄보다 더 불분명한 신이다.(후략)
아브락사스는 활동이다. 비실재를 제외하고는 그 아무것도 아브락사스에게 대항할 수 없다. (중략) 아브락사스는 태양 위에 있으며 사탄 위에 있다. (중략) 만약 플레로마[13]가 존재를 가질 수 있다면 아브락사스가 플레로마의 그 현현체 일 것이다.
―두번째 강의
태양신의 말씀은 생명이다. 사탄의 말씀은 죽음이다. 아브락사스는 거룩한 말씀과 저주의 말씀을 모두 말하는데 이는 생명과 죽음이 동시에 함께 있는 것이다. 아브락사스는 같은 말, 같은 행위 속에서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을 함께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브락사스는 경외로운 존재다.
―세번째 강의
아브락사스는 활동이다. 비실재를 제외하고는 그 아무것도 아브락사스에게 대항할 수 없다. (중략) 아브락사스는 태양 위에 있으며 사탄 위에 있다. (중략) 만약 플레로마[13]가 존재를 가질 수 있다면 아브락사스가 플레로마의 그 현현체 일 것이다.
―두번째 강의
태양신의 말씀은 생명이다. 사탄의 말씀은 죽음이다. 아브락사스는 거룩한 말씀과 저주의 말씀을 모두 말하는데 이는 생명과 죽음이 동시에 함께 있는 것이다. 아브락사스는 같은 말, 같은 행위 속에서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을 함께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브락사스는 경외로운 존재다.
―세번째 강의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나오는 섬인 유토피아의 옛 이름 중 하나였다는 얘기가 있다.
2.2. 매체에서
2.2.1. 데드 스페이스의 함선
데드 스페이스: 애프터매스에서 네크로모프 참사가 일어난 오베넌 호에 도착해서 살아남은 4인을 확보한 소형함선의 이름이 아브락사스 호 이다.3. 작품
[1] Α(알파) + Β(베타) + Ρ(로) + Α(알파) + Ξ(크시) + Α(알파) + Σ(시그마) = 1 + 2 + 100 + 1 + 60 + 1 + 200 = 365[2]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토성 바깥의 행성들은 너무 멀어서 망원경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발견되었다.[3] 아래 데미안 구절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가 닭의 머리를 가진 특성에서 유래한것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4] 표현하기로는 당시의 로마 전사 모습을 본뜬 것이라 한다.[5] 또는 앵귀피드. 뱀의 머리 또는 꼬리가 마치 전갈처럼 둥글게 구부려진 형태가 기본 형태다.[6] 이 마지막 365번째 하늘이 물질 세상이라고 한다.[7] 정확히 말하자면, 성경에 나오지도 않는 이름이라 관심이 없다. 사실 성경에 이름이 나왔다고 해도 아브라함교 성격상 악마 취급 안 당했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말이다.[8] 최소 기원전 1세기~기원후 3세기 경 추정[9] 사실 다신교 신앙은 대다수가 자신들이 믿는 신과 비슷한 역할의 존재만 있으면 동일시하거나 은근슬쩍 흡수하는 게 평범한 현상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10] The Priceps of the 365 spheres[11] 희곡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소설로 유명해진 케이스다.[12] 또는 '죽은 자들에게 주어진 일곱 강의'[13] 충만함. 영지주의의 표현으로는 영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