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스티븐 킹의 호러 소설. 두 번째 장편 소설이며 첫 작품인 캐리와 이 소설이 모두 큰 성공을 거두며 스티븐 킹은 본격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길로 접어든다. '세일럼스 롯'이 정확한 발음이지만 명칭이 '예루살렘'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번역판은 '살렘스 롯'으로 나왔다.2010년대의 감각으로 보자면 꽤 진부한 뱀파이어 소설일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이 1975년 출판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고딕 소설의 유행이 지난 후 한동안 잊혀졌던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시 메인 스트림으로 가져온 것이 이 작품이다. 마치 뱀파이어물의 메종일각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2. 스토리
살렘스 롯이라는 마을에 뱀파이어가 나타나고, 이변을 눈치챈 사람들이 뱀파이어에 대항하여 싸우기 시작한다는 이야기. 브람 스토커의 유명한 소설 드라큘라를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쓴, 장르적 기본에 충실한 뱀파이어 소설이다.뱀파이어에게 인정사정없이 마을이 궤멸당하는 묘사가 일품이다. 또한 스티븐 킹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정말 무서운 건 공포의 대상인 초자연적인 존재(이 작품에선 흡혈귀)가 아니라 서로를 불신하고 악의를 숨기는 인간들 그 자체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작품속 진짜 악의 원흉은 뱀파이어 발로우가 아니라 탐욕에 눈 먼 부동산 업자 래리다. 이러한 내용은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소설인 캐슬 록의 비밀(Needful Things)에도 잘 나타난다.[1]
3. 설정
이 작품에 나오는 뱀파이어는 앤 라이스 계통의 낭만파 뱀파이어와 많이 다르다. 앤 라이스 계통의 뱀파이어는 나름의 룰을 지키려 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며, 인간과 공존하려 하거나 적대하는 경우라도 어느정도의 인간성 또는 인간적 매력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인 반면 이 작품의 뱀파이어는 매우 사악하고 초자연적인 브람 스토커 식 뱀파이어다. 두목 격인 뱀파이어 발로우는 교회보다도 훨씬 오래된, 기원전부터 살아온 존재로 보인다. 뱀파이어가 된 자는 인간성을 상실해버리며, 문의 '틈새'로 빨려나가듯이 움직일 수 있다고 언급된다.'사악한 흡혈귀' 묘사가 상당히 후덜덜하다. 단순히 강력한 힘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괴롭히는 잔악함이 일품이다. 주인공인 벤 미어스가 마을로 다시 돌아온 후 연인으로 사귀게 된 수잔 모튼을 뱀파이어로 만든 다음 주인공들이 쳐들어올 곳에 일부러 던져놓는다.
고전 뱀파이어의 약점인 십자가나 성수, 성체가 유용하게 사용되며 초대를 받아야만 희생자의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심장에 말뚝을 박아서 죽일 수 있다. 햇빛 아래선 움직일 수 없을뿐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79년작 미니 시리즈에선 이 설정을 그대로 따랐으나 04년작에선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타오른다.
다만, 성물은 그 물건들 자체로써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자의 '믿음'으로써 사악한 존재와 부딪힐 때 찬란한 불빛으로 덮히면서 기적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작중에서 신부가 일단 시도했다가 진짜로 힘을 발휘하자 "이런게 진짜 되는줄 몰랐다!"면서 놀라는 장면은 좀 웃기다.
뱀파이어에 맞서 싸우며 의지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이 압설자와 고무줄, 혹은 밴드 클립에 고무줄을 감아 얼렁뚱땅 만든 십자가는 뱀파이어 앞에서 찬란한 불빛을 내며 뱀파이어를 쫓지만,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신부가 내미는 진짜 십자가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장면도 유명하다.#
4. 미디어
텍사스 전기톱 학살로 유명한 호러 영화 전문 감독인 토브 후퍼에 의해 1979년에 미니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 비디오로 출시됐을 때 VHS 테이프 2개로 이뤄졌다. TV 방영시간으로 3시간이 넘는다. 평은 상당히 좋았는데 당시 토브 후퍼 감독은 여지껏 만든 영화에서 가장 제작비를 많이 지원받은 영화가 이렇게 TV 영화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2004년에는 롭 로, 도널드 서덜랜드, 룻거 하우어가 참여한 리메이크 미니 시리즈가 방영되었다. 분량상 잘라낸 부분을 제외하면 원작을 충실히 따라간 79년작과는 세부 스토리와 캐릭터 배경, 인종, 흡혈귀 특성이 꽤 많이 달라졌다. 감독은 촬영감독[2]으로 유명하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연출도 맡은 미카엘 살로몬(덴마크 출신이다.)이 맡았는데 이것도 나쁘진 않으나 79년판이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 묻혀진 감도 있다.
79년판은 1984년 KBS-1 심야 납량특선으로 8월 7일과 14일에 걸쳐 2부작으로 각각 밤 10시 15분과 10시 30분에 '공포의 별장'이란 제목으로 방영하여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죽은 친구가 흡혈귀가 되어 밤마다 다른 친구 방 창문을 두들기며 오던 장면들이라든지 대머리 흡혈귀 노스페라투가 나오던 장면에 깜짝 놀라서 기억할 듯. 그래서인지 1990년 초반까지 재방송을 여러번 했을 정도이며 토일 주말 오후에 재방영한 바 있다.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저예산 호러물을 무척 많이 만든 래리 코헨(1936~2019)이 이 TV판 설정을 이용한 속편도 만들었는데, 그다지 평은 안 좋다. 한국에선 90년 초반에 SK그룹 계열이던 SKC에서 비디오로 냈는데, 제목이 '사령전설'(돌아온 세일럼스 롯/A Return to Salem's Lot (1987))이다. 이 비디오 제목은 일본판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이다. 감독 래리 코헨은 각본가로도 더 유명한데 폰부스도 그가 각본을 썼다. 이 영화에서는 꽤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성조기로 흡혈귀를 찔러죽이면서 피가 성조기를 물들이는 장면이다. 저예산 거장급 감독인 사무엘 풀러가 조연으로 나오는 것도 잔재미.
에미넴의 노래 Lose Yourself에서는 에미넴이 어릴 적 살던 곳의 도로인 디트로이트 시의 8 마일 도로를 여기에 비유한다. "Mom I love you but this trailers got to go, I cannot grow old in Salem's Lot."
뉴라인 시네마 제작으로 한 영화로 나올 예정이며 제임스 완 제작, 게리 도버펀이 연출을 맡는다.# 2023년 4월 21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더 미뤄지고 개봉일은 미정이다.
5. 결말과 이후
동료 대다수를 잃은 끝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주인공과 소년은 결국 두목 뱀파이어를 물리친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그렇게 찾아도 발견할 수 없었던 두목의 은신처는 바로 주인공이 묵던 하숙집 지하였다. 결말부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된 주인공의 벙찐 반응은 일품. 지하실로 내려간 두 사람이 성수를 뿌린 도끼로 관 자물쇠를 날려버리고 여차저차해서 해가 지기 직전에 승리선언이라도 하듯 껄껄 웃으며 천천히 일어나는 두목의 심장에다 말뚝을 박아버려서 겨우 죽인다.
그렇게 둘은 떠났지만, 그동안 뱀파이어가 됐던 마을 주민들이 남아서 해악을 끼친다. 이 점이 다른 뱀파이어물과의 차이점. 보통 뱀파이어물이 두목 뱀파이어를 죽이면 그 부하들 역시 파괴되는데 비해, 이 작품에서는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둘은 다시 돌아와 마을에 불을 지르고 반격을 결의하며 끝난다. 2000년대에 나온 영화판에선 이후의 내용이 묘사되는데, 흡혈귀 잔당들과 전투 중 치명상을 입은 주인공이 병원에 실려와서, 자신을 치료하던 의사에게 모든 사건을 고백한 뒤 죽음을 맞는다. 이때 주인공을 습격한 흡혈귀도 병원에 같이 실려왔는데, 주인공의 말을 믿게 된 의사가 흡혈귀를 죽이기 위해 십자가를 들고 병실을 방문하지만 이미 도망치고 빈 병실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혼자 남은 소년은 그의 유지를 이어 끝까지 싸울 것을 맹세하며 어디론가 떠난다. 물론 이 작품은 공식설정이 아니다.
킹의 단편집 'Night Shift'에 수록된 '도로를 위해 한 잔 (One for the Road)'이라는 단편소설은 이 작품의 시퀄이다. 큰 불이 나서(당연히 주인공과 소년이 지른 불) 조금은 잠잠해졌지만 뱀파이어들은 다시 활개치고 있단다. 근처 주민들은 누구도 살렘스 롯으로 가지 않으며 우연히 길을 잃고 살렘스 롯으로 들어간 여행자들은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다.
같은 단편집에 수록된 '예루살렘 롯(Jerusalem's Lot)'이라는 단편은 프리퀄로서 본편 이백년 쯤 전 살렘스 롯이 생겨났을 즈음을 다루는데, 원래 평범한 마을이었다가 1920-30년대 금주법 시대부터 으스스한 일이 생겼다는 본편의 살렘스 롯 묘사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서 평행우주로 봐도 무방하다. 이쪽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짙게 받은 코즈믹 호러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조금 다른 요그 소고스라는 존재가 나온다.
캘러핸 신부는 믿음을 잃고 흡혈귀 두목인 발로우에게 당해 흡혈귀가 되어버린다. 작중 여타 인물들이 되듯 물리고 피 빨리고 일단 죽었다가 부활하는 방식이 아닌 발로우의 피를 강제로 마시게 된다. 신부는 보이는 모습으론 이성도 유지하고 멘붕은 했어도 겉보기엔 인간이다. 일반인들 보기엔 뭔가 꺼려지는 분위기가 나는 듯하다만.
다크 타워 시리즈에 나온 캘러핸 신부에는 살렘스 롯 이후의 이야기가 상세히 들어 있다. 캘러핸 신부는 흡혈귀가 된 게 아니고 흡혈귀의 저주를 받아 제 3종 흡혈귀를 보는 눈을 갖게 된다. 3종은 피만 빠는 흡혈귀. 흡혈귀는 보통 3종류가 있는데, 제 1종은 제일 강력하며 영원에 가까운 수명을 지니고 있고 제 2종 흡혈귀를 만들어 내며(살렘스 롯의 두목 흡혈귀 발로우가 제 1종이다), 제 2종의 경우는 제 1종이 사람들의 피를 빨아서 죽였다가 부활시키는 경우로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을 제 2종 내지 제 3종으로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흡혈귀들은 제 2종이다(살렘스 롯의 흡혈귀가 된 주민들). 마지막으로 제 3종은 피를 빨아도 흡혈귀를 만들 수 없지만, 대신 HIV와 같은 혈액을 매개체로 한 질병을 퍼뜨린다. 참고로 캘러핸 신부는 흡혈귀를 모기라고 부른다. 피를 빨고 병을 전염시킨다는게 이유.
캘러핸 신부는 알코올 중독자로 살며 바닥 끝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노숙자 쉼터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기가 알고 지내던 노숙자가 흡혈귀가 감염시킨 HIV에 사망하자, 흡혈귀들을 사냥하는 뱀파이어 헌터 일을 한다. 굉장히 많이 죽였는지 다크 타워 시리즈의 흑막인 크림슨 킹 또한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크림슨 킹의 부하이자 흡혈귀 군대의 지휘관인 로우맨과는 숙적이다. 나중에 자기가 등장하는 '살렘스 롯' 책을 우연히 보고나서 일시적으로 자기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기도 한다. 이때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야!" 라고 한다. 흡혈귀를 사냥하는 캘러핸 신부
종국에는 로우맨의 함정에 걸려서 흡혈귀 수십명에 둘러싸여 HIV에 감염되어 에이즈로 고통받아 죽을 운명이었으나,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창문 밖으로 튀어나가 투신, 월터 오 딤에 의해 그대로 이세계에 전송된다.
다크 타워 7부까지도 생존하지만, 제이크 체임버스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제1종 흡혈귀 수십명을 향해 달려드는 희생을 택하고, 세계를 구하고 끝까지 흡혈귀들과 싸우며 죽는 장엄한 최후를 맞이한다.
행적이 다른 작품으로 이어져서 영상화할 때 피치못하게 잘라내야만 했는데 1979년 미니 시리즈에선 비중이 대폭 축소되었고, 2004년 미니 시리즈에선 전형적인 위선자로 발로우의 피를 마시고 죽은 스트레이커의 자리를 대체할 뱀파이어의 수족이 되어 악행을 행하다 끝까지 추격한 주인공 일행에 의해 처단된다.
6. 기타
[1]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인 딘 쿤츠가 쓴 작법책에서 이 점을 지적한다. "킹의 등장인물들이 가장 두드러져보이는 이유는 사랑과 미움과 질투와 욕심, 공포 등 인간적인 감정에 의해 그들의 행위가 결정지어지기 때문이다. 의식하건 안 하건 편집자가 원고를 황당한 얘기라며 퇴짜를 놓을 경우 대부분은 플롯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라고 지적했다.[2] 어비스, 분노의 역류,파 앤드 어웨이,아라크네의 비밀 등등이 그가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