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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시걸

파일:9788960531840.jpg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colbgcolor=#0488cf><colcolor=#fff> 블루시걸 (1994)
The Blueseagull
파일:external/imgmovie.naver.net/A7226-01.jpg
장르 액션, 범죄, 고어, 에로, 로맨스
총감독 오중일
감독 엄태평
조감독 이명호
각본 김경우
각색 남정욱[1]
제작 김종성
제작총지휘 김영호
기획 김종성, 김영호
원화감독 김종현
컬러감독 송복자
미술 민종선
배경감독 장정호
컴퓨터그래픽 감독 조민철
시각효과
특수효과 이대진
편집 현동춘
음악감독 최경식
애니메이션 제작 애니피아
컴퓨터그래픽 제작 파라다임
제작사 용성씨네콤[2]
배급사 씨네라인코리아
개봉일 1994년 11월 5일[3]
제작비 15억 원[4]
화면비 16:9
상영 시간 75분
총 관객 수 202,751명(서울)[5]
상영 등급 파일:영등위_18세이상_2021.svg 청소년 관람불가
1. 개요2. 주제가3. 제작 배경4. 스토리5. 등장인물6. 평가
6.1. 비판
6.1.1. 기획과 제작의 불협화음6.1.2. 캐스팅의 실패6.1.3. 캐릭터 설정상의 미흡함6.1.4.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구조적 폐단
6.2. 그럼에도 흥행에는 성공한 이유
6.2.1. 홍보 전략의 승리(?)6.2.2. CG를 앞세운 극장 공략의 성공6.2.3. 주변 매체를 통한 조달의 합리성
7. 그 외8. 출처

[clearfix]

1. 개요

1994년 제작한 한국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영화 겸 한국 최초의 고연령층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국내 최초의 성인만화란 타이틀 외에도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 수장품', '만화의 멀티미디어 시대 개막', '20여 분에 걸친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등의 여러 가지 홍보 전략을 통해 전국에서 45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였지만, 관객들로부터 조롱과 외면 일색의 혹평을 받아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었다. 작품의 수준이 어느 정도로 엉망이었냐면 후에 나왔던 아마게돈이나 헝그리 베스트 파이브 같은 애니메이션들은 이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대작으로 보일 정도로 처참했다. 적어도 후자의 작품들은 이야기 전개에서 이 작품과 같은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전개는 없다. 차라리 당대에도 잘 알려진 성인만화들을 만화영화로 만드는것이 훨씬 나았을 지경이다.

2. 주제가


3. 제작 배경

1980년대 중반에 방송사들이 시청료 거부운동과 올림픽에 따라 국산 TV만화영화 제작에 나서기 시작한 이래로, TV애니메이션 제작이 어느정도 활성화되어 떠돌이 까치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영심이, 옛날 옛적에, 날아라 슈퍼보드, 머털도사, 흙꼭두장군 등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성과를 거두었지만, 극장 애니는 1970~80년대 초반 김청기 감독의 르네상스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1989년을 기점으로 공룡시대,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환타지아(복원판) 등 미국의 대작들이 흥행에서 실패하면서 까지 한국 시장을 노크해 오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1991년 1월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AKIRA가 <폭풍소년>이란 홍콩 애니로 둔갑해 국내 극장에 버젓이 걸려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붐이 생긴 건 1991년에 디즈니가 제작한 인어공주가 개봉되어 43만 명의 관객을 모으면서부터 였다. 이후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의 연속 히트, 그리고 '터미네이터 2'와 '쥬라기 공원'처럼 획기적인 CGI 연출을 내세운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등장과 그 작품들이 얻은 어마어마한 수익은 영화계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조차 경악하게 만들 수준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디즈니를 위시한 미국산 애니들이 무차별 침공하는 한편, 이런 혼란을 틈타 음성적으로 유입된 일본 애니까지 기습하여 우리 애니 시장은 붕괴 위기에 처했다. 그 동안 외래 문화(특히 일본 문화) 유입을 막아 온 정부도 남의 것을 막기보다 우리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심정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고, 블루시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잉태된 것이다.[6]

4. 스토리

일본 도쿄 최대 야쿠자 조직인 '오미카미' 조직원들이 마피아조직인 파발로티 패밀리의 히트맨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살해되고 불상 하나를 마피아에게 탈취당한다. 한편 조상 대대로 전래되어 온 비검을 찾아 일본으로 간 하일은 소식을 듣고 마피아들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난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디자이너인 하일의 애인 채린이 뉴욕에서 개최될 모터쇼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뉴욕에 간 하일은 미국 유학 시절 연인이었던 조슈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조슈아는 마피아들에게 납치당해 참혹하게 고문을 당한다. 조슈아를 찾아 오기 위해 하일은 조슈아의 오빠인 조이와 함께 마피아의 본거지로 쳐들어 갈 계획을 세운다.

5. 등장인물


도입부에서 캐릭터들의 얼굴이 스타 성우의 얼굴로 바뀌는 장면을 보면 캐릭터 디자인도 성우들의 모습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결국 그 스타들이 제대로 더빙 연기를 안했으니 캐릭터 디자인만 참고한 꼴이 되었다.

6. 평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이자 평론가인 송락현은 자신의 저서 <송락현의 애니스쿨> 1권에서 블루시걸이 가진 논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6.1. 비판

송락현 씨는 이를 정리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논평을 냈다.
광고상에서 공약한 만큼의 제작비가 실제 투여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엉성하고 볼품 없는 장면들, 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기교로 작품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했던 컴퓨터 그래픽의 남발, <블루시걸>이 왜 제목인지도 모르겠고 또한 주인공 하일이 조선시대의 하사 보검을 찾으려는 목적조차 전달이 안 되고 있는, 우연으로 위장된 필연적 스토리가 시종일관 진행된다. 게다가 '성인용은 곧 SEX다' 는 식의 우리나라의 성인용 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대변이라도 하듯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오로지 성(性)을 이용한 눈요기만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곁들여 이루어진 폭력은 시민단체들에게 만화라는 매체를 더욱 비난할 빌미를 제공한 꼴밖에는 되지 않았다.
- 송락현의 애니스쿨 p142.

꽤 오래전, 어느 애니 게시판에 올라온 글인데 제작여건은 아주 열악했다고 한다.
저는 블루시걸의 촬영감독님이신 조복동감독님 밑에서 애니메이션 촬영을 배우고 국내장편과 디즈니쪽 티비시리즈물의 촬영스태프 및 파이널체킹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애니를 접은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감독님과는 블로그등을 통해 안부를 여쭙고 있습니다.
블루시걸에는 직접 참여하진 못했지만 그 작품에 참여한 선배님들 말을 들어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작비 부족으로 셀 매수가 부족해서 똑같은 셀을 효과만 달리해서 재촬영하는 방식을 썼다더군요...
그나마 부족한 셀로 그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낸 걸 촬영기술로 커버했다고 제작진 윗선에서도 인정했다고 하더군요..

6.1.1. 기획과 제작의 불협화음

위의서도 얘기했듯 기획은 용성씨네콤, 제작은 애니피아, CG는 파라다임에서 맡았다. 이런 각 부문별 전문화 시스템은 바람직한 제작 시스템이며 대다수 애니 선진국들이 채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넘어간 사실이 있다면 이 3사가 애니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이 블루시걸을 기획한 용성씨네콤의 경우, 이 업체는 원래 씨네콤이란 영화 전문 기획/홍보 업체였는데, 이쪽의 말을 들어 보면 애니를 우습게 보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즉 영화 관련 업무에만 치중해 온 용성씨네콤은 애니를 단순히 영화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걸 자유자재로 영상화할 수 있는 매체로만 알았던 것이다. 물론 이 말도 맞지만 그러려면 뼈를 깎는 노력과 이로 인해 쌓인 노하우가 있어야 함을 간과한 것이었다.

애니 제작을 맡았던 애니피아의 경우도 그렇다. 그동안 미국의 콘티 하청만 맡다 보니 막상 날아온 창작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하청 제작에서 몸에 밴 나쁜 습관을 고스란히 실제 작품 제작에 응용함으로써 졸속 제작을 자처하였다. 즉 그동안 국내 창작 애니를 만들기 위한 예습/복습조차 하질 않은 것이다.

그리고 CG를 맡았던 파라다임의 경우도 매한가지인데, 애니의 묘미는 순간순간 예측을 불허케 만드는 장면의 커트 감각에서 튀어나오는 것인데, 블루시걸의 CG들은 마치 CG 혼자 잘났다는 듯 필요 이상의 롱 테이크들과 뱅크신 남발로 진부함만 선사한 것이다. 게다가 헬기 CG는 고르고 13 극장판의 모방이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용성 측은 애니를 기획이 아닌 애매 모호한 장르의 영화를 짠 것이고, 애니피아는 용성에서 청탁받은 하청 애니를 제작했을 뿐이고, 파라다임은 애니와도 어떠한 관련도 없는 겉치레에 불과한 CG를 작품에 억지로 꿰맞추었던 것이다.

물론 이 3사는 여러 업체들 중에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인정받아 선발된 엘리트급 제작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우수성들이 블루시걸이란 창작 애니 제작에서는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여 졸작을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6.1.2. 캐스팅의 실패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블루시걸은 최민수(하일), 김혜수(채린), 엄정화(죠슈아), 조형기(죠이), 노영국(알폰소)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성우로 기용되었고, 이들의 개런티로만 1억 원 이상이 지불되었다고 한다.

사실 디즈니 애니나 기타 일본 애니에서도 연예인 더빙이 비일비재하며, 그만큼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작품의 부가가치를 상승시켜 흥행시키는 홍보 전략이기도 한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블루시걸은 실패작이다. 왜냐? 위의 등장인물 소개를 봐도 알겠지만, 스타 성우들 중에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즉 관객을 속인 것이다.

하일 역을 맡은 최민수가 제작사 측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에 불만을 품고 중도에 하차하여 하일의 성우가 다른 전문 성우로 바뀌는가 하면, 관객들이 기대해 온 채린 역의 김혜수 역시 TV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연기에 못 미치는 국어책 연기를 하였다. 엄정화와 조형기의 목소리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악역인 알폰소를 맡은 노영국만이 목소리 연기에서만큼은 현상 유지를 한 편이라고 전해지나, 상술했듯 이 역시 노영국의 목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6.1.3. 캐릭터 설정상의 미흡함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작품의 스토리가 각 등장 캐릭터들에 대한 성격 부여에 거의 신경을 안 썼다는 점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하일의 경우 설정상의 허점이 여지없이 드러났는데, 먼저 왜 그토록 보검을 찾는지에 대한 동기도 미흡했을 뿐더러 마피아 비스무리한 존재가 나타나면 화장실 천정에 숨을 생각만 하는, 그러면서 또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여자를 밝히는 겁쟁이이자 바람둥이란 점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이 제각기 따로 놀아 지리멸렬한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절대 주인공감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일이 보검을 왜 되찾고자 하는지에 대한 동기, 예를 들면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왔다 누군가가 앗아간 그 보검을 되찾아 가문의 명예도 되찾음과 동시에 그 보검으로만 쓰러뜨릴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가문의 원수이기에 보검이 필수적이다 하는 등의 동기가 부여되었어야 완결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하일에게 마피아가 떴다 하면 물리치려는 생각을 하기는커녕 숨기만 하는 겁쟁이면서도 호색한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해도, 주인공 실격까지 가지 않고 안티 히어로 캐릭터로, 다시 말해 용기 그리고 여자에 대한 일편단심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정의와 가문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로 그려낼 소지는 충분했다.[14]

특히 빌딩 복도에서 악역인 알폰소가 하일에게 총을 겨누자 지 딴엔 멋있는 대사라도 하는 듯 "운명이라면 죽어야지"라고 순순히 악당에게 굴복하는 하일의 무기력함엔 어린 시절 그토록 종용당해 왔던 선과 악의 개념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 덕분에 알폰소의 모습이 크게 부각되었으며 그 나름대로 배역을 소화해 낸 알폰소 역 성우의 연기가 돋보인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얻은 수확(?)도 있었는데, 그건 역대 우리나라 창작 애니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악역에 대한 성격 배분이다. 그때까지 우리 애니를 보면 작품의 시점이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감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십중팔구는 주인공이 먼치킨급이거나, 천리안을 지닌 홍길동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였다는 것에 스토리의 편협성이 가중되어 온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 대부분 주인공과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악역의 모습은 매우 무식하고 막가파적인 '그냥 나쁜 놈'이란 고정 포맷에 얽매여 있고, 또 악역이 바보 천치로 치부되는 것에는 항상 극혐인 웃음소리로 시간을 끌던 악역 성우의 유치한 목소리가 크게 일조한 것이다.

사실 알폰소 역시 작품의 내용적 면으로 보아서는 상술했던 뻔한 악당 캐릭터나 마찬가지다. 다만 악역보다 멍청한 주인공을 설정한 덕에 원치 않았던 모순된 성과(?)를 초래할 따름이었다. 의문의 1승

그 증거로 후반부에 악당 알폰소가 조슈아를 겁탈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참 보기가 그렇다. 겁탈 전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만 먹다니. 나쁜 놈" (하일을 원망하는 대사) 이라고 하는 대사부터가 이게 긴장하라고 하는 얘기인지 웃으라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고, 알폰소는 조슈아를 겁탈하면서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오우, 죽인다... 라~ 라 라라라라라" (샹송 "장밋빛 인생"노래 멜로디) 라고 얘기하는데, 이 장면에서 영화관 내에 폭소가 터져나왔으며 몇몇 관객은 자리에서 이탈하기도 하였다.

6.1.4.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구조적 폐단

위에서도 이미 말했듯, 한국 애니업계는 하청작에 대한 기술에만 특화되어 있지, 창작 능력은 F학점에 가까울 정도로 부족했다.

애니 제작 부분을 맡은 애니피아는 그 이전부터 마블 코믹스 원작 애니나 루비 스피어스 프로덕션 등지에서 제작한 미국산 애니만을 하청받아 제작해 온 미국식 기교에 능한 제작사라는 점에서 블루시걸하고는 아예 매치가 안 되었다. 물론 해당 애니를 제작하기 위해 과거 우리나라에 음성적으로 하청받은 크림레몬 시리즈의 참가 스탭들을 영입하는 등 그 나름대로 애쓴 흔적도 보이지만 연출과 디자인 면에서 미흡함을 보였다.

그 증거로 먼저 스태프 롤에서조차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블루시걸에 나온 등장 캐릭터들의 비 독창성을 감안하면 넘어갈 가치도 없을진 모르겠지만, 설령 시티헌터와 같은 제2의 작품에서 표절 혹은 모방된 캐릭터라 하더라도 그 작업을 한 사람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넣어 주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그마저도 없었다는 소리이다.

약간 화제를 돌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탄탄한 원/동화 경력을 토대로 캐릭터 디자이너에 오른 사람들이 부지기수이지만 특별한 원/동화 경력이 없이 곧바로 캐릭터 디자이너가 된 사람 역시 얼마든지 존재한다. 즉 이로 미루어 보아 애니 제작과정이 전문화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국 애니업계에선 개선되지 않은 전근대적 고정관념이 있는데, 캐릭터 디자이너는 동화, 크린업, 원화, 레이아웃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감독이 되어야 맡을 수 있는 것인 양 군대나 다름없는 계급의식까지 앞세워 규정짓는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에 하청을 주는 미국 애니 제작사를 가 보면 한국과는 달리 50~60대 연장자들이 라이트 박스 위에서 열심히 동화를 그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원화를 그릴 실력이 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동화 파트에 더 애착이 깊고 그 분야에선 일인자가 되겠다는 그 나름대로의 신념을 지니며 몇십 년에 걸쳐 동화를 그려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 애니업계는 잘못된 권위주의 의식으로 인해 이런 부문별 전문성의 재고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확실한 동화선이 정립되기도 전에 많은 동화 작가들이 개나 소나 원화 파트로 기어 올라갔다가 얼마 안 되어 제작사 감독까지 오르려는 잘못된 야심을 지니기도 했다.

위와 같이 블루시걸은 한국 애니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는데, 무엇보다 동화 작가보다 원화 작가들 수가 약 두 배 이상 많았다는 건 원화를 거꾸로 동화에 썼다는 결과에 봉착한 것이다. 즉 원화와 원화 사이에 들어가야 할 중간 동화가 거의 없는 관계로 이 작품에 고용된 동화 작가들은 그저 원화선을 동화선으로 베껴 주는 걸로 얼기설기 마무리지은 것밖에 안 된다.

6.2. 그럼에도 흥행에는 성공한 이유

흥행만은 성공하였으며, 극장 상영 뒤 스타맥스에서 낼 비디오 분량이 이미 8만 장이나 예약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결과를 보아 퀄리티는 망했지만 블루시걸은 나름대로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런 수준 미달의 작품이 흥행에는 성공한 요인은 다음과 같다.

6.2.1. 홍보 전략의 승리(?)

한국 최초의 성인 만화영화
서울 정도 600년 기념 타임캡슐 수장 작품
만화영화와 그래픽의 환상적인 만남
우리를 유혹하는 것이 있다
바람처럼 도시를 떠난 고독한 야망
하일, 그가 깨어나는 데 70년이나 걸렸다

위와 같이 어쩌면 실제 작품과 상관도 없어 보이는 내용까지 내포한 위 문장들은 전부 블루시걸의 선전을 위해 만들어진 카피들이다. 이는 평소 애니에 관심 없던 이들까지 한 번쯤 보고 싶어지는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상품의 구매 욕구를 극대화시켜 놓은 아주 잘 짜인 문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업성이 기본이기 때문에 이런 과대/과장광고는 자칫하면 관객들을 속이는 공갈/사기 행각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과장이란 것은 필요악으로서 기능을 하는 광고 매체의 특성으로 보아 작품의 질이 어떻든 간에 블루시걸의 광고를 맡은 홍보부 파트 인원들은 맡은 바 주어진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수행(?)한 능력 있는 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이건 기획사인 용성씨네콤이 원래 영화 홍보를 맡은 회사라 이 분야에서만큼은 탁월한 수완을 지닌 데다 또 관객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변 매체를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파악했다고 보여진다. 이로 미루어 보아 블루시걸의 흥행은 홍보 담당자의 요행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6.2.2. CG를 앞세운 극장 공략의 성공

미국영화 직배 확장으로 인해 변두리 극장조차 잡을 길이 없어져 가던 1990년대 초~중반 우리 영화계의 현실 속에서도, 블루시걸은 예상 외로 전국 50개 극장 개봉이란 신기록을 이루었다.[15] 왜냐? 그 비결은 바로 CG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화 특수효과에서 CG가 보편화된 터라, CG를 쓴 영화들이 흥행에서 재미를 보았다는 점이 극장주들을 유혹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블루시걸은 CG의 대거 삽입과 더불어 성인용이란 콘셉트의 첨가로 흥행성이 엿보이는 작품이었고, 더구나 엄연한 우리 애니인 터라 극장 측은 블루시걸의 상영으로 스크린쿼터까지 충족한 일석 삼조의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선에선 자제해야 할 CG 남발은 처음 CG에서 쓰였던 장면에서의 신선함을 관객의 뇌리에서 빼앗아 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는데, 특히 헬기 전투 신에선 과도한 뱅크신으로 인해 관객들 혈압만 오르게 만들었고 결국 블루시걸의 CG는 극장주들에게 인정받고 관객들에게 욕을 처먹는 모순이 잉태된 것이다.

6.2.3. 주변 매체를 통한 조달의 합리성

세계 어디를 가도 애니에 대한 공통된 불변 인식이 있는데, 바로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졸작이라고 욕을 먹는 블루시걸도 광고상 명시된 총 15억이란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제작사 측이 자칭하며, 외국의 경우 1백 억 대를 호가하는 작품들도 많다. 이런 사례를 보듯 막대한 제작비가 우리 창작 애니 제작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블루시걸은 창작 애니의 제작비 조달이란 당면 과제에서 가능성을 한 가지 보여주었는데, 바로 우리 애니 최초로 간접광고(PPL)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던 것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우리 영화계가 시도한 신종 홍보 전략이기도 하며 요즘 TV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이는 영화는 스폰서를 받은 특정 업체의 광고를 노출시켜 그 상품을 광고하여 그 광고비를 영화 제작비 지원 형식으로 제공받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부터 영화사가 PPL을 선호한 이유는 바로 광고의 지속성 때문인데, TV 광고의 경우 막대한 제작비에 반해 몇 달만 하면 땡인 반면, 영화의 한 장면에 상표를 삽입하는 PPL의 경우 영화 개봉 시 개봉관에서 시작해 재개봉관 등 변두리 극장을 거쳐 상영이 완전히 마무리 된 뒤, 비디오 테이프, TV 특선 방영, CD 등으로 이어지기에 최소 3년 가량은 광고가 지속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더구나 서울 정도 600년 타임캡슐에 수장된다는 점으로 보아 땅 속에서 나와 개봉되는 2394년에도 -만약 그 회사나 제품들이 그때에도 남아 있다면- 후세 사람들에게 그 효과가 전달되기에 PPL에 딱 맞다는 점이다. 특히 타임캡슐 건은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딴 것도 아니고 600년 전 조상들이 넣은 물건이라고 하면 누가 관심을 안 가질까?

이로 미루어 보아 블루시걸은 대한항공, 대우자동차 등 유력 기업들로부터 효과적인 PPL 지원을 받아 약 2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PPL로 충당하는 수완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 간접 PP라 하는 캐릭터 상품의 판매 이익까지 합산한다면 블루시걸은 막대한 애니 제작비 문제까지 슬기롭게 해결했다고 보여진다.

7. 그 외

그나마 건질 만한 요소로는 맨 위에도 올라와있는 엔딩곡인 '나를 위해(손태재 작사, 최규성 작곡, 최경식 편곡)'가 있다. 작품이 망한 데다 OST 음반 자체가 비매품인 데다 웬만한 음반들을 망라하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미소장된 터라, 이 곡 자체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VHS 비디오테이프는 스타맥스가 냈다가 2007년 대경DVD가 DVD로 발매했다.

위와 같이 비디오 레인저 007 이후 본격적으로 순수 한국 애니 역사상 최초로 PPL을 시도한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스폰서는 대한항공, 대우자동차, OB씨그램(패스포트), 스타맥스, 동서게임채널, 동양맥주, 헤이데이, 도서출판 산호, (주)천하만화였다.

기획사인 용성씨네콤은 이거 하나 만들고 사라졌으며, 감독인 오중일도 다시는 극장 애니를 감독하지 못했다. 참고로 그는 대원동화에서 만든 TV 애니메이션 사랑의 학교를 연출했던 사람인데 사랑의 학교 자체는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재방송도 거의 없어 묻혀진 작품이 되었지만,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을 들은 것을 보면, 시나리오가 엉망인 작품을 첫 성인 만화영화로 만들겠다고 무리하게 나섰다가 사단이 난듯하다.

블루시걸 이후에도 극장가엔 한동안 국산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대박을 꿈꾸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했는데, 이 때 나온 작품들이 바로 '아마게돈', '돌아온 영웅 홍길동', '붉은매', '헝그리 베스트 5',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전사 라이안', '임꺽정'등이 그 작품들로, 이 당시 한국 영화계가 점유율 20% 대의 불황기였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나마 얼음별 대모험 정도가 높은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을 정도로 흥행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개봉을 전후한 때에 안광수 작가[16]가 쓴 소설판이 도서출판 산호를 통해 나왔고, 배연오가 그린 만화판은 홍콩 만화 전문잡지 <천하만화>를 통해 연재돼 단행본으로 나왔다. 공통적으로 적어도 애니판 스토리보다는 더 훌륭하다는 점이다.


그림체가 시티 헌터를 상당히 많이 닮았다. 주인공 하일은 얼핏 보면 사에바 료 느낌이 난다.

8. 출처


[1] 이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이며 조선일보에 칼럼들을 기고했는데 문제는 그의 정치 성향이 악명이 높다는 점이다.[2] 비디오 수입업체였던 동양비디오의 후신인 시네콤의 계열사로 추정된다.[3] 전국 50개 극장에서 동시개봉.[4] 당시 한국 영화 제작비의 2-3배였던지라 이를 홍보했다.[5] 전국 45만명[6] 하지만 작품의 수준을 보면, 인어공주 등의 미국 애니와 일본 저패니메이션들의 성공을 보곤 한몫 잡을 수 있겠다는 단세포적인 생각만 나타났을 뿐, 문화육성을 하겠다는 의도는 코딱지만큼도 안 보인다. 그저 야한 장면과 성인물임을 내세워 관객몰이를 하겠다는 의도뿐, 작품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각본/연출/제작/성우의 한심함만이 확인된다.[7] 작중의 언급에 따르면 하일의 아버지는 이로 인해 얻은 마음의 병으로 죽었다.[8] 녹음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작 중 엄정화의 목소리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9] <송락현의 애니스쿨> 1권에선 노영국이 알폰소 역을 맡았다고 보며 연기평까지 써 놨지만, 노영국과 조형기는 스탭롤에서만 이름이 나올 뿐 정작 본작에서 그 실제 목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는다. 자세한 건 관련 포스트 참조. 조이와 마찬가지로 실제 성우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불명인데, 장정진으로 추정된다.[10] 건달들이 죽기 전에 애처롭게 벌벌 떨어대자 내뱉는 대사가 걸작이다. "죽는 거 가지고 뭘 그래? 히틀러도 죽었고 우리 어머니도 죽었지. 너무 겁먹지마. 내가 미안해지잖아?"[11] "오우, 웰컴, 스톱, 마이 달링!"[12] 다시 돌아와 내뱉는 대사 또한 걸작이다. "옐로우! 자넬 얕본건 내 일생 일대의 실수였어 그 점은 내 시인하지..그렇다고 남의 눈에 칼을 박아 새꺄?! 평생 애꾸로 살아야하는 내 고통이든 생각해봤나! 앙!! 나쁜놈 같으니라고!!" 참고로 이 놈은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강간한 후 죽여버리고 주인공 마저 죽일뻔 한 놈이다.[13] 이 장면을 보면 연출이 허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총상이 아니라 손가락이 절단당한 수준의 중상처럼 묘사된다.[14] 바람둥이나 호색한 캐릭터가 꼭 나쁜 것이 아니다. 이 방면으로도 그 유명한 007을 비롯해서, 블루시걸이 그림체에서 많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시티헌터사에바 료 등 걸출한 캐릭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하일의 경우 바람둥이라는 속성이 캐릭터의 매력으로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15] 이는 같은 해에 개봉되었던 <컬러 오브 나이트>의 53관 동시개봉 기록에 이은 2위 기록이었다. 이는 1995년 토이 스토리의 54개관과 아마게돈의 56개관 개봉으로 경신되었다.[16] 그는 한국추리문학 신인상에 빛나는 소설가 겸 방송작가로 암행어사시나리오를 쓴 적도 있는 분이다. 하드보일드한 추리와 스릴러를 추구한다고... 그런데 결과물야설록에 뒤지지 않는 하프보일드 턱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