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부실공사에 대한 내용은 LH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대거 적발 사건 문서 참고하십시오.
1. 개요
無梁板構造 / Flat slab건축구조의 한 종류로, 없을 무(無) 자, 대들보 량(梁) 자를 쓴 명칭 그대로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beam)(대들보)가 없고,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수직재의 기둥(코어)에 슬래브(slab)가 바로 연결된 형식이다. 건축구조를 건물에 작용하는 힘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때, 축하중에 의한 구조방식 중의 하나다.
본래 교량건설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평판바닥구조 또는 플랫슬래브구조라고도 한다. 슬래브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바닥을 말하는데, 슬래브에 발생하는 하중이 곧바로 기둥을 통하여 바닥에 전달되어 지반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무량판 설계도 |
무량판 종류 |
제대로 된 무량판의 예시 |
2. 특징
크게 플랫 슬래브(flat slab)와 플랫 플레이트 슬래브(flat plate slab)로 구분한다. 플랫 슬래브는 보를 사용하지 않고 슬라브를 지지하는 기둥 주위에 지판(drop panel) 또는 주두(柱頭, column capital, 기둥머리)를 지지하고, 이 지판과 주두를 두지 않은 것을 플랫 플레이트 슬래브라고 한다. 링크층높이가 작을 때 유리하다. 보와 기둥으로 슬래브를 지지하는 라멘 구조와 비교하였을 때 보를 설치하기 위한 50~70㎝의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므로 층고를 줄일 수 있으며 보 설치 필요성이 없어서 공기가 단축된다. 내력벽이 필요하지 않아 실내를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보가 없어서 심미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으로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 많이 사용되는 형식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평면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 주거용 건물에도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보 역할을 슬래브가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께가 두꺼운 슬래브가 필요하다. 1995년 기준 같은 조건이라면 들보가 받쳐주는 라멘 구조의 슬래브 두께가 12㎝라면 무량판 구조는 30㎝ 정도는 되어야 한다. 기사. 기둥 스팬(간격)이 라멘 구조에 비해 짧아 기둥 개수가 늘어나고, 고층건물에는 그닥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무량판 구조를 주거용 건축물에 적용할 시 일반적인 벽식 구조와 달리 실내에 굵은 기둥이 튀어나온다는 단점과 함께, 벽이 내력벽이 아니기 때문에 벽간소음[1]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보가 존재하지 않아 수평하중에 취약한 편이고 누진파괴(progressive collapse, 연쇄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 등지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구조이다. 한국에서도 순수 무량판구조의 사용은 드문 편이며, 전단벽으로 보강[2]하여 지진하중에 대응하고, 기둥에 주두나 지판은 물론 철근 정착까지 해당 사항이 구조기준에 명시되어 있고 2방향 슬래브 전단강도 산출 공식도 도입되어 뚫림전단 파괴를 방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무량판 구조는 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둥 주위의 슬래브에 구멍내거나 절단하려는 힘(전단력)이 크게 작용하므로 기둥 주변 슬래브 접합부를 보강해주어야 한다.
보가 존재하지 않는 특성상 에어 포켓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뜬금없이 건물에 무슨 에어포켓이냐 하겠지만,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당시 기적적인 생존 소식을 생각하면 지하주차장의 에어포켓이 아주 의미없지는 않다.
3. 부실공사로 생기는 문제점
삼풍백화점의 상황(펀칭전단) |
만일 이곳에서 연결부를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 펀칭전단(punching shear, 뚫림전단) 현상이 일어날 시 상층부부터 떨어진 슬랩이 아래층까지 줄줄이 훑고 내려오는 연쇄 붕괴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링크. 그 유명한 삼풍백화점이 바로 이런 식으로 무너진 대표 사례다. 2023년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또한 지하주차장이라 단층이긴 했지만 동일하게 펀칭전단이 발생했다.
설계와 시공이 까다롭고 해당 구조식 건물을 시공할 때의 유의점이 있다.
건설사의 ‘기둥식 아파트’ 마케팅으로 인하여 일반인들에게는 라멘 구조와 마찬가지로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 또한 층간소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는 라멘 구조와는 달리 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벽식 구조와 마찬가지로 층간소음에 취약한 편이며,[3] 플랫 슬래브 구조 건물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표준바닥구조의 플랫슬래브 구조의 슬래브 두께를 벽식구조와 동일한 210mm로 상향하였다. 기사
대략 2020년대 이후 아파트를 지을 때 무량판 구조로 짓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긴 하지만, 해당 구조는 1981년 하버 케이 콘도미니엄 붕괴사고의 하버 케이 콘도미니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삼풍백화점, 2008년 나산백화점 철거 중 붕괴 사고(기사), 2021년 플로리다 챔플레인 타워 붕괴 사고,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2023년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때 해당 건물에 사용된 공법이었다는 이유[4]로 이미지가 매우 나쁜데다(기사) 해당 사고가 났을 때 생존자가 거의 없는, 누진붕괴(累進崩壞)[5]가 일어날 수 있고 비용 문제도 있다.
다만 위의 사고 중 삼풍백화점과 화정 아이파크, 검단신도시 GS건설 아파트는 부실공사, 불법 증축, 하중 초과, 양생규정 위반 등으로 인해 무너졌고 챔플레인 타워는 지반 침하 미보강에 의한 붕괴라서 구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설 과정과 사후 관리의 탓이 크다.[6] 2004년 입주한 아이파크 삼성 또한 순수 무량판 구조인데, 2013년 서울 삼성동 헬기 추락사고가 났음에도 구조적 문제 없이 건재한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법과 원칙을 지킨 무량판 구조 자체는 붕괴에 취약한 건 아니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이 좋은 설계구도를 못 쓰는 게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현실은 대기업 아파트라고 할지라도 다단계 하도급, 용역문제, 비정규직은커녕 일용직으로 돌아가는 게 엄연한 현실이긴 하다. 설계대로 잘 시공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설계대로 잘 시공될 리가 없다는 게 문제. 엄격한 견제로 한동안 통제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시공방식이 일반화되면 또 장난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고 처음 지을 때는 잘 지어서 문제가 없었다치더라도 후에 건물주의 구조변경, 보수 미비 등이 발생하면 끔찍한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공법인 것도 사실이다. 당장 미국에서도 건물주가 시의회에 로비를 하고 보수공사를 하지않아 아파트가 내려앉는 일이 발생해서 수십명이 죽었는데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사람들이 피하는 이유가 마냥 무지해서만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이후 발주처인 LH가 조사를 들어갔는데 91개 아파트를 샘플 검사한 결과 15개 아파트가 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LH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해당 아파트를 시공/감리한 사람들을 모두 징계하고 수사/고발 하겠다고 말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시공사 문제는 5건, 설계단계에서부터가 문제가 10건이라는 점이라 무량판 구조의 건축물 설계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제대로된 설계를 한다면 어디에서나 설계를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자격증이 필요하며 고학력자들이 고연봉을 받는 설계단계는 그나마 신뢰를 받아왔다. 그 신뢰가 깨진 게 문제인 것이다.
LH가 문제를 일으켰으니 관피아가 문제라고 하지만 민간업체도 전직임원들이 이사나 사장을 맡는 설계사무소에 일감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이건 대리인 문제라고 경영학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보는 문제다. 월급쟁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라면 자신이 다루는 자금의 규모에 비해 보상을 얻는 건 정액이므로 기왕이면 뒷돈주거나 아는 사람 밀어주는 일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7] 민간이건 공공이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건 이것대로 통제해야하는 문제지만. 이런 문제로 발생하는 주된 피해는 주주가 보는 것으로 공사대금을 부풀려 받는다는 식으로 이익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이런식으로 기본적인 설계실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누가 사장이든지간에 실제 설계도를 그리는 설계자는 그동안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인 만큼 신뢰를 받아왔는데 보강근을 그저 실수로 빠뜨리는 대형사고를 쳤다는 게 문제다,[8]
뒷돈을 받았건, 아는 사람 밀어줬건 지금까진 부실공사 = 부실시공과 거의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발주한 LH도 설마 무너질 설계도가 올 줄 상상도 못했을 거고 이런 걸 감시하라는 감리 역시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이지만 뭐가 문제인지 알아채지도 못했다. 아마 설계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했겠지 라는 방심으로 대충 넘겼을텐데 당연한 처벌이지만 이 사람 역시 자격정지는 기본에 취소까지도 가능해 자기 밥줄이 끊기게 생겼다. 심지어 이 사건의 경우 시공상에 벌어진 5건의 철근누락 역시 최초로 했던 같은 구조의 다른 동의 건축 설계도에서 철근이 빠져있는 걸 보고 설계도 확인없이 지난번에 했던 시공과 똑같이 하느라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고 있어[9] 설계도 자체의 문제를 부정할 도리가 없다.
일용직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자격 건설오야들이 지휘하는 건설현장의 실태 때문에 시공단계의 문제는 익히 예상되어왔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량판 구조의 안전성은 의심받아왔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설계단계에서조차 이런 있어서는 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무량판 구조 건축이 이루어질때 고려해야할 부실 지점이 또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술했듯, 제대로 건축되지 않았을 경우 무량판 구조는 다른 건축방식보다 훨씬 끔찍한 형태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이 구조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10]
4. 관련 문서
[1] 아무리 방음재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일상소음에 대해서는 콘크리트 재질에 비해서 방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공간과 건축비를 절약하고자 하는 1인 주거시설(고시원, 원룸)에서 가벽으로 세대간 구분을 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서 가벽으로 세대를 나누는 것은 특이한 경우이다.[2] 삼풍백화점에서는 이 내력벽마저 일정 부분 없애고 에스컬레이터를 만드느라 아예 벽 자체에 구멍을 뚫어서 그 사태가 나기도 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때도 해당 아파트를 내력벽이 아닌 가벽으로 시공했기 때문에 상부 몇 층이 붕괴되자 꽤 많은 아래층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졌다.[3] 층간소음을 저감시키는 역할을 기둥이 아니라 보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발망치’라고 불리는, 윗층에서 걸을 때마다 천장이 쿵쿵 울리는 현상이 층간소음의 대표적인 원인인데, 라멘 구조로 된 아파트는 보가 수평으로 놓여 슬래브를 떠받치는 면적이 크기 때문에 윗층에서 내려오는 충격과 공명을 상쇄시키지만 벽식 구조나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를 떠받치는게 얇은 벽과 기둥 뿐이라 매우 취약하다.[4] 다만 '무량판 구조 때문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라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무량판 구조 덕분에 몇 년이나마 삼풍백화점이 버틴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링크.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문서 참고.[5] 슬래브가 형태를 유지한 채 차례로 무너지면서 쌓이는 붕괴. 건물이 무너진 모습이 마치 팬케이크 여러 장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여 '팬케이크 붕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을 때 주로 발생하며 흔하지 않은 편이다. 건설현장에서 다이너마이트 폭약 등을 사용하여 건물을 발파공법으로 해체할 때 이런 식으로 붕괴된다. 기사. 보통 건축물 붕괴 사고에서는 한 쪽으로 쏠리면서 붕괴되기 때문에 반대편에 에어포켓이 생겨 생존자가 더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붕괴에서는 생존자가 거의 없다.[6] 2008년 나산백화점 철거 중 붕괴 사고도 건물주인 나산그룹의 부도와 강남구청역 지하철 공사, 잘못된 구조변경으로 인한 부실공사 의혹이 불거진 끝에 10년 이상 관리주체 없이 방치된 폐건물이었고, 2008년 철거 중 새벽에 내린 빗물이 콘크리트로 스며들어 건물 구조가 약화된 것이 원인이다.[7] 보통은 아는 사람을 통해 뒷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상 동일인이다. 그래서 설계사무소들이 영업을 위해 공공, 민간 시공사들의 전직 임직원들을 영업이사로 채용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깨끗한 설계사무소다? 그럼 큰 공사 수주는 못 한다.[8] 물론 본인들 주장이다. 시공사의 부탁을 받고 원가절감을 위해 고의로 했을 수도 있지만 증거가 없으니 실수라 믿어줄 수밖에 없다.[9] 이것도 가려들어야하는 게, 철근 값 아끼려고 보고도 못 본 척 자재값 빼먹은 거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충격은 덜한데 시공단계에서 이런 친구들이 사고치는 게 하루이틀 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감옥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던 것인지, 사고나면 그룹회장이 감옥갈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시공팀보다 통제팀 인원을 더 투입하고 그래서 평균적으로 크레인 다섯 대 중에 네 대가 놀면서 수년째 작업중이라 건설업계에서 안전하다기보단 멍청하다는 수준의 평가를 받는 삼성 평택 현장급의 통제가 아닌 한 한국의 시공업체에 대한 신뢰 자체가 없어서 "시공팀"이 "시공"했네. 수준의 반응이다.[10] 대들보와 보가 있는 건축물은 무너져도 대들보와 보가 유지되는 좁은 공간으로 생존포켓을 만들 수 있고 지지력 때문에 힘이 외곽으로 쏠려 건물이 넘어지기 때문에 생존자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무량판 구조는 무너지는 상황에선 최상층의 바닥부터 최하층까지 수직으로 쓸려내려오는데다가 그 힘으로부터 생존자를 견뎌낼 구조물이 전혀없어서 사고가 났을 시 다른 형태의 건축물보다 생존자가 극히 적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