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로베르타(Roberta, Roberta Braun (ロベルタ・ブラウン))오르페우스의 창의 등장인물.
이자크 바이스하이트가 생계를 위해 술집에서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처음 만난 술집 작부. 얼굴에 주근깨가 특징이다. 어머니는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그녀 혼자서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 한스를 먹여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알코올 의존증인 아버지는 술값 몇푼 때문에 딸인 그녀를 이웃집 남자에게 하룻밤 상대로 팔아버리질 않나, 나중엔 어린 한스까지 먼 곳에 팔아버리는 등 막장스러운 환경에서 자랐다.[1]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몰래 이자크를 짝사랑한다. 나중에 그가 빈으로 유학을 떠날 때 몰래 그를 따라가 그곳에서 창녀 일을 했으며, 그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게 될 때까지도 익명으로
귀족이자 러시아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나스타샤 크리코프스키가 이자크와 연인이 된 것 같자, 먼 곳에서 그녀를 보고 아나스타샤야말로 이자크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포기한다.
이때 아나스타샤가 쪽지를 떨어뜨린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줍는데, 러시아 간첩 및 무기들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었던지라 간첩으로 몰려 체포된다. 이로서 로베르타의 이름이 신문에 나고 이자크는 로베르타가 빈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때 이자크가 유치장에 면회를 오자 이자크도 누명을 쓸까봐 일부러 처음 보는 사람이라며 쌀쌀맞게 말해 내보냈다.
이후 아나스타샤가 자신이 스파이임을 자백하여 로베르타는 일단 풀려나게 되나, 창녀였기 때문에 갱생시설로 보내져 교정을 빙자한 학대를 당한 나머지 유산한다.[2] 이에 이자크는 로베르타를 구해주기 위해 선배들과[3]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2. 이자크와의 결혼 생활
결혼할 당시엔 오스트리아의 귀족들에 의해 따돌림을 당했지만[4] 한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부인 조피[5]에 의해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뒤에는[6] 귀족들도 그녀를 받아들이게 된다. 로베르타는 이 일로 조피 황태자비를 줄곧 존경하게 된다.사랑하는 이자크와 결혼한데다 창녀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아내라는 어마어마한 신분 상승을 한 셈이니 신혼 초기엔 더할 나위없이 행복했으나... 그녀의 성장환경이 하도 막장이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여러 트러블을 일으킨다. 길거리에서 작부였던 시절의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느라 구설수에 오른다거나, 카드게임을 하다가 이자크의 연주를 내기에 걸어버려 이자크가 평판이 나쁜 홀아비 소령의 집에 가서 피아노를 쳐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만드는 등, 남편에게 온갖 민폐를 끼쳤다. 여러모로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반면교사급 예시의 행적을 보여준다.
그렇게 갈등이 심해지던 중 무척 존경했던 프란츠 대공과 조피 부부가 발칸 반도를 여행하던 중, 암살당하는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사라예보 사건이다. 이로 인해 결국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고 이자크 역시 참전한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가 아는대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패배.
전쟁 후 물가는 폭등했는데[8] 설상가상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이자크도 그만 손을 못 쓰게 되어[9] 집안사정이 갈수록 나빠지자[10], 임신을 했음에도 이자크에게는 알리지 않고 몸을 혹사하며 이자크에게 헌신한다.
그러나 이자크를 치료받게 해주기 위해 이자크 몰래 이자크의 악보를 팔았는데 출판에 대해 잘 몰랐던 탓에 삼류출판사에 팔아넘겨 버리고, 이자크 본인과 출판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는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사태가 일어난다. 이에 로베르타는 자신이 무식하고 어리석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크게 통곡하지만 이자크는 도리어 자신이 홀로 고민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진작 집을 팔았어야 했다고 도닥여주고[11] 결국 집도 팔고 정든 하인들도 전부 내보내게 된다.[12]
3. 죽음
부부는 작은 집으로 이사가게 되고 얼마 후 새로운 손 치료법이 발견되자, 이자크를 치료받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카드놀이를 같이 했었던 그 느끼한 소령에게 몸을 팔아 돈을 얻는다.[13] 하지만 이자크는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아 로베르타를 내쫓고 만다.[14] 이때 이자크에게 울고 애원하며 쫓겨나면서도 임신 중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임신 중임을 말하면 차마 내쫓기지는 않았겠지만, 자기 아이를 그런 도구로 쓰고 싶지는 않았던 듯.이후 창녀 시절의 친구에게 몸을 의탁한 상태로 이자크의 아들을 낳지만 출산 뒤로 계속 쇠약해져 갔고, 그 친구가 보다못해 이자크를 찾아와 이 사실을 알린다. 이자크는 서둘러 달려왔지만 로베르타는 이미 죽음의 문턱 앞이었고, 이자크에게 아이의 이름을 '기쁨의 소리'[15]라는 뜻의 '유벨'[16]로 지었음을 알린 뒤 사망한다. 유언은 '당신의 아내여서 정말 기뻤어요....'
비록 어리석고 소견도 짧았으나[17] 누구보다도 이자크를 사랑했으며 그를 위해 강인하게 살다 갔던 인물이었다.
[1] 이 한스는 그 뒤로는 끝내 찾지 못했는지 등장이 없다.[2] 창녀 일을 하던 중 임신했기 때문에 애 아빠가 누군지는 전혀 몰랐다.[3] 이자크에게 많은 도움을 준 친한 선배인 다비드 로슨도 로베르타와 이자크가 이어지는 것만큼은 반대했다. 다만 다비드는 로베르타가 최하류층이자 인식도 안좋은 창녀라서 반대했다기보단 이자크와 여러가지 격차가 너무 커서, 두 사람이 결혼하여 같이 살게 된 후에도 이런 격차를 극복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걸 내다보고 만류한 것에 가깝다. 이자크와 로베르타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을거란 건 이자크의 스승이었던 센베르크 교수의 한 여성과 신분 및 성장환경의 차이가 너무 났음에도,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국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격차를 못 견디고 헤어졌다는 과거로 이미 제시된 바 있다.[4] 실제로 이자크와의 결혼식에서 그녀가 던진 부케를 아무도 받지 않아 로베르타가 상심한다. 뒤늦게 한 소녀가 얼른 땅에 떨어진 부케를 주워올려서 해결되긴 했다.[5] 참고로 후술되는 사라예보 사건의 피해자들로 실존인물이다.[6] 참고로 귀천상혼으로 결혼한 프란츠 페르디난트-조피 부부도 은근히 이자크-로베르타 부부와 상황이 비슷했다. 대놓고 잘난 사람 취급을 받는 남편에 비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취급을 받는 아내의 조합이라는 점과 부부간의 사랑은 그래도 강했다는 점에서. 그러나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창녀로 살아야했던 하층민 출신인 로베르타와 달리, 조피의 경우 백작의 딸로 엄연한 귀족이었음에도 통치가문 출신이 아니었기에 황태자랑 결혼하기엔 급이 안 맞는다고 무시와 비하를 당했던 것이다.[7] 로베르타처럼 배우자와 신분 차이가 지나칠 정도로 극과 극이 아니라고 해도 원래 자신의 처지보다 재력이나 권력이 훨씬 강한 집안 소속이 되면, 의외로 배우자와의 경험 차이나 재력/권력 수준 차이 등으로 인해 공감대가 부족하고 잘 안 맞아서 고생하거나 결국 헤어지는 사례는 없잖아 있긴 하다.[8]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참고. 이 시기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였냐면 현재 역사상 최고 액면가를 지녔다는 1조 마르크짜리의 동전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지폐를 너무 많이 찍어내는 바람에 일단 지갑 속 지폐는 썩어넘칠 정도로 많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극심하게 물가가 올라서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도 빵 하나 사기가 힘든 나머지 배고파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결국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지폐들은 본래 용도로 쓸 데가 거의 없어서 아이들의 장난감, 벽지, 땔감, 새로 발행할 지폐를 위해 재활용 용지 따위의 용도로 쓰일 지경까지 도달했다. 새 지폐를 발행할 때 기존 지폐가 재활용 용지가 된 건 새로운 지폐 찍을 돈도 없었기 때문으로, 천 마르크짜리 지폐 위에다 문구를 새로 찍어서 10억 마르크 이런 식으로 고쳐서 재발행했다.[9] 이자크는 예전부터 피아노 건반 치는 훈련을 위해 건반을 무겁게 조율하며 연습을 해왔는데, 이것이 계속 손가락에 무리를 주게 되어서 결국 손가락이 크게 손상되어 연주하기가 힘들어진다. 덕분에 이자크가 상심한 끝에 손을 완전히 못 쓰게 만들려고 자해를 시도하자 로베르타가 겨우 뜯어말렸을 정도. 이후에도 이자크의 손은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다.[10] 이자크가 사줘서 입고 다녔던 비싼 드레스들까지 전부 팔았다.[11] 게다가 남편인 자신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던 그녀가, 어디까지나 이자크를 치료받게 하려고 했던 행동이기에 이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12] 로베르타가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해 미안해 했을 때 오히려 저희 월급은 나중에 주셔도 된다며 그녀를 위로해줄 정도로 착한 하인들이었다. 결국 사정이 어려워진 이자크 부부가 이들을 내보내게 되자 눈물까지 흘리며 이 부부를 걱정해준 사람들.[13] 이 소령과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는데 이번에도 그가 껄떡대자 싸대기를 날렸지만, 그가 내민 명함을 '가지고 있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라는 생각에 버리지는 않았다. 이후 만난 이자크의 의사가 비용이 좀 들어도 효과가 엄청난 광선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며, 치료를 권유하자 마음이 흔들리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14] 이자크는 결혼한 이후부터 로베르타의 뻘짓들로 온갖 손해를 다 감당하고 살았는데도 그녀를 내치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주기만 했지만, 이때만큼은 로베르타가 애원하는데도 기어코 그녀를 내쫒았던 걸 보면 어지간히 빡쳤던 걸로 보인다. 아니면 그간 쌓인게 많았던 만큼 여기서 다 터진걸 수도. 사실 그동안 로베르타가 끼친 피해는 이자크가 개인적으로 수습이 가능했으니 어느정도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 소령 건은 아무리 자신의 치료를 위해서였다지만 남편에게 충실해야 할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판 것이니 이성을 잃고 분노하고도 남는다.[15] 아기가 처음으로 터뜨린 울음소리가 마치 세상에 태어난 기쁨을 알리는 소리같았다고...[16] 독일식 철자는 아마도 jubel로 추측된다. 이 단어가 독일어로 환희를 뜻해서 기쁨의 소리라는 로베르타의 언급과 어느 정도 들이맞는다.[17] 이건 어쩔 수가 없는게 로베르타는 음악적인 소견을 쌓을 수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학업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이자크와의 차이가 너무 컸으며 이 격차는 마지막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자크를 위해서였다지만 상의도 없이 멋대로 행동해서, 작중 내내 이자크에게 도움은 커녕 손해만 끼친 것도 사실이다. 멋대로 이자크의 연주를 카드게임에 걸어버려 평판 나쁜 사람의 집에 피아노를 쳐주게 만든 것, 멋대로 이자크의 악보를 팔아버렸다가 고소 언급까지 가게 만든 출판 건이 대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