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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9-16 20:48:56

란트베어


1. 개요

란트베어(Landwehr) 혹은 란데스베어(Landeswehr)는 19~20세기 시절에 활동했던 독일계 국가들의 2선급 병력 내지 민병대를 의미한다.

사족으로 란트베어는 '육상의 군대', 즉 그냥 육군이란 의미다. 다만 이러면 최전선의 현역 육군 부대와 혼동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국내 서적 등에선 보통 '향토방위군'으로 의역한다. 사실 란트(영어로는 랜드)가 고향이란 뜻도 있어서, 마냥 의역은 아니다.

2. 상세

2.1. 프로이센 왕국

일반적으로 '란트베어'라 하면, 1813년에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명으로 창설된 부대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원래 나폴레옹 전쟁으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프로이센이 18세~45세 사이의 남성들 중,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지 않는 이들을 징병하여 창설한 민병대였다. 당시 프로이센 왕국이 상당한 군국주의 국가였던 만큼, 군 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이 민병대의 다수를 이뤘다.

이 덕분에 1815년에 이들이 왕국군에 편입되면서, '전역자들로 이루어진 비상 소집 부대'로 그 성격이 자연스럽게 바뀐다. 쉽게 말해서 독일의 예비군슨배님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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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군복은 당시의 현역들처럼 프러시안 블루 색상이었으나, 현역과 구분될 수 있도록 선명한 노란색을 첨가했다. 또한 커다란 철십자 장식이 달린 샤코정모를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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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트베어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프로이센의 예비군 제도로 존속한다. 이들은 독일 통일을 거쳐,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전방의 병력들을 지원했다. 그러나 1차 대전의 패배로 프로이센 왕국이 멸망하면서 해산된다[1]. 위 사진은 게임 베르됭의 란트베어들로, 1차 대전 시기의 란트베어를 잘 재현했다. 이 시기의 란트베어는 이전의 노란 군복이 아닌, 위장성을 염두에 둔 녹회색 군복을 입었다.

여담으로 나폴레옹 전쟁 당시, 반대 진영에서 싸웠던 바이에른 왕국군도 이와 비슷한[2] 예비군 부대를 운용했다. 이들은 자국의 현역들처럼 하늘색 군복을 입었지만, 탑햇을 써서 현역과 구분되도록 했다.

2.1.1. 나치 독일

베르사유 조약의 상비군 제한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은 예비군들을 제대로 소집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권력을 잡은 나치 정권이 재무장 과정에서 '란트베어'를 예비군으로 부활시킨다. 나치는 법률상 30세에서 45세까지의 모든 예비역들이 란트베어에서 소집 의무를 행하게끔 했다.

그러나 '모든 독일인은 군인'이란 논리를 펼친 나치당은 이렇게 란트베어로 소집된 이들을 그대로 현역으로 복귀시켜 전선으로 보내거나, 점령지 치안 유지 병력으로 소모했다. 때문에 '진짜 예비군'으로 기능했던 란트베어 부대는 고작 한 개 사단 뿐이었으며, 이마저도 정권 말기에 국민척탄병국민돌격대가 창설되면서 유명무실해진다.

덧붙여서 나치 독일은 자신들의 부역자인 슬로베니아 향토방위군을 '란트베어'라 부르기도 했다.

2.2. 오스트리아 제국

합스부르크 가문의 오스트리아에서도 '란트베어'란 부대들을 운용했다. 사실 이쪽이 원조 란트베어로, 프로이센보다 몇년 이른 1808년에 창설되었다. 카를 루트비히 대공이 마찬가지로 병력 부족을 이유로 소집한 예비역들이 그 시초다. 다만 프로이센의 경우와 달리, 전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고[3] 1850년대에 해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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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대타협 이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개편되면서 란트베어는 부활한다. 다만 부대의 성격이 많이 변했는데, 오헝 제국의 란트베어는 현 미국의 주방위군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이들은 시스라이타니아 지역의 방위만을 책임졌으며, 초반에는 상술한 미국 주방위군처럼 주말에만 부대에 출근해서 훈련을 받는 식으로 운용되었다.

정규군인 '합동 육군', 헝가리 왕국을 담당하는 '혼베드'와 함께 제국 육군을 3등분한 세력이기도 했다. 이들은 예비군에서 주방위군으로 격상한 만큼, 독자적인 사관학교를 운영했으며 심지어 지휘부도 따로 두었다.

초반에는 운용 방식상, 훈련 부족으로 그리 유의미한 병력은 아니었다. 허나 헝가리의 혼베드가 점점 정예 병력으로 성장하면서, 헝가리의 배신 및 독립을 우려한[4] 오스트리아 측이 군사 개혁을 단행, 장비 면에선 합동 육군보다 우위일 정도로 성장한다. 다만 인적 자원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벨 에포크 이후, 전쟁 조짐을 발견한 지휘부가 합동 육군에 우선적으로 인력을 배치한 까닭이었다.

1차 대전이 터지면서, 합동 육군의 병력이 빠르게 소모되었다. 때문에 원래 시스라이타니아 지역만 담당하던 란트베어는 각 전선으로 보내져[5] 싸우게 된다. 이 때문에 '향토방위군'이란 명칭이 무색해져, 소총부대란 의미에 '슈첸(Schützen)'으로 개명된다.

이들은 다른 제국 산하의 군대가 그랬듯이, 제국 말기에는 패전 및 탈영으로 사실상 궤멸된다. 결국 제국이 멸망하면서 해산되었으며, 일부 잔존 인력들은 신생 오스트리아군에 합류한다.

2.3. 발트 연합 공국

독일 제국의 보호국[6]이었던 발트 연합 공국에서도 자국의 민병대를 '란트베어'라 불렀다. 사실 말이 민병대지, 공국의 정식 군대였으므로 '육군'이란 의미의 란트베어였다.

승전 이후에 라트비아 지역을 다스릴 예정이었던 뤼디거 폰 데어 골츠 장군이 이끌었으며, 발트 3국의 독립군들과 대립했다. 그러나 공국의 원 계획과 달리, 독일 제국이 멸망하면서 졸지에 끈 떨어진 잡병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휘관이었던 골츠 장군은 독일계 귀족들의 요구를 수용, 독일 자유군단의 지원 아래에서 발트 3국에 대한 공세를 시도한다. 허나 여기서 패배하면서 공국의 란트베어는 해체 수순을 밟는다.

여담이지만, 군기가 바이에른의 국기와 비슷했다. 거꾸로 돌리고 비율을 좀 늘린 수준. 독일 제국의 또다른 구성국이었던 슈바르츠부르크루돌슈타트 후국의 국기와 유사하기도 하다.


[1] 물론 현재 독일도 예비군 자체는 운용한다. 다만 프로이센 시기의 란트베어와는 연관을 부정한다.[2] 비슷한 시기에 바이에른이 독자적으로 창설한 부대다. Landwehr 대신 Landesbewaffnung이란 이름으로 활동하지 않았으며, 예비역들로 이루어진 것을 빼면 별 상관이 없다. 애초에 반강제로 참여하게 하는 란트베어와 달리, 전역자들 중에서 오직 지원한 이들로만 부대를 꾸렸다.[3] 구성국들간의 불화 때문이었다. 체코(정확히는 보헤미아 왕국)를 제외한 오스트리아 외 구성국에선 란트베어 소집을 거부했기 때문. 대표적으로 헝가리 자치 의회는 대놓고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고, 오스트리아령 폴란드는 합스부르크 측의 불신으로 애초에 소집 명령 자체가 안 내려졌다.[4] 이는 오헝의 1차 대전 패전으로 현실이 된다.[5] 주로 원 담당지와 가까운 이탈리아 전선으로 갔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혼베드는 동부전선으로 우선 보내졌다.[6] 실상은 괴뢰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