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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2:25

라크리모사(트레져헌터)/작중 행적/2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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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그만 말해!!
너희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내가 김진호가 아니란 것... 사실 어떤 방법을 써도 내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쯤은...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그것마저 포기한다면...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지?...
Season. 2. 2부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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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시점2. 귀환(2화~5화)3. 5화~14화
3.1. 제이콥 로스터3.2. 원치 않은 재회3.3. vs 크롤카
4. 16화~22-2화
4.1. 아이의 정체4.2. 파즈와 39의 과거4.3. 종정 스님

1. 시점

2기 1부 완결로부터 1주일 후의 시점이다.

2. 귀환(2화~5화)

라크는 카타콤을 나와, 발루치 일행이 머무는 폐 교회로 돌아왔다. 발루치의 방에 들어온 그는 카토그래퍼 능력으로 벽에 글씨를 썼다.“저기 적힌 이름들은 무슨 뜻입니까.” 발루치의 물음에 라크는 대답했다. “죽어야 하는 자들. 쉬타카두르가 죽음을 맞이하려면 저 3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 라크는 아딤에게 받았던 LC단검을 셋의 이름이 적힌 벽면에 던졌다. 라크는 아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자기 계획에 엿 먹은 기분이 어떠냐.”며, 발루치를 비웃었다.

발루치는 라크의 기억을 바탕으로 카타콤 침입을 계획했다. 이 계획에서 크롤카의 역할은 단지 쉬타카두르의 주의를 끄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시빌이 크롤카의 봉인 하나를 부숴버렸다. 이제 크롤카는 안전핀이 반쯤 날아간 폭탄과도 같다. 그런 그를 쉬타카두르의 대항마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이는 발루치가 라크의 기억에만 의존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라크의 기억은 크롤카에게 붙잡혔다가 기절한 것으로 끝났다. 그 이후 크롤카가 봉인 하나를 잃는다는 건 라크도 몰랐던 일이다. 또한 아딤은 라크에게 LC단검을 주었으며, 그것으로 진호나 라크나 아쉬타 셋 중 하나를 죽여 힘을 흡수하라고 했다. 발루치는 아쉬타의 생존을 바라면서 라크를 카타콤에 보냈지만, 오히려 라크가 아쉬타를 죽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아쉬타를 노리는 자가 한 명 더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발루치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당신 선택을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며 라크에게 순응하는 듯이 말하면서도, “당신이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죽게 될 거다. 아딤이 3명 중 한 명이 죽을 것이라 했다면, 당신도 그 안에 포함된다는 걸 잊지 마라.”라고 말했다.

발루치의 방을 나온 라크는 로췌와 마주쳤다. 로췌는 라크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너 이 새끼 어금니 꽉 다물어!!!
죽고 사는 건 네맘이지만 남이 보는 앞에서 목숨 내던지지 마라. 꿈자리 사나우니까.
젠장... 뭡니까?
뭐냐니!?!? 이 미친 놈아! 걱정했잖아!!
어?.. 왜요? 왜 절...
왜는 미친. 사람이 사람 걱정하는데 이유 있어야 하냐?
그럼 공인인증서 쓰고 부가가치세 떼고 걱정해줄까? 자격 증명해줘?
이놈이나 저놈이나 싸이코패스같이 구는군! 정신 나간 놈들 같으니.
라크는 세면실로 가서 머리를 깎았다. 로췌도 따라왔다. 깎은 머리는 순식간에 원래 길이로 돌아왔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라크는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호문쿨루스다.

로췌는 라크에게 왜 돌아왔냐고 물었다. 넌 더 이상 김진호가 아니다. 쉬타카두르를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가 어떤 존재인지는 아는가. 그를 죽이면 넌 이름 있는 개새끼가 될 거다. 아딤은 ‘생명의 어머니’다. 인간을 위한 존재가 아닌 그녀가 너를 이용해서 무슨 일을 벌일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
개소리로군. 그건 지금 내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렇지?
옳은지 그른지. 선인지 악인지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누가 살아남느냐는 거지. 김진호인가, 라크리모사인가!
그들이 우두머리를 잃고 전쟁을 일으켜 천 명이 죽건 만 명이 죽건 그딴 건 전혀 문제가 안 돼.
‘내’가 살아남아야 돼. 그게 가장 기본적인 거야.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어!
‘살고 싶어.’ 당연한 거 아냐?
내가 죽어야 하는 백 가지 정당한 이유를 써서 보여줘 봐. 그럼 거기에 침을 뱉어주지!!
김진호를 죽여 버려. 그리고 네가 김진호가 된다.
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대신 해주겠어!!!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이 말을 걸어왔다. 라크는 멍하니 그 말을 들었다. “당장 그 벽에서 떨어져!!! 라크!!” 별안간 로췌가 다급히 외쳐왔다. 다음 순간 검은 무언가가 거울을 부수고 튀어나와 라크를 덮쳤다. 크롤카의 ‘증오’였다. 로췌는 슈터 능력으로 증오를 공격했다. 라크 역시 LC단검으로 증오를 찔렀다. 그러자 증오가 단검에 흡수되었다. 거울에서 튀어난 증오의 힘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라크는 그것이 단지 표면적인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움직임을 잠깐 멈추게 했을 뿐이다. 크롤카의 증오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크롤카의 힘은 점점 그의 제어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발루치가 둘을 찾아왔다. 그도 크롤카의 증오에 다친 듯하다. 발루치는 크롤카는 요양이 필요하다며, 라크에게 그를 무명사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LC단검이 크롤카의 힘을 흡수한 건 아딤의 표지라는 것이다. 크롤카를 이곳에 방치하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라크의 카토그래퍼 능력이라면, 결계를 뚫고 무명사까지 갈 수 있다. 무명사까지 가는 동안은 LC단검으로 크롤카의 힘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무명사에선 크롤카의 힘을 억누를 수 있다.

“누가..” 라크가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로췌가 끼어들었다. “그럼 나도 함께 가겠어.” 로췌는 “그렇게 싸이코패스처럼 필요 때문에 사람을 조종하지 마라!!”라고 발루치를 꾸짖었다...

3. 5화~14화

3.1. 제이콥 로스터

그때 난... ‘누가 죽든 내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려 했었다.
아마 로췌가 없었다면 분명 그렇게 말했겠지.
그 환상... 그건 크롤카의 짓이 아냐. 그는 그런 짓을 할 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게 가능한 존재는 하나뿐이지. 아딤, 당신이 날 몰아세우고 있어.
토끼 몰 듯 날 빠져나가지 못하게 몰아가고 있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나를 통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라크는 로췌, 크롤카와 함께 길을 떠났다. 로췌의 말에 따르면, 무명사의 숲은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진(陳)이 쳐져 있어서, 나무 하나 돌 하나까지 사람을 현혹시켜 길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길을 잃으면 처음 들어온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카타콤보다도 더 심하다. 자칫 잘못하면 행방불명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란다.

“라크. 앞으로 반말해라. 간지러우니까.” 로췌는 낮에는 사물이 잘 보여 더 쉽게 현혹되니, 이동은 무조건 밤에 한다고 말했다. 숲을 나아가며 라크는 몰랐던 것에 대해 질문했고, 로췌는 그 물음들에 친절히답했다.
로췌, 왜 한국에 이런 것들이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왜 하필 우리나라인 거지?
‘김진호’가 한국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우리는 김진호가 사는 세상을 이해해야만 했었다.
덕분에 이 어려운 언어를 배우고 좁아터진 나라에 옹기종기 모여들었지.
김진호가 당신들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 존재인가?
이미 당신들은 엄청난 능력들을 가지고 있잖아? 세상을 놀라게 할 보물들도 숨기고 있고.
능력? 그저 신기할 뿐이지, 그딴 ‘거짓말’이 중요하진 않아.
현실을 속여서 다른 결과를 내는 용도일 뿐이야.
연금술사들이 원하는 건 ‘지식’이다. 힘이 아냐.
사람을 칼로 찌르면 피를 흘리고 상처가 남고, 심장에 총알이 박히면 죽어야 한다. 그게 옳다.
네가 봤던 능력들은 매력적일 수는 있어도, ‘정상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것들뿐이다.
연금술사들은 전설 속의 보물들을 숨기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성배, 그람(gram), 아스캘론(Ascalon) 같은 용을 죽였다는 무기나 신기(神器)들도 숨겨놨다.
그것들이 내는 힘이 기이하고 신비할수록 더 엄중히 보관하지.
예전에 연단술사들이 너희 나라의 보물인 천부인(天符印)을 가지고 소동을 부린 적이 있었지.
결국, 쉬타카두르가 직접 처리했다.
그리곤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보물을 사람을 홀리는 거짓말로 규정했다.
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물건도 있잖아. LC만 해도...
임마누엘 칸트란 사람이 연금술사 협회에 온 이후 많은 게 바뀌었지.
그나저나 넌 LC의 힘을 우습게 보는군.
앞으로 갈 곳에서 네가 LC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기대되는군, 라크리모사.
연금술사들은 그곳을 inferna(지옥)라고 부르지.
“로췌, 발루치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어? 그는 어떤 사람이지?” 라크의 물음에 로췌는 그의 인생은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며 이야기해주었다.(로췌의 과거 항목 참조)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웃으라면서 손뼉을 쳤다.
넌 발루치가 밉겠지. 이해한다. 슬픈 과거가 있다고 용서될 건 아냐.
그 녀석의 웃음은 언제나 비틀려 있지. 진심으로 미소짓지 않아.
가슴이 박살나고 찢어져 고름이 쏟아지는데도 그 녀석은 끝까지 나를 돌봐줬어. 안심하라며 광대처럼 웃었지.
내 몸이 나은 이후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 날 위해 새로운 눈을 만들어 줬지.
사람들은 아쉬타에 대한 발루치의 사랑을 겁쟁이의 사랑이라 비웃지. 뒤에 숨어 헌신만 하는 가짜 사랑이라고.
하지만, 난 그 사랑의 방식이 무엇에서 시작됐는지 알고 있다.
발루치는 사랑하는 건 알지만 받는 법을 몰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내 탓이라 싫다.
이 빌어먹게 건강한 육체도, 호문쿨루스란 사실도 모두 싫다.
날 둘러싼 정상적이지 않은 인간들이 싫다.
나는 모든 비정상이 싫다.
나는 네가 싫다, 라크리모사.[1]
무명사의 방어는 매우 엄중했다. 라크는 자칫 제 발로 낭떠러지로 걸어갈 뻔 했다. 로췌는 무명사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일행은 한 남성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제이콥 로스터’(이하 제이콥)라고 소개했는데, 라크 일행과 마찬가지로 무명사를 찾고 있었다. 제이콥의 뒤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는데, 그에게서는 아쉬타의 집에서 만났던 미카엘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제이콥은 이 숲에서 한 달 가까이 헤맸다고 한다. 그는 사업가였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사업 기밀을 가지고 무명사로 숨어버려, 그를 쫓아 여기까지 왔단다. 그러나 GPS를 써도 도저히 길을 찾지 못했고, 언제나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의 이야기를 듣더니, 크롤카가 “무명사가 널 만나길 거부했다.”며 돌아가라고 경고했다. 로췌 역시 제이콥을 ‘연금술사들의 보물을 훔쳐 무기로 만들어 파는 쓰레기’라고 칭하면서, “무명사가 이 숲에서 싸움을 금지하지 않았다면 내 손에 개박살이 났을 거다.”라며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자 제이콥은 총을 꺼내 일행에게 쐈다. 총에 맞은 것은 크롤카. 결국 크롤카는 감정을 더 이상 참지 못해, 증오를 발산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크롤카가 이성을 잃고 날뛰자, 무명사의 숲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까 제이콥은 무명사의 누군가가 자신을 방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토그래퍼 능력 덕분인지, 무명사의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 라크는 자신이 폭주한 크롤카를 막아 시간을 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로췌에게는 그들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로췌는 “난 누가 나 대신 피해 입는 게 제일 싫다.”면서, 라크더러 무명사의 사람들을 찾으라고 말했다. 그녀는 LC단검을 뺏어들었다. 크롤카를 막는 일은 자신이 맡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라크는 조심하란 말을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3.2. 원치 않은 재회

라크는 아까부터 두 사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카토그래퍼 능력으로 둘의 흔적을 쫓아갔다. 그들을 따라잡는 데 성공하자, 라크는 크롤카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라크가 찾아낸 이들은, 무명사의 사람이 아니라 천도시빌이었다. 천도는 라크를 가짜라 부르며 달려들었고, 시빌도 공격해왔다. 결국 라크는 천도에게 제압당했다.
크롤카라면 아쉬타의 저택에서 진호를 기절시킨 괴물 팔을 가진 놈 이름이었지....
맞나? 한 패였군...
너야말로 왜 여기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거냐.
능력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아쉬타에게 속아서....
닥쳐!!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딴 게 아니야!!
뭐 뜯어먹을 게 있다고, 내 친구를 건드리냐는 거다!!! 괴물 자식들아!!
발루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군. 잠깐 사이에 아주 훌륭하게 변했어.
거울이 있다면 보여주고 싶군, 네 꼴을 ... 내가 알던 그 녀석이 맞긴 한 거냐?
전부터 날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지 마라!
진호가 기절해 있는 게 너와 관련이 있는 건가?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믿을 리가 없잖아?
최소한 노력은 해봐, 이 도플갱어 자식아!
말했지. 너랑 말싸움할 시간 없다고.
아니 시간 내야 할 걸? 네가 내 친구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은!!
라크는 천도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라크가 진호의 호문쿨루스란 얘기를 듣고, 천도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천도를 공격했다. 라크는 천도를 밀치고 공격을 받아냈다. 라크는 천도에게 “이쪽 세계는 너와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야.”라는 말을 남기고는 도망쳤다...

3.3. vs 크롤카

시간을 너무 많이 끌었다. 이대로라면 로췌가 위험하다. 라크는 로췌에게로 되돌아갔다. 능력을 이용하여, 로췌의 반응이 사라진 곳까지 도달해보니, 온통 연기가 자욱했다. 라크는 LC단검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연기가 조금 걷히자, 등 뒤의 풍경이 보였다. 제이콥이 데리고 다니던 기계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고철이 되어 한 더미 쌓여 있었다. 그리고 폭주로 이성을 잃은 크롤카가 그 위에 서 있었다. 크롤카는 라크를 발견하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꼼짝없이 당할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검보랏빛 뱀이 라크를 덮쳐 멀리 밀쳐내고 크롤카의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 저만치에 하늘색 머리칼의 여자 아이가 보였다. “작은 스님이 오고 계시는 중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아이는 무심히 크롤카에게 말했지만, 크롤카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하다. 이대로라면 저 아이도 위험하다. 라크는 도망치라고 외쳤지만, 아이는 오히려 자기가 크롤카를 막을 거라며 나섰다. “크롤카!!! 너 이 개자식, 내 말 똑바로 들어!! 그 애 건드리지 마!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내 말 들리냐고!?” 라크는 다급히 크롤카에게 외쳤지만, 크롤카는 꼬리로 라크를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라크는 아이가 크롤카에게 산 채로 씹혀 먹히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보아야만 했다. 화가 난 라크는 LC단검으로 크롤카를 공격하며 아이를 뱉어내라고 소리쳤지만, 그 공격은 크롤카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라크는 이내 크롤카에게 붙잡혀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때 갑자기 주변의 돌들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크롤카의 몸 한 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의 중심에는 아까 크롤카에게 잡아먹혔던 아이가 있었다. 빛은 그 아이에게서 나오는 것이었고, 크롤카의 증오를 살라먹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늘에서 크롤카에게로 벼락이 내리쳤다. “라크!! 내 손을 잡아!!” 로췌의 목소리다. 그녀는 무사했던 것이다. 라크는 안도하며 정신을 잃었다... “애당초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어. 제기랄.. 그래도 이렇게까진 안 되길 바랐는데. 지금 너에게 있어서 최악의 존재와 만나게 되었군, 라크리모사.”

4. 16화~22-2화

4.1. 아이의 정체

대범천왕?... 여기선 아딤을 그렇게 부르시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특별히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냥 어쩌다 보니 우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지.
그 분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이유를 만들 수 있는 분이시지..
우리는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을 거야... 대스승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앞으로 큰 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자꾸 드는구나..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정신을 차린 라크는 몸을 일으켰다. 그가 누워있던 곳은 어떤 절간이었다. 곁에는 로췌가 앉아 있었고, 불상 앞에는 노스님이 한분 앉아 있었다. 문 너머 마루에는 덩치 큰 스님이 방을 등진 채 앉아 있었다. 마침내 무명사에 도착한 것이다. 노스님은 자신을 무명사의 주지라 소개하며, 이름은 딱히 없으니 그냥 큰스님(이하 종정 스님)이라고 부르라고 말했다. 연금술사들은 자신을 종정 스님이라고 부르는데 과분한 명칭이라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크롤카는 가둬두었다고 한다. LC에는 힘을 흡수하는 능력도 있기에, 크롤카는 한동안 정신도 못 차리고 곤히 잘 거란다. 라크는 크롤카를 상대할 때 보았던 아이를 떠올리고는, 그 애는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종정 스님이 답했다.
아아.. 먼저 만났구나. 그 아이는 너와 같은 호문쿨루스란다.
아마 너희들 중에 가장 안타까운 아이일 거야.
너희가 한 가지씩 잃었다면 그 아인 수십 가지를 잃었으니..
부를 때는.... 이제 39라고 부르면 되겠군..
이름의 숫자는 한 번 죽을 때마다 하나씩 더해진단다. 이제 서른아홉 번을 죽었다는 뜻이지.[2]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39가 호문쿨루스로서 잃은 것은 마음이다. 그러니까 희로애락을 비롯해서 마음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감정이 사라진 것이다. 한 가지를 잃은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잃은 셈이다. 사실은 아직도 저 아이에게 어떤 마음이 남아있거나 사라졌는지 모른다. 호기심과 책임감 정도가 남아있다는 것이, 무명사가 39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라크는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왜... 누가 저 애를 저렇게 만든..
누가 저 아이를 호문쿨루스로 만들었냐고?
나다. 내가 저 애를 저렇게 바꾸었지. 바로 이곳에서.
이 땅에 묻힌 LC가 영향을 미친 듯하더구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예상?... 결과? ...실험이라도 한 겁니까?
왜 저 어린애를 가지고 그딴 짓을 한 겁니까.
그때는... 그게 최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유지.
아직 꼬마애잖아!
이제 돌릴 수도 없는 짓거릴 해놓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이 미친 새끼들이!!
적당히 뭐 하나 잃어버리면 성공이었다고 생각했던 건가?!
사람 인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연금술 배우면 남의 인생 찢어발길 자격이라도 생기는 건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지도 이해 못하는 개새끼들!!
라크는 LC단검을 챙겨들고 방을 나갔다. 그는 어느 나무 아래 바위에 걸터앉았다. LC단검의 칼끝이 왼손에 닿았다. 두근. 두근. 심장 고동을 느끼며 라크는 LC단검에 힘을 주었다. 칼끝이 손을 파고들면서 피가 흘러나온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등에 몸을 기대왔다. 로췌였다. 라크는 당황해서 움직임을 멈췄다.
......야, 크롤카도 데려다 줬겠다. 이제 너 할 거 없잖냐? 이제 때려치고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냐?
대회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고 도망치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전에 말했지? 도망치는 건 도와주겠다고.
단검은 무명사에 버리고 가면 발루치가 알아서 하겠지. 시X! 아쉬타가 죽건 말건 뭔 상관이야!
어때, 꽤 괜찮은 제안 아니냐?[3]
라크가 망설이자, 로췌는 바보냐고 핀잔을 주다가, “절에 돌아가면 파즈 스님한테 사과해라.”라고 주의를 주었다. “남의 상처 찢어발겼으면 사과할 줄은 알아야지. 그 39란 꼬마, 파즈 스님의 딸이다.”

4.2. 파즈와 39의 과거

로췌파즈 스님의 과거를 들려주었다.

김현식이라는 이름의 남자. 그리고 그의 딸 김윤지. 김윤지는 뇌종양으로 인해 죽음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를 견딜 수 없었던 김현식은 딸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려고, 차를 타고 절벽을 질주했다. 그러나 차가 우연히 무명사의 결계를 뚫고 들어오는 덕에 그들은 목숨을 건졌다. 무명사의 주지 종정 스님은 그들 부녀를 발견하고, LC의 힘으로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LC의 힘을 직접 보게 되자, 김현식은 그 힘으로 딸을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종정 스님은 그의 부탁을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김현식은 절 앞에서 부복한 채 계속해서 간곡하게 부탁했고, 그들 부녀의 사정이 너무나도 딱해서, 종정 스님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종정 스님은 LC의 힘을 빌려 김윤지를 호문쿨루스로 만들었다. 김현식은 이후 무명사의 일원이 되었으며, 파즈(法治)라는 이름을 받았다. 김윤지는 죽은 숫자를 이름으로 삼게 되었다.

로췌는 그 뒤의 이야기는 위생에 좋지 않다며, 이야기를 끝내려 했다. 라크가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그녀는 그를 어느 무덤가로 데려갔다. “말했듯이 그다지 위생에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 꼬마와 파즈 스님에게 해피 엔딩은 더더욱 아니지.” 수십 개의 무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무덤들 앞에는 모두 윤지라는 이름의 묘비가 있었다. 로췌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지는 인간일 적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종양 또한 몸의 일부기에, 호문쿨루스가 된 후에도 종양은 제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윤지는 2, 3개월이 될 때마다 사망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몸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다. 여기 이 무덤들에는 윤지가 헌옷처럼 벗어둔 몸들이 묻혀 있다. 그리고 그건...

파즈가 뒤에서 나타나 이어 말했다. “살아있다. 단지 숨을 쉬는 것뿐이라면, 그건 시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지. 윤지의 새로운 몸이 만들어져도 그 전의 몸은 움직이거나 생각하지 못할 뿐 살아 숨 쉬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고 라크가 묻자, 파즈가 대답했다. “나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넌 우리 작은 애기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구나. 우린 널 오랫동안 기다려왔단다. 네가 이곳에 나타나기를...!” 파즈의 말은 계속되었다. 아쉬타를 제외한 호문쿨루스들은 몸 안에 있는 LC의 힘으로 거대한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한 가지를 잃는다. 그렇다고 생각해왔고,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해하지도 못할 힘을 쓰려 하면서도, 마치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듯이 생각했었다. ‘이제껏 그래 왔었다..’라는 말은 얼마나 어리석고 소용없는 말이었나...

파즈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라크는 법당에서 했던 폭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니, 그건 오히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내가 김현식일 무렵에는 슬픈 일에 슬퍼할 수 있었고, 죽음을 죽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무 것도 모르겠더구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슬퍼할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내 마음속도 텅텅 비어서 눈물을 흘리는 법도 잊어버렸단다.
고맙구나, 라크리모사. 나를 대신해 눈물을 흘려줘서.
누군가는 묻혀있는 아이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어야겠지.
“작은 스님, 큰스님께서 손님들 가시기 전에 한번 뵙자고 하십니다.” 39가 파즈를 찾아왔다. 파즈는 39에게 안내를 부탁하고, 잠깐 주변을 돌고 들어가겠다며 등을 돌렸다. “잠깐만요! 기다려 주세요! 절 기다렸다고 하셨잖습니까. 제가 뭘 하면 되는 겁니까?” 라크가 다급히 그를 불러 세우자, 파즈가 말했다. “‘육도(六道)가 모이는 날’ 자신을 잃은 자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줄 것이다.” 이는 큰스님이 참선 중에 대범천왕에게 들었던 39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 한다.

로췌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종정 스님은 아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이다. 자신을 잃은 자는 대놓고 라크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육도라... 불교 쪽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어 그리고 마지막은... 하늘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뭐 어찌 됐건 하늘.

4.3. 종정 스님

라크와 로췌39의 안내를 따라 종정 스님의 방으로 왔다. “큰스님,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신발 벗을 필요 없다. 길게 나눌 이야기는 아니니 그냥 거기서 듣거라.”
라크리모사, 너는 지금 네 상황에 만족하고 있느냐.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넌 사람이 가장 바라는 두 가지의 신비한 힘인
‘미래를 아는 것’,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었지 않았느냐.
그건 많은 사람의 꿈이 아닌가?
그런 걸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생활, 가족, 친구, 저를 구성하던 모든 것을요.
그래 그랬지. 로가텐의 힘으로 태어난 신비한 힘들은 반드시 불행한 결과로 인도한단다.
큰놈이의 이야기, 발루치로췌의 이야기도 들었겠지. 그 일이 어떤 슬픔을 만들어 냈는지도.
로췌, 연금술사들이 이름을 받을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었지? 말해주겠니?
....우주적인 전망 내에서는
비열한 것도, 정직하지 못한 것도, 사악한 것도, 범죄도 아닌 것이 된다.
사실 신의 섭리에 따라 정리된 모든 것은 선하고 아름답고 정당하다.[4]
그 말을 반대로 돌리면 신의 섭리를 어긴 것은 그게 어떤 것이든 옳지 않다는 말이 되지.
나는 신을 믿는 자는 아니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하늘의 섭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람이 나고, 죽고 상처 입는 건 하늘이 이 세상에 내려준 섭리다.
물론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딛고 이겨내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도리지.
하지만 하늘의 섭리란 연약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 때가 있단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너무도 힘들어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기대서 섭리를 거스르길 원하기도 하지.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어떤 불행을 불러들일지 모른 채,
그 힘을 사용하고 그 결과에 더 큰 슬픔에 빠질 수도 있어.
로가텐의 힘은 신비함이다. 그리고 그 힘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는 순간 그 힘은 더 이상 신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두려워하거나 경배한다. 그리고 그것에 취하지.
힘에 취한 인간들... 그것보다 무서운 게 어디 있을까.
힘을 손에 들고 거짓된 힘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려 하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자들이 서로 다투게 될지도 몰라.
아니...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미 그런 싸움들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라크리모사, 자신을 잃은 자여. 잘 듣거라.
대범천왕님은 세 명 중 한 명을 선택하라 했다 했지.
난 네가 이제껏 보고 들은 것들은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선택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 생각한다.
너는 평범한 사람과, 신비한 힘을 가진 자 둘 다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니까.
대범천왕님이 널 만들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한 것 또한 그 선택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지.
너에게 힘든 일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널 대신할 자가 없구나.
하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무명사는 대범천왕님의 뜻을 믿고 널 지지할 것이다.
네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온다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거라. 우린 네 선택에 따를 것이다.
가거라. 다시 볼 때를 기다리마.
라크와 로췌는 무명사를 나섰다...


[1] 이후 로췌와 라크리모사 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하면...싫다고 했지, 안 덮칠 거라고 하진 않았다[2] 2기 2부 1화 이전까지의 이름은 37이었다. 2기 2부 1화에서 사망하면서(뇌종양으로 죽은 것 같다.) 이름이 38로 바뀌었고, 크롤카에게 잡아먹히면서 다시 이름이 39로 바뀌었다.[3] 2기 2부 17화 베스트 댓글 : 로췌야 돌려말하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그러니까 이 말이잖아. 로췌 : 이제 때려치고 (나랑) 도망치는게 낫지 않겠냐? (너랑 같이 못 있을거 같은) 대회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고 (나랑) 도망칠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전에 말했지? (나랑) 도망치는건 도와주겠다고 (너 죽일 수 있는 뭐같은 도구인) 단검은 무명사에 버리고 나면 (우리 사랑 갈라 놓는) 발루치가 알아서 하겠지. 시x(새Rl). (내 연적) 아쉬타가 죽건 말건 뭔 상관이야! 어때. 꽤 괜찮은 제안(고백) 아니냐?[4] 2기 2부 1화 머릿글에 나온 글귀이기도 하다. 9세기, 요하네스 스코투스 에리우게나의 ‘자연구분론’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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