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君の話 | |
장르 | <colbgcolor=white,black>로맨스, SF, 미스터리 |
작가 | 미아키 스가루 |
삽화가 | 콘노 마유미 (트위터, 홈페이지) |
번역가 | 이기웅 |
출판사 | 하야카와 출판(早川書房) 쌤앤파커스 |
발매 기간 | 2018. 07. 19. 2019. 05. 29. |
권수 | 1권 (完) 1권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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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미아키 스가루가 지은 일본의 소설. 2018년 7월 19일에 하야카와 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삽화는 콘노 마유미(紺野 真弓)가 맡았다. Mili의 蜜蜂 영상 일러스트를 담당한 사람이다.한국에서는 2019년 5월 29일 쌤앤파커스에서 일본 문학 분류로 출간되었다. 역자는 이기웅.
미아키 스가루의 소설 중 처음으로 미디어 웍스에서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다. 국내의 경우도 전작들과는 다르게 노블엔진 팝 대신 다른 출판사가 출간했으며, 역자도 현정수가 아니다.
2023년 3월 27일, 《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로 제목을 변경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출판사와 역자는 기존과 동일하나 레이블이 변경되었다.
2. 시놉시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소꿉친구가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몸에 닿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몸에 닿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잘 알고 있다.
부모님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친구다운 친구도 없이 고독한 유년 시절을 보낸 아마가이 치히로는 스무 살 여름 ‘레테’로 어린 시절 기억을 지우고 삶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에게 도착한 것은 이상적인 청춘의 기억을 뇌에 심어주도록 프로그래밍된 나노로봇이었다. 실수로 그것을 복용해버린 그는 그때부터 나쓰나기 도카라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며 존재할 리 없는’ 소꿉친구의 기억을 갖게 된다. 그녀와 함께했던 달콤하고 충만한 가짜 추억에 손쓸 도리 없이 흔들리는 치히로. 그러던 어느 날 실재할 리 없는 가짜 추억 속 소꿉친구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그에게 요리를 해주고, 그와 함께 음악을 듣고, 그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그러고는 말없이 사라진다.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 그녀의 목적은 무엇인가.
― 출판사 서평 출처
― 출판사 서평 출처
3. 등장인물
- 아마가이 치히로(天谷 千尋)
작품의 주인공으로, 작중 시점에서는 대학생이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어두운 과거를 보냈으며, 현 시점에서도 자취방에서 홀로 술이나 담배와 함께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인생이라면 전부 잊어버리자고 마음먹고 아르바이트[1]로 돈을 벌어 기억 제거를 위한 나노로봇 '레테'를 구입한다. 그러나 구입처의 착오로 인해 실수로 '레테'가 아닌 추억을 만드는 나노로봇 '그린그린'을 복용하게 되고, 그 결과 나쓰나기 도카라는 소꿉친구에 대한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 나쓰나기 도카([ruby(夏凪, ruby=なつなぎ)] [ruby(灯, ruby=とう)][ruby(花, ruby=か)])
잘못 전달된 '그린그린'에 의해 치히로의 기억에 자리잡게 된 가공의 인물로, 검은 장발에 흰 피부, 가녀린 몸집에 병약한 체질이라는 설정의 소녀. 치히로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소꿉친구로 설계된 여성이다. 그런데 여름축제날 치히로의 기억 속 도카의 모습과 일치하는 누군가가 정말로 치히로 앞에 나타난다. 이후 둘은 치히로의 아파트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도카의 모습을 한 누군가는 치히로를 실제 소꿉친구였던 것처럼 대하기까지 한다.
- 에모리 선배(江森さん)
치히로와 유일하게 가까이 지내는 인물. 치히로와는 다르게 인맥이 넓고 여자를 사귀는 데도 익숙하며 대기업 입사가 예정된 엘리트이다. 가공의 인물인 도카가 갑자기 실제로 나타난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치히로에게 여러 조언을 건넨다.
- 기리모토 노조미(桐本 希美)
치히로의 중학교 동창이었던 여성.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책을 좋아해 중학생 시절에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기억력도 좋아서 동창들의 이름을 대부분 외우고 있을 정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 유일하게 다가와준 친구가 권유하는 사이비 종교를 거부하면서 보복으로 졸업 때까지 나쁜 소문에 시달려야 했기에 거짓말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SNS를 통해 난데없이 연락해온 치히로 또한 경계했으나, 도카가 실존 인물인지 확인하려는 그에게 경계심을 풀고서 졸업 앨범을 보여준다.
- 치히로의 부모님
이름은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가공의 기억이 주는 쾌락에 중독되어 아들 치히로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막장 부모이며, 치히로가 15살 때 이혼한 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친모는 이미 레테를 주입받았는지 그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친부 혼자 지내고 있다. 친자와는 달리 적어도 의자들로 구성된 가족들에게는 나름 자상한 부모 노릇을 하던 것으로 보인다.
4. 줄거리
목차는 다음과 같다.
4.1. 제1~7장
주인공 아마가이 치히로는 어느 날 추억다운 추억이 하나도 없었던 지난 19년 간의 인생을 한탄하며, 기억을 제거하는 나노로봇 '레테'를 구입해 과거를 모두 잊으려고 한다. 하지만 구입처의 착오로 인해 레테가 아닌 청춘 시절에 대한 가공의 기억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그린그린'이 치히로에게 전달되어 버리고, 그는 그것을 복용해 가공의 소꿉친구인 나쓰나기 도카에 대한 기억을 갖게 된다.구입처에서는 만들어진 기억을 제거할 레테를 다시 발송하지만, 치히로는 뒤늦게 그 기억을 잊는 것이 두려워져 받은 레테를 복용하지 않기로 한다. 여름 축젯날 이자카야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치히로는 도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가 기억을 지울지 말지 갈등하며 축제에서 빠져나가려고 할 때, 기억 속 도카의 모습을 빼다 박은 듯한 한 여성이 그의 뒤에서 나타난다. 치히로는 그녀 가까이에 가려고 하지만 인파에 휩쓸려 그녀와 만나지 못한다.
얼마 뒤 치히로는 에모리 선배를 만나 그에게서 데이트 사기를 당한 남성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와 헤어진 뒤 치히로는 상점가에서 반딧불이의 빛이라는 노래를 듣고 다시 도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축제에서의 일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던 치히로는 고민 끝에 그 장소에서 레테를 복용해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행복한 기억 때문에 선뜻 레테를 복용하지 못하고, 그러던 중 버스에서 한 여성을 도카로 오인하고 미친 듯이 쫓아가기까지 한다. 전혀 다른 사람임을 알자 괜히 욕지거리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으면서, 결국 치히로는 자신이 도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치히로가 술을 마시고 집에 도착했을 때, 옆집의 문이 열리더니 축젯날 만났던 그 여성이 그의 앞에 나타난다. 술에서 깬 뒤, 치히로는 도카와 닮은 그 여성과 만났던 일을 단순한 꿈으로 치부하려고 하지만, 그녀가 만든 요리와 메모를 발견하고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치히로는 자신의 방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그녀를 사기꾼으로 단정하고 다그치지만, 그녀는 '자신은 치히로의 편이다'는 말을 하며 얼버무린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 도카의 흔적을 찾으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돌아가려던 중, 코트 안주머니에서 짧은 손편지를 발견한다.
千尋くんと出会えて幸せでした。さよなら。
치히로와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안녕.
치히로와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안녕.
그는 도서관에서 기억 이식으로 인한 혼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로 하고, 실존 인물을 가공의 인물로 착각한 한 남자의 사례를 발견한다. 자신을 도카라고 주장하는 여성을 집에서 쫓아내는 등 박대하면서도 치히로는 도카가 사실은 실존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중학교 동창인 기리모토 노조미와 접촉해 졸업 앨범을 뒤져보기로 하고 그녀를 만난다. 노조미는 처음에는 갑자기 연락해온 치히로를 의심하지만, 치히로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자 태도를 바꾸어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졸업 앨범에도 나쓰나기 도카의 흔적은 없었다.
치히로는 비바람이 거세던 날 슈퍼마켓에 들르다가 도카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일곱 살 때 도카는 천식을 앓고 있어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치히로는 처음에는 매일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도카를 유령이라고 착각하다가 뒤에 그녀를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친해졌다는 내용의 기억이다. 집에 돌아온 치히로는 자신이 쫓아냈던 여성이 남긴 메모를 발견하고, 심적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도카를 잊어 모든 일을 끝내기 위해 레테를 복용한다.
잠깐 의식을 잃었던 치히로는 도카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며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태풍 때문에 도카가 발작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그녀의 집 현관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소리치다가 금방 냉정을 되찾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긴다. 잠시 후 그녀는 치히로 앞에 나타나 레테를 바꿔치기했음을 순순히 털어놓는다.
그 날부터 치히로는 도카가 설정해준 '사기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일부러 그녀와 어울린다'는 핑계로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하고 그녀와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술담배를 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컵라면 대신 그녀가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건강한 나날을 보내며 그는 솔직한 행복을 느낀다. 그 해의 여름 축제가 열린 날, 둘은 기억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키스를 나누고, 그녀는 여름이 끝나면 그 앞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갑작스럽게 선언한다. 하지만 치히로는 끝내 도카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날 그녀는 모습을 감춘다.
그녀가 사라진 뒤 치히로는 에모리 선배에게서 그녀의 정체에 대해 알아냈다는 연락을 받고 그와 다시 만난다. 에모리 선배는 치히로에게 자신에게도 어두운 과거가 있었음을 밝히며, 이전에 '그린그린'의 구입을 고려했었기에 의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전에 도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언론에 실린 도카의 인터뷰를 보여주며 그녀가 가공의 기억을 만드는 직업인 '의억기공사'임을 단언, 치히로가 가진 기억을 만든 것은 도카 본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그녀의 본명은 마쓰나기 도카(松凪 灯花)로, 최연소 의억기공사로서 일하며 나이와 업무 수행 능력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스무 살이 되기 전 그 일을 그만둔 것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단순히 치히로의 인생을 바꿔버리기 위해 그를 속여왔다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고, 치히로는 결국 그녀의 진짜 속셈을 알아채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운다.
그 날 새벽, 치히로는 방문 앞에서 도카를 만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치히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후 이야기가 여기서부터 B면으로 바뀐다는 독백이 나온 뒤 후한부로 넘어간다.
4.2. 제8~10장
여기서부터 서술자가 도카로 바뀐다. 치히로의 시점에서 쓰여졌던 전반부의 의문점들을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소설이 전개된다.도카는 치히로의 기억에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천식을 앓고 있었다. 허나 도카의 부모는 의학 불신론자였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않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그런 도카를 짐짝처럼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 도카는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린 채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이상적인 소꿉친구를 상상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천식 탓에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공상에만 몰두했다.
열다섯 살 때 도카는 우연히 의억기공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일을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기며 다음 해 바로 의억기공사로 취직하는 데 성공한다. 과거부터 스스로 가공의 기억을 만들며 살아와 이야기 만들기엔 자신이 있는 그녀였기에 그녀의 작업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그녀는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며 처음으로 자신에게도 존재할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그녀는 이후 부모와의 충돌을 계기로 가출한 뒤,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천식 치료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카는 병원에서 신형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신형 알츠하이머 병은 기존의 그것과는 달리 과거의 기억부터 차례로 지워져나가는 증상을 보이며, 모든 기억이 사라졌을 때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치사율 100%의 병이다. 그녀는 절망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과거에는 기억하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외로움을 느끼며 신형 알츠하이머 병 환자들의 교류 모임에 참가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가까운 사람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런 종류의 인연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녀는 공상해왔던 소꿉친구의 이야기를 거짓으로 꾸며내 이야기한다. 너무나 감쪽같았던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녀는 오히려 비참한 기분을 느낀다.
그 뒤로 도카는 레시피대로 요리를 시도하거나 오래된 레코드판을 들으며 원초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상상의 소꿉친구가 가공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순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고, 그대로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끝없는 고독과 슬픔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소꿉친구에 대한 공상을 멈추지 않으며 그 소꿉친구가 실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망상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 망상에 사로잡혀 도카는 여름 축제가 열리고 있던 고향에 방문한다. 하지만 당연히 가상의 소꿉친구가 그녀 앞에 나타날 리는 없었고, 마을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밤이 되자 마음을 접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중학교 동창인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도카를 희미하게 기억하며 동창회에 참여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도카는 그 곳에서 실재할지도 모르는 소꿉친구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외모 관리와 미용에 노력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동창회에 참가한 인원 중 누구도 도카를 기억하지 못한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도카는 반 년 동안 일에만 몰두하고, 그 사이에도 그녀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고령의 여성이 그녀가 만든 의억들에 정중한 소감을 보내며 도카와 직접 만나기를 청한다. 그 여성은 자신과 자신의 죽은 남편은 일곱 살 때 만났어야 했던 사이라고 주장하며, 도카에게 성과금의 다섯 배나 되는 금액을 제시하기로 약속하면서까지 그에 대한 가공의 기억을 제작해줄 것을 의뢰한다. 실제 인물을 가공의 기억의 모델로 삼는 것은 금기였지만, 도카는 이력서 내용을 보고서 그 주장에 공감하고는 의뢰를 수락했다. 이후 한 달에 걸쳐 만들어낸 의억에 '보이 미츠 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정작 이 의뢰인은 그 전에 뇌졸중으로 사망한 상태였으나, 그 사실을 전해듣지 못했던 도카는 걸작을 만들었다는 성취감에 만족해 일을 그만두고 삶을 마치기로 결심하려던 순간 자신의 집에서 우연히 미처 보지 못했던 의뢰인의 프로필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 프로필은 다름아닌 치히로가 '레테' 구입을 마음먹었을 때 작성되었던 치히로의 프로필이었다.
드디어, 찾아냈다.
나와 같은 절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나와 같은 공허에 고통받던 사람.
나와 같은 환상에 홀려왔던 사람.
내가 일곱 살 때 만났어야 할 사람.
그는 나에게, 궁극의 남자였다.
나와 같은 절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나와 같은 공허에 고통받던 사람.
나와 같은 환상에 홀려왔던 사람.
내가 일곱 살 때 만났어야 할 사람.
그는 나에게, 궁극의 남자였다.
도카는 그가 자신과 같은 절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며, 잘못 신청된 내용대로 그와 자기 자신을 위한 기억 '그린그린'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치히로에게 '나쓰나기 도카'라는 가상의 소꿉친구에 대한 기억을 심어준 뒤 자기 자신에게도 '아마가이 치히로'라는 본인이 상상해왔던 이상적인 소꿉친구에 대한 기억을 심는다. 그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자기가 만든 가공의 기억을 진실로 바꿀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녀는 사직서를 낸 뒤 치히로의 눈에 이상적인 소꿉친구로 보이기 위해 심신을 가다듬고 그를 만날 준비를 한다. 여름 축제날 치히로가 도카와 마주쳤던 것도, 치히로가 옆집에서 도카와 재회한 것도 모두 의억 기공사로서의 도카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카는 자신이 치히로에 대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치히로는 가공의 도카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 감정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래서 실제로 그의 앞에 나타난 도카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의 요리를 버리며 매몰차게 대했을 때에도 그것이 자신에게 내려지는 벌이라고만 생각할 뿐 분노조차 들지 않았고, 혼자 방으로 돌아간 뒤 울기만 했을 뿐이었다. 도카는 끝내 치히로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못하며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슬픔을 참지 못한 그녀는 결국 고층 맨션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려고 하지만,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린다. 바로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고 오해한 치히로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비에 미끄러져 전화를 떨어뜨린 그녀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그를 만난다. 비를 맞아가며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치히로를 바라보면서 그녀는 다시 그를 맞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4.3. 제11장: 너의 이야기
다시 서술자가 치히로로 바뀌어서 전개된다.도카가 치히로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난 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날, 치히로는 도카에게서 그녀의 프로필과 그녀가 쓴 편지를 받는다. 그녀가 신형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부터 그녀의 계획까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치히로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마음먹고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외모를 깔끔하게 가다듬은 뒤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병실에서 치히로를 본 도카는 그를 '아마가이 치히로'라는 이름을 기억하며 어렴풋이 그를 알아보는 듯했으나, 처음 도카를 만났던 치히로가 그랬던 것처럼 그를 가공의 기억 속 인물이라고 단정하며 그의 존재를 부정한다. 치히로는 자신을 사기꾼 취급하는 도카를 매일 만나며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속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친밀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도카는 뒤늦게 찾아온 행복 때문에 세상과 슬프게 이별하게 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치히로와 함께하면서도 도카의 병세는 날로 위중해져 그녀는 신형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 저항성이 있는 가공의 기억마저도 잊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눈 앞에 다가왔음을 직감한 그녀는 치히로의 품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눈물을 쏟아내고, 치히로는 그런 그녀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그와 그녀에 대한 모든 추억을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다름아닌 그녀가 만들어내고 그의 추억으로 자리잡았던 의억의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그 분량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몇 주 간에 걸쳐 서서히 이야기 소재가 떨어지자, 그는 스스로 또다른 기억을 만들어가기까지 하며 그녀에게 끊임없이 추억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내놓을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았고, 도카는 그 이야기로부터 자신이 했던 일들을 다시 유추해내고 자신의 거짓말에 어울려준 치히로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그녀는 치히로에게 그의 과거를 모두 지웠어야 할 '레테'를 복용해줄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그러나 치히로가 '레테'를 복용하는 걸 본 순간, 도카는 사실 그가 복용한 것이 '나쓰나기 도카'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레테'였음을 밝힌다. 치히로가 세상을 떠날 자신을 잊을 수 있도록, 그녀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남은 원래 레테를 창가에서 털어내버린 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껴안은 채로 치히로가 가진 기억이 지워지기 전 마지막 30분을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왜인지 한 시간이 지나도 치히로는 도카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았고, 그는 어리둥절해하는 그녀에게 진실을 밝힌다.
치히로가 도카를 집에서 쫓아냈던 날,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지울 레테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가 한 발 앞서 두 가지 레테의 포장지를 미리 바꿔놓았던 것이다. 이후 도카는 두 가지 레테를 모두 가짜 가루약으로 바꿔치기했지만, 자신의 손에 들어온 두 레테는 포장지가 서로 바뀌어 있었단 사실을 눈치챌 수는 없었고, 결국 치히로가 실제로 복용한 것은 그의 과거를 지우는 레테가 되었던 것. 치히로는 도카가 거짓말을 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따라서 '치히로의 과거를 지우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간파한 뒤 그 레테를 망설임 없이 복용했던 것이다. 그 결과 둘은 서로만을 기억한 채 모든 과거를 잊은 셈이 되었다.
도카는 치히로에게는 못 당하겠다고 힘없이 웃는다. 그리고 잊히지 않아서 사실은 기쁘다는 속마음을 전한 뒤, 둘은 말없이 얼굴을 가까이하고 마지막으로 키스를 나눈다.
그 다음 날, 도카는 모든 기억을 잊고 여름과 함께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4.4. 제12장: 나의 이야기
10년 뒤, 서른 살이 된 치히로는 하라주쿠의 뒷골목에서 에모리 선배와 우연히 재회한다. 치히로는 대학을 중퇴하고 여전히 독신으로서의 일생을 보내고 있었다. 에모리는 처음으로 '히로인'이라는 이름의 의억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지만, 치히로는 그 '히로인'을 만들어낸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굳이 밝히지는 않았다. 의억의 뒷내용을 보충하면서 의억 기공에 대한 재능을 익힌 치히로는, 도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노력 필요없이 의억기공사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도카가 죽은 이후, 제대로 된 장례도 치러지지 않고 부모마저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린 시점에서 그를 포함한 지인 몇 명만이 그를 기억할 뿐인 상태였다. 그는 도카의 죽음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동시에 그러한 태도를 고치지는 않겠다고 술회한다.그는 '히로인'을 개발하면서 운명의 상대를 찾게 하는 모종의 바이러스를 심어두었음을 독자에게 털어놓는다. 또한 그는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운명의 상대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대를 만나지 못하고 만나더라도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끝나지만, 그 상대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것이 바로 치히로가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너의 이야기'인 것이다.
치히로는 어느 날 모교에서 강연을 한 뒤 거리를 산책하다 유카타를 입은 여자 아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들을 따라가며 만난 여름 축제의 물결에서 나가기 직전 그는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늦춘다. 그리고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기억 속 도카의 복장을 한 누군가를 만나고,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불과 3개월이었지만, 내게는 소꿉친구가 있었다.
5. 기타
- 정발본은 국립국어원식 외래어 표기법을 채택하여 표기하였지만, 어째 '치히로'만은 통용 표기를 따랐다. 국립국어원식 외래어 표기법대로 옮겼다면 '지히로'가 됐어야 한다.
- 치히로가 고향에 갔을 때 코트 주머니에서 찾은 손편지는 그대로 잊혀지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을 생각해보면 결국 이 편지는 도카가 쓴 게 아니다. 즉 착각이었단 소리.
노조미가 썼다는 설도 있으나 편지가 쓰였을 시점과 치히로의 부모가 이혼한 시기 둘 다 치히로가 15살이었을 때로 일치하기 때문에 정황상 치히로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기억을 레테로 지우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별의 편지로 추정된다. #
- 2019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최종 후보작으로 올랐다. 온라인 출신 작가로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1] 처음에는 주유소나 음식점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인간 관계에 적응하지 못해 한 달만에 잘렸다고 한다. 다른 일용직들도 결국은 사람들 얼굴을 봐야 하는 일이었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현 시점에는 이미 쇠퇴해서 손님이 잘 오지 않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임금은 낮아도 사람을 볼 일이 적으니 본인은 천직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돈이 다 모인 시점에서도 마음이 놓여 거기서 더 일하던 것으로 나온다.